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가 만난 사람] DP월드투어 직행 이정환 “아내 재가 떨어졌다. 목표는 내년 PGA투어 입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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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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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어렵게 얻은 기회인데 당연히 가라고 한다.”
지난 26일 끝난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정환(34·우리금융그룹)은 우승 직후 가진 인터뷰 때만 해도 “DP월드투어 진출은 아내와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런 그가 우승 하루가 지난 27일 국민일보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아내의 재가(?)가 떨어졌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DP월드투어와 KPGA투어 공동 주관 대회여서 우승자에게는 DP월드투어 2년간 시드가 주어진다.
DP월드투어는 이정환이 평소에 꿈꾸던 무대다. 그럼에도 그는 선뜻 진출 의사를 밝히지 못했다. 첫 번째 이유는 가족 때문이다. 그는 2021년 12월에 결혼해 작년에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 해율과 해소 남매가 있다. 자신이 DP월드투어로 떠나면 육아는 오롯이 아내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아내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고 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이유는 또 있다. 다름 아닌 스폰서 문제다. 국내에서 남자 선수들의 후원은 쉽지 않다. 특히 PGA투어를 제외한 해외 진출 선수에 대한 스폰서십은 냉담하기까지 하다. 이정환은 올해로 현재의 스폰서와 계약이 만료된다. 자칫 무적 신분으로 해외로 나갈 수 있다는 강박감이 그의 발길을 주춤하게 한 것이다.

이정환은 “후원자가 없으면 포텐셜이 아무리 좋아도 소용없다. 그것을 살려주는 스폰서가 있으면 더 많은 선수가 해외에서 국위 선양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아직은 일본 선수들한테 밀리는 느낌인데 이유가 있다. 일본 선수들이 그런 역량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일본 기업들의 적극적 후원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이 부럽기만 하다”고 했다.
물론 올해로 10년간 KPGA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 제네시스에 대한 고마움은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서가 아니라 KPGA의 일원으로서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라며 “제네시스가 없었더라면 나를 포함해 우리 선수들의 국제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량은 안 나왔을 것이다. 많은 다른 기업들의 관심과 지원이 있으면 한국 남자 골프는 더 높이 비상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정환 골프의 최종 종착지는 PGA투어다. 하지만 그가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그린 로드맵은 직행 코스가 아니었다. DP월드투어를 거친 우회적 입성이었다. 콘페리투어를 통한 도전은 비용과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지만 DP월드투어는 레이스 투 두바이 랭킹 ‘톱10‘에 들면 돈도 벌고 PGA투어 시드도 획득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정환은 DP월드투어 1년 시드를 주는 KPGA투어 제네시스 대상에 도전했다. 기회는 2차례나 있었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에 치고 나가지 못하면서 대상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다.
이정환은 “내 꿈은 무조건 DP월드투어를 가고 그 이후 PGA투어에 진출하는 것”이라며 “이번 우승으로 마침내 DP월드투어 시드를 얻게 됐다. 한 번 해보겠다”고 결기를 내보였다.
이정환은 DP월드투어와 공동 주관 대회에서 우승하며 DP월드투어로 진출하는 KPGA투어의 최초 선수가 됐다.

그 역사적 의미에 대해 그는 “우선 첫 번째라 영광스럽다. 2024년과 2025년 제네시스 포인트 상위자 자격으로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 출전했다. 해외 선수들과 경쟁을 했는데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라며 “코스와 환경, 문화에 적응하는 게 힘들 뿐이었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기량면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정환이 그렇게 말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작년 대회에서는 컷 탈락했지만, 첫 번째 출전이었던 2023년 스코티시오픈에서는 공동 46위의 성적표를 받아 쥐었다. KPGA투어 소속으로 스코티시오픈 컷 통과는 이정환이 최초였다.
아이언샷이 좋아 붙여진 자신의 닉네임 ‘아이언 맨’에 대해 그는 “정말 맘에 든다. 아이언샷을 잘하는 선수라는 평가에다 강한 이미지마저 심어주기 때문”이라며 “키가 크다 보니 다른 선수들에 비교해 롱 아이언 플레이가 좋은 것 같다. 러프에서 플레이도 별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DP월드투어에서 연착륙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부문도 중요하지만 체력에 방점을 두고 체계적인 운동을 통해 부족한 체력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스태프로 새로 팀을 짜는 것도 중요하다. 올해로 계약이 만료되는 현재의 에이전트 대신 투어에 강점이 있는 새로운 에이전트를 물색 중이다. 캐디는 일단 동생 정훈(32)씨에게 맡기기로 했다. 다양한 언어를 써야 하는 투어지만 우선 ‘스몰 토크’라도 하기 위해서는 영어부터 공부할 생각이다.
이정환은 당초 30일 개막하는 아시안투어 홍콩오픈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쌀쌀한 날씨에 동료들로부터 아이스 버킷 챌린지 수준의 우승 축하 물세례를 받는 바람에 심한 감기에 걸려 부득이 취소했다.
그는 “샷감이 워낙 좋아 꼭 출전하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다”라며 “대신 DP월드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인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에 출전할 예정이다”고 했다. 총상금 900만 달러가 걸린 이 대회는 오는 11월6일(현지시간)부터 9일까지 나흘간 UAE 아부다비의 야스 링크스GC에서 열린다.
이정환은 마음 같아서는 DP월드투어에 전념하고 싶다. 우승자 시드여서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대회는 모두 출전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이런저런 이유로 추이를 살펴야 한다. 국내 대회도 일정이 허락하는 대로 될 수 있으면 출전할 생각이다.
꿈은 꾸는 자의 몫이라고 했다. 이정환은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DP월드투어 진출이라는 첫 번째 꿈은 이뤄냈다. 이제는 두 번째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나가야 한다.
이정환은 “단순히 시드 유지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며 “DP월드투어 두바이 레이스 ‘톱10’에 들어 내년에는 PGA투어 진출하는 걸 목표로 잡고 있다. ‘꾸준한 선수가 되자’는 좌우명을 새기고 또 새겨 열심히 준비하겠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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