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토도사|먹튀검증정보커뮤니티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16)- 토도사 야설

Todosa 1 130 0

 

=====================================================
*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양판소(……야)이므로 개념이 없고 명랑소설이므로 어이없는 일도 일어날 수 있는 막장입니다^^;;; 양판소의 깽판이 싫으신 분은 조용히 백스페이스로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중에 언급되는 인물, 사건, 지명 등은 실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묘한 것이 보여도 신경쓰지 마세요. 깊게 생각하면 지는 겁니다. 이 글은 양판소이니까요.
*이 글에 대한 저작권은 저에게 있을지도 모르나 행사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양판소니까요.
*이 글은 명랑소설을 지향하고 있으나……양판소이므로 깽판입니다.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16話 저작권, 괜찮습니까? 전쟁은?


  42.
  프리그 왕국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 먼저 이야기를 했어야 했지만 대충 들렀다가 사라질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곳이었기 때문에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대강 설명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대륙 최남단의 열대 기후에 속하는 이 프리그 왕국은 3면이 바다이며 평야가 많은 지형을 가지고 있다. 혹자는 4면이 바다라고 하는데 그건 프리그 왕국 북부 국경을 형성하는 대륙 최대의 강, 테이트 강의 하류를 바다로 착각한 인간들이 하는 헛소리다. 대항해 시대 때 마젤란이 남 아메리카의 어느 강 하류를 해협으로 착각한 경우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는 단순한 무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마젤란은 자신들이 모르는 다른 대륙을 보고 그렇게 착각한 것이고 그 무식한 인간들은 이 대륙의 구석진 곳까지 잘 알려져 있는 상황임에도 단순히 공부를 게을리해서 그런 무식을 표출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건 이야기가 삼천포……사천? 삼천포? 어쨌든 엉뚱한 곳으로 빠지긴 했지만 어쨌건 이 프리기 왕국은 3면이 바다이다. 어느 나라랑 비슷한데?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은 부정해주고 싶다. 어느 나라는 남북으로 길쭉한 반도의 모습이지만 이 나라, 프리그 왕국은 동서로 길쭉한 반도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덕분인지 이 왕국의 기후는 거의 유사하다고 할 정도였고 생활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바닷가나 평야냐의 차이 정도뿐이었다. 말하자면 각 지역마다 다양성을 가질 수 없는 환경이랄까, 그런 셈이다.

  “모두 웰렉까지 진군한다. 그곳에서 적을 맞이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향하고 있고 적이 도강을 하려 준비하는 웰렉이라는 곳은 원래는 강이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 나라의 동서를 관통하는, 이 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존재하는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웰렉 산맥에서 시작되는 두 개의 강을 연결하는 운하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산이었다는 이야기다.

  ‘동서를 관통하는 거대한 토목 공사! 동이 가물면 서쪽의 강물을 끌어들이고 서쪽이 가물면 동쪽의 강물을 끌어들이겠다!’

  그런 산이었던 웰렉에 대운하라는 정신나간 토목공사가 시작된 것은 5년 전, 갓 왕위에 올랐던 폐왕이 내세운 일견 타당해 보이는 이유로 시작되었다. 그가 폐위 시킨 전대 왕이 수량이 풍부한 테이트 강에서 물을 끌어오는 공사를 하고 있지 않았다면 타당했을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폐왕은 거의 완공되고 있던 공사를 모조리 취소하고 몽땅 묻어버린 다음에 이렇게 운하를 파버린 것이다. 재정의 낭비였다.
  훗날 이러한 예상치 못한 지출에 폐왕의 부인(마왕이 강림했을 때 사망했다)이 원하던 보석을 사주지 못해 갈굼을 당했던 것은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니다. 어쨌거나 5년만에 대운하는 완성되었고……올해 드디어 개통되었는데 나라가 뒤집혔다.

  “우기가 와서 비가 몇 번 오면 터져나가겠는데요? 아마도 백성들 다수가 죽거나 다칠 겁니다. 농지도 제법 소실될 것이구요.”

  그리고 개통된 대운하는……대강 이런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부실공사로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균형 위에서 겨우 서 있다는 것. 생각해보면 이 왕국의 마법사들이 정변 당시 나서지 못했던 이유가 이 대운하의 부실한 부분을 마법적으로 보강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폐위되었던 왕 녀석,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판 셈이다.

