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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유기농 - 단편 - 야설

토도사 0 351 0
-유기농-



‘왜 이렇게 속이 더부룩 해?’



‘허구헌날 디리 퍼 재끼니, 그 속이라고 온전 할라구? 약을 쳐먹든가, 병원에 가 보든가……’



‘아니, 이 나이에 병원은 무신?’



‘지가 무슨 이팔청춘 인 줄 알아요, 글쎄……’



‘그래, 나 사팔청춘 이다. 하도 섹스를 못해, 눈깔이 사팔뜨기 되서리, 좇이고 씹이고 간에, 제대로 뵈는 게 없는 서른둘 이다, 됐냐?’



‘나이가 무슨 자랑이니? 사람이 나이 값을 해야지, 눈만 뜨면 그 놈의 씹질 얘기, 눈만 풀렸다 하면 해롱해롱 술떡 무침에, 아주 요롱을 떨어요.’



‘지가 안 해줄 값에 남 탓은 왜 하누?’



‘누가 하기 싫어 안 한대? 니 꺼 뵈기 싫어서 그랬다고 했잖아!’



아내는 얼마 전부터 내 좇대가리는 꼴도 뵈기 싫다는 타령을 해댔다. 살을 맞대고 사는 지경이지만, 우리 둘 사이에서 섹스리스의 기간이 지속되는 것으로 인해, 툭 하면 이렇게 서로를 쏘아대는 지경이다.



‘불만이 있으면 대화로 풀어야지, 그렇게 타박하고, 돌아 눕기만 하면 장땡이냐? 나도 남잔데, 피곤하기도 하지만, 집이라고 들어와서 마누라 품는 맛이라도 있어야 살지, 이건 원…..’



‘누가 뭐래? 하고 싶으면 나가서 줄창 돌리고 와. 그리고, 다신 내 곁에 올 생각 꿈에도 꾸지 말고, 돈이나 제때 갖다 줘. 그 좇대가리야, 에이즈에 걸려서 썩어 문드러지든가, 말든가 난 상관 안 할 테니….’



‘오호라, 이제는 막가는 구나, 그래 내가 밖에서 쑤셔대고 돌아가는데, 니 속이라고 편할라구? 그러려면 같이 살아서 뭐하게?’



‘오, 그래, 너 말 한번 잘 했다. 같이 살아서 뭐하냐구? 그래,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한번 얘기나 들어 보자! 니가 나랑 살면서 해준 게 뭔데? 남들처럼 호강을 시켜줘 본 적이 있어, 돈이나 실컷 쓰게 해 준 적이 있어? 그 째진 아가리로 한번 읊어나 봐. 내 대가리 껍질을 홀랑 뒤져 봐도, 주구장창 쑤셔댈 생각에, 술 쳐먹을 생각만 했지, 니가 언제 남편 노릇 제대로 한 적이나 있니?’



‘내가 또 못한 건 또 뭐야? 그 힘들 다던 때도 버젓이 버텨 왔지. 카드를 빵꾸 내길 해, 내가 어디 가서 바람을 펴? 남보다 섹스를 못해, 아님, 물건이 부실해, 내가 못한 게 뭔데?’



‘그건 남들도 다 하고 살어, 이거 왜 이러셔? 그럼, 남자로 태어나서 지 가족도 벌어 먹일 자신 없으면 결혼은 왜 하고, 새끼는 왜 까나? 아닌 막말로, 내 생일 한번 제대로 기억해 준 적 있어? 당신, 결혼 기념일에 나랑 곱게 지낸 적 있어? 맨날 무슨 놈의 회식이다, 일이다 하면서, 빼쳐먹고, 뒤통수 긁기나 바빴지, 안 그래? 하도 뒤통수를 긁어대서, 아마 머리도 다 빠졌을 꺼다. 나라고 눈깔이 없는 줄 알아? 동창회에 나가 봐. 결혼할 때 장만했던 옷, 아직까지 입고 다니는 멍청한 년, 나밖에 없더라. 나는 여자 아니래니? 누군, 삐까뻔쩍 자가용을 철마다 갈아 타는 년들이 없나, 눈깔만한 다이야 척척 끼고, 손가락에 힘주는 년들이 없나….정말 서럽고, 아니꼬와도, 내 남편이 그래도 최고다 라고 살았었는데, 뭐, 못한 게 뭐냐구?’



