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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사|먹튀검증정보커뮤니티

32억원의 사나이

피부병통키 1 457 0



1.

집 앞에 자주 가는 카페가 하나 있습니다.

집에 그냥 들어가기 허전할 때, 딱히 다른 약속도 갈 곳도 없을 때 잠깐 들러

맥주 한두병씩 먹고 가는 카페입니다.

술을 즐겨하는 사람에게 그런 곳은 매우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또한 그집 주인인 마담은 제법 미모도 괜찮아서 나 말고도 많은 사람이 혼자 들러 분위기를 살피며

호시탐탐 빈틈을 노리는 곳이기도 합니다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그저 편안한 분위기와 집 앞이라는 안도감에 자주 찾게 되었습니다.

물론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고 대충 훑어본 미모로 보나 업소에 출입하는 남자들의 경쟁률로 보나

나에게까지 순서가 오리라곤 생각도 안한 이유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꿈도 꾸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그 카페에서 내가 먹는 것이라곤 4,000원짜리 맥주 두병이 고작이니

카페 주인 입장에서 나라는 사람이 별로 대수롭지 않은 손님일 겁니다.



2.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보통 때와 마찬가지로 집에 들어가는 길에 잠깐 카페에 들러 맥주 한 병을 시켰습니다.

그날따라 그 집 여주인은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었는지

괜히 내가 있는 곳을 오가며 말을 걸었고 또 이것저것 안부를 물었습니다.

혼자 마시려니 심심하기도 해서 같이 이런 저런 얘기하는데 이 마담이 술을 더 시키지 않겠어요?

돈은 만원밖에 없는데 술을 시키니 조금 긴장했지만

평소 모습답지 않게 그 카페에서는 있는 폼 없는 폼을 다 잡았기에

겉으로는 애써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 카페에서 온갖 점잖은 척을 했던 이유는 맥주 한 병 먹고 가는 사람이 촐싹거리면

욕먹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약간의 술을 마시니 시간은 어느덧 가게 문을 닫을 때가 되었습니다.

평소엔 그 시간에도 사람이 많은데 그날따라 손님이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문을 닫을 시간이 다가오고 일하는 아가씨들이 퇴근하자

그 여주인(이후 편의상 카페녀)은 내게 아주 흥미로운 말을 했습니다.


“마루씨, 나 삼겹살 안사줄래?”



삼겹살이 뭡니까? 사달라면 갈매기살도 사줄 수 있었습니다.

혹시 그 짧은 시간에 맘이 변할지도 몰라 얼른 대답하고 카페를 나서게 되었지요.

둘이서 오붓하게 삼겹살을 먹는다는 약간의 설레임에 기분이 좋았지만

그보다 더 기분이 좋은 것은 둘이 정신없이 나가느라고 마시고 있던 맥주값을 안 받은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아, 이 얼마나 순진한 남자입니까?




3.

삼겹살을 오붓하게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또한 미모가 나름대로 갖춰져 있으니 술 마시는 기분도 났습니다.

일단 그 순간은 술값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또한 얼마나 순진한 남자입니까?



술기운이 조금 더 강해지자 안 그래도 눈높이가 낮은 내게 앞에 앉은 카페녀는 절세미인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의 대화가 비교적 건설적이며 발전적인 대화를 했는데

갑자기 쏠린다고 떡치자고 하면 되겠습니까?

진작부터 작업을 시작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지만

떡치는 작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 한 가지는 ‘무리하면 모든 일을 망친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사실을 영악하게도 알고 있는 내가 아무리 술을 먹었다고, 아무리 쏠렸다고 그런 말을 하진 않았습니다.

그저 조용히 오늘 일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훗날을 기약하기로 맘을 먹고 있을 때였습니다.

카페녀는 또 한번 귀가 번쩍 열리는 제안을 했습니다.


“마루씨, 오늘 나 그냥 보낼꺼야?”

“.....!”


이 얼마나 반가운 소립니까?

아마 세상에 천사가 있다고 해도 그런 소리를 만들어줄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제 아무리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람도 저렇게 아름다운 표현을 못할 겁니다.

맞습니다. 그 소리는 바로 천사의 소리요 또한 아름다운 싯귀였습니다.

이제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일만 남았습니다.

삼겹살집에서 나와 일산의 명소 <호텔 캘리포XX>로 향하려는데 갑자기 카페녀가 제안했습니다.


“그냥 우리 카페로 가지 뭐”


카페로 가든 강가로 가든 나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소에는 지정된 장소에서 갖출 것 갖추고 하는 떡을 제일 좋아하지만

그런 개인적인 취향도 상황에 따라 탄력있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은 곳에 있는 그녀의 카페로 도착, 맥주 두어병을 더 가져다 두고

제일 넓직한 테이블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본격적인 애정 공세. 입술이 부딪히고 손은 서서히 그녀의 깊숙한 곳으로,

그리고 테이블과 소파를 이용한 다양한 자세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마시려고 가져온 줄 알았던 맥주의 용도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알콜이 들어간 모든 액체는 소독의 효과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렇게 카페녀와 처음으로 떡을 쳤습니다.

