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3주 단식 버틴 '은중과 상연', 김고은 존재가 축복" (종합)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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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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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종로, 연휘선 기자] '은중과 상연'의 배우 박지현은 미운 짓을 해도 미워할 수 없고, 결국엔 수긍하게 만든 '천하의 상연이'였다. 귀인 김고은을 만나 사비까지 털어가며 명품 시계를 사고, 3주 동안 물과 커피만 마신 혹독한 다이어트 끝에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낸 그를 만나봤다.
박지현은 25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은중과 상연'은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며, 또 질투하고 미워하며 일생에 걸쳐 얽히고설킨 두 친구, 은중과 상연의 모든 시간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배우 김고은이 은중, 박지현이 상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에 힘입어 드라마는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시리즈에서 비영어 부문 5위에 오르기도 했다.
불치병으로 조력사망을 선택한 극 중 애잔한 결말과 달리 박지현은 "아주 건강하다"라고 웃으며 취재진을 반겼다. 그는 직접 본 작품에 대해 "넷플릭스 공개 전에 처음 보여주셔서 영화 촬영 중인데 너무 재미있게 봤다. 4번을 봤다. 제 작품이지만 시청자의 입장으로 모니터를 하면서 정말 재미있게 즐기면서 봤다"라고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직접 연기한 박지현에게 극 중 상연의 감정선은 특별했다. 그는 "처음부터 상연이가 안쓰러웠다"라며 "어떤 캐릭터에도 다 이유가 있고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번에 상연 캐릭터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이 친구를 내가 감싸고 설득시켜야겠다는 마음이 컸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걱정은 컸다. 은중 입장에서 전개되는 이야기 특성상 상연을 향한 관점이 마냥 호의적일 수는 없었기 때문. 이에 박지현은 "아무래도 걱정이 컸다. 시청자 분들이 누가 봐도 상연이 편이 돼주길 바랐다. 누가 봐도 상연의 행동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서 나라도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천하의 상연이라고 하시더라"라며 대중의 반응에 웃기도 한 그는 "보시는 분들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실 것 같다. 저희는 보여드리는 사람이지 해석하는 건 보시는 분들의 몫이라 어떻게 보시고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는 그 분들의 자유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는 열려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봐주시든, 봐주시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라고 했다.
그는 "저도 반응을 보다가 그런 댓글을 봤는데 그냥 천재적이라고 생각했다. 상연이가 전반적으로 가진 서사나 극 중 상황들을 봤을 때 굉장히 외롭고, 스스로 외로움을 자처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어찌됐든 상연의 이야기이지만, 은중의 시점으로 바라봐서 전개가 되는 작품이다 보니 사람들이 조금 더 은중의 시선으로 상연이를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천하의 상연' 같은 반응이 당연히 나올 거라 생각을 안 하진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나마 드라마가 의미있어 지려면 모든 사람이 은중도 이해하고 상연이도 이해해야 마지막 결말에 함께 다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제가 맡을 상연이를 납득시키고 모진 말들과 못된 행동들을 하는 것에 대한 이유들이 역순행적으로 나오는데 그런 것들에 있어서 사람들이 '왜 저래?' 하다가도 품어주고, 미워하다가도 어쩔 수 없이 사랑받는 캐릭터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계속 그걸 지켜내려고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박지현은 "다행히 시간대 별로 촬영을 해서 20대 먼저, 그 다음에 30대, 다음에 40대라 딱히 어렵다고 느끼는 건 없었다. 이 시점이 뒤죽박죽 섞여갔다면 감정적으로 풀어내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현장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연기적으로 배우로서 편했다. 한 캐릭터를 한 작품에서 긴 시간 표현해내는 과정을 만나는 게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20대부터 40대까지 넘나든 연기에 대해 말했다.
또한 "보통 한 작품에서 한 부분의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면 전사와 후를 상상하고 저희끼리 구축하고 서사를 만들어내서 연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 그게 이미 대본이 나와있고, 상연의 삶과 죽음까지도 나와있었기 때문에 재료가 주어진 입장이라 답이 있어서 연기하기 훨씬 더 수월했던 것 같다. 그래서 딱히 어려웠던 시기는 없었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삶과 죽음'은 결코 연기하기 만만한 소재가 아니었다. 박지현은 "상연을 연기하며 가장 생각이 많이 든 건 '삶과 죽음'이라는 어떻게 보면 어렵기도 하지만 인생과 굉장히 밀접한 키워드에 대한 생각이 되게 많이 든 거였다. 인간관계나 우정이라는 소재를 다룬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저는 그 전까지 죽음을 멀게만 느꼈다. 그렇지만 상연이를 연기하면서 오빠의 죽음과 엄마의 죽음 그리고 죽음을 눈앞에 둔 상연, 이 세 가지를 상상하고 생각하면서 제가 느낀 것보다 죽음이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라고 밝혔다.
