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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참패’에 ‘싸늘한 팬심’ 홍명보호, 11월 평가전에 운명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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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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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10월 A매치 주간은 무기력한 패배, 빠른 회복과 만회, 역대급 흥행 부진의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특히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잡음, 부정적 이미지가 많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의 4선으로 인해 축구계를 바라보는 팬들의 냉담해진 시선은 결국 파라과이전 흥행 참패로 이어졌다.

10월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친선전에는 2만2206명의 관중이 모였다. 불과 나흘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브라질전엔 6만3237명이 모였던 것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숫자였다. A대표팀의 단일 홈경기 관중이 2만 명대에 그친 건 2015년 10월 자메이카전의 2만8105명 이후 처음이다. 지난 10년 동안 가장 적은 관중이 A매치를 찾은 것이다. 이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K리그 FC서울의 올 시즌 평균 관중(2만4417명)에도 밀리는 숫자다. 

이번 10월 소집 때는 손흥민(LAFC)을 비롯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핵심 선수들이 일시 귀국해 경기에 나섰다. 따라서 스타 부재로 인한 현상은 아닌 것이다. 직전 경기였던 브라질전 참패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그 경기에서 한국은 5골을 허용하는 동안 1골도 넣지 못하고 참패를 기록했다. 슈팅 기록에서 한국은 4개, 브라질은 14개를 기록할 정도로 수비만 하다 경기를 마쳤다.

10월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 축구 대표팀의 친선경기에 관중석 곳곳이 비어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대표팀 아닌 대한축구협회 대표팀 돼버려"

하지만 A매치 2경기에 대한 티켓 예매는 이미 2주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브라질전에 대한 실망감으로 예매했다가 취소하는 경우를 감안한다 해도 4만 명 가까이 빠지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국내 최고 흥행 스포츠인 프로야구 위에 축구 A매치가 있다고 할 정도로 흥행 불패 카드로 여겨지는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던 축구 팬들은 왜 갑자기 증발한 것일까. 

A대표팀과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반감 여론이 일으킨 시한폭탄이라는 분석이 더 논리적이다. 브라질전은 비니시우스·호드리구·카세미루·밀리탕 등 세계적인 선수를 보기 위한 팬들의 관심이 그나마 6만 관중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미 지난 6월 있었던 쿠웨이트전(4만1991명)부터 전조가 나타났고, 7월 열린 동아시안컵은 중국전(4426명), 홍콩전(5521명), 일본전(1만8418명) 모두 부끄러운 흥행 성적을 받았다. 달리 말하면 브라질처럼 세계적인 선수를 보유한 월드컵 우승 후보가 아니면 당분간 A매치는 관중 동원에 찬바람이 불 것이 뻔하다는 점이다.

K리그 부산 아이파크의 팬이자 붉은악마 소모임 '레드업'에서 활동하며 여러 국제대회와 A매치를 직관하고 있는 강도윤씨는 "솔직히 A매치를 보러 가는 게 피로감이 쌓인다. 과거에는 굉장히 자랑스럽고, 남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지금은 그걸 왜 보냐는 주변의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경기력과 별개로 1년 넘게 축구협회와 홍명보호를 향한 부정적인 보도, 팬들의 비판 여론이 A매치 직관을 매력적이지 않은 상품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강씨는 "이 지경인데 정몽규 회장과 축구협회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다. 2024년 아시안컵 이후 A대표팀 이미지는 계속 추락 중이다. 그런데 티켓 가격만 40% 가깝게 올랐다. 물가가 오른 걸 감안해도 A매치 티켓 가격이 유달리 많이 인상됐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구 대표팀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를 대표하는 축구 대표팀이 돼버렸다. 주변에서는 하나둘 직관을 포기하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정몽규 회장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AFC 시상식에 참석하며 가진 인터뷰에서 "흥행 실패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두 경기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차이가 컸기 때문에 경기 순서가 바뀌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장의 이미지가 부정적인 것이 흥행에 악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물음엔 "그런 것도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주장 손흥민은 파라과이전이 끝난 뒤 텅 빈 관중석에 대해 "낯설다기보단 오신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변함없이 응원해준 관중에 대한 감사부터 표현했다. 이어 "재미있는 축구, 좋은 축구, 멋진 축구를 한다면 팬분들은 분명 또 경기장에 오실 것"이라는 믿음을 보였다.

