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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이벤트 응모] 무더웠던 94년 여름의 외박...(2부 추가)

나방무덤 1 689 0
*하루만에 일어난 두가지 황당한 이야기(1)


유난히도 무더웠던 1994년 여름...사상 최고의 더위라는 폭염속에서.

그중에서도 가장 더운 지역중 한곳인 포항에서...(그놈의 포철 용광로 때문인지...ㅡ_ㅡ;;)

3주간의 해상 훈련을 뛰고난 뒤 밀려있던 1박2일 외박을 찾아먹게 되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건 기간이 얼마건 간에 일단 밖에만 나오면 마냥 해맑은 순진한 군바리.

어릴때 부터 군함을 동경했던 나머지 군함을 타는 군인이 되리라는 막연한 동경심으로 인해 그만

병무청에 가서 덜컥 지원해버린 해병대.

해군인줄 알고 지원했으나 입대 1주만에 해병대와 해군은 서로 상이한 부대라는걸 깨달았고 해병대는

군함대신 아주 작은 시커먼 보트만 타고다닌다는건 자대 배치후 IBS 교육때 절실히숙지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보트가 타는 시간보다 우리 머리위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도 그때 알았었고 가끔 바다

대신 산으로도 메고가야하는 것도 그때 알았습니다.

우리 부대엔 저같은 병사들이 1년에 한 두명씩 들어온다는 말을 야간 근무중 선임이 나의 목을 꺽어놓고

마구 때리면서 알려주더군요.

하지만 이미 들어온 군대...어찌할 도리는 없고 그냥 열심히 생활하면 적응이 되겠지라는 다짐을 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생활 했는데...역시 적응엔 긴 세월이 필요하다는걸 알았습니다.

선임들의 세무워카를 구두약으로 박박 문질러서 반짝반짝하게 광을 내는 통에 제 위의 선임들이 다음날

심하게 부은 얼굴로 날 째려보던 일...

다리미로 선임 옷을 다리다 열조절 미숙으로 다리미와 A급 군복을 접착 시킨일...물론 이때도 저의 바로위

선임들은 밤에 자지않고 어디론가 불려나갔었습니다.

부대 정문 근무서다 선임이 자는틈을 타서 같이 눈감고 몸부림 치다 대대장에게 걸린 일...

다음날 전 중대원이 일정에도 없는 완전무장 구보를 해질때까지 하는 성실함을 보였습니다.

도저희 못견딘 나머지 의무실에서 좀 쉬어보려고 작업중 옻나무를 발견...제 몸에다 마구 비볐습니다.

제 군생활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온 몸에 옻이 오른 상태로 3주간의 유격 교육을

수료한 일이라고 할겁니다.

이 외에도 제법 있지만 읽으시는 분들이 답답해 하고 열받을까봐 그만 적는게 좋겠네요.

암튼 생활들이 이런 지경이니 바라보는건 딱 한가지...휴가더군요.

그러나 일병 정기 휴가는 찾아먹은 상태고 남은건 부대원들의 사기를 위해 돌아가며 찾아먹는 외박뿐.

제 차례가 오길 손꼽아 기다리다 상병 달기 보름전 쯤에야 찾아온 꿈의 외박.

세상이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했습니다.

꿈에서나 그리던 자유를 현실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는지 외박자는 포항을 넘어서는 안된다라는 철칙을

까맣게 잊고 부산의 집으로까지 향하는 미친짓을 해버렸습니다.

미친짓의 부작용일까요...

부산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심한 복통과 함께 '큰것'이 밀려오고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림과 동시에 귀신잡는 해병의 위용으로 당차게 터미널을 빠져나가리라는 기대를 허물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화장실을 찾다 청소용 창고와 직원 휴게소의 문을 열어버리는 추태를 저지릅니다.

드디어 눈에 들어오는 화장실.

앞뒤 안가리고 뛰어 들어간곳...여자들이 이용하는 화장실이더군요.

그러나 그 사실을 안건 바지 내리고 급한 물건들을 이미 배달하고 난 뒤 바로 밖에서 여자들이 깔깔거리는

소리를 듣고난 뒤였습니다.

