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골든' 이재(EJAE), 거절이 굴절돼 곡절을 만들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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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연습생 생활만 12년. 열두 살 때부터 수많은 거절 당함을 경험했음에도 이재(34·EJAE·김은재)는 부정이 아닌 긍정의 삶을 사는 묘를 발휘한다. '리젝션 이즈 리디렉션(rejection is redirection)'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거절은 방향을 새로 잡게끔 도와준다는 '이재적 사고'로 금빛 기적을 만들었다.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OST '골든'의 작곡가 겸 가수 이재가 쓰고 있는 '황금빛 서사'다. 거절이 굴절돼 곡절을 만든 상황. 곡절(曲折·복잡한 사정이나 까닭) 곁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것이 담긴 곡절(曲節·악곡의 마디)이 나왔고 그건 "어두워진, 앞길속에" 말 그대로 '골든이 됐다.
무엇보다 이재는 자신의 뿌리인 한국에 대한 애정이 넘실됐다. 그는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케데헌'에서 제일 중요했던 건 한국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뿐만 아니라 매기 강 감독님, 스튜디오분들 다 한국어는 무조건 넣어야 된다고 하셨어요. 버스(VERSE)뿐만 아니라 후렴에 넣는 게 중요했습니다. 다들 후렴은 알잖아요. 그래서 한국어를 후렴에 넣는 게 너무 중요했고, 정말 뿌듯해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아이돌을 본격적으로 다룬 해외 첫 애니메이션이다. 퇴마사이자 K-팝 걸그룹인 '헌트릭스'가 악령이자 K-팝 보이그룹인 사자보이스를 물리치는 이야기다.
헌트릭스는 우리 전통 예인의 궁극이기도 한 무당, 사자보이즈는 여전히 다양하게 해석되는 저승사자를 모티브로 삼았다. 한국계 캐나다 감독 매기 강이 공동 연출로 참여한 이 작품은 K팝과 한국의 전통과 현대에 대한 공부가 잘 돼 있어 국내 K-팝, 영화팬 들의 반가움을 샀다. 특히 넷플릭스 콘텐츠 처음으로 누적 조회수 3억회를 넘겨 전 세계에 한국 문화가 퍼지는 또 다른 분기점이 됐다.
특히 이재는 헌트릭스 루미의 가창과 '골든' 작곡, 작사는 물론 '하우 잇츠 던(How It's Done)' 작곡·작사, '프리'·'테이크 다운'·'왓 잇 사운즈 라이크(What It Sounds Like)' 등의 편곡, 사자보이즈의 '유어 아이돌' 작사 등을 맡았다. 특히 '골든'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통산 8주째 1위는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 노미네이트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일정이 빠듯하다는 이재는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그는 "가는 곳마다 팬들이 환영해 주시고 사인해달라고 하시는데 기존에는 전혀 없었던 거예요. 전 2개월 전엔 그냥 작곡가였습니다. 갑자기 사랑해 주시고 관심을 많이 주시니까 낯설어요. 신기한 상황입니다"라고 부끄러워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이재는 미국에서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인기를 매일 확인 중이다. "싱어롱 상영회에 가면 한국인 아닌 친구들까지 '영원히 깨질 수 없는'('골든' 속 한국어 가사)을 불러주니까 자랑스럽더라고요. 가슴이 벅차오를 것 같다"고 웃었다.
'골든'의 가창이 어려운 고음 파트에 대해선 "그러게요. 왜 그랬을까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유어 아이돌' 백그라운드를 해주신 콰이어 분들이 계셨거든요. 그 분들에게 '골든' 파트를 들려드렸는데 다들 '오 마이 갓, 왓 디드 유 두?(Oh my God, what did you do?)'라고 하시는 거예요"라고 웃었다.
