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어느 정도는 예견된 탈락이었다. 조별예선부터 삐걱대던 이창원호가 결국 16강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모로코를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16강에 간 것도 천만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한국은 지난 2019년 대회 준우승, 2023년 대회 준결승 진출을 이뤄냈으나 이번 대회를 16강에서 마감하며 3연속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모로코전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은 것은 결정력이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 결정적인 일대일 찬스를 놓치더니, 이후에는 슈팅 14개 중 단 3개만을 유효슈팅으로 연결하며 저조한 공격력을 보였다. 경기 종료 직전에 나온 페널티킥이 아니었다면 한국은 0-2 완패로 경기를 마감할 수도 있었다.

이창원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칠레 랑카과이의 에스타디오 엘 테니엔테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2025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전에서 1-2로 졌다.

한국은 4-4-2 전형을 사용했다. 두 유럽파 공격수 김태원(포르티모넨스 SC)과 김명준(KRC 헹크)을 투톱에 배치하고 김현민(부산 아이파크), 손승민(대구FC), 정마호(충남아산FC), 최병욱(제주SK FC)을 중원에 세웠다. 수비는 배현서(FC서울), 신민하(강원FC), 함선우(화성FC), 최승구(인천 유나이티드)가 맡았다. 골문은 홍성민(포항 스틸러스)이 지켰다.

모로코의 압박은 전반전 초반부터 거셌다. 모로코는 전반 1분 중앙 지역에서 공을 빼앗은 뒤 곧바로 역습을 전개했다. 다행히 슈팅은 홍성민이 쳐냈다.

반격에 나선 한국이 전반 4분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었으나, 김태원이 일대일 상황에서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김태원의 슈팅은 골문으로 향했지만, 공이 골문을 넘어가기 직전 모로코 수비가 걷어냈다.

기회를 살리지 못한 대가는 참혹했다. 한국은 전반 8분 모로코의 공격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선제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높게 떠오른 공을 모로코의 최전방 공격수 자비리가 오버헤드 킥으로 연결한 게 신민하의 몸에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강원 소속으로 이번 시즌 K리그 최고의 영건 중 하나로 꼽히는 신민하지만, 그도 자책골은 막을 수 없었다.

한국은 전반 42분 배현서와 최병욱을 활용한 공격 전개 끝에 정마호의 슈팅으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이 슈팅은 높게 떴다.

이창원 감독은 공격 과정에서 최병욱이 상대에게 반칙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페널티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비디오 판독 신청권(FVS)을 사용했으나,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 끝에 노 파울을 선언했다. 결국 전반전은 한국이 0-1로 끌려간 채 종료됐다.

한국은 후반 8분 빠른 공격 전개 끝에 손승민의 중거리슛으로 모로코 골문을 위협했다. 그러나 손승민의 슈팅은 수비 맞고 굴절됐다.

반면 모로코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13분 측면 공격을 통해 한국의 수비를 허문 뒤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이것을 자비리가 헤더로 연결해 한국 골네트를 흔들어 0-2가 됐다.

한국은 두 번째 실점을 내준 뒤 후반 16분 김현민, 최병욱, 김명준을 불러들이고 백가온(부산 아이파크), 이건희(수원 삼성)를 투입하며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공격 기회는 많았지만 문제는 결정력이었다. 한국은 끊임없이 모로코 수비를 두드렸으나 막상 유효슈팅으로 이어지는 공격은 자주 나오지 않았다.

후반 33분에는 이건희가 측면 돌파 이후 올린 크로스를 김현오가 다이렉트 슈팅으로 이어갔지만 모로코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 44분 상대 골문 앞에서 발생한 문전 상황에서는 최성구가 시도한 슈팅이 골문을 외면해 땅을 쳤다.

김명준, 정마호, 손승민을 대신해 김현오(대전하나시티즌), 성신(부천FC), 김호진(용인대)을 내보냈으나 경기 막판까지 득점은 없었다.

후반 추가시간이 되어서야 한국이 한 골 만회했다. 후반 추가시간 4분 한국에 페널티킥이 주어진 것을 키커로 나선 김태원이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만회골을 터트렸다.

한국은 추가시간에 추가시간을 기대했지만, 주심은 곧바로 경기 종료를 선언했다. 한국 선수들이 거세게 항의했지만 이미 종료 휘슬이 불린 경기가 재개될 수는 없었다.

결국 이창원호는 모로코전 1-2 패배로 U-20 월드컵 여정을 마무리했다.

아쉬운 결과지만 충격적이지는 않다는 평가다. 이창원호는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양민혁(포츠머스), 윤도영(SBV 엑셀시오르) 등 해외에서 뛰고 있는 동나이대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소집하는 데 실패하며 국내파 위주로 구성된 스쿼드를 갖고 대회에 임했다.

우크라이나, 파라과이, 파나마와 함께 B조에 속한 한국은 1차전에서 우크라이나에 패배한 뒤 파라과이와의 2차전에서 무승부를 거뒀고, 3차전에서 파나마를 상대로 2-1 진땀승을 거두며 와일드카드 제도를 통해 간신히 16강에 올랐다. 그러나 토너먼트부터는 더 이상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