근무지에서 자다가 대대장께 걸렸을때도...선임 세무워카 다섯컬레를 조져놨을때도 나지않던 식은땀이 이때

만큼은 등을 타고 줄줄 흘러내립니다.

문틈 사이로 바깥 동향을 주시...아무도 없을때 번개같이 튀려고 했으나 희안하게도 나가면 누가 들어오고

또 나갈려면 들어오고...그러기를 두시간 남짓...

긴장감이 어느정도 풀어졌는지 그동안엔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옆칸에서 옷 내리는 소리...쉬 하는 소리...닦는소리...그리고 문틈사이로 웃통을 벗고 겨드랑이를 깍는

여자,스타킹 갈아신는 여자...믿으실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도 동정이었던 제게 모든게 신선한 충격이었고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그때문이었을까요?

저질스럽게도 그런 상황에서 어느새 저의 손은 그간 말없이 잘 버텨준 동생놈에게 가있었습니다.

군대 교육훈련시 겉멋 부리는 교관들이 꼭 하는 말도 안되는 말이 있죠.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차라리 즐겨라!"

바로 이런날을 대비한 고귀한 가르침이었단 걸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교관의 명언대로 즐기기를 5분...모처럼의 강력한 쾌감으로 몸이 뒤틀리는 순간 밖에서 누군가 문을 누드립니다.

두시간동안 몇번의 두드림이 있었지만 군에서 배운 탁월한 기만 전술로 여자인 척 얇은 신음으로 신호를 대신

했었기에 역시 이번에도 짧고 얇게 '음!' 하고 답해줬습니다.

간단히 속였다 싶어 하던 일을 마무리 할려는 순간 충격적인 말을 내뱉는 아줌마 목소리...

"아무래도 이상한데? 벌써 두시간이 넘었잖아...남자 아냐?"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뻔 했습니다.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아까부터 몇번을 두드리고 나오길 기다렸던겁니다...청소를 해야하니까요.

문틈으로 보니 수상쩍게 생각 했던지 다른 동료 아주머니와 함께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틈 사이로 살피던 내 눈과 청소 아주머니의 눈이 마추치자 깜짝 놀라는 아주머니.

사태의 심각성을 동생놈은 이미 파악 했는지 기세 등등하던 위용은 간데없고 탈수증 걸린놈 마냥 쪼그라들어

있습니다.

계속 문을 두드리며 나오라고 재촉하는 아주머니들...느낌으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있는 것 같았

습니다.

절대 절명의 상황...소리없이...그러나 신속하게 옷을 끌어올리고 퇴출 준비를 합니다.

이곳과 화장실 입구와의 거리는 3미터 가량.

문을 염과 동시에 번개같이 장애물을 돌파하고 유유히 사라지는게 현재로선 가장 바람직한 작전이고 군대에

서도 늘상 하던 작전이었습니다...그만큼 자신도 있었고요...

마음속으로 수를 센뒤 주저없이 문을 왈칵 열었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남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커먼 군인인줄은 미쳐 몰라서 그랬을까요?

앞에 진을 치고있던 청소 아주머니들과 호기심때문에 무책임한 구경을 즐기려고 서있던 여자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을 지릅니다.

혼란을 틈타 번개같이 장애물을 돌파하려했으나...왠일인지 발이 안떨어집니다.

처음 들어와서 지금껏 2시간이 넘게 쪼그리고 앉아있었던 결과...양쪽 허벅지와 종아리가 저리다 못해 감각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굳어있더군요.

마음은 급하고 몸은 어버버 거리고...잠시 놀랐던 아주머니들도 나의 이상한 행동을 20초 정도 감상하더니

이내 정신이 들었는지 손에 들고있던 청소 빗자루로 절 때립니다.

맞는거야 워낙 이골이 난 몸이라 상관이 없었지만 '이 변태새끼...오늘한번 죽어봐라!'라며 오물에 푹 젖은

빗자루로 내려치던 한 아주머니의 저주스런 말은 제대할때까지 저의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한 30초 정도를 정신없이 맞고...욕얻어먹고 난 뒤에서야 서서히 풀리는 다리...

