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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시로 쥰은 페티시를 사랑한다 -  1부 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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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시로 쥰은 페티시를 사랑한다 -  1부 3장

마에시로 쥰은 페티시를 사랑한다.방년 19세의 젊은 나이로 아직 소년의 티가 남아있어야 하건만, 남자의 등을 넓었다.
그리고 그 등이 비대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큰 키와 그 키에 걸맞는 긴 팔다리를, 남자는 가지고 있었다.
가볍게 말아쥐고 있는 두툼한 주먹은 무언가 예사롭지 않은 기술을 몸에 지니고 있음을 대변했고, 전신에서 풍기는 기도는 문외한이라도 충분히 비범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김영신.
본디 한국 태생으로 달리 불리는 이름은 카네시로 에이신이었다.
영신이 고향을 떠나 일본에서 살게 된 것은 깊은 사정이 있었다.
한국의 경찰이었던 영신의 아버지는 어느날 자신이 쫓던 국제 범죄조직에 고용된 사도의 무인에게 살해당했다.
비극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고, 그 사도 무인은 영신의 가족을 추적해 끔찍한 살겁을 벌이기에 이른다.
그러나 잔혹한 살마에게도 한가닥 인간의 마음이 남아있었음인지.
아직 어렸던 영신만은 사지의 근맥이 끊긴 채 살아남았다.
어린 나이에 불구가 된 영신이었지만 그 작은 가슴은 복수의 뜻을 품었다.
하늘의 도우심이었을까.
그에게 무인으로서의 책임을 지겠다며 10명의 은거고수들이 찾아왔다.
파사권 광은자, 철혈무자 제임스 베델만, 악멸검 한다 세이겐, 냉면소희 마리 멜리에스, 섬광각 오토 슈피겔, 천하제일쾌수 마진영, 장백인자 최영호, 광명대도 핫산 아흐마르, 분골수 알렉세이 슈포노브, 일수청풍 오오토리 키리코 등이 그들이었다.
그들은 영신의 근골을 이어주고 복수의 완성을 위해 자신들의 절기를 전수했다.
그로부터 10년, 10대 고수 중 아홉이 천수에 따라 하늘로 돌아가고, 그들의 뒤를 따라 사도의 무인, 사파 10대 고수로 손꼽히던 호조귀 빅터 발덴슈타인이 15살짜리 아이의 손에 무너졌다.
영신의 나이 15새 되던 해의 일이었다.
당시 영신은 전 세계의 무인들을 모아놓더라도 손에 꼽을 정도의 기량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 후 영신은 아직 젊었던 덕에 앞으로의 생이 많이 남아있던 마지막 사부 세이겐을 보필하기 위해 일본에 머무르게 되었다.
세이겐은 그에게 자신들의 길을 이은 마지막 전인이란 뜻으로 쥬쇼우노스케[十承之助]라는 아명을 붙이고 친자식처럼 아껴주었다.
마에시로 쥰은 지금, 그 남자를 앞에 두고 있었다.
“좋은 아침, 마에시로 상.
오늘도 보게 되네?” “예, 예...” “학교 가는 길이니? 아 참, 나도 참...
교복을 입고 가방을 들었으니 학교에 가는 길이겠지.
하하.” “조...
좋은 아침이죠...? 카, 카네시로 선배...” “음, 햇살도 좋고, 바람도 시원하네.
이제 지각만 하지 않는다면 완벽하겠지.” “읏...! 바, 방해되었나요...?” “응? 뭐 방해랄거까지야.
아직 등교 시간 20분이나 남았는데?” “하, 하긴 그렇죠...?” “왜 그래 마에시로 상? 감기?” “아뇨! 거, 건강합니다.” “왠지 마에시로 상은 점점 태도가 조신해지는것 같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말괄량이였는데.” “그, 그때 일은 이제...” “그때 중학생이었지? 생각나네.
갑자기 중학생 여자애가 도전이라면서 구두까지 벗고 달려드는데, 정말 깜짝 놀랐었지.” “읏,,,” 쥰 역시 그때의 일전을 기억하고 있었다.
철이 들고부터 무적이라고까지 일컬어지던 그녀의 발기술이 또래에게 막힌 것은 그때가 유일했다.
격이 다르단 것을 절감한 상대가 가문의 어른들도 아니고 자신과 나이차이라고는 1살밖에 나지 않는 소년이었기에 쥰은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그 뒤로 그녀가 영신에게 도전한 횟수는 실로 49회! 그러던 중 소녀의 마음에는 상대를 향한 강한 동경과 그것만으로는 미처 설명할 수 없는 애틋한 무언가가 싹텄다.