그는 "사람은 태어나면 언젠가 죽는다고. 과연 죽음이라는 게 어떤 것일지, 그걸 부정적으로 생각했다기 보다 철학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왜 지금까지 죽음을 안 좋게만 생각했을지. 삶은 누구나 태어나면 죽기 마련인데, 저는 지금까지 죽음을 배제하고 살았다. 죽음은 내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다 보니 주변에 부친상, 모친상, 이런 장례식을 가기도 하고 주변에 가까운 친인척 분들이 아프시기도 하고,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도 돌아가시기도 하면서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죽음을 꼭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의사인 부친의 권유로 건강검진도 꾸준히 하고 있음을 밝히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 박지현에게도 존엄사망, 조력사망 등 상연의 마지막은 조심스러웠다. 박지현은 "제가 아직도 조금은 상연이의 마음이 남아있는 것 같다. 조력사망 윤리적, 법적, 도덕적, 사회적으로 쉽게 말하기가 터부시되는 게 있다. 이런 역할을 맡은 배우로서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 그런데 상연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된다. 아직 상연이에게 못 빠져나온 것 같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인간이 태어난 걸 선택하지 못했더라도 삶의 끝자락에 죽음의 문턱 앞에 고통 앞에 서 있을 때 만큼은 본인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정도는 주어지는 게 나쁘지는 않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다만 그는 "그렇지만 이건 지극히 제 개인적인 입장일 뿐 사회적으로 도덕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저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서 제 주장이라고 하기보다는 상연을 연기한 저로서는 그 정도 아픔을 가진 사람이라면 조금 편안하게 생을 마감할 기회가 주어지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박지현은 체중 관리도 섬세하게 하며 아픈 환자로서 보이는 모습에 집중했다. 무엇보다 그는 "40대엔 아픈 환자의 역할을 어떻게 하는지 관찰을 많이 하기도 하고 단식도 해봤다. 2-3주 정도 물과 아메리카노만 먹고 단식도 해봤다"라고 밝혀 충경을 자아냈다.
그는 "몸은 마르는데 얼굴은 붓더라. 누렇게 부었다.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붓게 해야겠더라. 그래서 촬영 직전에 많이 울었다. 제가 워낙 'F'다. 상연이는 사실 초연하고 담담해야 하는데 현장에서도 고은 언니 눈만 마주치면 대사를 하면서 눈물을 참지 못하겠더라. 그래서 촬영을 원래는 감정씬에서 바스트를 먼저 따는데 제 바스트는 마지막에 땄다. 제가 너무 울어서. 제가 그 정도의 역량이 못됐던 것"이라며 "눈물을 참는 게 너무 힘들더라. 촬영 전에 2~3시간 정도 울었다. 그렇게 퉁퉁 부은 상태에서 현장을 갔다. 어떻게 보면 의도적이었다. 풀샷이나 제가 걸리지 않는 씬들에서는 눈물이 났다. 고은 언니한텐 아직도 미안하다. 제가 앞에서 언니 바스트를 찍을 때 울면 안 되는 씬인데도 눈물을 많이 흘리기도 했다. 막상 제 바스트 씬을 찍을 때는 많이 좋아졌다. 그래서 울지 않을 수 있었다. 제가 또 잘 붓지도 않는다. 제 연기 생활에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붓게 하려고 많이 울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극적인 연기가 힘들었을 법도 하건만, 정작 박지현은 ""촬영 동안엔 너무 즐거웠다. 제가 감정의 폭이 큰 역할을 즐긴다는 걸 깨달았다. 서사가 크지 않다. 저는 서사가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이런 서사를 바탕으로 감정의 폭이 큰 역할을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너무 재미있었다. 대사도, 상황도, 정서도 너무 다채로운 거다. 저한테는 정말 판을 깔아준 느낌이었다. '물 만났다'고 생각했다"라며 웃었다.
그는 "감독님도 같이 작업해본 감독님이고, 촬영팀, 조명팀도, 고은 언니도 저를 너무나 받쳐주는 선배님이라 큰 걱정 없이 연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혹여나 이게 과하지 않을까, 부족하지 않을까 고민을 하나도 하지 않아도 될 현장이었다. 촬영 도중에는 힘들거나 걱정이 된다거나 부담스럽거나 하는 게 1도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데 촬영을 끝내고 제가 바로 휴식을 취하고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상연이의 가치관이 어느 정도 제게 남아있다는 걸 느꼈다. 그때 느낀 것 같다. 저는 역할과 자아의 분리가 잘 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가치관이 끝까지 남은 걸 보면서 아직 상연이와 분리가 덜 됐구나 처음 느꼈다. 나라는 배우도 이 연기 캐릭터를 마무리하고 분리가 조금 필요하겠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 중에서도 박지현에게 '은중과 상연'이 박지현에게 남긴 것은 바로 귀인 김고은이다. 박지현은 "이번 작품에서 제게 나은 제일 큰 한 가지를 꼽자면, 저는 김고은이라는 귀인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저에게는 지금껏 많은 선배님들, 많은 배우 동료분들과 연기를 했지만 소름돋는다"라며 감탄했다.