'고음' 부문은 매기 강 감독님의 요청이기도 했다. 이재는 "왜냐면 스토리에 루미가 이렇게까지 고음으로 올라가는 부분이 있어야 된다고 하셨거든요. 현실적이지 않는 고음을 넣으라고 했었어요. 루미가 ('골든'으로) 혼문을 닫아야 하잖아요. 그 간절한 마음과 자기의 본모습, 목소리가 아닌 상태가 표현이 돼야 해서 그게 의도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중저음이 매력적인 이재는 그래서 평소 자신의 음역대(range)보다 '골든'의 음역대를 더 넓게 했다.
그는 "'하우 잇츠 던'이랑 '골든'을 만들면서 제 음역대를 찾았어요. 너무 신기해요. 루미랑 너무 공감되는 게 루미가 자기 음이 아닌 상태로 자꾸 스스로를 압박하는 모습이 있잖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그 간절함을 표현하고 싶어서 멜로디를 만들 때도 그렇게 나온 게 아닌가 해요. 루미가 기침하면서 어려움에 봉착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것도 표현이 된 거예요."
이재의 이번 내한은 금의환향 격이다. 그는 'K팝 개척사'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이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연습생 생활을 했다. K-팝 아이돌로 데뷔하지 못한 그는 K-팝 아이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이재는 "'모든 게 다 이유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특히 어릴 때는 더 상처 받았죠. 상처는 당연히 받지만 성장을 하려면 상처도 받아야 되고 고생할 때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고생을 어떻게 넘어서냐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전 그때 많이 거절을 당하면서도 나쁘게 생각 안 했어요. SM이 (자신을 발탁하지 않은) 이유가 다 이해가 '때가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거는 성장하는 것이더라고요."
이재는 '골든' 가창으로 보컬로서 능력을 인정 받았지만 이미 작곡가로서 이력이 화려하다. 레드벨벳 '사이코' 작곡, 에스파 '드라마'와 '아마겟돈' 작곡, 트와이스의 10주년 앨범 '텐: 더 스토리 고즈 온' 수록곡인 지효의 솔로곡 'ATM' 작사·작곡, 트와이스 유닛 '미사모'의 '베이비, 아임 굿(Baby, I'm good)' 작곡, 르세라핌 '소 시니컬(So Cynical)(Badum)' 작사·작곡, 수지 '소버(SObeR)' 작곡 등에 참여했다.
그는 "계속 작업을 해온 에스파랑 더 작업을 하고 싶고, 방탄소년단(BTS)과 작업하면 너무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재와 MC 박슬기, 기자들이 나눈 일문일답. 이재는 기자들 앞에 이렇게 나서는 건 처음이라 무척 떨린다고 수줍게 웃었다.
-한국의 나의 집이라고도 하셨는데 이렇게 한국에 오시게 되니 어떤가요?
"그간 미국 애니메이션에 중국, 일본 요소가 많았잖아요. 제가 어릴 땐 미국 아이들은 한국이 어딘지 몰랐어요. 항상 저팬(Japan), 차이나(China)라고 얘기했죠. 그래서 너무 화가 나서 한국말도 열심히 연습하고 K-팝 아이돌도 하고 싶었습니다. 열심히 한 만큼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오니까 너무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마음밖에 없습니다. 가족들도 너무 좋아하죠. 엄마가 사인 받아야 된다고 제 얼굴 사진을 크게 해서 사인지로 만들셨어요. 벨소리도 다 '케데헌'이에요. 하하."
-K-팝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는데 협업하고 싶은 스타가 있다면요.
"너무 많은데요. 에스파와 같이 작업도 했고, 작곡도 했는데 앞으로도 하고 싶고 (제 노래랑)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방탄소년단(BTS)도 너무 좋죠. 너무 영광이죠. 너무 멋있으시고 정국님은 너무 노래도 잘하시니까요. 생각한 분들이 너무 많아요."
-작곡가 입장에서는 '골든'의 이상적인 보컬이 따로 있었을 것 같아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K-팝 가수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래도 꼽아보자면 에일리 씨(그녀는 '골든' 커버도 했다)가 떠오르네요. 노래를 너무 잘하시잖아요. 저는 미국 팝도 같이 하고 있으니까 연결할 수 있는 역할을 하면 좋겠어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중 OST 골든이 가장 흥행할 거라고 예상한 곡이 맞는지요. 가장 사랑 받을 거라고 생각한 곡은 무엇이었나요?
