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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병 주고 약 주다.....

닭똥집에기름장 1 547 0
10년이 조금 더 된 것 같습니다...
 
당시는 술집이 12시 영업 제한이 있을 때였죠..
 
지금은 친구가 다른 가게를 하기에 없어졌지만 신촌시장 안에서 카페를 하고 있었는데...
 
신림동에 쳐박혀 있던 제가 한달에 한 번 정도 머리를 식히러 나가면 들리곤 했습니다..
 
머피의 법칙이란 노래가 히트를 치며 덤으로 이름이 유명세를 탔던 머피라는 상호의 그 카페에서..
 
제가 겪었던 많은 일들은 선배의 결혼식 피로연을 거기서 하던 날 신부 친구였던 제 여친을 만나..
 
그 자리에서 운명적인 사건을 몇 가지 만들고서 바로 모텔로 고고씽했던 걸 포함해서 아마 책 한권은 나올만한 정도입니다...
 
지금 이야기도 그 중 하나인데...
 
 
여친과 데이트를 하고 친구 가게에 들러 맥주를 한잔하다..여친을 바래다 주고 다시 머피로 돌아왔습니다..
 
보통 거기에 들리면 친구가 가게가 끝난 후에(12시부터 2시정도까지 출입문을 닫고 아는 사람만 받았다는...)...
 
근처 실내포장마차에서 소주를 한잔 하던 게 메뉴얼화되어 있었습니다...
 
그날은 일요일이어서인지 12시쯤 되니까...손님이 없어 일찍 문을 닫고 친구와 후배 그렇게 셋이서 포차로 갔습니다...
 
 
지하에 있던 그 실내포차는 마치 스탠드바처럼 큰 실내에 작은 바 형식으로 한 10여개 정도의 가게가 나누어져 있었는데...
 
중앙에 모니터를 만들어 놓아 각 자리에서 노래방처럼 노래를 할 수도 있어서 늘 손님이 바글바글 했었습니다...
 
특히나 우리가 가면 늘 들리는 이모네는 바를 따라 의자에 꽉 끼어 앉을 정도였죠..
 
들어가며 우리가 이모라 부르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빈자리를 찾아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서..
 
좌우로 조금씩 당겨서 세명이 앉으려는 순간 저는 깜짝 놀라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 야..저기 내가 아는 연예인인 것 같은데..."
 
" 누구?..."
 
 
3년정도 전에 하숙집에서 아침을 먹고서 담배를 한대 피우며 습관적으로 틀었던 TV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던...
 
MBC 아침 드라마 '천국의 나그네'라는 프로그램에서 처음 얼굴을 보고 제가 반했던 신인이 있었는데...
 
나중에 신문기사를 보니 아르헨티나인가 교포로 여름방학을 맞아 놀러 왔다가...
 
픽업이 되어 데뷔를 한 유망주라고 읽었던 연기자였습니다...
 
이름이 특이하게 사계절 중 하나였고 약간 촉촉한 눈매와 차분한 목소리가 시골여교사로 나왔던 배역과 잘 어울려..
 
제 마음을 더더욱 끌었던 기억이 나더군요...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친구가 닮은 사람일거라며 모니터를 통해 보는 것하고 실물은 다르고
 
연예인이 이 시간에 왜 여기 있겠냐고 했지만...
 
저같은 경우 보통 사람을 기억할 때 얼굴보다는 눈과 입매 그리고 인상을 기억하기에...
 
우연히 연예인들을 마주쳐도 바로 알아보는 편이라 분명 동일인이라는 확신이 있었어도...
 
그렇다고 구태여 확인해 보겠다는 마음까지는 없었기에 그냥 자리에 앉았습니다..
 
 
우리끼리 술을 마시며 서너 사람 건너 앉은 그 쪽을 신경 쓰다보니...
 
여자 네명에 좀 양아치 틱한 남자 한명이 일행인 것 같았고...
 
그 중 한명이 역시 단골이라 우리와 안면이 있던 여자애로 바 안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여자애에게 물어볼까 망설이는데 갑자기 와서 인사를 하고서 자기들과 같이 합석을 하자고 청했습니다...
 
 
우리야 당연히 땡큐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해 자리를 밀어 합치는데 여기저기서 질투에 찬 눈초리가 날아왔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언급한 탤랜트야 당연히 튀는 외모였고 나머지 여자애들도 꽤 예뻤기에...
 
