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이 하늘에 올랐다”…김연경, 20년 배구 인생 완벽한 피날레→관중 6천명 울컥 "여왕에서 지도자로 헌신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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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배구 여제’ 김연경(37)이 마침내 코트를 떠났다.
김연경은 1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2025-2026시즌 V리그 개막전이 끝난 뒤 은퇴식에 나섰다.
흥국생명은 정관장을 세트스코어 3-1로 꺾었다.
게임 포인트를 찍는 정윤주(흥국생명)의 마지막 오픈 공격이 코트에 닿자 삼산체육관은 환호와 '작은 탄식'으로 동시에 흔들렸다.
그리고 전광판이 김연경 은퇴식을 알렸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난 20년간 국내외 배구 코트를 지배해온 이름, 김연경의 피날레가 막을 올렸다.
2005년 프로 데뷔 후 김연경은 단 한 번도 조연이 아니었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만 7회에 챔피언결정전 MVP 4회.
은퇴 시즌인 2024-2025시즌에도 소속팀 통합우승을 이끌고 챔프전 MVP에 올라 '여제 클래스'를 굳건히 지켰다.
퇴장은 있지만 퇴색은 없었다. 끝까지 에이스였다.
해외서도 눈부셨다. 일본과 튀르키예, 중국을 오가며 모든 리그를 ‘지배’했다.
JT 마블러스(일본)는 물론 엑자시바시(튀르키예)가 터키 슈퍼컵 우승 2회, 컵 대회 우승 1회, 국제배구연맹(FIVB) 클럽 월드챔피언십 은·동메달을 따는 데 크게 한몫했다.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발자취 또한 선명하다. 2012 런던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4강 신화 주역이다.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인 2022년 1월, FIVB가 운영하는 '발리볼월드닷컴'은 직전 시즌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여자 배구 선수로 김연경을 뽑았다.
2021년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와 도쿄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전 세계 남녀 선수 12명의 순위를 매겨 공개했는데 김연경은 여자 선수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2020-21시즌 V리그에서 흥국생명 준우승에 공헌하고 발리볼네이션스리그서도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으며 도쿄 올림픽에선 한국의 9년 만에 4강 진출을 이끈 압도적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발리볼월드닷컴은 “2021년은 김연경에게 획기적인 한 해”라면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3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안내했을 뿐 아니라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또 한 번의 4강행을 이끌었다”고 칭찬했다.
“아울러 그의 유튜브 구독자와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100만을 돌파했다. 배구 선수로는 최초의 기록"이라고 덧붙였다.
"김연경은 2021년을 통해 전 세계에 '한국 배구'를 새겼다"는 매체 평가처럼 김연경의 존재감은 국경을 초월했고 선수는 물론 문화 아이콘로서도 전무후무한 성과를 냈다.
삼산체육관 조명이 꺼지고 대형 스크린이 켜졌다.
흥국생명과 JT 마블러스, 페네르바흐체, 상하이 트러스트 시절 영상이 흐르고 4년 전 도쿄에서 포효한 김연경 모습이 쭉 이어졌다.
현역 시절 활약상을 편집한 특별 영상에 이어 흥국생명 구단이 김연경이 설립한 KYK재단에 유소년 배구 발전 등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금을 전달하는 순서가 진행됐다.
우승 반지와 모형 인형 전달식 이후엔 흥국생명 주장이자 '절친' 김수지가 등 번호 10이 새겨진 기념 액자를 선물했다.
우측 관중석 천장에서 대형 통천이 천천히 내려왔다.
통천은 숫자 10과 김연경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이었고 이때 사회자가 쩌렁쩌렁 큰 소리로 영구결번을 선언했다.
프로배구 역사상 다섯 번째 영구결번.
김연경은 남자부 OK저축은행에서 뛴 외국인 거포 로버트랜디 시몬(13번)과 현대캐피탈에서 16년간 활약한 문성민(15번)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의 '명 세터' 이효희(5번) IBK기업은행의 김사니(9번)에 이어 V리그 연감에 또 한 번 굵직한 발자국을 찍었다.
김연경은 "배구 인생을 돌이켜 보면 긴 여정이었다. 국내와 해외에서 뛰고 국가대표 선수로도 뛰면서 참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나 역시 재단과 아카데미를 통해 (앞으로) 어린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면서 "선수로선 코트를 떠나지만 (내가 떠난 뒤에도) 흥국생명 선수단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한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마지막으로 김연경은 플로어를 한 바퀴 돌고 도열한 흥국생명 후배들과 하이파이브로 은퇴식을 마무리했다. 조용히 코트를 떠나는 뒷모습엔 20년의 땀과 눈물,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김연경의 배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그는 흥국생명 어드바이저이자 MBC 예능 프로그램 ‘신임감독 김연경’의 ‘필승 원더독스’ 사령탑으로 한국 배구 발전에 일조한다. 지도자이자 멘토로 여전히 배구계 중심에 자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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