하지만...
“아라, 마에시로 상.
오늘도 여기서 보네요?” “읏...! 토죠 선배...” 쥰 못지 않은 미모를 지닌 소녀의 이름은 토죠 마스미.
나기나타 부의 주장으로 그녀 역시 수위를 다투는 무인이었다.
그리고...
“또 우리 에이신 군한테 도전하는 거? “아뇨...
그건...
그만뒀어요...” “후훗.
마에시로 상도 조금만 더 정진하면 에이신 군도 더 이상 방심할 수 없을거야.” 자연스럽게 얽히는 남녀의 팔.
마스미는 영신의 연인이었다.
“그만 학교에 가도록 하죠.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지만 모름지기 학생은 일찍 교문에 들어서는게 좋지 않겠어요?” “예, 예...” 영신은 처음부터 쥰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 자에겐 손을 쓰지 않는 것이 쥰의 유파, 쿠츠시타[九頭殺打]류 가라테의 철칙이었으니까.
색공이나 마찬가지인 유파인 만큼, 사람으로서의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유파의 시조로부터 내려온 마음가짐이었던 것이다.
여심에 둔감한 영신은 그렇다 치더라도 마스미는 쥰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애절한 것인지 알기에, 또한 방탕하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유파를 이어받은 탓에 진정 소중한 것에 만큼은 애써 고개를 돌리려는 쥰의 그 마음 씀씀이를 알기에, 마스미는 눈 앞의 소녀를 아꼈다.
=== 자습할 거리를 책상 위에 꺼내놓던 마코토를 교사 뒤편으로 호출한 것은 교내 무술부 중 손꼽히는 새력을 가진 전통무도부의 어린 주장, 미나미 히카루였다.
청초한 아름다움이 한떨기 백합꽃 갔다고 일컬어지는 그녀는 마코토가 알고 있기로 분명 쥰의 소꿉친구였을 터.
사시사철 흰색 하복만 고집하는 그녀는 마찬가지로 검은색 동복만 입는 쥰과 함께 1학년의 흑백 콤비로도 불리우고 있는 실정이었다.
“무슨 일로 저를 부르신건가요, 미나미 상?” “같은 나이에 경어는 獰楮?” “아...
에또...
그럼...
무슨 일로 날 부른거니...” “어제, 쥰을 미행했다지?” 마코토의 어깨가 흠칫 떨리는 것을 보며 히카루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저...
미나미 상 어제는...” “됐어.
그녀석 일이니 안봐도 뻔하지.” “그게 어쩌다 보니...” “충고 하겠는데, 앞으로는 쥰을 찾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에...?” “나와 그녀석이 소꿉친구라는 것은 알테니, 내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거라는 거, 짐작하지?” “아, 응...” “하나다 상을 위해서야.
어찌됐건 하나다 상은 일반인이니까.
우리 쪽하고 인연을 터서 좋을 건 없어.” “그치만...
휴...
미나미 상도 알고 있겠지만...
이미 어쩔 수가 없어...” 마코토의 불이 발갛게 물들었다.
히카루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그 걸레년은...
대체 교우를 건드려서 어쩌겠다는 거야.” “저, 저기...
어제 일은 미행한 내가 나쁜거니까...” “금제를 걸었잖아?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어.
그렇지 않아?” “하, 하긴...
그건 그렇지만...” “하아...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도 없잖아...
하나다 상, 이렇게 된 이상 그 걸레년한테 뭐라도 좀 배우던지...
아냐, 배우긴 뭘 배워.
아, 그래.
우리 부에라도 들어올래? 신문부 쪽에는 내가 잘 말해줄테니까.
내가 말한대로 일반인은 무인과 엮이면 여러 가지로 피곤해져.
본신에 뭐라도 지니고 있는게 좋아.
하여간 그 걸레년은 대체 일을 벌이는 데 아무 생각이 없다니깐...! 그때였다.
검은 그림자가 히카루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온 것은.
히카루는 혀를 한번 차더니 훌쩍 뛰어 그림자를 피했다.
“아까부터 사람을 걸레, 걸레...
얌마! 귀한 집 아가씨가 뒷담이나 까냐?” “걸레를 걸레라고 안부르면? 넌 대체 생각이 있는거니 없는거니?” “너한테만은 듣고 싶지 않거든? 네 방 옷장 속에 꼭꼭 숨겨진 축축한 장난감이나 처분하고 말을 하시던가?” “우와왓?! 네가 그걸 어떻게?!” “내가 너를 몰라? 겉으로는 얌전한 척 똥구멍으로는 온갖 호박씨를...” “그, 그만...! 처음보는 사람 앞에서 치사하게 그런 얘기를 하냐!” “하나다 상도 이제 우리 과야.
