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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소식

15년째 딸 찾아다니는 엄마, 보험 사실 감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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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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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 기자]

 영화 <우리의 내일> 스틸컷
ⓒ 인디그라운드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보험이 다음 달에 만료되어서요. 현재 실종 상태를 사망으로 신고하지 않으시면 보험금을 청구받으실 수 없으세요."

막내 미래가 실종된 지 15년.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동생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은 채 살아가던 가족은 오래전 그들이 살던 동네에서 그와 닮은 사람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 오랜 시간이 흐른 탓에 왼팔에 있는 큰 흉터 말고는 확인해 볼 방법이 없는 상황. 딸 우리(최서원 분)와 아들 민성(조승민 분)은 엄마(양말복 분)와 함께 버스를 타고 그곳으로 향한다. 단순한 실종 가족의 이야기처럼 보이던 영화는 우리가 동생 보험금과 관련한 전화 한 통을 받으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동생의 실종 사실을 사망으로 신고하지 않으면 받을 수 없다는 보험에 대해 엄마가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말하지 않고 감춰왔음을 알게 되면서다.

영화 <우리의 내일>은 막냇동생 미래의 실종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이 사건은 단지 한 가족의 비극으로 내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남겨진 가족이 겪게 되는 내적 굴곡과 현실적 어려움, 선택의 무게를 드러내는 축이 되며 프레임 속에 드러나지 않는 서사를 끌어낸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감독은 사랑하는 가족이 실종된 이후 남은 이들이 겪게 되는 정서적 공백을 과장된 멜로가 아닌 평온하지만 무거운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실종 이후의 15년이라는 세월이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고 가족의 표정이나 태도를 통해 응축된 형식으로 그려지는 것 또한 그래서다.

02.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가족 드라마의 형태로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실종과 상실로 인해 가족이 겪게 되는 감정적 충격은 단순히 심리적인 충격으로만 남지 않고 그들이 마주하게 되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와도 긴밀히 연결된다. 극 중 우리의 가족이 그러하듯, 그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더욱 그렇다. 실제로 엄마가 막내딸을 찾으러 다니는 동안 가정의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 왔던 것은 우리와 민성이었고, 대출금과 빚을 갚기 위해 학교도 제대로 나가지 못하며 돈을 벌어야만 했다. 심지어 지금처럼 동생을 찾으러 멀리 다녀와야 하는 날에는 그조차 할 수 없었으니, 그 시간이 얼마나 지난했을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워 보인다.

권한수 감독이 이러한 구조적 맥락에 접근하고자 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실종 가족에게 주어지는 걱정과 기대는 대체로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재회에 대한 미래에 가닿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내일은 결코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현재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상대적으로 사소한 것으로 여겨지기 쉬워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 감춰지곤 한다. 잃어버린 대상에 대한 감정이 슬픔과 후회와 같은 것이라면, 현실적 문제에는 불안과 균열과 같은 단어들이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 <우리의 내일> 스틸컷
ⓒ 인디그라운드
03.
"엄마, 이제 미래 그만 찾을 때 되지 않았나?"

제보를 받고 찾아간 집에서 실종된 동생과 같은 흉터를 갖고 있지만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는 순간은 그동안 감춰진 가족의 갈등이 터져 나오는 계기가 된다. 이 장면은 단순히 이번에도 찾지 못했다는 실망스러움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단 하나의 목적에만 매달린 채 다른 모든 가능성을 매몰시켜야만 하는 현실에 대한 절망에 가깝게 느껴진다. 수많은 제보와 실패에도 불구하고 또 한번 어린 시절 동생의 얼굴이 새겨진 전단을 마을 곳곳에 붙이겠다는 엄마의 의지가 다른 두 자식에게는 다시 한번 제 삶을 담보하라는 협박처럼 여겨질 것이다.

