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2 사실상 폐지, 한국 유일 ‘우려 내비친’ 정정용 감독 “별도 리그 없는 현실 어린 선수 성장 어려워질 수 있다” [이근승의 믹스트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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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2(22세 이하) 제도가 K리그1에선 사실상 폐지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6시즌부터 K리그1에선 U-22 선수의 출전 여부와 관계없이 경기 중 5명을 교체할 수 있게 했다. 연맹은 ‘출전 명단(총 20명)에 U-22 선수가 2명 이상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규정만 유지했다. U-22 선수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해서 교체 카드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U-22 선수가 명단에 한 명밖에 없으면, 엔트리만 19명, 한 명도 없으면 엔트리는 18명으로 준다.
연맹이 해당 규정을 처음 도입했던 건 2013년이다. 당시 저연령 선수 의무 출전 제도를 도입하는 데 힘을 보탰던 이가 김천상무 정정용 감독이다. 정 감독이 대한축구협회(KFA) 전임 지도자로 있을 때였다.

해당 제도는 점점 강화됐다. 2021년부턴 U-22 선수가 2명 이상 선발 출전하거나 1명 선발 출전 후 1명 이상 교체 투입될 때 5명 교체 가능, U-22 선수가 1명 선발 출전하고 추가로 교체 투입이 없을 때 3명 교체 가능, U-22 선수가 선발 출전하지 않으면 2명 교체 가능으로 변화했었다.
연맹은 2024시즌부턴 교체 가능 인원을 늘리면서 U-22 규정을 다소 완화했었다.
축구계의 반발이 심했던 규정인 건 맞다.
프로의 세계에서 22세 이하란 이유 하나로 특혜를 준다고 볼 수 있었기 때문. 수많은 지도자, 선수가 이 제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단, U-22 제도가 한국 축구에 필요했던 이유와 긍정적인 영향은 꼭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U-22 제도로 더 많은 젊은 선수가 지도자의 눈에 들었던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많은 구단이 이 제도로 이전보다 유소년 육성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3연패, 2019 U-20 월드컵 준우승, 2023 U-20 월드컵 4강 등의 눈부신 성과 뒤엔 U-22 제도의 기여가 상당했다.



오현규(24·KRC 헹크), 양민혁(19·포츠머스 FC), 윤도영(19·엑셀시오르 로테르담), 이영준(22·그라스호퍼 클럽 취리히) 등이 대표적이다.
정정용 감독은 한국에서 보기 드물게 K리그1에서 사실상 폐지된 U-22 제도에 우려를 표했다.
정정용 감독은 2019 U-20 월드컵에서 한국 남자 축구 역사상 최초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결승 진출을 이끌었고, 김천에선 국군체육부대 역사상 최초 2시즌 연속 K리그1 파이널 A에 진입하는 등 선수 육성에 있어선 한국 최고로 꼽히는 지도자다.
‘MK스포츠’가 정정용 감독에게 K리그1에서 사실상 폐지된 것이나 다름없는 U-22 제도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물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나가는 팀들을 생각하면, 당연한 변화라고 본다. K리그가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려면 흐름에 맞춰갈 필요가 있다. 문제는 U-22 제도 변화다.
Q. 사실 정정용 감독과는 이 얘기가 하고 싶었다. U-22 제도, K리그1에선 폐지라고 본다.
이야기한 대로 K리그1에선 U-22 제도가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U-22 선수의 출전 명단 포함 여부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K리그1에선 U-22 선수의 경기 출전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팀이 5장의 교체 카드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까닭이다. 내가 KFA에 있을 때 U-22 제도를 만들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Q. 연령별 대표팀 감독할 때인가.
그렇다. 나는 연령별 대표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오래 했다. 우리가 연령별 대회에선 좋은 성적을 내는데 그 세대의 많은 선수가 프로로 올라가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일이 잦았다. 그때 가장 큰 고민이 20~22세 선수의 경기 감각이었다. 이 시기가 정말 중요하다. 꾸준히 경기에 나서면서 성장해야 할 시기인데 경기를 못 뛰는 거다. 우린 유럽처럼 20~22세 선수가 뛸 수 있는 별도의 리그가 없지 않나.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운 환경인 거다. 제아무리 뛰어난 재능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꽃을 피울 수 없다.

