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1할 타율 되는 거 아냐?” 이정후 이런 고민까지 했다니…다사다난 ML 첫 풀타임, 무엇이 바람의 손자 힘들게 했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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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인천공항, 이후광 기자] 다사다난했던 메이저리그 첫 풀타임 시즌. 바람의 손자는 무엇이 가장 힘들었을까.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메이저리그 두 번째 시즌을 무사히 마치고 30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1억1300만 달러(약 1584억 원)’의 사나이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2년차를 맞아 첫 풀타임을 소화하며 150경기 타율 2할6푼6리(705타수 149안타) 10홈런 63타점 88득점 12도루 출루율 .324 장타율 .391 OPS .715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 매서운 타격을 뽐내다가 체력 문제로 인해 점차 페이스가 떨어지는 용두사미 시즌을 보냈지만, 작년 부상을 딛고 건강을 입증했고, 팀 내 타율 1위, 메이저리그 3루타 전체 3위(12개)라는 값진 성과를 해냈다. ‘전설’ 스즈키 이치로가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2005년 달성한 메이저리그 아시아 타자 단일 시즌 최다 3루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정후의 2년차 시즌을 ‘성적은 평범, 수비는 화제’라고 요약했다. 매체는 “이정후의 시즌 성적이 윌리 메이스처럼 압도적이진 않았다. 아쉬운 성적이었다”라며 “수비에서는 무릎 사이에 공을 끼우며 타구를 잡아내는 기묘한 호수비로 팬들의 환호를 받았는가 하면 평범한 뜬공 타구를 잡은 뒤 아웃카운트를 착각해 관중석에 공을 던지는 황당한 실수를 하기도 했다”라고 총평했다.
다음은 공항에서 만난 이정후와의 일문일답이다.
-2년차 시즌을 무사히 마쳤는데
시간이 정말 빠르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한국에 오고 싶었는데 올해는 전혀 그런 생각이 안 들었다. 시간이 빨리 훅 지나갔다. 작년에 비해 미국 생활이 더 적응됐다. 선수들과도 더 친해졌고, 구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완전히 알았다. 내년에 더 좋아질 것이다.
-한국에 빨리 온 이유는
지금 현재 몸 상태에서 몇 가지 하고 싶은 게 있다. 그걸 하고 쉴 생각이다. 그래서 빨리 왔다. 미국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내일 바로 훈련할 것이다. 타격 관련된 건데 쉬었다 하면 몸이 안 돼서 몸이 돼 있을 때 하고 싶다.
-체력 문제는
아직은 괜찮다. 9월에 많이 쉬지 않았나. 그래도 풀타임은 힘들었다. 휴식일이 없고, 우천 취소도 없다. 시차가 바뀌는 것도 힘들었다. 동부로 넘어가면 3시간이 빨라지니까. 또 항상 3연전 마지막 날은 낮 경기다. 1년 해보니까 체력 관리, 먹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미국 선수들도 다 힘들어하는 부분인데 나 같은 동양인들은 더 준비를 잘해야 한다.
-올 시즌 평가
야구하면서 이렇게 업다운이 심했던 시즌이 있었나 싶다. 야구하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도 느꼈다. 처음에 잘 시작했는데 끝을 그만큼 잘 내지 못했다. 그런데 처음에 좋은 모습이 남이 아닌 내가 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1년 내내 보여주는 게 새로운 목표가 될 거 같다. 부진했을 때 한 번 더 무너지지 않고 조금이라도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앞으로 내가 야구를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야구인생에 있어 올해가 중요한 한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
이러다가 ‘1할 타율까지 가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스스로에게 압박을 많이 줬다. 내가 잘해야 하고 타석에 나가면 투수와 싸워야 하는데 자꾸 결과를 내려고 하다 보니 내가 해야 할 것을 못했다. 보통은 못 쳐도 다음 타석에 치면 된다고 넘기는데 올해는 한 타석 못 친 게 크게 와 닿았다. 그러면서 심리적으로 쫓겼다. 구단에서 도움을 준 사람들이 많았는데 다 감사했다. 이 시기를 그대로 끝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시즌 중 훈련도 정말 많이 했다. 그래서 조금 폼이 올라온 걸 수도 있다. 하나는 얻어 걸리지 않았을까.
