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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들의 교향곡 6

토도사 0 2144 0

모자들의 교향곡 6

모자들의 교향곡 6




48부끝

모자들의 교향곡 49부

집으로 가면서 혜영은 태수의 얼굴을 엿보면서 걷고 있었다.  태수는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눈치였다.
"태수야"
"네?"
태수가 깜짝 놀란듯 쳐다보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뭘 그렇게 생각해?"
"아무것도 아니에요"
"유진이한테 무슨일이 있니?"
"네?"
그가 두눈을 번쩍 뜨며 바라보자 혜영은 인상을 자연스럽게 하며 입을 열었다.
"아까 네가 들어오기전에 뭔가 초조해 하는것 같더라. 최근에 그런 모습이 자주 보였었는데 오늘은 좀 심한것 같았어"
"누나에게 무슨일이 있는가 보죠"
아들의 대답을 들던 그녀에게는 불현듯 책방에서 헤어질때 뭔가 알수없는 유진의 눈길이 태수에게서 떠나가지를 않았던게 기억났다.
"네가 들어왔을때는 안정을 찾던거 같던데 정말 아는게 없니? 그애하고 친해지다보니 걱정이 되서 그래"
태수는 그녀의 얼굴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다가 유진의 애인행세를 했던것만 빼고는 모든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런일이 있었어?"
"네"
"그래서 애가 그렇게 불안하게 보였구나"
"누나가 말은 안하지만 속으로는 많이 놀랐을거에요"
"큰일날뻔 했다. 더군다나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 말도 못하고 얼마나 겁이 났었겠니? 여기서 끝나야 할텐데"
"제가 누나에게 무슨일이 있으면 책방에 가라고 했으니까 엄마는 아무내색하시지 마시고 편안히 대해주세요"
"걱정말아. 안그래도 몸도 안좋은것 같던데....."
유진의 생각을 하던 혜영은 문득 수많은 남자들중에서 왜 태수가 그녀를 도와줬는지가 의아했고 또한 그가 그런식으로 일을 처리했다는게 신기했다.
"그남자가 대학생이었다면서 무섭지는 않았니?"
"당연히 무서웠죠"
"그런데 어떻게 그런식으로 일을 잘 처리할수가 있었어?"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생각나는대로 말이 나왔거든요. 아마 누나가 걱정이 되다보니 그랬나봐요"
"유진이가 많이 걱정됐니?"
"그럼요. 엄마와 선규엄마를 제외하고 저한테 그렇게까지 잘해주는 사람은 누나뿐이잖아요. 곤경에 처했을때 당연히 도와줘야죠"
당연한듯이 대답하는 태수를 보고 혜영은 아들의 착한 마음씨에 흐뭇함을 느끼면서도 가슴속에 왠지모를 허전하고 착잡한 심정이 들기도 했다.

선규의 해명을 듣고 명숙은 처음에는 안심이 되었으나 날이 갈수록 의문이 증폭되어 갔다.  아무래도 그의 말이 개운치가 않게 여겨졌다.  그녀의 머리속에서는 예전에 선규가 울면서 말했던 저마음속에는 영원히 그녀밖에 없다는 말이나 추긍할때 했던 그녀만을 사랑한다는 말이 점점 수상쩍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잠자리에서 그가 그녀를 만질때의 느낌이 다르다는것도 마음에 계속 걸렸다.  선규는 그이후에 그녀에게 지나칠정도로 너무나 잘하고 있었다.
[꼭 바람핀 남편이 아내에게 선심을 베푸는거 같네]
어처구니없는 생각에 웃음을 지었으나 그래도 뭔가가 이상했다.
[선규의 말을 들어보니 여자문제가 있는거 같애. 더군다나 종업원이 음식을 놓다가 묻었다지만 그래도 그 분자국은 이상하잖아. 얼굴을 그렇게 가까이 댈 이유가 없는데. 그 레스토랑이라는 곳을 한번 가볼까?]
그런생각을 하자 옛날에 악몽같았던 남편과의 일들이 떠올라서 머리를 세차게 내저었다.
[선규가 절대 그럴리없어. 그사람과는 달라야지. 그래도 왜 이렇게 불길한 느낌이 드는거지?]
그러다가 선규가 여자를 만났었을까봐 질투심이 났었던게 기억났다.  그녀도 그런자신이 놀랍기만 했었다.  더군다나 선규는 어떻게 그걸 눈치챘는지 그녀에게 물어봤었을때는 너무나 부끄러워서 말이 안나올 정도였다.  남편에게 질투를 느끼는거야 당연하지만 아들에게 질투를 느낀다는거는 왠지 이상하고 창피스러웠다.
[나도 주책이지. 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그냥 이렇게 살다가 선규가 크면 짝을 지어 보내버리면 되는데]
의자에 앉아 한숨을 쉬던 명숙은 일어나서 약국에 걸려있는 전신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거울속에 비쳐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생각에 잠겼다.
[선규가 나로는 만족을 못하나? 대학에 들어가기전까지는 교제같은걸 하면 안되는데.....]
자신의 몸매를 살펴보던 명숙은 별안간 문소리가 나자 급히 자세를 바로하고 웃음을 지으며 손님을 맞았다.

일요일에 피아노학원을 갔던 태수는 도착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유진에게 황급히 물었다.
"어떻게 됐어요, 누나? 그사람이 아직까지 쫓아다녀요?"
그의 초조한 얼굴을 보며 유진은 신기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때 네가 그선배와 얘기를 한 이후로 한번도 본적이 없어"
"잘 됐네요. 이제는 그사람도 포기했나봐요. 다행이에요"
"도대체 그때 무슨말을 한거니? 궁금했었어"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녀를 보고 쑥스럽게 웃던 태수는 유진을 사랑한다는 말을 제외하고는 전부 얘기해주었다.  그러자 유진은 두눈을 크게 뜨며 감탄했다.
"그런게 있었구나. 내가 왜 대자보를 생각못했지? 아무튼 너 정말 대단하다. 고마워"
"뭘요. 어쨋든 누나에게 아무일이 없어서 안심이에요"
"어서 들어가자. 이번주에 시험이 있으니 오늘이 마지막이잖아"
고개를 끄덕인 태수는 유진과 방에 들어가서 연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이 그녀와 같이 앉아 피아노를 치는 마지막날이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섭섭하고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피아노를 연주하는것도 즐거웠으나 책방과는 다른 분위기속에서 유진과 단둘이 앉아 틀릴때마다 교정해주는 그녀의 따스한 손길을 왠지 계속 느끼고 싶었다.  그녀와 함께 피아노앞에 앉으면 마치 엄마옆에 있는것처럼 마음이 편하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하였다.  왜 그런 느낌이 나는지는 몰랐으나 어쨋든 할수만 있다면 이런 시간을 중단하고 싶지가 않았다.  연습을 마치고 그녀와 함께 학원을 나오던 태수는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시험이 끝나도 가끔와서 누나와 피아노를 쳐도 되요?"
"피아노에 재미붙혔니?"
"네"
왠지모르게 유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수가 없어서 태수는 고개를 숙이고 겸연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피아노 치고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내가 시간내줄게"
"고마워요, 누나. 계속 폐만 끼치네요"
"그게 어떻게 폐니? 대신 시험 잘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아주머니 얼굴을 뵐 면목이 없잖아"
"걱정마세요. 누나가 가르쳐줬는데 반드시 잘 할게요"
"내가 너무 부담을 주는거 같네"
조용히 웃으며 태수와 나란히 걸어가던 유진은 앞쪽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 옆에 남자가 있으면 좋다는걸 깨달았어"
"그게 무슨 소리에요?"
그러자 유진은 알수없는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선배일 말이야. 네가 옆에 없었으면 정말 난감했었을거야"
"별로 한것도 없는데 뭘 그래요?"
하지만 유진은 고개를 내저으며 나지막한 소리로 말을 계속 했다.
"아니야. 남자가 옆에 있으면 든든하고 안심이 된다는 소리를 들었을땐 그말에 공감이 가지 않았었거든. 하지만 지금은 그말뜻을 어느정도 알거 같애"
그말을 듣고 태수는 어이가 없다는 웃음을 내지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그리고 저는 그런말을 듣기에는 아직 어려요. 남자라니요?"
"아주머니께서 너를 어린애로 생각하시니?"
그말에 태수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응시하고 있는 유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무표정인 얼굴에서는 아무것도 읽을수가 없었다.  상당한 어색함을 느낀 태수는 긴장감마저 도는 침묵을 깨기 위해서 일부러 말도 안된다는듯이 소리를 내어 웃었다.
"자식인데 당연히 엄마는 저를 어린애로 생각하시겠죠. 모든 부모들이 다 그러시잖아요?"
한참동안 그를 살펴보던 유진도 곧 표정을 부드럽게 바꾸고 고개를 끄덕이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네말이 맞아. 내가 괜한 말을 한거 같구나. 어서 가자"
태수는 행동과 표정을 되도록 자연스럽게 하며 유진과 걸었으나 은연중에 가슴한구석에서는 조그마한 경계심이 싹트고 있었다.

일요일에 오라는 마담의 말을 무시하고 선규는 선생님집으로 가고 있었다.  혹시 마담이 그의 집으로 찾아오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있기는 했으나 그때 선생님의 남편과 있는걸 본거때문에 화도 나고해서 그녀에게 반항을 하고 싶었다.  더군다나 개학을 한 이후로 선생님집을 찾아가본지도 오래되었고 지난주 내내 선생님이 불쌍하게 보여 자꾸 엄마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도 남편이 집에 없으면 작곡을 배우면서 몇시간이나마 선생님의 말동무가 되어줄려고 어제 찾아가도 되냐고 물어봤었다.  그동안 학교에서 선생님의 안색에서는 별다른 차이점을 볼수가 없었고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이 그를 대해주곤 했었다.  대문에서 초인종을 누르니 스피커에서는 뜻밖에도 혁재의 어린 음성이 나왔다.
"누구세요?"
"선규형이야"
문이 열려지자 선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들어갔다.  한번도 아이들이 문을 열어주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이 어디 나가셨나? 그래도 그렇지. 아이들만 집에 있게하면 어떡하라고.....]
집안을 들어서자 아이들은 그에게로 뛰어왔다.  지난 여름에 그들과 자주 놀아줘서 선생님의 아이들은 그를 잘 따랐다.  선규는 아이들을 한팔에 하나씩 안으면서 반갑게 말했다.
"오래간만이다. 그동안 잘 있었어?"
"응"
"그런데 엄마는 어디 가시고 너희들만 있니?"
"엄마 아퍼"
"뭐?"
혁재의 말에 선규는 두눈을 크게 떴다.
"엄마 어디 계시니?"
"방안에"
아이들을 놓고 안방으로 달려가던 선규는 거실을 지나가다가 선생님의 가족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러자 선생님의 남편이 한눈에 들어왔다.
[맞구나]
마담과 같이있었던 남자가 선생님남편이 맞다는것을 알았어도 마음한구석에는 자신이 틀리기를 바랬었다.  그러나 자신의 눈이 맞다는것을 확인하자 깊은 한숨이 나왔다.  방안을 들어가보니 선생님은 침대위에서 이불을 턱밑까지 덮고 자고있었다.  선생님의 안방에 들어와 보기는 처음이었다.  방안은 그녀의 인상답게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열이 있나 그녀의 이마를 짚어볼려고 가까이 다가갔던 선규는 경악을 했다.  선생님은 식은땀을 비오듯이 흘리고 끙끙거리는 작은 신음소리까지 내고 있었다.
[감기에 걸리셨나? 어제까지는 멀쩡하셨는데]
창백한 얼굴을 짚어보니 뜨거웠다.  놀란 선규는 옆에서 조용히 서있는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언제부터 아프셨니?"
"몰라. 엄마가 아침에 밥 차려주고 잤어"
"그럼 아침부터 그러신거란 말이야?"
그러자 가만히 있던 희재가 입을 열었다.
"엄마는 맨날 이래"
"매일?"
그말을 듣고 선규의 가슴에서는 불안감이 들었다.
[병이 있으신거 아니야? 그런거라면 옆에 누가 있어야 하는데]
"아빠는 오늘도 회사에 나가셨니?"
"....."
아이들이 고개를 숙이고 대답을 하지않자 선규는 이상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왜 그래? 무슨일이 있었어?"
그러자 희재가 시무룩한 얼굴을 들며 말했다.
"어제 엄마와 아빠가 싸웠어"
"......"
선규는 가슴이 철렁해져서 혁재를 돌아보았다.
"무슨일이 있었니? 그리고 아빠는 어디 계셔?"
"아빠는 엄마와 싸우고 어제 나갔어"
"그럼 그이후로 안돌아오셨어?"
"응"
불길함이 엄습해온 선규는 아무말없이 잠들어 있는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선생님이 아셨나?]
"아빠회사 전화번호 가지고 있니?"
아무래도 아픈 선생님과 아이들만 나뒀다가는 안되겠다싶어 물어보자 혁재는 전화번호 수첩을 찾아가지고 왔다.  거실에 나가 수첩에서 전화번호가 찾고 전화를 걸어보니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잠시 생각에 잠기던 선규는 다시 전화를 들어 약국으로 전화했다.
"엄마. 나야"
그러자 전화기에서는 뜻밖이다는 엄마의 음성이 들려왔다.
"왠일이니? 네가 밖에서 전화를 다하고"
"선생님이 편찮으셔"
"뭐?"
선규가 증상을 얘기하자 엄마는 선생님집으로 오겠다고 했다.
"됐어. 집하고는 먼거린데 엄마는 약국을 봐야 하잖아. 몸살이라면 나혼자 약국가서 약을 지어오면 되니까 처방이나 말해줘"
"네가 혼자 할수 있겠어?"
"아휴, 내가 약사아들인데 그것도 못할까"
엄마가 얘기하는 처방전을 쓰는데 문득 그녀가 궁금한 투로 물었다.
"그런데 선생님남편은 계시지 않니? 오늘은 일요일이잖아"
"회사일때문에 일요일에도 바쁘시데"
"그렇구나"
조용히 말하는 엄마의 어조에는 어딘가 모르게 동정이 담겨져 있었다.
"엄마, 아무래도 아이들만 있어서 선생님이 일어나신후에 가야할거 같애"
"그래야겠다. 선생님 간호 잘 해드려. 너한테 잘 해주시는 분이잖니?"
"걱정마"
"그리고 늦으면 꼭 전화해야 한다"
"알았어. 그럼 끊을게"
선규는 웃으면서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날 엄마에게 추궁을 받은 이후로 그는 조금도 늦지않고 칼같이 집에 들어갔었다.
[아직까지 걱정이 되나보지?]
그러면서 약국으로 가려고 일어나다가 문득 앞에 처량한 모습으로 서있는 아이들을 보게 되었다.
"너희들 점심은 먹었니?"
아이들이 고개를 내저으자 선규는 얼른 부엌으로 가보았다.  밥통안에는 밥이 있었고 냉장고안에는 음식물들이 들어있었으나 밥을 차린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몰랐다.
[이럴때 태수같았으면 차려줄수 있는데. 부엌일을 해봤어야지]
지갑을 꺼내 돈이 충분히 있나를 확인하고 그를 물끄러미 보고있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뭐를 먹고싶니?"
"....."
"괜찮아. 형이 사줄게"
"....."
"피자 먹을래?"
그러자 서로를 마주보던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규는 미소를 짓고는 혁재의 손을 잡으면서 부드러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혁재야, 형이 나가서 엄마약과 피자를 사올거야. 그러니까 그동안 형이나 아빠외에는 절대 문을 열어주면 안된다. 엄마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문열어주지 말라고 그랬지?"
혁재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번에는 희재에게 말했다.
"내가 없는동안 희재는 오빠말을 잘 듣고있어. 그래줄수 있지?"
희재도 고개를 끄덕이자 선규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일어섰다.  그러나 아무래도 아이들만 남겨두고 가기는 안되겠다싶어 다시 돌아섰다.
"옷 입어라. 같이 나가서 피자 먹고오자"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이들은 부리나케 방으로 뛰어갔다.  그러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웃던 선규는 혹시 나가있는동안 선생님이 깰지도 몰라 메모를 썼다.

아이들에게 피자를 먹이고 돌아왔어도 선생님은 여전히 앓아 누워있었다.  배가 불러서 그런지 아이들이 제방으로 가서 뛰어놀자 선규는 수건에 물을 적셔 가지고와서 선생님얼굴에 흐르는 땀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예전에는 몰랐었는데 유심히 바라보니 선생님은 곱게 생긴 얼굴이었다.  그리고는 안스러운 생각이 들어 저도모르게 그녀의 얼굴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땀때문에 끈적끈적함이 있었지만 평소보다 여위어진 선생님의 얼굴은 왠지모를 친근함을 가져다 주었다.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피부를 만지다가 문득 자신이 무슨짓을 하고있다는것을 깨닫자 흠짓 놀랐다.
[내가 돌았나? 선생님의 얼굴을 만지고....]
혹시 아이들이 봤을까봐 주위를 돌아본 선규는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안도했다.  다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니 신문배달을 하면서 처음 그녀를 만났을때 찬바람이 불었던 얼굴이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러자 가슴한구석에 간직하고 있었던 그녀의 차가웠던 인상이 점차적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한동안 그녀를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으니 선생님남편이라는 사람이 도무지 이해가 안되었다.
[귀여운 자식들과 이런 아내가 있는데 왜 그러지? 선생님이 마담보다는 백배 낫구먼. 하긴 아빠도 엄마와 나를 버리고 그랬는데......]
착잡한 심정이 들어 방바닥에 가만히 앉아 선생님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녀와 아이들을 돌보느라 방들을 왔다갔다하다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중국음식을 시켜 아이들과 저녁을 먹었다.  그러다보니 지갑에서는 돈이 다 떨어지게 되었으나 이상하게도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어린 아이들이라 그런지 일찍 잠이 들었다.  애들의 이불을 덮어주다가 혁재의 얼굴을 보니 문득 착잡한 심정이 생겨났다.
[얘도 크면 나처럼 저아빠와 똑같이 굴겠구나]
그리고는 방을 나와서 시계를 보니 9시가 넘고 있었다.
[이러다가 내일 학교에 못나오시겠네. 그나저나 나도 여기서 밤을 지새울수는 없는데. 도대체 남편이란 사람은 어디 있는거야? 오늘도 마담하고 있나?]
불현듯 마담을 생각하자 오늘 그녀의 집에 가지 않은것에 대한 두려움이 또다시 일었으나 선생님을 아프게 한것은 그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느껴져 화도 치밀어 올랐다.
[옛날에 결혼한 남자가 도망갔었다고 그랬지? 자신이 그렇게 당했으면 남한테는 똑같은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할거 아니야. 그런 여자한테 오늘 안가길 잘했어]
선생님남편에게 낮부터 몇번이고 전화를 했었으나 헛수고였다.  다시 선생님방에 들어가 어둠속에서 얼마동안 침대옆에 앉아있는데 고요히 잠들어 있던 그녀의 입에서 가느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음........."
멍하니 방바닥에 앉아있던 선규는 벌떡 일어나 불을 켜고 선생님옆으로 갔다.
"응........"
그녀가 일어났나해서 반갑고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는데 선생님은 눈을 비비며 상반신을 조금 일으켰다.
"일어나셨어요?"
"....."
그말에 그녀는 선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 정신을 덜 차렸는지 멍한 표정이었다.
"이젠 괜찮으세요?"
"선규니?"
"네"
이상한 얼굴로 쳐다보던 선생님은 그제서야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여기에는 왠일이니?"
"오늘 찾아뵙는다고 그랬잖아요"
"맞아. 그랬었지. 내가 깜빡 했다. 그런데 지금 몇시니?"
"저녁 9시 반정도가 됐어요"
"뭐?"
그말을 듣고 선생님은 두눈을 번쩍 떴다.
"그럼 네가 여태까지 여기 있었단 말이야?"
"네. 선생님이 이렇게 아프시고 애들도 혼자 있어서 갈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그냥 여기에 있었어요"
"그래도 그렇지. 밥은 먹었니? 아니면 내가 지금 차려줄게"
"먹었으니까 신경쓰시지 마세요"
"애들은 지금 어딨니?"
"자요"
"밥을 안먹었을텐데..."
그녀가 근심하는 표정을 짓자 선규는 겸연쩍게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부엌일을 할줄 몰라서 애들에게 피자와 중국음식을 사줬어요, 선생님의 허락없이 그래서 죄송해요"
"네가?"
입을 벌리고 놀라던 그녀는 이내 그의 손을 잡고 미안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선생님의 말에는 여전히 아픈 사람같이 힘이 없었다.
"미안하다, 선규야. 나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그냥 보냈구나. 애들에게 사준거 얼마니? 내가 돈 줄게"
"아니에요. 저도 먹었는데요"
그가 쾌활하게 대답하자 그녀는 말없이 눈가에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았다.  그러는 선생님이 왠지 매우 쓸쓸하게 보였다.
"혁재아버지께서는 아직 안들어 오셨어요"
선규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을 하자 선생님은 그와 반대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한참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괜한 말을 해서 침울한 분위기를 만들었다싶어 그는 얼른 옆에 있는 약봉다리를 내밀었다.
"선생님, 식사하시고 이거 드세요"
그러자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선규손안에 있는 약봉다리를 보았다.  그러는 선생님의 눈은 어딘지 모르게 빨갛게 보였다.
"그게 뭔데?"
"약이에요. 제가 낮에 약국에서 사왔어요"
"약?"
선생님이 놀란 표정을 짓자 선규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저희 엄마가 약사이세요. 그래서 아까 전화를 해서 엄마한테 처방을 받아 약을 지어온 거에요. 저도 어깨너머로 배워서 증상 볼줄을 아니까 걱정마시고 드세요"
선규의 말을 듣고 선생님의 얼굴에는 감동과 고마움의 표정들이 섞여졌다.
"너에게 뭐라 할말이 없구나. 애들을 돌봐준것도 고마운데. 어머님께 꼭 내가 감사하다고 전해라"
"네"
"네어머님을 뵐 낯이 없다. 괜히 나때문에 네가 공부도 못하게 만들고"
"우리엄마는 아픈사람을 보면 반드시 도와줘야 한다는 성격이시니까 걱정하시지 마세요"
"그래도 그렇지. 어머님한테는 네가 어떤 자식인데..... 스승이 되어서 제자에게 공부나 방해하고....."
선생님이 씁쓸한 인상을 지으며 한숨을 쉬자 선규는 그만 가야겠다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생님이 일어나신걸 봤으니까 저는 이만 가볼게요. 푹 쉬세요"
"갈려고?"
"네. 제가 있으면 쉬시지도 못하시잖아요"
그말을 듣고 이불속에서 일어나던 선생님이 그만 비틀거리자 선규는 얼른 그녀를 잡아 침대위에 앉혔다.  어찌나 땀을 많이 흘렸던지 그녀의 옷은 물에 젖은것처럼 축축했다.
"오늘 드신게 없으셔서 기운이 없어 그러세요. 저혼자 갈테니 선생님은 그냥 누워 계세요"
"그래도 네가 애들과 나에게 잘 해줬는데 내가 배웅이라도 해줘야지"
"괜찮아요. 그러다가 진짜 병나시면 어떡해요?"
"아니야. 그냥 이렇게 너를 보내면 내마음이 편치않을거 같아서 그래"
선규의 가슴에 잠시 기대고 있던 선생님은 부시시한 머리카락들을 쓸어넘기며 창피한듯이 조용하게 말했다.
"너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서 미안해"
"아프신걸 가지고 뭘 그러세요?"
희미한 웃음을 짓던 그녀는 그를 붙잡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선규도 할수없어서 그런 그녀를 도와주기만 하고 있었다.
"잠깐 나가서 기다릴래? 내가 금방 씻고 옷갈아입고 나올게"
"혼자 하실수 있으시겠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너털웃음을 내지었다.
"나 씻는거까지 네가 도와줄래?"
그말에 선규는 얼굴이 빨개지며 얼른 방문쪽으로 갔다.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제신경 쓰시지 마시고 천천히 하세요"
그리고는 방문을 열고 나갈려고 하는데 다시 선생님의 힘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규야"
"네?"
"너 집에서도 어머님께 이렇게 잘하니?"
"그건 왜 물어보세요?"
"난 태수가 집에서 이렇게 효자노릇을 하고 너는 그냥 개구장이인줄로 생각했었거든"
그러자 선규는 크게 웃었다.
"선생님께서 정확히 보신거에요. 저는 엄마속을 썩이는 그런 평범한 아이거든요"
그말을 듣고 선생님은 그와 함께 웃음을 짓더니 화장실로 가버렸다.  거실에 나온 선규는 집에 전화를 걸어 엄마한테 곧 떠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얼마를 기다리고 있자 새옷을 입고 머리를 단정히 빗은 선생님이 나왔다.  그녀는 택시비를 주며 큰길까지 나오겠다고 했으나 선규는 간신히 만류하며 대문앞으로 나왔다.
"버스타면 금방인데 뭣하러 택시를 타요? 그리고 선생님이 나오시면 애들이 집에 혼자 있게 되는거잖아요"
"그러면 이돈이나마 가지고 가. 내가 미안해서 그래"
"그러시지 마시고 그돈으로 애들한테 맛있는거나 사주세요. 저는 정말 괜찮아요"
선규가 끝내 돈을 안받자 선생님은 아쉬운 기색으로 마지못해 돈을 집어넣었다.
"내일 학교에 나오실수 있으시겠어요?"
"내일부터 음악시험들이 줄줄이 있는데 나가봐야지. 네가 이렇게 나를 간호해줬으니까 내일은 틀림없이 괜찮아질거야"
"너무 무리히시지 마세요. 선생님이 병나시면 저와 태수는 학교에서 고생해요. 저희들은 선생님이 안계시면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알았어"
그녀가 웃으며 대답을 하자 선규는 인사를 하고 대문을 나섰다.
"선규야"
"네?"
"오늘 정말 미안하고 고마웠다. 제자한테 이런 대접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야"
그러자 선규는 쑥스러워져서 고개를 숙였다.
"당연한 일을 한건데 뭘 그러세요? 편안히 쉬세요. 저는 내일 뵐게요"
다시 인사를 하고 가는 선규를 선생님은 그가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집으로 가던 선규는 선생님이 자꾸 마음에 걸려 저도모르게 마담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선생님의 남편이 마담과 같이 있을거란 예감이 계속 들었다.
[아무리 부부싸움을 했다고 하지만 아내가 아픈데도 집에 늦게까지 안들어오는 사람이 어딨냐? 정말로 마담과 같이 있으면 어떡하지?]
아파트앞으로 다가가서 마담집의 창문들을 올려다보니 불은 꺼져있었다.
[마담은 아직 가게에 있는가 보구나]
그리고는 집으로 갈려고 하는데 저멀리서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보였다.  무심코 다가오는 차를 바라보니 그것은 술집앞에서 보았던 선생님남편의 차와 똑같은 모델이었다.  그래서 설마하는 생각으로 얼른 다른 자동차의 뒤에 숨어서 지켜보았다.  그의 앞을 지나가는 자동차안은 어두어서 잘 보이지가 않았다.  그러나 주차하는 자동차의 번호판을 살펴보니 바로 저번에 외웠던 선생님남편차의 번호와 일치했다.
[설마, 진짜로?]
긴장이 되어 숨소리도 내지않으며 유심히 보고있으니까 이윽고 라이터와 시동이 꺼진 차안에는 두남녀와 나와 서로를 다정하게 끌어안고 아파트입구로 걸어왔다.  선생님남편과 마담을 확인하자 선규는 절망감으로 그만 두눈을 질끔 감았다.
[뭐 이런 남자가 있어? 전화도 안받고 그러더니 역시 마담과 같이 있었던거구나. 아내는 집에서 앓아 누운줄도 모르고]
극심한 분노가 치밀어 올라 당장이라도 달려나가 선생님남편과 마담을 때려눕히고 싶었다.  하지만 제삼자인 그가 잘못 끼어들었다가는 괜히 남의 집에 평지풍파를 일으킬수가 있어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참았다.
[이남자가 집에 들어갈려나? 이거 선생님이 진짜로 엄마처럼 되시는거 아니야?]
일어나서 선생님남편과 마담이 들어간 입구를 한참동안 노려보던 선규는 뒤를 돌아 버스정류장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명숙은 올시간이 지났는데도 선규가 돌아오지를 않자 몹시 초조해졌다.  그동안 시간을 잘 지키며 들어오던 애가 갑자기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들어오지를 않으니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안오는거야? 선생님집에서 나온 애가 설마 이상한 곳을 간건 아니겠지?]
그러면서 거실안을 서성거리는데 선규가 들어오자 급히 현관으로 달려나갔다.
"아까 출발한다고 전화 해놓고는 왜 이렇게 늦은거야? 어디 들렀다 온거야?"
그녀가 신경질을 내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규는 알수없는 표정으로 명숙을 쳐다보다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시험때문에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다가 늦었어. 미안해"
"그..그랬어? 그럼 전화라도 해주지"
할말이 없어진 명숙이 부끄러워서 우물쭈물하자 선규는 다가와서 그녀를 다정하게 껴안았다.
"다음부터는 꼭 전화할게.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왠지 선규가 힘이 없어 보여 명숙은 어리둥절했다.
"선생님은 괜찮으시니?"
"응. 엄마한테 감사하다고 전해달래"
"선생님남편은 아직 들어오시지를 않은거니?"
그러자 선규는 슬프게 보이는 눈으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침대에 누워있는 명숙은 옆에 있는 아들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선규는 풀이 죽은듯 내내 아무말이 없었고 얼굴표정도 마치 넋이 나간듯이 보였다.
"선규야"
"응?"
"선생님집에서 무슨일이 있었니?"
"아니. 왜?"
"그냥 네가 힘이 없어 보여서"
"피곤해서 그런가봐. 오늘 하루종일 아이들을 돌보고 선생님을 간병했었잖아"
"네가 그래서 선생님이 감동하셨겠다"
"그거가지고 뭘. 아프신 선생님에게 제자가 그러는건 당연한건데"
등을 돌리고 있는 선규가 조용한 소리로 말하자 명숙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선규가 착하기는 착해. 다른애들 같았으면 그러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그러자 그녀의 가슴속에는 아들에 대한 애틋함과 사랑스러움이 충만해져 뒤에서 선규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선규는 그녀가 안아주는것을 무척 좋아했고 그녀도 그를 안고있으면 마치 이리저리 방황하는 새를 품안에 안은것 같아 마음이 편안했다.  한동안 그녀의 품안에서 침묵하고 있던 선규는 별안간 착잡하게 들리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엄마"
"응?"
"엄마는 아빠가 바람핀걸 처음 알았을때 기분이 어땠어?"
그말을 듣고 명숙은 순간적으로 경직이 되었다.
"그건 왜 물어보는데?"
"갑자기 궁금해서 그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얘기하는 선규의 말을 듣고 그녀는 의아해 했다.
[또 무슨생각이 나서 이러는거야?]
하지만 그때의 일이 떠오르니 마음이 괴롭고 착잡하기도 해서 어둠속을 가만히 응시했다.
"처음에는 믿겨지지가 않았어. 아니 믿지를 않을려고 했었지"
"....."
"그런데 계속 증거가 나오니까 세상이 무너지는것 같은 절망감이 생기고 네아빠에 대한 배신감이 들어 화가 나더라. 그리고는 내가 뭘 그리 잘못해서 내남자가 바람을 피우게 됐나하는 의문이 들었고. 내자신한테도 문제가 있는것 같아 속이 많이 상했었어. 다른 여자들처럼 내남자만은 그러지 않을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거든"
선규에게서 떨어져 바로 누운 명숙은 긴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계속 했다.
"결혼을 했었을때는 세상을 다 가진것 같아 행복이 영원할줄 알았는데. 그러고보면 인간의 일이란 한치의 앞도 모를 일이야"
그러고나니 속이 울적하고 허탈해서 멍하니 누워있는데 선규가 몸을 돌려 그녀의 품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얌전하게 있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명숙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다음에 너는 네처한테 그러지마라. 결혼이라는거는 약속이나 다름없는데 그걸 어길바에는 뭣하러 결혼하니? 결혼이 아니라 사귀고 있을때도 그러지말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면 나중에 너한테도 그런일이 난다"
그러자 선규는 얼굴을 들고 어둠속에서 한참동안 그녀를 응시했다.
"아빠한테도 상처를 받는날이 올까?"
"모르지. 생각하기도 싫다"
그러고 있는데 그녀의 몸에 닿아있는 선규의 몸이 떨리고 있는게 느껴졌다.  착잡한 심정에서 놀라움과 이상함으로 바뀐 명숙은 본능적으로 떨고있는 아들을 달래주기 위해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얘가 요즘따라 왜 이렇게 불안감을 주지?]