날 내려치던 아주머니 두분을 양쪽으로 밀쳐내고 절뚝거리며 전진...느닷없이 어깨가 뜨금합니다.

경험 해보진 않았지만 월남에 참전했던 주임 상사님이 설명했던 관통의 느낌...

총을 맞은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누가 나에게 총을 쐈을까...라며 어렴풋한 정신을 가다듬고 주위를 살핀 결과 내 옆에 있던 이상하게

생긴 아가씨가 자신의 하이힐을 치켜들고 있더군요.

높고 뾰족한 굽을 보니 총으로 오인할만한 흉기였습니다.

내가 매우 큰 데미지를 입은걸 눈치 챘는지 한방 더 내리칠려고 하는걸 손으로 막은 뒤 하이힐을 내팽겨쳤

습니다.

'별 손해볼 것도 없는 얼굴인데 뭐가 억울해서 그래?...라는 말을 그 아가씨에게 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어깨의 충격 때문인지 완전히 회복된 다리...나의 군복을 늘어지게 잡고있던 아줌마 및 여인들을 뿌리치고

무조건 뛰었습니다.

저쪽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달려오던 경비 어르신도 저의 무섭고 힘있는 도주에 그만 어쩌지 못하고 피해줍니다.

군인...그리고 해병대의 무서움을 모르는 철없는 몇몇 여인들이 무모한 추격을 하지만 다리가 이미 회복된 절

따라잡긴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나의 행실을 알지못하는 지역까지 구보로 이동...숨을 고른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데에 성공!

보고싶은 나의 작은 형을 향에 가는 것 까지가 1부 입니다.

기억 하기도 싫은 1994년 여름의 외박 2부는 내일 마저 올리겠습니다.

원고 마감이라서요...ㅡ_ㅡ;;





**하루만에 일어난 두가지 황당한 이야기(2)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다대포에 있는 집에 도착 할때쯤.

아까의 악몽같은 혼란은 서서히 안정이 되고 있었습니다만 전 역시 구제불능일까요?

모처럼의 DDR을 다 마치지 못한것에 대한 저질스런 아쉬움만 들면서 언젠가 완벽한 작전 계획을 수립,

제대로 한번 여자 화장실을 접수해봐야겠다는 무서운 결심을 하며 집의 문을 열었습니다.

집에는 일병 휴가 이후 반년만에 집으로 귀향한 막내를 애써 무시하며 웃옷을 벗어던진체 라면을 드시고

계신 아버지.

전 사회에서 나마 군인이라는 신분을 강조하자는 생각으로 절도있게 경례를 했지만 역시 아버지는 온

신경을 냄비에 퍼져있는 너9리 라면에만 집중을 합니다.

아들과 너9리 라면 한박스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너9리 박스를 끌어 안으실 만큼

너9리에 대한 비정상적 집착을 보여오신 아버지 이기에 섭섭한 감정은 사치였습니다.

"아버지..."

"돈없다!"

간만에 찾아간 집에서 귀한 막내와 아버지의 대화는 30여분간 이 두마디 뿐이었습니다.

아버지...라는 애절스런 억양만 듣고도 자식이 뭐가 필요한지 알아차리시고 돈없다는 직설적인 답변으로

아들의 가슴에 못을 박아버리는 약간은 배려가 부족하신 환갑을 1년 앞둔 아버지...

'작은 형한테 가봐라'라는 마지막 맨트를 날린 뒤 계속 너9리의 육수를 마시는 아버지를 뒤로하고 형을

찾아 나섭니다.

제가 입대전 형과함께 만화를 그렸던 화실에 전화를 해봤지만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1년 365일 휴일이 없었던 당시의 만화 화실에서 전화를 받지않는다는 것은 두가지 이유로 추리를 해볼수

있는데 하나는 누구의 결혼식일때고 또 하나는 회식입니다.

이 더운 한여름...거기다 휴일이 아닌점을 감안하면 결혼식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예전부터 단골이던

회식 전용 식당겸 술집으로 향했습니다.

역시 전 해병대가 아니라 정보부에 근무 했어야 합니다.

