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과 사랑이 공존하는 열여덟살 세상…'세계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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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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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 주인(서수빈 분)의 하루를 순간마다 사진으로 찍어 사람들에게 한 장씩만 보여준다면, 사진을 받은 사람들은 각자 전혀 다른 인상을 내놓을 것이다.
주인은 공부에 운동까지 잘하는 반장이고,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남자친구와 진한 키스를 나누는 여고생이기도 하며 하도 방방 뛰고 다녀서 교실을 헤집어놓는 칠푼이이기도 하다.
술에 취한 엄마 대신 집 안 청소를 살뜰히 하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야무진 장녀구나'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부모의 보살핌을 못 받는 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급식실에서 숨이 넘어가게 웃는 천진한 모습을 누구는 흐뭇하게 볼 것이고, 누구는 왠지 모르게 그늘진 얼굴인 것 같다고 느낄 수도 있다.
주인은 이 모든 것의 총합이다.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은 속을 알 수 없는 열여덟 살 여고생 주인이 전교생이 참여한 서명운동에 홀로 불참을 선언한 뒤 벌어지는 일을 그린 윤 감독의 6년 만의 신작이다.
'우리들'(2016), '우리집'(2019) 등 어린아이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전작으로 사랑받은 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주인의 전사와 복잡한 내면을 납작하지 않게 그려냈다.
주인은 마음속에 있던 진심을 슬쩍 꺼낸 뒤에 실없는 농담을 붙여 우스갯소리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는 습관이 있다.
덮고 싶어도 결국 드러나게 마련인 깊은 상처와,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까 봐 눌러둔 말들을 짓궂은 장난에 섞어 슬쩍 털어낸다.
유년기의 상처나, 청소년기 막바지의 혼란을 온몸으로 겪어내면서도 상대의 마음을 살피는 게 몸에 밴 따뜻한 사람이다.
주인의 이런 모습을 흐뭇하게 보다 보면, 그의 마음속에 있는 큰 혼란이 무엇 때문인지 짐작해가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된다.
또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와 별개로 주인의 현재가 평온하고 미래가 밝기를 응원하게 된다.
주인 역을 맡은 신예 배우 서수빈은 대사를 뱉는 게 아니라 실제로 상대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고민해서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 같은 자연스러움으로 관객의 몰입을 이끈다.
주인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함께 한 엄마 태선(장혜진)도 상냥한 어린이집 원장이면서 텀블러에 독주를 담아 하루 종일 마시는 입체적인 인간으로 그려진다. 미간에 잡힌 주름과 위장약을 달고 사는 모습은 그의 삶의 무게를 짐작하게 한다.
엄마와 누나 앞에서 저녁마다 마술 공연을 하는 천진한 막내이자 누나에게 해로울 것 같은 소식은 슬그머니 숨겨두는 의젓한 보호자이기도 한 주인의 남동생마저, 어린 나이부터 총 천연의 입체감을 뽐낸다.
'세계의 주인'은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인 플랫폼 부문에 한국 영화 최초로 초청됐고, 제9회 핑야오국제영화제 2관왕을 기록했다.
중국의 거장 지아장커 감독은 "'세계의 주인'은 핑야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들과 관객 투표에서도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됐다"며 "영화제를 통해 가장 먼저 만난 관객으로서 자신 있게 추천한다"는 추천사를 남겼다.
22일 개봉. 119분. 12세 이상 관람가
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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