그러는데 별안간 선규의 뜨거운 혀가 그녀의 입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그녀의 다리에서 전해져오는 아들의 발기되어 가는 성기를 느끼고 내일이 월요일이라서 그의 행동을 멈추게 할려고 했지만 왠지모르게 마음한구석에서 그를 감싸주고 싶은 충동이 나서 그녀도 선규를 껴안고 함께 키스를 해주었다.  그녀의 육체를 애무하던 아들의 손은 곧 잠옷을 모두 벗기고 두다리를 벌렸다.  명숙도 선규의 옷을 전부 벗겨주고 그의 온몸을 더듬어 주었다.  호리호리한 아들의 몸은 오늘따라 금방이라도 깨질것처럼 연약하게 느껴졌다.  잠시후 선규의 성기가 그녀의 안으로 들어오자 명숙은 두다리로 그의 허리를 휘감으며 두팔로 그의 상반신을 얼싸안았다.  오늘은 아들에게 쾌락을 주기보다는 포근한 품안을 제공해 불안정하게 보이는 그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의 평온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엄마가 아기를 안아주듯이 부드럽고 따듯하게 끌어안았다.  선규는 흐느끼듯한 작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허리의 움직임을 가속화 시켰다.  그러면서 얼마동안 눈을 감고 자신의 배속에서 나온 몸의 감촉을 음미하며 질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아들의 성기를 느끼는데 갑자기 선규가 하던 행위를 중단했다.  의아심에 눈을 뜨자 여전히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있는 그는 가쁜 호흡을 내쉬며 미안하고도 울적한 소리로 속삭였다.
"미안해, 엄마. 오늘은 더이상 못하겠어"
아들과 성행위를 하면서 한번도 이런일이 일어난적이 없어 명숙의 경악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뜻밖의 상황에 다리에 힘이 풀리자 선규는 말없이 그녀에게서 내려와 다시 등을 돌리고 누웠다.
[왜 이러지? 정말로 이제는 나한테서 만족을 못느끼나?]
몹시 당황한 명숙은 얼른 선규를 안고 그의 반응을 살폈다.  꼼짝을 하지않는 그를 보니 왠지모를 커다란 두려움까지 드는 것이었다.
"왜 그래, 선규야? 피곤해?"
"....."
"그러면 내가 거..거기를 빨아줄까?"
"됐어"
침울하게 들리는 선규의 가라앉은 소리를 듣고 명숙은 가슴이 철렁했다.  아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싶어 겁이 났고 그녀에게 싫증이 났구나라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다.  그것은 홧김에 이혼을 하자고 하자 남편이 순순히 그러자라고 말했을때의 느꼈던 감정보다 훨씬 더 절망적이었다.  그래서 떨리는 가슴을 잡고 선규에게 매딜리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이제는 내가 싫어?"
"내가 왜 엄마를 싫어해?"
"그럼 왜 그래? 한번도 이런일이 없었잖아"
"....."
선규에게서 무슨 대답이 나올지를 몰라 말을 꺼내기가 무서웠지만 명숙은 심호흡을 한다음 애써 차분함을 가지며 물었다.
"마음속에 누가 있니?"
"....."
"그런거야?"
"....."
[여자가 생겼구나]
아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명숙은 남편이 바람을 피웠을때 가졌던 배신감이 느껴지지않고 커다란 서글픔이 엄습해왔다.
[그래서 아까 나의 의중을 떠볼려고 그런 질문을 했었구나]
언젠가는 이런 일이 일어나 선규가 그녀의 품안을 떠나게 될거라는것을 알고있었지만 막상 닥쳐오니 아들을 잃은다는 생각에 섭섭하고 슬펐다.  더군다나 극심한 외로움까지 스며드는 것이었다.
"내마음에는 엄마밖에 없어"
조용하게 들려오는 선규의 말을 듣고 명숙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말 정말이야?"
"진심이야. 앞으로도 그럴거고"
그러자 그녀는 안도를 하며 가슴에는 기쁨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선규는 한숨을 내쉬며 어두운 음성으로 말했다.
"하지만 내몸안에는 아빠의 피가 흐르고있어 바람을 필지도 몰라. 아들은 아빠를 닮는대잖아"
"....."
선규는 몸을 돌려 그녀의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엄마이외에는 누구에게도 절대 내마음을 주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그런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너무 속상해 하지마"
대관절 선규가 무슨말을 하고있는지를 모르겠으나 어쨋든 지금현재 그에게 아무도 없다는것이 그저 감사하고 다행으로 여겨 명숙은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아들앞에서 얼떨결에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었다.

49부끝


모자들의 교향곡 50부

다음날 선규는 학교에서 멍한 상태로 있었다.  태수가 말을 걸어도 건성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그와 눈이 마주칠때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선생님은 여전히 수척해 보였지만 그외에는 아무런 점들을 발견할수가 없었다.  어제 선생님남편이 들어갔나를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으나 계속 선생님의 사적인 일을 물어본다는것은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꾹 참았다.
[내가 선생님일에 왜 이리 신경을 쓰지? 우리집같은 상황을 내눈으로 직접 보게되서 그러나?]
더욱 이상한것은 어제밤 엄마와 있을때 선생님이 머리속에 떠올랐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엄마몰래 바람을 피웠다는것이 자꾸만 생각나서 엄마를 똑바로 쳐다볼수가 없었고 섹스를 할때도 집중이 되지를 않았었다.  더군다나 엄마의 얘기를 들어보니 너무나 괴로워서 억장이 무너지는것만 같았다.
[믿고있었던 아빠때문에 그렇게 괴로웠었다니. 그러면 나의 일을 알고는 얼마나 참담해 할까? 아무래도 무슨수를 써서라도 마담과의 일을 하루빨리 끝내야 하겠어]
방과후에 태수와 교문을 나서던 선규는 마담의 차를 보고 얼굴빛이 변했다.  무시해버릴까 했지만 어차피 그런다고 끝날 문제는 아니어서 일단 만나기로 했다.
[여기서 얘기를 하지 않으면 정말로 집에까지 찾아올지도 모르잖아]
그렇게 생각한 선규는 얼굴표정을 바꾸고 태수를 돌아보았다.
"먼저 가라, 태수야. 나는 잠깐 볼일이 있어"
태수도 마담의 차를 봤는지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저번에도 왔었던 사람 아니니? 누구냐?"
"그냥 우연히 알게된 사람이야"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거 아니니?"
"문제는. 아무일도 아니니까 어서 가. 나중에 보급소에서 보자"
태수가 차쪽을 다시한번 바라보다가 이윽고 사라지자 선규는 무표정을 짓고 마담에게로 다가갔다.  창문이 내려지자 그녀의 차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그런 그녀를 보고 순간적으로 겁이 났으나 마음을 가다듬고 함께 노려보았다.
"어제는 어떻게 된거야? 그때 메모지를 받았었잖아"
"....."
그녀의 목소리는 어느때보다 더 냉랭했다.
"차에 타"
"....."
"말 안들을거야?"
"....."
꿈쩍도 하지않는 선규와 노려보고 있는 마담사이에는 무거운 긴장감이 돌았다.  그러는데 별안간 뒤에서 낯익은 소리가 들려왔다.
"선규 아니니? 집에 안가고 거기서 뭐하고 있어?"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본 선규는 저쪽에서 쳐다보고 있는 담임선생님을 보고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자신과 마담과의 일을 떠나서 선생님의 남편과 바람을 피고있는 마담을 그녀에게 보여줄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급히 마담을 보니 그녀도 호기심어린 얼굴로 선생님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이게 무슨 난리야? 잘못하면 드라마같은 일이 일어나겠네]
등에서 식은땀까지 나는 선규는 얼른 마담에게 다급히 사정했다.
"차에 탈테니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그의 얼굴을 살펴보던 마담은 이윽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망갈 생각은 하지마"
"안그래요"
그리고는 선생님에게 부리나케 달려갔다.
"지금 댁에 가시는 길이세요?"
"응. 몸이 아직 다 낫지를 않아서 집에 일찍 가서 쉴려고. 그런데 얼굴이 왜 그러니? 무슨 문제가 있어?"
"아니에요. 이렇게 일찍 선생님이 가시는걸 보니 놀라서 그런가봐요"
"그런데 태수가 안보이네. 먼저 갔니?"
"네"
선규의 말을 듣고 선생님은 다시 마담의 자동차쪽을 바라보았다.  그걸 보자 선규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저분은 누구시니?"
"아는 친척분이세요"
"그런데 왜 여기까지 오셨어? 집에 무슨일이 있니?"
"그냥 근처를 지나가시다가 제생각이 나서 들리셨데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던 선생님은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서 가봐라. 기다리시겠다"
"네. 살펴가세요"
"그래"
커다란 안도를 하며 마담에게 갈려던 선규는 다시 몸을 돌려 선생님을 불렀다.
"선생님"
"응?"
잠시 망설이던 선규는 나지막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
"혁재아버지께서 어제밤에 들어오셨어요?"
그러자 선생님의 얼굴은 금새 어두워졌다.  그녀에게서 아무런 말이 없자 선규도 대충 짐작이 되었다.
"너무 하신것 같네요. 선생님이 그렇게 아프셨는데....."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던 그녀는 이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너무 바쁘다보니 그랬을거야. 대신 네가 옆에 있어줬잖아"
그리고는 힘없이 몸을 돌려 가버렸다.  선생님의 쓸쓸하게 보이는 뒷모습을 지켜보던 선규는 이윽고 돌아서서 분노의 눈길로 마담을 노려보다가 천천히 걸어와서 차에 올라탔다.
"가요"
아무런 표정없이 그를 바라보던 마담은 차를 몰기 시작했다.
"오늘은 보급소에 곧장 가야하니까 가까운 곳에 가서 얘기하세요"
여전히 말이 없는 그녀는 선규가 일러준데로 보급소쪽으로 운전하다가 어느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한적한 주택가골목을 찾아서 차를 세웠다.

앞을 보며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쌀쌀맞기 그지 없었다.
"어떻게 된건지 얘기해봐. 왜 안왔어?"
"어린애를 건드리는것까지 모자라서 가정이 있는 남자를 집으로 끌어들이나요?"
"뭐?"
냉정하게 있던 그녀도 그소리에는 놀랐는지 두눈을 크게 뜨고 선규를 쳐다보았다.
"왜 잘사는 남의 집에 불행을 주는거에요? 아주머니도 옛날에 남자때문에 불행하셨다면서요. 그러면 그게 어떤건지 잘 아실거 아니에요?"
"네가 뭘 알아?"
조금도 떨림이 없는 그녀의 두눈은 분노로 이글거렸다.
"어제밤에 남자와 집에 들어가는걸 봤어요. 보니까 저번에 술집에서 아주머니와 껴안고 있던 사람이더군요"
얼마동안 노려보던 마담은 갑자기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너 지금 내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질투하는거니?"
"질투요?"
선규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 아주머니께 질투를 할거 같아요? 착각하지 마세요"
그러자 마담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럼 뭐야? 네가 뭔데 내일에 참견이야?"
"....."
선생님얘기를 차마 할수가 없어서 선규는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마담은 그의 머리카락들을 거칠게 잡고 얼굴을 그녀쪽으로 돌렸다.
"말해봐! 무슨 이유로 그얘기를 꺼낸거야?"
"....."
"말해두는데 내일에 참견하지마. 너는 내말만 들으면 돼. 어제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그때는 정말로 용서하지 않을거야"
그리고는 머리카락들을 놓았다.  헝클어진 머리들을 쓰다듬던 선규는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이제는 아주머니를 만나지 않을거에요"
"뭐?"
놀란얼굴로 쳐다보는 마담에게 선규는 지갑에서 종이를 꺼내 내밀었다.
"이게 뭐야?"
"한번 읽어보세요"
술집에서 받은 영수증을 복사한 종이를 읽던 마담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서?"
"미성년자를 유흥업소에 출입시키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아시죠? 거기다가 담배까지 판 증거도 있고요. 그걸 경찰이나 언론에 신고하면 아주머니는 복잡해 지시겠죠? 원본은 제가 따로 가지고 있으니까 그건 아주머니가 가지고 가시던지 마음대로 하세요"
놀란 얼굴로 종이와 선규를 번갈아 보던 마담은 알수없는 미소를 지었다.
"너 지금 나를 협박하는거니?"
"저도 이러고 싶지가 않지만 아주머니께서 자꾸 이런식으로 나오면 어쩔수가 없어요"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선규의 말을 듣고 마담은 다시 종이를 쳐다보았다.
"영수증을 갇고 갔다더니 이거 때문이었니? 맹랑한 놈이네. 이런 생각까지 하고. 너같은 애는 정말 처음이다"
"오늘은 아주머니께서 결정을 내리셔야겠네요"
마담은 종이를 선규에게 다시 주며 냉소를 흘렸다.
"이게 나에게 통할거라고 생각했니? 경찰? 언론? 웃기고 있네"
마담이 동요하는 빛을 조금도 내보이지 않자 선규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네가 생각하는것 만큼 세상이 그렇게 순진한줄 아니?"
"....."
"내가 세상사는법을 가르쳐줄까?"
"....."
선규가 아무말도 못하고 있자 그녀는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세상을 살려면 힘이 있어야돼. 그러면 누구도 못건들이지. 내가 그런 힘을 가지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줄 알아? 제법 머리를 썼다만 헛수고했어. 이런거 가지고 경찰이나 언론들 입막는건 아무것도 아니야. 전화 한통이면 돼"
얘기를 듣던 선규는 점차적으로 겁이 들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빛이 변하는걸 보고 마담은 득의에 찬 미소를 지었다.
"이리와봐"
더이상은 반항할 생각이 엄두도 안나서 마담의 벌린 팔안으로 저도모르게 안겼다.  그녀는 방금전에 거칠게 잡았던 그의 머리카락들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조용하게 말했다.
"이번은 처음이니까 용서해줄테니 다음부터는 그러지마"
마담의 인형처럼 가만히 안겨있는 선규는 자신의 무능력과 어리석음을 통탄했다.
[이제는 이여자에게서 빠져나올수가 없는건가?]
"아까 그여자는 네선생님이니?"
그소리에 선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냥 과목을 가르치시는 선생님이세요"
"그래? 그런데 너와 친한것 같더라. 학교에서 네가 나를 만나고 술집에 드나든걸 알면 퇴학이지?"
그말에 선규는 절망감으로 두눈을 질끔 감았다.  이제는 도리어 그가 협박을 당하고 있었다.
"네가 하기에 달렸어. 부모님께도 걱정을 끼치지 않을려면 내말을 잘 들어"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선규는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그가 굴복을 한것을 보고 마담도 냉정한 모습을 모두 버리고 손을 내려 그의 몸을 다정하게 어루만졌다.
[내가 어떡하다 이렇게 됐지?]
"왜 하필 저에요? 저보다 그걸 더 잘하는 아이들이 많을텐데"
"처음에는 단순히 즐길려고 했는데 왠지모르게 너에게서 모성본능이 느껴져. 아마 내가 아이를 낳아보지를 않아서 그런가봐"
선규는 마담의 말이 이해가 안되어 고개를 들었다.
"저같이 다 큰애한테 모성본능이라니요?"
"글쎄. 너한테 자꾸 그런게 느껴지네. 너를 보면 품안에 안고싶고 그리고 어린아이가 아니라서 그것도 즐길수 있어서 좋아"
[엄마도 아니면서 무슨 모성본능이야?]
멍한 눈으로 허공을 쳐다보던 그녀의 말은 계속 되었다.
"여자에게는 안기고 싶은 남자가 있고 안아주고 싶은 남자가 있거든. 그게 바로 남편과 자식이겠지. 그런데 나는 결혼을 안했잖아"
"그럼 안기고 싶은 남자는 어제밤에 같이 있었던 그사람이에요?"
그러자 마담은 아무말없이 선규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애틋하게 변하고있는 그녀의 얼굴표정을 보고 선규는 몹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남자를 사랑하세요?"
"....."
그녀에게서 계속 대답이 없자 얼른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마담은 그를 잡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걸 보고 선규의 몸에서는 작은 경련이 일어났다.
"저번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시냐는 질문에 대답을 안하셨는데 그럼 그게 바로 그사람이었어요?"
"....."
"대답해주세요!"
"그사람이야"
그녀의 조용한 대답을 듣고 선규는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되었다.
"그사람은 아주머니를 사랑해요?"
"응"
"그걸 어떻게 알아요? 그냥 재미로 만나는걸수도 있잖아요"
"재미로 만나는 사람이 사랑한다며 동거를 하니?"
"도..동거요?"
"그래. 우리 얼마전부터 동거에 들어갔어"
"그럼 그사람의 아내는요?"
"내가 알게뭐야"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있어요?"
"나라고 그런 행복을 가지면 안되니?"
마담의 어처구니없는 말에 선규는 기가 막히기만 했다.
[선생님은 그럼 지금 별거중이시구나.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한 이혼만 남았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자 가슴에 울분이 쌓였다.
"왜 하필 가정이 있는 사람이에요? 남에게 불행을 주는게 미안하지도 않으세요?"
"그여자도 나중에 저행복을 찾겠지. 하지만 이건 그여자 잘못이야"
"예?"
"그사람이 그러더라. 아내하고는 잠자리도 재미없고 정이 계속 떨어진다고. 그여자가 애초부터 잘 했다면 그사람도 바람을 안피웠을거 아니야"
당당하게 말하는 마담에게서는 죄의식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수가 없었다.
"그럼 그사람의 자식들은 어떻게 되는거에요? 그애들은 아빠없이 자랄거 아니에요?"
"부모를 잘못 만난탓이지. 나도 아버지없이 자란 사람이야. 그래서 그런거에는 조금도 동정심이 안가"
선규는 더이상 마담과 얘기하는것을 포기했다. 도무지 말이 통하지가 않아 그녀를 설득할 틈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남편이 마음을 돌리는수밖에 없구나. 그런데 이여자에게 빠져있고 선생님한테는 그런 안좋은 감정을 갖고 있으니.....]
씁쓸한 표정을 짓는 선규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머니도 언젠가는 그사람에게 배신당할수가 있어요. 한번 배신했는데 또 그러지 않겠어요?"
"그거야 나중에 생각할 일이지. 하지만 그남자만은 그러지 않을거야"
[이여자도 단단히 빠졌군]
그러는데 마담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런데 왜 자꾸 그사람에 대해서 물어보니? 질투 안난다고 아까 큰소리 칠때는 언제고"
"....."
선규가 아무말없이 먼곳에 보이는 집들을 쳐다보고있자 그녀는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사람에 대해서는 신경쓰지마. 낮에는 집에 없으니까 너를 만나줄수 있어"
그말에 선규는 또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착각도 가지가지네. 누가 저를 만나고 싶어 이러나?]
"저 이제 그만 가야해요"
그말을 듣고 마담은 시동을 켜고 골목에서 빠져나왔다.
"가게에 갔던 일은 아무에게도 말 안했지?"
"네"
그러자 마담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남자나 여자나 입이 무거워야 성공하는거야"
이제는 마담이 끔찍해 보여 그녀의 웃음소리나 손길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한동안 말없이 운전하던 마담은 다시 입을 열었다.
"미스성이 너에게 좋은 인상을 받은것 같더라. 그때 무슨일 없었지?"
그소리에 선규는 흠짓 놀라서 마담을 쳐다보았으나 그녀는 기분이 좋은듯 입가에 연신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아무일 없었어요. 미스성누나는 잘 있어요?"
"요놈봐라. 암만 얘기해도 나에게는 누나란 소리를 잘 안하더니 미스성은 그새 누나라 부르네. 나도 그애와 똑같이 미혼이야"
안에서 마담의 웃음소리가 가득 울리는 자동차는 혼잡한 도로를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랜드 레스토랑을 찾는 명숙은 시내한복판에서 라이터를 들고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선규에 대한 걱정이 떠나가지를 않아서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았었다.  얼굴을 아는 선규의 친구도 없고 태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대답만 해서 속이 답답할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라이터생각이 나서 일찍 약국문을 닫고 시내로 나섰다.  선규가 밖에서는 어디를 가는지가 궁금했고 또한 남방에 묻었던 분자국때문에 그의 말이 석연치가 않아서 두눈으로 직접 확인해봐야 안심이 될것 같았다.  한참을 찾던 그녀는 마침내 그랜드 레스토랑이라고 쓰여있는 간판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가보았다.  주위를 보니 전부 회사빌딩들이었다.
[선규친구네가 돈이 많나보네. 여기는 땅값이 상당할텐데]
입구를 살펴보다가 계단을 내려가서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내부는 어두웠고 아직 저녁시간이 되려면 한참 있어야 되서 그런지 조용하기만 했다.  입구앞에 아무도 없어서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저쪽에서 양복차림의 유니폼을 입은 남자가 다가왔다.
"무슨일로 오셨읍니까? 아직 영업은 시작하지 않았읍니다만"
"이곳의 사장님을 뵐려고 왔어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공손하게 인사를 한 종업원은 왔던 방향과 반대쪽으로 사라졌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줘서 처음에는 별로 안좋게 생각했던 명숙은 깔끔하고 예의바른 종업원때문에 적잖이 놀랐다.  생각보다 수준이 있는곳으로 느껴져 옷깃을 바로하는데 곧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남자가 부드러운 미소를 띄며 왔다.
"이곳의 지배인입니다. 지금 사장님께서 자리를 비우셔서 제가 대신하고 있읍니다. 어떻게 오셨읍니까?"
아까 종업원보다도 더욱 예의를 차리며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남자를 보고 명숙은 잘못 찾아왔나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호감이 가는 인상을 가진 남자는 여전히 웃음을 띄며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그러자 선규가 어떤곳을 가는가를 확인하고 아들에게 술과 담배를 준것을 따질려고 했던 명숙은 마치 어려운 사람을 대하는듯 저도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저..저기, 제자식이 이곳 사장님의 자제분과 친구라서 며칠전에 여기서 대접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감사의 말씀을 드릴려고 찾아왔읍니다"
그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어리둥절하던 지배인은 곧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아드님께서 지난주 일요일에 오시지 않으셨읍니까?"
"그렇읍니다"
그러자 지배인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이 납니다. 가끔가다 사장님의 자제분님께서 친구분들을 데려오셔서 식사를 대접하십니다. 사장님께서도 그러는걸 좋아하시고요. 그러니 부담을 가지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제자식이 폐를 끼친건 아닌가 해서요"
그말에 지배인은 황급히 두손을 내저았다.
"절대 그렇지가 않읍니다. 사장님의 자제분님의 친구분이시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나중에 사모님께서도 아드님과 함께 저희 가게에 꼭 들러 주십시오. 저희들이 정성껏 모시겠읍니다"
지배인의 정중한 태도를 보고 할말이 없어진 명숙은 그냥 나올려다가 확인은 해야 할것 같아서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한가지 여쭤봐도 되겠읍니까?"
"말씀하시죠"
"제자식이 사장님의 자제분과 함께 여기서 술과 담배를 한 모양인데 여기서는 미성년자들에게 그래도 되는지요?"
따지듯이 말할려고 했지만 마치 어려운 질문을 하는것 같아 그녀모르게 난처한 표정이 나오며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지배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매우 송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생각이 납니다. 그때 사장님께서 출타중이셔서 제가 이곳을 보고 있었읍니다. 그런데 제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들어온지 얼마 안되는 종업원 한명이 자제분님의 요청을 거절하기가 어려워 그랬나 봅니다"
"....."
"물론 그런일이 일어나서는 안되죠. 사모님께서 하시는 걱정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나중에 그걸 듣고 그종업원에게 단단히 주의를 시켰읍니다. 사장님께서도 많이 언짢아 하셨고요. 사모님께 심려를 끼쳐드려 제가 사장님을 대신하여 정중히 사과드리겠읍니다"
지배인이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사과를 하자 당황한 명숙도 함께 허리를 굽혔다.
"이..이러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저는 다만 부모의 입장이 되다보니 걱정이 되어서요"
지배인은 그녀의 말이 수긍이 가는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모님의 심정을 충분히 압니다. 부모님들뿐만 아니라 저희들도 주의를 기울어야 하는데 책임을 소흘히 해서 부끄럽습니다. 앞으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겠읍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배인의 정중한 사과를 듣고 그녀의 가슴속에서는 그동안 레스토랑에 대해 좋지않게 여겼던 감정들이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오히려 지배인의 점잖은 태도와 친절함에 몸들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지배인은 여전히 미안한 기색으로 말했다.
"이왕 여기까지 오셨는데 안으로 드시지요. 사모님께 뜻하지않은 심려를 끼쳐드렸는데 저희들이 식사를 대접해 올리겠읍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명숙이 황급히 손을 내저았다.
"아..아닙니다. 보니까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으신거 같은데 괜히 저때문에 폐를 끼칠수는 없죠"
"그래도....."
"정말 괜찮읍니다. 말씀만 들어도 감사한데요"
"그럼 다음번에 꼭 찾아와 주십시오. 그때는 저희들이 정성을 다해 모시겠읍니다"
지배인의 공손한 말에 황송해진 명숙은 그만 나가야겠다고 생각하여 인사를 하고 나가다가 다시 돌아섰다.
"이곳은 어떤 종류의 음식을 합니까? 아까 들어오다 보니까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은것 같던데요"
그말을 듣고 지배인은 한순간의 동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저희들은 동양식과 서양식 모두를 취급합니다. 그중에서 일식이 특히 뛰어나죠"
"그렇읍니까?"
다시 인사를 하고 나가는 명숙의 뒷모습을 보던 미스터박은 싱긋 웃고는 사무실로 가버렸다.

거리로 나온 명숙은 달아오른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쥐었다.  내부안까지는 들어가보지 않았지만 입구에서 느꼈던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지배인의 신사같은 친절한 태도를 생각하며 레스토랑을 의심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꼭 호텔 레스토랑같네. 이럴줄 알았으면 옷을 좀더 잘 차려입고 올걸. 저런데서 그런일이 일어날수가 없겠지? 종업원이 실수한것 같은데 아마 분자국도 음식을 잘못 놓다 그랬나보다]
여자문제도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녀가 틀린것 같았다.
[학교와 배달을 마치고 곧장 집에 들어오고 일요일에는 선생님댁과 기타를 배우러 가느라 여자만날 시간도 없잖아.  공연히 선규를 의심했네. 아무래도 엉뚱한 애다보니 그런말을 했나보다. 자식을 안믿으면 누굴 믿겠어?]
그렇게 생각하니 선규가 왠지 고맙기만 했다.  레스토랑과 아들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털어버리자 그동안 천근같이 무거웠던 그녀의 가슴은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집으로 가는 명숙의 심정은 날아갈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배달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선규는 낮에 만났던 마담때문에 매우 심란했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었어. 그런 술집을 경영하는데 그런 협박같은건 그여자에게는 아무것도 아니겠지]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니 눈앞이 그저 캄캄하기만 했다.
[이제는 집뿐만 아니라 학교까지 찾아가겠다하니 이일을 어떡하면 좋지? 정말 만나기 싫은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생님남편과 관계를 맺는 여자와 어떻게 그런짓을 해?]
땅이 꺼질듯이 한숨을 쉬며 집에 들어가자 저녁을 짓던 엄마는 냉큼 달려와서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엄마가 마치 죽었던 사람이 돌아온듯이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어서 선규는 어리둥절 했다.
"숨막혀, 엄마. 갑자기 왜 그래?"
"보고 싶었던 아들이 돌아와 기뻐서 그래"
한참후에 포옹을 푼 엄마는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짓고 그를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오늘 기분좋은일이 있었어? 평소에는 이러지 않았잖아"
"난 너를 보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
다정하게 말하는 그녀의 입가에서는 행복한 미소가 그칠줄을 몰랐다.
"어서 옷갈아 입고 와. 네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만들어 놨어"
얼떨결에 함께 웃음을 짓던 선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뭔가가 이상했지만 어쨋든 엄마가 저렇게까지 좋아하며 반겨주니 그도 기분은 무척 좋았다.  샤워를 마치고 거울앞에 선 선규는 머리를 빗다가 문득 마담이 했던 말이 떠올라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모성본능? 우리엄마도 아니면서 난데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어리다고 깔보는 소린가?]
그런 생각을 하자 은근히 화가 나는데 별안간 밖에서 엄마의 소리가 들렸다.
"빨리 나와. 음식 식는다"
"지금 나가"
화장실을 나온 선규는 식탁앞에 차려진 음식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졌다.
"오늘 무슨날이야? 왠 진수성찬이야?"
"무슨날은. 그동안 너를 잘 못먹인거 같아서 그래"
"무슨 소리야? 매일 잘 차려주잖아"
"글쎄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거니까 어서 앉기나 해"
앞치마를 두룬 엄마가 웃으면서 그를 의자에 앉히자 선규는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엄마 오늘 이상하다. 어디서 돈 줏었어?"
"내자식한테 맛있는거 먹이겠다는데 이유가 꼭 있어야 하니?"
여전히 입가에 행복한 웃음을 띄는 엄마가 그의 손에 수저를 쥐어주자 선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녀는 젓가락으로 반찬까지 잡아 그의 입안에 넣어주었다.
"이것도 먹어"
"그..그래. 엄마도 어서 같이 먹자"
엄마에게 왕처럼 극진한 대접을 받으니까 당황하고 머리가 혼란스러워서 밥이 어떻게 넘어가는지도 몰랐다.
[갑자기 왜 이러지? 정말로 무슨일이 있었나? 이거 불안하네]
먹지도 않고 계속 그를 행복한 눈길로 지켜보는 엄마를 보다가 문득 그나름대로 짚이는게 있었다.
[가만. 혹시 어제밤일때문에? 섹스하다가 내가 중간에서 그만뒀다고 이러는거 아니야? 그래서 좋은거 먹여 정력을 보충하라고 이러는건가? 이제보니 우리엄마 진짜 귀엽네]
그런 생각을 한 선규는 엄마를 보며 장난기가 가득 담긴 웃음을 짓고는 열심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음악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긴장이 되어있는 태수는 초조하고 가슴이 떨렸다.  점수를 잘 받을까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평소 유진과 연습을 하다가 처음으로 남들앞에서 연주를 한다는것과 실수를 해서 그동안 그를 열심히 가르쳐준 유진에게 실망을 주는건 아닌가 해서 두려움이 들었다.  어찌나 긴장되었는지 음악이 잘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  옆에서 기타케이스를 들고 음악실로 함께 걷는 선규는 놀랍게도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넌 안떨리니?"
"아니. 가서 그동안 연습한걸 한번 치기만 하면 되는데 왜 떨리냐? 오히려 매번 시험을 이렇게 봤으면 좋겠다. 넌 떨려?"
"이런식으로 시험을 본적이 없어서"
"긴장하지마. 체육시험처럼 연습한걸 하는거야. 자꾸 겁을 먹으면 시험볼때도 긴장되서 틀릴수가 있으니 느긋하게 마음먹어"
무슨 기대감마저 서려있는 선규의 얼굴을 보니 부럽기만 했다.  얼마후에 음악실에 앉아있는 태수는 그의 차례가 점점 가까와질수록 두근거림이 심해져 갔다.  손가락들까지 떨려서 모든생각들을 떨쳐버릴려고 머리속에서 쇼팽의 '이별의 곡'을 처음부터 다시 떠올려 보았다.  한동안 상상속의 음을 소리내던 머리속에서는 별안간 엄마가 떠올랐다.  그러자 그의 입가에서는 그도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며 떨리던 가슴은 차차 진정되어 갔다.  계속해서 엄마만 생각하다가 이윽고 그의 차례가 되자 마음은 평온할 정도로 많이 가라앉이 있었다.  천천히 걸어나가 피아노의자에 앉고 건반들을 보자 이번에는 엄마와 함께 유진도 떠올랐다.  그녀와 단둘이서 피아노를 칠때를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손가락들을 건반위에 올려놓고 연주하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악보와 곡의 전개를 주의깊게 더듬으며 피아노를 치는 태수의 머리속에는 두려움은 사라지고 엄마와 유진밖에 없었다.  그것은 마치 그들이 그의 바로옆에 있는것 같은 느낌이었다.  연주는 생각했던거보다 훨씬 더 잘되고 있었다.  마지막 건반을 누르고 손을 건반위에서 조용히 내려놓자 그제서야 그의 입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길게 나왔다.  얼굴을 든 그의 이마와 손에는 땀이 조금도 베어있지 않았다.  저쪽에 앉아있는 선생님을 보자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더니 들고있던 노트에 점수를 적었다.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로 돌아온 그에게게는 점수를 몇점 받았는지에 대한 궁금함만이 있었다.  아무생각없이 선규를 바라보자 그는 감탄어린 얼굴로 마주보고 있었다.  몇학생들이 지나가고 드디어 선규의 차례가 되었다.  조용히 기타케이스를 들고나간 선규는 의자에 앉아 조심스럽게 기타를 꺼냈다.  그런다음 기타를 왼쪽다리에 올려놓고 조율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그의 모습은 어느때보다도 더욱 진지하게 보였다.  잠시후 선생님을 쳐다보고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선규는 머리를 숙이고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의 오른손가락들이 튕겨주고 있는 기타줄들에서는 슬프게 들리는 고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태수도 선규에게 얘기를 듣고 유진에게 테이프를 받아 들어서 'Cavatina'를 알고 있었다.  잔잔하면서도 뭔가 아픔이 느껴지는 이곡을 그도 좋아했다.  연주가 계속되면서 태수에게서는 진심어린 감탄이 저절로 나오고 있었다.  예전에 선규집에 놀러갔었을때 그가 장난으로 기타를 치는것을 본적이 있었지만 이정도인지는 몰랐다.  오히려 테이프에서 듣던 음악보다 더 훌륭했다.  감정을 실어 정확하게 소리내는 음악은 그의 심금을 울릴 정도였다.  더군다나 기타를 치고있는 선규는 마치 딴사람처럼 보였다.  자신이 연주하는 음악에 빠져있는것처럼 보이는 그는 국민학교때부터 보았던 쾌활하고 장난기가 가득 담긴 모습들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지금은 너무나도 고독하게 보여 주위에 아무도 접근할수조차 없는 엄숙함마저 감돌고 있었다.  길게 느껴지는 짧은 시간이 지나가고 아윽고 연주를 마친 선규는 기타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천천히 머리를 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알수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섞여 있었다.  더군다나 선규를 한참동안 응시하고 있는 선생님의 얼굴에서는 아까와는 달리 아무런 표정이 보이지가 않았다.  다른 아이들도 태수처럼 감탄을 하며 놀랐는지 음악실안에는 고요한 침묵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기타케이스를 든 선규가 인사를 하고 들어가자 선생님은 조용히 그의 이름옆에 있는 빈공간에 100 이라고 적었다.

