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1년 송민규, '은행원에서 테니스 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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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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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 한국 남자복식을 대표했던 송민규가 테니스 현장으로 돌아왔다. 선수 은퇴 1년 만에 오산GS에서 초등 선수들을 가르친다. KDB산업은행에서 은퇴 후 정직원으로 새출발했던 그에게 은행원은 어울리지 않는 직함이었다. 이제 송민규는 초보 지도자로서 한국 테니스의 미래를 육성한다. 지난 1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송민규를 만나봤다.
Q. 작년 10월 만났을 때에는 '예비 은행원' 송민규라고 했었다. 8월에 SNS를 보니까 오산GS에서 선수를 지도한다고 하더라.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A. 2012년에 KDB산업은행에 입행했다. 군대 시절을 포함해 12년간 KDB산업은행 소속이었다. 선수할 때에는 정말 너무 편했다. 은행에서 나를 정말 많이 도와주었고, 선수로서는 정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은퇴 후의 삶은 달랐다. 9 to 6의 삶이 진짜 너무 힘들더라.
KDB산업은행 출신 테니스 선배들은 '모두 다 겪는 과정'이라며 '조금만 버텨라, 익숙해진다'라는 조언을 해 주셨다. 그런데 지내다 보니 나는 '내가 뭐 하는거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항상 운동만 했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생활이 쉽지 않았다.
내가 부족했다. 은행 업무에 관한 지식도 없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것도 아니었다. 나 스스로에게 지치더라. 내가 나를 못 이겼다. 나는 은행원으로 부족했다.
Q. 은행원이라는 옷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언제 했는가?
A. 3월 중순부터다. 은행원으로서는 더이상 어렵다고 생각했다. 식구들과 상의를 많이 한 후 6월 16일 퇴사했다.
Q. 후회는 없는가?
A. 그렇다. KDB산업은행에서는 나를 정말 잘 대해줬다. 퇴사 결정도 다 말리셨다. 내가 부족했을 뿐이다. 은행원이라는 직함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Q. 소속팀이자 국가대표 후배인 이재문이 이제 곧 은퇴한다. 이재문도 은행원의 삶을 살텐데, 이재문한테 해주는 조언은?
A. 하하. 재문이는 잘 할 것이다. 재문이는 내가 대학 4학년이었을 때 1학년이었다. 그때부터 계속 봐 왔다. 그런데 재문이가 정말 착하다. 그리고 혼자서 묵묵하게 일 처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중학교 시절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와서 일본어도 잘 한다. 재문이는 정말 은행원으로 해외 연수도 나가고, 지점장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은행원으로 잘 어울리는 성격이라 생각한다.
Q. 테니스 지도자의 꿈은 언제부터 꾸기 시작했는가?
A. 오산GS에 KDB산업은행 박승규 감독님 아들인 민우가 다니고 있다. 우리 집에서 오산GS까지 엄청 가깝다. 은행 다닐 때에도 민우보러 가끔 왔었다. 아무래도 가까워서 오산GS부터 생각나더라. 이진아 원장님께 내가 먼저 코치로 써달라고 말씀드렸다.
Q. 지도자로 다음 인생을 설정한 후 어떻게 준비했는가?
A. 내가 삼일공고를 다닐 때 노윤범 코치님께서 지도해 주셨다. 지금 용인에 계시는데, 선생님 코트에 자주 찾아가서 여쭤봤다. 노윤범 선생님이 아니셨다면 현재 나는 없었을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나에게 정말 긍정적인 동기부여를 많이 주셨고, 그 덕에 내가 운동을 더 열심히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계신 코트로 가서 지도법 같은 것을 정말 많이 여쭤봤다.
Q. 지도자 자격증은 있는 것인지?
A. 물론이다. 2018년에 전문지도자 2급 자격증 땄다.
Q. 현재 지도하는 학생은?
A. 초등부다. 중고등 말고 완전 유소년 쪽. 그 쪽에 눈이 가더라. 기초가 튼튼해야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안 무너진다. 그런데 그런 것 보다도 유소년 아이들일수록 본인 능력을 펼치지 못한다. 아직 초등학생 밖에 안 됐는데 이미 진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들어가는 경우가 너무 많다. 초등부 대회는 변수가 많다. 경기 시간이 긴 것도 아니고, 아직 실력이 완성되지 않은 선수들과의 대결임에도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너무 약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 부분을 가장 먼저 잡아주고 싶다. 이런 것들을 떠나서라도 처음부터 초등부 선수들을 지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Q. 초등학생이면 말 정말 안 듣지 않나.
A. 그렇긴한데, 그래도 초등부가 좋다. 초등학생이기 때문에 상대 선수들이 두려운 것이다. 지금부터 그런 마음가짐을 잘 만들어줘야 한다. 기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초등부 시절부터 우리 아이들이 재미있게 경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심어주고 싶다.
Q. 그러고 보니 송민규는 주니어 시절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라고 했다.
A. 맞다. 나는 주니어 시절 연령별 대표팀에 단 한 번도 뽑히지 못했다. 성인이 된 이후에 처음으로 대표팀에 선발됐다. 어린 선수들도 이런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우리 초등부 선수들은 대회에서 시드자를 만나면 이미 주눅든다. 나는 그런 것을 바꿔주고 싶다.
Q. 이제 시작이지만, 지도자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A. 아이들이 자기가 할 수 있는 능력, 내가 가르쳐 준 것들을 코트에서 다 펼치고 나오길 바란다. 내가 가르쳤던 것들을 코트에서 다 쏟아내는 모습을 본다면 그것보다 더 행복한 것은 없을 것 같다.
Q. 상당히 달변이다. 해설위원을 해도 어울릴 것 같다. 선수 경력도 워낙 좋고.
A. 고맙다. 기회가 된다면 해설위원도 해보고 싶다. 대표 선수나 투어 경험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해설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임규태 감독님 해설하시는 것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막상 하면 어려울 것 같기는 하고, 공부도 많이 해야겠지만 한 번쯤은 해설에 도전하고 싶다.
Q. 앞으로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
A. 이제 선수 송민규는 다 내려놨다. 지금은 굉장히 미흡한 초보 코치 송민규일 뿐이다. 당연히 더 배워야 하고, 더 노력해야 하고, 주변 선배님들께도 더 조언을 구할 것이다. 우리 오산GS 초등부 선수들이 매우 약하다. 하지만 내가 가르치면서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첫 목표다. 코치 송민규도 많이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열심히, 좋은 선수들을 길러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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