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니키리 "유태오, 무명 시절 BIFF 레드카펫 세웠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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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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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태오의 아내이자 예술가 니키리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이번 참석은 매니지먼트 대표로서 소속 배우들과 함께하는 공식 행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예술가, 배우의 아내, 그리고 회사 대표라는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니키리에게 그간의 여정과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19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니키리는 "2000년대 초반부터 부산국제영화제에 자주 왔었다. 결혼 전에도 개인적으로 놀러왔기 때문에 영화제에 얽힌 수많은 추억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때 저에 대한 다양한 루머가 있었어요. 한국 엔터에 관심이 있는 홍콩 갑부의 딸이라는 소리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태오와 결혼하고 아내로서 영화제에 온 적도 있죠. 저 역시 감독으로 올 수는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소속사 대표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올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습니다."
지난해 프레인글로벌 여준영 대표와 의기투합해 매니지먼트사 비트닉을 공동 설립한 니키리. 남편인 유태오가 가장 먼저 합류했고, 이후 신인 배우 오규희를 영입했다. "제가 배우 두 명과 스태프들을 데리고 영화제에 오다니 사람 일은 정말 알 수가 없네요. 일하러 오니 정말 바빠요. 예전 같으면 술자리와 파티로 시간을 보내고, 다음 날 마사지 받고 사우나를 할 텐데... 하하. 지금은 아침 8시 반에 기상해 밤까지 일하고 있어요."
남편 유태오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으로 선정됐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레토'로 유명세를 탄 그는 영화 '버티고'와 '패스트 라이브즈'를 비롯해 드라마 '머니게임' '보건교사 안은영' 등 다양한 작품에서 호연을 펼쳤다.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웃던 니키리는 "결혼 초기에 유태오가 배우로서 아무 활동이 없을 때, 내가 디올 수트를 사 입히고 부산국제영화제에 데리고 온 적이 있다. 그때 친한 감독님에게 부탁해 레드카펫을 같이 걸어 달라고 했다. 사실상 내 첫 매니징이었다"고 털어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태오와 부산국제영화제의 첫 인연이었네요. 제가 2007년에 결혼해서 아마 그즈음이었던 거 같은데... 배우로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 레드카펫을 걷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때는 지금보다 자유로운 분위기라 그게 가능했던 거 같아요. 어쩌면 그래서 태오가 영화제랑 인연이 많은가 봐요. 태오는 지금도 레드카펫 위에서 너무 여유롭죠."
니키리는 평소 남편과의 동반 노출에는 거리를 둔다. "저는 남자 배우가 섹시했으면 좋겠어요. 태오가 제 남편인 건 모두가 알지만, 사람들이 직접 보는 이미지와 추상적으로 아는 건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전 태오가 가정적인 남편보다는 독보적이고 섹시한 배우로 보였으면 해요."
그렇다면 소속사 대표로서 바라보는 유태오의 장점은 뭘까. "성실함이죠. 늘 저를 감동시켜요. 어제도 새벽 3시 반까지 사람들과 술 마셨는데, 방에 들어가서 대본을 계속 보더라고요. 아침 8시 반에 일어나 운동 갔다가 또 하루종일 대본을 보고요. 감독들에 대한 정보나 작품도 다 찾아봐요. 혹시나 어디서 만나면 막힘없이 얘기하려고요. 그런 성실함이 참 꾸준해요. 존경할 만큼 일관성 있죠. 영화를 사랑하는 열정이 아마 죽을 때까지 변치 않겠구나 싶어요."
니키리에게 부산은 화려했던 추억의 공간이기도 하다. 한때 영화계 인사들이 다함께 배를 빌려 바다 위에서 파티를 열었던 기억을 꺼내며 "그 배가 침몰하면 한국 영화계가 침몰한다는 농담까지 나왔다"며 웃었다.
매니지먼트사 비트닉을 세운 니키리는 사업가라기보다는 예술가로서, 직감과 본능에 따라 스타를 발굴하고 몰입한다. 비트닉의 출발은 우연이었다. 여준영 대표의 제안이 먼저였고, 니키리는 "보고서를 한 장이라도 써야 하면 하지 않겠다. 내 방식대로 운영할 것"이라는 조건하에 회사를 열었다.
니키리는 매니지먼트의 본질을 "흙 속의 보석을 찾아내 빛나게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유태오가 무명 시절부터 세계적인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방향성을 제시해온 만큼, 이 업이 가장 잘 맞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때는 아내로서 서포트했지만, 시스템이 있는 건 아니었죠. 태오는 예전에도 제가 옆에서 전략을 짜줬고 지금도 짜고 있어요. 이제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동하다 보니 본인이 직접 판단하는 부분이 많지만, 큰 방향에서 어찌 갈 것인가 하는 건 같이 얘기해요."
그가 발굴한 첫 신인은 오규희와 박정주다. 오규희는 SNS를 통해 처음 발견했다. "눈빛이 드글거렸다. 보자마자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 3년 전부터 함께 준비했다"고 밝힌 니키리는 서로 색채가 너무 강해 다툼도 있었지만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다며 웃었다.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 왔고, 연기 수업을 해보자 했죠. 매니지먼트를 아는 회사에 맡기려 했다가 흐지부지됐어요. 그런데 이번에 회사를 만들면서 영입을 한 거에요. 꽤 큰 회사들이 이 친구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자기와 뜻이 맞는 회사가 없었다더라고요. 당찬 친구죠. 그래서 고른 게 나예요. 하하."
박정주는 니키리에게 긴 DM을 보내며 인연이 시작됐다. "비트닉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저의 전시를 다녀온 소감을 길게 썼는데 거기서 기세를 봤어요. 블로그에 들어가서 기타를 치며 '빗속에서'를 부르는 영상을 봤는데, 한 소절 듣고 빙그레 웃었어요. '이 친구 물건이다' 생각했죠. 만나기도 전에 제가 '박정주'라는 활동명부터 지었어요. 빨간 구슬이라는 뜻이예요. 전통국악에 관심이 많고, 성숙하면서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죠."
회사는 법인 설립 1년 만에 사옥을 마련하고 내년 봄 정식 출항을 앞두고 있다. "이제 신인 배우 영입은 끝났어요. 만약 기성 배우가 합류를 원한다고 하면 생각해보긴 하겠지만, 소속 배우가 총 5명 이상은 되지 않았으면 해요. 회사가 커지는 건 원치 않거든요. 알토란같이 작고 알차면서 복지 좋은, 멋지고 아름다운 회사로 남고 싶어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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