일요일에 괴로운 심정으로 찾아간 선규가 초인종을 누르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는 마담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들어가지 않고 문앞에서 머뭇거리자 그녀는 눈쌀을 약간 찌푸렸다.
"왜 그래? 아직까지 내말을 못알아 들은거야?"
그러자 선규는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기타 안배우니?"
"별로 흥미를 못느껴서 그만 뒀어요"
"왜? 가게에서는 쳤다면서?"
그말을 듣고 그는 흠짓 놀랐다.
"미스성누나가 그래요?"
"아니. 밴드가 그러던데. 미스성한테는 들려주고 나한테는 안들려주니 섭섭하네"
[뭐야? 술집에서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거야?]
기분이 불쾌했지만 겉으로는 매우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창피해서요. 누나한테는 제대로 연습해서 들려주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러지를 못해서 미안해요"
마담은 잠시 무표정으로 그를 보더니 조금있다가 빙그레 미소지었다.
"방에 따라와"
저번과 다름없이 가운을 입고있는 그녀를 따라서 방안으로 들어가니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남편이 섹스를 하고 자는곳에서 그도 성행위를 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하고 어색했다.
"그남자분은 아직까지 여기서 지내세요?"
"응. 돌아올려면 몇시간은 있어야 하니까 마음놓아도 돼"
"그동안 집에는 한번도 들어가지 않으셨어요?"
"아내하고 싸우고 나왔다는데 집에는 뭣하러 들어가니?"
"그럼 이혼하신데요?"
그러자 마담은 수상쩍다는듯이 쳐다보았다.
"뭐가 그렇게 궁금한게 많아? 너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신경끊고 옷이나 벗어"
선규와 함께 옷을 모두 벗은 마담은 침대위에 이미 깔려져있는 수건위에 엎드려 눕고는 로션을 내밀었다.
"네가 안마에 소질이 꽤 있더라, 저번처럼 해봐"
"꼭 로선을 발라야 해요?"
"왜?"
"몸에 로션묻는게 싫어서요. 로션없이 해드리면 안될까요?"
지난번에는 몸에 묻은 로션때문에 마담과 섹스를 한 흔적이 오래동안 남아있는것 같아서 이것만은 하고싶지가 않았다.  한동안 찡그린 얼굴로 선규를 바라보던 그녀는 다시 고개를 바로하며 누웠다.
"유난한 놈이네. 네마음대로 해"
아무말없이 안마를 하기 시작하자 마담은 저번처럼 기분이 좋은듯 온몸에 긴장을 풀고 조그마한 신음소리들을 냈다.
"어휴, 시원하다. 네가 이러니까 꼭 효도받는것 같다"
그소리에 선규는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이내 꾹 참고 안마에만 열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담과 선생님의 남편관계를 알아서인지 기분이 씁쓸하여 은밀한 곳은 만지지도 않고 오직 그녀의 탄력있는 육체만 주물렀다.  자신의 어처구니없는 신세를 한탄하며 한참동안 마담의 목에서부터 다리끝까지 안마를 해주다가 그녀의 소리에 멈추었다.
"이제는 앞을 해봐"
그녀가 몸을 바로하고 눕자 봉긋이 솟아오른 젖봉우리와 탄탄한 복부, 그리고 신비스럽게 보이는 검은 수풀들이 드러났다.  마담에게는 감정이 안좋았지만 그녀의 육체는 감탄이 저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속으로는 그녀와 섹스를 하고싶은 생각이 없었지만 그의 성기는 어느새 점점 커지고 있었다.
[나도 남자라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구나]
속으로 긴 한숨을 내쉰 선규는 다리부터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손이 꽃잎 바로밑에 오게되자 머뭇거렸다.  여자의 가슴과 복부는 한번도 안마를 해준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뭐해?"
"앞은 어떻게 하는줄 몰라요"
그러자 마담은 피식 웃었다.
"하긴 거기를 안마해본적은 없었겠지. 손 줘봐"
선규가 두손을 내밀자 그녀는 손바닥을 펴게해서 유방위로 올려놓았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는 보드라운 가슴살의 감촉과 말랑말랑한 유두가 느껴졌다.  마담은 그의 손바닥들을 잡고서 원을 그리듯이 유방주위를 천천히 움직이며 가슴에 자극을 주게했다.
"이제 알았어? 부드럽게 해. 배는 손가락으로 조금씩 눌러주면 되고"
그녀가 시키는대로 하면서 젖가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애를 낳지 않아서 그런지 젖꼭지의 색깔은 아직 분홍빛이 남아있었고 모양도 위로 오목하게 나와있었다.  젖가슴의 크기는 엄마보다 작았으나 그래도 대단히 매혹적이었다.  손바닥들을 천천히 돌리면서 저도모르게 엄지손가락끝으로 유두를 조금씩 건드리자 눈을 감고있는 마담의 입에서는 아까보다 좀더 큰 신음이 흘러나왔다.
"음........ 음............"
자극을 받는 유두는 조금씩 커지고 있었고 얼마후에는 그녀도 그의 손을 잡고 함께 움직였다.
"아...... 아........."
입을 반쯤 벌리고 소리내는 마담의 반응을 살펴보던 선규는 밑에서 그녀의 두다리가 서서히 벌어지고 있는것을 감지했다.  그러던 그녀는 벌안간 눈을 뜨더니 그를 끌어안고서는 그녀의 육체위로 잡아당겼다.  얼떨결에 당한 선규는 어느새 마담의 농후한 육체위로 올라와 있었다.
"어서 집어넣어줘"
그녀의 달아오른 모습에 저도모르게 흥분하고 있었던 선규는 본능적으로 완전히 발기된 성기를 질안으로 삽입했다.  그러자 마담은 두다리로 그의 허리를 휘감고는 두팔로 끌어안았다.  왕복운동을 하던 선규는 문득 마담이 그를 안고있는 자세가 지난번에 엄마가 했던거와 상당히 비슷하다는것을 느꼈다.  한가지 다른점은 엄마와는 달리 마담의 음부는 흥건히 젖어있다는 것이었다.
[엄마가 이여자처럼 흥분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와 관계를 맺은지도 벌써 1년이 다 되가는데 어떻게 엄마는 오르가즘을 한번도 못느낄수가 있지? 이여자가 만족을 하는걸 보면 나한테 문제가 있는건 아닌거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섹스에 집중이 되지를 않았다.  신음을 내던 마담은 짜증이 섞인 소리를 질렀다.
"뭐하는거야? 제대로 해봐!"
정신이 번쩍 든 선규는 다시 정신을 집중하며 허리를 열심히 움직였다.  그러나 그에게 소리지르는 마담때문에 화가 나서 그도모르게 허리의 움직임은 거칠어지고 있었다.
[엄마는 싫다는것외에는 이렇게 화를 낸적이 없었는데...]
얼굴을 오만상으로 찡그린 선규는 있는힘을 다해 성기를 밀어넣었다,  그녀가 다치든 아픔을 느끼든 상관할바가 아니었다.  그러자 마담은 그가 세게 움직일수록 더욱 더 발광하며 그의 몸을 조여왔다.
"아악...... 하악....... 그렇지......... 더............. 하악..............."
땀을 비오듯이 흘리며 미친듯이 흔들던 선규는 이윽고 절정에 도달하여 그녀의 질안에 사정했다.  그러자 마담은 허리를 앞쪽으로 활처럼 구부리며 쾌감에 못이겨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악!......... 아악............ 허억!.............. 아............"
마지막 한방울의 정액을 쏟아낸 선규는 헐떡거리고 있는 그녀의 상반신위에 쓰러져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헉헉.........."
마찬가지로 함께 거칠은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그녀는 선규를 아기처럼 감싸안고는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잘했어.........."
한동안 그녀에게 안겨있던 선규는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자 또다시 엄마를 배신했다는 자책감으로 심정이 괴로워졌고 그토록 싫어하던 마담과 다시한번 짐승처럼 성욕에 사로잡혀 정신없이 성행위를 벌였다는게 한탄스러웠다.  더군다나 선생님의 남편과 함께 그도 같은 여자를 취했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혔다.
[완전히 선생님남편과 구멍동기가 된거네. 이여자가 그걸 알면 과연 뭐라고 할까?]
생각같아서는 마담이 그사실을 듣고 경악하는 모습을 즐기고 싶었지만 선생님을 생각해서 그만두었다.
[그사실을 알면 선생님한테까지 가서 무슨짓을 할지 모르지]
아직까지 마담의 질이 성기를 조이고 있어 기분이 좋긴 했으나 선생님이 생각나서 마음이 착잡해진 선규는 조용히 성기를 빼서 옆자리에 누웠다.

50부끝



모자들의 교향곡 51부

얼마동안 말없이 누워있는데 옆에서 마담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저도 하나만 주세요"
그러자 마담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그를 바라보았다.  허망함과 괴로움으로 속이 답답한 선규는 뭐라도 하고 싶었다.  그녀는 담배갑과 라이터를 건네주며 이상한듯이 말했다.
"처음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그러더니 가게에서도 피우고. 요새 담배 배웠냐?"
"네"
마담의 말을 자세히 들어보니 미스성이 그에 관한 얘기를 세세하게 하지 않은것 같았다.
[그때 내가 담배를 처음 피웠다는걸 분명히 눈치챘을텐데.....]
더군다나 그때 미스성에게 마담의 관한 얘기를 했던걸 들었다면 마담은 분명히 거기에 대해 뭐라 한마디 했었을게 눈에 안봐도 훤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미스성에게 세삼스러운 고마움이 느껴졌다.  오래간만에 담배를 피우니 또다시 현기증이 나서 속이 울렁거렸다.  그러는데 옆에 있던 마담이 그와 그녀사이에 재떨이를 놓으며 별안간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네어머니께서 며칠전에 우리가게에 다녀가셨다고 하더라"
조심스럽게 담배연기를 빨아들이던 선규는 그소리에 연기가 목구멍에 걸려 침대밑으로 머리를 숙이고 심한 기침을 했다.  그광경을 보고있던 마담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뭘 그렇게 놀라? 사내놈이 그런것쯤에는 대범해야지"
어찌나 기침을 심하게 했는지 선규의 두눈에서는 눈물이 고였다.
"우리엄마인줄 어떻게 알아요?"
"안경끼시고 머리에는 약간 파마를 세련되게 하셨고 나이는 30대 후반정도 되신분 맞지?"
"....."
"그리고 네가 우리가게를 친구네 가게라고 했다면서?"
그말에 선규는 눈앞이 캄캄해지고 숨이 막혔다.
"그..그래서요?"
"역시 네어머니가 맞구나"
마담은 선규의 창백해진 얼굴을 즐기며 싱긋 웃었다.
"걱정하지마. 미스터박이 잘 처리했으니까. 가끔가다 의심을 품은 아내들이 찾아오는데 그런일은 미스터박이 도맡아서 하거든. 그래서 그사람이 그런일에는 일가견이 있어. 그래도 부모가 찾아온거는 처음이래서 미스터박도 속으로는 좀 놀랐다고 하더라"
"어..엄마가 뭐라고 그랬데요?"
여전히 입가에 여유있는 미소를 머금고 있는 마담은 엄마와 미스터박이 나눈 얘기를 전부 해주었다.
"나가실때는 미스터박의 말을 완전히 믿으시는 눈치이셨데. 미스터박이 그런거는 제대로 보니까 믿어도 돼"
엄마가 그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또한 마담의 태연스러운 표정을 보니 사실인것 같았다.  그제서야 선규는 깊은 안도를 했다.
"그게 정확히 언제였는지 아세요?"
마담은 손을 이마에 얹고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지난 월요일이었을거야. 맞아. 바로 내가 학교앞에서 너를 만난 시간이었어"
그소리에 선규는 다시한번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뭐 그런 우연의 일이 다 있냐? 엄마는 내가 이여자를 만나고 있는줄도 모르고 그가게에 가고]
그러면서 지난 월요일을 곰곰히 생각하자 그날저녁 그가 돌아왔었을때 엄마가 평소보다 더 반갑게 맞아주며 진수성찬으로 그를 극진하게 대해주었던게 기억났다.  그때 엄마가 계속해서 흐뭇하고 행복한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는것이 떠오르자 그제서야 모든것이 이해되었다.
[그럼 그때 엄마가 딴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나에 대한 의심이 풀려서 그랬던거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마담은 멍하니 재떨이에 재를 터는 선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머니가 그영수증을 보고 우리가게를 아신거니?"
"아니요. 아마 라이터때문일거에요. 제가 그때 모르고 라이터를 가져갔었거든요"
"어쨋든 어머니께 말 잘했다. 혹시 친구들에게도 말 안했지? 네나이때는 그런곳을 갔었다고 자랑하잖아"
"아무에게도 안했어요"
그러자 그녀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여전히 멍하게 있는 선규의 볼에 가벼운 입맞춤을 해주었다.
"그래야지. 내가 전에 말했듯이 항상 입이 무거워야 해. 그래야 신용있게 보여 나중에 사회에서 성공할수 있는거야. 알았지?"
"네"
그의 볼을 가볍게 꼬집은다음 마담은 다시 제자리로 갔다.
"나도 거기에 있을걸. 우리선규의 어머님이 어떤분이신가 궁금한데?"
그녀의 못내 아쉬워하는 소리를 듣자 선규는 두눈이 커다랗게 떠지며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의 그런 모습을 보고 마담은 아까보다 더 큰소리로 웃었다.
"농담이야, 농담"
웃음소리를 간신히 멎는 그녀를 보고 선규는 화가 치밀었다.
[이여자가 누구 죽는걸 보고싶어 이러나? 농담을 해도 그런 무시무시한 소리를.....]
웃음이 끝났어도 여전히 헐떡거리고 있는 그녀는 선규를 귀엽다는듯이 쳐다보았다.
"엄마가 무섭니?"
"이런일 가지고 무서워 하지않을 자식이 세상에 어디있어요?"
"네어머니는 어떤 분이시니?"
그소리에 선규는 호기심이 가득 담긴 마담의 얼굴을 한참동안 응시했다.
"그건 왜요?"
"그냥 궁금해서. 너도 나에 대해서 많은걸 물었잖아"
"보통 엄마하고 똑같으신 분이세요"
"어머니를 잘 따르니?"
"네"
"좋으신 분인가 보구나. 미스터박이 그러는데 아주 예의가 바르신 분인것 같다고 하더라"
엄마에 대해 마담과 얘기를 하고싶지 않아서 선규는 그녀의 말을 한쪽귀로 듣고 다른귀로 흘렸다.
"네아버지도 좋으신 분이니?"
"....."
아빠에 대한 말이 나오자 선규는 저도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마담은 그런 그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며 입을 열었다.
"아버지하고는 별로 친하지 않은가 보구나"
"그만 물어보세요.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한동안 그의 어두워진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는 담배와 재떨이를 치우고 팔을 뻗어 그를 품안에 안았다.  그리고는 그의 머리를 손으로 부드럽게 빗겨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네어머니 모시고 낮에 한번 찾아와. 진짜 레스토랑처럼 식사 한끼 대접해 드릴테니"
그녀의 가느다란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있던 선규는 또 장난을 치는줄 알고 머리를 들어 쳐다보았으나 마담의 얼굴에는 뜻밖에도 진심이 담겨져 있었다.  그바람에 가슴에 있었던 불쾌한 감정들이 사라져서 다시 머리를 그녀의 목덜미에 놓고는 조용히 물었다.
"저에게 싫증나면 그때는 저를 안만날거죠?"
"그래주기를 원해?"
"다른 애들과는 그래서 더이상 만나지 않는거 아니에요?"
그러자 그녀는 그를 바로 눕히고 위로 올라와서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왠지 너하고는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을거 같애"
그러더니 머리를 숙여 선규의 입에 깊숙한 키스를 했다.  그리고는 손을 밑으로 내려 또다시 발기된 성기를 만지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기특하네. 나이가 어리다는게 역시 다르긴 다르구나"
한동안 능숙한 솜씨로 성기를 흔들어주던 마담은 몸을 일으키고 호흡이 거칠어지고 있는 선규의 위로 올라 앉았다.

책방에 있는 태수는 중간고사가 얼마 안남아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유진이었다.  얼굴에 궁금함이 가득 서려있는 그녀는 그의 앞에 미처 오기도전에 입부터 열었다.
"어떻게 됐어?"
그녀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잘 아는 태수는 입가에 미소를 띄며 천천히 말했다.
"그러다 숨넘어 가겠어요. 우선 의자에 앉아요"
"빨리 말해. 지난 한주동안 책방에도 못오고 해서 궁금해 혼났어"
평소 차분하던 유진이 이렇게까지 조바심을 내는걸보니 매우 신기했다.
"몇점 받았을거 같애요?"
"장난치지 말고 어서 말해줘"
웃음을 짓는 태수는 발을 동동 구르며 다그치는 그녀가 귀엽게까지 느껴졌다.
"95점이요"
그러자 유진의 얼굴은 환하게 바뀌어지면서 입가에서는 미소가 활짝 피었다.
"확인한거야?"
"선생님께 여쭤보았어요"
"정말 잘했다"
유진이 그의 손을 잡고 기뻐서 어쩔줄을 몰라하자 태수는 쑥스러워서 고개를 숙이고 겸연쩍게 웃었다.
"100점을 못받아서 미안해요"
"아니야. 불과 몇달전만 하더라고 피아노를 한번도 쳐본적이 없는 애가 95점을 받았다면 대단한거지. 제가 정말 자랑스럽다"
"이게 다 누나덕분이에요. 감사드려요"
"그게 무슨 소리니? 음악시험을 대비해서 이렇게 가르쳐준적이 없었는데 네가 잘해줘서 오히려 내가 고맙지"
얼굴 가득히 기뻐하는 표정을 짓고있는 그녀는 태수의 손을 놓을줄 몰랐다.
"아주머니께서는 이사실을 아시니?"
"네. 오늘 누나를 만나면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하시던데요"
태수의 눈에는 그말을 듣고 유진의 얼굴에서 더욱 기뻐하는 기색이 보이는것 같았다.  그러는 그녀를 보며 태수는 조심스러운 눈치로 물어보았다.
"그일은 이제 완전히 끝난거에요?"
"엉? 무슨일?"
"그선배라는 사람일말이에요"
"응. 학교에서도 한번도 본적이 없어. 네말듣고 완전히 포기했나봐"
"잘 됐네요"
"하여튼 이게 다 네덕분이다"
태수는 잔잔한 미소를 짓고있는 유진을 보며 그의 손을 계속 잡고있는 그녀의 손에서 전해져오는 따듯한 감촉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시험을 볼때 엄마와 그녀가 떠올랐었다는것이 생각나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아..아무것도 아니에요"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유진은 잠시 그와 얘기를 나누다가 공부하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주머니께서 너를 든든하게 생각하실 만하다"
"예?"
"이렇게 네할일 잘하고 옆의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기쁘게 해주잖아"
"과찬이에요"
태수는 쑥스럽게 웃고있었지만 마음속에서는 왠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평소같았으면 칭찬으로 들었겠지만 가슴속에서는 유진에 대한 일말의 경계심이 있어 알수없는 부담감도 들었다.

마담의 집을 서둘러 나와 집근처의 독서실로 갈려고했던 선규는 저도모르게 선생님집으로 발걸음이 향하고 있었다.  마담과 함께 있었을때는 계속 선생님생각이 났고 또한 언제 선생님남편이 올지 모른다는 조바심도 들곤 했었다.  생각할수록 선생님에게 일어나는 상황이 점점 남의 일 같지가 않게 느껴졌다.  마담과 선생님남편이 동거를 한다는 말은 충격이었다.  그말을 들은 이후로 선생님을 자세히 살펴보니 점점 야위어 지는것 같았고 그녀의 얼굴에서는 어두운 그림자가 보여져 더욱 불쌍하게 보였다.  오늘 그녀의 집에 찾아가겠다는 약속을 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선생님이 집에서 애들과 함께 쓸쓸히 있을거란 예감이 들었다.  먼저 말을 안하고 찾아간다는것이 실례인걸 알고있었지만 엄마가 당했던 상황과 워낙 비슷하다보니 선생님에게 동정이 가서 작은 위로라도 해주고 싶었다.  초인종을 누르고 얼마를 기다리자 그녀의 힘없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문을 열고 현관으로 들어가니 아팠을때보다 더 수척해진 선생님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맞아주었다.
"왠일이니? 오늘 온다는 말 없었잖아"
"그냥 선생님생각이 나서요. 죄송해요. 뭐 하시던 중이셨어요?"
"아니야. 어서 들어와"
선생님이 그에게 먹을것을 줄려고 부엌으로 들어갈려고 하자 선규는 황급히 만류했다.
"그러시지 마세요. 그냥 선생님얼굴이나 볼려고 온건데 그러면 선생님을 귀찮게 해드리는거잖아요"
"그래도 그렇지. 네가 나를 얼마나 도와줬는데"
"그럼 마실거 아무거나 주세요"
그녀를 도와 거실로 쥬스를 가지고 온 선규는 집안이 조용하다는걸 깨달았다.
"아이들은 어디 갔어요? 보이지를 않네요"
"외갓집에 보냈어"
그말을 들은 선규는 대충 상황이 짐작되었다.
[애들아빠도 들어오지 않고 집안분위기도 이러니 거기에 가있는게 낫겠지]
그의 옆에 앉은 선생님은 앞에 있는 테이블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얼굴을 돌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네가 나에게 찾아와 주는거는 고맙다만 곧 시험이 있는데 공부해야지. 이러면 시간을 낭비하는거잖아"
그러자 선규는 가지고 온 가방을 툭툭 두들기며 웃었다.
"독서실에서 아침부터 공부하다 오는 길이에요. 잘 알아서 하니까 걱정마세요"
"하긴 너를 잘 아니까 안심이 된다만....."
"몸은 이제 많이 좋아지셨어요? 학교에서는 좀 안좋아 보이시던데요"
"그때 네가 사다준 약덕분에 많이 좋아졌어. 다시한번 고맙다"
겸연쩍게 웃는 선규를 미소지으며 보던 선생님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는 기타 안배우니?"
"네"
"그럼 더이상 안칠거야?"
"아니요. 이제는 기타없이 못살거 같아요. 기본은 아니까 저혼자 연습할수 있어요"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감탄어린 표정을 지었다.
"시험볼때 정말 놀랬다"
"저때문에요?"
"응. 잘 치는거는 알고 있었는데 네가 들려주었던것들 중에서 가장 좋았었어. 음악시험에서 너처럼 그렇게 감정을 싣는 연주는 들어본적이 없었거든. 나도모르게 감동이 느껴졌을 정도였으니까"
그말을 듣고 선규는 쑥스러워서 머리를 긁었다.
"칭찬이 너무 과하신것 같네요. 저야 선생님께서 그렇게 점수를 잘 주셔서 감사하기만 하죠"
둘이 함께 짓던 웃음이 멎자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테이블을 쳐다보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서는 쓸쓸함이 보였고 많이 지쳐있는것 같았다.
"혁재아바지께서는 아직도 많이 바쁘세요?"
그러자 선생님은 아무대답없이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숙였다.  얼마동안 지켜보던 선규는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
"선생님은 혼자가 아니시니까 힘내세요. 나중에는 꼭 행복한 날들이 올거에요"
그의 말이 끝나고 여전히 아무말이 없던 선생님은 별안간 그의 가슴에 머리를 묻고는 조용히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놀란 선규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라 한동안 망설이다가 두팔로 그녀를 안아주고는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다독거렸다.  어떤때는 얼굴에서 찬바람까지 불며 항상 절제된 모습만을 보여줬던 선생님이 그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자 가슴이 아팠다.
[속으로는 생각보다 마음고생이 많으셨나보지? 엄마도 옛날에 이랬었겠구나]
어렸을때를 더듬어보니 엄마가 가끔가다 선생님처럼 조용히 흐느껴 울던게 기억나서 가슴이 더욱 쓰라렸다.  그의 품안에 있는 선생님은 조그맣고 연약하게 느껴졌다.  몸을 들썩거리며 흐느낌을 그칠줄 모르는 그녀를 계속 달래주던 선규는 문득 그녀의 가족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한참동안 분노의 눈길로 선생님남편을 노려보는데 이윽고 선생님이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천천히 일어났다.
"오늘은 그만 집에 가거라. 좀 쉬어야겠어"
선규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나자 선생님도 두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일어났다.  그걸 보고 얼른 그녀의 두팔을 잡아 만류했다.
"제가 알아서 나갈테니 쉬세요"
그녀가 아무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는걸 보고는 선규는 인사를 한다음 집을 나왔다.  하지만 그의 가슴은 여전히 착잡하기만 하였다.
[괜히 와서 선생님을 울리기만 하고 가네]
한숨을 쉬며 걸어가는 선규의 머리속에서는 선생님의 울던 모습이 떠나가지를 않았다.  그러면서 사진속에서 보았던 선생님남편과 마담생각을 하던중 별안간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그방법이 과연 먹힐까?]
그러나 상대는 쉽게 생각했다가 오히려 협박까지 줬던 마담이었다.  이제는 더욱 거대하게 보이는 그녀를 생각하니 일이 잘못되었을때 그에게 닥쳐질 일이 짐작되어 겁이 났다.
[무모할지도 모르지만 나와 선생님이 살려면 그방법밖에 없을거야]
오래동안 고민하던 선규는 또한번 승부수를 던져보기로 결심했다.

저녁에 집에 간 선규는 그를 맞아주는 엄마를 보자 그제서야 그녀가 마담의 가게에 찾아갔었다는것이 기억났다.  하루종일 선생님일이 머리속에 들어있어서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공부 많이 했어?"
"응"
그리고는 다시 저녁을 지으러 부엌으로 들어간 엄마의 뒷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다시한번 지난주를 생각해보니 엄마는 그에게 평소보다 더 상냥하게 대해줬었다.
[미스터박이 대체 얼마나 말을 잘 했길래 엄마의 태도가 저렇게 변한거야?]
마담에게 얘기를 들어 엄마와 미스터박사이에 대충 무슨말이 오갔는지는 알았으나 그래도 매우 신기했다.
[어쨋든 엄마가 눈치를 안챈게 천만다행이지]
그러면서 계속 그녀를 보고있으니 아까 선생님이 울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자 선규의 가슴은 다시 아파지기 시작했다.
[엄마가 나와 마담과의 일을 알고 선생님처럼 상심하면 어떡하지? 그러면 안되는데...]
그러는데 엄마가 그를 돌아보며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왜 그러고 서있어? 안 씻어?"
앞치마를 두룬 엄마를 보며 옛날에 그녀가 아빠와 헤어져 흐느꼈던 생각을 하자 가슴에서 무한한 동정심이 올라와서 그도모르게 엄마에게 성큼 다가갔다.
"왜 그러니?"
그러나 선규는 아무말없이 동그랗게 뜬 눈으로 쳐다보는 엄마를 힘껏 끌어안고 깊은 키스를 해주었다.  처음에는 흠짓 놀라다가 이내 가만히 있는 그녀의 육체의 감촉이 온몸에 전달되자 이윽고 그의 몸에서 흥분이 올라오는것이 느껴졌다.

아침조회가 끝나고 담임선생님을 따라 교무실에 갔다온 태수는 선규에게 다가왔다.
"선규야, 선생님께서 점심시간에 밥먹고 음악실로 오라고 하셔"
"나만?"
"응"
깜짝 놀란 선규는 태수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으나 걱정하는 빛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가 않았다.
"그외에는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어?"
"응. 그냥 너에게 따로 하실 말씀이 계신가봐. 너 잘못한것도 없잖아?"
"그래, 알았다"
그뒤로 선규는 아침내내 수업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조회때 선생님을 봤었을때는 몸만 수척해 보였을뿐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에서는 이상한점을 하나도 발견할수가 없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천천히 간다고 느끼던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점심시간이 되자 선규는 부리나케 음악실로 향했다.  어제의 일도 있고해서 그녀가 왜 따로 부르는지 너무나 궁금하여 밥도 먹을수가 없었다.  혹시나 선생님남편이 돌아왔나하는 기대도 잠깐 해봤었지만 부질없는 생각같았다.
[그러면 선생님꼐께서 오늘 안색이 활짝 피셨겠지]
음악실문앞에서 잠시 망설이던 선규는 문을 조심스럽게 두들기고 열었다.  텅텅 비어있는 음악실안에는 선생님이 혼자 창문앞에 서서 바깥을 바라보다가 그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문닫고 이리와"
선생님옆에 다가가니 그녀는 어두운 기색에서도 그를 보며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 밥은 먹었니?"
"네. 선생님도 드셨어요?"
"나는 생각이 없어서....."
다시 창문으로 고개를 돌린 그녀는 한참동안 교정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을 응시했다.  선규도 할말이 없어서 그녀가 바라보는쪽을 함께 쳐다보고 있는데 이윽고 선생님의 입에서 어색하면서도 상냥한 목소리가 나왔다.
"어제는 너에게 그런모습을 보여 미안하다.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많이 놀랐었지?"
지쳐있는 얼굴에서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며 선규는 부드럽게 웃고는 동정이 섞인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창문으로 고개를 돌려 한동안 바깥의 경치를 물끄러미 보다가 조용한 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제가 어렸을때 엄마는 아빠와 헤어지셨어요"
"....."
"아빠는 일이 너무 바빠서 일요일에도 집에 있지를 않으셨죠. 그때 항상 집에서 저와 단둘이 있던 엄마가 쓸쓸해 보였던게 아직까지 기억나요"
"....."
"그런데 아빠는 나중에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바람을 피우기 시작했고 집에도 잘 들어오지를 않았죠. 어쩌다 들어오면 바보같이 증거를 남기고 와서 엄마가 발견하게 만들고......"
옆에서 선생님은 숨소리도 내지않으며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엄마는 자존심이 강한 여자에요. 그래도 저때문에 이혼만은 하지 않을려고 했는데 홧김에 그얘기를 했더니 아빠는 순순히 그러자고 하셨데요. 마치 기다렸다는듯이요. 그리고는 서로 눈맞은 여자와 함께 외국으로 가셨죠. 그뒤로는 아빠를 한번도 보지 못했어요. 이제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아요"
잠시 입을 다문 그는 고개를 숙이고 긴한숨을 내쉬었다.  그러한 그를 보던 선생님의 얼굴에서는 가느다란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엄마는 아빠에게 원망이 남아있지만 그게 아빠와 같이 살수없는 운명때문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선규는 천천히 몸을 돌려 얼굴이 하얗게 되어있는 선생님을 쳐다보며 힘없는 미소를 지었다.
"애들한테 혁재아버지가 선생님과 말다툼을 하시고 집을 나가셨다는 말을 들었어요. 주제넘지만 선생님의 일이 우리집상황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왠지 남의 일 같지가 않아 저라도 선생님께 조그만 도움을 드리고 싶었어요"
고개를 떨군 그녀는 벽쪽으로 가서 그에게 등을 돌렸다.
"혁재아버지를 아직 사랑하세요?"
"....."
그녀가 아무대답을 하지않자 선규는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러자 고개를 약간 든 선생님은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선규는 잔잔한 미소를 띄며 말했다.
"아직 그운명이 결정된거는 아니니까 희망을 가지세요. 사람의 일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벌개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선생님의 얼굴에서는 미묘한 감정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저만 아는일이나까 걱정마세요. 그리고 견디기 힘드실때 선생님께서 원하시면 언제든지 저를 불러주세요. 아직 어려서 어른들의 일은 잘 모르지만 이런일은 남에게 얘기하기가 어렵다는거는 알아요. 별로 큰도움은 되어드리지 못하겠지만 작은 위로라도 해드릴게요. 엄마한테도 그래드렸거든요"
한참동안 묵묵히 서있던 그녀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음악실을 나올려고 하는데 선생님이 그를 불렀다.
"선규야"
"네?"
"다음번에 우리집에 올때는 기타를 가져와줄래?"
그말에 선규는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었다.