‘야, 누군 돈 벌고 싶지 않다든? 가진 게 대가리에 든 거랑, 불알 두 쪽 밖에 없는데, 그럼, 이 지경으로 뭘 하까? 도둑질이라도 해? 그나마 배운 꼬라지로 일 이랍시고, 돈 벌어다 주는 게 어디 요즈음 세상에 쉬운 일인 줄 알아?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까 말이지, 나만큼 섹스 잘하는 사람은 또 어디 있다니?’



‘섹스? 섹스 좋아하시네. 섹스만 잘 하면 장땡이래디? 무신 짐승도 아니고설랑……너야 쑤셔 박고, 싸기나 좋아하지, 여자 힘든 거 알기나 해? 싸고 자빠져서 너 코골기 무서워도, 난 밑으로 니가 싸놓은 좇물 흐르는 통에, 일찍 자지도 못하는 거 넌 아니? 매달 한번씩 하는 달걸이가 얼마나 복장 흔들어 놓는 지나 알어? 머리는 딩 하고, 감기 걸린 사람처럼 온 몸은 오싹오싹 하면서, 끊임없이 아랫배가 끊어 지듯이 아파오는데, 뭐? 보지에서 피 나오니까 똥꾸녕 이라도 대 달라고? 니가 사람이냐?’



‘누구는 똥꾸녕으로 쑤셔보니 색다른 맛도 있고, 신나기만 한다드만…..’



‘누가, 어떤 미친 년이? 다 그 요상 시런 인터넷에서 귀동냥으로 줏어 들은 거지? 못된 놈팽이 좇대가리에는 쎄멘빠리 들끓는다구, 너도 똑 같은 인간이야. 세상이 섹스로만 돌아간다고 믿는 또라이, 그게 당신 이라구!’



아내와 나는 밤에 잠이 들기 전, 때 아닌 한바탕 설전으로 잠을 홀랑 떠나 보내고 있었다. 분명히 기억에 의하면 나와 아내는 많은 하객들 앞에서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다 되도록, 서로가 서로를 위하며, 사랑하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오로지 서로의 좇과 보지만을 물고 빨자고 약속 했건만, 좋은 시간은 잠깐이고, 이렇게 뻔질나게, 서로가 잘 났다고 싸워 재끼는 이런 생활을 바란 것은 절대 아니었다. 이럴 때는 담배 한 대가 제격이다.



‘휴……..그래, 불만이 뭐야? 정 그렇게 내가 밉냐? 미워 죽겠어?’



‘밉기만 하겠어? 이젠 아주 지긋지긋 해.’



‘……너…. 남자 생겼니?’



‘이거 봐, 이거, 고작 한다는 생각이 그런 쪽으로 흘러 버리니? 내가 그러니 노상 그러잖아? 니 눈에 똥만 가득 찼다고 남까지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말이야. 너야 오죽 하겠니? 나 말고, 너한테 관심 있는 떨거지 들이야, 니 카드 값 빼먹으려는 덤비는 술집 년들 밖에 더 있겠어? 내가 너니? 남 욕하면서 뒤로 호박씨 까는 짓 하는 여편네로 보이느냐 이 말이야! 내 참, 기가 막혀서…..’



‘그럼 뭐야? 뵈기 싫다고 해서 몸에 손도 안대, 그렇다고 찝쩍대길 해, 나더러 어쩌라구?’



‘잠자코나 있으면 말도 안 해요. 옆구리 푹푹 찔러 대질 않는 것만 해도 감사히 생각하고 있으라구? 내가 언제 해달라고 물 질질 흘리면서 구걸하디? 아님, 보지에 불 나 죽겠으니, 어서 쑤셔달라고 애원하디? 다 니 좋자고 가랭이 벌려 줬잖아? 이 자세는 벌서는 것 같다, 다른 자세로 바꿔보자,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그러나, 이건 하루가 다르게 씹맛 투정도 유분수지, 별 희한한 자세를 다 요구해요. 아니, 그렇게 하면 여자들이 꺼뻑 넘어간다고 누가 그러든데? 그것까지도 좋아. 이걸 입어라, 그걸 몸에 차라, 그건 쌩뚱맞다…..내가 무신 포르노 배우도 아니고설랑, 보지랑, 젖퉁이 다 내놓는 옷은 뭐 하러 입는데? 나중에 가서는 걸그적 거린 다면서, 홀랑 벗겨놓고 쑤셔대는 주제비에……그리고, 없는 돈에 그 놈에 몽둥이 같은 좇방맹이는 줄줄이 사탕처럼 사가지고 들어오는 건 또 뭐래? 좇대가리 하나도 버겁고, 지겨워 죽을 판에 왜 또 쌩돈 써 가며, 그 놈의 흉측한 물건은 집으로 들이고 난리야?’



