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다니던 대기업을 퇴사한 김낙수는 구직 활동에 나섰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가는 회사마다 “200만원 이상은 안 된다”, “세전 220만원”이라며 200만원 초반대 월급을 제시했다. 나이 때문에 아예 탈락하는 경우도 있었다.

친구 놈팽이(박수영)가 “영업은 원래 기본급 짜고 다 인센티브 아니냐”고 하자 김낙수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난주까지 대기업 부장이었는데 그 돈 받고 어떻게 일을 하냐. 편의점 배송기사도 월 500만원인데”라고 한탄했다.

편의점 배송기사 500만원, 퀵서비스 350만원, 대리기사 400만원, 골프 강사 700만원 등 예상 수입을 계산하던 김낙수는 현실에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

월세 3200만원을 받는 건물주 친구 놈팽이를 부러워한 김낙수는 상가 분양 광고에 눈을 돌렸다. 놈팽이는 “퇴직금 절대 손대지 말고 가만히 냅둬라. 사람이 체질에 안 맞는 짓을 하면 몸이 아프다”고 경고했지만 소용없었다.

분양 사무소를 찾은 김낙수에게 실장(이규성)은 당초 16억원이던 상가를 11억원으로 낮춘 뒤 “바로 3억 붙여 팔면 앉아서 4억 번다”고 유혹했다. 협상 끝에 10억 5000만원에 계약한 김낙수는 “5억 5000만원 깎아준 건 비밀”이라는 말에 자신만 특별 대우받았다고 착각했다.

아내 박하진(명세빈)과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퇴직금 전부를 사용한 것은 물론 신용대출까지 받아 잔금을 치렀다. 월세 900만원을 받으며 사는 꿈에 부푼 김낙수는 토스트 프랜차이즈와도 속전속결로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계약 직후 분양 실장은 전화번호를 바꾸고 잠적했고, 임차인은 “가게 못 할 것 같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놈팽이가 보낸 수익형 부동산 사기 수법 관련 기사를 확인한 김낙수는 자신이 당한 수법과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상가 건물로 달려간 김낙수는 근처 부동산에서 충격적인 진실을 들었다. “지난주에 방송국에서 찍어가던데, 한 3억에서 팔릴까 말까 한 상가를 10몇억씩 받고 팔았단다”는 것. 역세권이라던 것도 거짓이었다. 지하철 착공이 이미 오래전 연기된 상태였다.

병원, 헬스장 입점 예정이 모두 거짓이었던 것을 알게 된 김낙수는 심장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상가 건물 앞은 김낙수처럼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로 북적거렸다.

이날 방송에서는 김낙수가 건강검진 결과를 받는 장면도 그려졌다. 심폐기능, 골밀도, 혈압, 간 수치, 콜레스테롤 모두 정상이었고, 의사는 “생식 기능도 아주 왕성하다. 정자 수, 운동성, 형태 모두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만 53세인 김낙수의 신체 나이는 41세였다. “41, 41 정자왕!“을 외치며 뿌듯해하던 김낙수는 아내에게 “신체 나이 41살이라잖아. 당신 연하남이랑 사는 것”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이런 건강함도 사기 피해 앞에서는 무색해졌다.

한편 아버지에게 3000만원을 부탁했던 아들 김수겸(차강윤)은 “사기 친 놈 잡혔다”며 거짓말을 했다. 실제로는 학교 구내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마련하고 있었다.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는 매주 토·일요일 오후 10시 30분 방송된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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