  “일단 이 문제도 수습해야 할테니……. 운하를 없애기 보다는 보강하는 방향으로 가야겠군요.”

  부실한 제방이 물의 힘에 무너지지 않도록 진법이나 마법진을 설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진법보다는 마법진이 좋을 것이다. 내가 사라지고 나면 마법사들이 통제할 수 있는 마법진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테니까. 거기에 마법진은 항상 기동할 수 있다. 마력만 계속 불어넣어 준다면 말이다. 말하자면 마력 문제만 해결한다면 부서지지 않는한 무한대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나에게는 거의 반영구적으로 마력을 끌어낼 방법이 있다. 물론 지금 처한 상황이 되었으니 가능한 방법이긴 하지만.
  현재 제방의 일부분을 마법진으로 보강한 것도 바로 그런 방법이다. 수도 주변에 포진해있던 반여왕측의 영주들을 제거하면서 만들어낸 쾌거다.

  “보강이라. 하지만 물리적인 공격에는 결국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저 놈들이 미친척하고 터트리면 그것도 곤란합니다.”

  제방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생각이 자동으로 싸움과 연결이 되었다.

  “애초에 이쪽 병력이 얼마 되지 않으니 저 편에서 둑을 터트린다고 협박하면서 넘어오라고 할지도 모르겠군요. 20만으로 5천을 섬멸하는 건 쉬우니까요.”
  “강을 중심으로 버티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저 편에서 동시에 도하하기 시작하면…….”

  이 싸움이 동진과 전진의 비수의 싸움같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100만 병력과 5천 병력이 붙어서 100만이 반토막난 전투. 이 전투의 여파로 피해가 컸던(100만이라는 병력이 반토막이 났으니까) 전진의 몰락으로 남북조시대가 길어져버린 바로 그 전투를 말한다. 그 전투에서……전진의 왕 부견이 배신자 때문에 100만의 병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퇴각해야 했다. 거기에 5천의 병력을 앞에 두고도 100만의 병력이 기세에 밀리면 얼마나 무력해지는 지는 확실히 알 수 있는 사례라고 할까. 5천의 병력을 동원했던 동진으로서는 행운의 연속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고 볼 수도 있는 사례이니 참고로 하기에는 곤란하다. 이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건 기세에서 밀리면 안된다는 것과 내부의 배신자를 주의하라는 것이다.

  “결국 신들이 우리에게 기적을 주시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군요.”

  결론은……역시 병력이 많고 보급만 확실하다면야 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늘어나고 그것은 전략적인 우위에 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여왕측의 병력은 5만, 그나마도 병사가 아닌 장정들에게 병기를 쥐어주고 주요 요충지를 방어만 할 것을 지시하였기에 가능한 숫자다. 그리고 내가 끌고 나온 병력은 정예 병력 5천. 다만 정예라고 하더라도 기세가 죽어버린 정예다. 싸움이 될 리가 없다.

  “20만이지만 저들은 농사를 짓다가 온 병력들이다. 숫자만 많은 병력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 지휘권이 분산된 영주들의 군대다. 한 지역을 잡고 두들기기만 하면 저들은 쉽게 와해된다. 저들이 자신들의 기반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우리에게 승기가 돌아온다. 그때부터는 사냥에 나서기만 해도 되는 거야.”

  그러니까 나는 뻥을 친다. 물론 이길 수 있는 필승의 방법이 두 가지는 있지만 딱히 그 방법들을 쓰고 싶지는 않다. 이들 스스로가 승리를 쟁취해서 자긍심을 가지기를 바라니까.

  “저들이 자신들의 피해를 신경쓰지 않고 수도로 진군하면 어쩝니까?”
  “그때가 되면…….”

  기본적인 전략 : 빈집털이라는 개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던 장수들은 이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좋은 태도다. 방어병력이 허약한 상황에서 일군을 이끌고 빈집을 턴다는 건 어찌보면 도박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때가 되더라도 좋은 방법은 있다. 다만 수도를 방어하는 시민병력들이 문제이지만.

  “경쟁심리를 자극한다. 그들에게 도성의 함락을 이끈 자는 일등공신이라는 의식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이용하여 각개격파한다. 우리 병력은 후퇴하지 않는다.”
  “지휘할 장수가 없습니다!”
  “여왕전하를 믿어라. 그리고 그 분의 곁에 있는 장수들을 믿어라. 그러면 승리는 우리의 것이 되겠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 해산시킨다. 대운하를 지키기보다는 빈집을 털겠다는 개념은 내가 이끌고 온 5천의 병력이 해야 할 임무다.