아내와 난 그 날, 서로를 잡아먹을 것처럼, 피 튀기도록 쌈질을 해댔다. 그 놈의 쌈박질 이란 게 하면 할수록 거시어 진다는 것쯤은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 이긴 해도, 이렇게 막가는 설전으로 키를 틀어 쥘 줄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떤 부부들은 이런 쌈박질 뒤에 이어지는 뒤풀이 섹스의 후속타로 인해, 봄눈 녹듯이 그 간의 오해와 섭섭함이 풀린다고들 했지만, 난 그 경우에서 예외인 듯싶었다. 그 다툼의 와중에 아내는 섹스를 들이댈 틈을 보이질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싸움이 그치고 찾아오는 싸늘한 냉기는 서로가 몇 날 며칠을 두고 등을 대고 잘 수밖에 없는 서먹함만을 가져 왔으니 말이다. 언제나 주례사에 등장하는 내용 중에 부부는 모름지기 싸움이 있었다손 치더라도, 이부자리에 들기 전에 서로에게 생긴 앙금을 풀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건만, 어찌된 일인지, 아내와의 다툼에서 생긴 골은 날이 갈수록 그 틈이 점점 벌어져 감을 느끼기에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제 고만 하자. 나도 지쳤다. 해도, 해도, 너무 하네.’



‘왜? 그 놈의 씹질 얘기는 한도 끝도 없이 입에 달고 살면서, 쌈질에는 재주가 없으시나?’



‘자기야. 이제 그만 하자. 내가 잘못했다니 깐?’



‘잘못은 무슨? 해달라는 섹스, 못해주는 내가 더 잘못된 사람이지. 어디 감히 아녀자가 서방님의 높고 높으시다 못해, 의로운 좇불알 넋두리에 파토를 멕일수야 있남?’



‘어이구, 내가 미쳐….에이…..니기미……’



‘어디 더 해 보시지. 잘하면 치겠네? 니기미, 뭐? 다음 레파토리도 해보시지 그러셔?’



‘됐네, 이 사람아! 내가 참고 말지…. 어이그…..’



나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방을 박차고 나와, 담배를 피워 물면서, 현관 문을 박차고 나와 버렸다. 휴일이라고 낮잠 쫌 자 보려고, 등 대고 누운 뒤에다 대고, 게을러 터진, 방구들 귀신이 붙었네 뭐네 하면서, 인신 공격으로 시작한 쌈박질은, 기어이 나를 집에서 튀어 나가도록 만들었다.



‘사람이 정도가 있어야지, 원……’



이리 저리 울컥하는 심사라도 달래려고, 츄리닝 바람에 밖으로 나오기는 했어도, 갈 데가 마땅치 않았다. 홧김에 나오던 터라, 지갑을 들고 나오질 못한 것도, 이유 중의 하나이긴 했고……



‘야채가 왔쎠…..싱싱한 야채가 왔쎠요……..수빠에서는 빤쭈 벗고 뛰어다녀도, 볼 수 없는 야채가 왔슈……과일도 있쓔. 한번 잡숴만 봐! 입 밖으로 단물 질질 흘리다 못해, 오줌이 질질 나와! 쌩쌩한 과일 사아쑈…….. ’



아파트의 입구에는 작은 포터 트럭에 하나 가득 야채며, 과일을 싣고, 싸구려 메가폰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할아버지 한 분…..그 주위에는 휴일 이라서 그런지, 아주머니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했던 것은 그 낭랑한 음성의 운조가, 꼭 시골 장터에서 외치는 뱀장수의 그것과 너무 닮아 있었다는 것이었고…..주위에 둘러 서서 보니, 그 곳에 그리도 줄나래비를 서고 있는 여인들이, 모두 단골처럼 보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내가 보기에는 줄잡아 60은 훨씬 넘어 보이는 그 노인을 가리켜, 모두들 오라버니 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이런 뉘기미…….빠구리 종친회에서 회비 대신, 채소 팔러 왔나?



