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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베어] 나의 난봉기 41 - 남편한테 들킨 것 같어....

바쿠리 1 787 0
 
휴...  지난 4월은 미친 달이었습니다...  해외출장 3회, 국내출장 3회...  서울집에서 잔 날 다 합쳐서 딱 하루였습니다...  강원도 모 아줌마 집에서 한 3-4일 잔 것 같고...  전주 간 김에 대천에 있는 깔치 불러들여서 하루 잤고...  저 미쳤죠?
 
☞ 여기서 잠깐...
 
몇 번 얘기는 한 적 있지만 말입니다...  저는 아무래도 역마살이 낀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집 떠난 이후로, 대학 시절이야 하숙이니 집에서 잔 것이나 다름 없지만... 
 
대학원이라고 간 곳이 외국이다 보니 그곳부터는 엄밀히 말해서 집하고는 거리가 먼 곳인데, 본격적으로 직장생활이라고 하고 나서부터는 도대체 집에서 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네요...
 
이벤트 한답시고, 별자리캠프, 갯벌캠프, 바다캠프니 뭐니 하고 다니다 보면 여름가고, 가을 되면 설악산음악축제, 지리산락축제, 대전엑스포축제 한답시고 집에 안 들어가고, 겨울되면 그놈의 스키캠프한답시고 진부령, 용평, 베어스타운 콘도에서 거의 뻗어 있었고...
 
부서 옮기고 나서는 해외출장 다닌다고 정신이 없었고...
 
잠시 제 사업한다고 설칠 때는 주로 프로젝트 맡은 사이트 (주로 지방이었죠) 에 가서 몇달씩 개기고,
 
지금은 또 해외로 국내로 출장 다니다 보니...
 
아뭏든 이게 제 인생인데, 별로 불편한건 못느끼고 삽니다만...  이제 체력이 좀 한계가 오네요...
 
약도 이것저것 많이 먹고 다닙니다...  글루코사민, 디디셀, 우루사, 감기약, 비듬약...  흑흑...
 
아뭏든 이건 어디까지나 제 이야기고...  오늘은 아주 오래 전 어느 유부녀 건드렸다가 아주 좇될뻔한 얘기입니다...
 
그녀와 내가 만난거야 친구가 소개를 해 줘서 만났고...  두번만에 자빠뜨린다는 제 신조가 무안하게 첫날부터 그녀는 나를 덮쳤고...  나는 그녀가 꽤 맘에 들어서 온갖 기교를 다 부려가면서 이뻐해 주고 있었는데...
 
나의 실수는...  너무 오래 만났다는 겁니다...
 
☞ 여기서 잠깐...
 
정경화라고 하는 아주 훌륭한 바이얼린 연주자가 있습니다.  뭐 솔직히 이츠하크 펄만이니 하는 유태인 최고의 연주자들보다 대단한 것 같지는 않고, 특히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와는 꽤 거리가 있다고들 하지만...  아뭏든 제가 보기에는 그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좋은 연주자인건 틀림 없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요즘 예전만 못합니다...  왜냐구요?  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체력이 떨어지고 체력의 저하는 곧 집중력의 저하를 가져오게 됩니다...  한곡당 최소한 20분 길게는 40분을 서서 연주를 하다보면 아무리 정신적으로 몰입을 한다고 하더라도 집중력이 저하되게 마련이죠...
 
남녀관계도 그렇습니다...  오래 사귀다 보면 집중력이 저하되고 이는 실수로 이어집니다...  불륜관계에 있어서 조그만 실수는 바로 깜빵 행을 의미합니다.
 
어느날 아침...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했습니다...
 
그녀 : 저기 난데...  전화 괜찮아?
폴라베어 : 응 말해
그녀 : 저기...  남편한테 아무래도 들킨 것 같아...
폴라베어 : (약 1초 정도 숨을 멈춘 다음) 알았어...  **야, 지금 빨리 전화 끊고 완전히 안전한 장소에서 다른 전화로 나한테 전화해...  그럼 전화 끊어!
 
그러고는 전화 끊었습니다...
 
어차피 처음은 아닙니다만...  시나리오별로 대비해야죠...
 
1. 남자가 완전히 알고 있으며 증거까지 확보한 경우 : 이 경우에는 난 그냥 깜빵 갑니다...  마누라한테는 내 입으로 먼저 말하구요...  그게 가정을 위해 행복한 일입니다...
2. 남자가 알 듯은 한데 확증은 없는 경우 : 이 경우는 말 한마디 한마디 조심하면서 상대 남자의 성격과 능력에 맞게 대처합니다...
3. 남자가 대략 넘겨짚는 경우 : 이 경우는 간단하죠...  그냥 개무시합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한 다음 변호사 친구놈에게 전화합니다...  아침부터 전화해서 그런 얘기하기 좀 미안하지만 그래도 어쩝니까...  어차피 이 부분은 왠만한 변호사보다 제가 더 많이 알긴 하지만...
 
친구놈 말이 걸작입니다...  지금 그런 얘기할 정신이 아니랍니다...  어느 술집년한테 가구랑 뭐랑 좀 사줬다가 마누라한테 걸려서 지금 집 나와 있답니다...  이런 놈을 친구로 두고 있는 나도 참 한심하지만 우리는 다시 다짐합니다...  끝까지 우린 살아남자고...  그리고 제 이혼소송은 무료로 해주겠다고...  흑흑...  이런 친구가 소용이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아직도 우린 이러고 삽니다...
 