시험기간이 되어 태수는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있었다.  그러는데 문이 열리며 엄마가 들어와서 그의 어깨를 감까안았다.  언제부터인가부터 그녀는 아버지가 있었을때 입었던 잠옷을 입기 시작했었다.  보통잠옷처럼 상의와 바지로 이루어진 잠옷은 그녀를 청숙하고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해서 그도 엄마가 잠옷입는것을 좋아했다.
"공부끝날려면 아직 멀었니?"
"다 되어가니까 엄마 먼저 주무세요"
시험이 있을때면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야해서 그럴때는 그들은 엄마방에서 잠을 잤다.
"피곤할텐데 어서 끝내고 자도록 해"
그리고는 그의 볼에 가벼운 입맞춤을 해주었다.  어깨위에 얹어있는 그녀의 손을 잡은 태수는 귓가로 느껴지는 그녀의 뜨거운 입김과 입맞춤으로 저도모르게 은근한 흥분이 올라와서 몸을 돌려 나갈려는 엄마를 낚아채서 그의 무릎위에 앉혔다.  두다리를 벌리고 아들의 무릎위에 앉게된 엄마는 두눈을 커다랗게 뜨고 놀란 얼굴로 쳐다보았다.
"공부때문에 시간도 없을텐데 이러면 어떡해?"
"잠시만 이렇게 있어주세요"
미소를 띄며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던 태수는 그녀를 껴안고 키스를 했다.  그러면서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기자 어느새 발기되어 가는 성기가 밑에 있는 그녀의 둔덕에 닿게 되었다.  흠짓 놀란 엄마는 얼른 입을 떼고 다급히 말했다.
"안돼. 시험끝나고 하기로 하고 어서 공부해. 난 빨리 나가서 잘게"
그러나 만면에 부드러운 웃음을 짓고있는 태수는 그녀를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엄마는 긴장이 되고 떨리실때 제생각이 나세요?"
뜻밖의 말을 들은 엄마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네가 제일 먼저 생각나지. 그런데 그건 왜?"
그러나 태수는 음악시험볼때 그녀를 생각하자 떨렸던 마음이 진정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자 엄마의 눈가에 있는 잔잔한 주름들이 활짝 펴졌다.
"그럼 내가 시험을 잘볼수있도록 도와준거네?"
"네. 신기하죠?"
"신기하기는. 난 항상 네옆에 있잖아"
그소리를 듣고 가슴이 뭉클해진 태수는 애틋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시 정열적으로 입을 맞추었다.  키스때문에 얼굴이 달아오른 엄마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간신히 입을 떼었다.
"진짜로 안돼. 공부해야 할 사람이 이러면 어떡하니? 내가 괜히 들어왔나보다"
"엄마가 옆에 있으면 내일 시험을 더 잘볼것 같아요"
"그런말이 어디있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웃음을 띄며 곱게 눈을 흘기는 엄마를 보자 그는 더이상은 참을수가 없어서 그녀를 바짝 끌어안고 또다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동안 몸부림을 치며 저항하던 그녀는 이윽고 잠잠해지며 그에게 힘없이 기대고 있었다.  한동안 엄마의 촉촉한 혀를 탐닉하던 태수는 앞으로 볼록하게 나온 젖가슴을 애무하다가 이내 잠옷상의의 단추들을 하나씩 풀으기 시작했다.  상의가 양옆으로 벌어지자 그속에 감추어져 있던 봉긋한 젖무덤이 모습을 드러냈다.  손으로 보드랍고 포근한 젖가슴을 어루만지다가 굳어져가는 젖꼭지를 만지자 그녀는 약간 움찔했다.  엄마와 관계를 맺은지 이미 1년이 되어가지만 그녀는 아직까지 그의 손길을 받을때마다 긴장을 했다.  그녀의 입에서 떨어져 하얀 목덜미와 젖무덤을 타고 내려가던 그의 뜨거운 입술은 그의 손으로 자극을 받고있는 유두를 머금었다.  이제는 제법 능숙해진 솜씨로 민감한 젖꼭지를 빨자 엄마의 입에서는 조그마한 교성이 흘러나왔다.
"아......... 아흑............"
쾌락이 몰려와 어쩔줄을 몰라하는 엄마의 육체를 더듬으며 이제는 완전히 발기된 성기를 그녀의 꽃잎에 갖다대고 천천히 문질렀다.  잠옷과 얇은 팬티로 느껴지는 은밀한 부분은 언제나 다름없이 부드럽고 신비스러운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한참동안 정신없이 젖꼭지들을 번갈아 가며 빨다가 그녀의 바지를 벗길려고 머리를 들었다.  그의 손끝이 그녀의 잠옷바지의 허리춤을 잡고 내릴려는 순간 엄마는 그의 손목을 급히 잡고 간신히 정신을 차리며 헐떡거리는 소리로 말했다.
"아..안돼. 네공부를 방해할수 없어.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시험끝난다음 하자. 응?"
그녀의 간곡한 표정을 보자 그도 더이상은 고집을 부릴수가 없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심 매우 아쉬웠지만 그가 잘되기만을 바라는 엄마의 속뜻을 잘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키지않는 손을 허리춤에서 어렵게 떼자 엄마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한동안 그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
"화났어?"
"아니에요. 엄마말씀대로 공부해야죠"
태수의 눈치를 살피던 그녀는 손을 밑으로 내려 아직까지 성을 내고 있는 성기를 만지더니 미안한 기색을 내지었다.  그리고는 방바닥으로 내려가서 무릎을 꿇은다음 그의 두다리를 벌렸다.
"바지벗어봐"
그녀의 뜻을 알아챈 태수는 몹시 당황했다.
"아..아니에요. 이러지 않으셔도 되요"
"나때문에 이렇게 됐잖아. 미안해서 그래. 하는거는 시간이 걸리니까 이거라도 금방 해줄게"
엄마가 사정하듯이 계속 말하자 태수는 어쩔수없이 바지와 팬티를 내렸다.  그녀는 미소를 머금고 성난 성기를 얼마동안 손으로 감싸고 흔들더니 이윽고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엄마가 부드럽고 따듯한 입으로 성기를 조이고 혀로 핥기 시작하자 불편했던 그의 몸에서는 다시 흥분이 밀려왔다.  예전에 엄마가 오럴섹스를 해주다가 그녀의 입안에 그만 사정을 한적이 몇번 있었다.  그럴때마다 너무나 놀라고 미안해서 어쩔줄을 몰라했으나 그녀는 걱정하지 말라며 그냥 웃기만 하였다.  하지만 그녀가 괜찮다고 아무리 안심을 시켜도 엄마의 입안으로 정액을 넣는다는것은 무례하고 크나큰 실례로 생각돠어 마음이 편치않았다.  할때마다 늘 그러지 않겠다고 염두해두지만 엄마가 성기를 놓지않고 오럴섹스가 길어질때면 그도모르게 사정이 나왔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런 생각을 하며 흥분을 하면서도 그녀의 입안에 사정을 하지 않을려고 조심하고 있었다.  앞이 열린 잠옷차림으로 그의 성기를 정성껏 빨아주는 엄마는 별안간 입안에서 성기를 빼더니 촉촉한 혀로 귀두와 기둥 그리고 뿌리를 골고루 핥아주었다.  그리고는 손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던 불알도 잊지않고 혀로 애무했다.  그녀의 오럴섹스 실력은 처음받았었을때와는 몰라보게 늘어있었다.  주체할수없는 흥분때문에 태수는 의자의 가장자리들을 손으로 움켜잡고 신음을 내뱉었다.
"으........ 아............."
다시 엄마가 성기를 입안에 넣고 머리를 움직이는 속도를 빨리하며 열정적으로 빨자 이성을 상실한 그는 그녀의 입안에 사정을 않하겠다는 생각도 잊어버리며 결국은 얼마후에 정액을 분출하고야 말았다.  조심을 하고있었어도 너무나 흥분이 되어있어서 성기를 엄마의 입안에서 뺄 겨를도 없었다.
"아!.......... 아!............"
정액이 하염없이 흘러나오고 있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성기를 입에 물고있었다.  이윽고 정액은 한방울도 남김없이 그녀의 목구멍으로 흘러들어갔고 엄마는 성기에 묻어있는 정액의 흔적들을 깨끗이 빨아주고나서야 막혔던 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들었다.
"헉헉........."
경련을 일으키며 쾌감을 만끽하던 태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입가에 하얀 정액들이 묻어있는 엄마를 발견했다.  언제나 그녀의 입안에 사정했을때처럼 몹시나 놀라고 당혹스러워 얼른 그녀를 일으키고 책상위에 있는 휴지를 뽑아 입언저리를 닦아주었다.
"엄마....."
미안한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는 그와 함께 정액을 닦아내던 엄마는 수줍어 보이는 엷은 미소를 살짝 지었다.
"이젠 공부할수 있겠어?"
"저만 기분좋으면 죄송하잖아요"
"괜찮아. 네가 기분좋으면 나도 좋으니까. 어서 공부해. 내가 네시간을 너무 많이 잡은것 같다"
홍조를 띄는 엄마는 재빨리 잠옷상의의 단추들을 잠그고 그의 볼에 입맞춤을 해준다음 웃음을 지으며 얼른 방을 나갔다.  미안함과 행복감으로 그녀가 나간 방문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태수는 의자를 바로 하고 다시 공부하던 책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중간고사가 끝난 다음날, 선규와 함께 보급소로 가고있는 태수의 머리속에는 고민이 가득했다.  내일까지 문과나 이과중 진로를 하나 선택해서 학교에 제출해야 했다.  선규는 이미 결정해서 냈지만 그는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까 어느새 마지막날이 되도록 못내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어느쪽으로 갈것인지 정해져 있었으나 일단 엄마에게 말을 해야할거때문에 두려움이 들었다.  문과라면 세상일에 말려드는 직업들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항상 그쪽계통은 가지말라고 신신당부하곤 했었다.  그러나 옛날부터 하고싶었던게 있었고 전에 유진의 말도 있고해서 이번만은 엄마가 원하는대로 가기를 내키지가 않았다.
[엄마가 들으시면 내내 걱정하실텐데.....]
그러던 그는 문득 유진이 생각났다.  요즘 왠지 경계심이 느껴지긴 했지만 속이 답답할때 그녀의 말한마디만 들으면 시원해지고 보이지않던 길이 눈앞에 보였다.
"선규야, 너는 문과간다고 했었지?"
"응. 근데 그건 왜? 설마 너 아직까지 안낸거는 아니겠지?"
선규의 말을 듣고 태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선규는 놀라며 입을 열었다.
"아직 안냈구나. 내일이 마지막날인데 어떡할려고 그래? 아줌마때문에 그러는거야?"
"응"
태수의 고민을 알고있는 선규는 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냥 말씀드려. 얘기가 잘 통하시는 분인데 설마 그걸 이해 못하실까?"
"너도 내장래에 대해서 우리엄마가 그러시는걸 잘 알잖아"
"그래도 그렇지. 네가 공부하고 싶어하는데 아무리 내키지 않으셔도 허락을 하시지 않으시겠니?"
"모르겠다. 너희엄마는 뭐라고 하시던?"
"우리엄마야 내가 하고싶다면 그냥 허락하시잖아"
그말을 들은 태수는 선규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는데 선규가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커서 무슨일을 하고싶은데?"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어. 하지만 이과계통은 내적성에 맞지가 않는거 같애"
혹시 엄마의 귀에 들어갈까봐 그는 속마음을 선규라도 내보이고 싶지가 않았다.  그의 대답을 듣고 선규는 놀랍다는듯이 말했다.
"아직 결정안했어? 너같이 계획을 잘 세우는 애가 왠일이냐?"
"하고싶은게 많아서 그런가봐. 너는 돈많이 번다고 했지?"
"응. 상대에 갈려고"
"나중에 회사를 하나 세울거야?"
그소리에 선규는 눈쌀을 찌푸렸다.
"크게 돈벌려면 한국에서 어떻게 회사를 세워?"
"왜?"
"우리나라는 재벌이라는 기득권세력이 있기때문에 회사를 세워도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어. 중소기업들봐라. 재벌들에게 먹히거나 아니면 하청업자가 되서 그들과 운명을 같이 해야 되잖아. 특히 제조업이 그렇지"
"그래도 재벌에게 잘 붙으면 수입은 안정적이잖아"
그러나 선규는 머리를 내저었다.
"하지만 재벌이 무너지면 전부 끝장이지"
"재벌이 망할수가 있어? 우리나라 경제기반은 재벌들인데 그러면 큰일날거 아니야?"
"이세상에 망하지 않는게 어딨냐? 민족만 빼고는 전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법이야. 하여튼 이나라의 구조가 잘못된거 같애. 너무 한쪽에만 힘을 실어주면 안되거든. 재벌들이야말로 경제의 독재자들이야. 네말대로 재벌 하나라도 무너지면 아마 나라에 부도가 날거다"
"그런일이 있을수 있겠냐?"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수 있냐?"
선규에게서는 어딘지 모르게 불만과 부정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 사업을 하지않는다면 뭘 할거야? 외국에 나가서 살거야?"
"남의 밑에서 평생동안 일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외국에 나가 살기도 싫고. 꼭 경영이 아니더라도 돈버는 방법은 얼마든지 많을거야. 그걸 찾아봐야지"
선규의 말을 듣고 태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가 좋으니 반드시 그방법을 찾겠지. 그나저나 선규는 아무 지장없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노력만 하면 되지만 나는 어떡한다?]
수심이 가득해지는 그의 얼굴을 보고 선규는 한숨을 쉬었다.
"하여간 우리나라 교육이 문제야. 한창 꿈이 많을 나이에 죽어라 공부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지금당장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라 그러고. 벌써부터 인생이 불쌍해지잖아"
"어떡하냐? 나라의 정책을 결정하시는 높으신 양반들이 이걸 옳은걸로 생각하시니. 우리같은 학생들은 그저 따라야지"
"잘못된 제도가 있으면 연구를 해서 고쳐야지 뭐 하는거냐? 국민이 내는 세금받아서 그냥 놀기만 하나봐"
"한자리에 오래있지를 못하니 연구할 틈이나 있겠냐? 그러다가 불만의 소리가 나오면 허둥지둥 뭐하나 바꾸고 대단한 일을 했다고 우쭐하는거지"
"태수야, 나는 안할거지만 너도 커서 정치는 하지마라"
"가장 욕을 많이 받는 지름길이 정치하는건데 내가 그걸 왜 하냐?"
"그사람들은 자기네들이 욕을 받는다는걸 알까?"
"국민들을 무지한 백성들로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아마 신경도 안쓸거다"
"아니야. 그래도 선거때는 제법 귀를 기울여주는 시늉은 하던데?"
그말에 태수는 선규와 함께 한참동안 비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다음 선규는 근심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줌마께 말씀드리기가 정 힘들다면 걱정하시지 않을걸로 아무거나 말씀드려. 문과도 공부할게 얼마나 많은데 그런거 하나 없겠냐? 결정은 대학갈때 하고. 우선 급한불부터 꺼야 할거 아니야?"
그소리를 듣고 태수가 깊은 생각에 잠기자 선규는 그의 어깨를 다정하게 두들겼다.
"너무 걱정하지마. 옛말에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데잖아"
그러자 입가에 미소를 띄고 선규를 바라보던 태수는 이윽고 보급소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51부끝


모자들의 교향곡 52부

저녁을 먹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후에 노크소리가 들리며 엄마가 과일을 가지고 방에 들어왔다.  그녀에게 말할 기회를 살피고 있던 태수는 긴장을 했다.  엄마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여전히 겁이 났으나 이왕 그녀가 들어온 김에 말을 하기로 결심했다.
[매도 빨리 맞는게 낫지]
밝은 얼굴로 과일을 내려놓던 그녀는 그를 보더니 상냥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
"태수야"
"네?"
"너, 나에게 할말이 있지?"
그말을 듣고 태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혹시 선규엄마에게서 뭘 들으셨나?]
아까보다 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쳐다보니 엄마는 계속 생글거리며 웃는 얼굴이었다.
"얼마전부터 뭔가를 얘기하고 싶은 눈치더라. 오늘은 아까 책방에서부터 그눈치가 더 심한것 같고"
엄마를 유심히 살펴보니 그가 말할려는게 뭔지 아직 모르고있는 눈치같았다.
[무슨 눈치가 이렇게 빠르셔? 유진이누나도 그러더니. 여자들이 원래 눈치가 빠른가?]
"뭔데 그래? 무슨 걱정거리가 있어?"
한동안 그녀를 응시하던 태수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일까지 문과와 이과에서 어느쪽으로 갈건지 결정해서 제출해야 되요"
"그런데? 이미 정한거 아니었어?"
여전히 엄마의 웃음띄는 얼굴을 보며 잔뜩 긴장된 심정으로 말을 했다.
"문과로 갈려고 해요"
그러자 엄마는 순식간에 얼굴빛이 변하며 정색을 했다.
"거기는 왜?"
다정다감했던 기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절제된 어조로 말하는 그녀는 예전의 엄마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아들앞에서 조금도 흐트러짐을 보이지않고 정숙해지는 엄마를 보던 태수는 저도모르게 자세를 바로 했다.
"그쪽계통의 공부를 하고싶어서요"
"뭘 할건데?"
조용하게 물어보는 그녀의 어조에는 걱정과 불신이 담겨져 있었다.
"영어를 공부할려고요"
"영어?"
"네. 나중에 교수나 할까해서요"
"교수? 영문학 교수같은거 말이야?"
"네"
그러자 굳어졌던 그녀의 얼굴은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다.  얼마동안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던 엄마는 작은소리로 중얼거렸다.
"교수라....."
조마조마하던 태수는 그나마 엄마가 생각보다 많이 놀래거나 걱정을 하지않는것을 보고 얼른 덧붙혔다.
"그런거는 그저 가르치는 직업이니까 괜찮아요. 더군다나 영어는 그냥 학문이니까 세상일에 말려들 필요도 없고요"
"영어를 좋아하니?"
"네"
다시 침묵하던 엄마는 조금후에 고개를 들고 물었다.
"저번에 네가 하고싶다는게 그거였어?"
"그때는 그냥 생각정도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결정했어요"
그소리를 듣고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영문학 교수라면 네말대로 나쁠거는 없겠지. 그리고 외국어를 잘하면 우대받는 세상이니까. 네가 하고싶다면 그렇게 해라"
"이해해주셔서 고마워요, 엄마"
다시 안색과 태도가 다정하게 돌아오는 엄마를 보고 조마조마했던 태수는 그제서야 안도를 했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를 속인다는 생각에 그의 심정은 여전히 무겁고 꺼림직하기만 했다.

한참동안 현란한 기교로 성기를 빨아주던 마담은 이윽고 고개를 들더니 침대위에 바로 눕고는 두다리를 활짝 벌렸다.
"이젠 네가 해봐"
황흘감에서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던 선규는 그소리에 놀라서 편안하게 누워있는 마담을 쳐다보았다.
"무슨 소리하는건지 몰라? 내가 해줬으면 너도 해줘야 할거 아니야. 욕심많게 너만 받을려고 그랬어?"
미간을 찌푸리는 그녀의 말을 듣고 선규는 얼떨결에 마담의 두다리사이로 내려갔다.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았지만 여자에게 오럴섹스를 해줘본적이 없어 난감해졌다.
[이럴줄 알았으면 엄마한테 사정해서 한번 해보는거였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는거야?]
엄마와 할때는 자신이 실수를 하더라도 그녀가 모든것을 이해해주어 마음이 편안했지만 마담과 할때는 어쩐지 틈을 보이고싶지가 않았다.  조금이라도 그녀의 마음에 안들면 짜증을 내고해서 섹스를 하면서도 본능적인 쾌감만 느낄뿐 마음이 불편하여 섹스자체를 즐길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다시 마담쪽을 보다가 눈쌀을 찡그리고 있는 얼굴을 보고 선규는 얼른 그녀의 음모를 향해 엎드렸다.  그리고는 수북한 검은 음모를 만져보니 이미 꽃잎에서는 애액이 흐르고 있어 제법 축축하였다.
[이여자는 무슨 흥분을 이렇게도 잘하냐?]
수풀들을 헤집고 그안을 들여다보니 음부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번에도 그녀의 음부를 만진적이 있어서 이번은 그렇게까지 가슴이 뛰지는 않았다.  하지만 곧 행할 행위를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하기만 했다.  선규는 섹스에 대해서 무엇이든 엄마와 첫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여자에게 해주는 오럴섹스를 다른 여자도 아닌 바로 마담과 첫경험을 생각한다고 하니 심정이 그저 씁쓸했다.  혓바닥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동굴입구와 주위를 핥아보았다.  여자의 음부를 빨아주는 환상을 오래전부터 갖기는 했었으나 생각보다는 힘들었다.  말랑말랑한 꽃잎주위에서는 자꾸만 털들이 입에 걸려서 마치 시원한 물을 마시다가 뭔가가 입안에 걸리는 기분이었다.  혀에 묻는 털들을 떼어내며 계속 거무스름한 질주위를 빨자 마담은 짜증을 냈다.
"왜 이렇게 제대로 못해? 애인하고 해보지도 않았어?"
마담의 말이 마치 엄마를 모욕하는 소리로 들려 분노가 치밀어오른 선규는 엎드려있는 몸을 일으킨다음 그녀를 싸늘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흥분하던 마담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다는걸 느끼고 상반신을 조금 일으켜 마주 쳐다보았다.  그러나 선규의 차가운 기색에도 그녀는 조금도 동요하는 빛이 없었다.  오히려 함께 노려보며 어느새 냉랭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애인얘기를 꺼내서 기분나빠졌어?"
"....."
한참을 노려보던 그녀는 이윽고 얼굴표정을 부드럽게 하더니 몸을 더 앞으로 일으켜 그의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잡았다.
"애인을 끔찍히 여기나보구나. 누군진 몰라도 네가 그렇게 나오니까 질투나는데?"
"....."
계속해서 노려보는 선규가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그녀는 묘한 미소를 흘렸다.
"내가 잘못했으니까 화 풀어. 응?"
"....."
그러더니 마담은 키스를 해주고 선규를 가슴품안으로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그의 등을 다독거리며 달랬다.
"미안하다고 그랬잖아. 내가 이렇게 사과를 하는데 속좁게 계속 그럴래?"
그녀의 가슴품안에서 가만히 있던 선규는 그녀가 상냥하고 나긋한 소리로 계속 달래주자 가슴속에 사묻혔던 분노가 어느정도 가라앉게 되었다.  그러나 불쾌감이 여전히 남아있어 더이상은 행위를 할 마음이 사라졌다.
"오늘은 그만 가고 싶어요"
하지만 마담은 선규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린애처럼 자꾸 왜 그렇게 심통을 내? 누워봐. 오늘은 내가 알아서 다 해줄게"
그리고는 그를 침대위에 바로 눕혔다.  선규는 기분이 나지않아 마담의 집을 어서 나가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았으나 그녀가 능수능란한 기교를 부리며 말초신경을 자극하자 수그러들던 성기는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격렬한 정사가 끝나고 선규는 착잡한 심정으로 마담옆에서 함께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기분이 나빠져서 하고싶지 않던 상태에서도 마담의 손길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자신의 육체가 원망스럽기만 했다.
[속은 싫어해도 아무여자의 손길을 받으면 내몸은 그렇게 되는건가? 아니면 이여자에게 무슨 특별한 기술이 있는건가? 상당히 매력적이라는건 인정하는데 마음이 안따라주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럴수가 있었지? 이래서 남자는 단순하다는 소리를 듣는가보다]
옆에서 마담은 무표정으로 담배연기를 조용히 내뿜고 있었다.
"애인이 너처럼 학생이니?"
"....."
선규가 흠짓 놀라며 그녀를 쳐다보자 마담은 약간 불만이 섞인 기색으로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나하고 있을때도 애인생각이 나?"
"....."
"앞으로는 그러지 마. 나도 여자야. 네가 나와 있을때 딴여자를 생각하는건 싫다고"
그소리에 선규는 상당히 놀랬다.  그를 단순히 성적으로 만족할려고 이용하는 도구로 생각하는줄 알았는데 그말은 뜻밖이었다.  도무지 그녀의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의아해 하고 있는데 문득 지금이 그가 계책하고 있던것을 말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었다.
"남자도 여자처럼 질투가 있어요"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소리를 듣고 마담은 선규를 응시했다.
"남자는 안그럴줄 알았어요?"
"너는 나에게 질투를 느끼지 않는다고 했었잖아"
"그때는 그랬는데 계속 누나를 만나다보니까 생각이 바뀌어지네요"
그러자 마담은 놀란 기색으로 그에게 바짝 다가왔다.
"그럼 이제는 질투를 느낀다는거야?"
"예. 남자가 여자를 계속 만나다보면 그여자가 다른 남자와 있는걸 싫어하는거는 정상이 아니겠어요?"
그말을 듣고 마담은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네가 나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듣기는 나쁘지 않네"
"그남자도 저와 같겠죠?"
그러자 그녀는 다시 정색을 지으며 그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남자라니?"
"누나애인말이에요. 그사람은 누나가 저와 이런다는걸 모르고 있을거 아니에요"
"그래서?"
어느새 그녀의 말속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제가 그사람을 만나 이사실을 얘기하면 어떻게 되는거죠?"
마담이 벌떡 일어나자 선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무슨말을 하는거야?"
"누나도 무서운게 있나보죠?"
선규가 여유있게 말하자 그녀는 애써 태연한척을 하면서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네가 그사람이 누군지 알아낼수 있을거 같애?"
"제머리가 그쪽으로 좀 발달되서 한번보면 잊어먹지를 않아요. 그사람의 얼굴과 지동차번호를 알고있는데 누구인지를 알아내기는 저같은 어린애에게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한참동안 그를 노려보고 있던 마담은 긴장된 어조로 말했다.
"원하는게 뭐야?"
"그남자를 포기하세요. 그리고 제마음은 애인에게 가있기때문에 누나를 별로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뒤에서 딴남자를 만나는 여자는 저도 별로에요. 하지만 누나가 저만 보겠다고 약속하면 제가 원할때마다 만나드릴 용의는 있어요"
무표정으로 있던 그녀는 얼마후에 냉소를 흘렸다.
"너같은 어린애가 그런 말을 한다고 그사람이 믿을거 같애?"
"안맏을수도 있죠. 하지만 그사람도 누나가 어떤사람인걸 알텐데 믿지를 않더라도 일단은 의심을 품겠죠. 그러면 지금같은 감정을 유지하기가 좀 힘들걸요. 남자가 어떤 동물인지 잘 아시잖아요? 바람을 피우면 여자는 몇번정도 용서해줄수 있는데 남자는 가차없이 그자리에서 이혼이잖아요"
선규는 두다리를 쭉 뻗고 두팔을 머리뒷쪽에 올려 팔베개를 하며 느긋하게 말했다.  그러자 그토록 냉정함을 잃지않던 마담의 눈가에서는 약간의 경련이 일어났다.
"그러면 너는 무사할거 같애?"
그녀가 협박을 해올것을 알고 미리 마음의 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말을 들으니 속에서는 두려움이 올라왔다.  그러나 이왕 여기까지 온거 계속 밀어부쳐야 한다고 다짐하고 여전히 여유스러운 표정을 유지하며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말했다.
"저희집에 오시던지 학교에 찾아오시던지 마음대로 하세요. 저는 누나를 본적이 없다고 무조건 잡아뗄거니까요. 저 이래봐도 학교에서 우등생이에요. 사람들이 성적만 좋으면 무조건 좋게 보는거는 아시죠?"
"....."
"집에서는 제말을 믿어주실테고 학교에서는 근신정도로 그칠거에요. 뭐 근신도 내신성적에 치명적이지만 누나한테 끌려다는것보다는 나아요. 그리고 그남자의 가정도 지켜주는게 되니까 좋은일을 하는거잖아요"
물론 선규의 속마음은 그가 말한대로 되어지지 않을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이나 그가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기때문에 으름장이나마를 쳐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마담에게 겁을 줄수가 없을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선규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체 천천히 일어나서 옷을 입기 시작했다.
"잘 생각하세요. 누나에게 돈 받은것도 없어서 저는 떳떳해요. 뭐 누나가게에서 공짜술을 마신적은 있지만 설마 그거가지고 뭐라 하실거는 아니죠?"
그리고는 방문을 나서다가 이제는 유혹적인 나체위에서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있는 마담을 보며 마지막 한마디를 던졌다.
"아, 참. 그리고 곧 신문배달을 그만둘거에요. 소장님께 제후임자로는 아주 어리거나 못생긴 애, 아니면 여자로 정하시라고 말씀드릴게요"
그리고는 유유히 그녀의 집을 나왔다.  그런다음 그녀의 아파트에서 멀리 벗서어났을때야 그는 비로소 인도에 주저앉으며 긴장을 풀었다.  제대로 쉬지못했던 호흠을 몰아쉬었으나 떨리는 가슴은 진정시킬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그의 협박을 듣고 마담이 가만히 있지 않을것 같아서 무모한 짓을 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반드시 먹혀들어가야 할텐데..... 그렇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지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엎질러진 물을 줏어담을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는 여기서 모든일이 끝나 선생님이나 그가 옛날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하는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났다.  그동안 선생님에게서는 아무런 변함을 찾아볼수가 없어 선규의 마음을 극심히 초조하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교문을 나설때는 마담의 차가 있나해서 몇번이나 주위를 살펴볼 정도였다.  그녀가 집이나 학교로 찾아올 가능성을 생각해보았으나 아무래도 선생님의 남편을 만나겠다는 협박때문에 그렇게까지 나올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다른 방법으로 나오겠지? 그때보니까 화가 단단히 났었던거 같은데. 그나저나 선생님남편이 돌아오지 않은것 같은데 정말로 찾아가야 되나?]
배달을 마치고 집으로 오던 선규는 아직까지 약국에 문이 열려있어 또 누가 문닫는 시간에 찾아온줄 알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많은 시간을 놔두고 왜 하필 문닫는 시간에 찾아오는거야?]
엄마가 고생하겠다는 생각으로 짜증섞인 얼굴로 들어오던 그는 귀신을 본거처럼 그만 심장이 멎는것 같았다.  손님과 뭔가를 얘기하고 있던 엄마는 그가 들어오는걸 보고 살짝 미소를 보낸뒤 다시 손님에게 주의를 기울였다.  하지만 손님은 그런 엄마를 보고는 뒤를 돌아보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드님이신가 보죠?"
"네"
마담은 다시 엄마를 보며 상냥하게 말했다.
"그럼 일단은 한박스를 가져가보고 결정할게요"
"그렇게 하세요"
술집에서처럼 기품있게 행동하는 마담과 언제나 다름없이 손님을 친절히 대하는 엄마를 보는 선규는 심하게 두근거리는 가슴과 힘이 풀린 다리때문에 그자리에서 주저앉고 싶었다.  그토록 두려워했던 걱정이 현실로 찾아온 것이었다.
[엄마가 아무렇지않게 행동하는걸 보니 아직은 말을 안한거 같은데.....]
자신과 몸을 섞고있는 두여자가 한자리에 있다는게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것도 보통여자가 아니라 하나는 자신을 낳아준 엄마였고 다른하나는 산전수전을 겪은 고급술집의 마담이었다.  숨도 못쉬고있는 선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마담에게서 보이지않게 서서히 목이 조여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다시한번 그를 보고는 눈가에 웃음을 짓더니 엄마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제가 차를 좀 멀리 세워놨는데 죄송하지만 아드님께서 상자를 거기까지 운반해 주시면 안될까요?"
"물론 그렇게 해드려야죠. 선규야, 할수있겠지?"
몹시 긴장하고있어 대답도 못하고 있는데 마담이 그를 보며 다정하게 물었다.
"이름이 선규에요? 그래줄수 있어요? 제가 혼자 들기에는 좀 벅차서 그래요"
도무지 아무말도 나오지가 않아서 선규는 창백해진 얼굴로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아무렇지가 않은듯 계속 친절한 웃음을 머금고 그에게 진열장뒤에 있는 박스를 가리켰다.
"이거야. 무겁지는 않지만 병이 들어있으니까 조심해야 돼"
선규는 최면에 걸린듯 아무런 생각없이 다가가서 상자를 들었다.  그위에 적혀있는 글자들을 보니 소화드링크였다.  마담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엄마에게 공손히 말했다.
"아드님에게 미안해서 어쩌죠?"
"우리애가 자주 도와주니까 마음쓰시지 마세요"
선규가 상자를 들고 마담에게 오자 그녀는 다정다감한 얼굴로 그를 살펴보았다.
"아드님이 참 미남이시네요. 제가 학생이었다면 따라다녔겠어요"
그소리에 선규는 하마트면 상자를 떨어트릴뻔 했으나 엄마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소리없이 웃었다.
"그렇게 보아주시니 감사해요"
"자녀분이 이아드님 혼자이세요?"
"네"
"그럼 약사선생님께 너무나도 귀하시겠네요"
"네. 저한테는 그래요"
그러더니 엄마는 그에게 얼른 손짓을 했다.
"뭐하니? 어서 나가지 않고"
엄마의 재촉에 선규는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지탱하며 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마담은 두손을 앞으로 모으고 공손하게 허리굽혀 인사했다.
"친절한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곧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읍니다"
그소리에 선규는 눈썹이 이마끝까지 올라갔다.
[곧 연락을 한다니?]
그의 심장은 몹시나 두근거려 마치 가슴을 뚫고 나올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의 심정을 모르는 엄마는 함께 인사를 하며 말했다.
"저희 약국을 찾아주셔서 제가 오히려 감사드립니다. 안녕히 가세요"
엄마앞에서 내내 온화한 표정을 짓던 마담은 약국을 나오자마자 금새 냉랭한 얼굴로 변했다.  그녀의 뒤에서 선규는 상자를 들고 말없이 따라가기만 했다.

