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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고속버스.

씨봉새 1 449 0
꽤 매서운 날씨에 양손으로 짐을 들고 고속버스 터미널로 걸어가자니 고향 어머니의 정성이 되려 원망스러웠습니다.
볼일이 있어 고향인 지방을 내려 왔다가 본가에 들러 하룻밤 자고 올라 가는 길에 바리바리 챙겨주신 어머님의 마음을
두고 올수 없어 가져 왔더니 결국은 몸이 고생이었습니다.
 
"마누라라도 끌고 왔더라면 한결 수월할 텐데" 하는 뒤늦은 후회마저 밀려들며,
"같이 갈까?" 하고 묻던 마누라의 음성을 귓등으로 흘리며 집을 나섰던 일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비교적 간단한 볼일이라 차를 갖고 가면 운전을 해야 하는 귀차니즘으로 차를 두고 온게 짐 보따리를 들어야 하는
불편함으로 돌아 올줄 몰랐습니다. 
그래도 일요일 오후라 서울 가는 표가 있을지 걱정이었는데 매표소 근처를 서성이다 요행스럽게도 취소된 표 한 장을
잽싸게 받아 들고서 참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버스에 올라 타고 보니 운전기사 바로 뒤 맨 앞 좌석이었습니다.

참기름이며 감자며 양손에 든 짐을 짐칸에 밀어넣고 일찌감치 버스에 올라 미리 잠을 청했습니다.
옆 자리는 북부에서 탈 손님 자리인지 아직 비어있습니다.
버스가 곧 출발하고 금새 잠들었다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깨어보니 어느새 버스는 북부 터미널에 서있습니다.
뻐근한 몸을 기지개로 달래려는데 옆 자리의 주인인지 생머리의 젊은 아가씨가 뻘쭘하게 나를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자세를 바로잡아 창가 빈자리로 길을 가는 길을 터주니 자리에 앉습니다. 친구 결혼식엘 다녀가는 건지 다소곳한 정장을
꽤 맵시 있게 차려 입고 한껏 멋을 낸 모양새 입니다.
"얼굴은 예쁘지 않지만 몸매는 그럭저럭 봐줄 만 하네…" 하는 생각과 함께 기분 좋게 다시금 눈을 감고 잠을 청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떠보니 그나마 짧은 해가 이미 떨어져 주위는 어둑어둑했습니다. 옆 자리의 아가씨는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여기 저기 전화를 걸어 재잘대고 있습니다. 버스에서 전화를 해대는 여자들의 수다를 본시 못마땅히 생각 하는지라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참에 무심결에 들리는 얘기는 서울에 도착하는 대로 사무실로 가야 할 일이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눈을 뜨고 슬쩍 아가씨를 바라보다 둘이 눈이 마주 쳤습니다. 자신의 전화소리에 내가 깼다고 생각했는지 그녀는 전화기를
덮고 잠을 자려는 시늉을 했습니다. 나 역시 날이 어두워 책을 읽기도 힘들고 얘기 나눌 상대도 없으니 억지로 다시 눈을 감
아보지만 이미 한잠 잔 상태라 영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이리저리 뒤척이는 사이 삼십 여분이 흘렀을까!
왼쪽 어깨에 옆자리 여자의 머리가 툭 기대어졌습니다. 긴 생머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향기가 은은합니다. 이뻐서 다시보게
되는 끌리는 얼굴이 아니었지만 스킨십의 위력일지, 샴푸 냄새에 매료된 탓일지 순간 아랫도리가 뻐근해집니다.
목을 가만히 둔 상태로 눈을 아래를 보니 그녀의 치마는 무릎 보다 좀 윗선에 아스라이 걸려서 검은색 체크무늬 팬티스타킹
의 각선미가 눈을 자극한다. 역시 몸매는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뭐 이정도면 내 어깨 정도는 얼마든지 빌려줄만 하군" 하는 생각으로 좀 더 옆 자리로 몸을 밀착시키고 가재미 실눈으로
그녀의 몸매를 감상하며 향기를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향기에 소박하고 작은 만족을 느끼며 십여분을 보낸 사이 그녀는 자세가 불편했는지 머리를 반대방향으로 돌립니다
약간의 허전하고 아쉬운 마음에 슬그머니 그녀를 보니 가슴이 꽤 넉넉해 보였습니다.
아쉬움이 남아서 일까 그녀의 향기를 다시 느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자는 척 하며 머리를 기대어 그녀의 어깨 근처 흘러내린 머리카락에 코를 가까이 가져갔습니다.
"아! 낯선 여인에게 이토록 욕망이 끓어오르는 이유는, 남자라는 동물의 속성일까!"
남자의 욕심은 한이 없는 탓인지 머리카락의 향기를 느끼고 있다보니 바로 앞에 놓인 그녀의 가슴을 느껴봤으면 하는 생각
과 함께 나도 모르게 내 머리를 더 아래로 미끄러 지게 했습니다. 더 깊이 잠든척.. 생각만 했을 뿐인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행동이 취해져 버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녀는 깨지 않습니다. 아니 거부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왼쪽 뺨으로 폭신한 기분이 느껴지고 버스가 덜컹거릴 때 마다 몰캉한 그녀의 가슴과 내 오감은 신비롭게 교감하고 있었습니다.
버스의 심한 흔들림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그녀의 협조(?) 덕에 용기백배 된 나는 무릎 위에 무방비로 놓인 그녀의 손에 살포시 손을 가져갔습니다.
참 무지막지하게 용감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나 손이 닿는 느낌에도 아무런 거부반응이 없음을 확인하자 이번에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이쯤되면 이제 그녀도 깼을 법 한데 아직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니,