‘아유! 오라버니, 이렇게 뜸하게 들리시면 어떡해여? 기둘리다 아랫도리 잡채 될 뻔 했네. 어여, 줘 봐여…..씽씽한 놈으루 다가…..’



‘저 아시죠? 오라버니? 저번에 그 호박, 참 맛나든데…..오늘은 없네?....... 뭐요?..... 뭐?...... 아휴, 어디 들려야 말이지…..여편네들 하고는…. 쫌 조용히 해 봐여! 물건을 사면 샀지, 밑구녕 으로 돈들을 내나, 왜 그렇게 껄쩍들 대고 난리야?’



노인네는 도 닦는 얼굴을 해 가지고는, 목청을 돋우는 법도 없이, 천천히 세월아 내월아 하면서 골라 낸 야채며, 과일을 포장한 뒤에 돈을 받았다. 그런데, 더더욱 가까이 가 보고 느낀 것이지만, 수북이 쌓인 야채며, 과일을 그 여자들은 쌩뚱 맞게 한 개, 아니면 두 개, 혹은 종류별로 하나씩만 사가는 것이었다.



‘저, 아주머니, 물건이 좋아여?’



‘좋다 뿐이우? 유기농 아니우, 유기농….유 노?’



아니, 아닌 밤중에 왠 사까닥질 영어? 하긴, 웰빙 어쩌구 하며, 떠들어 대는 사람들의 등쌀에 유기농 이라는 제목만 붙였다 하면, 가격이 지 멋대로 지랄발광을 하는 게 요즈음이다. 나도 한참을 줄을 서서, 겨우 그 노인장과 상대면을 허는 디, 다짜고짜,



‘이걸루다가니, 엥겨 버리랑게.’



‘예? 뭘 엥겨요?’



나의 되물음에 옆에 섰던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대답을 받는다.



‘모르시나 봐? 이게 오라버니 밭에서 나는, 그 유명한 못난이 오이 아니우! 그걸 모르고 있다니, 내 참….부인이 누구 되시는지, 쫌 불쌍타!’



‘그래여?’



못난이 진주도 아니고, 이름도 그럴싸한 못난이 오이. 정말 그걸 오이라고 불러야 할지, 망설여지기까지 했다. 짙은 녹색은 이미 검어지기 까지 해서,



‘어르신, 이거…. 가지 아닙니까?’



‘어허, 까진 눈으로 보고도 그걸 몰러?’



옆에 있던 아주머니께서 내 옆구리를 쿡 찌른다.



‘어르신, 노인장, 할아범….. 그런 얘기 했다가 경 칠려고…..물건을 아예 안 파신다니깐여!’



오이는 오인데, 오이의 전신이 사마귀 같은 놈들이 부스럼처럼 우둘툴툴 퍼져 있고, 그 돌기의 끝마다, 낙타 눈썹 같은 오이털(에라, 나도 모르겄다. 이렇게 밖에는 표현 못하는 내 대가리나 쥐어 박을 수 밖에….. 퍽!퍽!딱!.....내가 때리긴 했지만, 좇나리 아프네!)이 숭숭 솟아 있는 진짜 못난 오이의 정형……게다가 띠발, 빠나나 처럼 휘긴 왜 휘어 가지고, 그 꼭지 마저, 뱀 대가리 같이 나를 꼬나 보는 기가 막힐 노릇…..



‘얼만데여?’



‘만원!….닝기리…… 거저랑게…..’



‘아니, 무신 오이 하나에 만원씩이나…….’



또 옆에 계신 아주머니가 옆구리를 거시게 후빈다.



‘어허! 돈 얘기도 딴지 걸면, 큰일 난다니깐여! 이거 오늘, 물건도 못 사고, 오라버니 삐져서 가시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네……모르면 사덜 말던가…..’



그러나, 아주머니의 우려와 달리, 노인장은 나를 보며 히죽대며 웃으신다. 그리고 검은 싸구려 비니루 봉지에 담은, 그 못난이 오이를 쑥 내미시는 모습……. 이빨 사이에 고춧가루 왕창 끼어 있구만….에구 지지야!