  43.
  20만의 병력이 웰렉에 위치한 대운하에 집결하기 전에 먼저 도착해있던 4만의 병력에 싸움을 걸었다. 해질녘에 도강해서는 야습으로 기를 죽여둔 뒤에 바로 벌인 일이었다.

  “자신이 있나 본데?”
  “어제 야습에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저들의 병력은 우리들의 7배입니다. 자신감이 없을 리가 없지요.”

  그리고 녀석들은 우리의 도전을 받아들였다. 평야를 가득 메운 적들의 포진을 바라보면서 그들의 무모한 자신감을 비웃어 주려고 하다가 ‘병력의 질’<‘병력의 양’이라는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고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를 몬스터처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한 번 혼을 내주자구. 최소한 열배는 되어야 우리를 막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라는 말이야.”
  “진님 덕분에 어떻게든 야습은 성공했습니다만…….”

  어제의 야습으로 영주군은 5천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나 혼자서 야습을 한 것이었지만 다수의 적이 출현한 것으로 착각한 영주군이 서로를 치기 시작한 탓에 벌어진 일이었다. 따라서 우리 병력은 손실없음.

  “뭐, 병력을 이대로 보존하는 방법으로 갔으면 하는데 말야. 저 녀석들 활도 제대로 못 쏘는 녀석들이 많잖아?”
  “기사들의 활솜씨를 그렇게 폄하하는 사람은 진님 밖에 없을 겁니다. 기사만 2백이 넘는다구요. 저 녀석들은.”

  부관이랍시고 달라붙은 행정관이 한숨을 푹 내쉬는 것을 보면서 피식 웃는다. 기사가 충분히 있다고 해서 뒤집힐 싸움은 아니니까.

  “그럼, 저 편 기나 죽이러 가볼까나. 저 편에서 달려들기 시작하면 예정했던 대로 숲을 우회해서 후퇴해.”

  그런 말을 남기고는 포진하고 있는 영주군 앞에 나선다. 일기토 신청이다.

  “양아치들아! 기사라고 인정받고 싶으면 덤벼!”

  조금 과격하게 신청하기는 했지만 효과는 직빵. 양아치라는 이야기를 들은 덕분인지 기사들은 온통 붉어진 얼굴로 뛰어나왔다.

  “하나하나 상대하기 귀찮으니까 다 덤벼!”
  “이 자식이!”

  뭐야. 왜 이렇게 도발이 쉬워? 나에게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하는 기사들을 보면서 고민에 빠진다. 뭐, 어그로가 쉽게 뜨는 바보 몹인가 보다. 나름대로 결론을 지으면서 녀석들의 돌진을 지켜본다. 약 1백여기의 기마가 달려오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장관은 장관으로 끝나야지!”

  서걱.
  그랜드마스터급의 힘만 써버려도 이 녀석들은 쉽게 잡을 수 있었다.

  ‘회수, 봉인.’

  내 뒤편까지 달려가던 전마들의 등자 위에서 우수수, 기사들이 떨어졌다. 이거 한 번 막는 사람이 없다니……. 악랄하기는 하지만 제방을 보호할 마법진에 마력을 공급할 카드도 100여장이 완성되었으니 괜찮을 것이다.
  신들이 또 난리를 치기는 하겠지만.

  ‘적당한 수준에서 풀어준다고 하면 뭐라하지는 못하겠지. 악행을 개인적으로 벌한다고 하면 될지도.’

  100여명의 기사들이 한순간에 쓸려버리고 주인을 잃은 말이 내 뒤의 병사들에게 포획되는 것을 보면서도 4만에 이르던 영주군들은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영주군의 지휘관 몇 명이 화가 난 듯 소리를 꽥꽥 지르고는 있었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목숨은 소중하니까.