제 예상에 한치의 빗나감도 없이 지하에 위치한 단란주점의 탈을 쓴 단골 회식 식당엔 추리한 옷자림과

헤어스타일을 간직한 10여명의 만돌이와 만순이들

형을 찾았다는 뿌듯함을 느끼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이 내가 있는 문쪽으로 고함과 비명을

지르며 달려 나옵니다.

여자 문하생들의 비명소리들 짐작했을때 이건 뭔가 일이 터졌다는 필이 와닿았고 꽤나 건장한 화실의

선배 형들도 뒤도 안돌아보고 이쪽으로 튀어 오는 걸 보면 보통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군에서 귀에 따갑도록 들었던 해병정신!

국민을 위한 군대...국민이 어려움에 처했을때 항상 국민들과 함께하는 해병대라는 쇄뇌교육을 받았던

터라 이를 실천이라도 하듯 10여명의 놀란 화실사람들과 함께 계단을 타고 지상으로 따라 뛰었습니다.

불이라도 난것일까...아님 가스 누출?등 여러가지 상황을 집어보고 있는데 맨 뒤에 술이 떡이 된 저희

형이 코피가 난 체로 비틀거리며 간신히 지상으로 빠져나옵니다.

무슨 일이냐며 형에게 다가가 물었지만 형은 절보고 "너도 덤벼!"라며 주먹을 휘두릅니다.

상당히 많이 취한듯...

그런데 그 뒤에 올라오는 일행이 중심을 못가누는 형을 두발당승으로 걷어차며 등장.

이 한장면으로 사태의 모든것을 제게 설명해주고있는 4명의 일당들...

모처럼의 회식에 취해버린 화실사람들과 다른 손님과의 마찰이 지금 현재 상황의 이유인 것 같았습니다.

그들은 화실 사람들중 제일 높은 사람을 찾는 맨트를 욕을 섞어가며 날립니다.

나이들은 대충 30대 초반...

그중 한명은 형보다 더 심하게 코가 깨져있고 얼굴이 갈려있는 상황...아마도 학창시절부터 줄곳 유도를

해온 형의 작품 같았습니다.

그러나 화실에서 싸움 꽤나 했다는 사람은 저희 형 달랑 한명.

나머지는 모두 그림에만 미쳐 살았는지 4명의 저돌적인 도발에 누구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습니다.

거기다 믿었던 형이 몸도 가누지 못할만큼 취해있는데다 이번에는 같은 화실 형을 붙잡고 빚당겨치기로

메다꽂는 추태를 보이는 통에 전혀 기대할 전력이 아니라는 공통된 평가입니다.

전의를 상실한 화실 사람들과 기세 등등한 4명의 다른 손님들.

기가 너무 살았는지 우리에게 내뱉는 욕중 화실의 여자 문하생에게 성적인 모욕감을 주는 욕까지 서슴치

않는 그들...

더이상 참는다면 나의 오른쪽 가슴에 부끄럽게 달려있던 붉은 명찰을 떼버려야 할 상황입니다.

그렇지않아도 낮의 화장실 사건 때문에 50년간 숱한 전장에서 피를 뿌리며 이룩해놓은 해병대의 신화를

변태 양성소로 만들어버렸는데 이번이 그 사건을 만회할 기회라 생각하고 과감히 나서기로 했습니다.

다행이도 그들은 절 화실 일행으로 보지않은 것 같았고 봤더라도 꽤나 건장하고 흉칙한 외모인 절 보고

저놈은 일행이 아니기를 바랬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4명중 가장 기가 살아서 나대고 있는 제일 큰놈을 목표로 번개같이 달려들어 그놈의 턱에 7년 가까이 배운

복싱 기술중 가장 자신있는 스트레이트를 정확히 꽂아넣었습니다.

손에 오는 묵직함...시합때 느끼던 KO감이 그대로 느껴졌고 역시 얼떨결에 턱을 당한 그놈은 그대로 땅바닦에

드러눕습니다.

다시 일어나려 애쓰는 그놈...그러나 턱을 한번 당하게 되면 순간적으로 뇌가 흔들려 무릅과 연결되는 신경에

마비가 옵니다.

그런 이유로 그놈은 이미 다리가 풀린 상태고 일어났다가 다시 주저않고를 반복하며 아타까운 장면을 연출

합니다.

