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3년만 부활 '대학가요제' PD "故 신해철 자녀, '그대에게' 무대 부른 이유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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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고(故) 신해철 11주기 새벽, '그대에게'가 고인의 자녀 목소리로 다시 울려 퍼졌다.
26일 오후 10시 50분 방송된 '2025 MBC 대학가요제-청춘을 켜다'는 13년 만의 부활을 알리며 세대를 잇는 감동의 장을 만들었다.
1977년 첫 회를 시작으로 심수봉, 노사연, 유열, 무한궤도(신해철), 전람회(김동률), 김경호, 이한철 등 숱한 전설을 배출해온 '대학가요제'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신인 발굴의 요람이자, 청춘의 꿈과 열정을 담아온 상징적 무대다. 2012년을 끝으로 중단됐지만, 여전히 '청춘의 무대'라는 이름으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2025년, '청춘을 켜다'라는 타이틀로 13년 만에 다시 불이 켜졌다. 연출을 맡은 김문기 PD는 "'대학가요제' 부활을 바라던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 방송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번 '대학가요제'를 반겨줬다"며 "K팝 시장이 세계적으로 커졌고, 저도 즐겨 듣지만, 대학생활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담은 그들만의 음악에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그런 음악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생긴 것에 개인적으로 보람이 있다"고 '대학가요제'의 귀환을 반겼다.
부제는 '청춘을 켜다'. 청춘의 감성이 다시 울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타이틀이 붙어졌다. 김 PD는 "청춘의 목소리를 켜는 말 그대로 턴 온(turn on)의 의미도 있지만, 현악기를 연주할 때 '악기를 켠다'고 하지 않느냐. 그들의 청춘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같은 의미다"라며 청춘들의 목소리를 악기라 표현했다.

무엇보다 이번 '대학가요제'를 진두지휘한 김문기 PD는 '복면가왕', '쇼! 음악중심', '가요대제전' 등 MBC 음악 예능의 대표 프로그램들을 이끌어온 핵심 연출자다. 대형 무대와 라이브 연출에서 탁월한 감각을 보여온 그는 이번에도 심사위원과 스페셜 공연 모두에 공을 들였다.
심사위원으로 윤상, 이적, 박칼린, 이원석(데이브레이크), 이영현, 육중완, 김용준(SG워너비) 등 세대를 잇는 '드림팀'을 구성했고, 스페셜 무대에는 익스 이상미, 우즈, 다이나믹 듀오 & 신스, 이무진, 루시, 엑시디너리 히어로즈, 힛지스, 아이덴티티가 참여해 역대 수상곡을 재해석했다.
김 PD는 "오랜만에 하는 만큼 축하공연 비율을 높였다"며 "'대학가요제'를 추억하는 세대부터 지금의 청춘까지,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MC는 장도연, 이준영, 김민주가 안정적인 호흡으로 무대를 이끌었다. 김 PD는 "제가 굉장히 바라던 세 분의 조합이 성사돼서 좋았다"라며 "김민주 님은 저와 '쇼! 음악중심' 인연으로 한 달음에 달려와 주셨다. 드라마 '샤이닝'의 주연으로, 바쁘게 촬영 중이었는데도 흔쾌히 와주셔서 감사하다. 이준영 님은 '복면가왕' 때 인연이 있었는데, 오고 가면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해 주셨다. 무작정 드린 연락에 바로 OK 해주셔서 영광이었다. 장도연 님은 센스와 재치가 남다르셔서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응해주셨다. 다들 너무 고생하셔서 미안하고, 동시에 정말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이런 제작진의 만반의 준비에도 불구하고, 본선 당일 무대는 예기치 못한 난관을 맞았다. 본선이 열린 10월 3일 개천절. 부산 국립한국해양대학교 아치잔디공원에는 하늘이 열린 듯 폭우가 쏟아졌다.
김 PD는 당시 현장을 "전쟁터 같았다"고 표현했다. "날씨가 전날도 다음날도 좋았는데, 당일엔 폭우였다. 그냥 하늘이 열린 게 아니라 뚫렸더라. 전쟁 같은 현장은 오랜만이었다. 무대 장치들을 많이 보여드리지 못해서 개인적으로 아쉽다. 라이브로 악기를 진행하다 보니 공연이 지연돼 객석에 계신 분들이 많이 추우셨을 거다. 또 당시 카메라 세 대 렌즈가 타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 중간에 멈추기도 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남아준 관객분들과 스태프분들께 죄송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다."