대략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차피 일은 손에 안 잡힙니다.  그러려니 전화가 옵니다...  이상한 전화번호이긴 한데...  일단 받으니 그녀입니다...
 
폴라베어 : 응 기분 좀 안정되었어?
그녀 : 응, 미안해...  내가 칠칠치 못해서...
폴라베어 : 어제 밤새 남편이랑 싸웠지?
그녀 : 응...  어떡하지?
폴라베어 : **야, 지금은 냉정해야돼...  남편이 다 알고 있니?  어디까지 말했니?
그녀 : 아니 밤새 캐묻는데 내가 끝까지 말 안했어...
 
역시...  폴라베어가 사귀는 여자는 다릅니다...  조국해방을 위해 투쟁하던 독립투사의 그 기개와 민주를 위하여 투쟁하던 수많은 열사들의 얼굴이 그녀의 얼굴 위에 오버랩됩니다...  (하긴 그녀와 내가 처음 만나 좀 어색할 때 제가 꺼냈던 얘기도 예전 대학 다닐 때 학생운동하던 얘기였습니다...  나야 뭐 어차피 디스코텍과 장여관을 집 삼아 살던 놈이었지만 그녀는 그래도 제법 학회활동도 하던 학생이었나 봅니다...)
 
폴라베어 : **야, 잘 했다...  정말 잘 했다...  그럼 우리 정리하자...  내 말 잘 들어...  내 이름이랑 전화번호는 줬니?
그녀 : 응, 내 전화기 봐서 들킨거야...
폴아베어 : 그럼 내 말 잘 들어
그녀 : 응 말해
폴라베어 : 우린 네 친구 **의 소개로 만났고 그 후 술도 마시고 놀러도 다녔어...  농담삼이 이런 저런 얘기도 다 했어...  하지만 그것 뿐이야... 알았지?  어차피 우린 밤을 지샌 적은 없잖아?  알겠니?
그녀 : 응...  알았어...
폴라베어 : 그래 걱정마...  그리고...  우리 만일 둘다 교도소 가면 나중에 나와서 결혼하자...  알았지?
그녀 : (피식 웃으며) 농담하긴...
 
그리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날 점심식사 후 모르는 전화가 왔습니다...  누군지 알고 있었습니다...
 
남편 : (아주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여보세요...
폴라베어 : 네, 여보세요.
남편 : 폴라베어씨 되시죠?
폴라베어 : 네, 폴라베어입니다.  말씀하세요.
남편 : (여전히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씨 아시죠?
폴라베어 : (짐짓 놀라는 듯 하며) 아...  네...  압니다...  누구시죠?
남편 : 나 ***씨 남편되는 사람입니다...
폴라베어 : 아...  네...
남편 : (어떻게 말할지 몰라서 조금 더듬거리는 듯 하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죠?
폴라베어 : 아...  네...  무슨 말씀하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남편 : (아직 말할 준비가 안된듯) 만나서 얘기합시다...
폴라베어 : 아...  네...  제가 오늘은 좀 바쁘긴 한데...  일단 전화로 말씀하시면 안되나요?
남편 : (이제 드디서 흥분하면서) 당신 말이야!  내가 모를줄 알아!
 
내가 모를줄 알아! 이 한마디에 승패는 갈렸습니다...  모르니까 그런 소리 하죠 알면 그런 소리할 필요 없죠...
 
폴라베어 : (더 차분해지면서) 네...  제가 ***씨 알고 지낸건 사실입니다만...  그건 미안합니다만...  그 정도만 이해해 주신다면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습니다...  미안합니다...
남편 : (더 큰 소리로) 당신 어느 회사 다니는지 다 들었어...  내가 당신 회사 찾아가서 망신 줄까?
폴라베어 : (이제 조금 의도적으로 소리를 높이면서) 아니 도대체 댁이 우리 회사는 왜 옵니까...
남편 : (이제 거의 이성을 잃어서) 내가 모를 줄 알아!
폴라베어 : 아까부터 모른다 안다 하시는데 도대체 뭘 안다는 겁니까?
남편 : 당신 우리 마누라랑 잤잖아!
폴라베어 : (잤다 라는 표현을 쓰는걸 보니 초보자이므로) 아니 이 양반 사람 잡네...  내가 언제 그랬다고 해요!
 
그 후 비슷한 대화는 이어졌고, 나는 다시 차분히 내가 당신 마누라랑 연락하고 지낸건 미안하다.  하지만 그 이상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다른 곳이나 알아봐라 라는 말을 하고 끝냈습니다...
 
그 후...  이상하게 조용하더군요...
 
며칠 후 문자 왔습니다...  아직은 흑백핸드폰 쓰던 그 시절...  그녀가 보낸 문자...
 
폴라베어씨 문제해결!
 
그 후 어떻게 되었냐구요?
 
그녀...  더이상 안만나고...  전 그 이후 같은 여자 오래 만나지 않습니다...
 
폴라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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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3.03.3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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