어쩔수 없잖아!” “어쩔 수 없는 일을 벌인게 누군데!” "두, 두사람...! 목소리가 너무 커...!“ “괜찮아.
히카루 쨩이 결계를 펼쳐놔서 밖으로는 아무것도 안들려.” “에...?” “그냥 그런 것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어쨌든, 이제 어떻게 할거야.
하나다 상의 일.” “내가 뿌린 씨앗이니 내가 책임져야지.” “니가 책임져봤자 걸레밖에 더 돼? 애초에 니네 유파가...” “남녀교합은 음양의 이치야.
뭣보다 즐거우면 그만 아냐.
내공으로 고통도 막아줘, 임신도 막아줘, 성병도 막아줘.
솔직히 그런 위험 없으면 여자도 얼마든지 즐겁게 살 수 있잖아?” “즐겁게 사는거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밝은 세상에는 나오지 말아야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면 세상이 다 우리 거게?” “프리섹스 시대는 70년대에도 있었거든? 에이즈만 없었으면 아마 지금도 다들 그러고 살걸?” “적어도 먼저 청하기 전에는 꼬시지 말았어야지! 니네 유파 철칙 중 하나잖아!” “윽...! 그, 그건...
하나다 상이...
너무 귀여워서...” “너는 짐승이냐! 카네시로 선배 앞에서는 잘만 지키잖아!” “뭐, 뭐야...! 너도 배워갔잖아! 그것도 무려 열살...!” “우와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 “소리질러도 감출 수 없는 진실이 있지.
그거 알아, 하나다 상? 이 히카루라는 년은 글쎄...” “시끄러!” 히카루의 입술이, 준의 입술을 덮었다.
그리고 한참 후.
쥰이, 그 쥰이 무너져 내렸다.
“이거만큼은 내가 너보다 잘하지.
어때, 오랜만에 맛보는 언니의 입술은?” “치, 치샤해에...
제紡?했으며언...
너 같은 거...” “아하핫! 언제까지 내가 네 밑에 깔려 가줄 거 같아?” “저, 저기...” 히카루의 고개가 섬전과 같은 속도로 돌아갔다.
‘아차...!‘라는 말을 그려놓은 듯한 표정이 마름다운 얼굴 위에 떠 있었다.
“흠...
하나다 상...
이건 말이죠...” “경어는...
안쓰셔도...” 쥰은 어느 샌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있었다.
“너나 나나 도긴개긴이야 이년아...
있지 그거 알아, 하나다 상...? 사실 우리 관계는 저년이 먼저...” 히카루는 마코토의 귀를 막으며 빽 소리 질렀다.
“그만해...! 알았어, 알았다구...! 그치만 어쨌든 하나다 상에게 뭔가 좀 가르쳐야 하는 거 변함이 없잖아.” “뭐 우리 유파보다는 니네가 좀 깨끗하게 놀긴 하지.
니가 가르치는게 낫겠네.” “너 이자식...” “아, 종친다.
들어가자.” “에휴...
정말이지...” “미, 미나미 상...
이것 좀 놔 주...” 소녀들은 그렇게 각자의 교실로 흩어졌다.

마에시로 쥰은 페티시를 사랑한다.쥰은 검은색 수면용 안대를 벗고 입가에 묻은 누군가의 음모를 닦아낸 후,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자신의 스타킹을 집어 들어 발 부분의 냄새를 한참 동안 맡아댔다.
“크~ 꼬릿꼬릿...” 자신의 발냄새를 맡으면서도 뭐가 좋은지 함박웃음을 짓는 쥰을, 침대 한편에 곱게 치워진 마코토가 바라보고 있었다.
‘저렇게 예쁜 사람도 자기 발냄새 맡아보고 그러는구나...‘ 의외로 털털하달까.
잠에서 막 깬 얼떨떨한 정신 상태로는 그 이상의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마코토의 눈이 다시 감겼다.
핸드폰 알람이 울리지 않는 것을 보니 아직 일어날 시간은 아니었다.
마코토는 몰랐다.
그 후 쥰이 자기 자신의 발냄새를 반찬 삼아 한참 동안 자위를 했다는 것을.
“앗...! 흐응! 아...! 아! 아읏! 하아...
좋아...
발냄새...
하읏...! 응! 아! 앙! 하앙...!” 쥰은 그 행위에 완전히 열중한 듯이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거칠게 비비다가 엄지를 제외한 손가락 전부를 보지구멍에 쑤셔 넣고 거칠게 움직였다.
“아...! 좋아...! 아! 이거...
