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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그리고 그녀.

엽집아저씨 1 620 0

 
다른 지역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이곳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봄비가 내리는 것이죠.
 
봄비는 아무렇게 내려도 좋지만 지금처럼 부슬부슬 내리는 것이 참맛입니다.
 
땅이 젖은 것을 보니 아마 간밤 내내 부슬거렸던 모양입니다.
 
 
 
저는 원래 가을비를 좋아했습니다.
 
문학을 한다고 납죽대던 청년시절 ―,
 
그때 나는 가을비가 내리면 대낮부터 술을 푸고는 우산도 없이 거리를 쏘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느 해부터 좋아하는 비가 ‘가을비’에서 ‘봄비’로 바뀌었습니다.
 
그녀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개나리가 꽃망울을 막 드러낼 즈음 내 곁에 다가섰다가, 수국이 갓 필 무렵 내 곁을 떠났습니다.
 
그러니까 그해 봄의 시작과 함께 그녀가 왔고, 그 봄이 가실 때 쯤 떠난 것입니다.
 
 
 
그녀는 봄비와 썩 잘 어울렸습니다.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그녀는 레인코트 차림에 노란우산을 받쳐 들었습니다.
 
그러한 그녀의 모습은 봄비를 함초롬히 맞고 있는 목련을 보는 듯했습니다.
 
 
 
그녀는 봄비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봄비가 내릴라치면 그녀가 내게 전화를 합니다. 그리곤 이렇게 말합니다.
 
“봄비가 오려나 봐요. 커피 한 잔 어떠세요?”
 
 
 
봄비가 내리는 날 술집에 마주앉으면,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도 마실래요. 봄비가 내리고 있잖아요.”
 
 
 
봄비가 좀 거세다 싶으면, 우린 이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봄비가 봄비답지 않게 너무 세차지?”
 
“그러네요, 우리 차타고 어디론가 가요.”
 
“뜬금없이 웬 드라이브?”
 
“이렇게 봄비가 세차면 그러고 싶어져요.”
 
“봄비가 세차면 드라이브를 하고 싶다?… 왜 그럴까?”
 
“그 세찬 빗속을 뚫고 달리는 차 속에 있으면,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안온한 곳에 있다는 푸근함이 느껴져요.”
 
“아하, 그래?… 그게 모태본능이라는 건가?”
 
 
 
봄비내리는 소리가 방안에 까지 들리는 밤이었습니다.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리곤 이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봄비가 내려요.”
 
“그렇군, 술 생각이 절로 나는 밤이야.”
 
“술보다도 우리 얘기 좀 해요.”
 
“무슨 얘기?”
 
“봄비 내리는 밤에 잘 어울리는 얘기 있잖아요.”
 
“봄비 내리는 밤에 잘 어울리는 얘기라… 글쎄 그게 무슨 얘기일까?”
 
“아이, 왜 있잖아요. 요즘 젊은 얘들이 많이 한다는…”
 
“흠! 폰섹스 말이군.”
 
“그래요. 그거!”
 
 
 
그런데, 그런 그녀가 수국이 갓 피어날 무렵 내 곁을 훌쩍 떠나버리고 말았습니다.
 
 
 
그해 봄이 지나고 이내 다가온 장마는 그 어느 해 보다 축축했고, 나는 그 어느 해보다 우울한 장마를 보내야 했습니다.
 
 
 
― 비오는 봄날 아침에 야무가 한 번 끄적거려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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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3.05.3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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