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 "우리나라에서 처음 선보여, 떨리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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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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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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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기자회견 |
ⓒ 부산국제영화제 |
한편,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기 전까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던 한 가장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재취업을 시도하던 중, 자신보다 더 막강한 경쟁자들이 있음을 알게 된 그는 이성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다. 이번 영화는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 작품을 처음 만나게 될 관객들에게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찬욱 감독 : 안녕하세요? 제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작품이라는 이야긴 다들 아실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선보이게 되어서 감개무량하고,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초대된 것은 또 처음이라서 설렙니다. 마침 올해가 30주년이라고 하니 더 그렇고요. 관객분들 어떻게 봐 주실지 떨리는 마음을 안고 오늘 개막식에 참석할까 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병헌 배우 : 감독님만큼은 아니겠지만, 촬영을 마치고 이렇게까지 기대하면서 기다렸던 작품이 또 있었나 할 정도로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저 또한, 혹시 개막작으로 한 번이라도 제 작품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된 적이 있었나 하고 찾아봤더니 없더라고요. 제 작품 가운데 처음으로 개막작을 오게 되어서 더 기대가 되고 떨리기도 합니다.
손예진 배우 : 저 역시 마찬가지로 부산영화제에서 이렇게 제 영화로 개막작으로 볼 수 있게 된 정말 영광스러운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요. 오늘 처음으로 일반 관객분들과 함께 보게 되어서 너무 설렙니다. 보시고 어떻게 반응해 주실지 너무너무 기대되네요.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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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기자회견 |
ⓒ 부산국제영화제 |
박찬욱 감독 : 제 거의 모든 영화를 부산에서 일부 장면이라도 촬영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꼭 부산이 아니어도 될 때조차 항상, 그래도 부산에서 안 찍으면 섭섭하다는 마음으로 억지로라도 부산 분량을 만들어서 넣곤 했습니다. 이번에도 그랬고요. 개인적으로도 부산을 좋아해서 자주 내려와서 시간을 보냅니다. 바다도 있고, 복잡한 도시 풍경도 있고, 영화가 필요로 하는 모든 풍경을 다 갖춘 곳이 부산이라고 생각하고요. 영화제를 하기에도, 영화를 만들기에도, 시나리오를 쓰기에도 최고의 도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박희순 배우 : 저도 영화나 드라마 찍을 때 부산에 자주 오곤 하는데, 올 때마다 설레고 기다려지는 도시입니다. 옆에 이성민 배우께서 칸을 작은 해운대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웃음) 크고 아름다운 도시이기 때문에 촬영하기에도 너무 좋고. 조금만 가면 영도라는 지역이 골목골목 굉장히 정취가 있고 촬영하기 좋은 장소라서 저희 영화인들이 많이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성민 배우 : 부산은 늘 설레는 곳이고, 촬영하면 더 설레는 곳입니다. 개인적으로 외국을 많이 나가보지 못했지만, 최근에 베니스를 다녀왔습니다. 부산이 짱입니다. (웃음)
염혜란 배우 : 저는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이분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되게 꿈 같은데요. 부산도 저한테는 꿈에 가까운 상징적인 도시였습니다. 언젠가 꼭 영화제를 와 보고 싶은 그런 도시이기도 했고요."
-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종이 만들기를 놓지 않는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예술이자 삶의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고, 영화를 받아들이는 영화인들의 모습을 겹쳐 본 관객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제 개막에 붙여, 객관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만든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박찬욱 감독 : 원작에서 종이 만드는 일을 그렇게 중요하고 대단한 일로 생각하지 않는데도 인물들은 자기 인생 전부라고 말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영화를 만드는 저로서는 영화라는 것도 어찌 보면, 삶에 큰 도움을 주는 일도 아니고 그저 두 시간짜리 오락거리일 뿐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일에 가진 것을 다 쏟아부어서 인생을 전부 걸고 일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쉽게 동화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영화 업계가 조금 어렵고,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팬데믹 상황에서 회복이 더딘 상태인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 다른 나라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 들어보면 영영 그런 상태로 머물 건 또 아닌 것 같죠. 저희 영화가 이 구렁텅이에서, 늪에서 빠져나오는 데 조금이라도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병헌 배우 : 베니스 그리고 토론토를 영화제 때문에 저희가 다녀오면서 그런 질문을 참 많이 받았어요. 저는 지금 영화의 어려움도 있지만 사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극장이라고 생각해요. '극장이라는 곳이 어떻게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타개해 내고 또다시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장소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은 아마 모든 영화인들이 생각하는 고민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직접적으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AI의 문제도 이 영화의 후반부에서 문제 제기가 되는데요. AI도 사실은 배우나 감독에게 어떤 위협이 될 수 있는 그런 충분한 요소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지점에서는 저도 많은 공통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손예진 배우 : 저 역시 이번 영화가 7년 만이에요. 앞으로 얼마나 더 자주 오래 이 영화 작업으로 배우로서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불안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7년 만에 한 것도 큰 의미가 있었고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찬욱 감독님 같은 감독님들이 작품을 더 많이 만들어주셔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진 것 같아요. (웃음).