열심히 치려고 했으나 장애물과 지형지물이 익숙하지 않아 조금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아주 좋은 분위기로 헤어졌지요.



4.

이후 평소처럼 그 카페를 드나들다가 또 한번 지역의 명소 캘리포XX에 갔었습니다.

처음이 아니니 행동은 더욱 자연스럽고 각자 그동안 익혀온 진한 사랑나누기를 선보이는 예술의 무대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들은 카페녀의 애기는 제법 흥미로웠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술장사를 하려니 그동안의 인생역정이 아무래도 험난했겠지요.

나이도 나보다 두어살 어리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동갑이었습니다.

그 나이에 결혼을 안했으니 힘든 일도 많겠지요.

그런 카페녀가 당시에 가지고 있었던 고민이 있었습니다.

카페에 자주 오는 단골 - 나도 얼굴을 이미 알고 있는 - 한 사람이 본격적으로 접근을 해왔습니다.

별로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는데 문제는 그 사람이 상당한 재력가라는 점이었습니다.

제조업을 제법 크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재산이 몇십억이 넘어 간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접근은 계속되고 심지어 그 사람의 부인까지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카페로 찾아오는 일이 생기니 그 고민은 보통 심각한 게 아닌 것 같았습니다.

알고나니 괜시리 마음만 아팠습니다.

또한 그 고민들은 나로서는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고민이었으니 나는 나대로 답답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한참동안 며칠간 연락도 안하고 카페에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우선 남자 문제가 고민인 사람에게 또 다른 남자가 골치 아프게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했고

또 돈과 남자의 문제에 얽힌 사람의 어두운 그림자를 감싸줄만한 사랑은 내게 없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카페녀에게 연락을 안 했다면 얼마나 훌륭한 생각이겠습니까만

불행히도 그 이유보다는 그 뒤로 어찌어찌 하다 이리저리해서 걸린 병을 치료하느라 비교기과에 다니고 있어

사실은 카페녀가 아니라 톱탤란트 김아무개가 찾아와도 교접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니 이 얼마나 순진한 남자입니까?

그러자 어느날 카페녀에게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내용은 아주 황당한 내용으로 기분이 무척 상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너도 별 수 없는 속물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알기 쉽게 해석하면 ‘먹고 도망갔다’라는 뜻 정도겠지요.

나름대로 나를 좋아했다는 얘기였을까요?

불쾌한 마음에 얼른 연락을 할까 하다 그만 두었습니다.

내가 연락한다고 격앙된 기분이 풀릴 것 같지도 않고

그 기분은 나로 인해 생겼다기 보다 주변의 복잡한 일들이 만들어낸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반드시 어두운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 안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각자 할일 잘하고 모자람이 없게 밝은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일이 그렇게 되니 카페녀는 점점 더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5.

시간이 더 지나 카페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지난 일이 조금 심했다는 사과와 함께 할말이 있으니 카페에 들려달라고 했습니다.

어차피 집에 가는 길이니 어렵지 않게 카페에 들렀습니다.

반갑게 맞아주는 카페녀와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몇 가지 오해를 풀고나서야

그녀는 전에 얘기했던 그 재력가와 결혼한다는 얘길 했습니다.

그 남자는 결국 이혼을 했다더군요.

별로 아름답지 않은 얘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거야 내 생각일 뿐이고

알아서들 결정한 일일테니 잘 살라고만 애기했습니다.

마음 씀씀이도 좋아서 카페는 같이 일해준 동생같은 후배에게 저렴하게 넘겨줬다고 했습니다.

문득 이혼한 남자에 대한 생각이 나서 물었습니다. 위자료가 얼마나 되더냐고.

그녀의 대답은 몹시 놀라왔습니다.

사업체 정리하고 나니 무려 32억원의 위자료가 나왔다더군요.

그 돈이 얼마나 많은 돈인지 지갑에 32만원을 넣어보지도 못한 내게는 까마득한 숫자로만 각인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까지 해가며 결혼을 하려는 사람도 이해못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그 정도로 이 여자가 매력이 있었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매력이야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것인데 내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될 일이라는 생각으로

자꾸만 떠오르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접어두었습니다.





카페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담배 한 개피를 물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고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당연한 사실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저마다 소중한 게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는 사실도 알 것 같았지요.

하지만 이왕이면 좀 더 긍적적이고 희망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나만의 세상도 이왕이면 긍적적이고 희망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다 타 들어간 담배를 길바닥에 힘차게 부벼 끄고는 생각했습니다.

나는 32억원짜리 사나이라고 말입니다.





- 일산마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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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3.02.1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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