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담 야설

[폴라베어] 나의 난봉기 64 - 당구장의 내실에서 인삼찻집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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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 올립니다.  폴라베어입니다.  노트북 컴퓨터를 바꿔서 그 노트북 세팅 잡느라고 한동안 푹 빠져 지냈습니다...  세팅을 잡는다니 뭐 대단한 configuration 인줄 아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포르노 보기 좋게 색조 조정한 것이 다입니다...
 
아무튼 노트북 바꾸니 죽입니다...  LG Xnote R510 9600K 장만했습니다...  메모리 4기가, 터보메모리 2기가라는 정도만 말해도 그 성능 아실겁니다...  처음 샀을 때는 부팅 끝나는대 4-5초 밖에 안 걸렸는데 지금은 바이러스 백신 깔고 이것 저것 램 상주 올리니까 그래도 대략 30초는 걸리네요...  그럼 또 어떻습니까...  제 수준에 이 정도면 충분하고 남아 돌죠...
 
요 아래 낙서장을 보니까 당구 이야기가 올라왔네요...  아련히 당구장 생각이 나서 글 올립니다...
 
제가 당구를 처음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때입니다.  누구 따라 간 것이었고...  그리고 나서 재밌어서 고등학교 2학년 2학기와 3학년 1년을 당구장에 살고...  버스 타면 사람들 머리가 당구공으로 보이고...  노트에도 늘 당구 그림만 그리고...  책 겉표지 뒤에는 "200점 이하 맛세 금지" 라는 말을 크게 써 놓던...  누구나 겪었던 그런 시절이었죠...
 
덕분에 고등학교 졸업할 때 이미 250을 치고 있었고...  대학에 가서도 학교 앞에 있는 당구장을 집 삼아 별놈의 당구를 다 쳤습니다...  지면 (전문용어로는 물리면) 게임비 내기는 고등학교 때나 하던 짓이었고, 대학에 가자 나인볼, 식스볼, 제대다마, 쿠션 등등 안 쳐본게 없습니다...
 
당구 치기 전에 큐가 곧은지 친구들이 의심하면 "명필이 붓 가리냐?" 라는 농담도 해 대고...
 
한창 칠 때는 400 쳤습니다...  요즘은 1년에 한번 정도 치는데 다마수 내리기 쪽 팔려서 그대로 400 놓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기기 참 힘들긴 합디다만...  그래도 가오에 사는 인생...  다마수는 안 내립니다...  당구비 몇 푼 때문에 쪽 팔면 안되죠...
 
그런데 말이죠...  고등학교 3학년 때 학력고사 보고 나서 졸업식하기 전까지 우리 동네 모 당구장에서 제가 일명 지배인 생활을 좀 했거든요...  아침에 출근해서 청소하고, 당구대 다리고 (그 때는 당구대도 아주 큰 다리미를 달궈서 촛농 칠해서 닦아낸 다음 다렸습니다), 다마 닦고, 큐 갈고, 재털이 비우고, 초크 상태 점검하고...
 
쿨피스 아침에 배달오면 받아서 냉장고에 넣어 놓고, 조판 갈고...  뭐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아!  참 하나 잊었네요...  지하 다방에서 커피 시켜서 레지 옆에 앉히고 마시고...
 
그런데 동네 당구장이라는게 원래 그 동네 껄렁껄렁한 인간들 집합처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 저도 자연히 조금 휩쓸리게 되던데...
 
사건은 어느 날 밤에 일어났습니다...  당구장 길 건너에 인삼찻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요즘도 그런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원래 인삼찻집이라고 하는 곳이 좀 야릇한 곳입니다만...
 
밤에 차 시키면서 술도 같이 가져 오라고 하였고...  아가씨가 배달을 와서 저랑 같이 조금 마셨죠 (아가씨라고는 하지만 저보다 나이 훨씬 많은 언니였죠)...  어디냐구요?  제가 무슨 포르노 스타도 아니고...  당구대 위에서 그런 짓 하는 인간은 당구장에는 없습니다...  그냥 당구장 내실 안에서 마셨습니다...
 
술 좀 마시다...  당연히 천천히 제가 다가갔죠...  그랬더니 요뇬이 완전히 안면을 바꾸네요... 부산 오리지날을 쓰니까 괄호 안에는 번역문을 제공하겠습니다...
 
인삼걸 : 와 이라는데예 (왜 이러세요?!)
폴라베어 : 씰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일로 온나... (부산 오리지날입니다...)
인삼걸 : 지배인 아이씨 (아저씨) 이래 안 봤는데...
폴라베어 : 지배인은 무신...  일로 오 봐라!
인삼걸 : 그라지 말고 마 술이나 묵읍시다...
폴라베어 : 술은 술이고...  일로 오바라...
인삼걸 : 자꾸 이라면 소리 지를겁니더...
폴라베어 : 요 건물에 소리 내도 듣는 사람도 없다...
인삼걸 : 아!!!  와 이라는데예!!!
폴라베어 : 18년이 와 소리치노!  니 내가 그래 우습게 비더나 (보이더냐?)
인삼걸 : 지배인 아저씨가 우습다는 말이 아이라 (아니라) 밤에 불러 놓고 이상한 짓 할라 하이까네 (하니까) 안 그렇습니꺼!
폴라베어 : 내가 니한테 뭐 다른거 해 줄라 카더나 (하더냐)  일로 오 봐라...
인삼걸 : 이라지 마이소!!!
폴라베어 : (전화기 들며) 그래?  그라모 (그러면) 니 지금 전화해라...  요 초량1파 전화번호도 다 있다!
인삼걸 : (풀이 죽어서) 누가 신고한다 합디꺼...
폴라베어 : 니가 그라이 내가 그라제 (네가 그런 식으로 나오니 나도 그런 것 아니니)
인삼걸 : (고래를 푹 숙이더니 술을 쫙 마십니다...)  나는 모르겠어예
 
고개 숙이는 것을 본 폴라베어...  바로 뛰어나가 카운터에서 돈 가지고 와서 그 당시로는 큰 돈인 2만원을 쥐어 줍니다...
 
다음은?  뭐 솔직히 별 재미는 없습디다...  그 때 아다 깨는 것도 아니고...  마음 바뀔까봐 씻지도 못하게 하고 했더니...  되게 질퍽거리고 냄새도 많이 나더군요...
 
그래도...  제가 별 짓을 다 하고 다녔지만 인삼찻집 상대 난봉은 그때가 처음이고 마지막이었네요...
 
추억에 젖어...
 
폴라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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