이성민 배우 : 범모 역할을 하면서 저를 되돌아본 적이 있습니다. 저희 같은 직업, 배우도 언젠가는 대체할 수 있는 어떤 대단한 기술이 생긴다면 대체되지 않을까? 그때면 저도 직업을 잃겠죠?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그렇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런 지점에서의 두려움, 그런 것이 저희 영화에서 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극 중의 실업자들처럼 그런 일을 겪지 않을까 하는 그런 두려움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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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기자회견 |
ⓒ 부산국제영화제 |
박찬욱 감독 : 원작이 나온 게 90년대 정도로 기억하는데요. 지금과 비교해서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미국과 한국의 차이도 본질적인 차이는 크게 없다고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작품의 원작 소설은 시간이 흘러도 계속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 이웃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AI의 테크놀로지 발전이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죠. 아직까지 우리 산업과 우리 일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단계는 아직 아니긴 합니다만, 발전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조만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이런 혼돈 상태에서나마 제가 이 아이디어를 드라마에 좀 녹여내려고 시도했습니다. 그 점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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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기자회견 |
ⓒ 부산국제영화제 |
박찬욱 감독 : 한국이고 또 아시아 프리미어죠. 이 영화가 미국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한국 배경으로 옮기면서 집에 대한 집착이라던가, 가부장적인 제도의 사회 풍습의 흔적 때문에 갖게 되는 만수라는 사람의 한계나 어리석음, 이런 것들이 더 각별하게 묘사되도록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나라 관객보다 여러분께서 더 잘 이해하고 더 공감하면서 보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병헌 배우 : 이 작업을 함께 한 배우로서도 사실 저는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도 영화를 두 번 볼 때와 세 번 볼 때가 정말 달랐어요. 그만큼 감독님의 미장센들을 다시 한번 보면서 새롭게 발견하게 되고, 또 그때 왜 그런 주문을 하셨는지 이제 이해가 될 것 같더라고요. 진짜 극장의 큰 화면으로 그 디테일들을 다 보셔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다른 어떤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이 작품은 극장에서 꼭 봐야 할 이유가 너무나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이나 후년에 명절 특집 때 TV로 보시기보다는 이렇게 따뜻한 필름이 나올 때 극장에서 보시는 걸 강력 추천합니다. (웃음)
손예진 배우 : 저는 두 번 봤는데요. 처음 영화를 보시면 감독님의 미장센과 만수를 연기하신 병헌 선배의 연기가 압도적으로 보이실 거에요. 두 번 보시면 제가 조금 더 보일 거예요. (웃음) 세 번 보시면 우리 또 희순 선배님, 혜란 언니와 성민 선배님의 연기도 또 보일 겁니다. (웃음) 극장에서 적어도 두 번 보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박희순 배우 : 저도 두 번 봤는데요. 처음엔 너무 많이 웃고 재미있게 봤는데, 두 번째 베니스에서 봤을 때는 가장 많이 웃었던 장면에서 좀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에 영화가 끝나갈 때쯤에는 눈이 참 많이 부었는데. 그게 참 희한하더라고요. 같은 영화의 동일한 장면에서 한 번은 그렇게 웃고 또 한번은 그렇게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게 이 영화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성민 배우 : 저의 바람은 박찬욱 감독님 영화 중에서 가장 좋은 흥행 성적이 나왔으면 좋겠고, 제가 출연했던 영화 중에서 가장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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