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연습생에서 신드롬 주역으로…‘금의환향’ 작곡가 이재 “‘골든’은 내게도 필요했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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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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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너무 실감이 안 나고 신기해요. 기쁘고 감사한 마음밖에 없어요. 2개월 전만 해도 그냥 작곡가였는데, 갑자기 많은 사랑을 받으니 낯설어요.”
오랜 시간 가수의 꿈을 키웠다. 10대부터 20대까지 12년 여의 시간을 SM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다. 데뷔는 좌절됐지만, 그는 작곡가로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2025년. 아이돌을 꿈꿨던 소녀는 글로벌 히트곡의 작곡가이자 보컬로 모국에 돌아와 ‘금의환향’했다.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첫 내한 기자간담회를 연 작곡가 이재(EJAE)의 표정은 여전히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한껏 상기돼 있었다.
이재는 글로벌 히트곡이 된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삽입곡 ‘골든(Golden)’과 ‘하우 이츠 던(How It‘s Done)’의 작사·작곡가다. ‘유어 아이돌(Your Idol)’, ‘테이크다운(Take down)’ 등도 그의 손을 거쳤다. 강렬한 고음으로 ‘혼문’을 지키는 헌트릭스 리더 ‘루미’의 노래 목소리도 담당했다. 말 그대로 ‘케데헌’의 세계적 열풍을 만들어낸 주역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이재는 최근 그의 외할아버지가 원로 배우 신영균이란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재가 ‘케데헌’ 제작에 참여한 계기는 한국인이라는 그의 정체성과 깊이 연결돼 있다. 오랜 미국 생활에도 불구하고, 능숙하게 유지하고 있는 그의 한국어 실력은 모국에 대한 그의 애정을 보여주는 듯했다.
“‘케데헌’에 참여한 것은 ‘한국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에서였어요. 미국 애니메이션을 보면 일본이나 중국의 것은 많은데, 한국은 별로 없었거든요. 심지어 어릴 적엔 친구들이 한국에 어디 있는지도 몰랐고, 그것이 너무 화가 나서 한국어를 열심히 연습했던 기억이 있어요.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니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마음밖에 없어요.”
‘골든’은 즉흥적으로 나온 멜로디로 나온 곡이다. 치과에 가던 길에 더블랙레이블로 받은 트랙을 듣고 그 자리에서 흥얼거린 멜로디가 노래의 후렴이 됐다. 그는 “골든은 당시의 저에게도 필요했던 노래였다”며 운을 뗐다.
“루미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고음이 필요하다는 가이드를 생각하며 만든 곡이에요. 당시에 제가 조금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영화가 필요로 했던 ‘희망적인 노래’가 딱 저에게 필요했던 때이기도 했어요. 저도 모르게 ‘골든’에 제 감정을 넣었던 것 같아요.”
‘골든’의 인기를 예상했다는 그는, 노래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로 ‘화려한 멜로디’를 꼽았다. 이재는 “매일 음원 순위를 보고 있는데, 요즘 케이팝뿐만이 아니라 미국 팝도 멜로디컬한 노래가 많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여기에 세계적으로 많은 일들이 생기면서, 희망적인 가사와 멜로디를 가진 노래에 청중들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은 것 아닐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케데헌’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에는 중요한 포인트에 한국어 가사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매기 강 감독을 비롯해 ‘한국어는 노래에 꼭 들어가야한다’는 제작진의 주문이 있었다.
“‘케데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에요. 미국 관객들이 많다고 해도, 한국어를 넣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어요. 게다가 사람들은 후렴(코러스)만 기억하기 때문에 도입부(벌스)만이 아니라 후렴에 넣어야 했죠. 미국에서 싱어롱 현장을 가면 한국인이 아닌 아이들이 ‘영원히 깨질 수 없는’ 하면서 한국어 가사를 부르면 너무 뿌듯하고 기분 좋아요.”
영화 속에서 루미는 악령의 피가 섞인 자신의 정체성을 감추며 살아간다. 이재는 자신의 단점을 숨기려 애쓰는 루미의 모습이, 연습생 시절의 자신과 닮아 더욱 공감됐다고 했다.
“저는 제 목소리가 콤플렉스였어요. 연습생 때 여성스럽지 않고 낮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고요. 그래서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리려고도 했어요. 저는 단점을 가리고 싶은 마음, 그래서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을 너무 잘 알아요. 그래서 루미의 심정이 이해가 갔어요.”
긴 시간, 좌절도 많았던 연습생 시절은 오늘날 이재를 있게 한 자양분이 됐다. 힘든 시절 위로가 됐던 비트작업이 작곡가로서 삶의 뿌리가 됐다. 이재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어린 나이에 연습하고, (데뷔에) 떨어지는 경험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는 상처받고 고생할 때가 있잖아요. 저는 그것을 어떻게 넘어서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엄마가 늘 ‘안 된다고 하면 계속 안 되고, 된다고 생각해야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 마음으로 계속 걸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음악이 저를 살렸다고 생각해요.”
최근 ‘골든’은 내년 2월 열리는 미국 대중음악 최고 권위인 그래미 어워즈의 본상인 ‘레코드 오브 더 이어’와 ‘송 오브 더 이어’ 등에 출품됐다. 이재는 그래미 수상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너무 받고 싶다”며 패기 있게 답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오늘날 이재의 목표는 작곡가로서 더욱 성장하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에 비춰 한국과 미국의 문화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꿈이다. 그는 “K-팝과 미국의 팝을 연결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오는 24일에는 그의 첫 솔로 데뷔 싱글 ‘인 어나더 월드(In Another World)’가 발매된다. ‘골든’으로 많은 사랑을 준 팬들에 대한 보답이다. 스스로에게도 필요했던 곡이었던 ‘골든’이 그의 목소리를 통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인 것처럼, 개인적인 감정과 서사를 담은 곡은 직접 소화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도 있었다.
“작곡은 저에게 정말 치료와 같아요. 그래서 곡 안에 제 이야기가 많이 들어갔다면, 그것은 제가 부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이 곧 발매될 신곡이에요. ‘골든’도 제가 불러서 가사 전달에 더욱 힘이 실렸다고 생각해요. 이재의 노래를 더 듣고 싶다는 팬들도 많아졌고, 그런(제 이야기가 담긴) 곡을 팬들에게 한 곡 더 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신곡을 선보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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