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두세번의 채팅을 더 가진 뒤 겨울을 재촉하는 빗줄기가 추적추적 내리는 초겨울 어느날이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채팅방을 개설한 뒤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그녀의 접속을 알리는 알림창이 모니터 한쪽 구탱이에 꼼지락 피어났다.
안부를 묻는 쪽지를 보내고...잠시 뒤 날아온 그녀의 쪽지!
어렴풋한 기억엔 아마도 그날따라 bondage..가 무척이나 그립다는 내용이었던것 같다.
간단한 내용의 쪽지를 서로 주고받던 중 왠지 느껴지는 필에 의해 넌지시 그녀의 의중을 물어보았다.
지금의 대화내용 역시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기에 양념을 약간 가미해서 올린다.
"비도 오고 하는데 드라이브할겸 오늘 함 볼까요?"
"그냥..드라이브만요?"
"그럼 뭐 다른거라도?"
"오늘은 왠지 bondage..를 하고 싶네요."
"괘안겠어요?"
"네..단 sex...삽입...은 말구요."
"그야 당연하죠."
"챗을 통해 알게 된 주인님들도 대부분 그렇게들 이야기하곤 했는데..지키는 분이 없던데..."
"에셈..은 그동안 대화 중 계속 언급한바대로..상호간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죠.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절대 안합니다."
"......................."
"저 역시 오늘 님을 입에 재갈을 채운채 제가 가지고 있는 밧줄 등으로 다양한 결박을 하고 싶네요."
"......................."
"지난번 그러셨죠? 다른 주인님이 결박을 한 건 10여분 이내에 다 풀수 있다고"
"......네......."
"그럼 제가 결박한 것도 풀어볼 수 있는지 해보세요."
"..............."
"그동안 느꼈던 결박이 아닌..강한 구속..밧줄이 온몸을 파고드는 그 느낌을 직접 느껴보세요."
"..............."
"싫으시다면..그냥 다음 기회로 미루고..잠시 대화나 나누죠."
"..............."
".....????......"
"지금 올 수 있어요?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네..어디쯤인데요?"
"여기는 방배동 근처인데요."
"아..그럼 30여분쯤 걸리겠네요."
"네..제 핸펀은 ○○○-○○○-○○○○이에요. 도착하면 연락주세요."
"네..도착할 즈음에 연락드리죠.."
회색의 도시..깊은 어둠속에 휘황찬란한 네온의 불빛사이로 
흩뿌려지는 겨울비가 내리던 그 시간은 이미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10여미터의 밧줄 5개, 볼개그, 막대개그, 다이아몬드형 가죽옷, 가죽수갑, 가죽주걱 등
즐겨 사용하는 장비들을 넣어둔 가방을 챙겨들고 
깊은 어둠속 모퉁이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자동차를 몰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방배동 근처 편의점에 도착한 뒤 그녀에게 연락을 했다.
인근 피씨방에 있다는 그녀에게 비상등을 점멸하고 편의점 앞에 있겠다고 했다.
'언제쯤 올까? 어떤 외모의, 어떤 성격의 소유자일까?'
백미러, 룸미러를 통해 간간이 오고 가는 사람들을 확인하며 기다리기를 약 10여분....
한 여인의 모습이 시선에 들어오고..그녀일거라는 직감과 함께...차에서 내렸다.
"저 혹시 ○○○씨인가요?"
"네..○○님?"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차에 오른 그녀와 함께 양평의 두물머리를 향했다.
그 때는 에셈에 관해 채팅할 때와는 달리 그냥 일상적인 대화, 
서로의 신상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으며 말을 편하게 주고받기로 하고 몇 살 위인 나에게 그녀는 '오빠'라는 호칭을 썼다.
짙은 어둠이 깊게 내려앉은...빗줄기 사이로 물안개가 주변을 가득 메운 두물머리에 도착한 뒤 
바깥을 잠깐 거닐자는 그녀의 제안에 우산을 받쳐들고 시커먼 도화지 같은 배경속에 둘의 흔적을 뭍었다.
"그동안 챗팅을 하면서 어떤 사람일까 무척 궁금했는데..."
"막상 보니까 어떤데..?"
"글쎄...bondage..를 좋아한다고 했던 너의 말이 와닿지가 않어."
"왜? bondage..좋아하는 사람은 무슨 표시라도 나?"
"아니 그런게 아니고..사실 묶이는게 좋다고 표현을 한 여자를 직접 만난게 네가 첨이거든."
"오빠도 막상 보니까..엄격한..무서운 주인님이 되기는 힘들것 같은데..머..^^"
"음..네 말대로 무서운 주인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아마 묶여보고 난 다음에도 그런 말 할 수 있나 볼까?"
"피..머 다들 그렇게들 이야기하는데 내가 원하는만큼 묶지는 못하더라."
"무슨 말이 필요하겠니. 그거야 직접 네가 묶여보면 알테니까."
"빨랫줄 등으로 묶이곤 했는데 생채기만 많이 생기고, 글구 묶인걸 스스로 풀어버렸을 땐 솔직히 짜증만 나."
"그니까..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로 네가 원하는 만큼 묶어줄테니까 그에 대해서는 끝나고 이야기하자."
"만약 거짓말이면 다시는 오빠 안본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쉬임없이 내리는 빗줄기로 발이 움푹 들어갈 정도로 질퍽거리는 곳을 거닐며 
대화를 나누던 우리는 이내 차에 올라탄 뒤 두물머리를 빠져나와 양평읍내에 있는 모텔을 찾아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