"그게 '골든'이었어요. 저희끼리 '소다 팝'도 되게 좋아했고요. 그런데 '골든'이 마지막으로, 만든 노래였어요. 음악 감독님한테 보낼 때도 바로 답장이 와서 '디스 이즈 매시브(This is massive)'라며 다들 좋아하셨어요. 매기 감독님도 우셨대요. 그렇게 다 같이 느꼈던 것 같아요."
-'골든'이 만들어진 배경은 뭔가요. 글로벌 히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영화를 위에서 만든 곡은 감독님이 다 가이드라인을 주세요. '골든' 신(scene)에 '루미가 간절히 원하는 노래가 필요해요'라고 말씀주셨고 저도 그게 중요했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생각하면서 만든 곡이거든요. 당시에 제가 조금 힘든 시기가 있어 제게도 '희망적인 노래'가 필요했어요. 제 개인적인 상황이 된 거죠. 멜로디는, 제가 치과 가는 길에 트랙을 받은 거예요. 24 작가님, 이도(IDO) 작가님, 테디 작가님한테 트랙을 받았는데 너무 좋았어요. 그렇게 트랙이 좋을 때는 때 영감이 바로 떠올라요. 핸드폰 보이스 음성 메모에 녹음을 하고 이후 마크 소넨브릭(Mark Sonnenblick) 작가님하고 세션을 하면서 멜로디를 들려드렸고 이후 마무리가 됐죠. 또 신기한 상황이 있었어요. '골든'이라는 단어를 넣었어야 했거든요. '혼문'이니까요. 특히 마크는 가사에 되게 집중하세요. 왜냐하면, 스토리에 맞게끔 가사를 만들어야 되니까요. 제가 만든 가사 중에 '고나 비, 고나 비 골든(Gonna be, gonna be golden)'이 있었어요. 엄마가 '하면 어때?'냐고 말씀 주셨던 건데 너무 좋은 거예요. 너무 잘 맞았어요. '작사를 해야지'하고 쓴 게 아닌데 정말 가사 같은 거예요. 또 요즘 팝도 그렇고 K-팝도 그렇고 멜로디컬한 노래가 많이 없는 느낌이 들어요. 저희는 작곡가로서 멜론, 빌보드 매일 찾아보거든요. 거기에다가 지금은 세계적으로 많은 일들이 생겼잖아요. 희망적인 가사가 있고 멜로디도 밝으니까, 힐링되는 느낌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저한테도 그랬고요."
-이재 씨가 느끼시기에 K-팝의 위상은 어떤가요?
"K-팝뿐만 아니라 모든 K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한국 사람으로서 너무 자랑스러워요. 어디 가서 '아임 코리언(I'm Korean)'이라고 하면 '오 마이 갓, 아이 러브 K-팝'이라고 얘기하고, '코리아 이즈 킬링 잇(Korea is killing it·한국은 정말 대단해)라는 얘기도 많고요. 진짜 한국이 너무 멋있어요. 빠른 시간 안에 너무 잘 됐잖아요. 그래서 저도 너무 자랑스럽고 한국분들은 열심히 하는 모습이 제일 멋있는 것 같아요."
-정체성 혼란을 겪은 게 루미와 비슷하다고 말씀 주셨는데요. 루미와 더 공통점을 찾는다면요.
"엄청 완벽주의입니다. 일을 많이 해요. 그게 저랑 너무 비슷해요. 거기다가 제가 연습생 시절에 힘들었던 게 제 단점들을 계속 가리려고 했었어요. 목소리도 그렇고요. 목소리가 되게 콤플렉스였거든요. 여성스럽지 않아서 지적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물론 트렌드가 달라지잖아요. 하지만 당시엔 깨끗한 목소리가 좋은 거고, 그래서 허스키한 제 목소리를 가리고 싶었어요. 그런 단점들을 가리려고 하는 게 너무 공감이 되더라고요. 그 꿈을 이루고 싶어 하는 마음을 너무 알고, 거기에다가 열심히 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알아서 공감이 됐습니다."