선방의 히트로 몹시 당황한 나머지 3명...

거기다 지금껏 화실의 여자 문하생과 같이 숨죽이고 있던 다른 남자들도 탄력을 받았는지 괴성을 지르며 달려

드는 오바를 연출...저까지 당황시킵니다.

느닷없는 전세 역전에 당황한 나머지 3명은 번개같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고함만 지르던 화실 사람들은 자신

들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놀랐는지 서로들 허공을 향해 욕을 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 하더군요.

그러나 그도 잠시...

저쪽에서 방금 도주한 것으로 보이던 3명이 각각 손에 무기를 들고 다시 등장.

화실사람들이 지른 승리의 고함을 순식간에 비명으로 바꾸어 버립니다.

각목을 든 두명이 화실사람을 향해 달려들고 나머지 한놈은 두리번 거리더니 나와 눈이 마주친 뒤 찾았다는듯

희열의 미소를 짓고 제게 달려듭니다.

문제는 그놈이 어디서 사왔는지 줏었는지 모르는 식칼...녹이 좀 슬은걸로 봐서 신상품이 아닌 중고였습니다.

TV에서 가끔 나오는 군대의 특공무술...칼을 든 상대도 간단히 제압해 버리는...

저도 해병대에서 실시하는 육군의 특공무술과 비슷한 무적도라는 무술을 하루 일과후 한두시간씩 의무적으로

수행해왔던 바...신속히 제압해보려 했으나 군대에서 나의 상대가 되어주던 칼을 든 가상의 북한군과는 아무

래도 자세가 다릅니다.

정확히 위에서 아래 45도 각도로 내리쳐야 교범대로 막고 꺽고 던지고 할텐데 이놈은 군 미필인지 그런 룰을

깨버리고 마구 휘두릅니다.

멀리 떨어져서 작은 돌맹이를 던져 그놈의 전의를 꺽어보려 했으나 이마에 한대 맞은 그놈은 더욱 미친듯이 제쪽으로 달려듭니다.

사단장의 명령으로 하루 일과중 아침 8키로 저녁 8키로를 투덜대며 구보를 해온 우리 부대...그날 만큼 그런

부대방침이 고마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뒤도 안보고 도망가는 나...그러나 그놈은 아마도 아침 20키로 저녁 40키로의 구보를 하고 있는지 저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저를 쫓아옵니다.

길이 꺽어지는 순간 옆에 보이는 여관 건물로 뛰어들어갔고 그놈은 못봤는지 더이상 쫓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중고 식칼을 들고 계속 어디론가 날 찾고 있을듯...

화실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고 형은 또 누굴 붙잡고 넘기고 있을지 아무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식칼든 미친놈을 피해 비굴하게 도망다니던 해병대원을 사람들은 어떤 시각으로 봤을까가 더욱 걱정

이었습니다.

아무튼 가뿐 숨을 돌리고 좀더 시원한 곳을 찾아 이곳 건물 옥상쪽으로 올라갔습니다.

뻔뻔하게 카운터를 지키는 아주머니께 손을 한번 들어주고는 예약된 손님인양 태연하게...다행히 옥상문은

잠기지 않았더군요.

난 담배를 한개비 꺼내물고 긴장되었던 몸을 추스리고있는데 어디선가 경찰차 싸이렌 소리가 들립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든 나는 싸이렌 소리가 나는 쪽으로 내다 봤습니다.

무지하게 멀리 도망온 것 같았는데 바로 한건물 뒤였더군요.

무기를 든 3놈과 내게 맞아서 쓰러진 그놈...그리고 나머진 다들 어디 갔는지 없고 화실사람(여자 포함)

4명만이 잡혀있는것 같았습니다.

아...또 있었군요...가로수를 붙잡고 뭔가를 하고있던 우리 형.

일이 커진 것 같아 불안해 하는 순간 일당 중 한놈이 안타깝게도 옥상의 절 발견 해버리곤 고함을 칩니다.

그놈이 가리킨 방향으로 눈을 돌린 경찰들...나랑 그대로 눈이 마추치더니 잽싸게 이쪽으로 뛰어들어옵니다.