약국에서 얼마간의 거리가 떨어지자 그녀는 무덤덤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예뻐해주면 고마워할줄을 알아야지....."
그녀의 말을 들으니 선규는 몹시나 긴장이 되어 오만가지 별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학교에 찾아올까? 그럼 담임선생님하고?]
그의 가슴속에는 알수없는 두려움이 계속 밀려와서 마담에게 반항하고 싶은 생각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더군다나 엄마한테까지 무슨짓을 할지도 몰라 무조건 그녀의 말을 따라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지난번 술집에서 느꼈었던게 기억났다.  미스터박, 미스성, 그리고 종업원들의 절제되고 조심스러운 행동들을 보며 그저 교육을 잘 시키는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그이유가 어렴풋히 이해가 될것 같았다.  그러는데 마담이 걸음속도를 늦추면서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네가 말한걸 생각해봤어"
그녀의 말소리는 어느때보다도 더욱 삭막하게 들렸다.
"네가 그런말만 하지 않았다면 언젠가는 놓아줄려고 했었겠지만 이제는 마음이 변했어. 나는 내가 찍은 사람이 반항을 할수록 더 매력을 느끼거든"
"....."
"물론 그사람도 계속 가지고 있을거고. 그사람을 만나든말든 네마음대로 해. 네가 말했듯이 그사람도 나에 대해 잘알어. 남자들이 나를 어떻게 건들어 볼려고 해괴한 말까지 하는거까지 말이야. 물론 너같이 어린애가 그런말을 한다고 놀라기는 하겠지만..."
그러더니 마담은 걸음을 멈추고 냉소를 지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어머님께서 너를 보시는 눈에 애정이 가득 담겨있더라. 이혼하시고 혼자되신 몸에 옆에는 너밖에 없으니 그럴만도 하시겠지"
그말에 선규는 얼굴에 핏기가 없어지며 기절할뻔했다.
[뒷조사를 하느라고 이제야 찾아온거구나]
이제 상황은 역전되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에게 마담이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너하나만 바라보고 사시는 어머님이 우리일을 아시면 상심이 아주 크시겠지? 더군다나 아들에 대한 어머님의 사랑은 남다른데. 보니까 미스터박말대로 훌륭하신 분이신거 같은데 나도 네어머님께 상처를 주고싶지 않아. 너도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 않지? 어머니를 잘 따른다고 했잖아"
"....."
"너를 애지중지하며 키우셨을텐데 그런 어머니의 가슴에 못을 박아 쓰러지시게 하면 안되겠지? 어머님한테는 네가 눈에 넣어도 하나도 안아플 자식일텐데 그러면 나보다 더 못된 인간이 되는거지"
마치 선생님이 학생에게 타이르듯이 자상하게 말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선규는 패배를 승복했다.
"이제부터는 다시는 그러지않고 누나말씀 잘 들을게요"
그러자 마담은 만족스럽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으나 얼굴에서는 계속 찬바람이 돌았다.
"저번에 내가 한번만 더 그런다면 용서하지 않겠다 했지?"
그말을 듣자 선규의 다리는 부들부들 떨렸다.  평생 이렇게까지 겁이 나 본적은 없었다.  한동안 말없이 걸어가는 마담을 따라가자 이윽고 그녀의 차가 나타났다.  열어진 트렁크안에 상지를 싣자 마담은 트렁크를 닫고 그를 무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신문배달을 그만두겠다고 어머님께 말씀드렸어?"
"아직이요. 보급소에만 말해놨으니까 곧 사람을 구하는대로 그만들거에요"
"그럼 배달은 그만두되 어머님께는 말씀드리지마. 배달해서 버는 돈은 내가 줄테니 걱정하지말고 그시간에 내가 부를때마다 와"
"평일에도요?"
"왜? 못하겠어?"
그녀의 얼음장같은 얼굴을 보고 선규는 저도모르게 흠짓하며 얼른 대답했다.
"시..시키는대로 할게요"
"네어머니에게는 내가 이근처에 음식점을 낸다고 말해놨어. 그래서 저걸 들이겠다고 말하러 간거야"
그소리에 선규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도매상들에게 구입하지 않으신다고 엄마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하요?"
"저번에 도매상들하고 거래를 하다가 마찰이 많아서 좀 돈이 들더라도 너희 약국과 할 생각이 있다고 둘러댔어. 네어머니도 어차피 돈이 들어오는거니까 별다른 말씀은 없었고. 만약에 정말로 계약을 한다면 네어머니와 자주 보게 될거야. 그렇게 되면 학교에 찾아갈 필요도 없게 되는거지"
도저히 빠져나올수없는 함점에 걸려들었다는걸 깨달은 그는 절망감에 빠졌다.
"계..계약을 하실거에요?"
"네가 하는걸봐서"
그리고는 빽에서 삐삐를 꺼내 건네주었다.
"나에게서 연락이 오면 즉시 전화해. 그렇지 않으면 너네집으로 곧장 전화한다"
말없이 삐삐를 보는 선규를 보던 마담은 차에 올라타며 어이가 없다는 웃음을 내지었다.
"일할 시간에 너를 잡을려고 여기까지 온걸보면 내가 아무래도 너에게 빠졌나보다. 님을 찾으러 온것도 아니고 이 무슨....."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던 마담은 시동을 걸고 차와 함께 사라졌다.  혼자 남게된 선규는 그녀가 준 삐삐를 보다가 문득 개목걸이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집으로 힘없이 걸어오는 선규는 자신이 얼마나 무모한 짓을 했는가를 세삼스럽게 절감하고 있었다.  괜히 쓸데없는 만용을 부렸다가 일만 더 악화되게 만든 셈이었다,  이제는 선생님이 아니라 그자신이 더 절박한 성황에 처해 있는것이었다.  정말로 선생님남편을 찾아가볼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마담의 말대로 부질없는 짓인거 같았다.
[맞는말이지. 어차피 자기가족을 내팽겨치고 마담에게 푹 빠져있는에 내말을 믿겠어?]
이제는 마담의 성노리개로 전락한거 같아서 인간이하의 수치심까지 들 정도였다.  한숨을 연달아 내쉬면서 오는데 저멀리서 약국문을 내리고있는 엄마가 보였다.  그런 그녀를 보니 더욱 괴롭기만 했다.  그러다가 마담과 처음으로 관계를 맺었을때 그의 괴로워하는 심정을 엄마가 눈치챘었던게 떠올랐다.
[가만있어봐. 마담이 또 찾아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데 잘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정말 큰일난다]
마담이 조금전에 엄마에 대해서 했던 말들을 다시한번 상기하며 그는 애써 얼굴표정을 밝게 짓고는 엄마에게 달려갔다.
"지금 문닫는거야?"
"응. 데이트는 잘했어?"
"엉?"
선규가 소스라치게 놀래자 엄마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그의 볼을 꼬집었다.
"아까보니까 그손님에게 넋을 잃고있는게 보이더라"
"내..내가 언제....."
그가 안도를 하며 겸연쩍게 웃자 엄마는 감탄하는 얼굴로 말했다.
"하긴 내가 봐도 대단한 미모와 매력을 겸비했더라. 남자들이 지나가면서 한번쯤은 쳐다보겠더라. 거기다가 언행도 기품있어 교양있게 보이고. 너한테는 어떻게 대하든?"
"그..그냥 도와줘서 고맙다며 약국에 온 이유를 말씀해 주셨어"
"네가 봐도 매력있지?"
"아니야. 난 그사람보다 엄마가 훨씬 더 예뻐"
그러자 엄마는 웃으며 그의 볼을 다시 잡고 흔들었다.
"으이구, 솔직히 얘기해도 돼"
"정말이라니까"
그의 말에 기분 좋아하는 엄마를 살펴보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정말 그손님과 거래를 할거야?"
"제시하는 조건도 괜찮아서 하게되면 좋겠지. 하지만 결정된건 아니야"
그말을 들으며 선규는 어떡하든 엄마가 마담과 계약을 하지않을 방법을 생각해보았으나 마땅한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하긴. 내가 엄마라도 그런 거래가 있으면 하겠지]
그러면서 엄마를 따라 집에 들어가던 선규에게는 불현듯 이해가 안되는 점이 있었다.  지난번에 술집에서 옷에 여자 분자국을 묻혀왔었을때는 엄마가 질투를 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기색이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이상하다. 내가 마담에게 반해서 넋을 읽고 쳐다본걸로 생각하면서 왜 아무렇지 않아하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집에 들어가자 엄마는 얼른 저녁을 차려주겠다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선규는 그런 엄마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며 물었다.
"엄마, 질투안나?"
"뭐가?"
"아까 엄마가 그랬었잖아. 내가 그손님을 쳐다보고 있는걸 알고 있었다고"
"그럼 정말 그손님이 네마음에 들어 그런거야?"
이상하다는 표정이 조금도 없이 말하는 엄마를 보며 선규는 황급히 대답했다.
"그게 아니라 사실은 도대체 누가 문닫는시간에 왔나해서 본거야. 내가 그런거 싫어한다는걸 알잖아"
그러자 엄마는 앞치마를 두르며 미소진 얼굴로 그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내가 왜 질투를 느껴야 하는데?"
"저번에 옷에 분자국을 묻혔다고 질투냈었잖아. 그런데 내가 엄마앞에서 다른 여자를 쳐다봤는데도 질투가 나지 않는단 말이야?"
그소리에 엄마의 얼굴에는 약간의 홍조가 나타났다. 그러나 곧 부드러운 기색으로 상냥하게 입을 열었다.
"그거하고는 다른 일이지. 그리고 그렇게 매력적인 여자가 있으면 남자라면 한번쯤은 쳐다볼수도 있는거 아니야? 나도 그정도는 이해해. 더군다나 그손님은 너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사람인데 내가 질투를 느낄 이유가 아무것도 없잖아?"
"그럼 엄마는 나이차이때문에 별 신경을 안쓰는거야?"
"응. 비슷한 나이또래도 아닌데 네가 설마 그여자와 사귀겠니? 그리고 그손님이 이런걸 들으면 어이가 없다고 웃겠다"
편안한 얼굴로 말하는 엄마를 보며 선규는 그저 입만 벌리고 있었다.
[이렇게 안심하고 있는데 진짜로 그사실을 알게되면 그자리에서 쓰러지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엄마가 알게될까하는 두려움이 더욱 커져갔다.
"만약에 내가 그런 나이있는 여자와 정말로 무슨일이 있다면 어떡할래?"
숨도 제대로 못쉬며 매우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미소짓던 엄마는 더 크게 웃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겠니? 나이많은 여자라면 내가 있잖아. 너도 나밖에 없다며? 여자를 만날려면 나중에 당연히 네또래의 여자를 만나야지. 꼭 그렇게 될거라고 난 너를 믿어"
그의 볼을 어루만지다가 가볍게 입맞춤을 해준 엄마는 여전히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멍하니 서있는 선규는 속으로 그녀에게 절박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농담이 아니야, 엄마! 나 정말 그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있다고!]

그로부터 며칠후에 선규는 신문배달을 그만두었다.  태수에게는 사정이 있어서 그런다고 말하며 자신의 엄마에게는 당분간 절대로 말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태수는 처음에 무슨 안좋은 일을 하냐고 의심을 했지만 그에게 기타를 가르쳐줄 더 실력이 좋은 사람을 만났다며 적당한 핑계를 댔다.  태수도 그가 기타에 빠져있는걸 알기때문에 정당히 하라고만 할뿐 더이상은 별다를 말을 하지않았다.  배달을 그만둔 바로 그다음날, 교문을 나서는데 선규의 바지주머니속에서 진동이 왔다.  공중전화기에 가서 삐삐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를 걸으니 마담의 차가운 목소리가 나왔다.
"우리집으로 지금당장 와"
"....."
"어제 배달을 그만뒀다는걸 다 알고 하는 전화야. 안오면 알아서 해"
그말을 냉혹하게 내뱉은다음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협박이 들어간 명령조였다.  한숨을 쉬며 전화를 내려놓은 선규는 곧장 마담의 집으로 향했다.  이제는 반발심이 조금도 없는 그는 그저 마담의 눈밖에 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그녀의 집을 가자 마담은 무표정으로 우선 씻으라는 말만 했다.  샤워를 한다음 수건으로 아랫도리만을 가리고 나오자 그녀는 평범한 상의에 짧은 치마를 입고 침대옆에 있는 안락의자에 앉아 조용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마담의 손짓에 따라 선규는 허리에 두른 수건을 잡으며 그녀를 마주보는 침대가장자리에 얌전히 앉았다.  그녀는 풀이 죽어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있다가 딱하다는듯이 입을 열었다.
"진작부터 이렇게 말을 잘들었다면 이런일이 없잖아"
"....."
"그런데 한가지 이해가 안되는게 있어. 너, 애인은 정말 있는거냐?"
그말에 선규는 숙이고있던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러나 그의 반응에는 개의치가 않은지 마담은 손에 들고있는 담배만을 응시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사람을 시켜 네뒤를 밟게 해봤는데 만나는 여자가 아무도 없었어. 학교끝나고 신문배달하면 곧장 집에 가고. 보통 애인이 있다면 시도때도없이 만나는데"
그리고는 마담이 한쪽눈을 치켜세우고 바라보자 선규의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어..언제부터 그러셨어요?"
"네가 여기서 나를 협박한 바로 다음날부터"
그말을 듣고 선규는 그이후에 선생님집을 간적이 없었다는걸 확인하자 깊은 안도를 했다.  하지만 그녀가 계속 이런식으로 나온다면 큰일이었다.  선생님은 둘째치고 엄마와의 괸계까지 들킬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발밑에 얼른 무릎을 꿇고 사정했다.
"이제부터 진짜로 말 잘들을테니 제발 그러지 마세요. 제가 이렇게 사정할게요"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마담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발밑에 있는 그를 말없이 응시했다.  고개를 약간 들어 쳐더보니 입가에 머금고있는 그녀의 미소는 섬뜩해서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 정도였다.
"네애인에 대해서 물어봤어"
"저번에 다퉈서 요즘은 만나지 않고 있어요"
"그럼 지금은 만나는 여자가 나밖에 없다는 말이야?"
"네"
선규가 기어들어가는 음성으로 대답하자 마담은 애완견을 다루듯이 허리를 약간 숙여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선규는 너무나도 수치심이 들어 치가 떨렸다.
"그럼 하나밖에 없는 지금애인한테 잘해야지 그러면 돼? 내마음이 얼마나 섭섭했었는줄 알아?"
"잘못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그때 네어머니가 나를 보고 뭐라 그러시든?"
선규가 하얗게 된 얼굴로 쳐다보자 마담은 고개를 뒤로 재치며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뭘 그렇게 놀라? 따지고 보면 나한테는 시어머니잖아. 그러니 나에 대해서 어떤 인상을 받으셨는지를 궁금해 하는거는 당연한거지"
"그..그냥 미인이시고 언행이 바르신 분이라는 말씀밖에는....."
"그럼 내가 시어머님께 합격을 받은거네"
어쩔줄을 몰라하는 선규의 얼굴을 즐기던 마담은 다시 싸늘한 표정으로 바꿨다.
"네가 하기에 달려있다는걸 명심해"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꼬고있던 다리를 풀고 그의 눈앞에서 두다리를 벌렸다.
"지난번에 하다가 그만뒀던걸 마저 끝내"
무슨 소린가 하며 고개를 들던 선규는 그녀의 치마속을 보고 경악을 했다.  마담의 치마속에는 아무것도 걸쳐져 있지가 않았다.

미끈한 두다리사이에서 깊숙한곳에 자리잡고 있는 검은 수풀들을 보던 선규가 너무나 놀라서 경직을 하고있자 마담은 미간을 찌푸리고 짜증을 냈다.
"어서 해. 그리고 오늘은 저번처럼 심통내고 그러는게 안통할줄 알아"
그리고는 둔부를 앞으로 내밀자 선규는 치마를 조심스럽게 올리고 그녀의 두다리를 좀더 벌려 입술을 수풀앞에 갖다대었다.  아직 흥분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오늘만큼은 그녀의 음부가 건조했다.  수풀들을 혜집고 저번에 하던대로 꽃잎을 빨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후 애액이 흘러나오며 음부가 부풀어지고 있었다.  마담은 의자등에 머리를 기대고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가 쾌감으로 몸을 움직일때마다 안락의자는 앞뒤로 조금씩 흔들렸다.
"아....... 아..........."
동굴주위를 핥던 선규의 머리속에는 불현듯 지난번에 손가락을 그녀의 질안에 넣었을때 음핵을 만지자 그녀가 몹시 흥분했었다는것이 기억났다.  그래서 두엄지손지락으로 입구의 양옆을 벌리자 흥건히 젖고있는 빨간색의 조개살이 나타났다.  그리고는 혀끝으로 더듬으면서 이곳저곳을 탐색하다가 마침내 동굴위에 있는 클리토리스를 찾아내고 그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그러자 마담은 두다리를 더 크게 벌리고 광분을 했다.
"허억....... 그렇지........ 거기를.......... 아흑............"
그녀의 신음을 들으며 선규는 침과 애액으로 범벅이 된 입으로 점점 커져가는 음핵을 빨아먹었다.  그의 입안으로 흡입될때마다 꽃잎에서 나오는 쭈욱쭈욱하는 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생전 처음으로 여자의 음부를 빠는거였지만 선규의 마음속에서는 흥분이나 신기함이 조금도 없었다.  마담이 만족하지 않으면 어떡하나하는 불안함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는데 갑자기 저번에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남자와 여자사이에는 나이가 아무 상관없다는걸 엄마는 모르나? 지금 여기에 앉아있는 여자가 엄마라면 얼마나 좋아?]
그런생각을 하는데 별안간 마담이 아까보다 더 크게 교성을 내지르며 그의 머리를 붙잡아 음부로 밀착시켰다.  음부에 얼굴을 파묻어 숨을 쉬기가 어려웠지만 선규는 하던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그의 가슴속에는 어서빨리 행위를 끝내고 이집을 나가고싶은 심정밖에 없었다.  마담의 육체는 심하게 들썩거리며 그의 머리카락들을 움켜잡고 울부짖었다.
"아악....... 좀더.......... 하악............ 그렇게............. 허억........."
그녀의 흥분하는 소리를 들을수록 선규는 빨고있는 입에 흡입력을 더욱 강하게 했다.  이제는 음부가 너무나도 젖어있어서 질의 감촉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얼마가 지나자 갑자기 마담은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더니 선규의 머리를 두다리로 꽉 조이고 온몸에 심한 경련을 내면서 비명을 질렀다.
"으악!........ 아악!............ 악!............ 허억!............"
어찌나 소리를 크게 내지르는지 옆집에 들리지않나하는 조바심이 생길 정도였다.  한참동안 발광하던 마담은 이윽고 몸을 의자에 내려놓으며 그의 머리를 조이고있던 다리에 힘을 풀고 잠잠해졌다.  그제서야 그녀의 사타구니에서 풀려난 선규는 막혀있던 숨을 크게 몰아쉬면서 축 늘어져있는 마담을 쳐다보았다.
"헉헉........."
정신이 나간듯이 있는 마담은 어느새 상의가 올라가 부풀어오른 젖꼭지들을 노출시키고 있었고 두다리사이에 있는 꽃잎은 커다란 구멍이 생겨 아까보다 더욱 빨갛게 된 조개살을 그대로 내보이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만족을 한거 같아 어쨋든 안심이 되긴 했다.  잠시후 눈을 뜬 그녀는 아직까지 바닥에 앉아있는 선규를 보더니 엷은 미소를 짓고는 휴지를 꺼내 밑으로 내려가서 침과 애액이 흐르고있는 그의 입언저리를 닦아주었다.  그런다음 멍하게 있는 그를 껴안고 등을 다독거렸다.
"이게 처음이었니?"
"네. 제가 잘했어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묻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목이 잠긴 음성으로 속삭였다.
"아주 잘했어. 네가 이런거에 타고났나 보다. 이런걸 하면서 그렇게 흥분해보기는 처음이었어"
그소리를 듣고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자 마담은 포옹을 풀고 어느새 열려진 수건속에서 발기된 성기를 보고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잠시 성기를 애무해 주다가 손을 떼고 다시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그만 돌아가도록 해. 내가 또 연락하면 오늘처럼 바로 달려와야 한다"
다시 도도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며 선규는 얼른 일어나서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온 흥분때문에 사정을 하지않은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긴했지만 어쨋든 더이상 마담과 같이 있지를 않고 이집을 나갈수있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했다.  마담은 빽에서 돈을 꺼내 내밀었다.
"받어"
"괜찮아요"
"어서 받어!"
그녀가 정색을 하며 소리지르자 선규는 마지못해 돈을 받았다.  그제서야 마담은 굳었던 얼굴표정을 풀고 흐뭇한 미소를 내지었다.
"내가 주고싶어서 그러는거니까 싫더라도 받어. 네가 하도 받지를 않아서 가게에 데려가 술이라고 줄려고 했지만 지난번처럼 영수증을 가지고오는 엉뚱한 짓을 또 할수있잖아"
마치 몸을 파는 인간이 된거 같아 씁쓸한 심정으로 돈을 보고있던 선규는 고개를 들고 처량하게 말했다.
"누나에게 저는 뭐에요?"
"예전에는 귀여운 아이. 하지만 지금은 말 안듣는 못된 아이야"
그녀가 빙글거리며 대답하는걸 듣고 선규는 기가 막혔다.
[완전히 장난감으로 생각하는구만]
마담을 보는것만으로도 속이 역겨워서 얼른 나갈려고 하다가 사정하는 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계속 제뒤를 밟으실거에요?"
"네가 하는걸 봐서"
"말 잘듣는다고 했잖아요"
"이건 네가 판 무덤이야. 내가 너를 아직 예쁘게 보고있어서 이정도로 그친걸 다행으로 알아"
얼마동안 애처로운 표정을 짓던 선규는 더이상 소용이 없다는걸 깨닫고 집을 나왔다.
[이제는 항상 행동을 조심해야 되겠네. 잘못한것도 없는데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분노가 치밀어올라 1층에서 엘레베이터문이 열라자마자 밖으로 달려나갔다.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보여 가급적이면 이동네를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다.  아파트입구를 나서는데 별안간 누가 그의 어깨를 잡고 거칠게 돌아세웠다.  뛰어가던 선규는 그바람에 넘어질뻔해서 자신을 세운 사람을 화가 난 얼굴로 쳐다보다가 곧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버렸다.  선규의 눈앞에는 처음 만났을때처럼 몸전체에서 찬바람이 도는 담임선생님이 매서운 눈길로 노려보고 있었다.

52부끝


모자들의 교향곡 53부

"서..선생님....."
마담의 집앞에서 선생님을 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선규는 혼이 나간것처럼 그냥 우두커니 서있기만 하며 간신히 입이나마 열고 중얼거렸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냉기가 도는 무표정이었으나 눈에서는 극심한 분노가 보였다.  그러나 겨우 정신을 수습한 선규는 선생님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하는 궁금함과 그녀의 남편에 대해서 알고있는것보다는 마담이나 그녀가 고용한 사람이 그들을 지금 지켜보고 있지않나하는 겁부터 들었다.
[지금 여기서 선생님과 나간다면 마담이 창문으로 볼수있겠지? 어떡하든 선생님이 누구인지를 모르게 해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한 선규는 선생님이 그를 노려보고 있건말건 상관하지않고 입을 그녀의 귀에 가까이대며 다급하게 속삭였다.
"여기서 한참을 나가면 공원이 있어요, 제가 먼저 달려나갈테니 선생님은 저와는 상관없다는듯이 천천히 따라오세요. 그리고 절대로 위나 주위를 보시면 안돼요. 공원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녀의 얼굴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변했으나 선규는 말이 끝나자마자 전속력으로 뛰어나갔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오로지 선생님이 그의 말대로 따라주기만을 바랄뿐이었다.  한참을 쉬지않고 뛰어가서 이윽고 공원에 도착하자 그제서야 달리기를 멈추고 가쁜숨을 몰아쉬며 나무들이 모여있는쪽으로 몸을 숨겼다.  공원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주위를 살펴봐도 그를 따라오거나 주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를 않았다.  이윽고 호흡을 진정시키자 비로소 선생님에 대한 두려움과 의문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파트입구에서 선생님을 만나고나서부터 지금까지는 너무나 놀라고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선생님이 그냥 거기를 지나가는 길이었을까? 아니야. 얼굴을 보니까 다 알고오신거 같던데. 왜 이렇게 일이 자꾸 꼬이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선생님이 어떻게 마담집을 찾았는지를 알수가 없었다.  너무나 두려움이 들어 그냥 도망갈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어차피 학교에서 그녀를 매일 만나기때문에 도망간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남편에 대해서는 아시고 있으신걸까? 어떡하지? 선생님이 아셨으면 난 학교에서 쫓겨나게 되고 그렇게되면 엄마에게도 이사실이 알려질텐데]
두려움과 절망감으로 선규는 울고만 싶었다.  심지어는 그냥 목숨을 끊어버릴까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그러면서 초조하게 서성거리고 있는데 마침내 천천히 걸어오는 선생님의 모습이 나타났다.  여전히 굳어있는 얼굴로 두리번거리지도 않고 그가 있는쪽으로 가까이오는 그녀는 마치 저승사자와도 같았다.  나무뒤에 숨어있던 선규는 긴장을 하며 조용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여기에요"
선생님이 그를 발견하고 다가오자 선규는 재빨리 그녀의 손을 잡아 그의 뒤로 끌어당기고는 다시 그녀를 따라오는 사람이 없었나하여 얼굴을 약간 내밀고 살폈다.  아무도 없는것을 확인한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아파트입구에서 보았던거처럼 차가운 인상의 그녀는 그에게서 무슨 설명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기색이었다.
"어떻게 된건지 말해봐"
"....."
"학교에서 네얘기를 듣고 이상하다는걸 느꼈었어. 마치 뭔가를 알고있다는거 말이야. 그래서 지난 며칠동안 네뒤를 밟았었지. 방금전에 나왔던 여자집에 두번이나 찾아가고 또 그여자는 너희약국까지 찾아갔더라. 거기다가 제일 놀라운것은 그여자집을 지켜보고 있는데 애들아빠가 거기서 잠을 잔다는거야. 어떻게 된건지 어서 설명해봐"
걱정했던게 사실로 드러나자 선규는 가슴이 내려앉았다.
[이제는 모든게 끝장이구나. 몇사람이나 내뒤를 밟았는데 나는 어떻게 눈치를 하나도 못챌수가 있었지?]
선생님의 노려보는 눈길은 더이상 아무것도 숨기지 말라는 강요의 빛을 던지고 있었다.  모든것을 포기한 선규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충격을 받을 엄마와 그녀의 남편과 제자가 한여자와 그런 관계라는걸 선생님이 어떻게 받아들일까하는 걱정도 들었다.  말을 할려고 고개를 약간 들어보니 조금 떨어진곳에 있는 벤치가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보니까 나무들이 사람들이 다니는 길과 사이에 있어서 누가 지나가도 눈에 잘 띄지를 않을거 같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서서는 도저히 얘기를 못할것 같아서 벤치를 가리켰다.
"저기에 앉아서 다 얘기해드릴게요"
벤치를 바라본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와 함께 벤치에 앉아서 싸늘한 얼굴로 그의 말을 기다렸다.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고있던 선규는 그런 상태에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신문배달을 하면서 마담을 만나 강제로 당한 일, 술집에서 그녀를 안고있는 선생님남편을 본 일, 그가 마담의 집에서 산다는걸 들은 얘기, 몇번 반발하다가 그녀의 손아귀에 잡힌 일등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것들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그리고는 그동안 속에 있었던 두려움과 분노, 그리고 설움같은것들이 복받혀 올라오는걸 감당못하고 그도모르게 얼굴을 감싸고있는 두손안에서 조용히 흐느껴 울었다.
"그여자가 혁재아버지를 만나고 있다는걸 정말 몰랐었어요. 죄송해요, 선생님. 제딴에는 혼자서 어떻게 해볼려고 했었는데 너무나 역부족이었어요"
말을 모두 끝마친 선규는 앞으로 어떻게 될건가에 대해서 근심과 두려움이 밀려왔으나 그래도 혼자 고민하던것들을 누군가에게 털어놔서 심정이 시원섭섭하기도 하였다.  그러는데 선생님이 그의 손을 잡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얼굴을 들어 말없이 쳐다보았다.  화를 많이 낼줄로 예상했던 그녀의 얼굴은 뜻밖에도 슬픔과 동정이 들어가 있었다.
"너에게 그런일들이 일어난줄도 모르고..... 진작 나에게 말해주지 그랬어?"
측은한듯이 말하는 그녀의 어조도 아까와는 정반대로 매우 부드럽게 변해있었다.
"네가 상심이 많았겠구나"
그리고는 여전히 흐느끼고 있는 선규를 가슴품안에 안고는 등을 다독거려주며 달래었다.  엄마같이 따듯한 느낌이 나는 선생님의 품안에 들어오자 선규는 오래간만에 평온이 찾아온것 같았다.  마치 엄마에게 안겨있을때처럼 누군가에게 보호를 받는 느낌이 들어 그동안 그의 가슴을 억누르고있던 괴로움과 고민이 사라지고 심신이 지쳐져서 언제까지나 그런 상태로 있고 싶었다.  한참이 지난후에 울음이 가라않자 문득 며칠전에 선생님이 그의 가슴에 기대고 울었는데 지금이 입장이 뒤바뀌어져 있어서 묘한 느낌도 들었다.  그가 진정된걸 알아챈 선생님은 그의 얼굴을 들어 손수건으로 눈물자국을 닦아주며 따듯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네걱정 하기도 벅찼을텐데 내생각도 그렇게 해줬다니 고마워, 선규야"
"화 안나셨어요?"
"내가 왜 화가 나? 오히려 미안한데"
그러더니 마담의 아파트쪽을 쳐다보며 분노가 가득 들어간 얼굴표정을 지었다.
"정말 나쁜 사람이구나"
그리고는 다시 선규를 보며 말했다.
"이제는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 너는 마음놓고 있어"
"그러시지 마세요. 그러다가 선생님까지 다치실수도 있어요"
그러나 그녀는 단호히 머리를 내저었다.
"이건 내일이야.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너는 이제 그만 속을 앓지마"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선생님께서 그사람이 어떤 사람인줄 몰라서 그러시는거에요. 지금도 제가 선생님과 같이 있으면 안돼요. 제가 그냥 그사람을 만나면서 어떡하든 혁재아버지를 단념하도록 해볼테니까 선생님은 그냥 계세요"
"내남편이 연관되어 있고 네가 그런 안좋은일에 빠져있는데 내가 어떻게 모른척 할수있니? 걱정하지마. 나에게도 생각이 있어"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협박을 한다고 하니 만일을 대비해서 네어머님께 전부 말씀드리자"
그말을 듣자 선규는 얼굴이 새파래지면서 펄쩍 뛰었다.
"그건 안돼요!"
"괜찮아. 처음에는 많이 놀라시겠지만 이해를 하실거야. 나도 잘 말씀드려줄게"
"그래도 안돼요! 엄마에게 알려지면 절대 안돼요. 그러실거면 저는 가출할거나 죽을거에요"
"뭐?"
기겁을 한 선생님은 그녀에게서 떨어져 잔뜩 긴장하고 있는 선규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니 제발 엄마한테는 말씀하시지 말아주세요. 그거 들으면 엄마는 쓰러지세요. 저는 엄마가 그러는거 못봐요"
"그렇지않아. 네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인데 당연히 용서해 주시겠지"
"부탁이에요, 선생님. 제가 가출하거나 자살하는걸 보고싶지를 않으시다면 제발 그러지를 말아주세요"
간곡히 애원하는 선규를 한참동안 응시하던 선생님은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렇게까지 원하지 않는다면 말씀 안드릴게.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시는 어머님께 정말로 그여자가 찾아와서 말을 한다면 충격이 더 크실거야"
"그건 제가 알아서 할테니 선생님은 그냥 모르는척 해주세요"
"그래, 알았어"
설득을 단념한 그녀는 긴한숨을 내쉬었다.  그제서야 안도를 한 선규는 긴장을 풀고 벤치에 제대로 앉을수가 있었다.
"어머님생각이 대단하구나"
"....."
"태수도 이일을 알고있니?"
"학교앞에 있던 그여자의 차를 몇번 본적은 있지만 아직 아무것도 몰라요"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얼굴을 번쩍 들었다.
"그여자가 줬다는 돈있지? 그거 수표니?"
"네"
"그럼 그거 쓰지말고 단단히 간직하고 있어라"
"그래도 소용없을거에요. 전화 한통이면 경찰도 가만히 있는다고 그러던데....."
그러자 선생님은 코웃음을 쳤다.
"그거야 일단 해보면 알겠지. 이래봐도 이나라는 그런 여자가 마음대로 할수있을정도로 부패하지는 않았어"
하지만 선규는 선생님의 말에 동의가 가지않아 불안감을 떨쳐버릴수가 없었다.  또한번 일이 잘못되었을때는 그때야말로 정말로 끝장이었다.
"그여자하고 언제 또 만나기로 했니?"
"정확히는 몰라요. 연락이 오면 가야하거든요"
"어린학생을 데리고 그런짓을 하다니 양심도 없는 사람이구나. 더군다나 너는 싫다고 하는데도 협박이나 하고"
선생님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선규의 마음은 착잡해졌다.  마담과 이렇게 된거는 순전히 그녀때문이만이 아니라 그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나도 마담과 똑같지. 처음에 안하겠다고 완강히 거부했었더라면 이런일이 없었을텐데. 엄마 하나만으로도 모잘라 그런 나도 나쁜놈이야]
그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 선생님은 그를 보며 일러두었다.
"내가 방법을 강구해볼테니까 일단 너는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행동해. 내가 곧 너에게 연락을 줄게"
"선생님도 조심하세요. 선생님이 누구이신지를 알면 또 사람을 붙힐지도 몰라요"
"내걱정은 하지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그만 집에 가야지?"
그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는걸 보고 선규도 함께 일어났다.
"애들은 아직 외갓집에 있어요?"
"응. 집안분위기도 그래서 어린나이에 혼란스러워 할까봐 당분간 그쪽에 맡겨났어"
"혁재아버지와는 어떻게 하실거에요?"
그러자 굳은 얼굴로 입술을 깨물고있는 선생님뒤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나도 모르겠어. 나한테는 그사람보다 네일이 더 중요해"
그말을 들으며 선생님에게 남편에 대한 애정이 완전히 식었다는것을 느꼈다.  어느새 어둑해진 공원을 나서며 선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 저는 학교에서 어떻게 되는거에요? 정학정도로 그칠수 있을까요?"
그의 근심하는 얼굴을 보던 선생님은 조용한 웃음을 내지었다.
"네가 잘못한것도 없는데 왜 처벌을 받어? 이일은 너와 나만이 알고있는걸로 하자. 그게 좋겠지?"
그제서야 비로소 안심이 된 선규는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할게 뭐가 있니? 어른들의 일로 상처를 받은 네가 안스러운데.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인사를 하는 그를 붙잡고 따듯한 눈길로 쳐다보는 선생님을 선규도 말없이 마주 바라보았다.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선규는 마담에게 연락이 오면 곧장 달려가서 그녀의 기분에 충족할려고 갖은 애를 썼다.  선생님도 학교에서 그를 볼때면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평소처럼 대했다.  하지만 선규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했다.  일단 선생님에게 모든걸 털어놓았으나 그런다고 달라질게 없을것 같았고 또한 누가 그의 뒤를 따라다니나 해서 심한 망상에 걸릴 지경이었다.  더군다나 엄마를 볼때면 마담이 그와 선생님의 일을 알고 찾아왔었나해서 그녀의 눈치를 살펴보기에 바빴다.  그러나 태연하게 행동해서 그런지 엄마는 저번처럼 그를 보며 걱정하는 기색은 보이지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수업을 마치고 음악실을 나오는데 선생님이 그보고 남으라는 말을 했다.  태수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이 전혀 이상한 기색없이 나간후 선규는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오늘 일을 끝낼거야"
그녀의 말속에는 비장함까지 들어있어 선규는 은연중에 긴장을 했다.
"그런데 네가 필요해. 오늘밤 그여자집으로 와줄수 있니?"
"그러기는 하겠지만 뭘 어떻게 하실려고요? 만만히 볼 사람은 아니에요"
"나도 그동안 준비를 해놨어. 걱정하지마. 오늘만 지나가면 그여자집에 다시는 안가도 되게 될거야. 나를 믿어"
그의 손을 잡고 확고하게 말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선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도 오늘은 마담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녀를 안만날때면 독서실에서 공부를 했던 선규는 그곳에서 엄마에게 친구와 같이 공부를 할게 있다고 전화했다.  지난번에 그렇게 말하고 술집에 갔던 일이 있고해서 엄마는 처음에 의심하는 눈치였으나 그가 절대로 그런일이 없다고 말하며 심지어는 독서실총무까지 바꿔주고 해서 겨우 그의 말을 믿게 했다.  약속한 시간에 맞춰 나가보니 선생님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차분하던 그녀도 긴장이 되었는지 얼굴이 굳어져 있었다.
"어떤때는 늦게 오던데 오늘만큼은 일찍 왔으면 좋겠네"
밖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날씨가 제법 쌀쌀해서 그런지 손발이 시려웠다.  그래서 선규가 두손을 비비자 그것을 본 선생님은 그의 손을 감싸주었다.
"춥지? 나와달라고 해서 미안해"
"아니에요. 이건 제일도 되는데요. 선생님은 괜찮으세요?"
"응. 이럴때는 차라도 한대 가지고 있다면 좋은데....."
그녀의 손도 차갑기는 마찬가지였으나 얼마동안 함께 잡고있으니 조금씩 따듯해져 갔다.  차가 오는쪽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얼굴을 몰래 쳐다보고 있는데 그녀가 별안간 나지막히 속삭이며 그를 잡고 몸을 숙였다.
"오는거 같다"
선규도 쳐다보니 과연 선생님남편의 자동차였다.  차안에서는 그와 마담이 나와서 다정하게 끌어안고 아파트로 들어갔다.  그광경을 보고있던 선생님의 입술에서는 가느다란 경련이 일고있는것이 보였다.  그녀를 보는 선규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겁이 났으나 만약 일이 잘못된다면 우선 선생님이 다치지 않게 하는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들어간지 30분후에 선생님은 천천히 일어나서 그를 데리고 아파트입구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복도에서 그가 어떻게 처신해야 되는지를 일러두고 주머니에서 소형녹음기를 꺼내 그의 외투안쪽에 부착시켜 주었다.  그녀도 옷속에 있는 다른하나의 녹음기를 작동시킨다음 엘리베이터를 탔다.  기자들이 취재할때 가지고 다니는 녹음기들을 보고 선규는 그때부터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가기 시작했다.  마담의 현관문앞에 도착하고 그녀가 신호를 보내며 문구멍에서 안보이게 몸을 숨기자 선규는 초인종을 눌렀다.  이런 늦은시간에 마담의 집을 찾아오는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그녀 혼자만 있는것이 아니라 선생님남편도 있기 때문에 긴장이 무척 되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뒤 마담이 대답도 없이 문을 살며시 열었다.  문구멍으로 그를 보았는지 그녀의 얼굴에는 뜻밖이다는 표정과 못마땅함이 섞여있었다.
"이시간에 네가 여기는 왠일이니?"
그말이 끝나자마자 선생님은 번개같이 문을 활짝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마담도 그녀를 제지할 틈이 없었다.  선규도 급히 들어와 문을 닫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선생님을 붙잡을려는 마담을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가 미리 집구조를 설명해줬기때문에 선생님은 아무런 거침없이 신발을 신은체로 안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에서 두눈을 크게 뜨고 경악하고 있는 마담은 다급한 소리로 나지막히 따졌다.
"이게 무슨짓이야? 너 미쳤어? 그리고 저여자는 누구야?"
"가만히 있어요"
"가만. 낯이 익던데. 맞아. 그때 너네학교앞에서 봤던 선생님이 맞지?"
"당신애인의 아내에요"
"뭐라고?"
선규가 차갑게 응답하자 가운을 걸치고있는 그녀는 그저 경악만 하고 있을뿐이었다.  그토록 도도하고 냉정하게 굴던 마담이 이렇게 당황해하자 선규는 알수없는 쾌감이 들었다.  하지만 마담은 다시 그를 노려보며 발악했다.
"너 정말 혼나고 싶니? 당장 이손 놓지못해?"
"서애리마담"
그러자 마담은 두눈을 더 크게 뜨면서 믿기지않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미성년자인 저를 돈까지 주며 성적으로 유혹하고 성인들만이 가는 그랜드 레스토랑해서 술멱여도 되는겁니까?"
"....."
"제가 싫다고 몇번이나 말했는데도 협박까지 하면서 계속 이래도 되요?"
"정신이 나갔구나. 네가 이런다고 내손아귀에서 빠져나갈수 있을거 같애?"
"왜요? 우습게 여기는 경찰이나 언론들을 전화 한통으로 입막고 또 저를 괴롭힐려고요?"
"너 지금 크게 실수하는거야. 저남자를 놓친다 하더라도 너만은 끝까지 잡고있을거야. 지금이라도 용서를 바란다면 저여자와 당장 나가"
하지만 선규는 조금도 흔들림없이 냉혹한 표정으로 노려보기만 했다.