‘니 눔은 손도 대지 말고, 마나님 손에 쥐어 주기만 해봐. 빤쭈 째져, 요강 박살 나!’



오이 하나 팔면서, 왠 호들갑은? 그런데, 돈 받을 생각을 하질 않으시는 폼새로 나는 저으기 불안해 지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내 옆구리를 찔러대시던 아주머니를 향해,



‘오늘은 동상이 저 눔 오이값 내! 얼릉? 저번엔가, 그 뭐시냐, 꿍쳐 둔, 똘망 가진가 뭔가 줄 때, 오날날 처럼 공꺼로 줬잖여!’



‘하이구, 오라버니, 기억력 하나는 끝내주신 다니깐여. 오늘 재수 좋은 줄 알아여! 아저씨, 여깃어요, 오라버니…..’



나는 얼결에 오이를 받아 들고, 돈을 대신 내준 아주머니에게 떨떠름한 표정으로, 목례를 하면서, 그 복잡한 인파의 틈새를 빠져 나왔다. 만 원짜리 오이 렸다? 뭐가 어떻길래, 저리들 난리를 피우는 건지….나는 화가 뻗쳐서 집을 나왔다가, 쌩뚱 맞게 오이를 한 손에 덜렁거리면서 집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집에 들어가니, 아내는 식탁에 앉아서 훌쩍이고 있었다.



‘왜 울고 앉았어?’



‘울긴 누가 울었다구 그래? 양파 썰다가 그런 건데…….’



눈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내의 어깨를 내가 부드러운 손길로 살며시 눌렀다.



‘내가 잘못했어. 화 쫌 내지 마라. 안 살 것도 아닌데, 서로 아가리 부딪쳐 봐야, 이빨만 깨지지 별 거 없잖수? 어이, 이거, 요 앞에서 사왔어. 오랜 만에 오이냉국이나 해먹자.’



나는 아내가 비닐 봉지에서 그 못난이 오이를 꺼내는 것을 못 본 채 하며,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 TV를 틀고, 축구 하는 채널이 어디야 하면서, 딴전을 피우는 도중에도, 나는 아내가 그 오이를 두 손에 쥐고, 꼼짝달싹 을 못하는 걸, 계속 훔쳐보고 있었다.



‘어째서 저렇게 얼어 버렸지?’



아내는 마치 편지를 읽는 것처럼, 오이를 두 손에, 줄 김밥처럼 말아 쥐고, 위아래로 찬찬히 훑고 있었다. 거실에서 훔쳐봐도, 아내의 이마에 날씨와 상관없이 땀방울이 송글 송글 맺히는 것이 확실히 보이고 있었다. 왜 저러는 게야?



‘여보, 나 화장실에 쫌……’



‘근데…..왜…..’



내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아내는 손에 그 오이를 든 채로 안방에 딸려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오이를 왜 들고 똥누러 가느냐 물어 볼라고 했는데…….나는 노인장이 긴요하게 한 얘기도 있고 해서, 발걸음 소리를 죽여가며, 화장실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화장실에서는 아내의 밀어내기 함성이 한창 이었다.



‘으……윽…….으윽……으…….윽’



아주, 변기를 요절을 낼 모양 이구만…. 저렇게 용 쓰다가 미중알 이라도 빠지지 않을까 몰라? 그러나, 그 밀어내기의 영치기 영차 장단과 아울러, 조잘대는 소리까지 섞여서, 나는 귀를 가까이 대지 않을 수 없었다.



‘미워…..미워!……늙어 빠진 주제에……지금 에사…..뭐? 아버지 라구?.......사내 새끼들……다 똑 같애!……..으그극…으으……으으…….으극…..으으…..나만한 년을 엄마라고 부르라구?.......좇 같은 새끼……. 평생을 엄마 눈에서 피눈물을…….. 쏟게 하드니…이제는 나더러 별 좇 같은 년 한테……… 어머니라고 부르라구?.......저 새끼도 똑같애………으극으극……..아!’



화장실 안이 얼어버린 것처럼 갑자기 조용해져 버렸다. 마지막 단말마의 탄성과 함께,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 화장실…….나는 가슴이 막 뛰기 시작했다. 설마, 똥 누다가 기절까지? 나는 안되겠다 싶은 생각에 욕실 문을 삐꼼 열어 보았다.