홍명보 감독 ⓒ연합뉴스

포트2에 들어야 월드컵 조별 예선 통과하는 데 유리

흥행 부분에서 부정적인 이슈가 불거진 날이었지만 홍명보호는 '난적' 파라과이를 잡으며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2포트 진입에 청신호를 켰다. 전반 15분 터진 엄지성의 선제골 이후 난타전 양상으로 흘러가던 경기는 후반 30분 이강인의 그림 같은 패스를 오현규가 마무리하며 한국의 2대0 승리로 끝났다. 

파라과이는 남미 예선에서 단 1패(브라질 원정)만 기록했고, 아르헨티나 출신 구스타보 알파로 감독 체제에서 6승6무1패로 지지 않는 단단한 축구를 구축한 팀이었다. 한국으로 오기 전 일본을 상대로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던 파라과이는 서울에서 알파로 감독 체제에서의 두 번째 패배를 허용했다. 홍명보 감독은 브라질전 대패 이후 회복력을 강조했는데, 새롭게 투입된 엄지성과 이명재, 김문환, 김승규 등이 제 역할을 하며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승리로 한국은 12월16일 미국 워성턴DC에서 열릴 예정인 북중미월드컵 조추첨을 앞두고 포트2의 마지노선인 FIFA 랭킹 23위 이상의 순위를 지켜낼 가능성이 커졌다. 아직 FIFA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실시간 계산에 따르면 전달보다 한 계단 오른 22위로 10월을 마친다. 11월 A매치로 볼리비아·가나와 맞붙는 홍명보호는 두 경기 중 한 경기만 잡아도 23위 이상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보다 랭킹이 낮은 두 팀에 만약 패한다면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과거 FIFA는 월드컵 역대 성적과 현재 랭킹을 복합적으로 계산해 시드 배정으로 불리는 포트1을 시작으로 포트2, 포트3, 포트4를 나눴다. 하지만 2018년 러시아월드컵 이후 FIFA는 단순하게 현재 랭킹만으로 구분하겠다고 발표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당시 한국은 포트3였고, 포트1의 포르투갈, 포트2의 우루과이, 포트4의 가나를 만났다. 

포트2에 속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강한 팀과의 대결 가능성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포트3 후보군에는 현재 노르웨이·이집트·알제리·코트디부아르·파라과이·파나마·코스타리카 등이 있다. 만만치 않은 상대지만 한국이 포트3로 떨어져 포트2의 독일·모로코·콜롬비아·우루과이·세네갈·덴마크·스위스 등을 만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포트4는 대부분 약체지만,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를 통해 올라오는 팀도 여기에 배정된다. 이탈리아가 현재 여기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 게 변수다. 

물론 포트2에 가도 죽음의 조에 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또 그만큼 상대적 약체를 만날 가능성도 올라간다는 점에서 홍명보호는 11월까지 어떻게든 FIFA 랭킹 23위를 지켜야 한다. 한국이 개최국 자격으로 포트1을 받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제외하면 포트2를 받은 유일한 대회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이었다. 당시 한국은 포트3의 그리스를 꺾고, 포트4의 나이지리아와 비기며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48개국 체제로 확대되는 이번 북중미월드컵은 각 조 1·2위는 물론 3위 팀 중 2/3가 토너먼트인 32강에 진출할 수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11월 A매치 평가전에서의 포트2 수성은 '사퇴 요구'가 수그러들지 않는 홍명보 감독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특별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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