그는 "이렇게까지 제 인생에서 제게 큰 영향력을 준 사람이 지금까지는 유일했던 것 같다. 많은 분들이 김고은 배우와 함께 해보고 싶다고 하지 않나. 저도 물론 그랬다. 그런데 이렇게 긴 호흡에 이렇게 밀접한 관계를 한 것에 처음엔 '하늘이 주신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하고 나니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분을 만났다. 어떻게 보면 제 인생 터닝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엔 현장에서 고은 언니가 하는 모든 걸 따라하면 나도 저 사람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도 고은 언니처럼 되고 싶었다. 나도 저렇게만 하면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고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이 오픈이 되고 언니의 완성된 연기를 봤을 때 이길 수가 없겠다 생각했다. 내가 따라잡을 수 없겠구나. 이 분이 존재하시는 것 만으로도, 대한민국에 축복이다.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예술계에 축복이다. 물론 고은 언니가 절 어떻게 생각할 지는 모르겠다. 감히 제 멘토? 그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박지현은 한번 더 "제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도 많다고 생각하는데 모든 결정에서는 굉장히 독립적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저를 온전히 받아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지금까지 없다고 생각했다. 하물며 저희 부모님도, 하물며 저희 가족들도. 저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있는 그대로 놔주고, 놀 땐 놔주고, 받아줄 땐 받아주고, 멀리 할 땐 멀리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그걸 고은 언니가 해주더라"라며 감격을 표했다.
그는 "상연이로서 은중이를 보는 것과 고은 언니를 보는 건 다른 것 같다. 상연이는 솔직하지 못한 친구다. 저는 투명하게 솔직하게 언니를 보면서 다 내비쳤다. 다 솔직하게 얘기를 한다. 그런데 그 언니 앞에 서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과해지는데 그렇다"라면서도 "상연이가 은중이를 보는 생각과 제가 고은 언니를 보는 건 결이 많이 달랐다. 상연이는 정말 친구로서 선망하지만 원망했다. 저는 감히 원망 따위 하지 않았다. 선망, 동경, 존경했다"라고 거듭 밝혔다.
이 밖에도 박지현은 사비를 털어 상연을 위한 소품과 의상을 준비했다. 그는 "제가 쇼핑을 좋아한다고 한 적이 있는데 제가 평소 입고 누리는 쇼핑보다 캐릭터와 관련된 의상과 쇼핑을 사는 편이다. 그걸 활용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캐릭터를 맡으면 제 옷장이 캐릭터처럼 변한다. 막상 촬영이 끝나면 보관 창고처럼 된다. 보통사람의 옷장은 그 사람의 취향으로 가득 차 있는데 제 옷장은 다르다. 어떻게 보면 그게 제 취미인 것 같기도 하다. 레퍼런스에 맡게 스타일링을 하는 게 연기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40대 상연의 럭셔리 브랜드 의상 협찬이 안 돼 직접 구매했다고. 박지현은 "의상팀과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20, 30대 스타일링도 중요하지만 40대 스타일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제 주변에 언니들을 많이 아는데 성공한 언니들의 패션들을 많이 참고했다. 사비로 다양한 의상과 소품, 하물며 캐리어부터 스카프, 시계, 귀걸이까지도 다 제가 직접 샀다. 그런 디테일들이 저는 그런 걸 좋아하는 편이다. 부담될 때도 있고 욕심부렸나 싶을 때도 있지만 결과를 보고 많은 분들이 정말 40대 같다. 의상 너무 잘한 것 같다고 할 때마다 속으로 뿌듯하다"라며 웃었다.
다만 그는 "그런 화려한 명품을 제가 평소에 하고 다닐 일이 없다. 저는 맨날 트레이닝복만 입는다. 그런데 또 언젠가 다른 옷으로 쓰지 않을까 싶다. 이러다 옷장이 의상실이 될 것 같은데 이러다 돈을 언제 모으지 싶어서 끊어내야 하는데 하면서도 잘 안 되고 어렵다"라고 웃으며 "제일 비싼 아이템은 시계다. 지금 쓰진 않는다. 잘 갖고만 있다"라고 덧붙였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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