하읏...
위험...! 아응! 하앙...! 아! 앙! 어! 어...! 어응! 가...
가...! 가버...
어읏! 아응 가, 간다, 아앗, 냄새로...! 간다...
앗!!!” 오줌구멍에서 내뿜은 대량의 애액으로 침대 시트와 카펫을 적시며, 쥰은 절정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완전히 천박하게 풀어져 초점을 일은 눈은 경련하듯 깜빡였고 입으로는 침이 질질 흘러내렸다.
발가락 때가 사이사이로 보이는 자그마한 발가락들은 모두 부채처럼 휘어 부들부들 떨렸고, 축축하게 젖은 팬티에 가려진 보지구멍은 손가락을 꽉 물고 늘어진 채 똥구멍만 음란하게 벌름거렸다.
한참 동안 그렇게 여운을 만끽하던 쥰은 멍한 얼굴로 스타킹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후아...
오늘 아침도...
좋구나, 응~.” 쥰은 그대로 방에 딸린 욕실의 유리문 옆으로 난 철제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 문 안의 널찍한 공간은 완벽하게 방음 처리가 되어 있었으며, 도저히 여자아이가, 아니, 사람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무지막지한 크기의 운동기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쥰은 한동안 연체묘기에 버금가는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바벨 봉에 원판을 몇 개 씩 끼워 넣은 후 스쿼트, 벤치 프레스, 데드리프트 등 열 가지가 좀 안 되는 운동을 했다.
그 과정이 끝난 뒤 쥰은 미리 준비해 둔 수건으로 땀을 닦고는 가라테로 보이는 무술의 카타 몇 가지를 수십 번쯤 반복하고 샌드백이나 펀칭 백을 두드렸다.
그 외에 가라테의 전통 수련도구를 거대하게 만들어 놓은 듯 한 기구로 몇 가지 운동을 몇 십분 정도 더 한 후, 쥰은 다시 땀으로 흥건해진 몸으로 스트레칭을 하고는 단련실 옆에 자리한 욕실로 들어갔다.
여기서부터 쥰의 아침 시간은 평범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후 잠자리를 정리하며 그 귀여운 입으로 하품을 한번 하고, 잠옷 차림 그대로 부엌으로 나온다.
식사는 평범한 시리얼.
또한 평범하게 우유에다 말아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그리고는 교복을 차려 입은 후 머리를 단정하게 땋아 내리고 학교로 향한다.
평범했다.
잠자리에서 정리한 것이 다양한 나이대와 인종의 여체들이었다거나, 부엌이란 곳이 밤에는 멋들어진 바텐더가 서빙을 하던 바[bar]였다던가, 시리얼을 말은 우유가 딸기우유였다던가, 곁들인 음료수가 시판하는 제품인 마티니 믹스라던가, 몸에 걸친 속옷이나 스타킹이 전날 입었던 것 그대로라던가, 화장실에서 오줌을 싸는 대신 500cc 맥주잔에 담아 옆에 있는 여자 아무나 붙잡고 선물이라면서 넘겼다던가, 그 여자는 그걸 또 좋다고 받아 마셨다던가, 그 모든 과정을 돕는 시녀가 있었다던가 하는 소소한 차이를 제외한다면.
거기에 오늘은 한 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쥰은 마코토를 깨워 함께 아침을 먹은 후 기사 딸린 고급 차에 그녀를 태워 먼저 학교로 보냈다.
괜한 의심을 사지 않게 집 근처에서 내려주라는 세심한 당부는 물론이었다.
=== “캬-끝내주잖아! 하나 쨩, 어때? 우리가 평생 언제 마이바흐를 한번 타보겠어.” 마코토를 뒤에 태우고 운전을 하던 중 기사, 미치루가 진심으로 감탄한 듯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마코토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뚱한 표정으로 볼을 부풀린 채 창 밖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에? 왜그래 하나 쨩? 멀미?” “...” “멀미나면 창문 내려도 되는데...? 거기 앞에 냉장고에서 뭐라도 꺼내 마실래?.” “아니에요.” “혹시 뒷좌석이 불편해? 그럴 리가 없는데, 이상하네?” “편해요.
무지무지.” “에...
또...” 마코토의 차가운 반응에 미치루는 무안한 듯 자신의 볼을 긁적였다.
새초롬해 보이는 여우 눈이 무척 귀여운 미인이었다.
미인을 보면 마음이 풀린다고 했던가.
마코토는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를 속였잖아요.
다들...” “에?” “노...
노예가 될 거라면서요...! 진짜로 무서웠단 말이에요!” “아하하...