방안에서는 싸우는 소리가 들릴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무소리없이 조용했다.
"그여자 여기로 데려와라"
방안에 있는 선생님의 차가운 음성을 듣고 선규는 마담을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에서는 아무것도 입지를 않고있는지 선생님남편이 벌거벗은 상반신밑을 이불로만 가린체 멍한 얼굴로 침대위에 앉아있었다.
"그여자를 이남자옆에 앉혀라"
시키는대로 하자 마담은 두손으로 가운깃을 조이고 선생님을 표독하게 노려보며 소리질렀다.
"남의 집에 허락도 없이 들어오는게 어디있어요? 경찰부르기전에 당장 나가요!"
그러자 선생님은 조금도 동요없이 남편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여자 좀 조용히 시켜요. 불륜을 저지른 주제에 경찰이 오면 큰일이잖아요"
입을 벌리고 마담과 아내를 번갈아 보던 남편은 이윽고 마담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눈치를 줬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선생님남편은 사진속에서보다 더 인텔리처럼 보였다.  상당히 공부를 많이 한 얼굴이었다.  선생님은 남편을 혐오스럽다는듯이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겨우 이런여자와 바람을 피울려고 그바쁜척을 하고 집에서 큰소리치고 그랬어?"
이제는 경칭까지 써가며 추긍하는 선생님앞에서 남편은 아무소리도 못하고 얼굴만 일그러지고 있었다.
"왜 아무말이 없어? 그렇게 잘난척을 하더니"
"....."
"애인하고 함께 나를 똑바로 봐봐.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 보게"
그러더니 그녀는 작은 카메라를 꺼내 침대위에 앉아있는 남편과 마담의 사진들을 찍었다.  그러자 그들은 경악을 하며 소리쳤다.
"지..지금 뭐하는거야?"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그들이 일어날려고 하자 선규는 험악한 인상을 지으며 선생님과 그들사이에 섰다.  남편은 벌거벗고 있는것을 의식해서인지 다시 자리에 앉고 마담은 안절부절 했다.  선생님은 남편쪽으로 조금 다가가더니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잘들어. 당신과 나는 이제 여기서 끝이야. 이여자와 살든말든 마음대로 해"
"....."
"하지만 아이들의 양육권은 내게 있고 재산의 반도 줘야해. 그러지 않을려고 암만 발버둥을 쳐도 올해 여성법이 개정되서 힘들거야. 내요구대로 안해주면 간통죄로 고소할줄 알아. 그렇게되면 당신이 그토록 원하는 승진에는 지장이 많게 된다는걸 잘 알지?"
남편의 얼굴은 부르르 떨리면서 가느다란 숨소리만 나오고 있었다.  선생님은 딱하다는 표정을 짓고 계속 말했다.
"인간이 불쌍해서 이정도로 봐주는줄 알아. 앞으로 나와 애들근처에 오면 알아서 해. 이증거들을 당신회사에부터 공개할거니까"
이제는 남편의 입에서 비통해하는 신음소리마저 들리고 있었다.  그런 그를 비웃듯이 바라보던 선생님은 이번에는 마담에게 다가갔다.
"파렴치한 인간같으니라고. 할짓이 없어서 어린애를 유혹하고 협박까지 해?"
그러자 선생님남편은 깜짝 놀래며 마담을 쳐다보았다.  얼굴이 새파래진 마담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황급히 부인했다.
"거짓말이에요. 난 그런적이 없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냉소를 흘리며 선규의 외투에서 녹음기를 꺼내 틀어주었다.  거실에서 나눴던 대화내용을 듣던 마담은 얼굴이 흙빛으로 변하고 남편은 경악을 했다.  선생님은 선규를 분노의 눈길로 노려보는 마담에게 단호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앞으로 이애를 또 괴롭히면 알아서 해. 돈까지 줘서 미성년자에게 윤락을 강요한것까지 들어가니까 곤란하게 될거야"
그러자 마담은 냉소를 흘리며 코웃음을 쳤다.
"마음대로 해보시지"
하지만 선생님도 함께 냉소를 지으며 거침없이 말했다.
"뒤에 빽이 좀 있다고 여유가 만만하신가 본데 나도 검찰쪽에 아는 사람이 있어. 당신처럼 뒷조사를 해봤더니 당신가게인 그랜드 레스토랑에서 뇌물이 오가며 로비활동이 벌어진다고 하더군. 그거 알려지면 몇사람들이 다치고 당신도 힘들어질거야. 언론은 우리나라만 있는게 아니라서 해외언론에 말하는 방법도 있어"
"....."
"더군다나 당신도 그런 자리를 성사시켜 주느라고 무슨 특혜나 돈을 받았을텐에 세무조사받으면 흥미롭겠군. 이애에게 준 수표번호를 추적해보면 당신 아니면 아마 재미나는 사람이 나오겠지?"
그제서야 마담은 숨도 못쉬면서 안색이 창백해졌다.  옆에 있던 선규도 경의로운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담과 함께 사람들을 만나본적은 별로 없었지만 자신은 물론이고 술집 사람들도 그녀의 존재앞에서는 압도당했었다.  그것은 단순히 그녀의 밑에서 일한다는 이유가 아니었다.  그녀에게서는 사람을 제압할 무언가가 느껴져서 함부로 대할수가 없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의 담임선생님은 눈하나 깜짝하지않고 오히려 마담이 압도당하고 있었다.
"검찰쪽에서 수사를 착수할려고 하는데 당신이 이애를 건들이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주면 내가 잘 말해줄수 있어. 물론 뒤를 밟는다는 짓도 당장 그만둬야 하고"
"....."
"말해. 어떻게 할거야?"
"더..더이상 안그럴게요"
그러자 선생님은 자신의 외투속에 있는 녹음기를 껐다.  그리고는 남편을 돌아보며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이혼서류를 준비해서 보낼테니까 그렇게 알아"
그런다음 남편과 마담을 노려보다가 방을 나갔다.  선규는 마담이 준 삐삐를 침대위에 던지고 그들이 따라오나 살피며 선생님을 따라나왔다.  다행히도 그들뒤로는 아무도 따라올 생각을 않했다.

밖을 나와 마담의 아파트에서 얼마를 벗어나자 선생님은 그가 착용했던 녹음기에서 테이프를 꺼내 건네주었다.
"이거 네가 잘 간직하고 있어라. 더이상 너를 괴롭히지 않을거다. 또 그런다면 나에게 즉시 말하고"
오래동안 같이 살던 남자와 방금전에 헤어졌는데도 선생님에게는 아무런 감정의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이걸로 끝이 날가요?"
"그럴거야. 그러지 않으면 곤란해질테니까. 저도 겁이 나는게 있겠지"
"그런데 술집에 대해서 하신 말씀은 정말이에요?"
"친척오빠가 경찰청에 있는데 검찰에 있다고 부풀린거야. 그래야 좀더 겁을 낼거 같아서. 그오빠에게 부탁했더니 정말 그런 정보가 나오더라. 검찰쪽에서도 그술집에 대해서 알고있고. 꽤 많은 사회거물들이 드나든다고 해. 그러고 보면 네말대로 대단한 여자인가봐"
"....."
선생님은 그에게서 눈을 떼고 먼곳을 응시하다가 착잡한 어조로 말을 계속 했다.
"애아빠는 은행쪽에서 일하는데 대출에도 관련이 있어. 사업을 하다보면 그런 사람과 친해야 되니까 그술집에게는 중요했을거야"
그말을 듣고 선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남편에게서 자금이 나온다니 마담이 정성을 쏟을만도 했다.
[그렇게 매력적인 여자가 온갖 감언이설을 해댔겠으니 거기에 넘어간 모양이구나]
그러면서 한숨을 쉬는데 선생님은 그의 팔을 붙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이제 모든게 다 끝났으니 더이상 내걱정 하지말고 너는 학업에만 전념하면 돼. 너에겐 충격이 컸기때문에 쉽게 잊혀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잊도록 해라. 그런거 자꾸 생각하면 도움이 될게 하나도 없어. 알았지?"
선규가 고개를 끄덕이자 선생님은 슬프게 보이는 눈으로 말없이 그를 응시하고만 있었다.  다음날아침, 선규는 엄마에게 신문배달을 그만두겠다고 말했고 공부때문에 그런다는 그의 말에 그녀는 기뻐했다.

저녁에 혜영은 태수와 함께 얘기를 하며 집에 오고있었다.
"선규가 신문배달을 그만두겠데요"
"왜?"
"공부때문에요"
"그애엄마가 좋아하겠구나. 늘 아들이 힘든 배달을 한다고 걱정하더니....."
그렇게 말하고는 태수를 측은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내가 선규엄마처럼 돈을 많이 벌면 너도 배달을 안하고 공부에만 전념할수 있을텐데..."
"지금까지 아무지장이 없었는데 갑자기 왜 그러세요?"
"너한테 미안하니까 그렇지"
"운동도 되고해서 저는 좋아요. 항상 책상앞에만 앉아있는것보다 낫잖아요"
그래도 아들이 여전히 불쌍하게 보여서 어두운 얼굴로 걷고있는데 태수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엄마, 저없이 괜찮으시겠어요?"
"뭐가?"
"곧 수학여행을 가잖아요"
"3박4일인데 뭐. 그리고 내가 애니? 너없이 아무것도 못할까봐 걱정돼?"
"그래도 엄마와 떨어져 있기는 처음이라서요"
"그건 그렇다. 정말 우리는 한번도 떨어져 있어 본적이 없었네"
"저 안보고 싶으시겠어요?"
"왜? 엄마와 처음으로 떨어져 있는다고 생각하니까 무서워?"
"그게 아니고 엄마를 하루라도 못본다는것이 싫어서요. 제가 아니라 엄마가 혼자있는 집에서 무서워하시면 어떡해요?"
겸연쩍게 웃는 아들을 보며 혜영은 살포시 미소를 짓고 수줍게 말했다.
"남편이 잠시 출장갔다 생각하면 되는거지"
그러자 태수는 사랑스러운 눈길로 팔을 뻗어 그녀의 작은 어깨를 감싸안았다.

일요일날, 선규는 엄마에게 선생님집을 다녀오겠다고 한뒤 기타케이스를 들고 집을 나섰다.  그동안 태연하게 행동하는 선생님을 생각하니 강인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쨋든 남편하고 헤어졌기때문에 속으로는 상심이 무척 클거라는 생각이 되기도 했다.  그녀의 말대로 마담은 더이상 그의 눈앞에 나타나지를 않았다.  그래서 선생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그녀가 어떻게 지내나도 볼겸해서 그녀의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동안에 함께 겪었던 일들때문에 선생님과 동질감도 들곤 했다.  집으로 들어가니 선생님이 미소를 지으며 맞아주었다.
"어쩐일이니?"
"선생님이 잘 계시나 해서요. 그리고 저번에 감사하다는 말씀도 제대로 못드렸잖아요"
"이제는 너를 찾지않지?"
"네. 다 선생님덕분이에요. 감사드려요"
"내가 뭘 했다고. 어서 들어와라"
선생님이 음료수를 내오는동안 그는 거실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항상 보아왔던 가족사진이 없어졌다는걸 발견했다.  일이 이렇게 되었어도 남편과 잘 풀리기를 바랬던 선규는 한숨을 쉬었다.
[정말 이혼하실 모양이구나. 엄마처럼 되시겠네]
선생님이 음료수를 가져와서 옆에 앉으며 걱정하는 얼굴로 물었다.
"이제는 괜찮니?"
"네. 그냥 한순간 지나간 악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잘 생각했다. 그래야지"
"선생님은 어떠세요?"
그러자 그녀는 분노와 허탈함이 섞인 기색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애아빠와 헤어질거야"
"그래도 다시한번 만나셔서 말씀해 보시는게 어떻겠어요? 애들도 끼어있는데..."
그러나 선생님은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원래부터 헤어질 생각을 하고있었어. 다만 애들때문에 망설였던거지. 우리집도 너희집과 똑같애. 나도 애정이 식은지 오래고 아이들도 아빠를 잘 보지를 못해서 낮선사람 보듯이 해. 이러는게 아이들에게 안좋은거는 알지만 그래도 이런 분위기속에서 자라나는것보다는 낫겠지. 너는 어땠니?"
"저도 아빠에 대한 애정이 없어요. 오히려 엄마가 속상해할 필요가 없어서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해요"
"네아버지를 미워하니?"
"솔직히 아빠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엄마와 저를 버리고 간 사람인데요"
고개를 떨구고 씁쓸한 얼굴로 말하는 선규를 물끄러미 보던 선생님은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선생님의 이런 집안모습을 보여서 미안하다"
"선생님이 미안해 하실게 뭐가 있어요? 잘못은 혁재아버지가 하신 건데요.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저는 이런걸 이해하니까 괘념하지 마세요. 전 선생님편이에요"
그러자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맥없이 웃었다.
"그래도 너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이러니까 한심해 보이지?"
"절대 그렇지 않아요. 교사는 인간이 아닌가요? 힘내세요. 오히려 선생님은 우리엄마보다 나으시네요. 옆에 자식들이 둘씩이나 있잖아요. 애들이 자라서 선생님께 많은 힘이 되어드릴거에요"
힘없이 미소짓던 그녀는 밑에 있는 기타케이스로 눈길을 돌렸다.
"이상해"
"뭐가요?"
"집에 있을때는 답답하기만한데 너와 음악을 하고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
"저도 그래요. 기분이 안좋으시면 언제든지 저를 부르세요. 그러면 기타들고 곧바로 달려올게요"
그말을 듣고 선생님은 눈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그를 신기한듯이 쳐다보았다.
"너를 처음볼때가 생각난다"
"....."
"그때 네가 신문돌리다가 우리이웃집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를 듣고 나를 보더니 깜짝 놀랬었잖아"
그소리에 선규는 기겁을 하며 두눈이 커다랗게 떠졌으나 그녀는 아무렇지가 않다는듯 계속 부드러운 얼굴이었다.
"아..알고 계셨어요?"
"그럼. 내가 모르는줄 알았니? 지금은 저집 이사갔지만 이상한 짓을 많이 해서 동네사람들이 얼마나 싫어했었는데. 어린애들이 지나가다가 그런 소리를 들어봐. 큰일나는거지. 그렇다고 뭐라 한마디 하면 내집에서 내가 하는일을 왜 참견하냐고 화를 내고. 하여간 별난 집이었어"
"....."
"그집에서 그런 소리가 나는걸 알고 짓굿은 남자들이 그옆을 기웃거리기도 했었거든. 그래서 난 너를 그런 부류의 사람으로 보고 처음에는 안좋게 생각했었어. 그런데 나중에 네가 이런 착한 애라는걸 알고 많이 신기했었다"
그말을 듣고 선규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저는 학교첫날 선생님을 보고 전학갈 생각까지 했었어요"
그러자 그녀는 폭소를 터트렸다.
"그래서 처음에 날 피하고 그랬던거야? 하긴 나도 교실에서 널 보고 많이 놀랬었으니까. 혹시 반에 문제아가 들어온거는 아닌가 했었거든"
그녀의 말에 선규도 웃음을 지었다.
"네가 나와 애들한테 잘해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때 네가 그술집마담을 만나는걸 보고 얼마나 실망했었는줄 몰라. 혹시 내앞에서만 그러는거는 아닌가해서. 너에게 자초지정을 물어보는거였는데 다짜고짜 화를 낸 내가 어리석었지. 그때 그래서 미안하다"
"아니에요. 선생님께서 화를 내실만도 했죠"
마담의 집에서 일어났던 일이 기억났는지 잠시 말이 없던 선생님은 착잡한 어조로 부탁했다.
"선규야, '카바티나'를 들려줄래?"
고개를 끄덕인 선규는 기타를 꺼내 '카바티나'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고요하고 슬픈 음악을 조용히 듣던 선생님은 별안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선규는 연주를 멈추고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아무리 애정이 식었다고 하지만 선생님도 인간이신데 당연히 괴로우시겠지]
그토록 태연한 모습을 유지하던 선생님이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는걸 보니 선규에게는 그녀가 자신처럼 감정이 있는 보통인간으로 보여져서 연민의 정이 생겼다.  한동안 그런 그녀를 보던 그는 문득 지난번에 선생님이 그의 가슴에 기대고 위로를 받았던게 떠올랐다.  그래서 별다른 생각없이 기타를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말없이 그의 품안에 안긴 선생님은 그가 등을 천천히 다독거려주자 별안간 그의 목을 끌어안고 가슴에 기대고 있던 얼굴을 그의 볼에 갖다대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선규는 작잖이 놀랬으나 선생님이 너무 슬퍼서 그러는가보다하고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슬픔을 달래주고싶어 그녀의 들썩거리는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고 있으니 선생님의 눈물이 그녀의 얼굴과 밀착되어 있는 볼을 타고 흘러내려 갔다.  따스하고 보드라운 그녀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촉촉한 눈물은 그의 가슴에 동요를 가쳐다주고 있었다.  교단에 서서 그를 가르치는 학교선생님이란 생각이 안들고 자꾸 엄마처럼 측은한 마음이 들어 왠지모를 친근함이 들었다.  한참동안 그를 안고 울먹이던 그녀는 어느순간에 머리를 들더니 눈물이 가득 고여있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차분하거나 냉정한 기색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애처로움만이 있을뿐이었다.  동정심이 왈칵 올라온 선규의 머리속에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흐르는 고요한 침묵속에 마주보던 선규와 선생님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서로의 입술들을 포개었다.

53부끝


모자들의 교향곡 54부

반쯤 벌어진 선생님의 입안에 혀를 집어넣은 선규는 그녀를 더욱 끌어안은체 자신이 지금 무슨짓을 하고있는지를 몰랐다.  그의 혀를 맞아주는 그녀앞에서 본능적으로 행동하고 있을뿐이었다.  그러면서 선생님의 부드러운 육체를 손으로 더듬는데 그럴수록 그녀의 혀도 그의 입안으로 점점 들어왔다.  그러는 그들은 스승과 제자의 신분을 망각한체 연인들처럼 키스에 빠져서 시간가는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녀의 손이 그의 머리카락들을 쓰다듬는것을 느끼면서 손을 선생님의 등에서 앞으로 옮기던 선규는 별안간 물컹한 젖가슴이 만져지자 화들짝 놀래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제서야 제정신을 차린 그는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되며 부들부들 떨었다.
[내가 정신이 돌았나? 어떻게 딴사람도 아닌 선생님한테.....]
그녀가 화를 내며 따귀라도 한대 때릴줄 알았으나 선생님은 의외로 조용했다.  그녀가 그렇게 나오니까 더욱 겁을 먹게된 선규는 어서 사과를 하고 집을 나와야겠다고 생각하여 떨리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서..선생님, 죄송해요. 제가 죽을죄를 지었어요"
그리고는 가능한 빨리 이상황을 벗어날려고 급히 허리를 숙여 기타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는데 그녀가 갑자기 그의 팔을 잡는 바람에 고개를 돌아보니 뜨거워진 눈시울로 있는 그녀의 얼굴은 화를 내고있기는 커녕 뭔가를 애타는 표정이 서려있었다.  당황해진 선규는 무슨말을 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그녀가 뭘 원하는지도 알길이 없어 혼란스럽기도 했다.  얼마간의 알수없는 침묵이 흐르고 원망스러움과 부끄러운 기색으로 바뀐 선생님은 그의 팔을 놓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아무말없이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게 보던 선규의 머리속에서는 온갖 추측이 들었다.
[너무 화가 나셔서 말이 안나오시나? 내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
얼른 집을 나설려고 기타를 케이스에 넣던 선규는 아무래도 마음이 걸려 선생님이 들어간 방문을 쳐다보았다.
[학교에서 야단을 맞는것보다 여기서 매를 맞는게 낫지않을까?]
그녀에게 제대로 사과할려고 기타케이스를 내려놓고 일어선 선규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살며시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커텐이 쳐져있어 낮인데도 불구하고 어둑한 방안에서는 선생님이 엎드려서 여전히 흐느끼고 있었다.  그걸 본 선규는 커다란 죄의식이 몰려와서 얼른 그녀에게 다가갔다.
[선생님은 지금 어려운 처지에 놓이셨는데 그런짓이나 하고. 더군다나 나를 그렇게나 도와주신 분인데. 세상에 나같이 못되고 배은망덕한 놈이 어딨냐?]
그런생각에 황급히 그녀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빌었다.
"용서하세요, 선생님. 제가 잘못했으니 그만 우시고 화가 풀리실때까지 절 야단치세요"
그러나 선생님은 꼼짝도 하지않고 계속 울기만 했다.  몹시나 당황하고 미안해서 어쩔줄을 모르는 선규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가느다랗게 떨리고있는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선생님....."
그가 애원하듯이 부르자 고개를 돌린 그녀는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러자 선규에게는 선생님이 엄마와 몹시 닮았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항상 차분함을 잃지않는 엄마가 눈물을 흘릴때면 언제나 그를 놀라게 했다.  평상시에는 전혀 그럴거 같지않은 엄마가 그러면 동정과 괴로움이 솟구쳐 올라와 그녀에게 무조건 잘해주고 싶은 마음밖에 들지 않았다.  지금 바로 선생님이 엄마와 똑같았다.  그래서 옆에 있는 휴지를 꺼내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아주면서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선생님은 그와 눈길을 피하면서 울먹이는 소리로 말을 했다.
"조..조금만 내..내곁에 있어줄래?"
측은하게 쳐다보던 선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곁에 있어드릴테니 우시고 싶은만큼 우세요"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안고서는 가만히 있었다.  그러고 있으니 선생님남편에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선생님은 그사람을 많이 사랑하셨구나. 그런데 뭐가 어째? 정이 떨어진다고? 선생님의 이런 마음을 알기나 할까?]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그는 저도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잘 하신거에요!"
울던 선생님이 고개를 들고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그는 딱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계속 했다.
"혁재아버지가 선생님의 이런 마음을 알아주기나 할거 같애요? 분명히 우리아빠처럼 다른 여자와 잘 살거에요. 그러니 선생님도 어서 잊고 보란듯이 행복해 지세요. 도대체 잘못하신것도 없는 선생님이 뭐가 아쉬워서 이러셔야 되는거에요?"
"선규야....."
"그사람은 선생님과 애들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제말을 들으세요"
말을 끝낸 선규는 자신의 아빠가 떠올라 고개를 돌리고 침대가장자리에 걸터앉아 극심한 분노로 두손을 부르르 떨었다.  갑자기 감정이 돌변한 그때문에 크게 놀랐는지 어느새 울음을 그친 선생님은 일어나서 그의 팔을 잡았다.  그러나 선규는 개의치않고 계속 울분을 터트렸다.
"엄마도 처음엔 선생님처럼 그러셨죠. 하지만 마음이 떠나간 사람을 계속 생각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요? 억울하지도 않으세요?"
"....."
"전 엄마를 그렇게 만든 아빠를 만난다면 가만두지 않을거에요"
그리고는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한 소리로 침통하게 속삭였다.
"어떤때는 제가 아빠와 닮아가는것 같아 제자신이 너무 싫어요"
그말을 한다음 괴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손을 올려 그의 머리를 쥐어짰다.  그러자 선생님은 그의 손을 잡아 내린뒤 얼굴을 어루만져 주면서 가슴품안으로 끌어안았다.  그러자 몹시나 엄마의 품이 그리웠던 선규는 선생님의 따스한 품을 대신하며 마음의 평온을 찾고 싶었다.  어렸을때 그와 엄마를 버리고 간 아빠가 왜 이렇게 그를 따라다니며 계속 괴롭히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이윽고 착잡한 심정으로 고개를 들던 선규에게는 포근하고 동정이 깃든 선생님의 얼굴이 별안간 엄마의 얼굴로 보였다.  그순간 말로 표현못할 반가움이 들어서 저도모르게 선생님을 부둥켜안고 깊은 키스를 했다.  얼떨결에 당한 그녀는 그의 어깨를 잡았으나 선규가 더욱 끌어안자 포기를 했는지 그가 하는대로 내버려 두었다.  선규의 머리속에는 선생님이 없었고 오직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집착만이 있을뿐이었다.  그러면서 순식간에 감당할수 없는 욕정이 올라와서 선생님의 육체를 멈마만지듯이 하였다.  애타는듯이 그녀의 가슴과 복부를 더듬으면서 선생님을 침대위에 눕힌후 그위에 올라갔다.  그리고는 손을 급하게 움직이며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씩 벗기기 시작했다.  위에서부터 단추들이 몇개가 풀어지며 블라우스앞이 벌어지자 선규는 그안으로 손을 넣어 얼마동안 보드라운 브래지어의 감촉을 느끼면서 입을 선생님의 하얀 목덜미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그곳을 뜨거워진 입술로 더듬으며 손을 브래지어안으로 넣어 봉긋하고 포근한 젖가슴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말랑말랑한 유두가 손끝에 닿자 선생님은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그순간 선규는 지금 만지고있는 몸에서 나는 체취가 엄마와는 다르다는것이 깨달아져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불길한 마음으로 고개를 들어보니 선생님은 눈을 감고 얼굴에 진한 홍조를 띄고 있었고 윗부분이 열려진 블라우스속에 있는 하얀 브래지어안에는 그의 손이 감춰져 있었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듯 한동안 상황이 판단되지 않던 그는 다시 선생님의 얼굴을 보다가 그때서야 자신이 무슨짓을 하고있었는가를 깨닫고 기겁을 했다.  너무나도 놀라서 숨이 막혀왔고 경직된 온몸이 싸늘해져 가는것이 느껴졌다.  황급히 브래지어안에서 손을 빼고 뒤로 물러나자 선생님의 얼굴에서는 감고있던 눈이 떠졌다.  눈물때문에 붉게 충혈되어있는 눈은 분노가 아니라 측은함과 슬픔, 그리고 애절함까지 보여 선규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것만 알뿐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상황판단을 못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몸을 일으키더니 그를 껴안으며 위로 올라왔다.

선생님밑에서 누워 커다랗게 떠진 눈으로 말없이 쳐다보고 있으니까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부드럽게 입을 맞춰준다음 그의 상의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선생님의 의도가 뭔지를 몰라서 숨도 제대로 못쉬고 있는데 상의속에서 그녀의 떨리는 손이 상반신을 어루만져주자 선규는 차차 몸과 마음이 진정되고 있는걸 느꼈다.  비록 체취는 달랐으나 전혀 낯설지않은 손길이었다.  조심스러우면서도 소중하게 그의 몸을 더듬고 있는 손길은 엄마와 너무나 흡사해서 다시 그녀와 함께 있는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혼란스러웠던 심정이 서서히 야릇한 흥분으로 변하는 그는 선생님의 육체로 손이 올라갔다.  천천히 애무를 하며 그녀의 등을 타고 내려가던 손길은 탄력있는 엉덩이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러자 바지속에서 발기되어 가는 성기위로 그녀의 둔덕이 조금씩 압박해오며 내려왔다.  이제는 욕망이 이성을 지배하기 시작하였고 그의 손은 대담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선생님을 안고있는 상태로 몸을 굴려 그녀를 밑으로 눕힌다음 블라우스의 단추들을 모두 풀고 그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매끄러운 그녀의 살결은 그의 손끝이 지나갈때마다 가느다란 경련을 일으켰다.  복부를 스치고 지나가는 선규의 손은 아까 들어갔던 브래지어속으로 다시 침범해 들어갔다.  그가 젖꼭지를 건들일때마다 키스를 하고 있는 그녀의 입안에서는 작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음........ 음..........."
키스를 하던 입을 떼고 그녀의 가슴으로 내려와서 브래지어를 위로 올리고 봉긋하게 솟아오른 유두를 빨기 시작하자 선생님은 조금 더 큰 신음을 내며 그를 안고있는 팔에 힘을 주었다.  엄마보다는 작은 가슴이었으나 그녀의 젖무덤에 얼굴을 파묻고 있으니 편안하고 따스한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열정적으로 젖꼭지를 탐닉하면서 평평한 복부를 부드럽게 애무하던 손이 서서히 바지속으로 내려가자 팬티의 윗부분이 만져졌다.  손을 좀더 밑으로 내려 꽃잎이 숨겨져있는 부분을 지긋이 압박하자 그의 가슴을 쓰다듬던 그녀의 손은 밖으로 나와서 그의 상의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성욕으로 이성을 마비한 선규는 그녀를 도와 상의를 모두 벗고 그도 손을 빼내 선생님의 바지단추와 지퍼를 열었다.  그리고는 가슴에서 복부로 혀를 굴리며 내려가서는 바지와 팬티의 허리춤을 잡자 그녀는 히프를 약간 올려 벗기는것을 도와주었다.  그런다음 그도 옷을 모두 벗고 그녀의 두다리를 벌리며 그사이로 들어왔다.  하반신이 완전히 노출된체 위에는 단추들이 모두 풀어진 블라우스와 가슴위로 올라간 하얀 브래지어만을 걸치고 있는 선생님은 거칠어지고 있는 숨결을 내쉬며 마치 꿈을 꾸는듯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엄마로 생각되던 착각이 사라지고 그의 눈앞에 누워있는 여자는 선생님이라는 인식이 머리속에 확고히 자리잡게 되었다.  자신이 뭔가 잘못된 짓을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온몸을 지배하고 있는 욕정때문에 이성을 되찾기는 이미 불가능이었다.  본능에 따라 허리와 엉덩이를 밑으로 내리자 귀두끝에는 약간 촉촉해진 질입구가 닿았다.  그순간 선생님의 두손이 그의 엉덩이를 붙잡자 선규는 본능적으로 성기를 질안으로 밀어넣었다.
"아.........."
단단한 성기가 꽃잎속으로 침범해 들어가자 선생님은 얼굴을 찡그리며 작은 비명소리를 토해냈다.  오래동안 성관계를 하지않아서 그런지 그녀의 음부는 애를 둘씩이나 낳은 여자답지 않게 상당히 꽉 끼었다.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며 두팔을 펴서 몸을 지탱하던 선규는 밑에서 흔들리고 있는 선생님의 육체를 바라보았다.  이전에는 그냥 선생님일뿐 성적으로 생각해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정신을 집중하고 육체를 음미해보니 마담같이 조각같은 몸은 아니었으나 엄마처럼 곱고 성숙함을 은은하게 자아내고 있었다.  마담과 할때는 오로지 본능적인 성욕으로만 행위를 했으나 지금은 애틋함과 같은 뭉클한 감정도 일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몸을 숙여 그녀의 양볼을 두손으로 감싸고 부드러운 키스를 했다.  그러자 선생님도 그의 목을 끌어안고 같은 반응을 나타내 주었다.  그녀의 좁은 동굴안이 차츰 그의 성기크기에 익숙해져 가자 선규는 다시 몸을 굴려 그녀를 몸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블라우스를 어깨너머로 벗기자 가느다란 어깨선위에 있는 하얀 브래지어의 어깨끈이 나타났다.  그것은 그녀를 요염하게 만들어서 선규는 더욱 끓어오르는 흥분으로 정신없이 블라우스를 벗기고 브래지어의 후크도 풀어버렸다.  그리고는 진한 키스를 하고있는 선생님의 상반신을 살며시 일으키자 그녀는 몸에 걸치고 있던 옷들을 모조리 벗고 선규처럼 나체가 되었다.  그리고는 두손으로 그의 가슴을 짚자 모아진 두젖가슴사이로 신비스럽게 보이는 계곡이 만들어졌다.  손을 올려 탱탱한 유방을 한동안 어루만지던 그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그녀를 부둥켜안고 좀더 빠른 속도로 왕복운동을 했다.
"아....... 아흑......... 아.........."
신음을 내며 그의 머리를 애틋하게 쓰다듬던 선생님은 다시 그의 입술을 찾았다.  섹스를 할때도 그녀는 엄마와 흡사했다.  흥분을 하면서도 마담처럼 광분하지 않고 약간의 절제된 모습을 유지하며 그를 안아주고 어루만져줘서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현란한 기교도 없어 엄마처럼 평범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선규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절정이 다가오는것을 감지한 선규는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격렬하게 움직였다.  그바람에 그의 가슴과 밀착된 푹신한 젖가슴은 위아래로 흔들리며 예민한 자극을 주고있었다.  마침내 절정에 다다른 선규는 키스를 하던 입을 떼고 선생님안으로 뜨거운 정액을 분출하고야 말았다.
"이.........."
그러자 선생님은 그를 힘주어 끌어안고 작은 경련을 내며 가느다란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아흑......... 아.............. 허엉.............."
서로를 놓칠수 없다는듯이 꼬옥 부둥켜안고 있는 두사람은 선규가 사정을 마쳤어도 한동안 그런 자세로 있었다.