‘아니, 이럴 수가?’



아내는 변기 위에 아랫도리만을 까 젖힌 채, 변기 위에 앉은 자세에서, 가랭이를 활짝 벌리고 혼절해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아내의 보지를 똥그랗게, 찢어 질듯이 벌려 놓고 박혀 있는, 아니, 거의 그 길이가 다 씹구녕 속으로 들어가 있는, 그 문제의 못난이 오이까지 함께 보이고 있었으니 더더욱 뒤집어질 노릇 이었다. 나는 화장실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아내의 벌려진 가랑이 앞에 쪼그려 앉아, 손가락으로 아내의 넓적다리를 툭 하고 찔러 보았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거 큰 일 난 거 아냐? 난 119에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언뜻, 저렇게 보지에 오이를 꼽아놓고 있다가, 구조 요원이 오면, 경칠 것 같다는 생각에 살며시, 아내의 보지 속에 잠겨 있는 오이를 조심스럽게 꺼내기 시작했다.



‘아효, 띠발, 깊이도 쑤셨네!’



이건 까먹는 쮸쮸바도 아니고 설랑, 한참을 비질 대며, 끌려 나오는 것이 아닌가! 오이의 전신은 아내의 씹물로 뻔들거리고 있었으며, 오이를 다 빼내자, 그 씹물은 오이를 쥐고 있는 내 손으로 흘러 내리기까지 하고 있었고….나는 본능적으로, 그 물이 흐를까 봐(본능은 무신 얼어 뒤질 본능? 사흘만 굶어 보라니깐! 한 방울도 아낌없이 달콤한 꿀물일 테니…..헐….) 입으로 쪽쪽 빨아댔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오이를 다 빼내자, 그 안쪽의 4분의 1은 이미 잘려져 없었다. 그래, 벌써 자셨구만!.......그러나, 아내가 기절을 했는지, 큰 일이 났는지도 외면한 채, 나는 녹아 내리는 아이스크림이 아까워, 연신 혀로 쓸어대는 어린 아이처럼, 고새를 못 참고, 잘려 나간 오이 주변에 묻은, 아내의 씹물을 여지없이, 몽조리, 에부리띵 싹싹 핥아 먹었다. 아! 죽인다! 그러나, 그것도 모자라 나는 이게 왠 떡이냐 라는 심정으로 구녕이 뻥 뚫려진 아내의 보지 쪽으로 입을 갖다 대고 있었고…...



‘이게 지 혼자 질질 흘러? 빨아달라는 거야? 그런 거야?’



나는 아내가 정신을 차리건 말건,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허옇게 풀죽을 쑤어 놓은 듯한 보지 주변의 씹물을, 갈치 살 발라 먹듯이, 털까지 입안에 넣고 죽죽 빨아댔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고, 좇대가 보지를 못 본채 하고 갈 수 있냐 이거지…..좌우로 벌어진 다리 사이로, 이미 준비가 끝난 내 좇대를 부여 잡고, 한동안 찝쩍 대지도 못하게 했던 아내의 보지를 향해 조준을 시작했다.



‘돌격 앞으로!........끙!’



옳커니….역시 아내의 보지는 세상에서 더 이상 비교할 대상이 없었다. 쑤걱 대며, 씹살을 가르고, 온 엉덩이를 긴장 시켜가며, 혼절한 아내의 봉지를 칙칙폭폭, 기차놀이 하면서 장악해 보는 그 포만감!...이게 도대체 얼마만이야!



‘어?’



그런데, 무언가 내 엉덩이 양쪽을 감싸는 온기가 느껴졌다. 양쪽으로 축 늘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아내의 팔이었다. 두 손바닥은 좇질을 리드미컬하게 하고자, 정박자로 씰룩 대는 엉덩이 살을 오물조물 만져대기 시작했다.



‘자기야…..헉헉헉헉….정신 잃은 거 아니었어?’



아내는 엉덩이를 붙들고 있다 말고, 내 가슴팍을 투닥 이며, 눈물 섞인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보며, 입을 여는데,



‘당신도 바람 피우고, 나 버린 후에, 윽윽…..헉흑……으으…..그 인간처럼 나한테 똑같이 할꺼지, 그렇지?’



‘윽윽윽윽…..그 인간이…..도대체 누구야?’



