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천하의 박찬욱 감독도 잠재적 실직자…두려운 건 '어쩔수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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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류예지 기자]
박찬욱 감독도 잠재적 실직 상태라니. 관객 반응이 두려운 건 스타 감독도 어쩔 수 없다.
22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어쩔수가없다'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박찬욱 감독,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등이 참석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 작가의 1997년 발표작 소설 '액스'를 원작으로 한 '어쩔수가없다'는 앞서 지난달 열린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으로 진출해 월드 프리미어로 전 세계 최초 공개됐고 이후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그리고 지난 17일 개막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이병헌이 벼랑 끝에 선 구직자 유만수 역을, 손예진이 위기일수록 더 강해지는 만수의 아내 미리 역을 연기했다. 박희순은 잘나가는 제지 회사 반장 최선출 역을, 이성민은 재취업이 절실한 업계 베테랑 구범모로 분했다. 염혜란은 범모의 아내 이아라 역을 맡았으며 차승원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실력자 고시조 역으로 출연했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언제나 데뷔 감독이 아니고서야 항상 전 작품과의 비교를 스스로도 하고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 겁도 나고 그렇다”라며 “바로 전 영화와 다른, 상반된 영화를 어떻게 만들까 방향으로 늘 노력을 하는 그런 류의 감독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헤어질 결심’이 시적인 면이 강하다면, 이번에는 산문에 가깝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여백이 많은 영화에 비하면 꽉 찬 영화다. ‘헤어질 결심’은 여성적인 면이 강하다면, 이번에는 남성성에 대한 탐구다. 여러 면에서 상당히 다른 영화를 했다”라며 “‘어쩔수가없다’는 ‘헤어질 결심’을 좋아했던 분들이 나의 새로운, 다른 면을 보아서 즐겨주시면 고맙겠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영화 속 가장 큰 주제인 실직에 대해 "나 역시도 잠재적인 실직자다. 지금 작품을 끝내면 다음 작품에서 투자가 안 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게 된다. 남 이야기가 아니다. 또 이런 일은 가정을 파괴하는 일이다. 흔히 구식 남자들에게는 실직은 남성성에 대해 부정당하는, 말하자면 사내 구실을 못한다는 자괴감을 빠지게 만드는 일이다. 여러모로 무서운 일이다"고 목소리를 냈다.
박 감독과 3번째 호흡을 맞춘 이병헌은 "25년 전에 '공동경비구역 JSA'를 찍고 21년 전에 '쓰리 몬스터'를 경험했다. 여기 계신 분들보다는 박찬욱 감독을 안다고 생각을 한다. 평상시에도 감독님과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걱정이라든지 궁금증 같은 건 많이 없었다"면서도 다시 놀라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촬영하면서 정말 긴 시간을 촬영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낄낄거리며 농담도 주고받지만 이야기의 대부분은 영화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도 질문이 많은 배우다. 그런 대화 속에서 촬영해나가는 과정이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유쾌하고 즐거운 몇 달이다. 그렇게 많은 대화를 했음에도 결과물을 볼 때 '그래서 나한테 저렇게 요구하셨구나' 나중에 깨닫는 경우도 많아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며 "3~4달을 했는데 여전히 질문이 남아있다. 그래서 나한테 이런 요구를 하셨나. 함께 몇 달을 했는데도 지금 알게 되는 놀라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손예진은 "감독님의 디테일한 디렉션을 받으며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롭고 넓다고 생각했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더 대단하신 분이구나' 싶더라. 감독님이 하는 말은 '팥인데 콩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해라'고 해도 할 수 있을 정도의 믿음이다"라고 강조했다.
박희순은 "영화를 꽤 했지만 이렇게 기자간담회를 많이 한 작품은 처음이다. 매번 할 때마다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발가벗겨질 각오로 임했는데 정작 발가벗겨진 것은 이성민 형이었다. 나는 발가벗겨지지 않았다. 박찬욱 감독의 디렉션만 받아도 너무 행복했다. 오히려 많이 열려 있는 감독이었고 내 이야기도 많이 수용됐다. 행복했던 순간이었고 다시 한번 기회가 온다면 이번엔 내가 발가벗겠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성민은 "다른 배우들이 이야기해서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공감한다. 이런 느낌이었다. 동네에서 내가 주먹 좀 쓰고 애들 좀 패고 다녔는데 프로 격투기 선수를 만난 느낌이었다. 후달리고(?) 뭘 해도 티가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렇게 긴장을 많이 하고 촬영했다. 현장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나 혼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염혜란은 "감독님의 작업은 배우들을 긴장시키게 하는 거 같다. 그렇게 디렉션을 주신 건 아닌데, 그간 작품들이 너무 예리하고, 함유적인 뜻을 가지고 있어서 배우 자체를 긴장시키는 작업이었던 거 같다. 나도 연기를 해오긴 했지만, 더 예리하게 만들어주시는 작업이었던 거 같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라의 마지막 장면 시나리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사건을 마무리 짓는 느낌이더라. 만수에게는 적의 아내였는데, 결국 예측할 수 없는 동조자, 의외의 해결사이지 않나. 그 구조가 재미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어쩔수가없다'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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