헐떡거리던 호흡이 멎고 심신이 진정되자 의식이 돌아온 선규는 그의 목을 감고있던 선생님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잡고 쳐다보았다.  이제는 눈물이 말라버린 그녀의 두눈에는 그와 마찬가지로 어색함과 혼란스러움이 담겨져 있었다.  무슨말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라 머뭇거리자 그녀의 입에서는 떨리는 음성이 나왔다.
"미안해, 선규야"
그리고는 조용히 그에게서 내려와 이불속으로 들어간다음 등을 돌리고 누웠다.  그런 그녀를 보고있는 선규는 방금전의 행위로 가슴이 뛰고 있었다.  도무지 선생님와 몸을 섞었다는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엄마와 하더니 이제는 담임선생님과도 하고. 남들은 상상도 못할 일들이 어떻게 나한테만 일어나냐? 나에게 정말로 무슨 문제가 있는것은 아닐까? 그나저나 선생님은 어떠실까? 화를 내지 않으신다고 해도 충격을 많이 받으신거 같은데]
이상한 일이었다.  엄마를 생각하니 또 배신하게 되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마담과 했었을때 가졌던 극심한 충격은 없었다.  더군다나 자신에 대한 분노도 그때만큼 심하지가 않았다.
[왜 그러지? 이제는 내가 엄마외에 다른 여자와 이러는게 만성이 되가는건가? 이러면 안되는데.....]
그러나 지금은 선생님을 달래는게 무엇보다도 중요한거 같아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선생님"
"....."
"괜찮으세요?"
얼마간의 무거운 적막이 흐르고 여전히 등을 돌리고 있는 그녀에게서는 고요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정말 미안하다, 선규야.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았을텐데......"
그를 걱정해주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메어져서 선규는 살며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저는 괜찮아요. 오히려 선생님께 죄송한데요....."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어. 어떻게 제자에게......"
조금씩 격해지는 억양으로 말을 하던 그녀는 차마 말을 못끝내고 베개위에 올려놓은 머리를 밑으로 숙였다.  그모습을 보니 선규는 선생님의 도덕성을 무너트린거 같아서 몹시 미안하고 착잡했다.
"정말 죄송해요. 다 저때문이에요. 선생님잘못이 아니니까 너무 마음쓰시지 마세요"
그러자 그녀는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녀의 두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여있었다.
"아니야. 이건 내잘못이야. 내가 자제했었어야 하는데..... 너에게 또 상처를 줘서 어떡하니?"
"저는 정말로 괜찮아요"
그리고는 선생님의 헝클어진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넘겨주자 그녀는 눈길을 밑으로 내리며 착잡한 어조로 말했다.
"그여자에게 욕을 하더니 나도 다를바가 없네. 어린 너에게 이런 짓이나 하고"
"아니에요! 선생님은 그여자와 달라요!"
그가 단호하게 소리지르자 선생님은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러자 선규는 애틋한 표정으로 바꾸고 입을 열었다.
"선생님은 저에게 특별한 분이세요. 그러니 그런생각 다시는 하시지 마세요"
그말을 들은 그녀는 착잡한 표정에서 부드러운 얼굴로 바뀌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다. 하지만....."
그녀의 입을 막은 선규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제가 좋아서 한거니까 부담가지시지 마세요.  저는 선생님만 괜찮으시다면 그걸로 됐어요"
그리고는 선생님의 이마위에 가벼운 입맞춤을 해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남편이외에 딴사람과 이래보기는 처음이야"
"선생님남편은 이미 딴여자와 그랬는데 왜 그런생각이 드세요? 이제는 죄책감을 가지실 필요가 없어요"
그러자 그녀는 뭔가 깨달았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이러는 첫남자가 너라는게..... 많이 놀랬었지?"
"....."
"이일에 대해서 얘기를 나눌사람이 너밖에 없다보니 얘기를 할때면 네가 누구라는 생각이 저절로 사라져. 더군다나 아까 한 네말을 듣으니 네가 나와 우리애들만큼 불쌍해보여 나도모르게 너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났었어"
"....."
"변명이라고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까지 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거든"
선규는 멍하게 중얼거리는 선생님을 바라보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저도 처음에 선생님일을 알고나서는 왠지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진심으로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
"이제는 마음이 한결 나아지셨어요?"
"응"
물끄러미 선규를 응시하던 그녀는 근심이 담긴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애들도 너처럼 나중에 애들아빠에게 그런 마음을 가질까?"
"모르겠어요"
"태수도 저아버지를 그렇게 생각하니?"
"태수는 그런 얘기를 잘 안해요. 다만 언젠가 태수아버지께서 쓸데없는 일로 가족을 고생시켰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는데 그때 태수가 원망하고 있다는 느낌을 얼핏 받았었어요"
"그래?"
"하지만 태수일은 저와 선생님과는 근본적으로 틀리잖아요? 태수아버님께서는 바람을 피우시지도 않으셨고 살아계셨을때는 가족을 많이 걱정했었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거든요. 그러니 태수는 자기아버지를 그렇게까지 심하게 원망하지는 않을거에요"
"하긴 태수아버지께서 잘못하신것도 없으신데 태수가 커가면서 이해를 하게 되겠지"
그러나 여전히 애들이 걱정되는지 그녀가 계속 침울해있자 선규는 밝은 음성으로 달래었다.
"애들에게 저같은 마음이 있다면 그건 선생님을 생각하고 사랑해서 그러는거니까 너무 걱정하시지 마세요. 선생님이 옆에 계신데 아이들이 크면 다 잘 될거에요"
그말을 들으며 안심하는 미소를 짓다가 한동안 말이 없던 선생님은 입을 열었다.
"선규야"
"예?"
"우리가 한일이 잘못된거라는거는 알지?"
"....."
"내실수때문에 일어난 일이라서 너에게 뭐라 할말이 없지만 그래도 이런일이 또 일어나서는 안돼"
"무슨말씀이신지 잘 알아요. 선생님말씀대로 할게요"
그러자 선생님은 미안함과 고마움이 섞인 얼굴로 그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네가 그렇게 이해를 해주니 고맙다. 더군다나 내가 힘들어 하는데 곁에 있어줘서 많은 힘이 되었어. 너에게는 무책임하게 들릴지 모그겠지만 우리 이일은 없었던걸로 하자. 그냥 선생님을 안아줬었다고 생각해. 그게 너한테도 좋은거야. 너하고는 불편한 관계를 가지고싶지 않아"
"그렇게 할게요"
그녀의 말뜻을 충분히 알아들은 선규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는 말씀이시지. 계속 이런걸 생각하면 선생님이나 나는 학교를 다니기가 불편할거야. 더군다나 엄마도 있는데......]
다시 엄마가 생각나니 마음이 무거워졌고 선생님도 그의 대답에 기쁜 표정을 짓다가 그녀의 처지가 또다시 생각났는지 그처럼 침울해 있었다.  잠시 그러고 있던 선규는 침대시트를 허리에 두르며 일어났다.
"잠시만 계세요"
그리고는 얼른 거실로 뛰어가서 기타케이스를 가져왔다.  이불로 조심스럽게 몸을 가리며 기타를 꺼내고 있는 그를 바라보는 선생님을 향해 선규는 웃음을 띄었다.
"기분이 우울할때는 음악이 최고에요. 제가 선생님께 한곡 들려드릴게요"
그런다음 이불속으로 들어가 기타를 잡고 Elton John의 'Your Song'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은은한 음이 흘러나오자 그를 보고있던 선생님의 입가에서는 살포시 미소가 지어졌다.

엄마옆에 누워있는 선규는 좀처럼 잠이 오지를 않아 어두운 허공만 응시하고 있었다.  엄마앞에서 태연한척을 유지할려고 애를 썼지만 미안한 마음때문에 여간 힘든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선생님과의 일은 마담과 했을때와는 기분이 틀려서 그를 혼란스럽게 했다.  마담과는 달리 선생님은 엄마같은 느낌을 주며 그를 억압하거나 뭘 바라지도 않아하고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가 어떻게 될까하고 걱정까지 해주어서 바람을 피웠다는 인식이 그렇게 들지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가 저지른 행위를 당연시하는 마음이 들어 그가 정말로 엄마를 사랑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내마음이 왜 이러지? 선생님과의 일은 특별한 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마담처럼 우연히 일어난 일인데. 선생님이 나에게 잘 해줘서 그러나?]
고민을 하는 그는 행위를 정당화시킬려고 갖은 생각을 했다.
[내가 딴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선생님을 위로할려다가 일어난 일이야. 그리고 앞으로 그런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거잖아. 엄마만 영원히 모르면 되는거지. 그래. 난 엄마만을 사랑하고 있어. 낮의 일은 사랑이 아니라 선생님에 대한 동정심때문이었을거야      ]
그러면서 엄마를 바라보니 그래도 죄책감은 여전히 들었고 또한 궁금함도 일어났다.
"엄마, 자?"
"아니"
"뭐하나 물어봐도 돼?"
"뭔데?"
"아빠와 헤어졌을때 속많이 상했었잖아"
"그런데?"
"그때 누구한테 안겨서 위로받고 싶은적이 있었어?"
그러자 엄마는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건 왜 물어보는데?"
"그냥 궁금해서"
"넌 참 별생각을 다한다"
"내가 원래 그런다는걸 알잖아. 갑자기 생각나서 그래. 그때 엄마가 혼자 울고 그랬었잖아"
한동안 말이 없던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글쎄, 잘 모르겠어. 그때는 누구든 만나기가 싫었거든"
"그래도 엄마를 이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러고싶지 않았었을까? 혼자서 많이 외로웠을거 아니야"
"그랬을지도 모르지. 그당시는 감정이 정상이 아니었으니까. 그나마 나중에 여기와서 태수엄마를 만나 속마음을 얘기할수 있어서 많이 좋아졌었어"
"엄마, 불쌍하다. 그때 내가 좀더 컸었더라면 엄마를 안아주고 위로해 줬을텐데"
그말에 엄마는 그를 안으며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
"옆에 네가 있어서 견딜수 있었던거야. 너를 보면 힘을 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네가 없었더라면 더 힘들었을거야"
그러자 선규는 애틋한 마음이 들어 엄마를 끌어안았다.
"엄마가 힘들때는 내가 항상 옆에 있어줄게. 위로받고 싶을때가 있으면 언제든지 나에게 말해"
그말을 듣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던 엄마는 흐뭇한 웃음소리를 내며 따듯한 입맞춤을 해주었다.

주가 바뀌고 선규와 태수는 수학여행을 가는 기차에 타고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아이들처럼 들떠있지를 않고 조용히 기차창문으로 지나가는 경치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태수와 마찬가지로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보는 선규는 왠지 마음이 편치않았다.  그없이 엄마가 혼자 며칠을 지낸다는 생각이 들어서 혹시 그녀가 그사이에 어떤 남자를 만나게 되지는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설마 그사이에 무슨일이 날려고.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엄마가 딴남자를 만날 사람도 아닌데.....]
옆에 앉아있는 태수를 보니 그도 얼굴에 근심이 드리워져 있었다.
"태수야, 무슨 걱정있니?"
"아..아니"
"너, 아줌마와 떨어져 있게되서 그러지?"
"엉?"
태수가 깜짝 놀래며 쳐다보자 선규는 웃음을 내지었다.
"너도 나처럼 아줌마와 떨어져 있기는 처음아니야?"
"너도 그러냐?"
"그럼. 엄마가 나없이 잘 있을까하고 걱정되는데"
그제서야 태수는 긴장을 풀고 겸연쩍게 웃었다.
"사실은 나도 그것때문에 마음이 별로 편하지 않아. 내가 없을때 무슨일이 있으면 엄마가 힘들어 하시지 않을까 해서"
"엄만데 꼭 애를 놔두고 떠나온거 같지 않니?"
"네말을 듣고보니 그러네. 그런데 너하고 내가 생각하는게 이렇게나 똑같냐?"
"피만 다르지 완전히 형제아니냐? 그나저나 걱정하지마. 이때까지 잘 살아오신 분이신데 잘 계실거야. 무슨일이 있으면 우리엄마가 옆에 있잖아"
"엄마보고 너희엄마와 같이 지내시라고 할걸 그랬나?"
태수의 중얼거림을 듣고 선규는 극심한 후회를 했다.
[맞아. 그럴걸. 아줌마가 옆에 있으면 안심이 되는데. 바보같이 왜 그생각을 못했지? 가서 전화나 해야 되겠다]
그런생각을 하며 앞을 바라보니 맨앞쪽에 앉아있는 담임선생님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과 성관계를 맺은 다음날 학교에서 만났을때는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들었으나 그녀가 평소처럼 다정하게 대해주어서 그도 편한 마음으로 그녀를 볼수가 있었다.  더구나 엄마의 말을 듣고 선생님을 위로해주다가 그런일이 일어났다고 스스로 단정지어서 엄마에 대한 죄책감도 많이 사그러 들었다.  그러나 다시 그녀의 집에 간다면 선생님을 어렵게 만들것 같아 그러지를 않았고 또한 그녀가 일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 남편과의 일은 어떻게 되어가는지를 알수가 없었다.  학교에서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랬다가는 성행위를 했던게 상기되어 선생님과의 관계가 불편해질까봐 그냥 아무말도 하지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했었다.

경주에 도착해서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선규는 집으로 전화했다.  태수엄마와 같이 있으라고 신신당부 했지만 엄마는 웃으면서 재미있게 지내라고만 말할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것 같았다.  전화를 끊은 그는 은근히 화가 나서 인상을 오만상으로 찌푸리며 방으로 돌아왔다.
[내말이 말같지가 않나? 아줌마와 같이 있으면 심심하지도 않고 좋을텐데. 그러면 내마음도 편하고. 매일 전화해야 되겠다]
밤이 되어 세수를 할려고 세면도구들을 챙기는데 별안간 창문쪽에서 누가 소리를 질렀다.
"여학생들이 옷갈아 입는다!"
그말이 끝나자마자 방안에 있던 아이들은 총알같이 창문으로 우르르 뛰어갔다.  낮에 숙소에 들어올때 옆에 있는 다른 숙소에 여고에서 수학여행을 왔다는걸 발견한 애들은 시도때도없이 기회만 있으면 그쪽에 시선을 던졌다.  조금이라도 볼려고 서로를 밀치고 창문살에 매달려 난리를 치는 아이들을 웃으면서 보다가 텅빈 방안을 보니 문득 그와 태수만이 아무렇지도 않은듯 가만히 있다는게 깨달아졌다.
"넌 안봐?"
"그러는 너는 왜 안보냐? 난 네가 제일 먼저 달려갈줄 알았는데 뜻밖이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텐데 목숨걸일 있냐?"
선규가 장난스럽게 웃자 태수도 고개를 내저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신기했다.  옛날같았으면 태수말대로 제일 먼저 창문으로 날아갔었을게 눈에 안봐도 훤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의 눈에 엄마밖에 없어서 그런지 여학생이 옷을 갈아입든 조금도 관심이 가지 않았다.
[태수야 원래 그런거에는 관심이 없는 애라 그렇다치지만 나도 많이 변했네]
그런생각을 하던 선규는 히죽 웃으며 창문에서 몸싸움을 하는 애들을 뒤로 하고 태수와 화장실로 갔다.

어느덧 수학여행의 마지막밤이 되었다.  매일밤마다 방안에서는 선생님들이 오나 망을 보며 아이들이 화투와 카드를 들고 밤새도록 판을 벌려서 잠을 잘수가 없었다.  도박에 취미가 없었던 선규는 첫째날에 족보와 규칙들을 배우고 둘째날부터 본격적으로 판에 뛰어들어 돈을 제법 땄다.  그러나 마지막날은 그가 판을 휩쓸고 있었다.  고스톱을 치는데 거의 매번을 그가 이겼다.  함께 화투치는 상대가 바뀌었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기는것도 그냥이 아니라 크게 이겼다.  쳤다하면 투고나 쓰리고였고 상대방들에게 피박을 씌우거나 흔들어서 점수가 어마어마했다.  어떤때는 패가 안들어와서 상대방이 간만에 판을 쓸고있는데 선규의 손에 화투 3장이 남을때까지 아무것도 먹지를 않거나 그렇지 않으면 3번을 싸서 그가 돈을 가져갔고 또한 누가 고를 부르면 항상 그차례에 와서 고바가지가 났다.  도박을 할 마음이 전혀 없어 선규가 하는걸 보기만 하는 태수도 그앞에 수북히 쌓여가는 돈을 보며 두눈이 휘둥그래져 있었다.  아이들은 처음 쳐보는게 확실하냐며 짜증을 냈고 선규도 놀라기는 매한가지였다.  돈딸 생각없이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건데 이렇게나 많이 딸줄은 꿈에도 몰랐다.  더군다나 판을 이기는 과정은 그가 생각해보아도 신기했다.  그가 원하는 패만 손에 들어오고 남들이 할때는 항상 쓸모가 없는 패들이 들어왔다.
[처음 해보는건데 이거 왜 이러냐? 정말 운이 잘 따르네]
시간이 흐르자 아이들은 더이상 그와 화투를 칠 생각을 하지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포커판에 들어갔다.  거기서도 화투판과 변함이 없었다.  원페어나 투페어는 거의 나오지가 않고 풀하우스, 포카드등이 들어왔다.  기본이 플러시일 정도였다.  처음에는 카드가 잘 들어온다고 여겨 남이 베팅한걸 레이즈를 해가며 돈을 긁었다.  그러나 계속 그런식으로 나가자 놀라움에서 두려움으로 바뀌었고 선규의 운에 감탄을 하던 아이들도 경악하는 기색을 보였다.  고스톱과는 달리 포커에서는 운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걸 알아서 이제는 신기함을 떠나 그에게 신이 들리지 않았나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다가 새로 시작된 판에서 카드를 받아든 선규는 그만 기절할뻔 했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카드 5장은 A, K, Q, J, 10 이었고 전부 빨간색의 다이아몬드였다.
[이건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시잖아? 아무리 운이 좋다고 하지만 남들은 평생 한두번 잡아볼까 하는것을......]
가슴이 떨리고 너무나 겁이 나서 에이스를 빼고 나머지 전부를 바꿨다.  손안에서 있는 카드를 펼치자 이번에는 뒤에 있던 태수에게서 기겁을 하는 소리가 났다.  선규에게 새로 들어온 카드는 스페이드 8과 에이스 3장이었다.  포카드를 바라보는 그의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나 죽었어. 이제 그만 할거니까 나 빼고 너희들이나 해"
태수와 그의 표정들을 보고 뭔가가 심상치않은걸 느낀 아이들은 선규가 내려놓은 카드들을 뒤집어보고 입이 벌어졌다.  그리고는 한아이가 급히 카드덱에서 차례대로 놓여있는 선규가 바꾼 카드들을 보고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너, 다이아몬드 에이스빼고 다 바꿨지?"
"....."
선규가 아무말을 못하자 그아이는 하얗게 된 얼굴로 다른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얘,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갖고있었어"
그러자 사방에서 경악을 하는 신음소리들이 흘러나왔다.
"너, 꾼이냐?"
"그저께 처음 배웠어"
그리고는 딴 돈들을 모조리 돌려주고 태수와 아이들을 뒤로 한체 후다닥 방을 뛰어나왔다.

선규는 경악과 두려움으로 가슴이 몹시나 뛰어서 제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예전에 복권에서 돈을 딴 이후로 몇번 더 사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적은 액수의 돈만 걸릴뿐 그때처럼 황당한 일은 나오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때의 일은 단순히 우연이라고 생각하여 더이상 자신의 운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를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그냥 동전으로 긁는 즉석복권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돈을 걸고 하는 게임이었다.  아무리 운이 좋다고 생각하기에는 그정도가 심해서 혹시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것은 아닌가하고 겁이 날 정도였다.
[어떻게 그런일이 일어날수가 있지? 정말 나에게 신들린게 아닐까?]
제자신이 보통인간들과는 다르게 느껴져서 한동안 믿기지않는 눈으로 방금전까지 카드를 들고있었던 손을 바라보다가 머리나 식힐겸해서 찬공기를 쐴려고 밖으로 나갔다.  숙소는 학교처럼 담으로 둘러져 있었고 그안에는 건물과 넓은 공터가 자리잡고 있었다.  아무생각없이 걸아가다보니 건물뒷쪽에 있는 공터의 구석진곳에서 누가 벤치에 앉아있었다.  그곳에는 가로등도 몇개밖에 없어 멀리서 보기에는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시계를 보니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냥 다른곳으로 갈려다가 이시간에 누가 혼자 이런곳에 나와있나 하는 궁금함이 들어서 조심스럽게 다가가보니 달빛이 비춰져서 앉아있는 사람의 얼굴이 어렴풋히 보였다.  그의 담임선생님도 인기척을 들었는지 고개를 돌렸다.
"거기, 선규니?"
"네"
"이시간에 여기는 왠일이니?"
"그냥 바람이나 쐴겸해서요"
희미한 달빛에 비쳐지는 그녀의 얼굴은 왠지 고독하고 쓸쓸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상냥한 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아직 피곤하지 않다면 여기에 나와 잠깐 앉아았다가 갈래?"
선생님의 말을 듣고 선규는 잠시 머뭇거렸으나 방금전 숙소방안에서 일어났던 일들로 인한 경악이 아직 가시지가 않아서 그녀옆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조심스럽게 앉았다.

54부끝


모자들의 교향곡 55부

늦가을의 밤은 제법 쌀쌀했다.  선생님은 밖에 나와있은지가 오래되었는지 코와 볼이 빨개져 있었다.
"애들은 잘 있니?"
"네"
"노느라고 잠도 안자지?"
"....."
"괜찮아. 수학여행오면 다 그렇지. 그게 추억이 되는건데. 나도 학창시절에 그랬어"
그녀가 미소를 띄우며 말하자 선규도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별로 두껍게 보이지않는 코트와 바지를 입고있는 그녀는 다시 표정이 어두워지며 앞을 바라보았다.
"춥지 않으세요?"
"아니. 난 괜찮아. 넌 춥니?"
"저도 괜찮아요"
한동안 침묵이 흐르다가 선생님은 무거워진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애들아빠에게 서류를 보냈어"
"....."
무슨 서류인지를 아는 선규는 아무말없이 그녀를 응시했다.  그렇게 되리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선생님에게서 그런 말을 들으니 조그만 충격이 들었다.
"뭐라 위로의 말씀을 해들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러자 선생님은 허탈한 웃음를 지었다.
"마음은 그렇게 갖고 있었어도 일단 하고 나니까 이상하더라"
"혁재아버지는 뭐라 그러셨어요?"
"몰라. 변호사를 선임했으니까 나는 더이상 그사람과 얘기할 필요가 없어"
"애들은 이일을 아나요?"
"아직. 그게 제일 큰 문제지"
심란해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측은함이 들은 선규는 옆으로 가까이 다가가 앉아 차가운 선생님의 손을 잡았다.
"아직은 어리지만 애들도 크면 선생님을 이해해 줄거에요. 심성이 착하잖아요"
"그래주면 다행이지"
"선생님도 힘을 내시고요. 이건 새로운 출발이잖아요. 반드시 행복해지실 거에요"
그말을 들은 선생님은 그를 보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일에 네가 옆에 있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별말씀을 다하세요. 도움을 드린것도 없는데요"
그말을 하니 문득 선생님과 섹스를 했던게 생각나서 선규는 은연중에 불편함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한 신경이 안쓰이는지 계속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이순간에 기타가 있으면 좋은데"
"선생님이 원하시걸 알았다면 집에서 가져올걸 그랬나봐요"
그가 겸연쩍게 웃자 선생님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나에게 음악을 들려주는게 좋니?"
"네. 누가 제기타소리를 열심히 들어주면 고맙고 즐거워요"
그러자 그녀는 그의 말을 수궁한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얼마동안 말없이 있다가 선규의 손을 놓으며 입을 열었다.
"추운데 그만 들어가서 자. 새벽에 해뜨는걸 보러가기 위해서 일찍 일어나야 되잖아"
"선생님은요?"
"난 잠이 오질 않아서 잠시 동네주위를 산책하다 들어갈려고. 마음도 그렇고해서"
"그럼 제가 옆에서 같이 산책해 드릴게요"
"안돼. 밤에 학생들은 숙소밖으로 나가면 안된다는걸 잘 알잖아. 내걱정 하지말고 어서 들어가"
그러나 선규는 근심이 담긴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
"이밤에 여자이신 선생님이 혼자 다니시는걸 알고 어떻게 그냥 들어가겠어요? 어차피 저도 애들때문에 잠을 못자요"
"그래도....."
"선생님이 옆에 계신데 제가 나쁜짓을 하겠어요? 저도 방안에서만 있을려니까 갑갑해서 그래요"
애원하는 선규를 보던 그녀는 한동안 망설이다가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자. 학교에서 알게되면 네가 내보디가드를 해줬다고 하면 되지"
얼굴이 환해진 선규는 선생님을 데리고 뒷담에 붙어있는 후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포장이 되어있는 조그만 길은 가로등이 많지가 않아서 상당히 어두웠다.  낮에 버스에서 보았던 건물들도 분간하기가 몹시 어려울 정도였다.  가게들도 문을 닫고있어서 거의 모든 건물들은 조명이 꺼져 있었다.  이곳은 농작지로 거의가 논과 밭이었고 주택들은 별로 없었다.  어둡고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길에 그들의 발자국 소리만이 들려서 약간의 공포감이 나기도 하였다.
"밤이라서 그런지 길이 무섭네"
"제가 따라나오기를 잘했죠?"
"그래"
날씨는 추웠지만 공기가 맑아서 한참을 걷다보니 머리와 가슴속이 상쾌해 지는게 느껴졌다.
"공기도 좋고 서울과는 다르네요"
"경주는 처음이니?"
"옛날에 엄마와 와본 기억은 있는데 아주 어렸을때라 잘 기억이 안나요"
"나도 애들을 데리고 와본적은 있었어"
잠시 옛생각이 나는지 선생님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러면서 얼마를 더 걸어가니 그나마 어렴풋히 길을 밝혀주던 가로등의 수가 적어지고 길주변에는 건물도 잘 눈에 띄어지지 않게 되었다.
"어두워서 볼것도 없는데 그만 돌아가자"
선생님과 함께 몸을 돌릴려고 하는데 갑자기 숙소가는 쪽의 반대편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순간 그녀는 선규를 잡고 급히 길주변으로 내려갔다.  마침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곳에 있는 건물 하나를 발견한 선생님은 조용히 하라고 그의 입에 손가락을 대며 신호를 준다음 그의 손을 잡고 소리없이 건물옆으로 갔다.  건물벽에 몸을 웅크리고 길가를 지켜보자 두사람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그중 한사람은 선규의 반을 가르치는 수학선생님이었다.  얼마후 그들의 소리가 완전히 들리지 않게되자 선생님은 안도의 한숨을 깊히 쉬었다.
"우리학교 선생님들이신데 왜 그러세요? 잘못하신것도 없잖아요"
"으..응, 그냥....."
"저때문에 그러시는거세요?"
"....."
그녀가 대답을 못하자 선규는 그녀의 심정을 어렴풋히 짐작할것 같았다.  선생님은 그와 성관계를 맺은것에 대해서 겉으로는 태연한척을 하고있었지만 속으로는 동료선생님들에게 그와 단들이 있는것을 보여주는것조차 불편해 할만큼 신경을 쓰고있음에 틀림없었다.
[혹시라도 그런일이 누구에게 알려지면 큰일나는건데 당연히 그런마음이 드시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씁쓸한 심정이 들었다.  그와 관계했던 여자들은 엄마, 선생님, 그리고 마담뿐이라서 남들처럼 누구에게 떳떳히 말하거나 보여줄 입장이 아니어서였다.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다가 문득 열려진 창문으로 건물안을 보게 되었다.  건물이나 그주위에는 아무런 전등불이 없었으나 달빛이 비쳐주고 있어서 그안을 어느정도 분간할수가 있었다.  건물안에 짚과 농기구들이 있는걸보니 농사할때 쓰는 헛간같았다.  호기심이 든 선규는 앞쪽으로 가서 문을 열어보았다.  뜻밖에도 문은 잠겨있지 않아서 안을 들어가보니 농사철이 끝난지가 꽤 되어서 그런지 먼지들이 쌓여있었다.  뒤를 따라 들어온 선생님도 건물안을 두리번 거렸다.
"무슨 창고인가 보다. 그런데 문을 안잠근걸보니 여기는 도둑도 없나?"
"주위에 아무집도 없어서 그런가봐요. 아마 저희같은 사람들보고 쉬어가라고 문을 열어놨나보죠"
그와 마찬가지로 호기심이 깃든 얼굴로 살펴보는 그녀의 입에서는 숨을 쉴때마다 하얀 입김이 나오고 있었다.  다시 열려진 문틈으로 길을 보던 선규는 무덤덤한 어조로 물었다.
"아까 그선생님들은 이밤에 어디갔다 오시는 길일까요?"
"아마 술을 사고 오는 길일거야. 저쪽에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가게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어"
선규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길가를 쳐다보고 있자 그녀는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선규야"
"네?"
"너,..... 그때의 일을 아직도 생각하니?"
그러자 선규는 고개를 돌려 추워서 그러는건지 아니면 부끄러워서 그런지 알수가 없지만 얼굴에 홍조를 띄고있는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그에게서 아무런 대답이 없자 그녀는 그의 눈길을 피하며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그이후로 너를 볼때마다 미안했었어. 그때 네가 말을 그렇게 했었지만 혹시라도 네가슴에 상처가 들었을까해서....."
"저는 정말 괜찮아요. 선생님은 어떠세요?"
그러자 그녀는 등을 돌리고 건물안쪽으로 좀더 들어가서 얼마동안 말이 없다가 목이 메인 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상하게 자꾸 네생각이 나. 그전에도 네생각이 나긴 했었는데 요즘은 더 그래. 힘들고 외롭다보니 그런가봐"
깜짝 놀란 선규는 눈을 크게 뜨고 그녀의 뒷모습을 응시하고만 있었다.
[저번에 마담이 했던 말과 같은 말씀을 하시네. 그나저나 내앞에서 저런 말씀을 하시는걸보니 정말로 힘드신가 보구나]
"난 네선생님이 될 자격이 없나보다"
그말을 듣고 선규는 다시 선생님이 처량하고 애처롭게 느껴져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녀를 돌아세우고 차가운 볼을 두손으로 감쌌다.
"그런 말씀하시지 마세요. 저한테는 영원히 고마운 스승님이세요"
그말에 그녀는 눈물을 약간 글썽이며 그의 손을 잡았다.
"네가 이렇게 위로를 해주는데 나는 선생님이 되서 그저 받기만 하는구나"
그녀의 울먹이는 말에 선규는 저도모르게 머리를 숙여 키스를 했다.  현재의 감정에 이끌려 함께 키스하던 선생님은 별안간 그의 얼굴을 잡으며 입을 떼었다.
"누가 보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면서 두려움이 든 얼굴로 그의 어깨너머로 문쪽을 살피자 선규는 말없이 문을 닫고 돌아왔다.  그러자 선생님은 긴장이 되어 그와 문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서..선규야"
"....."
선규도 샹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걸 깨닫고 있었지만 자꾸 그의 생각이 난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옆에서 조금이라도 선생님에게 위안을 주고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마담하고는 달리 그녀가 엄마처럼 그를 진심으로 필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여자들은 몰라도 왠지 그녀에게만은 엄마를 배신하면서까지 옆에 있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냥 이대로 돌아가고 싶으시면 선생님뜻대로 하세요. 저는 다만 조금이라도 선생님이 힘들어 하시는걸 덜어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선규가 잔잔하게 미소지으며 말하자 혼란스러움과 망설임이 들어있던 그녀의 눈은 간절함으로 바뀌면서 그의 가슴에 기댔다.
"우리 다시는 이러지 않기로 약속했었잖아"
"......"
그말을 들으며 살며시 선생님의 머리와 등을 쓰다듬어주던 선규는 다시 그녀의 얼굴을 잡고 입을 깊숙히 맞췄다.