우리가 술집에 들어온 이후에도 여러팀들이 대쉬를 하는 걸 봤었는데 다 거절을 당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팀이 특별하게 어필할만한 점도 없었고...
 
억지로 댄다면 우리가 대부분 학생같은 다른 남자들에 비해 연령층이 조금 높다는 정도뿐이었습니다..
 
 
" 안녕하세요...summer 이에요..."
 
 
마침 제가 처음부터 궁금해하던 그 여자가 저에게 자기 옆자리에 앉기를 청했습니다..
 
그리고 자기를 소개할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그리고 그 여자를 사이에 두고 건너에 앉았던 친구 역시 놀라더군요...
 
왜냐하면 제가 아까 친구에게 언급했던 그 이름이니까요...
 
 
저는 일단 인사를 하고 다른 팀들을 거절하는 걸 봤었는데 왜 우리와 합석을 원했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우리끼리 술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다른 팀들처럼 시끄럽지도 앉고...
 
너무나 차분하고 자연스러운게 자꾸 관심이 가서 쳐다봤었는데...
 
우리와 안면이 있던 자기 친구가 좋은 사람들이라기에 자기가 친구에게 합석 제안을 해보라고 했다더군요...
 
그러면서 그 중에서도 왠지 저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 가슴이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둘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다른 사람들이 둘이 눈이 맞았다고 놀리는 속에 제가 물었습니다...
 
 
" 저...혹시 몇년 전에 방송활동한 적 없어요?..."
 
" 어머? 그걸 어떻게...."
 
 
그러자 그 이야기를 그 일행들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CF 찍은 일이 있냐며 도리어 물었습니다...
 
그때 제가 천국의 나그네를 언급하자 너무나 반가워하며 자신을 기억해주는 사람을 만날줄 몰랐다며...
 
거의 울것같은 표정으로 당시 드라마를 찍을 때는 나름대로 주목을 받았는데...
 
집으로 돌아갔다가 몇년만에 다시 왔더니 알아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기점으로 우리는 더욱 가깝게 붙어 이야기를 하며 저는 팔에 닿는 봉긋한 가슴의 촉감을 즐겼습니다...
 
 
술집에서 새벽 2시쯤 나오자 제 팔짱을 낀 summer가 자기가 한 잔 쏜다며 일행을 끌고...
 
12 몽키스라는 락카페로 갔습니다..
 
그리고는 흥에 겨웠는지 일행이 술을 마시던 홀 중앙의 둥근 바 위로 올라가서 춤을 추다 저를 끌어올리더군요..
 
골반에 걸린 쫄청바지를 입고 열심히 하체를 흔드는 그녀는 실제 연예인을 보면서 늘 느끼는...
 
너무나 말랐다는 생각에 섹시하다기보다 보호본능을 일으켜 제가 살며시 안아주자...
 
키스를 해오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속으로 여친에게 용서를 빌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 시점에서 여자를 밀어낸다던지 하는 몰상식한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키스에 자신이 있었지만...역시나 노는 물이 달라서인지 나이차를 건너뛴 화려한 키스 테크닉에 제가 밀리더군요...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던 탓인지 생각보다 일찍 문을 닫는다기에 한시간 정도만에 나온 우리는..
 
그 팀의 제의로 술을 사서 summer의 자취방으로 갔습니다...
 
거기서 그 일행의 구성을 알았는데 나머지 여자애들 둘 중 하나는 일본여자로...
 
한국어 학당에서 우리말을 배우는 중이었고 마지막 한 명과 우리와 안면이 있던 여자애가 과친구...
 
그리고 떨거지(양아치 틱한 남자애)가 마지막에 언급한 여자애의 사촌 오빠더군요...
 
그리고 이넘은 안면이 있던 여자애에게 관심이 있었는데 우리에게 형님이라며 넉살좋게 대했습니다...
 
 
술을 마시다 뜰로 나와 친구와 담배를 피우는데 그넘이 슬며시 나오더니 말했습니다...
 
 
" 형...저는 xx를 데리고 나갈건데요...summer를 형이 잡아 먹으세요...맛있어 보이잖아요...
  그리고 xx 형은 제 동생을 드세요...기집애 많이 취해서 달라면 그냥 줄거에요..."
 