그녀도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손을 잡고있는 내 손등은 그녀의 매끈한 무릎에 닿아 있었습니다. 이왕 내친김에 허리를 바로 하고서 내 무릎에 차분히 접어두었던
코트를 펼쳐 그녀와 내 무릎을 덮어지게 하고서 치마 끝단을 살짝 걷어올렸습니다.
얇은 스타킹 속 그녀의 가느다란 허벅지는 이미 뜨거웠습니다. 마누라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른 날씬한 그녀의 다리를 한참동안
소중한듯이 조심스럽고 탐스럽게 쓰다듬었습니다. 그녀의 숨소리는 아직도 평온 했습니다.
허벅지 안쪽에 있던 손을 천천히 좀 더 은밀한 곳으로 옮기자 꿈틀하며 다리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몸에 딱 붙는 팬티스타킹을
신어서인지 그녀의 그곳은 손 끝으로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가지 그다지 살이 오르지 않은 그녀의 그곳이 조금 애처롭게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부드럽게 애무를 몇 번 하다가 별다른 느낌이 없길래 이제 팔을 그녀의 뒤로 뻗어 그녀와 어깨동무를 하고 살짝 내쪽으로 몸을 기대게 당겼습니다.
그녀는 흥분한 몸을 모두 내게 맡긴 듯 스르르 내게 기대 왔습니다. 온순해 보이는 그녀에게서 점점 더 커져 가는 욕정이 살짝 부담스럽게 느껴 졌습니다.
내 품에 살짝 안기듯이 된 자세에서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 내 팬티 속으로 넣어 주었습니다.
몇 번을 망설이더니 이내 팬티속으로 들어온 손은  빳빳해진 자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내 오른손이 그녀의 니트 상의를 비집고 들어가려는 사이 버스가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했습니다.
버스기사의 휴게소에 들른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며 곧이어 불이 켜졌습니다.
우리는 부랴부랴 수습을 하고 아무 일 없었던 듯 자세를 바로잡았습니다.
문이 열리자 마자 나는 화장실을 갔다가 다시 자리에 돌아와 안아서는 눈을 감았습니다.
아직도 흥분이 가라 앉지 않은 듯 몸은 약간의 떨림과 함께 숨소리도 조금은 거친듯 했습니다.
그녀도 화장실을 갔다가 이내 돌아와 자리에 앉았습니다.
우리는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버스가 다시 출발하고 불이 꺼지자 그녀가 먼저 머리를 내게 기대어 왔습니다.
다시 내 코트로 우리는 서로의 몸을 감싸고 그녀는 내 그곳을,
나는 그녀의 가슴을 마음껏 즐기며 서울이 가까워지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이 가까워졌을 무렵!
그녀가 자세를 바로하고서 전화기를 꺼내더니 어디런가 전화를 합니다.
통화내용은 아무래도 집으로 가야겟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오늘 일이 생겨 사무실에 못 들른다는 것!
그것은 버스를 내려서도 나와 함께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었겠습니까!
순간 내 머리 속에는 어머님이 바리바리 싸준 짐을 들고 그녀와 함께 걸어가는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혼자서 겨우 겨우 들 정도의 짐이기에 그 모습을 상상만 해도 좀 우습습니다.
결국, 오늘 하루를 멋지게 보내려면 정성스레 싸주신 어머니의 짐은 포기해야 하는 것이 정해진 이치 같았습니다.
무슨 좋은 생각이 없을까?
내 한쪽 손은 여전히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지만 마음은 부모님이 정성스레 들려보낸 마누라가 기다리고 있을 그 짐에 가 있었습니다.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버스는 어느새 플랫폼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문득, 머릿속에 "먼저 내려서 짐은 어디 플랫폼 한켠에 두고 나중에 찾아가자" 하는 생각이 짧은 시간 들었습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후딱 버스 아랫칸에서 짐을 내리러 뛰어 나갔습니다.
후다닥 뛰어 내리는 나를 보는 그녀의 모습이 조금 당황하는 듯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마음이 더 급해 졌습니다.
 
일단 짐을 어디에든 처박아 놓자는 생각으로 플랫폼 한쪽에다 팽개치듯 치우다 보니 버스에서 뒤따라 내린 그녀가 나를 찾는 듯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도망간(?) 나를 찾으려는 생각에서인지 출구쪽으로 바쁘게 걸어 가고 있었습니다.
"아, 빨리 뒤쫓아 가야 하는데…"
다시 고개를 돌리니 뒤늦게 저 만치에서 대합실 문안으로 사라지는 그녀를 발견하고 엉거주춤 양손에 든 짐 과 바닥에 내려진
두 무더기의 짐을 멍하니 보고 있는 내모습에 헛웃음이 피식 나옵니다.
한바탕 요란스럽게 짐을 수습하느라 정신을 놓아서인지, 추운 바람을 맞아서인지 내 머리 속은 그녀의 뒷 모습을 따라가야 하는 욕정이 한풀 꺾이며,
정성스럽게 어머님이 싸주신 짐을 둘 곳을 찾지 못한 급한 마음과 욕정 대신 마누라에게 가져갈 짐이 자리잡았고
입으로는 아쉬운 독백만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함께 나서려는 마누라를 만류한 체 고향가는 버스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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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3.06.01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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