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왜 거기 앉아 계세요, 큰 침대 쓰세요 vs 너는 주전이고 나는 백업이잖아” 이숭용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염경엽은 염갈량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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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형님, 왜 거기 앉아 계세요, 큰 침대 쓰세요(이숭용)”, “아니, 너는 주전이고 나는 백업이잖아(염경엽).”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57)과 SSG 랜더스 이숭용 감독(54)은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에서 1994년부터 2000년까지 함께 선수생활을 했다. 염경엽 감독이야 만년 무명 내야수였고, 이숭용 감독은 1990년대, 2000년대 KBO리그를 대표하던 교타자였다. 현대 출범 이후 이숭용 감독은 꾸준히 주전으로 뛰었고, 염경엽 감독은 프런트로 변신해 또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당시 이숭용 감독이 당연히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지만, 그는 염경엽 감독이 언젠가 잘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지난 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둔 이숭용 감독은 염경엽 감독과 오랫동안 룸메이트를 했다고 회상했다.
이숭용 감독이 어느날 숙소에 들어갔는데, 염경엽 감독이 큰 침대가 아닌 작은 침대에 앉아 있어서 화들짝 놀랐다고. 선배가 큰 침대를 쓰는 게 일반적이지만, 염경엽 감독은 달랐다. 이숭용 감독은 그때 “형님, 왜 거기 앉아계세요?”라고 하자 염경엽 감독은 “아니 너는 주전이고 나는 백업이잖아”라고 했다.
이숭용 감독은 “아, 이분하고는 참 오래오래 같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야구를 많이 배웠고, 공유도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분이다. 내가 선배라도 그렇게 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라고 했다.
염경엽 감독은 자신이 더 이상 주전으로 뛰기 쉽지 않다고 직감한 순간 현역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특히 초대형 신인이던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이 1996년 현대에 입단하자마자 100경기 이상 뛰는 걸 보고 자신을 위한 시간은 없을 것이라고 예감했다.
그러나 방황하지 않고 오히려 남들보다 앞서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지도자 준비를 시작했다. 이숭용 감독은 “준비하는 과정을 저는 다 봤거든요. 스톱워치 눌러대고 투수 슬라이드스텝 체크하고 포수가 2루에 송구하는 것 일일이 체크하고, 그런 열정과 공부하는 걸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이분은 뭐가 돼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참 많이 배웠다. 공유하는 부분도 많았다”라고 했다.
이숭용 감독이 이 얘기를 꺼낸 건, 당연히 의도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LG 트윈스의 정규시즌 우승에 SSG 랜더스가 도움을 준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인천 한화 이글스전서 대역전승하면서, 잠실 NC 다이노스전 패배로 자력우승 기회를 놓치며 TV로 인천 경기를 지켜보던 LG 사람들을 웃게 했다.
이숭용 감독은 “도와주려고 한 게 아니다. 우리 젊은 선수들(현원회, 이율예)이 잘한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감독이 되기 전에는 염경엽 감독님에게 전화도 자주 드리고 이런저런 야구얘기도 많이 했는데 감독이 되고 나서는 안 하게 되더라. 주위에서 나와 염 감독님 사이를 아니까. 되게 조심스럽다. 일부러 전화 잘 안 해요”라고 헸다.
이숭용 감독이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성장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 염경엽 감독이지만, 만약 SSG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면 두 절친한 선후배가 제대로 겨루게 된다. 3위로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SSG는 당연히 그런 그림을 그린다.
이숭용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올라가면 (LG)잡아야죠. 염 감독님은 내가 제일 좋아하지만, 잡아야죠. 어떻게 해서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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