'허비한 2년' 고우석, 예고된 실패 [스한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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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난 22일(한국시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인 톨레도 머드헨스의 2025시즌 정규리그가 종료됐다. 이에 따라 톨레도 소속 고우석(27)의 시즌도 끝났고, 2년 계약 역시 만료됐다. 고우석은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했지만 메이저리그 승격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
미국 도전 당시부터 고우석의 결정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도전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메이저리그 도전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우려를 무시한 채 떠난 결과는 한때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전성기 2년을 허비한 셈이 됐다.
▶모두가 '어렵다'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2024년 1월초.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2년 450만달러의 포스팅 계약을 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놀랐다.
고우석은 2019시즌 70이닝 34세이브 평균자잭점 1.54의 대활약과 2022시즌 60.2이닝 42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48을 기록했던 것이 개인 커리어 하이였다. LG 트윈스를 강팀으로 만들며 우승의 동력이 됐고 국가대표 마무리로 거듭났다. 이정도면 충분히 메이저리그에 도전할만해 보였다.
문제는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인 2023년이다. 44이닝 평균자책점 3.68로 부진했다. WPA(승리 확률 기여도)에서 –0.75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였다. 개인 커리어 최저 수준이었다. 원래 잘하던 선수가 저점을 찍었다는건 분명 문제가 있다는걸 뜻한다. 그 문제를 수정하고 도전해도 될까 말까 한 것이 메이저리그. 하지만 고우석은 저점일 때 미국 도전을 택했다.
결과는 어떠한가. 메이저리그 승격을 하지 못한채 2년간 마이너리그에서 처참한 성적만 거둔채 돌아오게 됐다.
고우석처럼 저점일 때 메이저리그행을 택한 윤석민은 마이너리그에서 1년을 뛰고 국내로 돌아왔고 은퇴 후 "미국을 가지 말았어야 했다. 빨리 은퇴한게 미국에 갔기 때문이 아닐까"라며 후회했다.
당시에도 윤석민 사례를 들며 고우석의 미국행을 반대하는 여론이 상당했다. 그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된 것이다.
물론 영어도 배우고 미국 생활, 마이너리그 경험도 했겠지만 야구선수로써 최전성기 나이인 20대 후반에 2년을 한국 최고 마무리가 마이너리그에서 허비한 것은 본인과 한국 야구에 크나큰 낭비였다.
▶미국에서 완전히 무너진 고우석
고우석은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2년간 94.2이닝 평균자책점 5.61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그나마 나아진 올해도 평균자책점 4.46.
그렇다면 정말 고우석이 마이너리그에서도 평균자책점 5점대를 기록할 정도로 못하는 투수일까. 분명 아니다. 고우석은 분명 LG에서 좋은 활약을 했고 국가대표 마무리급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좋은 투수였다. 그렇기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2년 450만달러라는 금액을 보장했을 것이다.
문제는 저점 상태를 극복하지 못한 채 미국에 갔다는 점이다. 자신감이 충만했던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들지 못하면서 자신감을 잃었다. 여기에 생경한 미국 야구, 마이너리그의 엄청난 이동거리, 부족한 언어와 처음해보는 외국 생활 등 수많은 난관에 직면했다.
두 번째 시즌 역시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수건을 들고 훈련하다 부상당하는 황당한 사건까지 겹쳤다. 이후 방출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마이너리그로 이적 등 여러 일을 겪었지만 결국 무너진 미국 생활을 회복하지 못한 채 2년 계약은 종료됐다.
운이 없었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2024시즌 마이애미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선수를 콜업한 팀이었지만 고우석은 선택받지 못했다. 올시즌 디트로이트 역시 불펜이 30개팀 중 25위의 WAR을 기록할 정도로 좋지 못하지만 고우석을 부르지 않았다. 불펜은 비교적 승격 기회가 많은 포지션임에도 2년간 3개 팀을 거치며 한 번도 승격되지 못한 건 분명 이유가 있다.
▶잘못된 선택에 이르기까지
물론 '결과론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올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우려했다. 그럼에도 고우석은 택했고 2년을 허비했다.
가장 아쉬운건 본인이겠지만 결국 본인이 가장 큰 문제일 수밖에 없다. 선택은 본인이 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선택을 하기까지 주변 조언과 에이전트의 역할을 되짚을 필요가 있다.
2023시즌까지 7시즌을 뛴 고우석은 2024시즌만 KBO리그에서 뛰고 나면 FA가 될 수 있었다. FA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면 구단에게 돌아가는 포스팅 비용도 없어 훨씬 유리한 계약을 받을 수 있었다.
수많은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들이 '연봉이 적어 팀에서 무시당했다', '분명 내가 더 잘하는데 연봉 많은 선수를 승격시키더라'와 같은 말을 한다. 그들이 그렇게 말한데는 '경험'이 있기 때문인데 고우석은 스스로 가장 금액을 적게 받을 상황에서 실제로 적은 금액(2년 450만달러)을 받고 미국을 갔다.
게다가 KBO 규정상 포스팅으로 해외 진출 후 복귀할 때는 반드시 원소속팀(LG 트윈스)과 계약해야 한다. 2024시즌만 채우고 나갔다면 돌아올때도 FA인데 그 1년을 채우지 않았기에 이제 돌아와서는 무조건 LG와만 계약을 해야하는 불리한 족쇄가 채워진 것이다. 경쟁이 없는 단독 입찰은 선수에게 돌아갈 금액도 적을 수밖에 없다.
결국 고우석은 윤석민 이후 10년 만에 KBO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하고 돌아온 첫 사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선수야 욕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주변인, 에이전트의 역할이다. '저점의 상황이니 다시 고점으로 올리고 FA로 미국에 도전하자'는 가장 합리적인 조언대신 '공적 세우기'용 계약으로 고우석, LG, 샌디에이고, 야구팬들 누구도 웃을 수 없는 2년이 되어버렸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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