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담 야설

제겐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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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겐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헤어져 있지만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겠군요.

95년 춘삼월, 전 그 전해 11월에 방위소집해제를 하고 95년도 복학을 했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때 고교 동기놈(속칭 짐승)이라는넘에 꾀여 써클이란곳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전 대학교 1학년때 무지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전공도 학교도 모두 흥미를 잃었고 학사경고를 맞는등

방황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무렵 그 짐승이라는 놈을 캠퍼스에서 만났고,

그때까지 그넘이 저랑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나의 방황을 알아차렸는지 대뜸 말을 건넵니다.

“야 너 우리 써클 가입해라” 하는겁니다.

“넌 무슨써클인지 모르지만 난 써클같은거 원래 싫어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음에 보자고 하고 헤어졌고 그 몇일지나서 또 그녀석을 만났죠.

“너 정말 가입해...이쁜 애들도 상당히 많아” 난 그말에 약간 동요했습니다.

이제껏 여자에 대한 어떠한 경험도 없었고

그때 전 여자에 대해 호기심이 무너지고 있었을 무렵이었습니다.

그녀석 저에게 술을 한잔 사 준다고 했습니다.

학교앞 호프집에 둘이 들어갔죠 500cc두잔과 감자튀김을 시켰습니다.

3000원으로 그시절에는 술을 먹을수 있었습니다.

난 그놈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전 드디어 그 써클에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입한 그날 바로 써클 동기놈의 생일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우리동네 옆에 사는 절친한 사이가 되었지만 그때 처음 보게 되었죠.

지금도 그렇지만 아주 순진한척을 하는 놈이었고 그때가 바로 그넘의 생일 이었죠.

아니나 다를까 여자들이 우글거리는 그런 봉사써클이었습니다.

잠시 이야기를 건너뛰어 95년도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전 써클을 무지 사랑하고 매주 집회를 빠지지 않고 써클 다방에 나갔었습니다.

여기서 다방이란 우리 써클이 모이는 장소로서 시내 다방에 우리의 자리가 있었습니다.

모든 회원은 집회때 천원씩 내면 차한잔을 마시고

몇시간동안 회원들끼리 대화하고 정을 나눕니다.

또한 행사준비도 하고 여러 가지 일들을 합니다.

집회가 끝나는 토요일 저녁 7시무렵 우린 매번 가는 술집으로 향했습니다.

소주에 두부찌게가 일품인 집이죠. 나무탁자에 젓가락을 두드리면서

고래고래 노래를 할 수 있는 매우 즐거운 곳이었습니다.

항상 오늘은 누가 내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할까 이런것도 저에겐 흥미꺼리였습니다.

그리고 2차를 가는곳은 조금 조용한 소주를 한잔할 수 있는 소주방이었죠.

전 복학 선배들과 항상 술마시는 것을 좋아했고

지금도 그 형들이랑 계모임으로써 자주 보고 있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났다는 느낌을 받는군요.

그 2차 소주방에서 소주를 한잔하고 있는데

후배들이 신입여자후배들을 데리고 왔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아 전 신입이구나 하면서

넙죽넙죽 인사들을 하는 후배들의 인사를 잘 받아 주었습니다.

“응 그래 반갑다. 앞으로 자주 보자” 하구 정겨운 인사를 건넸습니다.

약간 통통하다못해 조금 찐, 얼굴이 동그라니 귀여운 그녀는

95학번이었고 OO대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전 왠지 그애가 짓는 미소가 귀여웠습니다.

전 매주 모임에 나왔고 그녀또한 매주 집회와 회식에 참석했습니다.

자연스레 선배, 후배 사이가 되었고

그애는 항상 저의 근처에서 술을 마시고 저랑 이야기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전 그것이 감정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해 추석이었습니다.

우린 모 대학교에 모이기로 하고 추석을 맞이하여 조촐한 행사를 하였습니다.

모 대학교 잔디밭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술도 몇잔씩 기울여 아주 기분이 좋은 밤이었습니다.

어느덧 자리가 하나 둘씩 비고 화장실도 들락거리면서 다소 분위기가 어수선하였고

저도 화장실을 간다고 일어났습니다.

그녀 저 학교 건물앞 화장실에서 나오고 있었고

난 그녀와 자연스레 계단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그녀는 항상 절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이 귀여웠습니다.