-SM 연습생 생활이 어떤 의미가 됐는지요.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이 정말 중요했어요. 엄마가 제게 '널 스스로를 설득해라'라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 마음으로 계속 가고자 했어요. 진짜 솔직히 음악이 저를 살린 것 같아요. 가수의 꿈도 있지만 음악 관련 일은 여러 가지 있잖아요. 작곡가도 있고 엔지니어도 있고요. 그때(연습생) 때 저는 비트를 만들었었어요. 제가 서대문 연희동에 쪽에 살았었거든요. 그곳에서 홍대까지 한 시간 정도 걸어서 카페에 갔어요. 오후 12시부터 밤 11시까지 그곳에서 계속 비트만 듣고 만들었어요. 그런 식으로 제 표현을 하고 하니까 마음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저를 찾은 것 같아요. 제일 중요했던 게 아무리 좌절감을 느껴도 기회가 오면 '100% 하자'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작은 기회여도 100%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어려움을 넘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 옆에 있는 사람들한테 힘든 걸 얘기해서인 거 같아요. 혼자서 절대 버틸 수 없어요. 엄마든 오빠든 항상 말을 듣고 도와줬는데 그게 중요하더라고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마찬가지잖아요. 루미 혼자서 스스로 하려고 하다가 미라, 조이랑 했을 때 편했잖아요. 그런 부분도 되게 많이 배웠어요."
-K-팝 아이돌 지망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시면요.
"영어에 '리젝션 이즈 리디렉션'이라는 말이 있어요. 거절은 단순히 거절 당하는 게 아니라 방향을 새로 잡게끔 도와준다는 거죠. 그걸 되게 믿어요. 확실히 지금은 더 믿고요. 모든 게 다 이유가 있으니까 거절당해도 그거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아 이유가 있구나' 생각했어요. 거기서 더 성장하고 열심히 하고자 했죠. 제일 중요한 건 적극성입니다. K-팝 작곡가가 되고 싶은데 만약에 좋아하는 작곡가가 있다? 그럼 인스타 가서 DM을 보내요. '헤이, 두 유 원트 투 워크 투게더?(Hey, do you want to work together?·함께 일하고 싶나요?)라고 물어보기도 해야 하고요. 정말 작은 기회여도 자기의 100%를 넣어야 해요. 그건 확실한 것 같아요. 그래야 숨은 기회도 주죠. 직업 윤리(work ethic)도 중요합니다. 데드라인이 있으면 마감 전까지 정리해서 보내야 해요. 사소한 걸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만큼 디테일하게 섬세하게 열심히 해야 사람들이 알아봐 줍니다."
-외할아버님이 배우 신영균 선생님이시잖아요. 예전에 할아버님과 TV에 나갔던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일단 할아버지는 배우 쪽인데, 저도 느낀 게 노래도 연기라고 생각해요. 확실히 100% 몰입을 해야지 듣는 분들이 믿으시더고요. 제가 어릴 때 할아버지도 말씀 하셨어요. '잘했어. 더 열심히 해. 이렇게 열심히 해'라고 항상 얘기하세요."
-만약 오스카랑, 그래미 어워즈를 받으신다면요.
"오, 마이 갓(Oh, my God) 너무 감사합니다. 엄마, 아빠 와 해냈다. 한국 여러분 사랑합니다. 이렇게 한국말로 말씀 드리고 싶어요."
