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 내줬다고 세상 무너진 표정 짓냐”…원태인 정신 번쩍 들게 한 강민호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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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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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심술도 아랑곳
찰떡궁합 강민호 조언 덕에
혼신의 6.2이닝 105구 역투
가장 중요했던 3차전 승리
감독도 “팀 살렸다” 극찬
“언제든지 나갈 준비
마무리로 등판한다면
낭만있지 않나요?”
패배하면 팀이 ‘업셋’ 당하는 와일드카드 2차전, 승리하면 ‘업셋’ 확률을 키우는 준플레이오프 3차전. 마운드에는 모두 ‘대구 왕자’ 원태인(25·삼성)이 있었다.
원태인이 또 한 번 팀을 살렸다.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등판해 6.2이닝 동안 공 105개를 단져 5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삼성은 5-3으로 승리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경기 후 “푸른 피의 에이스답게 삼성을 살렸다”고 극찬했다.
원태인은 경기를 마치고 “2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으로 분위기를 뺏기고 온 다음이었기 때문에 3차전은 많이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했다. 오늘 이기면 우리한테 기세가 완전히 넘어온다고 생각해서 꼭 이기고 싶었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궂은 날씨에도 우비를 입고 경기 내내 원태인을 연호하던 홈 팬들은 마운드에서 내려온 원태인을 기립박수로 맞았다. 원태인도 모자를 벗고 화답했다. 원태인은 “기립박수를 받으면서 마무리하는 건 최고 영광의 순간이다. 어제 자기 전에 혼자 상상한 대로 모든 게 오늘 다 이뤄졌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물론 무실점으로 막는 것을 상상했는데 1실점을 해서 살짝 어긋나긴 했지만 그래도 모든 게 잘 풀려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포수 강민호는 ‘원태인이 비를 몰고 다닌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도 원태인은 가을비 변수를 맞았다. 1회초 피칭을 한 뒤 갑작스러운 폭우로 경기가 우천 중단되면서 40분 이상 대기했다. 지난 7일 와일드카드 2차전은 비로 경기 개시가 45분 지연됐고,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은 5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는데 6회 폭우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돼 결국 팀이 역전패했다. 원태인은 “하늘을 계속 원망하고 있다”고 웃으면서도 “작년 우리의 아픔이 내겐 정말 큰 경험이 됐다. 이번에도 그 경험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팀이 3-0으로 앞서던 4회 SSG 최지훈의 적시타로 1점을 내줬다. 원태인은 당시 상황에 대해 “4회를 막으면 오늘 경기가 완전히 우리 팀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생각해서 꼭 무실점으로 막고 싶었다. 그런데 1점 추격을 허용해서 많이 아쉬워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때 강민호가 마운드에 올랐다. 원태인은 강민호가 ‘네가 언제부터 점수를 안 주는 투수였다고 1점 내줬다고 세상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짓냐. 하던대로 열심히 던져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원태인은 “항상 민호 형이 힘든 상황에서 올라와서 농담을 많이 해주신다. 오늘도 내 기분과 긴장을 풀어주려고 해주신 것 같다”고 했다.
6회까지 공을 90개 던졌다. 그리고 7회 또 등판했다. 여기에도 강민호의 조언이 있었다. 원태인은 “6회를 잘 마무리하고 내려왔을 때 사실 내 구위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1회 우천 중단도 있었기 때문에 내 힘이 조금 떨어질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다”며 “강민호 형한테 바로 가서 ‘제가 던지는 게 맞습니까’ 했더니 ‘지금 공 너무 좋다. 맞아도 네가 맞아야 하니 던지면 좋겠다’고 해주셔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에이스 선발 투수들이 마무리로 등판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팀을 높은 곳까지 끌고온 선수가 직접 자신의 손으로 경기를 끝내는 모습은 두고두고 회자되곤 한다.
원태인은 “와일드카드 1차전에도 불펜 대기를 했었다. 팀이 맡겨만 준다면 언제든지 나갈 준비가 돼 있다. 몸 회복만 순조롭게 잘 된다면 언제든지 불펜 대기는 스스럼없이 할 것 같다”며 “낭만이 있지 않나”고 웃었다.
대구 |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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