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인천공항=박연준 기자] “말로 하세요, 말로.”

LA 다저스 김혜성(26)의 입국 현장은 축하 대신 불편한 침묵으로 가득했다. 한시즌을 끝내고 금의환향한 자리, 박수와 환호 대신 또다시 ‘고척 김선생’이 나타났다. 몇 년째 반복되는 장면이다. 법의 처벌을 받고도 멈추지 않았다. 사람이라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있다. 그러나 그는 또 한 번 그 선을 넘었다. 과연 김혜성은 무슨 죄가 있는 걸까.

6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김혜성은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를 마치고 귀국했다.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해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대단한 성취다. 김병현 이후 두 번째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얻었다. 팬과 취재진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런데 분위기가 돌연 바뀌었다. 인터뷰 도중, 카메라 뒤편에서 한 중년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키움 시절부터 김혜성을 쫓아다니던 이른바 ‘고척 김선생’이다. 그는 김혜성의 부친 개인 채무 문제를 이유로 “돈을 갚으라”는 현수막을 내걸며 수년째 논란을 일으켜온 인물이다.

김혜성은 순간 말을 멈췄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취재진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그는 조용히 “저분 가시면 다시 인터뷰하겠다”고 했다. 이어 참다못해 김 선생을 향해 한마디를 뱉었다. “말로 하세요, 말로. 말을 안 하시고 왜 맨날 저렇게 하세요”라고 했다. 이 한마디에 담긴 피로감은 깊었다.

이 남성은 이미 법에 따른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다. 2019년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고, 이후에도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 결국 최근 다시 벌금 300만원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범행 수법과 태양이 불량하고, 전파 범위가 매우 넓다”며 “이미 같은 범행으로 처벌받고도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그는 또 나타났다. 김혜성이 귀국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 방송 카메라 틈을 비집고 들어와 현수막을 펼쳤다. 법적 판결조차 그를 멈추게 하지 못한 셈이다.

물론, 개인 간 채무 문제는 존재할 수 있다. 확실한 건 김혜성은 채무 당사자가 아니다. 선수 본인과 무관한 문제로, 수년째 공개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이미 법적으로 금지된 행위를 반복하면서까지 공개석상에서 비난을 이어가는 것은 ‘정당한 항의’가 아니라 명백한 괴롭힘이다.

김혜성은 끝내 입국 인터뷰를 생각보다(?) 짧게 마무리했다. 그는 “잘 쉬고, 또 잘 준비하겠다. 내년시즌에는 1년 내내 메이저리그에서 뵙겠다”고 했다. 담담했지만, 공항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은 씁쓸했다.

법의 경고도, 공공의 시선도, 최소한의 도리도 통하지 않는다면, 이건 명백한 폭력이다. 인제 그만 멈출 때가 왔다. 확실한 건 김혜성은 아무 잘못 없는 것 아닌가.

시즌을 마치고 고국 땅을 밟은 순간조차 마음 편히 웃지 못했다. 팬과 언론이 기다리던 ‘금의환향’이 순식간에 불쾌한 장면으로 얼룩졌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