사실 이 간극은 '우리'라는 단어가 누구를 포함하고, 또 누구를 배제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준의 차이로부터 시작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는 쉽게 쓰이는 단어지만, 그 개념 속에는 각자 다른 범위의 타자가 존재하기 마련이고, 어떤 '우리'는 누군가를 배제하고 지우는 방식으로 유지될 수도 있다. 극 중 남겨진 가족인 세 사람이 서로 다른 마음을 갖고 갈등을 겪는 이유도 그래서다. 고통스럽고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여전히 막내딸 미래를 우리 속에 포함시키고 있는 엄마와 이제는 막냇동생 미래를 이탈시키고 현재의 우리를 살아가고 싶은 두 자식. 이제 한 달 남은 보험 만기와 수령을 위한 유일한 조건인 동생의 사망 신고는 그사이를 교묘하게 비집는다.

04.
영화 속에서 적극적으로 제시되는 인물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훨씬 더 많이 호명되는 막내딸의 이름이자 작품의 중심축인 '미래'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메타포로 기능한다. 이름이 불리던 존재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대상의 상실만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더 이상 함께일 수 없는 내일에 대한 실감 혹은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자각이 함께 놓이게 된다. 다시 말하면, 이 영화에서 오래 찾지 못한 동생의 이름으로 '미래'를 명명하고 호출하고자 하는 바는 애타게 불러도 돌아오지 않는 존재와 그와 함께 잃어버리게 된 다른 모든 것들을 동일시하기 위함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타이틀로 선정된 '우리의 내일'이라는 표현은, 직전에 이야기했던 '우리'라는 단어의 각각의 함의와 더불어 꽤 다양한 형태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우리라는 극중 인물의 개인적 서사에 빗대어서도, 우리라는 단어가 포함하는 타자의 범위에 의해서도 전혀 다른 범주를 내포할 수 있게 되어서다. 단 하나, 어떤 의미에서도 모든 행위가 각자의 내일을 되찾고 나아가기 위함이라는 것만큼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영화 <우리의 내일> 스틸컷
ⓒ 인디그라운드
05.
"얘들아. 미안한데 전화 좀 해줄 수 있니? 도저히 내가 전화는 못 하겠고.."

엄마가 막내딸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고 곁의 두 자녀에게로 돌아가고자 결정하면서 서사는 모두 갈무리되는 듯하다. 다만 그 변화가 사건이나 심리의 종결을 뜻하지는 않는다. 15년이라는 세월의 지난함과 쉽게 끊어낼 수 없는 대상에 대한 마음을 단숨에 없던 일처럼 만드는 것은 영화적 허용으로도 허락되지 못할 선택에 가깝다. 영화의 말미에 제시되는 불확실한 존재와 그를 발견한 우리의 모습이 그 연장선에 속한다. 어린 시절 동생이 차고 있던 팔찌는 이제 겨우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 가족을 다시 흔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고, 그는 이 사실을 외면하기로 결정한다. 마지막에서까지 그런 장면이 놓여 있게 되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이 영화를 내내 이끌어 온 것은 역시 해소가 아닌 결핍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어떤 서사는 옳고 그름을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 앞에서는 이를 마주하게 되는 관객들 역시 그저 장면 앞에 놓여있게 될 뿐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상황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함께 따르고 경험하고 또 견디면서 말이다. 영화 <우리의 내일>이 그렇다. 자그마치 15년의 세월이다. 어느 쪽의 선택도 비난할 수 없을 정도의 시간. 그저 작은 소망이 있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원망하지 않을 수 있도록, 작은 팔찌 하나가 우연에 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유통 배급 환경 개선을 위해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설립한 인디그라운드는 2025년 3월부터 총 18개의 큐레이션을 통해 ‘2024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90편(장편 22편, 단편 68편)을 소개/상영할 예정입니다. 열일 번째 큐레이션인 '여러 각도로 들여다보기'는 11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보름간 인디그라운드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 가입 후 무료로 시청 가능합니다.

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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