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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주인' 용기가 필요한 모든 이를 위해…더 깊어진 윤가은의 걸작 [봤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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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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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스스로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대담히 나아가는 모든 ‘주인’이들을 영원히 기억할 영화. 윤가은 감독의 세 번째 신작 ‘세계의 주인’이다.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세계의 주인’(감독 윤가은) 기자간담회에는 윤가은 감독과 배우 서수빈, 장혜진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세계의 주인’은 인싸와 관종 사이, 속을 알 수 없는 열여덟 여고생 주인(서수빈 분)이 전교생이 참여한 서명운동을 홀로 거부한 뒤 의문의 쪽지를 받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세계의 주인’은 개봉을 앞두고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인 플랫폼(Platform) 부문에 한국 영화로는 최초이자 유일한 작품으로 초청돼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제9회 핑야오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을 휩쓰는 등 해외 유수의 영화제로부터 릴레이 러브콜도 받고 있다.

윤가은 감독은 어린 소녀들의 성장과 자립을 조명한 전작 ‘우리들’, ‘우리집’으로 독립예술영화계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감독으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두 작품으로 잠재력이 많은 아역 배우들을 발굴해내기도 했다.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세계의 주인’은 어린 소녀에서 조금 더 성숙한 사춘기 여고생 주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윤 감독의 전작들은 주인공 어린 아이들의 내면 심리를 섬세히 담아냈다. 반면 ‘세계의 주인’은 극의 주인공 주인의 내면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비춘 주인의 모습을 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여고생 주인은 반 분위기를 밝게 띄우며 남녀를 가리지 않고 학우들과 유쾌히 지내며 담임 선생님과도 짓궂은 농담을 주고 받을 만큼 외향적인 성격을 지닌 인사이더(인싸) 학생이다. 어린이집 원장일로 바쁜 엄마 태선(장혜진 분) 대신 집안일을 돕는 착한 딸이자 애교 많은 딸, 남동생 해인에겐 때론 엄하지만 장난기도 많은 누나이기도 하다.

문제될 것 없이 평화롭고 밝고, 장난스러웠던 주인의 일상과 세계는 같은 반 남학생 수호가 전교생을 대상으로 참여를 요청한 서명운동에 홀로 거부하면서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서명운동 전부터 풍부한 끼, 톡톡 튀는 말투, 가끔은 짓궂음을 넘어 충동적인 행동들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왔던 주인. 서명운동을 거부한 뒤에도 주인은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반 친구들과 남자친구, 친한 언니, 담임 선생님, 엄마, 같은 반 수호 등 주인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시선은 다르다. 주인은 설상가상 서명운동에 거부하며 수호에게 소리친 그날부터 자신을 비난하는 의문의 쪽지까지 받기 시작한다.

늘 최선을 다해 순간을 보내고,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솔직함을 드러내왔던 주인은 어떤 모습이 진짜 너의 모습이냐 꾸짖는 의문의 쪽지를 거듭 받으며 자신의 세계가 흔들리는 듯한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영화는 주인과 엄마 태선의 모습, 그들을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반응들을 통해 주인이가 겪었던 과거의 사건이 주인의 인간관계와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비춘다. 원심력처럼 주인공인 주인의 내면과 멀리 거리를 둔 채, 주변의 자극에 반응을 보이는 주인의 모습들을 관망하던 영화의 시선은 극의 시간이 흐를수록 천천히, 벽 한 겹을 벗겨내듯 내밀하게 주인의 내면과 트라우마에 다가선다.

과거 사건에 관한 실마리가 벗겨질수록, 현재의 인간관계에 미세한 변화가 생길수록 한꺼풀 한꺼풀 벗겨지는 주인의 섬세한 심리 변화가 러닝타임 내내 몰입을 이끈다. 더 이상은 숨길 수가 없어 재채기를 토해내듯 날것의 감정들을 쏟아붓지만, 그런 자신마저 받아들이며 대담히 앞으로 나아가려는 주인의 모습을 어느 순간 응원하게 된다.

주인 그 자체가 된 신예 서수빈의 발견이 특히 반갑다. 발칙하고 대담한 듯 속내를 알 수 없는 행보로 사람들을 놀래키는 주인의 다듬어지지 않은 감정선을 순수하면서도 독창적인 색채로 완성했다. ‘우리들’ 이후 윤가은 감독의 모든 작품에 출연하며 오랜 인연을 지닌 장혜진이 주인의 엄마 태선을 맡았기에 울림을 더한다. 주인의 엄마이자, 강태선이란 한 명의 여성으로서 딸과 함께 트라우마를 거쳐 상처를 마주하고, 서로를 보듬으며 현재의 세계를 위해 나아가는 모습을 현실감있게 그려냈다.

깊어진 연출, 확장된 시야로 스스로의 영화적 세계를 넓힌 윤가은 감독의 발전 역시 빛난다.

2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9분.

김보영 (kby5848@edaily.co.kr)

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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