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어쩔수가없다', 산문 형식 빌린 꽉 찬 남성성의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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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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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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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욱 감독 |
ⓒ CJ ENM |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하루아침에 실직한 가장 만수(이병헌)가 재취업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감행하는 이야기다. 미국의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장르 소설 <액스>를 원작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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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
ⓒ CJENM |
"만수는 미리 없이는 살인의 동기조차 설명되지 않을 인물이다. 만수를 중심으로 미리의 존재가 커졌다. 만수의 타깃이 된 세 남성은 표면적으로는 같은 직종에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범모는 알코올에 의존한다는 점이 같고, 아내 미리를 떠오르게 한다. (아라의) 불륜이 남 이야기 같지 않게 공감되는 인물이다. 시조는 자동차 기종이 같으면서도 딸을 끔찍이 생각하는 부성애를 드러낸다."
그는 이어 "결국 죽여야 하는 대상이지만 죽이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다. 만수의 범행이 자기 분신을 하나씩 제거하고 파괴하는 이야기로도 읽힌다. 벌레가 배나무 잎을 갉아 먹듯이 자신을 갉아먹는 행동이다"라고 덧붙였다.
박찬욱은 여전한 실직의 공포를 두고 본인의 상황과도 빗대어 말했다. "성실한 노동자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실직은 사형선고와 같다.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닌 삶이 송두리째 붕괴되는 느낌이다. 영화인들도 한 작품 끝나면 다음 작품 들어갈 때까지 잠재적 실직 상태에 놓인다. 실직은 가정을 파괴하는 상황이다. 구식 남성의 사고 관념에서는 사내구실을 못하는 남성성의 상실, 자괴감까지 이어지는 아주 무서운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한국적인 상황의 첨부뿐만 아닌 특히 조용필의 음악 '고추잠자리'가 흐르는 격정적인 장면은 잊을 수 없다.
"비틀즈나 롤링 스톤즈의 옛 노래를 젊은 세대도 아는 것처럼 한국의 대중음악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사용했다. <박쥐>에서는 이난영, 남인수 옛 음악을 쓰고, <헤어질 결심>에서는 정훈희의 음악이 들어간 것도 그렇다. 우리나라에도 위대한 싱어송라이터가 많은데 소개되지 않아 늘 안타까웠다. 조용필은 고등학교 때부터 우상이라 언젠가 영화에 쓰고 싶어 기다렸다. 이번에 원 없이 사용했다. 사실 음악을 집어넣을 때 대사도 들려야 하고 짧게 써야 하는 제약이 있지만 그 장면에서 전곡을 들려주려 했다. 명곡 많은 가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고추잠자리가 아이러니가 생기면서 교묘하게 어울렸다. 배우의 연기와 가사에 맞게 프레임을 늘리고 줄이면서 편집해 음악과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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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틸 |
ⓒ CJ ENM |
이어 늘 작품에 딜레마에 빠진 주인공을 내세우는 이유에 대해서는 "제 영화에는 '어느 쪽을 선택해야 올바른가'라는 질문에 빠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딜레마인데, 완벽하고 좋은 선택이기 보다, 둘 다 나쁘지만 그중에서 덜 나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많은 상황을 그렸다. 그런 사람을 묘사하면 관객이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라며 '나라면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윤리적 고민을 깊게 제공할 수 있다고 답했다.
끝으로 한국 극장 영화의 위기 속 <어쩔수가없다>를 향한 기대와 부담을 드러냈다. "데뷔작이 아니라면 모든 감독은 전작의 부담을 안고 있다. 그래서 저는 바로 전 영화와는 상반된 영화를 만드는 방향을 택한다. <헤어질 결심>이 시적이고 여백이 많은 여성성의 영화였다면 <어쩔수가없다>는 산문 형식에 가깝고 꽉 찬 남성성의 탐구다. <헤어질 결심>을 좋아해 준 분들이 새롭고 다른 면으로 즐겨 주시길 바란다"라며 인사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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