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고종욱, 다시 뛰는 이유…‘아빠’라는 두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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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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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외야수 고종욱에게 2025년은 여러 감정이 교차한 해였다. 팀도, 개인도 아쉬움이 남았고 컨디션 이탈로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죄책감도 짙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그 어떤 시즌보다 따뜻한 변화가 다가오고 있었다. 곧 ‘아빠’가 되기 때문이다.
“12월 1일 예정이에요. 딸입니다”
그는 쑥스러워하면서도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지난 2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고종욱은 비시즌 훈련 스케줄을 소화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올해를 돌아보면 남아 있는 감정은 ‘책임감’이라고 했다.
“작년에 1위였잖아요. 올해는 하위권으로 끝나서 모두 아쉬웠죠. 저도 끝까지 못 뛰었고, 베테랑으로서 더 책임을 느꼈어요”
아쉬움 속에서도 그를 붙잡아준 순간이 있었다. 시즌 중 결승타들이 예상보다 많았고, 각각이 ‘아직 할 수 있다’는 신호처럼 다가왔다.
“그 경기들이 다 기억에 남아요. 그런 순간들이 저를 다시 끌어올렸죠”
팬들의 응원은 고종욱을 다시 일으켜 세운 에너지였다.
“2군 있을 때도, 여름에 잠깐 올라왔을 때도 제 유니폼 입은 팬들이 보였어요. 정말 힘이 됐어요”
맏형 최형우의 조언도 오래 남았다.
“형우 형이 최고참인데도 여전히 버티고 있잖아요. 제가 ‘밀렸나 보다’ 싶을 때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해줘요. 그런 말들이 정말 버팀목이 됐어요”
고종욱에게 팬과 선배는 불안한 마음을 붙잡아주는 존재였다.
지난해 2군에 머물며 그는 스스로 입지를 자주 의심했다.
올해 초만 해도 “앞으로 뭘 준비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많았다고 한다.
“솔직히 올 초엔 ‘슬슬 (은퇴를) 준비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여름에 기회가 왔고, 막상 올라가 보니 아직은 괜찮더라고요. 하고 싶은 야구를 조금 더 해보고 싶었어요”
올해 가장 큰 변화는 ‘부담을 내려놓은 것’이었다.
그는 데뷔 때부터 수비를 강점으로 평가받았지만, 그것이 어느 순간 압박으로 바뀌었다.
“제가 7점이면 7.5-8점만 만들면 되는데, 예전엔 10점을 만들려고 했어요. 억지로 하다 보니 오히려 마이너스였죠”
생각을 바꾼 뒤 플레이가 편해졌다.
“감독님이 공격 쪽을 기대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수비 부담을 조금 내려놓으니 편해졌고, 플레이도 더 잘됐어요”
6월의 반등도 잊기 어렵다.
‘함평 타이거즈’라 불릴 만큼 젊은 선수들이 흐름을 이끌었고, 그 위에 본인의 활약이 자연스럽게 더해졌다.
“선우가 잘했고, 호령이도 바로 올라와서 잘하고, 백업들도 힘을 내니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다 같이 할 수 있다는 느낌이 있었죠”
무엇보다 그에게 가장 큰 원동력은 가족이었다. KIA로 온 뒤 결혼했고, 올 시즌을 치르는 동안 그는 아내와 아이를 떠올릴 일이 많았다고 한다.
“가족을 생각하며 진짜 절실하게 했어요. 그냥 끝까지 해보자, 그런 마음이었어요”
6월 LG전 승리 후 인터뷰에서 눈물이 터졌던 에피소드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아내가 ‘아이도 생겼는데 한번 알려라’고 장난처럼 말했거든요. 제가 ‘할게 할게’ 했는데 정말 기회가 생겼어요. 인터뷰 막상 하다 보니 감정이 올라오더라고요. 아내와 아이를 생각하면 그 동안 마음 고생도 있었고, 그 순간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는 이제 곧 태어날 딸을 떠올리며 준비 중이다. 설레고, 부담되고, 책임감이 밀려온다고 했다.
“아직 실감이 잘 안 나요. 근데 이제는 제가 더 잘해야죠. 아빠가 되니까 내년에 더 절실해질 것 같아요”
비시즌 계획도 이미 세워놓았다.
“그 동안은 웨이트 중심이었는데 올해는 런닝 비중을 늘리려고요. 선빈이랑 체중 조절 계획도 세웠어요. 선빈이 식단 하는 거 보고 놀랐어요”
그는 몸을 잘 만드는 게 곧 내년 성적의 출발점이라고 믿는다.
고종욱은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달리기가 빠르면 몸 쓰는 게 훨씬 자유로워요. 주루가 되면 기본적인 3툴은 갖출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주루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빠른 게 경기력에도 확실히 유리하니까요”
그에게 속도와 주루는 단순한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야구를 유지하게 하는 중심이었다.
내년 팀 상황도 현실적으로 보고 있었다.
“찬호가 빠졌지만, 주전들이 올해보다 조금씩만 더 하면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봐요. 저도 많이 뛰어서 힘을 보태고 싶어요”
후배들에게 당부의 메세지도 남겼다.
“비시즌 두세 달이 시즌 전체를 좌우하잖아요. 이번 겨울 잘 준비해서 내년에 더 좋은 모습 보여주길 바라요. 후배들이 저보다 더 좋은 길을 걸었으면 합니다”
팬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는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답했다.
“제가 나오면 좀 기대되는 선수였으면 해요. ‘쟤 나오면 뭔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 찬스에 강한 선수, 그게 목표에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를 요청하자 단호하게 힘을 주며 말했다.
“이번 시즌 아쉬웠지만, 내년엔 꼭 가을야구 할 수 있게 준비해야죠. 저도 보탬이 되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종욱에게 올 겨울은 이미 시작돼 있었다. 곧 아빠가 되는 해,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을 다잡고 있었다. 내년, 그는 또 다른 책임감을 품은 채 필드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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