전 술이 너무 취해버려 그녀의 잎에 키스를 하고 말았습니다.

어느정도 그녀에게 마음도 있었지만 술이 과한 탓이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몸을 저에게 완전 맞긴자세로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 저희들은 잔디밭으로 가서 뒹굴었습니다.

마치 영화 찍듯이...아무래도 다른사람들이 눈치챘을 가능성이 깊었습니다.

우린 그 날이후 조금 서먹한 관계가 되었지만 이내 집회나 회식자리가 오면 편해졌습니다.

아마도 우리둘은 술한잔씩 하면 기분이 편했던거 같습니다.

전 그녀와 술자리를 하면 왠지 편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녀는 저의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편이었습니다.

얼굴을 바짝 들고 저의 시선을 보면서 이야기를 경청하죠.

그리곤 미소를 머금고 애교스럽게 말거는 그녀가 너무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전 그녀를 사랑하지는 못했습니다.

사랑을 하기엔 저의 마음이 아직 없었나 봅니다.

단지 후배로서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을뿐이었습니다.

제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 동안 그녀는 사랑을 키워 나간것 같았습니다.

그 다음해 까지 정말 좋은 만남으로 잘 지냈습니다.

가끔씩 따로 보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만 그때는 항상 그 애 동기들과 함께 만났습니다.

그렇게 98년도 제가 대학원에 입학할때까지 그녀는 저에대해 마음을 쏟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그녀는 제 옆에 있었고 그녀도 4학년이 되었습니다.

제가 6개월간 홍콩에 유학을 갔다오고 그녀는 졸업반이 되었고

그녀는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저를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전 그말을 하지 못했고 후배로서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던거 같습니다.

마음이 없었던 거였습니다.

울면서 전 이제껏 선배에게 무엇이었냐고 반문합니다.

전 미안하다고 사랑은 할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녀 일본으로 갈 때 장미꽃 백송이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공항에서 황홀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녀에게

전 최초로 여자에게 장미꽃 백송이를 건넸습니다.

그녀는 일본으로 떠났고 일주일에 한 장씩 날라오는 편지는 절 괴롭게 했습니다.

전 나중에는 보지도 않고 바로 휴지통으로 던져버렸고 그렇게 몇 달이 흐르고 나서야 편지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또 1년이 지나갔습니다. 2000년이 되었습니다.

써클이 99년도에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봉사써클이란 것이 요새 신입생들에겐 매리트가 없었나 봅니다.

신입과 임원진이 점점 없어지자 써클운영이 불가능해 졌습니다.

과함히 선배들과 써클정리를 하였습니다.

그 이후 제 위에 3학번 선배들과 밑에 1년후배까지만 계를 통해 만나는 자리가 있었고

나머지 모든 써클 회원들은 볼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2000년이 왔고 써클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 가고 있을 무렵

형들과의 계모임이 있어 시내로 발길을 향했을때 그녀가 저 앞에서 걸어오는것이었습니다.

편지가 끊기고 난후부터 전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대학원 생활에 그저 충실해왔었습니다.

10미터 앞에서 그녀와 전 눈이 마주쳤습니다.

통통하다 못해 뚱뚱했던 그 몸매는 어디로 가고 아주 글래머가 되어 내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전 깜짝 놀랬습니다. “언제 온거야?” 전 너무나도 반가왔습니다.

“있다가 모임장소로와 선배들이랑 많이 있어...”

“선배 나 거기 가두돼?” “그럼 후배인데 왜 못와.”

전 먼저 가서 오랜만에 모인 선배들이랑 술을 엄청 들이키고 있었습니다.

마음속에는 왜 빨리 안오는거야 하구..마침내 그녀가 술집으로 들어옵니다.

모두들 몇 년동안 못보다가 그날 나타난 그녀는 너무나도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모두들 이뻐지고 살빠졌다고 난리가 납니다. 저는 그속에서 멋쩍게 웃으며 술에 취해가고 있었습니다.

선배들은 저와의 관계를 알고 있었기에 저도 마음속으로 죄책감이라고 해야 되나,

뭐 지키지 못한 사랑이 다시 나타나 저의 가슴을 후려파고 있었습니다.

전 그날 술을 엄청 마셔댔었습니다.

그 다음날 전 그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우린 만나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습니다.

날 원망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그때 왜 편지 답장을 안해줬냐고..