-사자보이즈 '유어 아이돌' 작업(작사)에도 참여를 하셨는데요. 남성 아이돌의 어떤 활동을 보면서 어떤 특징들을 생각하시면서 만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은 스토리가 중요했어요. 매기 강 감독님이 그런 노래를 원하셨어요. 저도 'H.O.T.' 되게 좋아했고 동방신기 진짜 좋아했고요. 아이돌들이 처음에 발랄한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섹시한 콘셉트로 나오잖아요. 그런 노래를 생각하면서 만든 곡인데, 역시 더블랙레이블 작가님들이 주신 트랙이 너무 좋았어요. 또 제가 아이돌 트레이닝을 보면서 여러 앵글을 봤잖아요. 아이돌 생활이 화려해 보이지만 어두운 면도 있어요. 저도 연습생 시절 때 그걸 봤고요. '아이돌 하면 무서울 수 있어요' 같은 위험한 느낌도 약간 표현하고 싶었어요."
-K-팝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멤버들의 관계성과 팬들하고 연대인데 이번 미국 방송 때 오드리 누나(미라 가창 역), 레이 아미(조이 가창 역) 씨랑 함께하면서 많이 느끼셨을 것 같아요. 세 분이 함께하는 모습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연습생 때 이런 부분들을 간절히 바랐을 것 같은데, 이런 K-팝의 특질이 이재 씨에게 영향을 준 부분이 있는지요.
"일단 녹음할 때 오드리 누나랑 레이 아미는 못 봤어요. 따로따로 녹음 했기 때문에요. 그런데 스케줄이 겹칠 때가 있어 잠깐 만난 적은 있는데 너무 신기했어요. 너무 캐릭터랑 똑같아서요. 하하. 오드리는 너무 쿨해요. 옷도 너무 멋있게 입고요. 레이는 진짜 신기했어요. 프로듀서님이 보컬 디렉팅을 다 하실 필요가 없었어요. 조이처럼 레이가 혼자 말하면서 '다시 해' '왜 이렇게 못해?' '빨리 다시 해'라고 했거든요. 하하. 감독님이 항상 저희에게 얘기하신 게 '해피 액시던트(accident·행복한 우연적 사고)'였어요. 저희도 너무 신기했죠. 저는 이미 오드리랑 레이 팬이었거든요. 저도 그래서 추천에 힘을 실었고요. 지미 팰런에서 같이 공연도 했잖아요. 처음으로 같이 리허설을 하는데 너무 좋았어요. 친구들이 정말 착했어요. 그런데 SM 연습생 시절 때도 언니들이 다 너무 재미있었었어요. 그때도 재미있게 놀았어요. 팬 분들은 이전엔 제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잖아요. 근데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는 분들이잖아요. 저를 잘 모르심에도 막 응원해주시는 게 너무 아름다운 경험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디엠 주셨을 때 일일이 다 답장도 드렸어요. '꽃길만 가세요'라고 응원해주시는 게 너무 힘이 됐고 악플로부터 보호해주시는 것도 참 감사했고 눈물도 났습니다. 그것 때문에 더 열심히 했고 무엇보다 친절한 마음이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팬분들이 제게 너무 친절하게 해주시니까, 저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더라고요."
-톱라이너(멜로디를 만드는 사람) 이재 씨의 장점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잘 수용해서 멜로디컬한 서사로 풀어내는 것 같은데요. 이 해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를 들자면 '루미가 이런 경험을 느꼈다'고 했을 때 감정이입을 하면 멜로디가 나오더라고요. 거기에다가 제일 중요한 거는 트랙이에요. 트랙의 인스트루멘털(instrumental) 코드가 되게 중요해요. 저는 그 트랙 안에 제일 좋은 멜로디가 항상 있다고 믿어요. 제일 좋은 멜로디를 만들게 되면, 다른 멜로디는 안 떠올라요. 그렇게까지 멜로디를 만들어야 돼요. '골든'도 처음 만들었을 때 찰떡처럼 맞아서 다른 멜로디를 만들 필요가 없었어요."
-24일 발매하는 신곡 '인 어나더 월드(In Another World)' 자랑 좀 해주세요.