-심리적 어려움이 컸던 거 같다
심리는 어디서 배운 적도 없다. 기술이 부족하면 당장 전문가를 찾아 배울 수 있지만, 심리적인 건 모른다. 그래서 올해 경험이 앞으로 야구하는 데 있어 자양분이 될 거 같다. 너무 안 좋게만 생각하려고 하지 않고, 이를 발판 삼아 더 좋은 선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이다.
-중견수 수비는 어땠나
솔직히 수비는 좋을 때는 이야기가 안 나오다가 못 하니까 계속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오더라. 수비도 내년에 더 좋아질 거라고 본다. 7월에 확 수비가 안 좋아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생각이 많았다. 중견수라서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고, 내가 잡아야하는 건데 나도 모르게 수비하다가 잡생각이 났다. 올해 많은 경기장에서 뛰어봤기 때문에 내년에 경기장 별 대처가 더 좋아질 거 같다. 홈구장의 경우 매일 해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서 그날그날 잘 체크해야 한다.
-올해 가장 마음에 드는 기록은
구단과 시작 전에 150경기 정도 이야기했는데 그걸 다 소화해서 좋게 생각한다. 기록은 잘 모르겠다. 조금씩 다 보완을 해야 한다. 그냥 안 아프고 150경기를 뛴 게 가장 만족스럽다.
-밥 멜빈 감독이 경질되면서 결별하게 됐는데
엄청 좋으신 분이다. 좋은 리더이기도 하다. 선수들이 잘 뛸 수 있게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는데 2년 동안 내가 많이 도움을 못 드린 거 같아서 죄송하다. 내년에 캠프 가서 새로운 감독님과 또 준비 잘해보겠다.
-팬클럽 ‘후리건스’가 큰 화제가 됐다
여기서 TV로 보신 것처럼 나도 딱 그 정도만 봤다. 야구장에 와주셔서 응원해주시는 모습을 보고 힘이 많이 났다. 또 교민분들도 많이 찾아와주셨는데 태극기가 보이면 힘이 더 났다. 모든 팬들의 응원이 올해 힘의 원동력이었다.
-내년 3월 WBC 출전이 유력해 보인다. 각오는
류지현 감독님, 조계현 전력강화위원장님을 모두 만났다. 한국이 그 동안 안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잘 준비해서 이번에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난 뽑히게 된다면 미국에서 훈련을 하고 공식 일정에 맞춰서 합류할 거 같다. 모두가 똑같은 시기에 참가하는 게 아닌가. 변명거리 없이 잘 준비해야 한다. 미국 투수도 일본 투수도 공을 전력으로 던질 시기가 아닌데 다들 전력으로 던진다. 다 거기에 맞춰서 몸을 만드는 거라 우리도 그렇게 준비해야 한다. KBO에서 이번에는 지원도 많이 해주신다고 했고, 지난 대회 때는 엄청 추운 곳에서 훈련했고 이동거리, 시차도 있었다. 이번에는 잘 준비해야 한다.
-올해 빠른 공 대처에 대한 평가는
미국 나가는 선수들한테 모두 빠른 공 이야기를 하시는데 이번에 느낀 건 빠른 공보다 변화구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변화구가 많이 날아온다. 직구는 빨라도 자꾸 보면 눈에 익는데 변화구는 너무 다르다. 한국에 95마일 체인지업을 던지는 투수가 없지 않나. 한국에서는 저게 직구 구속인데 이걸 직구 타이밍에 쳐야할지, 변화구 타이밍에 쳐야할지 고민이 됐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앞으로 한국 타자가 또 미국으로 오게 되면 변화구가 많이 다르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올해 김혜성(LA 다저스)과 맞대결도 화제가 됐는데
(김)헤성이 마지막 날에 홈런 치고 연락했다. 한국에서 보자고 했고,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 형과도 잘 연락했다.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앞둔 송성문(키움 히어로즈)의 성공 가능성은
엄청 잘하더라. 잘하다 보니 원래 안 하던 행동도 하는 거 같다(웃음). 구단에서 형을 엄청 많이 물어봤다. 미국에서 다 알 정도로 형이 유명하다. 지금 최고의 전성기에 접어든 상태라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정말 잘 될 거 같다. 미국에서도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기대되고, 형도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국내 팬들에게 한마디
한국과 시차도 다른데 야구장에 찾아와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추석 연휴 잘 보내시고, 연말도 잘 보내시길 바란다. 한 해를 좋게 잘 마무리하시길 기원한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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