국나가서 힘들때 왜 연락도 안해줬냐고..

그녀를 이젠 지켜주기로 맘속으로 다짐을 했습니다.

그날이후 우린 정말 사랑을 나눴습니다. 정말 가슴속 깊이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그녀또한 매우 행복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이젠 그녀와 끝까지 가야 겠다. 저두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열열히 사랑했던 2달이 지나고

그 마음이 예전의 그 맘처럼 또다시 흐릿해지는것이었습니다.

나도 내 자신이 미웠습니다.

이젠 그녀와 영원히 사랑할거라고 맹세 했지만

또다시 흔들리는 내마음...제 자신이 싫어집니다.

여자하나 지키지 못하는 남자의 간사한 마음이 바로 나라는 것을..

그래서 인간 아주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저는 제 자신을 보고 질책합니다.

그녀에게 솔직하게 털어 놨습니다.

“널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지만..같이 있을때 끌리지 않아..”

전 육체적인 사랑에 목말라했던거 같습니다.

그녀 살은 많이 빼고 여전히 얼굴은 귀엽지만...

뭔가 모르게 육체적 사랑에 호소하는 저에게 도저히 용기를 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몹쓸놈입니다. 우린 또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모두 제 탓이었습니다. 그녀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또한 대학원을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입사후에는 여자, 사랑 이런것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학교생활과 다른 빡빡하게 돌아가는 생활..

말에는 쉬기 바쁘고 누군가를 만날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또 시간은 몇 년이 흘러갔습니다.

그때당시 그녀의 동기인 여자후배와 가끔 만나서 술한잔 하곤 했습니다.

그 여자후배는 아직도 그녀가 날 사랑하고 있다고

선배도 그녀에게 연락을 해보라는둥 그런 말들을 해대곤 했습니다.

그래서 전 물었습니다. 그녀 귀국언제 하냐고..

그녀가 아마 다음달쯤 귀국할거 같다고 했습니다.

두 번을 헤어졌습니다. 그것도 제가 그녀를 버린것이었죠.

그때가 아마 2년전인거 같습니다. 전 귀국할때까지 그녀를 맘에 품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버리지 않겠다고...귀국후 그녀 동기 후배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녀가 귀국했다고 술을 한잔 하자고 했습니다.

전 맘의 준비를 하고 고백하기로 했습니다.

이젠 그녀와 더 이상 헤어지지 않고 결혼을 하기로...

우린 셋이서 술을 엄청 마셔댔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났고 마음이 너무 편했습니다.

둘이서 할 이야기가 있다고하고 후배를 먼저 돌려 보냈습니다.

전 프로포즈란 것을 난생 처음 했습니다.

더 이상 널 놓치지 않겠다고...지난 과거 모두 내 잘못이고

용서해 달라고...전 애원했습니다.

하지만 그녀 절 받아 주지 않았습니다.

그녀 맘속에 이젠 더 이상 제가 없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젠 상황 역전이었습니다. 전 그날이후 그녀를 쫒아다녔습니다.

그녀도 경기도에서 직장을 구해서 회사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전화를 하고 휴일이면 찾아가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녀 맘을 돌려 놓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어느날 그녀 동기 후배에게서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2살 아래 연하남이었습니다.

전 마음이 착 가라앉았고 더 이상 그녀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또한 친구 소개로 만난 여자와 만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 새로 만난 여자와 그리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어느 가을날 전 그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녀 반갑게 맞이해줍니다. 연애는 잘 되가냐고 제가 물었습니다.

그녀 태연하게 그냥 잘 만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젠 편안합니다.

그녀와 저 12년간의 세월속에 이젠 연인사이가 아닌

정말 최초의 선후배 사이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복학2학년때 나타난 풋내기 신입생과의 만남처럼...

하얀 눈속에서 처음만났던 사이처럼 말입니다.

그녀가 새로 만난 연하남과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사랑은 아름답지만 지켜질수 있을때만이 빛나는 것이라고..

누군가가 했던 말이 참으로 가슴에 와닿습니다.


쓸쓸한 가을날씨가 더욱더 차갑게 느껴지는 사무실 귀퉁이에서 추억을 더듬어 봅니다.

선아 잘 행복하게 잘 살아야되...선배가 결혼식때 꼭 축하해 주러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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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사님의 댓글

  • 토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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