‘누구긴, 누구야?....아흑..아흑…..나 죽어…….당신의 그 잘난 장인 어른 이지.’



‘장인 어른? 돌아가셨다매?.......윽윽….이건 또 무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씨츄에이션?’



‘으그극…보지 터진다, 터져…..나 쪽 팔려서 그랬어……엄마랑, 나 버리고, 평생을 오입질로 허송세월 하다가, 얼마 전에……윽윽윽….그렇게 쑤시다, 보지 빵꾸 날라! …..이기긱….윽윽….나랑 나이도 비슷한 년을 꿰차고 나타나서는…….’



‘나타나서는?’



‘엄마라고 부르라는 거야……당신도 그럴 꺼야? 평생 피눈물 흘린 건……윽윽윽윽……피눈물 흘린 건…….아휴, 보지가, 보지가…어서….. 피눈물은 관두고, 좇물 이나 펑펑 내 보지 안에 싸 줘….얼릉…..’



‘피눈물이 뭐?’



‘피눈물은…그러니까….그러니까….윽윽윽…….엄마 하나로 족하다구…..당신이 그 인간처럼 그럴까 봐…미워 죽는 줄 알았다니깐…..윽윽…..어서….어서…더…..더…팍팍…..더 쎄게…..더 쎄게…….윽윽윽윽………ㅇ…ㅏ……ㄱ!’



내 등을 부여잡고, 깊게 깊게 피가 비치도록 손톱자국을 님기며, 장렬히 산화 하신 우리 마나님….대한민국 만세! 좇나리 만세!



‘그런 일이 있었구만…..’



대강 화장실을 정리한 후, 정신을 차리고, 거실에 나와 앉아, 그간의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는 나를 볼 때마다, 섹스에 환장한 모습에서, 혐오와 증오의 대상인 아비의 조각이 곧바로 자신의 심정에 투영되면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던 모양이었다.



‘근데, 자기야? 그 오이는 뭐래?’



단박에 부드럽고 애교가 넘치는 그 시절의 목소리로 변해 있는 아내의 정겨움……



‘응. 이름 하야, 못난이 오이!’



‘이름이 뭐가 그래?’



‘그게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스토리 아닌가벼?’



‘오이에 왠 눈물?’



‘그 어르신도 쌩뚱 맞게 출현하신 장인 어른과 비스무그리 하게 살아 오셨대나 봐. 마나님이 인물이 그저 그랬던 모양이지? 그 당시야 거의 신부 얼굴도 못 보고 장가 들잖아! 평생을 이 여자, 저 여자를 거쳐 가다가니, 늙고,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갈 곳이 어디 있겠어? 그런데, 집에 가보니……’



‘집에 가보니?’



‘마나님이 없더라는 거야! 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며칠 전까지 얼굴도 봤다고 하던데 말이지.’



‘다 늙게 바람이 났나?’



‘그게 아니고, 방에 누워 지나간 세월을 곱씹는데, 천정에 얼룩이 져 있더라는 게야. 그래서 다락을 열고 위로 올라 갔는데, 글쎄 마나님이 천장 구석에 옹크리고 죽어 있더라지 뭐야?’



‘그래서?’



‘그 옆에는 철자법도 엉망인 일기장 더미가 놓여 있었는데, 평생을 그 영감님을 기둘리다가 자기가 죽을 때가 다 되었음을 아셨는지, 일기장 무더기를 들고 천장으로 올라 가셨대.’



‘천장에는 왜 올라가셨지?’



‘평생 남편의 손끝 하나, 사랑 한번 못 받았지만, 한눈 한번 팔지 않고, 평생을 살아온 값에라도, 죽어간 자신의 시신을 남에게 맡기기 싫으셨대. 만약 자기가 방안에서 죽어 버리면, 그걸 발견한 동네 사람들이 알아서 장례를 치룰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마지막으로나마 느껴 볼 수 있는 지아비의 손길을, 뼛가루가 되어서야 대할 수 있게 되니, 그게 분할 것 같다고 말이야. 그 어르신의 손으로 염을 할 적에, 죽어서라도 따스한 남편의 손길을 한번 만이라도 느껴보고 돌아가셔야 눈을 편히 감으실 수 있다고 써 놓았다 그러셨어. 그래서 동네 사람들 눈치채지 못하게 천장으로 올라가 돌아가신 거지.’



