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춘추]

22세 좌완의 어깨가 무겁다.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2025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 선발로 예고된 SSG 김건우(22) 얘기다. SSG가 삼성에 1차전을 패배한 뒤 전화위복이 필요한 상황, 선발 등판 중책을 맡았다.

김건우는 올 시즌 5월 중순까지 구원 투수였다. 박시후, 김택형, 한두솔과 함께 좌완 불펜 역할이었다. 하지만 5월 초를 끝으로 선발 자원인 박종훈이 부진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SSG는 공백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선수를 선발로 투입했고, 김건우도 5월 24일 경기를 기점으로 시즌 막바지까지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 6월 4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5이닝 무자책으로 데뷔 첫 선발승을 기록하는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7월 2차례, 8월 1차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는 등 팀내 입지가 굳건한 선수는 아니었다. 호투하는 날도 있었지만, 7월 23일 경기에서는 1.2이닝 동안 사사구 4개를 허용하고 강판당하는 등 성적이 들쑥날쑥했다. 8월 말소 이후에는 한 달가량 1군에 모습을 비추지 못했다.

하지만 콜업된 9월 23일 KIA 타이거즈 상대 홈경기에서 5.1이닝 12탈삼진 무자책으로 역투를 펼치더니, 다음 등판이었던 9월 30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5이닝 4탈삼진 2자책으로 승승장구했다. 두 경기 모두 승리투수가 되며 SSG의 정규시즌 3위 수성에 힘을 보탰다.

한편, 시즌 내내 에이스로 활약했던 드류 앤더슨은 장염 증세로 회복이 필요하고, 3차전 선발로 출격할 전망이다. 화이트는 1차전 선발로 나갔다. 가용 자원 중 올 시즌 선발로 나선 경험이 있는 김광현, 최민준, 문승원, 전영준을 모두 제치고 김건우가 발탁됐다. 통산 포스트시즌 23경기 94.1이닝을 던졌고, 국가대표 경험도 풍부한 김광현보다 김건우가 먼저 출격한다.

김광현은 올 시즌 28경기에서 144이닝 10승 10패 평균자책 5를 기록했다. 덕아웃 리더로서 팀에 꾸준히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었지만, 스스로도 "개인 성적이 아쉽다" 말할 만큼 이름에 걸맞지 않는 기록이다.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 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도 5이닝 6자책이었다. 선발 성적만 보면 평균자책 3.22였던 김건우가, 컨디션 등 여러 요소를 종합했을 때 비교우위에 선 것으로 보인다.

김건우의 올 시즌 첫 선발승은 삼성을 상대로 거뒀지만, 시즌 삼성 상대 전적은 9.1이닝 평균자책 6.75다. 상대했던 9개 구단 중 평균자책이 가장 높다. 김건우 입장에서는 이를 극복해야 한다. 

SSG는 전신인 SK 시절부터 지금까지 9번의 5전 3승제 시리즈를 치렀다. 1차전에서 패배한 적은 5번이다. 그중 상위 라운드로 진출한 사례는 두 번이다. 2009년 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패패승승승'의 기적을 썼고, 2011년 준플레이오프에서도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패승승승'을 거뒀다. 2011년에는 기세를 몰아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1차전 패배는 이미 돌이킬 수 없지만, 2차전을 가져오면 시리즈 균형이 맞춰진다. 그러면 SSG는 3차전에서 '필승 카드' 앤더슨을 내세우고 시리즈 우위를 노릴 수 있다.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김건우의 활약이 중요하다. 22세 영건이 팀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