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바쁘게 살던 시절이 있었다. 뭐 지금이라고 사무실에서 느긋허니 앉아 에어콘 온도가 몇도가 되야
꼬추가 더 쾌적할까 궁리하는 한량 신세인 건 아니지만, 회사를 때려친다는 생각도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사정 직전의 정사 마냥 새까맣고 하얗게 살던 때가 있었다.

밥 거르는 건 일도 아니고 잠 설치는 건 일상다반사였다. 피곤한 퇴근길에 택시를 탔다가 집에 가는
방법을 설명하지 못 해서 한참을 버벅거린 적도 있었다. 능력이 딸렸던 건지 욕심이 많았던 건지,
지금 돌아보면 그땐 왜 그랬는지 싶기도 하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빠구리는 치고 싶어서 악착같이 여자를 곁에 뒀었다. 가깝지 않은 회사에 다니는
아가씨를 사귀며,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늦게 퇴근하는 사람 회사 근처로 가있기도 하고, 각자의 회사
에서 볼 때 중간지점에서 접선키로 했다가 둘 다 차 안에서 조는 바람에 반대방향에서 다시 차를 갈아
타고 만나 새까만 밤중에 멍하니 시계를 바라본 적도 있었다.

그렇게 만나다 보니 시간을 아끼고 장소를 아끼게 되었고, 그러다 보면 떡 한 번 치려고 온천마크 달린
집에 들락거리는 것도 망설이게 마련이었다. 밤 10시에 만나 술 한 잔 하고 나면 11시인데 보통 온천마크
달린 집이란 곳이 숏타임을 12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그 이후에도 놀아나려면 긴밤으로 심히 부담가는
가격을 요구하시나니, 전날 옷과 같은 옷을 입고 출근하면 하루종일 상상의 대상이 되는 수모를 감수
하기는 좆 빨기보다 싫은 일이고, 거금을 치루고 그 가격의 30% 정도의 서비스만 제공받겠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소시민으로서 결코 행해서는 아니될 사치이니, 온천마크 달린 집의 대안을 찾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대안은 비디오방. 적절한 런닝타임의 영화를 골라 방 안에 들어간 뒤 심히 비위생적인
소파 위에서 묵묵히 대사를 치루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너무나 뻔하건만!) 묵묵히 가게를 나서는 짓거리
도 나중엔 이골이 나서 식당 들어가 휴지 깔고 숟가락 젓가락 올려놓듯이 익숙한 행동이 되었다.

거기서 한층 더 나아가 방에 들어가자마자 영화가 시작되면 모니터나 프로젝터의 AV코드를 찾아
음향라인은 놔두고 영상라인만 뽑아버리는 잔대가리도 굴리게 되었다. 영화에서 나오는 소리가 빡소리를
덮어주고, 영상을 꺼놨기 때문에 밖에서 지나가는 사람이 봐도 방 안이 시커멓게만 보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주말에 홍대앞 비디오방에서 빠구리놀이를 마친 후 잠시 화장실에 갔다오는 길에 떡치는 커플
8쌍을 보고(한 쌍은 여자가 올라탔는데 빨통이 무지 커서 특히 인상에 남았다.) '아 나는 얼마나 지혜로운
새끼인가' 하며 감탄했던 적이 있다. 정 하려면 화면 콘트라스트라도 조절하고 하던지. 선생 김봉두
틀어놓고 빠구리치는 거 동네 자랑할 일 있니? 바람난 가족 틀어놓고 여자한테 빨게 하고 화면 보던
새끼도 기억에 남는다. 아가씨, 나같으면 그런 놈 꺼 안 빨아준다.

그 당시 정말 즐겨가던 곳은 비디오방이 아니라, 어떤 건물의 비상계단이었다. 저녁 9시까지만 영업
하던 사주까페가 있던 5층 건물. 4층과 5층을 잇는 계단에는 별다른 인기척이 없었고, 그 곳에서
아가씨와 nakadasi는 생식기만 훌러덩 노출시켜놓고 빠구리놀이를 즐겼었다. 흘러내리는 셔츠를 입에
물고 엉덩이를 주무르며 검붉은 자지를 넣었다 뺄 때마다 애액에 젖어 번들거리는 자지에 반사되는
네온불빛을 즐겼고, 그런 자지를 향해 보지를 넓힌 채로 엎드린 자세에서, 두 팔에서 흘러내린 땀에
손이 미끄러져 유리창에 몸을 부딪혀 엄청난 소리를 내기도 했었다.

한 바탕 일을 치루는 중에 4층 카페를 들락거리는 손님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릴 때면 순간 옛날
오락실에 있던 너구리 게임에 나오는 너구리처럼 빳빳하게 경직되어 다시 조용해지기를 기다렸고,
극한의 순간이 오면 그대로 거시기를 뽑아 유리창에 정액을 뿜어내거나, 뒷처리를 한 뒤 그 뒤에 이 곳을
사용할지 모를 '누군가'를 위해 1회용 휴지를 남겨놓고 나오기도 했다.

"우리가 방금 하고 나온 거 알까?"

그렇게 일을 치루고 옷마무새를 추스린 뒤 밤거리로 돌아와 편의점에서 산 캔커피나 맥주를 마시며
길을 걸을 때면 누군가 지나가던 사람과 눈을 마주칠 때마다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키득거리기도
했고, 각자 돌아가는 차 안에서 핸드폰 문자로 조금 전의 섹스를 회상하며 몹시도 저질스러운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고 머리모양이 바뀌고(아싸 샤기컷~) 회사가 바뀌고 노는 동네가 바뀌고


여자가 바뀌었다.



쉽게 발 닿는 곳은 아니었지만, 어찌어찌 하다가 예전의 그 동네를 찾아가게 되었다. 즐겨가던 가게 몇 곳은
업태를 바꾸었고, 몇 곳은 그대로 예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친구들과 세상 살아가는 뜨거운 좆같음에
대한 이야기와 맥주를 섞어 마신 뒤 헤어진 자리에서 뭔지 모를 아쉬움에 인스턴트 커피를 손에 들고
그 비상계단을 찾아갔다.

사주카페는 여전히 9시까지의 영업을 마치고 셔터를 내려놓고 있었고, 4층과 5층 사이의 계단에는 조용함
만이 남아 있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절로 힘이 들어가던 손아귀에게 죄어지던 계단의 철파이프를 만져보기도 하고,
자기가 어디를 향해 발사되는지도 모르고 날아가던 불쌍한 정액들이 박치기를 해야 했던 유리벽도 슬쩍
건드려 봤다. 아무런 개성이 없는 무미건조한 그 곳엔 굉장히 음란하면서 경쾌한 그 아가씨와 nakadasi
만의 추억이 잠들어 있었다.

굉장히 많은 정사를 치룬 곳이었지만 그 곳의 추억을 회상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잠깐 동안의 시간을 소비한 뒤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비상계단 구역 모퉁귀에 하얗고 네모난 것이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어느 정도 사용된 1회용 티슈였다.

그 티슈를 버린 것이, 그때의 그 아가씨일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 아가씨에겐 구태여
이곳까지 와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이 건물까지 들어와서 치마를 내려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 이유는 바로 nakadasi였으니까.

그렇다면 또 다른 누군가일 것이다.

우리가 머물었던 곳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머물다 간다.

그것은 그 만큼 우리가 머물렀던 곳과 했던 행동, 느꼈던 감정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음을 의미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자세히는 설명이 안될, 묘한 기쁨과 흥분을 주는 사실이기도 하다.



:: Take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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