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2아웃 되고 라커룸 나왔는데···.” 50㎞ 떨어진 인천에서 날아든 ‘LG 우승’[LG 정규시즌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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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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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 144경기를 전부 치르고도 개운하지 않았다. 정상에서 깃발을 꽂을 날만을 기다리던 LG는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자력 우승에 실패했기에 손쓸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이 벌어졌다. 50㎞ 떨어진 인천에서 잠실로 우승이 날아들었다. 시즌 최종전 패배 이후 패색에 젖었던 잠실야구장은 한 시간 만에 축제 분위기가 됐다.
LG는 1일 2025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시즌 마지막 경기인 NC전에서 3-7로 패배해 자력 우승 기회를 놓쳤으나 같은 날 2위 한화가 SSG에 9회말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며 LG의 우승이 자동 확정됐다.
우승 확정 직전까지만 해도 LG는 승운을 소진한 듯 보였다.1일 NC전에서 LG가 이기거나 같은 날 열리는 한화-SSG전에서 한화가 지거나 비기면 LG가 우승하는 상황이었다. LG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외국인 투수 치리노스를 선발로, 선발 자원 손주영을 불펜으로 내보내며 총력전을 펼치고도 김태경을 필두로 불펜 데이를 운영한 NC에 졌다. 인천에서는 한화가 이기고 있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LG의 패색이 짙어졌다.
그러나 LG 팬들은 경기 종료 후에도 1시간 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고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비 때문이었다. 인천 경기 개시가 1시간 우천 지연된 탓에 진행이 늦었다. 한화가 5-2로 리드를 잡고 9회말 수비이닝에 돌입했으나 팬들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SSG 대타 현원회왁 이율예가 한화 마무리 투수 김서현을 상대로 2점 홈런을 하나씩 때리며 승부를 뒤집었다.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잠실을 덮었다. LG가 ‘우승당한’ 순간이다.
LG 선수단은 2023년에는 부산 원정 경기를 가는 버스 안에서 우승을 맞이했다. 올해는 ‘라커룸 우승’이다. 선수들은 우승이 확정된 순간 라커룸을 박차고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염경엽 LG 감독은 감독실에서 TV 중계로 인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염 감독은 “9회말에 홈런 하나가 나온 후에 볼넷이 나오길래 ‘(홈런) 하나 또 나오는 거 아닌가’ 했는데 바로 치더라”라며 “(이율예의) 스윙 자체에 펀치가 있길래 직구가 가운데에 하나 몰리면 홈런이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경기를 봤다. 9회말 김서현이 두 타자를 연속 땅볼 아웃시키며 2사 주자 없는 상황이 되자 선수들도 체념하는 분위기였다. 주장 박해민은 “2아웃이 되자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선수들이 한두 명씩 나가기 시작했다”라며 “저도 다 같이 보다가 2아웃이 돼서 집에 가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뒷좌석에서 경기를 보던 아내가 ‘넘어갔어, 차 돌려’ 해서 돌아왔다”라며 “요기 베라가 괜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한 게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1위 결정전 타이브레이커까지 갈 각오까지 하고 있었던 터라 우승의 감격이 더 컸다. 염 감독은 “타이브레이커에 가도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삼성 소속이던 2021년 KT와의 타이브레이커를 경험해 본 박해민은 “타이브레이커의 부담감을 이겨내는 게 쉽지 않은데 그 부담감을 날려벌리 수 있어서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아찔하게 우승한 LG는 이제 한국시리즈 준비에 돌입한다. 2일부터 사흘간 휴식한 뒤 합숙 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염 감독은 “1차 목표가 끝났으니 2023년 통합우승을 재현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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