그런 게 있었지. 일본 J리그는 내년부터 U-21 리그를 운영한다. 포스트 유스(19~21세) 연령대 선수 육성 및 강화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거다. 우리도 U-21 리그가 창설되면, U-22 제도 같은 건 없어도 된다. 큰 걱정이 사라진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KFA에 있을 때 B팀 창설을 적극적으로 주장했었다. B팀이 K3, K4리그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어린 선수 육성에 아주 큰 힘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우리 축구 현실상 모든 팀이 B팀을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다.
Q. U-22 제도의 단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U-22 제도로 오현규, 양민혁, 윤도영 등이 일찍이 기회를 받고 유럽으로 나아갔다고 본다. 연령별 대회에서의 꾸준한 성과 역시 U-22 제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데.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거다. 과거로 돌아갔다.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론 어린 선수들이 U-22 제도가 있을 때만큼 기회를 받을 수 있을까 싶다. 예외는 있을 거다. 포항 스틸러스가 대표적이다. 포항은 시스템이 아주 잘 구축된 팀이다. 팀의 방향성 자체가 유소년, 젊은 선수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포항은 U-22 제도가 있든 없든 뛰어난 재능을 계속 만들어내고 뛰게 할 것이다. 문제는 ‘포항을 제외하고, 어린 선수를 잘 육성하고 활용하는 팀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봤을 때 쉽게 답을 할 수 없다는 거다.
K리그에선 환경이 열악한 시도민구단조차 당장 성적을 내지 못하면 안 된다. 유소년에 신경 쓸 자본도 여유도 없다는 거다. 이젠 유소년에 투자할 적은 자본과 시간마저 눈앞의 성적을 내는 데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해는 된다. 지도자는 성적을 내지 못하면, 일자리를 잃게 된다. 감독도 축구인이기 전에 한 집안의 가장 아닌가. 오직 한국 축구의 발전만을 위하라는 건 현실적이지 못하다. 참 어려운 문제다. 나도 U-22 제도가 특이한 제도란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Q. 무슨 뜻인가.
U-22 제도가 많은 분이 지적하듯이 프로의 세계에선 이해가 안 되는 제도이기도 하다. 프로의 세계에서 22세 이하 선수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제도가 맞지 않나. 세계에서 U-22 제도를 두고 있는 건 한국이 유일하기도 하다. 다만, 앞서서도 말했지만 K리그의 특성과 현실상 이 제도라도 두지 않으면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꾀할 수 없기에 만들었던 거다. 모든 구단이 포항처럼 장기적인 계획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면 걱정이 없겠지만 그게 아니지 않나. 처음 U-22 제도를 만들 때 제일 많이 들었던 소리가 무엇인지 아나.

‘U-22 제도 만든다고 해서 프로의 세계에서 경쟁이 되겠느냐’는 거였다. 우리 축구 역사를 돌아보면,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에 와서 자리 잡은 사례는 매우 드물다. 최문식을 시작으로 이청용, 기성용 등이 있지만, 몇 안 된다. 정말 드문 사례다. U-22 제도 효과가 미미했던 구단들이 있다. 하지만, U-22 제도를 통해 큰 성장을 이룬 선수도 많다. U-22 제도로 유소년에 더 신경 쓰고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 구단들도 있다. 이는 한국 축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고 본다.
Q. 요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독일 분데스리가 등 유럽 빅리그를 보면, 10대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특히, 10대 선수가 기회를 많이 받는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나아가는 연령대도 10대가 확실히 늘어나고 있다.
KFA에서 전임 지도자 할 때 유럽을 정말 많이 다녔다. 유럽 빅클럽일수록 선수의 재능을 빨리 파악한다. 10대 선수가 경쟁력을 보이면, 확실하게 밀어준다. 한국은 그게 어렵다. 앞서서도 말했지만, 매 경기 결과에 따라서 지도자의 목이 날아갈 수도 있지 않나. 지도자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그러면서도 한국 축구의 미래가 걱정되기도 한다. 내가 서울 이랜드에서 나와서 경일대학교를 이끌지 않았었나. 대학에선 U-22 제도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
Q. 축구계에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KFA 회장 선거 때도 대학 감독들이 가장 큰 목소리를 냈던 게 U-22 제도 폐지 아니었나.
나는 대학에 있을 때도 U-22 폐지를 반대했다. 한국 축구가 발전하려면 프로가 잘 돼야 하는 것 아닌가. 어린 재능들이 프로에서 빛을 봐야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거다. 대학 지도자들의 입장과 사정도 이해하지만, 우리 축구가 발전하려면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건 프로다. 이건 세계 어딜 가든 똑같다.

부대에서 이야기가 나왔다. K리그1에선 U-22 제도가 없어지긴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U-22 선수를 뽑고 싶다. 부대에 그렇게 이야기했다. 김천은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군 복무 중인 선수들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김천은 한국 축구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팀이다. 나는 그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김천을 맡고 있다. 어린 선수들을 계속해서 뽑고, 훈련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어린 선수에게 계속 기회를 주고 싶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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