당황한 저는 탈출구를 찾아봤으나 로프가 없는이상 5층짜리 건물에선 어찌 할 도리가 없더군요.

공수 교육시 지겹도록 했던 접지의 한계선은 2층까지...5층은 앞꿈치가 닿자마자 허리가 접힘과 동시에 안면

접지가 될게 불보듯 뻔할테고...

그렇다고 여기서 마냥 잡아가기만을 기다린다면 해병대의 체면은 둘째치고 저희 부대의 강력한 방침인 출타중

사고를 저지를 시 전 중대원의 외출 외박,특박은 6개월간 취소시킨다는 깐깐한 해사출신 대대장의 이빨이

맴돌았습니다...더군다나 외박 한계선인 포항이 아닌 부산까지 내려온 근무지 이탈죄까지...

그렇게 된다면 전 눈을 까뒤집은 뒤 지속적인 침을 흘리며 정신 이상으로 가장...의가사 제대를 노리거나

출타 고문관으로 낙인 찍혀 영창보다 더 무서운 선임들의 눈총을 받으며 남은 군생활을 견뎌야 합니다.

물론 15일 영창을 다녀온 뒤에...

그런 이유로 어떻해서든지 탈출해야 된다는 생각에 다시한번 주위를 살핀 결과...사각형의 물탱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역시 신은 노력하는 자를 버리지 않더군요.

잠시 살펴본 물탱크의 제원...높이 2미터X 길이 2미터의 정 육면체 시멘트 공구리.

물은 꽉 차있었습니다.

이내 멀리서 들려오는 여러명의 구둣발 소리...역시 만만한 상대에겐 의외로 잽싼 경찰들...

난 크게 숨을 들이마신뒤 수심 1.7미터의 심해로 잠수했습니다.

여기서 내가 최대한 견딜 수 있는 시간은 초과 호흡까지 포함 1분 50초 정도.

경찰들이 별로 숨을 곳 없는 옥상 뒤지는데 1분 정도...충분히 승산이 있었습니다.

실전 상황이라서 그런지 저의 잠수기록은 종전 기록인 1분 50초를 훨씬 넘어선 것 같았습니다.

이정도면 충분하다 싶어 서서히 부상.

우리나라 경찰...역시나 만만한 상대에겐 지독한 끈기까지 보입니다.

물에서 얼굴을 내미는 순간 두명의 경찰이 절 바라보며 얘길 합니다.

"군인 아저씨...아예 거기서 자지 왜 나왔어?"

"살려주십시오..."

"누가 죽여요?...따라오세요"

........거기서 살려달라는 말이 왜 나왔을까요?

아마도 이들에게 잡혀간 뒤 닥칠 부대에서의 상황이 떠올라서 그랬던가보다 라고 위로해 봤지만 그래도

도저희 용납 못할 비굴한 부탁이었습니다.

작은 동네에서 모처럼 소동이 벌어져서인지 꽤 많은 시민들이 구경을 나왔고 저는 온 몸이 홀딱 젖은 채

붉은 명찰을 가리고 경찰차에 탑승.

시트 젖으니까 앉지말고 좁은 바닦에 앉으라는 말도 안되는 명령을 혹시나 말 잘들으면 참작이 될까싶어

흉한 포즈에도 아랑곳 않고 그대로 실천하며 사하 경찰서에 도착했습니다.

평생을 법 없이도 살만큼 착실한 삶을 살아왔기에 처음 가보는 경찰서...그리고 그중 범죄자들이 가장

꺼린다는 조사계의 분위기는 저를 충분히 긴장 시키고도 남았습니다.

그곳에서 마딱드린 다른 경찰차를 타고온 4명의 적...그리고 생각보다 말짱한 화실의 의리파 형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화실 누나와 또 한명의 형은 어디로 빠져나갔는지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형도...도망간걸 보니 취한척 했나봅니다.

시작되는 서로의 변명들...엄살...협박등 그렇찮아도 시끄럽던 조사계 사무실을 더욱 산만하게 만드는

오늘의 사고자들.

특히나 4명의 그놈들 중 내게 한방 맞은 그놈은 턱뼈가 나갔네...이빨이 빠졌네 하며 입을 벌리고 조사중인

경찰에게 연신 들이댑니다.