거야 어떻게 보자면 속인 게 맞긴 한데...” “그냥 봐도 속인 거죠...” “아니야, 어떻게 보자면이지.
생각해봐.” “에?” “끝내줬지? 주인님.” “엣...!” 마코토는 미치루의 말을 단번에 알아들었다.
분명 하룻밤 만에 사람을 노예로 만드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마코토는 자신 할 수 없었다.
자신이 두 번 다시 그곳에 발을 들이지 않을 거라고, 두번 다시 이 차를 타는 일이 없을 거라고 도저히 자신 할 수 없었다.
아마도, 아니 분명히, 언젠가 자신은 쥰의 노예가 될 것이다.
자신의 의지로.
아무도 정해준 적 없지만 기정사실이었다.
“오면 가끔 우리랑도 놀자.” “윽...!” 미치루는 한손으로 보지를 뜻하는 손 모양을 만든 후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인 엄지손가락을 꼬물거리며 음란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주인님만은 못하지만, 우리도 나름 잘 해.
여자가 기분 좋은 곳은 여자가 제일 잘 안다고.” “으으...
그...
그럴...
게요...” “히히.
하룻밤 만에 완전 까졌구나? 귀여워라...
걱정 마시길, 꼬마아가씨.
어차피 거기 가봤자 주인님 보는 날은 일주일에 한두 번?” “에? 거기가 집 아니에요?” “집은 맞는데, 주인님 좀 바쁘셔.
있지, 하나 쨩.
그런 도심지에 자기 건물 가지려면 돈이 얼마나 드는지 생각해 봤어?” “저야 어제 처음 가봐서...
손님 많은 것 같던데...” “손님 아냐.
노예들이랑 주인님 제자까지 해서 한 4, 50명? 뭐, 남자 놈들은 손님이긴 하지만...” “헤에...” “뭐, 야-상들이 달마다 바치는 상납금도 있고, 제자들한테선 무슨 관비 같은 거 받는 거 같고...
아, 몸 팔면 번 돈 한 10프로 상납하지.” “엑...
몸...
팔다니...” “주인님까지 다 해.
하하.
우리들 꽤 비싸다구? 특히 주인님은 정부의 윗대가리들이나 섹스리스 된 대기업 사모님들도 많이 찾는데...
하룻밤에 막 100만엔 단위로 돈이...” “그,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마에시로 상, 그래도 고등학생인데...” “우리 중에도 스물 넘긴 사람 얼마 없네요.
너한테도 팔라 할까봐? 걱정 마셔.
어차피 임신도 안 해.
성병도 안 걸리고.
그럼 뭘 걱정하겠어.
우리야 뭐 어차피 버린 인생이고, 주인님 떠날 생각도 전혀 없으니까.
재밌게 놀고 돈도 벌고 나쁠 거 없지.” “그래도...” “아하하.
안 시켜 어차피.
다들 자발적으로 하는 거야.
있지, 그거 알아? 주인님한테 배우면 다들 그렇게 돼.
그리고 남자하고 하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거든.
어쩔 수 없이 하는 것들이랑은 경우가 다르지.” “그게...
그렇게 돼요...?” “그야, 주인님이 하시는 무공은 색공같은...
아, 이건 내가 말해줄 수 없는 거라서...
배울 맘 생기면 그때 주인님께 들어.
근데 그전까진 손님이다?” “음...
아니, 그건 됐고...
그래도...
뭐, 사는데 걱정은 없는 것 같으네요...” “천국이야 천국.
이런 걸 왜 예전엔 몰랐었는지...
장난 아니었지.
중절도 한 두 번쯤 한거 같애.” “으엣...” “여깡이라도 학교에서나 노는 범생이들이랑은 질이 틀려, 우리 같은 애들은...
학교도 반쯤 그만 둔거고 허구한 날 사고나 치고 다녔으니 주변에 적도 많았어.
남자 놈들처럼 힘이라도 강했으면 사채꾼 어깨 노릇이라도 하겠지만...
그러니 어쩌겠어...
좀 얼굴 좀 되는 애들은 야-상들한테 다리 벌려주고 비빌 언덕을 찾는 거야, 뒷배가 제일 큰 년들이 간부도 해먹고 헤드도 해먹고...
80년대 만화처럼 무슨 자유로운 영혼이라느니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느니...
다 거짓말이었어...
세상 무서운 것도 모르고 바보같이 그저 어깨 세우고 다녔던 거야...” “...” “그렇게 살다 종칠 인생이었는데, 주인님이 구해주셨지...” 그렇게 말하는 미치루의 입가에는,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들과는 다른, 마치 아이가 엄마를 그릴 때처럼 순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마코토는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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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3.11.26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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