"작곡할 때도 제 사적이고 개인적인 얘기도 넣고 하니까, 저를 진짜 치료해요. 다른 분들한테 곡을 주지만 만약에 제가 만든 노래 중에서 정말 개인적인 노래면 제가 부르는 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그 중 하나가 '인 어나더 월드'예요. 그래서 이 곡을 그냥 놔두는 것보다 제가 불러서 가사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제게 힘이 됐던 노래를 하나 더 드리고 싶은 거예요. 그런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골든'과는 다른 잔잔한 곡이에요. 산책하시면서 생각하실 때 듣기 좋은 노래입니다."
-요즘 K-팝계도 스토리텔링이 중요한데,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없이 그냥 발표된 '골든'이라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요.
"매기 강 감독님이 곡을 만들어달라고 하셨을 때 중요하게 강조하신 부분은 뮤지컬을 보지 않고도 그냥 노래만 들어도 팝스러운 곡이었어요. 빌보드에 그냥 오를 수 있는 곡만큼 만들어달라고 하셨죠. 그게 제일 어려웠어요. 약간 K-팝스러우면서, 메인스트림 팝 노래 같으면서도 스토리까지 해야 되니까요. (작사, 작곡을 맡은) 마크 소넨블릭은 뮤지컬 쪽 분이라 계속 타협을 하면서 소통했습니다. 마크는 뮤지컬적인 단어를 많이 써요. 그러면 전 '이건 K-팝스럽지 않다. 조금 더 심플하게 가자'고 답했죠. 마크가 '이건 멋있는 단어인데 너무 스토리가 안 맞다'고 조정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골든'은 홀로 발표됐어도 잘 됐을 노래라고 생각해요. 대신 영화 스토리가 너무 좋고 캐릭터랑 공감이 많이 돼서 시너지가 컸죠."
-K-팝의 미래와 하이브가 앞장선 K-팝 현지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하이브가 다른 나라에 가서 K-팝을 일구는 건 너무 좋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한국 분들의 취향이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처음 작업할 때 무서웠던 건, 한국 분들이 기준이 높다는 거였어요. 한국 분들은 섬세하게 일을 잘하죠. 메이크업도 그렇고 화장도 그렇고 디테일한 게 제일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효율적으로 공유하는 것도 너무 좋고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K-팝이 약간 팝 쪽으로 많이 가는 느낌이 들긴 해요. 영어 가사가 많고요. 이해는 가요.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선 필요하죠. 다만 한국어는 너무 아름다운 언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K-팝이면 K-잖아요. 그럼 한국어도 있어야죠. 대신 영어랑 잘 섞일 수 있게끔 노력해야죠. 그래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선 제가 영어와 함께 한국말 하는 게 너무 중요했었어요. 영어도 알고 한국어의 뉘앙스도 약간 아니까요. 예를 들자면 '영원히 깨질 수 없는'과 '고나 비, 고나 비 골든'이 라임이 될 수 있었던 것도 한국 언어가 어색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ㄴ 받침으로 끝나는 '없는'과 '골든'을) 의도적으로 그렇게 쓴 거예요. 그래야지 듣는 사람도 라임이 되니까요. 그리고 한국은 너무 예쁘니까 계속 한국 사람처럼 가는 게 제일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가장 한국적으로요. 한국 문화도 너무 개성 있기 때문에 저는 뭘 하든 한국스럽게 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미국에 간다면 미국 사람도 자신들 문화가 있으니 조금 섞는 게 중요하고요."
-협업하고 싶은 K-팝 스타를 말씀 주셨는데 혹시 함께 작업하고 싶은 팝스타가 있다면요. 아울러 요즘 무한 반복해서 계속 듣는 뮤지션의 음반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코리안 아메리칸 가수들과 같이 작업을 너무 하고 싶어요. 만약에 팝 쪽이면 두아 리파(Dua Lipa)나 사브리나 카펜터(Sabrina Carpenter)요. 요즘 제일 듣는 음반은 올리비아 딘(Olivia Dean)과 코르티스(CORTIS)네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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