  “항복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100여명의 기사들을 쓸어버린 김에 사자후를 토했다. 쩌렁쩌렁 울리는 내 목소리가 평원을 울렸다. 목숨을 살려준다는 내 외침에 저 편의 지휘관들이 또다시 뭐라고 꽥꽥 소리를 지르는 걸 보면 내가 살려준다고 해도 자신이 죽여주겠다고 이야기하는 모양인 것 같다. 내 목소리에 손에 든 무기를 땅에 떨어뜨릴 것 같던 병사들이 다시 창대를 움켜쥐는 것을 보면말이다. 아무래도 영주군 지휘부는 전멸시켜야 할 것 같다.

  “나설 녀석은 없나! 반란군에게 기대한 내가 잘못한 것인가!”

  양 측 진영 한가운데에서 다시 사자후를 토해내고는 말을 몰아 영주군을 향해 돌격한다. 그리고 뒤로 돌아서서 도주하려는 병사들에게 지풍을 쏘아 점혈한 후 지휘부를 향해 계속 말을 달려간다. 제법 지위가 있어보이는 녀석 하나를 잡아다가 돌아가야겠다. 생각하면서 눈을 질끈 감고 대기병 방어진을 형성하려는 듯 창을 땅에 박고 비스듬하게 세운 병사들의 창날을 베어내며 지휘부를 향해 쇄도했다. 나를 막을 자는 없었다.

  “막아!”
  “너 같으면 막을 수 있겠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기사를 돌진하던 힘으로 치어버리고 기세를 허물어뜨리지 않고는 몸을 피한 병사들 사이로 난 길을 질주한다. 그리고 나는 그날 영주군 지휘부를 전멸시켰다.

  “이 녀석들은…….”
  “영주들은 내가 처리한다. 항복한 병사들은 무장해제해.”

  그리고 나와 숲을 돌아 퇴로를 막은 5천의 정예병력을 앞뒤에서 맞이한 4만의 병사들은 항복했다. 사람을, 반란을 일으킨 영주와 기사들은 사람이 아니라 반란군일 뿐이다, 죽이지 않고 끝난 것은 다행이지만 이래서는 곤란하다.

  “하아. 이러면 안되는데 말이지. 개인의 무위로 따낸 승리라니.”

  그래서 해결방법을 찾았다. 무조건 모두 참수할 수도 없으니 조건을 걸었다. 전투가 끝난 후 포로로 잡힌 4만의 병력들을 무장해제시키고 제방을 방어해내면 자유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들은 완전히 항복했다. 첫 전투부터 대승이었다. 다만 나 혼자 날뛰어 따낸 승리라는 것이 문제랄까. 4만의 포로를 감시할 4천의 병력, 보병들을 웰렉에 남겨두고 1천의 기병들을 출발시키면서 한숨을 내쉰다.

  “어디서 병력을 빼낼 수도 없으니…….”

  그렇다고 4만의 죄없는 포로들까지 모두 참수하여 웰렉 대운하를 보호할 마법진의 마력생성카드로 만들어버릴 수도 없으니까.

  “아무래도 내가 여기에 남아야 하나.”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수도에서는 4만의 병력들에게 대대적인 사면령을 내리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물론 내가 말했던 것처럼 웰렉 대운하를 방어해내야 완전히 사면되겠지만.

  “훈련이다.”

  나는 욕심쟁이라 휘하의 병력 하나하나가 죽어버리는 것은 참지 못하니까 말이지.
.
.
  첫 전투 후 보름이 지났다. 수도에서 여왕을 보필하고 있어야 할 체리가 4만 4천의 병력으로 증강되어 웰렉 대운하를 방어함과 동시에 전투 준비를 하고 있던 나를 찾아왔다. 눈앞의 평원에서 차근차근 병력을 증강해가는 영주군들과 대치하고 있던 참이었다.

  “웰렉 대운하를 보호할 마법진에 쓸 ‘까마귀’카드가 다 떨어졌습니다.”
  “여기 있어. 이 녀석들 제법 도망가려고 난리법석을 피우고 있으니까 조심해서 운반하도록.”
  “네. 주인님.”

  여왕을 바로 측근에서 보필하는 임무는 수지에게 맡겨둔 것 같다. 여기에서 수지는 폐왕의 영혼을 완전히 포맷해버리고 실패작에 깨끗해진 영혼을 우겨넣은 녀석을 말한다.

  “그나저나 까마귀라니. 까마귀에게는 실례인 작명입니다.”
  “뭐, 일단 보기에는 검잖아. 이 녀석들은 속도 겉도 모두 시커머니까, 그래서 까마귀지.”

