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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출신' 포옛은 강등권의 전북을 어떻게 우승시켰나 [스한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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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수석코치로 EPL 리즈 유나이티드와 토트넘 홋스퍼, 감독으로는 EPL 선덜랜드, 스페인 라리가 레알 베티스, 프랑스 리그1 보르도, 그리스 대표팀을 이끌었던 거스 포옛(57·우루과이). 그가 전북현대의 지휘봉을 잡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대부분의 반응은 "진짜?"였다.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도 도전했지만 홍명보 감독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던 포옛은 몇 달 뒤 실제로 전북의 새 사령탑이 됐다. 그리고 불과 10개월 만에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며 강등 위기까지 몰렸던 팀을 우승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우승 기자회견장에서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승 기자회견에 참석한 포옛 감독과 주장 박진섭, 최철순, 이승우, 홍정호 등의 말을 통해 어떻게 전북이 1년만에 강등권팀에서 우승팀이 될 수 있었는지, 포옛은 무엇이 다른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전북은 어떻게 1년 만에 강등권 팀에서 우승 팀으로 변신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포옛은 무엇이 달랐을까.

ⓒ프로축구연맹

▶포옛 : 축구를 바꾸긴 쉽지만 정신을 바꾸기 어렵다

2009년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K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전북은 2021년까지 13년간 무려 9차례나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를 구축했다. 하지만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울산HD에게 우승을 내줬고 그 사이 전북은 우승에 실패하는 것을 넘어 지난해 10위에 그쳐 서울 이랜드와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러 겨우 K리그1에 잔류했다.

무리했던 세대교체, 검증되지 않은 감독선임, 주장단의 기강해이, 선수단의 돌발행동 등 갖가지 문제들로 전북은 마치 올시즌의 울산처럼 '우승 후 강등 문턱'에 갔지만 포옛 감독을 선임하고 다시 예전의 그 전북으로 돌아와 압도적 우승을 달성했다.

포옛은 전북 감독직을 수락하고 전북의 2024시즌 마지막 3개월간의 경기를 영상을 통해 분석했다고. "전북에 여러 가지 개선점이 필요해보였지만 축구적인 부분, 전술적인 부분은 조금만 수정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반면 정신적인 부분은 '바꾸기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얼마나 경기장에서 고통스러워했는지 보였다. 강등에 대한 압박감, 경기력에 대한 실망감이 컸을 거다"라고 말한 포옛 감독.

겨울 프리시즌 동안 2025시즌을 준비하던 전북 선수단 내부에서도 포옛 감독을 향한 의구심이 있었다고 한다. 독일 분데스리가까지 경험한 베테랑 수비수 홍정호는 이렇게 회상했다.

"솔직히 감독님의 수비 철학에 의심이 많았습니다. 시즌 전 연습경기에서도 실점이 많았고, 선수들끼리도 '이런 수비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시즌 중에 분명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하다 보니 정말 이게 되더군요. 결과가 나오니까 더 믿고 따르게 됐고, 결국 최소 실점 팀이 됐습니다. 제 축구 철학과 수비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연합뉴스

▶선수들 : 포옛은 이게 다르더라

포옛 감독은 K리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상대팀을 준비할 때 최근 5경기를 분석하지만, 막상 경기를 해보면 선발 11명 중 5명 정도가 예상치 못한 선수일 때가 많더군요. 상대의 변화가 잦아 감독으로서 당황스러운 순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상대 분석을 단순화하고, 상대보다 우리가 해야 할 것들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이어 "선수들과의 유대감, 그리고 선수와 감독 사이의 역할과 이해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올시즌 주전 베스트11에 들지 못해 후보로 교체출전이 많았던 이승우. 일반적으로 출전시간이 적은 선수는 감독에 대해 불만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승우는 언론을 통해 포옛 감독을 여러번 칭찬했다.

이날 역시 이승우는 포옛 감독이 한국 감독과 다른 점에 대해 "한국에서는 경기를 지면 '너희들이 게임을 많이해서, 잠을 늦게 자서, 놀러 다녀서'라는 외부요인을 끌고 온다. 그리고 이기면 '감독의 전술이 좋았다'며 감독 덕으로 얘기한다. 승패는 축구 그 자체로만 얘기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게 한국 축구 문화다"라며 "포옛 감독은 공과 사가 가장 확실한 감독이다"라고 말했다.

홍정호 역시 "'전북이 하위권에 있을 팀이 아니다'는 말은 오히려 스트레스만 가중했다. 포옛 감독은 그런 말 없이 오직 훈련장, 축구장에서 모습으로 평가했다. 훈련장, 축구장에서는 정말 엄하지만 끝나면 그렇지 않았다"며 사생활을 존중해주되 훈련장-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냉정했기에 오히려 축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프로축구연맹

▶포옛 "내 감독 인생 최고 업적은 전북 우승"

포옛 감독은 지난 4월5일 열린 대전 하나시티즌 원정 경기(2-0 승)를 올 시즌의 향방을 바꾼 결정적 분수령으로 꼽았다.

당시 전북은 개막 후 2승3무2패로 그리 좋지 않았던 상황. 포옛 감독은 "대전 원정경기에서 선발 라인업을 조정했다. 그리고 박진섭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쓰고 홍정호를 중앙 수비수로 하는 결정을 내렸고 수비가 안정됐다. 이 경기 이후 경기력이 좋든 나쁘든 이길 수 있는 팀이 됐다고 본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전북은 무려 26경기 무패행진을 내달리며 지난달 18일 아직 5경기나 남은 K리그1에서 우승을 조기확정할 정도로 압도적인 팀으로 거듭났다.

포옛 감독은 "이전 제 감독 커리어 최고 업적은 선덜랜드를 EPL 잔류시킨 것이었는데 당시에도 마지막 3경기를 남기고 기세를 타 잔류에 성공했었다"라며 "팀이 잘 나가려면 기세를 타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전북에서는 무려 26경기나 연속 무패를 했다. 제가 앞으로 감독 생활을 하면서 이 기록을 넘어설거라는 확신이 없을 정도로 정말 대단한 기록이라고 본다. K리그 우승과 26경기 연속 무패는 제 감독 커리어 최고의 업적"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강등권까지 추락했던 팀, 그리고 처음 발을 디딘 낯선 한국 무대. 그곳에서 포옛은 누구보다 빠르게 핵심을 읽어냈고, 선수단의 불신 속에서도 26경기 연속 무패와 조기 우승이라는 기적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EPL에서도 지휘봉을 잡았던 포옛이 "전북 우승이 내 인생 최고의 업적"이라고 말한 이유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전북 현대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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