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뺏어라” 팬들의 애타는 구애…폰세와 디아즈는 즐거운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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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프로야구 2025 시즌이 종착역에 거의 다다랐다. 가을야구 최후의 승자를 가릴 무대가 다가온다. 올해 프로야구에서는 어느 해보다 외국인 선수들의 영향력이 두드러졌다. 한화 이글스와 SSG 랜더스는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으로 지난해보다 팀 성적이 향상되기도 했다. 반면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는 외국인 선수가 부진하면서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외국인 선수가 시즌 농사의 절반을 책임진다는 말이 증명된 한 해였다.
폰세의 MLB 몸값 최소 550만 달러…샐러리캡 넘어
소위 "(해외 출국을 막기 위해) 여권을 뺏고 싶은" 외국인 선수도 올 시즌 두드러졌다. 코디 폰세(한화), 르윈 디아즈(삼성 라이온즈), 드류 앤더슨(SSG), 제임스 네일(KIA 타이거즈) 등이 대표적이다. 시즌 중반을 넘어가면서 이들과의 이별을 걱정하는 팬이 늘어났다. 실제로 이들을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도 점점 많아졌다. 8월28일 한화와 키움이 맞붙은 서울 고척 스카이돔은 무려 11명의 스카우트가 찾기도 했다. 이날 한화의 선발 투수가 폰세였다.
폰세는 비록 9월20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개막 선발 17연승이 깨지기는 했으나 올 시즌 KBO리그 마운드를 평정했다. 지난 시즌 8위였던 한화가 2018년 이후 7년 만에 2위 이상의 순위를 확보할 수 있던 데는 폰세의 역할이 컸다. 한화 팬들은 폰세가 있는 올해를 1999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설 수 있는 적기라고 본다. 내년 시즌 폰세의 팀 잔류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2015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55순위로 밀워키 브루어스에 입단했던 폰세는 2020~21년 두 시즌 동안 빅리그에서 뛰었다. 20경기(선발 5경기)에 등판해 1승7패 평균자책점 5.86으로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이후 일본프로야구(NPB)에서 3년간 뛴 뒤 작년 말 한화와 계약했다. '인저리 프론'(유리 몸, 부상을 자주 당하는 몸이란 뜻)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KBO리그의 각종 투수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역대 외국인 투수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폰세의 경우에는 시즌 뒤 메이저리그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화 구단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잡겠다는 입장이지만 금액 차이가 클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의 경우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선(샐러리캡)까지 있어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연봉 싸움 자체가 안 된다.
KBO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 3명을 보유했을 때, '연봉+옵션+이적료' 등을 포함한 총액이 400만 달러를 넘지 않아야 한다. 다만 연차별로 10만 달러씩 증액이 허용되기는 한다. 즉 만약 한화가 현재 보유 중인 외국인 선수 3명(폰세, 라이언 와이스, 루이스 리베라토)과 전부 재계약을 하면 이들 셋의 연봉 총액 한도는 430만 달러로 조정된다. 한화는 폰세 외에도 올해 최대 95만 달러(옵션 20만 달러 포함)에 계약했던 와이스의 연봉 또한 올려줘야 해서 폰세 한 명에게만 많은 돈을 쓸 수 없다. 한화가 폰세에게 보장해줄 수 있는 최대 금액이 200만~250만 달러로 예상되는 이유다. 역대 KBO리그 외국인 선수 중 최고 연봉 기록은 더스틴 니퍼트가 2017년 두산 베어스에서 받은 210만 달러다.
메이저리그 구단들 또한 최근 선발 투수들의 부상·부진 속에 적극적으로 폰세 영입에 나설 가능성이 짙다. 에릭 페디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2023년 NC 다이노스에서 뛰면서 KBO리그 역대 5번째 투수 트리플 크라운(다승·탈삼진·평균자책점 1위)이자 외국인 투수 최초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던 페디는 시즌 뒤 2년 계약 총액 1500만 달러에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했다. 연평균 750만 달러 계약이었다. 시간은 다소 흘렀으나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4년(2015~18년) 뛰었던 메릴 켈리는 2018년 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년 보장 550만 달러, 옵션 포함 최대 1100만 달러 계약을 한 바 있다. 이런 사례에 비춰볼 때 폰세의 몸값은 최소 550만 달러에서 시작될 수 있다.
앤더슨·네일 등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표적 돼
앤더슨이나 네일 또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영입 타깃이 될 수 있다. 둘 모두 안정적인 선발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SSG와 KIA가 어떤 조건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이들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네일의 경우는 내년에 만 33세가 되기 때문에 다년 계약 여부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야수 중에서는 압도적인 장타력을 선보이고 있는 디아즈가 KBO리그를 떠날 수 있다. 몇몇 에이전트에 따르면, 디아즈는 현재 메이저리그 복귀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만 30세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빅리그에 재도전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디아즈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뛰었으며, 통산 성적은 112경기 출전, 타율 0.181(321타수 58안타), 13홈런 27타점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성적이다.
더군다나 디아즈는 SNS를 통해 아내와 반려견을 향한 악성 팬들의 위협을 받아왔다. 그는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자 아내 실레니아는 "누가 좋은 의도로 다가오는지 알 수 없어 두렵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즌 종료 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적절한 제안이 온다면 디아즈가 미국행 마음을 굳힐 가능성이 있다. 올 시즌 디아즈는 삼성으로부터 8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를 받았다. 과거 멜 로하스 주니어(KT→한신 타이거즈)나 호세 피렐라(삼성→히로시마 도요카프)처럼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프로야구(NPB)는 장타력 있는 1루수를 선호하는데 디아즈가 딱 그렇다.
KBO에서 NPB로 이적한 외국인 타자 중 가장 많은 액수를 받은 이는 로하스였다. 로하스는 2020 시즌 뒤 한신과 계약하면서 2년 550만 달러(연평균 275만 달러)에 계약했다. 삼성은 디아즈의 연봉을 많이 올려주겠다는 입장이지만, 올 시즌 1선발로 활약한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와도 재계약해야만 해서 한화와 마찬가지로 샐러리캡 여유가 없는 편이다. 2020년 당시 KT가 로하스를 붙잡을 수 없던 이유 중 하나도 샐러리캡이었다.
가을야구가 다가온다. 가을야구는 한 해 동안 팀의 기둥 역할을 했던 외국인 선수들과 작별의 시간도 될 수 있다. 외국인 선수들은 몸값을 올리기 위해, 혹은 방출을 피하기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승부의 끝에는 이별이 다가올 것이다. 누가 남고, 누가 떠날지는 빠르면 11월이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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