  마법을 영구히 사용할 수 있게 힘을 공급하는 물질을 이용하여 마법진을 반영구적으로 기동, 대운하를 보호한다는 내 생각을 실행할 인물인 체리가 나에게 물어왔다. 일단 나에게 두들겨맞고 신나게 조교당한 마왕이다. 리휘빌긴 투엠비라는 이름도 있긴 하지만 지금은 예니체리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그나저나 이 녀석, 주인의 센스를 의심하다니. 다시 한 번 교육이 필요한 걸까.

  “제, 제가 주인님의 작명센스를 의심할 리가 없잖아요.”
  “알았어. 말만 잘 들으면 괴롭히지 않을테니까 벌벌 떨지마.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본 다고.”

  내가 인상을 확 쓰자마자 녀석은 벌벌 떤다. 그 이유는……뭐, 전에 있던 조교 때문이지. 폐왕의 영혼이 정신이 나가버려서 포맷해버려야 했을 정도로 꽤나 하드한 조교였다. 조교하던 나도 가끔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으니까. 고스로리의 미소녀가 내 앞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자 사면을 목표로 일하고 있던 병사들의 시선이 좀 엄해졌다.
  눈 안 돌려! 나 로리콘 아냐. 이 녀석들아!

  “흐, 흑화하시면 안되요.”
  “알았어. 알았어. 울지마.”

  그렇게 째려봐 주고는 체리를 달래준다. 그런다고 해서 떨리던 몸이 진정된 건 아니었지만.
  뭐, 그렇게 조교를 받고는 마왕으로서의 정체성 따위는 저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이 아이가 증언했지만, 그 당시 나는 지금 생각해도 벌벌 떨 정도로 꽤나 거뭇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목을 날린다거나 손발을 자르는 고어틱한 짓만 안했다 뿐이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버린 것 같으니까,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동쪽의 영주들은 모두 정리했어요. 이쪽으로 병력을 모두 뺄 수도 있습니다.”
  “항복한 녀석들은 모두 대운하 방어에 돌려. 일단 세뇌마법으로 잘 조종하고 있겠지?”
  “네. 그나저나 서쪽은 토벌이 늦어지네요.”
  “여왕님보다 먼저 토벌해버릴 수는 없으니까. 어쨌든 동쪽은 완전히 평정되었다고 하니까 이제 슬슬 움직여볼까?”

  동부의 영주군이 5만이라는 상대적인 약세를 보였다고는 하지만 여왕과 그 휘하의 병력은 제대로 훈련이 되지 않은 1만의 병력이었다. 그것을 마법사들과 기사의 우위로 어떻게든 방어해내고 토벌해내는데 성공한 모양이다. 물론 여왕의 친정이었으니 그 공로는 모두 여왕의 것. 체리와 수지가 마법을 쏟아내면서 지휘부만 쓱싹하는 위용을 보여주었으니 여왕에 대한 경외심은 더 높아졌을 것이다.
  다만 이쪽과는 달리 병력 손실이 좀 있었던 것 같지만.

  “어쨌든 저는 가볼게요.”
  “그래, 대운하에 마법진을 다 배치하고 나면 항복한 녀석들로 제대로 공사하게 해. 알겠지?”
  “네. 잘 보호하겠습……아앗!”

  체리에게 ‘까마귀’카드를 건네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려는데 손아귀 힘이 부족했던 것인지 ‘까마귀’카드 일부가 바람을 타고 도망가 버렸다. 황급히 뿔뿔이 흩어져 도망가는 녀석들을 잡아오기는 했지만 놓친 녀석들이 있었다. 서쪽으로 24장. 동쪽으로 6장. 총 30장이다.

  “주, 주인님.”
  “뭐, 96장 정도는 남아있으니까. 그 ‘까마귀’ 녀석들 모으지 말고 없애버려. 잡으면 아예 소멸시키라는 말이야.”
  “네……네!”

  바람을 타고 도주하던 녀석들을 다시 모아 체리에게 건네주고 보관함에 잘 집어넣어준 후, 명령을 내렸다. ‘까마귀’카드를 찾으라고.

  “당장은 할 필요가 없겠지. 이 싸움이 끝나고 날 때까지는 네가 대운하에 마법진을 설치하는 작업을 해라. 그 다음부터는 내가 하도록 하지.”
  “넷!”