‘근데, 오이는 또 뭐야?’



‘어르신께서 통한의 눈물을 흘리면서 염을 손수 하시고, 장례를 치룬 뒤에, 화장을 한 그 뼛가루를 자신의 소유로 된 텃밭에 그냥 뿌리셨대. 그리고, 주구장창 물을 빼서는 아침이고, 저녁이고, 물이랑, 거름 줄 때 타서 뿌리셨다지?’



‘무슨 물?’



‘좇물이지 뭐야! 죽어서라도 이렇게 지아비의 좇물 이나마, 평생 위로 차원에서 텃밭에 뿌려 주신 거래. 그래도 그게 한계가 있었던지, 피골이 상접해서리, 지풀에 돌아가실 것 같았다나?’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동네의 남정네들을 모아 놓고, 사정을 설명한 후에 집집마다 돌아가며, 일주일에 한번씩은 들려서 어르신의 텃밭에 물을 대는 동안, 옆에 서서 좇물을 타 주었대요. 근데….’



‘근데, 뭐?’



‘여기서부터가 가관이에요. 그 텃밭에서 나는 채소며, 과일이 점점 요상해져 가더라는 거지, 동네 남정네들의 정기와 텃밭에 서린 마나님의 흐뭇한 순정이 어우러지면서 거두어지는, 채소나 과일을 여자들이 손에 쥐기만 하면, 대번에 욕정이 불같이 일어나는데, 거기다 더해서 평소에 가슴 속에 담아두고, 하지 못했던 말들이 줄줄줄 쏟아져 나온다 하더라구. 아마 그건 그 마나님이 지아비에게 하고 싶었으나, 가슴 깊이 묻어 두었던 말들이 종국에 가서는 가슴의 가시가 되어 병이 된 까닭을 알고 있기에,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 그래서 그 영감님이 채소나 과일을 가꾸는 방법이 요즈음 떠드는 유기농 이랑 발음은 같아도 다른 뜻이래. 정력이 넘치는 농법이라는 뜻에서 有氣農, 어때, 기깔 나지?’



‘그래서 나도 그럼?’



‘그래, 맞어…하여튼 희한한 세상 이라니깐!.....’



‘그런데, 왜 자꾸 혓바닥은 내밀고 그래?’



‘아니, 아까 화장실에서 나오고 나서부터 혓바닥이 까끌까끌 하고, 목에서 자꾸 쓴 물이 올라오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 배도 살살 아프고, 눈도 따가운 것 같고, 좇대도 근질근질…..’



‘그러고보니, 여보! 나도…….솔직히……… 목구녕에, 보지구녕 까지, 구녕 이란 구녕은 열나 가렵다…. 뭐가 잘 못 된 거지?’



그날 밤 나와 아내는 심한 복통으로 거의 얼이 빠졌고, 아내와 나는 팬티까지 벗어 던지고, 보지와 좇대가리를 긁어 대느라, 피딱지가 다 앉아 버렸다. 아침이 되기 무섭게, 회사고 뭐고, 다 때려 치우고, 나와 아내는 바쁜 월요일 인데도 불구하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나와 아내는 이리 저리 혈액 검사에, 타액 검사, 소변 검사, 거기다 아내는 보지 구녕, 나는 좇대가리 검사까지, 받고는 검사결과를 기다리자며,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연짱으로 월차를 내고 늦잠을 자고 있는데, 전화가 나를 들들들 깨워 버렸다. 그건 병원에서 온 전화 였다. 나는 한참이나 전화기를 들고 있었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다 보는 아내가, 전화를 내려놓기 무섭게, 다그쳤다.



‘여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많이 안 좋은가?’



‘자기야……내 하나만 물을게.’



‘응, ……뭔데?’



‘너 오이, 물에 씻었니? 안 씻었니?’



‘안 씻었지. 그냥 건네준 걸 들고, 화장실 가서 열나 쑤시기 바빴는데, 씻을 새가 어딨어?’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시는데, 살다 살다, 좇대랑, 보지 구녕, 목구녕에 농약중독 된 건 처음 본대. 이런 뉘기미, 아효, 쪽 팔려…….’



그래서, 나와 아내는 떫긴 했어도, 요즈음 채소랑 과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박박 씻어 먹으라는 얘기가 옳은 얘기인 줄 그제서야 알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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