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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소식

40년 만에 돌아온 '달려라 하니', '나애리'가 주연이어야만 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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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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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린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달려라 하니>에 익숙한 세대는 아니다. 그런데도 주제가만큼은 머릿속에 남아, 지금까지도 가끔 흥얼거리고는 한다. 그만큼 한국인이라면 관심 없더라도 한 번쯤 들어 봤을 추억 속 애니메이션 캐릭터, '하니'가 돌아왔다. 10월 7일 개봉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를 통해서다. 원작이 처음 공개되고부터 40년이 흐른 지금, 하니의 이야기는 어떻게 새로이 달릴 준비를 마쳤을까.
 영화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스틸컷
ⓒ 플레이칸 스튜디오
80년대에서 2020년대로, 과감한 도약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는 원작에서 중학생이었던 하니와 라이벌 '나애리'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시작된다. 기존 TV 방영분의 내용을 재구성하거나 무시하는 대신, 어엿한 속편이 되는 길을 택한 것이다.

TV 애니메이션과 본 극장판 사이, 작중 흐른 시간은 3년 남짓. 그렇다면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속 주인공들은 아직도 1980년대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본작의 배경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2020년대다. 원작에서 새벽 신문 배달을 하던 하니의 모습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정도다. 모든 엑스트라가 핸드폰을 들고 다니고, 서울 하늘에는 드론이 날아다닌다.

이러한 선택은 만화적 허용을 이용해, 하니와 애리의 이야기가 현대 관객들에게 이질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장수 프랜차이즈에서 왕왕 쓰이곤 하는 조치로, 연속성 수정(continuity tweak)이라 불리기도 한다. <명탐정 코난> 시리즈의 코난이 몇십 년에 달하는 연재 동안 변함없이 초등학교 1학년으로 유지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의 연속성 수정은 시대에 발맞추기 위한 조치일뿐만 아니라, 깔끔한 결말로 매듭지어졌던 원작의 서사에 새출발을 위한 동력을 부여하는 '신의 한 수'이기도 하다.

단거리 경주만으로 승부를 보던 하니와 애리는 파쿠르(parkour)를 동반한 길거리 경주 '에스런'에 참가하면서 협력한다. 경직되었던 애니메이션을 다채로운 액션 장면으로 채우기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배경이다. 이 시점에서 본작의 오리지널 캐릭터 '주나비'가 등장하며 우리의 주인공들을 몰아세우며, 본작의 시대적 변화는 작품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강력한 추진력이 되어 준다.
 영화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스틸컷
ⓒ 플레이칸 스튜디오
지금 왜 '나애리'인가

<달려라 하니> 타이틀을 달고 나왔지만, 본 영화의 중심에는 원작의 라이벌 역할이던 '애리'가 있다. 독하게 경쟁하고 하니의 어머니를 모욕하기까지 하던 '나쁜 계집애(다소 낡은 어휘지만, 원작에서 하니가 붙여 준 별명이니만큼 자연스럽기도 하다)' 애리가 극을 주도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본작을 관통하는 질문은 '왜 달려 ?'이다. 애리는 오로지 기록 경신과 승리만을 목표로 달려왔기에, 이 질문에 쉽사리 답하지 못한다. 반면 기존의 주인공 하니는 언제나처럼, 그저 '달리고 싶어서 달리는' 캐릭터다.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는 이 대조적인 인물성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경쟁에 관한 선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작중 티격태격 다투기만 하던 하니와 애리가 공동의 적 주나비를 통해 협력하자, 정체성에 혼란을 겪던 애리는 '너도 결국 이기기 위해 달리는 거냐'며 안심하는 동시에 실망한다. 하니가 자신은 승리를 위해 노력하지만 동시에 그 과정을 즐긴다고 한 말은 애리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어려서부터 끝을 알 수 없는 경쟁에 시달리는 이들이 수두룩한 대한민국에서, 경쟁을 이야기하지 않고 청춘을 이야기할 수는 없을 거다. 대부분 작품은 경쟁이라는 개념을 다룰 때 극단적인 이분법에 가까운 태도를 보인다. 경쟁이 피할 수 없고 당연한 거라고 정당화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경쟁 자체를 악마화하며 치열하게 노력하는 캐릭터마저 '헛된 가치를 위해 싸우는 인물'로 그리는 작품도 있다.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는 이 중간 지점에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하니가 이기기 위해 달리지만 그러지 못하더라도 달리기를 계속할 것처럼, 자아를 성장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을 때, 그리고 무엇보다도 즐기게 될 때 경쟁은 나름의 효용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흔한 독종으로만 보이던 나애리는 하니와의 교류를 통해 달리기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나쁜 계집애' 취급받던 애리를 하니와 동일한 선상에 올려놓고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탈바꿈하면서,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는 애리처럼 열정적으로 살아왔으면서도 방향성을 잃곤 했던 사람들에게 러브레터를 보낸다. 열심히 뛰었지만 지쳐 버린 사람들에게 공감하고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2025년 <달려라 하니>의 주인공은 역설적으로 나애리여야만 한다.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는 새 종목에 도전하는 하니와 애리만큼이나 찬란하게 질주하는 작품이 됐다. 영화의 끝에 '하니와 애리는 돌아온다'라고 공언해 놓은 만큼, 이제 어엿한 명품 국산 프랜차이즈가 된 <달려라 하니> 시리즈의 미래가 기대된다. 연휴와 일상의 경계에 있는 지금, 극장에서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를 보고 휴식과 반추의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

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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