  바들바들 떨던 그녀가 목소리를 쥐어 짜내 그렇게 외친다. 아무래도 내가 좀 빨리 일을 마쳐야 할 것 같은데 말야. 앞으로 일주일 안에 저 영주군을 박살내야 할 것 같다.

  “전군 돌격!”

  그리고 일주일 후. 나는 10만에 달하는 영주군의 항복을 받아내고 영주들을 모두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이번에는 단독으로 뛰어나가서 싸움박질을 벌인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회전을 벌였기 때문에 피해가 큰 편이었다. 나를 따라왔던 행정관에게 전후처리를 맡기고, 나는 프리그 왕국의 도성으로 돌아왔다.

  44.
  갑자기 ‘까마귀’카드라는 것이 나와서 궁금해할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카드를 만들면 신들이 난리법석을 부릴 것이라는 것을 언급하였으므로 이 인간이 대체 또 무슨 악독한 짓을 벌이고 있나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영혼을 이용해서 힘을 뽑아내다니, 사악하잖아요.”

  일단 ‘까마귀’카드라는 것은 영혼을 봉인하는 카드. 그리고 그 카드의 내부에는 영혼에 고통을 주는 술식을 걸어두어, 그 영혼이 고통으로 내는 마이너스 적인 감정을 마법적인 힘으로 뿜어내게 해 두었다. 말하자면 다른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마력석이라고 할 수도 있는 녀석인데 이 세계에서는 마력석 같은 건 굉장히 희귀하기 짝이 없는 것이고 만들려고 하더라도 미시어스 제국의 일년치 예산이 들어갈 정도로 만들기 어려운 존재이다.
  이런 식으로 쉽게 만드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전직 마왕에게 그런 말 듣기는 싫은데.”
  “히잉.”

  고스로리가 되어서는 귀여움을 마구 발산하려고 하는 마왕, 체리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며 히죽 웃는다. 어디까지나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럴 마음은 없다. 어디까지나 대운하를 부실하게 만든 부분을 고치기 전까지만 사용할 생각이니까. 대강 몇 달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출력을 좀 올리기 위해서 1초가 하루 같아지는 ‘시간과 공간의 방’에 걸 법한 주술을 걸어두었기 때문에 카드 안에 봉인된 영혼들이 그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시간은 무제한적으로 늘어나겠지만.

  “역시 저의 주인님이 되실 자격은 충분하십니다.”
  “그런다고 뭐 떨어지는 건 없어. 포상도 없어.”
  “히잉.”

  뭐, 그런 고통도 줄겸, 이왕이면 세상에 도움도 되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다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일석이조라는 이야기다.

  “일단, 반란을 일으킨 영주들의 가족들 처리는……노예?”
  “평판이 좋지 않을 경우, 남자아이들은 선창에 갇혀 노나 젓게 될 것이고 여자들은 거친 선원들의 정욕을 받게 되겠지요. 평판이 좋을 경우에는 세뇌와 교육을 통해 왕실에 대한 적대감을 없앤 후, 군에 입대시키거나 이번에 공을 세운 기사들이나 병사들의 부인으로 넘기게 될 것입니다.”

  어쨌거나 앞으로의 일을 처리하면서 반란을 일으킨 영주들의 가족들의 처리에 대해서 이런저런 논의가 반복되었지만 결국 이렇게 결정되어 버렸다. 뭐, ‘까마귀’카드가 부족한 것은 아니니까 별로 상관없으려나.

  “하지만 정말로 위험하다 싶을 정도의 인물들은 지상에서 흔적을 지울 생각입니다.”

  부족하지는 않지만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여 만들어두겠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뭐, 상관은 없겠지.
  전후처리를 계속하면서 공을 세운 장수나 기사들, 그리고 여왕에게 충성을 다짐한 영주들에게 포상과 영지를 내리고는 일을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봐. 일단 힘의 제한은 좀 풀어두었으니까…….”

  체리는 ‘까마귀’카드를 찾으러 떠나게 되었다.

  “저, 그런데 ‘까마귀’카드를 찾기 힘들텐데요.”

  여러 가지로 수색에 어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어디보자. 저 카드들을 제대로 찾으려면 개가 필요하겠네.”

  그래서 마음 좋은 주인으로서 그녀의 일을 도와줄 파트너를 소환해주기로 결심했다.