 
태연하게 말하는 이넘을 한 대 팰까 망설이는 중에 친구가 눈치를 채고 은근히 제 팔을 잡았고
 
그런 줄도 모르고 히히덕거리던 그 넘이 들어가더니 우리와 안면이 있던 여자애를 바래다 준다며 데리고 나왔습니다..
 
분명 모텔로 데리고 갈 것을 알았지만 순진해보이는 그 여자애를 저는 말릴 수는 없었습니다..
 
3학년이면 성인이고 저와는 그냥 안면이 있는 정도인데..거기서 제가 더 이상 간섭한다면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르죠...제가 보는 앞에서 여자애가 거부하고 그넘이 강제적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여자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다시 들어와서 폭탄주를 만들어 돌리는 걸 좀 급하게 마셨는지
 
어렴풋이 친구와 후배가 먼저 간다고 했던 것 같은 기억만이 나중에 났습니다..
 
 
"...오빠....오빠..."
 
"...으응..."
 
 
눈을 뜨니 밝은 햇살이 비쳐들어오는 방안 침대 위에 제가 팬티 바람으로 누워 있었습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summer의 얼굴...
 
 
"..오빠...식사해요..."
 
 
시계를 보니..12시가 넘었고...방바닥에 밥상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아직도 조금 어지러운 걸 느끼면서 주변을 둘러보자 책상 위에 곱게 개어져 있는 제 옷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가운데 제 손을 당기는 summer에게 이끌려 바닥에 주저앉자..
 
그제서야 하늘하늘한 원피스 잠옷 아래로 언뜻 유두가 비치는 것에 얼굴이 붉어져...
 
급히 고개를 숙이고 어설픈 솜씨로 끓였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북어국에 밥을 한술 뜨고 나자....
 
 
" 오빠...미안해요...저...방송국 PD랑 약속이 있어서 나가봐야 되요...
  안 그랬으면 더 자게 두었을텐데...."
 
" 아니....그게..."
 
" 오빠..씻으세요..."
 
 
부엌 겸...세면장 같아 보이는 수돗가에 대야에다 물을 받아 두고 비누와 샴푸를 준비해둔 게 보여서..
 
가슴이 따스해지면서 갑자기 summer에게서 여자를 확 느꼈지만...저는 조용히 일어서 씻기 시작했습니다..
 
씻고 난 후 방으로 들어와 옷을 입자 화장을 하던 summer도 일어서 잠옷을 머리 위로 벗겨 내는 걸 보고..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는데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더욱 자극적이었습니다...
 
 
같이 집을 나오기 전에 제 손에 쥐어준 작은 종이에 그녀의 전화번호와 호출기 번호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꼭 전화하라는 말을 남기고 택시를 타는 그녀를 보면서도...
 
저는 끝까지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를 못했습니다...
 
왠지 그걸 묻는 순간 그녀에게 미안해질 것 같았고..
 
대답을 듣는다면 제 자신에게 뭔가 큰 변화가 생길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죠...
 
 
신림동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몇 번을 망설이다 결국 그 종이쪽지를 버렸습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우연히 TV에서 그녀 모습을 보았습니다...
 
비록 조연이었지만 그 당시 최고의 스탶과 출연진으로 관심을 모았던 드라마에서 였습니다...
 
그때의 일이 잘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축복을 빌어주었습니다만...
 
그 드라마 이후로 다시 그녀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 조금은 안타까웠습니다...
 
 
아마 지금은 결혼해서 평범하게 잘 살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가끔씩은 그때 까맣게 지워져 버렸던 기억이 아쉽긴 합니다...
 
술 덕분에 겪은 특별한 경험이지만 정작 중요한 기억은 술 때문에 기억이 안나니...
 
결국 술이 병을 주고 약도 준 것 같다는...
 
 
그런데...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아무 일도 없었기에 다음날 절 그렇게 자연스럽게 대한 걸까요?...
 
 
 
 
 
 
p/s 1 --- 몇 몇 상호는 이미 없어진 것들이기에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그냥 썼습니다..
           그리고 언급한 여자 역시 제가 인터넷을 뒤져봐도 관련 자료가 전혀 나오질 않더군요...
 
p/s 2 --- 제목에서 연예인이라는 말을 뺐습니다..그래도 혹시나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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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3.04.2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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