그러나 끝없이 퍼붓는 비 속에도 청춘의 사운드는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젖은 악기를 쥔 참가자들과 우비를 입은 관객이 함께 만든 장면은 오히려 '청춘' 그 자체였다.
이날 부산의 밤을 적신 무대에는 전 세계 115개 대학, 약 2000여 명의 대학생이 응모했고, 그중 단 11팀만이 창작곡으로 본선 무대에 올랐다. 대상은 카덴차, 금상은 H.i.M과 Y507, 은상은 김가연, 동상은 초동이 차지했다.
뜨거운 무대 여운은 김 PD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 PD는 "이제는 대학생들도 DAW(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을 자유롭게 다룬다"며 "예전엔 전문가만 쓸 수 있었지만, 기술이 보급되면서 누구나 컴퓨터로 세련된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악기 연주에 MTR을 결합해 자신들만의 음악을 만드는 시도들이 흥미로웠다. K팝에서도 DAW가 쓰이지만, 이번 무대는 그와는 또 다른 결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즘 젊은 세대도 감성과 낭만을 품고 있다. 세대 간 단절이 아니라,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분명 존재한다고 느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 공감의 정점은 '그대에게' 무대에서 완성됐다. 방송이 27일 0시를 넘긴 시각, 공교롭게도 고 신해철의 11주기 새벽. 고인의 자녀 신하연 양과 신동원 군이 밴드 루시와 함께 '그대에게'를 부르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1988년 '대학가요제' 대상곡이자 청춘의 영원한 찬가 '그대에게'가 37년 만에, 그리고 11주기에 다시 무대 위에 오른 셈이다. AI 기술로 복원된 신해철의 음성이 서두를 열고, 루시와 자녀들의 목소리가 이를 이어받았다.
김 PD는 "그 노래를 굉장히 좋아하고 선배님을 존경하는 밴드 루시가 같이 불러줘서 고마웠다"며 "당시 따님이 관객분들에게 '항상 기억하는 아빠 팬분들은 슬픈 표정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슬픈 표정하지 말아라'고 하더라. 저도 보면서 중계차에서 먹먹했다. 현장에서도 눈물이 그렁그렁한 분이 많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저 헌정 무대가 아니었다. 한 세대의 청춘이 다음 세대의 목소리로 되살아는 순간이었다. 일각에서는 자녀들이 직접 무대에 섰다는 점에서 '세대의 계승'이자 '음악의 유산'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그대에게' 무대는 어쩌면 '대학가요제' 부활을 의미하는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김 PD는 "이 무대로 '대학가요제' 정신을 이어갈 수 있다면 저야 너무 뿌듯하다"고 밝혔다.
특히나 AI로 되살아난 신해철의 목소리는 그리움을 현실로 불러낸 모양새다. 그리고 세대를 잇는 메시지로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AI 신해철로 제작한 '고스트스테이션' 또한 올해 안으로 부활을 앞두고 있다.

1988년 신해철과 무한궤도가 노래했던 '청춘의 열정'이 37년이 지난 오늘 다시 깨어난 것처럼, '대학가요제'의 불빛은 과거의 영광이 아니라 여전히 '켜져 있는 청춘'이라는 신호가 됐다.
김 PD는 "'대학가요제'는 여전히 누군가의 꿈의 무대였으면 한다. 이적 형님은 '대학가요제'에 나가고 싶어서 대학에 갔다고 하셨을 정도다. K팝의 글로벌화도 의미 있지만, 이런 무대에서도 새로운 스타가 태어나고, '대학가요제'라는 브랜드가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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