  “켈베로스 소환. 그리고 마법소녀 이미지에 맞게 귀여운 강아지로 변신. 색깔은 노란색으로!”

  그리고 전직……,

  “전직 아닙니다! 아직 현직이에요!”

  아니, 현직 마왕의 이미지에 맞추어 지옥의 삼두견. 켈베로스를 불러내었다. 그리고 마법소녀의 마스코트에 맞는 형태로 변화시킨다.

  “저……괜찮은 건가요.”
  “아아, 그리고 여기 요술봉.”
  “이게 아니잖아요.”

  너무 감격했는지 울먹이는 녀석. 너무 울면 예쁜 얼굴이 미워질테니 좀 달래자.

  “괜찮아.”
  “그게 아니라……저작권이라거나.”
  “여기에서는 뭐라할 사람은 없어.”

  이 글을 쓰는 사람은 문제가 되겠지만. 설마하니 태클 거는 사람이야 있을까.

  “고생해보라는 거군요.”
  “설마하니 누가 태클이야 걸겠어?”

  그렇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카드캡터 사쿠라……가 아니라 한국어판인 카드캡터 체리다!

  “그럼 수지에게는 카메라를 들려서…….”
  “지수라는 이름을 사용하라고 해.”
  “거기까지 가면 빼도박도 못하고 저작권에 걸릴 것 같은데요.”
  “괜찮아. 여기에서 뭐라할 사람은 없어.”

  이미 한국어 더빙판을 암흑의 통로(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받아내었고 그것을 이 세계까지 가져왔던 만악의 근원, 아버지에게서 복사해온 것들을 모두 시청한 체리는 낙담한 것 같은 표정으로 축 늘어졌다.

  “그럼 전 ‘잘 될 거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야 하는 건가요.”
  “이왕이면.”

  전직 마왕, 아니 아직 현직에 있긴 하지만 힘을 제한당한, 체리는 내 명령 아닌 명령에 풀이 죽어서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우리의 대화를 들은 이 나라의 여왕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자리를 떠났다. 뭐, 상관없겠지.
  앞으로 부인들이 나에게 허락한 최대한의 시간까지 앞으로 9개월.
=====================================================
 1. 뭔가 이상한 것이 보인다면 기분탓.
 2,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취급을 받으며 몇 줄로 날아가버린 영주군 제 2군과 3군에 지못미.
 3. 이제부터 촬영마법을 이용해서 체리의 뒤를 따라다닐 수지……아니 지수와 매번 옷을 바꿔 입으며 ‘까마귀(crow)"카드를 모아야 할 전직……현직 마왕 체리에게도 지못미.
 
  인물 프로필
  체리
  본명은 최후의 마왕 리휘빌긴 투엠비. 현재 주인님에게 받은 이름은 예니체리. 애칭은 체리다. 주로 정신을 망가뜨리는 형벌을 받고 그것이 에스컬레이트 해 마왕으로서의 자존감 따위는 모두 잊어버린 황당한 녀석. 최후의 마왕일 때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라고 해도 상관없을 정도다. 고스로리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힘을 제한 받고 있음에도 8클래스의 마법은 무리없이 쓸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현재 힘의 제한이 풀려 9클래스의 마법을 쓸 수 있지만 모두 비살상모드로 세팅되어 있다.
  다시 말하지만 마왕으로서의 자존감 따위는 모두 잊어버린 상황이며 몸도 마음도 모두 주인님을 위한 것이라고 망상을 꽃피우는 무서운 로리. 딸을 낳게 되면 이름을 ‘리리’라거나 ‘나노’라고 할까 고민중이다. 무엇인가 글자가 하나씩 빠진 것 같긴 하지만 알아볼 사람은 모두 알아볼 것으로 추정된다.
  주인님과 재패니메이션을 보는 것이 취미다.
+
여족예속 사이트 주소가 폐쇄되었는지 옮겼는지 안 보이네요-_-;
++
명랑한 분위기만 명랑소설이지 다크하고도 하드한 내용이었던 편들은 이제 모두 끝났습니다. 다행이지요(...) 다음편 부터는 확실히 명랑소설로 복귀할 생각입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1 Comments
토도사 2023.05.06 02:33  

토도사 공식제휴업체 소개입니다.

100% 신규웰컴보너스등 다양한 혜택이 가득한 알파벳 바로가기

알파벳 바로가기

주간 인기순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