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디 역사=크라잉넛, 야생화처럼 버틴 30년‥끝나지 않을 ‘말달리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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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하나 기자]
한국 인디음악의 산증인 밴드 크라잉넛이 멤버 교체없이 맞은 데뷔 30주년을 특별하게 기념한다.
10월 22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에서는 밴드 크라잉넛 데뷔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1995년 결성한 크라잉넛(박윤식, 이상면, 한경록, 이상혁, 김인수)은 ‘말 달리자’, ‘밤이 깊었네’, ‘좋지 아니한가’, ‘서커스 매직 유랑단’ 등 다수의 히트곡으로 사랑받으며 대한민국 대표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크라잉넛은 특별기획 전시 ‘말달리자’와 전시 연계공연 ‘너트30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크라잉넛의 데뷔 30주년과 더불어 한국 인디 30주년, 상상마당 20주년이 맞물린 뜻깊은 협업으로 한 세대를 관통한 여정을 예술적 시선으로 조명하고 홍대 인디신의 역사와 미래를 함께 비춘다. 전시는 미공개 소장품, 신작 아트워크, 오디오·영상 아카이브를 통해 크라잉넛의 30년 여정을 생생하게 조명하며,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 공간도 마련됐다.
전시로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이유에 대해 한경록은 “1995년부터 멤버 교체없이 쭉 왔다. 저희가 인디 밴드 출신이지 않나. 저희가 직접 기획하고 자료도 보관하다 보니까 방대한 자료를 소재하고 있더라. 상상마당 갤러리와 라이브홀에서 공연하면 팬들에게 크나큰 선물이 될 것 같고, 저희와 함께 지나온 세대들에게 추억이 되고 뭉클한 감동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상면은 “최근에 뮤지션들도 미술과 컬래버레이션을 해서 전시하는 경우가 국내외에서 많이 생기는 것 같다. 30주년의 많은 아카이브를 전시함과 동시에 비주얼 아트 같은 형식도 같이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박윤식은 “30주년이면 강산에 세 번 변했다. 테이프, MP3, CD로 세대가 변하면서 예전 팬들은 추억을, 새로 오신 분들에게는 새로운 느낌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기대했다.
크라잉넛의 히트곡인 ‘말달리자’로 전시명을 정한 것도 눈에 띈다. 한경록은 “저희가 인디 뮤지션으로 출발했고 계속 전설을 향해 나아가자는 뜻이다. 멤버 교체없이 인디 시장에서 30주년을 살아냈다. 인디 음악을 꿈꾸는 동료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이 되고 싶다. 내년이 붉은 말의 해더라. 제대로 달려보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10월 25일 전시 개막을 시작으로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는 김창완밴드, 잔나비, 장기하, 김수철 등 동료 아티스트가 함께하는 기획공연 시리즈가 펼쳐진다. 11월 중에는 전시와 연계된 공연 패키지 프로그램을 통해 싱어송라이터 정우, 극동아시아타이거즈, 멜로망스 정동환 등의 버스킹 공연도 예고됐다.
한경록은 “너무 많은 인디 뮤지션, 선배님이 참여해 주셨다. 크라잉넛 30주년이자 대한민국 인디의 역사도 30주년이지 않나. 저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인디 역사에 바치는 선물 같다. 잔나비, 장기하는 홍대 라이브클럽 인디 밴드 출신이기 때문에 흔쾌히 도와주셨다”라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크라잉넛은 이날 간담회에서 담배 연기 자욱했던 클럽 ‘드럭’에서 세 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했던 첫 출발부터 공연 때문에 수없이 경찰서로 불려가야 했던 순간, 그리고 오늘까지의 여정을 돌아봤다.
히트곡 ‘룩셈부르크’를 언급한 이상혁은 “룩셈부르크 대사관이 없었을 때는 룩셈부르크 대표부에서 고맙다고 식사 자리를 만들어주셨다. 그때 큰 룩셈부르크 국기를 선물로 주셨다. 1년 전에 페스티벌에 갔었는데 룩셈부르크 대사관이 생겨서 대사님이 보러 오셨다. 저희 대기실까지 찾아 오셔서 같이 ‘룩셈부르크’를 불렀다”라고 추억을 공개했다.
박윤식은 “저희가 메이저에는 못 들어갔을 것 같다. 노래도 잘 못하고 연주도 잘 못한다. 크지 않다 보니까 스스로 해야할 것들이 많다. 재킷을 만든다든가 녹음할 때 저희끼리 해야하지만 그것만큼 보람찬 게 또 없는 것 같다. 고양이들이 성격이 제각각인 것만큼 제각각의 매력이있는 것 같다”라고 롱런 비결을 꼽았다. 이상면도 메시나 호나우두 같은 선수가 있는 팀은 아니지만 팀워크가 강점이라고 꼽았다.
초창기 인디는 저항의 의미가 강했지만, 30년이 흐르며 의미도 한층 넓어졌다. 한경록은 “초창기에는 나뭇가지를 뚫고 나오는 것처럼 당시에는 저희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여러모로 부딪혔다. 예를 들어서 ‘너희가 무슨 펑크냐’, 어떤 신에서는 ‘얘네 너무 장난 같다’라고 했다. 인디가 독립해서 자유롭게 살아나가는 것 아닌가. 제가 생각하는 요즘의 인디는 존재하고 버티는 인디 같다. 자유만 추구하는 것보다는 반항만 해서는 존재하기 힘들더라”고 설명했다.
박윤식은 “인디신이 흘러 오다 보니까 지금으로서는 저항하는 밴드도 있지만 음악을 더 잘하시더라. 싱어송라이터로 보시면 더 맞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답했고, 이상면은 “지금은 인디 장르나 제작 방식이 다양해졌다. 협업을 하거나 컬래버레이션을 하거나 대기업에서도 홍대에 와서 인디 밴드를 키우는 시스템도 등장했다. 풀이 커지면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코로나19 등 여러 위기를 겪으면서 무대를 대하는 크라잉넛의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한경록은 “30년이 지나다 보니까 무대가 얼마나 제 인생에서 소중한 지 깨닫게 되더라. 어떤 콘서트, 페스티벌이 아니라 작은 무대더라도 다섯 명이서 살아있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고마운 곳이구나 느낀다”라고 말했고, 박윤식도 “시간이 갈수록 책임감이 많이 늘었다. 팬데믹 때 무대의 소중함을 너무 깨달아서 지금은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크라잉넛은 데뷔 30주년 이후에도 지치지 않고 달려나갈 계획이다. 한경록은 “30년이 됐지만 계속 달리고 싶다. 계속 현역들과 공연하고, 선배님이라고 대우받고 싶지 않다. 무대 위에서 같이 달리고 신나게 놀고 싶다”라고 말했고, 이상면은 “내년까지 상상마당 전시로 30주년을 기념하고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서 여러 앨범이나 노래를 구상해보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크라잉넛 데뷔 30주년 특별기획 전시 ‘말달리자’와 전시 연계공연 ‘너트30 페스티벌’은 10월 25일부터 2026년 1월 31일까지 홍대 KT&G 상상마당에서 개최된다.
뉴스엔 이하나 blis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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