그리고 날 보며 그러더군요.

"야.이 개병대 새끼야...내가 누군줄 알고 깝죽대! 나 유디티 출신이야!! 내가 씨바 술먹어서 그렇지

너 정도는 빨대로도 죽일 수 있어 알어?!"

듣다못한 조서를 쓰던 경찰 아저씨..."당신 유디티 몇찬데?..자료 보니까 상병 제대구만 뭘..."

"죄송합니다..."

냅다 찌그러지는 그놈...아마도 그 경찰관 유디티 출신인가 봅니다.

마땅히 맞은곳도 없고 내게 당한 그놈이 워낙 난리를 치는 통에 상황이 점점 내가 불리해지는 쪽으로 흘러가

고 있습니다.

그러다 내 얼굴의 부은 자국을 보며 무슨 자국이냐고 묻는 저를 조사하던 경찰 아저씨.

뭔가 해서 거울을 봤더니 아까 낮에 화장실에서 빗자루로 맞은 자국이었습니다.

얼마나 세게 후려쳤는지 채찍을 맞은 것 처럼 줄이 가있더군요.

이때다 싶어 하이힐에 찍힌 어깨도 보여주는 센스를 발휘...아예 시커멓게 멍이 들어있는 어께의 상처를

확인하고 저들이 몽둥이로 다짜고짜 후려쳤다는 저의 거짓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찰 아저씨.

그놈들이 발끈하고 날뛰지만 사실 그놈들도 술이 약간 된 상태라 자신들이 뭘 했는지 잘 모르는듯 해 보입니다.

저놈들은 두명...우리쪽은 나와 얼굴이 부은 화실형...거기다 아까 따라오지 않았던 화실형이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갔다는 연락을 받은뒤부터는 전세가 역전.

무조건 잘못했다며 빌더군요.

사실 그형...그놈들이 그런게 아니라 가끔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가는 무슨 병인진 모르지만 암튼 그런 병이

있는 형입니다.

그형은 별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우리나 저쪽이나 딱히 크게 다친 사람도 없고 해서 서로 사과하고 끝

내는걸로 이번일을 마무리 짓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헌병대로 이송될뻔 했는데 좋게 마무리가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조사계를 나오는데 저쪽에서 또다른 일로 조사를 받고있는 험상궂은 떡대 한놈이 날

째려봅니다.

일은 잘 해결 됐지만 나도 그다지 유쾌한 기분이 아닌지라 나역시 그 범죄자를 째려보았죠.

몇초간의 눈싸움...그러다 네게 아주 갖잖은듯 쪼개며 물어봅니다.

"몇기냐?"

그 범죄자...해병대 선배였습니다.

조사중 뭔 짓거리냐며 서류철로 그 선배를 내리치는 경찰관...그래도 예의는 지키자며 그 선배를 향해 경례

를 때리고 경찰서를 빠져나왔습니다.



부대 복귀후...

우리 중대는 저의 외박 무용담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부산 터미널 쪽에서 마딱드린 육군 소속의 모 특수부대 3명.

눈싸움 끝에 빗자루까지 들고 달려드는 3명의 특수부대원을 깔끔하게 잠재우고 이 소동으로 출동한 헌병을

피해 건물 옥상 물탱크에서 잠수후 따돌린 뒤 유유히 빠져나왔다라는 나의 새빨간 거짓말...

그러지 않으면 저의 몸에 난 상처를 설명할 길이 없기에 어쩔 수 없었다며 애써 속으로 위로합니다.

아무튼 이런 저의 뻥을 고스란히 믿는 순진한 선임들은 그동안의 꼴통짓을 모두 감해주고 고문관 낙인을

풀어줬습니다.

새롭게 시작되는 저의 군생활은 공을 못차면 상대방 다리라도 부러뜨려라는 한 선임의 말을 몸소 실천.

골문으로 대쉬해오는 말년 선임의 발목을 걷어차 발목을 부러뜨린 두달뒤의 체육대회때 까진 꽤나 재미있

었던 군생활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담엔 다른 얘기로 찾아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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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3.03.0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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