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런 허접스런 이야기를 다 쓰나 하고생각하실 분도 있겠습니다만,
경방의 여러 고수님들의 글을 읽다 보니
저도 용기가 생겨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남자분들은 다덜 아시겠지만 꼭 함께 술을 먹어 놓고
다음날, 기억을 전혀 하지 못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술자리에서는 너무나 멀쩡하게
회사일이며, 개인적인 고민이며,
취미 생활까지 너무나 이성적으로 잘 이야기해 놓고
정작 담날이 되면 모든 걸 기억 못 하고 까먹어 버리는 겁니다.
게다가 전 술에 취하면 꼭 화장실에서 자는 버릇이 있는데
2년 전인가는 노래방 여자 화장실에 잠이 든 저를
깨우기 위해 소동이 벌어진 적도 있답니다. 에구구
지금도 그 노래방에 가면 전 칙사 대접 받습니다.(-_-)
어쨌든 이렇게 고백하고 싶진 않지만 제가 바로 그런 넘이죠.

그러다 보니 직원들이 저랑 술을 먹다 말고 놀리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먼저 하나 말씀드리죠.......
한 4년 전인가 나이 어린 인턴 여직원이
우리 팀에 새로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팀 회식을 하다가 2차를 가게 되었습니다.
이미 전 조금 취한 상태였는데 주위의 직원들이 그걸 눈치챘습니다.
아래의 대화는 며칠이 지난 다음 다른 직원들로부터
들은 상황을 정리한 겁니다.

동료직원 1 : 드디어 ×××, 맛이 갔구만.......
나 : 무슨 소리야, 이제 시작인걸....
동료여직원 2 : (새로 온 여직원을 향해) 저 사람은 다음날, 전혀 기억 못
하거든..... 그러니까 막 반말 해도 돼.....
후배직원 3 : 맞아. 나 하는 거 봐. (저를 가리키며) 맞지? 내가 반말해도
기억 못할거지?
나 : (분개하면서) 술자리니깐 봐주지만 너 내일 듀겄다.
동료직원 1 : 무슨 소리야? 기억도 못 하잖아.
새로 온 여직원 : 정말요? 호호호

이러다가 분위기가 이상했졌음다.

동료직원 1 : 이러지 말고 우리 저 사람 술버릇 확실하게 고쳐놓자.
동료직원 2 : 어케?
동료직원 1 : 내일 ×××가 새로 온 여직원한테 키스했다고 하는거야.
그럼 정신 좀 차리겠지?
동료들 : 와하하 진짜 그럴까?
그 말을 듣고 있던 나 : 참 내, 이렇게 멀쩡한데 그걸 기억 못할까 봐?
동료직원 2 : 내일 보면 알겠지.....
화가 약간 난 나 : 이왕 그럴 거, 아예 실제로 키스나 해 버리지.

그러면서 저는 과장된 몸짓으로 여직원에게 입소리로 쪽 하고 말했답니다.
그리고 담날, 아침에 엄마가 끓여준 콩나물국을 먹는 듯 마는 듯 하고
지하철을 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나는 것이었음다.
은근히 걱정된 것은 혹시 또 화장실에서 잠든 건 아니겠지, 하고 걱정하면서
회사를 나왔습니다.
그런데, 웬걸 사람들이 절 보더니 슬슬 피하는 겁니다.
특히 새로 온 여직원은 화가 난 듯, 눈도 안 맞추는 겁니다.
왜들 그러지? 하면서 카피를 쓰고 있는데,
한 후배 직원이 저를 밖으로 부르는 겁니다.

후배넘 : 형, 어제 왜 그랬어요? 정말 왜 그래요?
아무 것도 모르는 나 : 왜 무슨 일 있었어?
후배넘 : 정말 기억 안 나요?
나 : 1차까지는 기억 나. 그런데 왜? 화장실에서 잤냐?

후배가 한심스럽다는 듯 가슴을 치더니 그냥 들어가는 겁니다.
안 되겠다 싶어 밖에서 술자리에 있던 직원들을 한 명씩 불러냈습니다.
그랬더니 한 후배 넘이 하는 말.....

후배넘 : 정말 과장님, 이제 결혼하세요.
나 : 왜?
후배넘 : 왜 애꿎은 신입사원한테 키스를 해요? 정말 왜 그래요?

그 말 듣고 저는 충격 먹었음다. 당시 나이 32세 결혼을 못한 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그런 추태를 부린 적은 없었거든요.
그날부터 저는 1주일 동안이나 회사에서 얼굴 못 들고,
특히 새로 온 그 여직원 눈치 보느라
복사 심부름, 커피 심부름가지 도맡아 하겠다는 충격적인 선언까지
했었답니다.
나중에 그 사실 알고 나서 어이가 없긴 했지만
그게 누구 탓이겠습니까.....
술 먹고 난리 피운 제 책임이지요.....

토도사 가족님들......
술은 조금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