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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서 못 돌아온 딸...이유라도" 반년 넘게 진실 쫓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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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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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 경기가 한창이던 3월 29일 저녁, 환호성으로 가득차야 할 창원NC파크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주말을 맞아 동생과 야구장을 찾은 20대 여성 머리 위로 60㎏짜리 루버가 떨어지면서다. 치료를 받던 여성은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났다. 사고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정확한 원인 파악도, 책임자 규명도 지지부진하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족은 필사적으로 사고 상황과 사망 원인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3월 29일 오전 서울에는 눈이 내렸다. 서울 양재동에서 업무를 보던 ㄱ 씨는 진주에 있는 딸에게 전화했다. 연락이 닿지 않던 딸은 "늦잠을 잤다"며 점심 무렵에야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여기는 눈발이 휘날리는데 거기는 어때"라며 안부를 묻다가 "따뜻해지면 서울로 나들이 오라"고 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이날 오후 5시 40분 휴대전화가 세차게 울렸다. 아내였다. "우리 딸이 머리를 많이 다쳤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후는 기억나지 않는다. 서울에서 창원까지 어떻게 왔는지도 흐릿하다. 동생과 야구를 보러 간다며 집을 나선 딸을 중환자실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머리에 붕대를 감은 딸은 말없이 누워 있었다.

딸이 떠난 빈자리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들어찼다. '우리 딸은 어쩌다 그렇게 많은 피를 흘려야 했나', '병원에는 몇 분 만에 도착했나', '어쩌면 살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딸 사고와 관련된 기사를 모조리 읽었다. 기사를 볼 때마다 들었던 의문들을 공책에 빼곡히 적었다. 이제는 공책을 보지 않고서도 달달 외울 정도다.

처음에는 NC 다이노스가, 나중에는 경찰이 의문을 해소해줄 거라고 믿었다. 헛된 생각이었다.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이는 없었다. 결국 아버지는 직접 딸의 죽음을 추적하기로 했다. 뒤늦게 딸의 사고를 목격한 이들을 수소문하고 구급일지를 찾아 나섰다.
4월 8일 한 청년이 창원NC파크 4번 게이트 출입문에 설치된 추모벽에 조화를 놓은후 추모글을 남기고 있다. 3월 29일 창원NC파크에서 구조물 추락으로 인명사고가 발생 했다./김구연 기자

"우리 딸이 어쩌다 그렇게 됐나요"

26일 창원시 삼성창원병원 인근 카페에서 ㄱ 씨를 만났다. 이날도 그는 딸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고자 딸을 담당했던 의사를 만나고 오는 길이었다. 수도권에서 직장을 다니는 그는 사고 이후 수시로 창원을 찾는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손에 쥔 내용은 한 줄짜리 사망진단서가 전부다.

"딸이 어떻게 하다가 죽었는지 확인하는 일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습니다. 언론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 경찰이 여기저기 압수수색을 하던데 유족에게는 전혀 공유를 안 해줘요. 구단도 유족 지원을 잘하고 있다고 언론에 말했는데,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을 못 받았습니다. 보상금 같은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내 딸이 어쩌다가 이런 일을 당했는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그는 안경을 벗으면서 답답하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족이 가장 궁금한 점은 딸이 어떻게 하다가 사고를 당했는지, 사고 직후에는 충분한 구호 조치가 있었는지다. 이를 확인하려면 사고 지점을 비춘 CCTV 확보해야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그가 확인한 영상은 사고 지점 일부만 나오는 CCTV가 전부다. 이마저도 그가 민사소송을 제기해 직접 받아낸 영상이다.

CCTV를 보고 싶다는 유족에게 구단은 경찰에 제출해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고 답했다. 경찰도 수사 중인 사안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유족은 지금까지도 딸이 언제 사고를 당했는지, 최초 응급조치는 누가 어떻게 했는지, 병원에는 몇시 몇분에 도착했는지 알지 못한다. 첫 단추부터 어긋나면서 ㄱ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고가 난 그날로 돌아간다. 딸을 온전히 추모할 수도, 그렇다고 사고 책임자를 찾아가 따져 물을 수도 없다.

추모도 원망도 못 하는 유족

ㄱ 씨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딸과 통화 녹음을 모두 들었다. 애교 많은 딸의 목소리를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딸과 나눈 메신저 대화도 틈날 때마다 들여다본다. 딸이 "퇴근하고 드시라"며 생일날 보낸 치킨 쿠폰도 그대로다. "아까워서 도저히 쓸 수 없었다"는 그는 최근 쿠폰 사용 기간을 연장했다. 혹시나 딸 얼굴을 잊을까봐 휴대전화 배경화면도 딸의 여권 사진이다.

사고 이후 ㄱ 씨는 깨질 것 같은 두통을 자주 느낀다. 실핏줄이 터져 눈두덩이가 시퍼렇게 멍이 들기도 했다. 순간 화를 참지 못해 욱하는 일도 늘었다. 딸 곁으로 가고 싶어질까봐 25층에서 저층으로 이사까지 했다. 심리 상담을 할 때마다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지만, "아이 죽음 진실을 쫓는 일만은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 경찰과 구단에 아이 죽음에 관한 진실을 끊임없이 요구했는데 제대로 된 답을 못 들었습니다. 경찰은 오히려 유족에게 가만히 좀 있으라는 식으로 답하더라고요. 하루아침에 자식을 잃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습니까. 자식이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제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포기 못합니다."

인터뷰 말미 그는 "아직은 먼 이야기"라면서도 한 가지 바람을 전했다.

"아이 장례식장에 찾아온 NC 팬들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와서 진심으로 슬퍼해주셨어요. 그때 받은 조의금은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뒀습니다. 당장은 진상규명이 먼저지만 일이 해결되면 NC 팬들에게 꼭 보답하고 싶습니다."

/박신 기자

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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