첫관계를 맺었을때 선생님이 울던 모습들이 떠오른 선규는 뭉클해지는 심정으로 더욱 감미롭게 그녀의 혀를 감았다.  그녀는 저항도 하지 않은체 그저 그의 품안으로 몸을 내던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코트앞을 열고 그속으로 손을 넣어 젖가슴을 어루만지자 선생님은 흐느끼는듯한 신음을 내며 힘이 빠지는지 다리가 휘청거렸다.
"음...... 응........."
그러는 선생님을 부축하며 조심스럽게 뒤에 있는 짚더미위로 눕히고 선규도 함께 누웠다.  위에서 몽롱한듯이 있는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니 처음보다 거부감이나 어색함이 덜하고 오히려 애틋함과 선생님을 갈망하는 마음이 더 들고 있었다.  그래서 얼른 잠바와 바지, 팬티를 벗고 선생님의 하의도 모두 벗겨버렸다.  그러는 그의 마음에는 예전에 생각했던 정당성이 상기되서 움직임에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다.  벌어진 두다리사이로 들어오자 희미한 달빛만으로 보여지는 선생님은 하얀 입김을 내면서 살포시 그의 볼을 잡고 애절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걸 보고 또다시 엄마같은 친숙함이 든 선규는 성기를 삽입하면서 다시 선생님의 벌린 입속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읍........ 읍..........."
선규가 허리를 움직이며 천천히 왕복운동을 시작하자 그녀는 그의 목을 힘껏 끌어안고 열정적으로 키스를 해주었다.  그리고는 두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자 선규는 손을 그녀의 상의안으로 넣어 젖무덤을 찾았다.  손이 차가워서 그녀의 맨살에 닿으면 냉기를 느낄까봐 스웨터와 블라우스사이로 넣어 봉긋한 젖가슴을 지긋이 잡고 애무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한손을 스웨터위에 내려 그의 손을 잡고 함께 움직였다.  얼마간 그러고 있으니까 시렵던 손이 따스해 지는게 느껴져 엄마에게서 항상 느끼는 포근함이 들었다.  그래서 입을 떼고 정신없이 선생님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그녀의 속으로 깊숙히 빠져들어갔다.
"하악....... 아흑......... 아............"
"헉헉....... 헉헉........."
마침내 절정에 도달한 선규는 선생님의 질속에 사정을 했다.  그러자 그녀는 신음소리가 커져서 그런지 그의 입안에 입술을 묻고 꽉 껴안으며 가느다란 경련을 일으켰다.
"읍!...... 읍!........ 음!..........."
긴시간이 지나가고 육체가 진정되자 선생님은 감고있던 두다리를 내려놓고 그에게서 입을 떼며 거친 숨결을 몰아쉬었다.
"헉헉.........."
"헉헉....... 헉헉..........."

뜨겁게 달아올랐던 몸이 식어가자 심한 냉기가 뼈속까지 들어왔다.  잠옷을 벗고 하반신은 완전히 노출되어 있어서 추위는 심했다.  그의 몸이 오돌오돌 떨리기 시작하자 선생님은 여전히 그의 밑에 깔려있는 상태에서 입고있던 코트를 벗어 그의 등위에 걸쳤다.
"네잠바를 줘봐"
옆에 벗어놓은 잠바를 건네주자 그녀는 그걸로 자신과 그의 다리들을 덮었다.  그리고는 선규의 몸을 더욱 끌어안아 주고 추위가 덜하라고 온몸을 비벼주었다.
"많이 춥지?"
"견딜만 해요. 선생님은 안추우세요?"
"나도 그런데로 참을만 해"
그녀는 한동안 입을 다물고는 착잡한 눈으로 천장을 응시했다.
"또 이래서 어떡하니?"
"....."
이성을 되찾은 선규도 착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선생님과 다시는 관계를 안맺을줄 알고 그때의 일을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또 이런 일이 나니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내가 왜 그랬냐? 그냥 안아드리기만 했었으면 됐는데. 수학여행와서 담임선생님과 이러는 애는 이세상에서 나밖에 없을거야]
짚더미를 보던 선규는 고개를 움직여 아직까지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이상하게 그녀에게는 아무 거부감이 없고 자연스럽게 섹스를 하게 되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그에게 잘해줘서 그러는가보다 하고 생각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엄마처럼 점점 그녀가 여자같은 감정이 들었고 또한 그녀가 안아주면 마치 그를 사랑해주는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선생님"
"응?"
"혼자계실때 정말로 제생각이 많이 나세요?"
그러자 그녀는 알수없는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응"
"저를 생각하실때는 감정이 어떠세요?"
"잘 모르겠어. 어떤때는 너무 힘들어서 네가 곁에 있어줬으면 할때가 있고 또 어떤때는 그냥 네가 보고싶기도 해. 내가 이런다는게 우습지?"
"아니요. 저도 선생님생각이 나는데요"
그가 웃으면서 말하자 선생님도 함께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선규는 다시 그녀의 목덜미에 머리를 묻고 건물벽을 보면서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여자도 그런말을 하며 제가 보고싶다고 했었어요"
그러자 그의 몸을 비벼주던 선생님의 손이 순간적으로 멈추었다.  하지만 선규는 개의치않고 계속 말을 했다.
"그여자는 전에도 저같은 아이들을 불러서 했다고 그랬었거든요. 그런데 저한테만 그런 느낌이 든데요. 아마 제가 그여자의 장난감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나봐요"
"선규야......"
"그걸 할때도 그여자의 말을 따라야 했었죠. 이렇게 하라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라면 저렇게 하고.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수치심이 들더라고요"
그말을 들은 선생님은 맥없이 말하는 선규의 머리를 잡고 애틋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나는 너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안해"
"알아요. 그런데 그말씀을 들으니 갑자기 그생각이 나네요. 죄송해요, 선생님. 그여자얘기를 꺼내서요"
그러자 그녀는 대답은 않고 그에게 부드러운 키스를 해주었다.
"저번에 너에게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했었지? 나도 그래"
그말에 선규도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입맞춤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포근한 품안에 있으니 추위가 잊혀져 갔다.  하지만 선생님은 입을 떼고 다시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이젠 어떡하니? 너와는 다시는 이런짓을 안하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네어머님 뵐 면목도 없다"
그녀가 엄마얘기를 하자 선규는 또다시 가슴이 무거워져서 저도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아무리 선생님과의 관계에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다고 하여도 엄마에게 미안함을 느끼는건 여전하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만 돌아가자. 시간이 벌써 많이 늦었어"
그말을 듣자 선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생각해보니 자신이 밖에 나온지가 꽤 되어서 태수나 아이들이 궁금해 여길게 틀림없었다
"선생님은 괜찮으시겠어요? 밖에 나오신지가 오래되셨잖아요"
"너처럼 바람을 쐬고 왔다고 하면 되지. 그리고 지금 여선생님들은 모두 잠들어 있을거야"
고개를 끄덕인 선규가 질안에서 성기를 빼자 그녀의 입에서는 작은 탄성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하지만 곧 몸을 추수리고 그에게 등을 돌린다음 손수건을 꺼내 밑을 닦기 시작했다.  팔이 두다리사이에 들어가 있는것으로 봐서 정액이 흘러내리는 꽃잎을 닦는것 같았다.
"너는 닦을거 있니?"
"네. 저도 손수건이 있어요"
손수건으로 정액이 끈적끈적하게 묻어있는 성기를 닦다가 조심스럽게 옷을 입고있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니 온전체에 지푸라기들이 묻어있었다.  얼른 바지와 잠바를 입고 그녀의 머리에 묻어있는 짚들을 떼어주자 일어나서 코트를 입던 그녀는 흠짓 놀라며 몸을 돌렸다.
"뒤에 지푸라기들이 많이 묻었어요. 이런 상태로 들어가시면 안되시잖아요"
그말을 듣고 그녀도 입가에 웃음을 띄며 선규의 옷과 머리에 묻어있는 지푸라기들을 떼어주었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걸 확인한다음 그녀의 손을 잡고 길가로 나왔다.  얼마동안 옆에서 다정하게 걷던 선규는 불현듯 불안감이 머리속에 들어왔다.
"저, 선생님"
"응?"
"혹시........"
선규가 말을 못하고 머뭇거리자 선생님은 궁금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뭔데?"
"혹시 애가 생기면 어떡해요? 그럼 저보다 선생님이 더 곤란해지시고 고생하시는거잖아요"
그러자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걱정하는 그를 바라보았다.
"희재낳고 더이상 애을 낳지 않을려고 난관수술을 받았어. 그러니 걱정안해도 돼"
"네? 그럼 나중에 재혼하실때 어떡해요? 재혼하실 남자분이 애를 원한다면 큰일이잖아요"
"그럼 결혼안하면 되지. 어차피 또 남자와 같이 살 마음도 없는데"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말하는 그녀를 보며 선규는 그저 입만 벌리고 있었다.
[선생님이 엄마처럼 남자를 혐오하게 되셨나?]
그들이 후문으로 들어갔을때는 다행히 숙소의 공터에 아무도 없었다.
"너, 먼저 들어가"
"선생님은요?"
"네가 들어간걸 보고 들어갈게. 같이 들아가다가 혹시라도 누가 눈치채면 안되잖아"
고개를 끄덕인 선규는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는 선생님을 응시했다.
"죄송하고 감사해요"
"나도 그래"
조용히 속삭이는 선생님을 보다가 이윽고 선규는 발걸음을 옮겨 그녀를 뒤로 하고 숙소방으로 향했다.

잠을 두시간 자고 해돋이를 볼려고 가는 태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애들과 함께 토함산의 정상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3일연속으로 잠을 제대로 못잤더니 피곤함이 극심하였다. 그러나 오늘 엄마를 만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이고 들떠있었다.  떠나올때 짐작은 하고있었지만 그녀를 이렇게나 그리워하게 될지는 몰랐다.  가만히 혼자있을때는 그녀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려 하루라도 빨리 집에 가고싶은 생각이 간절하기만 했다.  매일 그녀에게 전화를 하고싶었지만 첫날 했었을때 엄마가 돈든다고 하지말라고 해서 그다음날부터는 하고싶은 마음을 간신히 자제했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만이라도 듣고싶어서 몇번이나 전화근처를 베회하곤 했었다.
[드디어 오늘 저녁에 엄마를 볼수있구나. 엄마도 나를 많이 그리워 하셨을까?]
힘들게 정상위에 올라가보니 공교롭게도 안개가 끼어 해는 커녕 몇치앞도 보이지가 않았다.  애들은 괜히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올라왔다며 불평을 늘어놓고는 다시 내려가거나 사진을 찍곤 했다.  선규를 보니 정상의 맨앞 가장자리에 있는 바위위에 올라서서 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하니?"
"이밑을 봐봐"
조심스럽게 선규옆에 서서 밑을 보니 그곳은 까마득한 절벽아래였다.  안개때문에 밑이 안보여서 마치 구름위에 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정상이 너무 높아 아찔한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위험한데 왜 여기 서있어? 그만 내려가자"
그러나 선규는 꼼짝도 않고 계속 밑을 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어떻게 될까?"
순간적으로 불길한 마음이 들어 정상의 중앙쪽으로 가던 태수는 얼른 선규를 돌아보았다.
"무슨 소리하는거야?"
"하늘을 나는 기분이 어떤지 궁금하지 않니?"
"....."
"어떨때 그게 참 궁금했었어"
태수는 말없이 돌아보지도 않고 계속 밑을 내려다보고 있는 선규를 살펴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고독함과 뭔가 호기심도 있는 표정들이 지어져 있었다.  지난 1년동안 선규는 많이 변해 있는것 같았다.  혼자 멍하니 있는게 가끔가다 눈에 띄였고 예전에 쾌활하던 모습도 별로 없어 마치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불안정한 인상이었다.  더군다나 어떤때는 상상도 하지못했던 모습들을 보여주어서 그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곤 했다.  음악시험에서 진지하고 고독한 모습으로 기타를 연주할때나 어제처럼 황당하게 운이 따랐던게 대표적이었다.  어제는 그도 몹시나 놀라서 다른 아이들처럼 선규가 보통사람처럼 보이지가 않았었다.  선규도 충격을 먹었는지 경악을 하며 방을 뛰어나가서 나중에 뒤를 쫓아가 보았지만 어느새 없어져서 그냥 방으로 돌아왔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를 않자 불안감이 몰려와서 초조해 하고 있는데 나간지 1시간만에 선규는 진정된 표정으로 들어와서 일단 안심을 했었다.  그러나 어디갔다 왔냐고 물어도 그는 그냥 몰래 밖에 나가서 바람이나 쐬고 왔다는 말만 할뿐 별말을 하지 않았다.  어쨋든 선규가 다시 기분이 괜찮아진걸 보고 태수도 더이상 묻지를 않았었다.
[밖이 추웠을텐데 그렇게 오래도록 뭐하고 있었던거지?]
그러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규야!"
그소리에 선규와 함께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담임선생님이 사색이 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위험하게 거기서 뭐하고 있는거니? 어서 내려오지 못해?"
그말에 선규는 얼른 내려왔다.  하지만 선생님이 날카롭게 소리를 질러서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녀와 선규를 쳐다보고 있었다.  태수도 경악에 찬 눈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평소 차분함을 잃치않는 선생님이 그런 모습을 보이니 매우 뜻밖이었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화를 내기보다는 조마조마함과 대단한 근심이 서려있었다가 매우 안도하는 기색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제자가 걱정되서 그러는것보다 더한 뜻이 담겨져 있는것 같아 의아스럽기도 했다.  다시 선규를 바라보니 그는 당황하거나 뉘우치는 기색은 커녕 알수없는 미소만 짓고 있었다.  학년초에 선생님이라면 질겁을 하던 모습과는 영 딴판이었다.
[그렇게 난리를 치더니 이제는 선생님과 아주 가까워졌나 보네. 하긴 작곡배운다고 선생님댁을 자주 찾아가 봤다니 그럴만도 하겠지]
선규를 한참동안 쳐다보던 선생님은 그가 정상의 가장자리에서 완전히 벗어난걸 확인한 다음에서야 자리를 떴다.

낮이라서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와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불과 3일동안 집에서 떨어진거였지만 마치 3년만에 돌아온것처럼 낯설기도 하고 매우 반가웠다.  짐을 내려놓은 태수는 책방으로 전화를 해보았지만 엄마가 전화를 하고있는지 통화중이었다.  목욕을 하고나오니 그동안 잠을 못잤던 피곤이 갑자기 온몸을 엄습해 왔다.  시계를 보니 엄마가 돌아올려면 3시간정도를 더 기다려야 했다.
[한시간정도 눈을 붙히고 저녁을 차려놓은다음 버스정류장으로 나갈까?]
그러나 방안에 자리를 깔은 태수는 머리를 베개위에 눕히자마자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버스정류장에 태수가 마중나올줄로 기대했던 혜영은 그가 없는것을 보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루종일 그의 얼굴을 볼 생각으로 가슴이 설레였어서 허탈감이 들기도 했다.
[지금 나오는 중이나?]
그나마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집쪽으로 걸어갔으나 계속 아들의 모습이 보이지않자 그가 마중나오는 기대를 포기해 버렸다.
[아마 집에서 저녁을 하고있는가 보다]
그러나 집에 들어가보니 모든 불이 꺼져있어서 놀랍고 의아스러웠다.
[아직 안들어왔어? 틀림없이 낮에 온다고 그랬었는데?]
조심스럽게 태수의 방에 들어가서 불을 켜보니 이불을 덮고 곤히 자고있는 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모습을 본 혜영은 섭섭하기도 하고 은근히 화가 나기도 하였다.
[내가 저를 얼마나 보고싶어 했었는데 기다리지도 않고 잠을 자냐?]
다시 불을 끄고 나갈려다가 잠자고 있는 태수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태수가 떠날때 단지 그와 떨어져 있는다는게 싫었을 정도였지만 3일동안 혼자 있으면서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몹시 사뭇쳤다는게 놀라웠다.  날이 갈수록 공허함이 들어 태수의 얼굴이 계속해서 떠올랐고 그를 보고싶어 하는 마음도 더욱 깊어만 갔다.  혼자 잘때도 아들의 넓은 품안이 그리워서 마치 상사병에 걸린 사람처럼 슬프고 안절부절 하곤 했다.  그녀가슴속에 아들의 존재가 이정도로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을줄은 미처 몰랐었다.  잠시 태수옆에 앉아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니 섭섭함과 화는 금새 사라지고 그자리에 반가움과 애정이 대신하고 있었다.
[명숙이가 아들을 군대보내면 혼자 어떻게 살까하고 걱정하던데 나는 그애보더 더 하겠네]
혼자 몇년을 지낼 생각을 하니 두려움이 들어 코트를 벗고 태수가 덮고있는 이불속으로 살며시 들어갔다.  따듯하고 푸근한 아들의 품안을 접하니 마음속이 편온해지고 그에게 안기고 싶은 애절함이 생겼다.  그래서 팔을 올려 그의 가슴을 안자 별안간 태수가 잠결속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언제 오셨어요?"
"조금 전에. 많이 피곤해?"
"그동안 잠을 좀 못자서요"
시계를 본 태수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죄송해요, 엄마. 한시간만 자고 저녁을 차린다음 정류장에 나갈려고 했었는데....."
"괜찮아. 배는 안고파?"
"네. 엄마는 시장하시죠? 들어가서 옷갈아 입으세요. 저는 그동안 저녁을 차려드릴테니까요"
그러자 혜영은 입가에 미소를 띄면서 일어나 앉았다.
"내걱정말고 피곤할텐데 더 자라"
그리고는 방안을 나갈려고 일어서는데 뒤에서 태수가 그녀를 끌어안고 다시 눕혔다.  그의 품안에 들어온 혜영은 잠에서 완전히 깨어있는 태수의 얼굴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그동안 엄마가 너무나 보고싶었어요"
그말에 혜영은 가슴이 뭉클해지며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나도 매일 네가 보고 싶었어"
혜영의 입에서 목이 잠긴 소리가 나오자 태수는 그녀를 더욱 바짝 껴안으며 뜨거운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밤새도록 태수는 엄마와 사랑을 불태웠다.  엄마를 원하는 마음이 그칠줄을 몰라 계속해서 그녀의 육체를 찾았고 엄마도 그를 놓치지 않는다는듯이 그의 몸을 붙잡고 모든걸 내던졌다.  쌓여있는 피곤함도 잊은채 지칠줄 모르는 열정으로 태수의 성기는 수그러 둘줄을 몰랐고 엄마는 몇번이고 오르가즘을 맞았다.  대화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방안에서는 가끔마다 들리는 사랑의 속삭임과 헐떡거리는 신음소리들만이 울러퍼지고 있었다.  겨우 잠이 들은 그들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또다시 사랑을 나누고 거친 호흡을 내쉬며 누워있었다.  엄마는 기력을 모두 상실했는지 조금도 움직이지를 못하며 태수의 품에 가만히 안겨있었다.
"헉헉..... 어떻게 너는 지칠줄을 모르니? 이러다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 잡겠다"
그말에 태수는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살포시 키스를 해주었다.  얼마가 흐르고 그녀의 숨소리가 진정되자 그는 그윽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엄마걱정 많이 됐었어요"
"얘는 수학여행가서 재미있게 놀 생각은 하지않고 무슨 내걱정을 하니?"
말은 그렇게 했어도 기분은 좋은지 엄마의 입가에서는 행복한 미소가 떠나가지를 않았다.
"제가 없어서 외로우시지 않으셨어요?"
"생각보다 많이 허전하더라. 그런데 유진이가 매일 책방에 와줘서 그런데로 견딜만 했어"
"유진이누나가요?"
"응. 네가 없어서 심심하겠다고 찾아와서 말동무 해주더라. 남인데 그렇게나 마음써줘서 무척 고맙더라. 애가 그나이답지 않게 생각이 깊고 정이 많은거 같애"
뜻밖의 말을 들은 태수는 가만히 천창을 응시하고 있었다.  지난 몇주동안 유진에게 경계심이 들어 그녀앞에서 말을 할때 저도모르게 긴장을 하고 조심스러워 했었다.  하지만 자신이 없는동안 엄마를 챙겨주었다니 여간 고마움이 드는게 아니었고 그동안 그런 마음이 들었던 자신에게 자책감이 들기도 하였다.
[유진이누나한테 내가 빚을 너무 많이 지는구나. 앞으로는 더 잘해줘야지.....]
그가 아무런 말을 하지않자 엄마는 고개를 돌려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넌 유진이같은 애를 어떻게 생각하니?"
"착하고 고맙게 생각해요"
"그런거 말고 나중에 네배우자감으로 말이야"
그러자 태수는 고개를 얼른 돌려 궁금함이 들어있는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거기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어요. 엄마는 며느리감으로 유진이누나가 마음에 드세요?"
"오래동안 지켜봤더니 나무랄데가 없는 애더라. 그만한 애를 만나기도 힘들고. 하지만 너와 결혼하는것에 대해서는 난 별로야"
"왜요? 누나가 저보다 나이가 많아서요?"
"처음에는 나도 너보다 나이가 많은 며느리를 맞기를 원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것도 아닌데 그런 좋은 애가 있으면 당연히 결혼해야지"
"그런데요?"
착잡함과 간절함이 깃든 엄마는 그를 물끄러미 보며 입을 열었다.
"결혼이라는거는 두사람만이 하는게 아니야. 두집안이 인연을 맺는거지. 네아빠와 결혼했을때 네외갓집에서 반대가 심했었거든. 그것때문에 오래동안 서로 불편했었어. 그래서 사돈을 맺는다는게 중요한거야"
"그럼 엄마는 유진이누나집에서 반대할거란 말씀이세요?"
"모르지. 보통 비슷한 집안들끼리 하잖아. 그러기에는 우리집이 너무 기울고....."
"....."
"하지만 내가 제일 걱정하는거는 유진이가 집에서 사랑을 별로 못받는다는 거야. 너도 그건 알고있지?"
"네"
"네가 형제나 친척없이 외롭게 자라서 내마음같아서는 네처가집이 너를 가족처럼 대해주는 따듯한 집이었으면 좋겠어"
"....."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다지만 처가집과 연락을 안하고 지내면 얼마나 기분 안좋고 불편하겠니? 네자식들도 너처럼 외롭게 자라게 되고. 그러니 네배우자를 선택할때는 그런것도 고려하면서 결정해. 알았지?"
"명심할게요"
속으로는 결혼할 마음이 전혀 없었지만 그래도 태수는 엄마가 이렇게 자상하게 마음써주는게 고마워서 깊이 새겨들었다.
"이제 그만 일어나자. 아침먹고 나갈 준비를 해야돼"
"제가 책방에 나갈테니 엄마는 집에 계세요"
"아니야. 고단할텐데 오늘은 잠이나 푹 자도록 해"
"하나도 안피곤해요. 유진이누나한테 엄마를 돌봐줘서 고맙다는 말도 할겸 제가 나갈게요. 집에 있으면 심심해서 그래요"
"그럼 네마음대로 해"
엄마가 웃으며 간신히 몸을 일으키는데 문득 생각이 든 태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동안 선규엄마를 만나신적이 있으세요?"
"아니. 왜?"
"선규도 저처럼 아줌마가 혼자 잘 지내고 계신지 걱정하더라고요. 매일 전화 하던데요"
그러자 엄마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애가 이제 드디어 철이 드는가 보구나. 그렇게나 저엄마 속이나 썩이더니"
그러면서 태수와 함께 웃던 그녀는 다시 돌아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곧 네생일이 다가오는데 뭐 가지고 싶은게 없니?"
그말에 태수는 속으로 은근히 놀랬다.  국민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그냥 엄마가 해주는 미역국이나 잘 차린 저녁상을 받았을뿐 생일선물을 받은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녀가 뭘 원하느냐고 물어본적도 없었고 거기에 대해서 섭섭함이 없는 그는 없는 집안살림을 알기때문에 생일선물을 바라지도 않았었다.
"엄마가 옆에 있는데 제가 뭘 더 바라겠어요?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도 이번만큼은 내가 뭘 해주고 싶어서 그래"
"전 정말 괜찮아요"
"그러지 말고 뭐라도 좋으니 말해봐"
그와 남녀관계를 맺고난뒤 맞는 첫생일이어서 그런지 그녀의 얼굴은 무어라도 해주고 싶은 간절한 눈치였다.  그래서 계속 거절하기도 뭐하다 싶어 잠시 생각하던 태수는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모기만한 소리로 말을 꺼냈다.
"저기, 있잖아요....."
"걱정하지 말고 말해"
"저기, 한복입은 모습을 보여주시면 안되요?"
"한복?"
"네. 구정때 시골에서 봤던 엄마가 너무 예뻐 보였거든요"
얼굴이 새빨개진 태수를 동그랗게 뜬 눈으로 보던 엄마는 그만 폭소를 터트렸다.
"한복입은걸 다시 보고 싶었어?"
"네"
"그거 말고 또 없어?"
"그거밖에 없어요"
한참동안 웃던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헐떡거리는 호흡으로 간신히 대답했다.
"네가 원하는데 당연히 입어야지. 그렇게 보고싶었다면 진작에 말하지 그랬어?"
"....."
"무슨 요즘애가 옛날걸 좋아하니?"
태수가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자 엄마는 그를 껴안으며 애교있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네생일날 새색시처럼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있을게"
그러자 태수는 얼굴이 밝아지며 웃고있는 그녀에게 사랑이 넘치는 입맞춤을 했다.

명숙은 혼자 아침을 먹고 있었다.  선규는 어제 돌아오자마자 곯아떨어져서 아직까지 일어날줄을 몰랐다.  어제 그가 돌아왔었을때는 은근히 긴장을 하고 있었다.  그가 수학여행에서 그녀가 잘 있는지 매일 전화해주는것이 고맙고 흐뭇했었지만 계속해서 혜영와 같이 지내라고 채근해서 기분이 점차적으로 이상해져 갔었다.  처음에는 그녀가 걱정되서 한 말로 여겼으나 나중에는 그가 볼멘소리로 말하는게 마치 의처증걸린 사람처럼 느껴져 아들에게 감시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선규가 돌아왔었을때 거기에 대해서 화를 낼줄 알았으나 그냥 싱긋 웃기만 할뿐 별다른 말도 하지않고 잠이 들어서 일단은 안심을 했었다.  그러나 그가 깨어난뒤 무슨 말이 나올지를 몰라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분명히 저가 없는동안 내가 혹시나 딴남자를 만날까봐 불안해 했던거 같은데 왜 그러지? 이때까지 같이 살았으면서 저엄마를 그렇게도 모르나?]
한숨을 쉬며 밥을 먹은다음 선규의 가방에서 빨래감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꼬깃꼬깃한 옷들을 세탁기안에 집어넣다가 문득 손수건이 눈에 들어왔다.  구겨져 있는 손수건을 보니 군데군데 딱딱하게 굳은 자국들이 보였다.  의아심이 들어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들은 바로 지난 1년전에 그녀의 속옷에 묻어있었던 자국들과 똑같았다.  그래서 냄새를 맡아보니 짐작했던대로 정액님새였다.
[얘가 수학여행가서 자위를 했나? 놀기 바빴을텐데 왜 그런 짓을 했지? 하여튼 남자들이란.....]
피식 웃으며 손수건을 세탁기안에 넣던 머리속에는 퍼득 다른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가만있어봐. 얘가 나와 관계를 맺은 이후로 한번도 자위한적이 없었는데. 내가 옆에 있어서 자위는 더이상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었잖아. 그사이에 무슨 생각이 났었나?]
남자들이 시도때도없이 성욕이 올라 여자가 없을때는 자위로 욕구를 푼는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오래동안 안하던 짓을 한걸 보니 매우 의심이 갔다.  저도모르게 기분이 언짢아진 명숙은 손수건과 남은 옷들을 세탁기안으로 집어던지고 화장실을 나왔다.

55부끝

모자들의 교향곡 56부

선규는 오후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엄마는 약국에 나가고 없어서 그녀가 차려놓은 밥을 먹고 씻었다.  그런다음 방에 돌아와서 수학여행때 가져갔던 가방이 열려있고 그안에 옷들이 없다는걸 발견하자 어제 집에 도착했던게 기억났다.  그동안 엄마가 전화할때마다 그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아서 돌아오면 화를 낼려고 마음먹고 있었지만 선생님과의 일도 있고해서 도저히 그럴수가 없었다.  배신한 사람은 바로 그였기에 엄마에게 뭐라고 할 염치가 없었다.  엄마도 그가 화를 낼것을 짐작하고 있었는지 약간 긴장하는 눈치였었다.  그러나 그저 잘 있었냐며 한번 안아주고 그녀를 피할려고 눕다보니 그만 오늘 오후까지 잠을 잔 것이었다.
[엄마만 모르면 되는거지만 그래도 양심에 찔려 얼굴 대하기가 힘드네]
그러면서 한숨을 쉬는데 이번에는 불현듯 선생님이 떠올랐다.  이제는 그녀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어가는지를 몰라 혼란스러웠다.  그냥 스승과 제자사이로 생각할려고 했지만 이제는 그러기도 쉽지가 않았다. 자꾸만 엄마같은 기분이 들어 그의 가슴속에 애틋한 감정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어제 새벽에 토함산 정상에서 절벽아래를 보고있을때 선생님이 기겁을 하며 얼른 내려오라고 야단을 치자 선규는 겁을 내기는 커녕 오히려 행복감을 느꼈었다.  엄마처럼 누군가가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생님하고는 그렇게 되면 안되는데. 어떡하면 좋지?]
생각을 해보니 이번에는 그녀가 저번처럼 다시는 그러지 말자는 말을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선생님이 지금 감정이 혼란스러워 말을 안했을뿐 원래 누구보다도 이성이 뚜렷한 사람이였기에 또다시 이런일이 되풀이 될것 같지는 않았다.
[아이들도 있는데 선생님인생을 어서 찾으셔야지. 아마 그런일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을거야]
그렇게 단정한 선규는 침대위에 앉아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몇시간이 흐르고 명숙이 약국문을 닫고 들어와보니 점심때 다시 차려놓았던 밥상이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얘가 일어났나?]
그녀의 방을 가보니 아무도 없어서 아들의 방으로 가보았다.  문을 열어보니 선규는 책상앞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언제 일어났어?"
"아까 낮에"
"그럼 일어났다고 말하지 그랬어"
"엄마가 바쁜것 같아서 그냥 공부하고 있었어"
빙그레 웃으며 말하는 선규를 보니 점점 이상함이 들었다.  평소에도 약국을 기웃거리던 애가 여행가서 전화로 닥달까지 하다가 오늘은 별로 아무일도 없다는듯이 행동하니 마치 다른 애처럼 느껴졌다.
"배고파?"
"아니. 아까 밥을 늦게 먹어서 별 생각없어"
방안을 나갈려던 명숙은 다시 그에게로 와서 침대위에 앉았다.
"왜 그렇게 전화해서 태수엄마와 지내라고 말했니?"
"엄마가 혼자 있으면 무섭고 외로울까봐 그런거지. 엄마 걱정하는게 잘못된거야?"
"아..아니"
천진난만한 얼굴로 바라보는 선규를 보니 명숙은 할말이 없어져서 잠시 당황했다.
"혼자서 괜찮았어?"
"응"
무심결에 한 대답때문에 선규의 얼굴빛이 어둡게 변하자 그녀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너, 여행가서 그거했니?"
"뭐?"
"자위"
"엉?"
선규가 깜짝 놀라며 당황하는 빛을 어렴풋히 보이자 명숙은 틈을 주지않고 몰아붙혔다.
"네가방에서 빨래감들을 꺼내다 보니까 손수건에 정액자국들이 묻어있더라"
"....."
"어떻게 된거야? 무슨일이 있었어?"
1년전만 하더라도 아들앞에서 하기 힘들었던 말들이 이제는 입에서 술술 나오고 있었다.  잠시 당혹스러워하던 선규는 곧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엄마생각이 나서 화장실에 가서 몰래 했었어. 그거때문에 기분 나빴어?"
"....."
이번에는 명숙이 놀래서 말도 못하고 빤히 쳐다보고 있는 선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엄마와 처음으로 떨어져 있어보니까 엄마생각이 많이 나더라"
"......"
애틋하게 말하는 선규를 보며 명숙의 가슴속에 있었던 의심과 언짢음은 어느새 눈녹듯이 사라졌다.  비록 성적으로 생각한거였겠지만 그가 여행가서도 그녀를 그토록 생각했다는거에 대해서 흐뭇함과 감격이 들었다.  그래서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꾸며 입을 열었다.
"정말 내생각이 많이 났었어?"
"응. 그러니까 전화를 매일 한거지. 엄마도 내생각 많이 했어?"
"그럼. 항상 너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옆에서 처음 떨어져 있는것이라서 무슨일은 없나하고 걱정 많이 했었어"
그말에 선규는 얼굴이 환해지며 그녀엎에 앉았다.
"다시는 엄마하고 떨어지고 싶지 않아"
명숙이 입가에 행복한 미소를 띄며 쳐다보자 선규는 그녀를 눕히고 키스를 하며 젖무덤위에 손을 얹었다.

이틀이 지나고 버스에서 내린 태수는 책방을 향해 부지런히 걷고 있었다.  책방에 도착해서 문을 열려고 하는데 별안간 그곳에서 유진이 나왔다.
"어? 지금 가는거에요?"
"응. 그동안 잘 있었어?"
"네. 왜 일요일에 안왔어요? 누나를 기다렸었는데"
"그날 학교를 가야할 일이 있어서 못왔어. 미안해"
"누나가 미안할게 뭐가 있어요? 여기에 꼭 와야 하는것도 아닌데요"
태수가 겸연쩍게 웃으며 말하자 유진도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수학여행은 재미있었니?"
"네. 제가 없을때 매일 엄마를 찾아왔었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고마워요"
"고맙긴. 나도 즐거웠었는데. 거기가서 내내 아주머니 걱정을 했니?"
"네. 엄마와 처음 떨어져 있는것이라서요"
이해가 간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부드러운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어서 들어가봐. 아주머니가 기다리시겠다"
인사를 하고 문을 열려고 하는데 유진이 그를 불렀다.
"태수야"
"네?"
"언제 한번 피아노치러 안올래?"
어딘지 간절한듯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던 태수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럴게요. 저도 치고 싶었거든요. 누나가 편한 날을 다음에 말해주세요"
"이번 일요일에 올수있니?"
곧바로 날을 정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 그는 흠짓 놀랐으나 곧 상냥한 소리로 말했다.
"그날이 누나한테 괜찮아요?"
"응"
"그럼 그날 갈게요"
그러자 유진의 얼굴에서는 기뻐하는 기색이 지어졌다.  시간약속을 정하고 인파속으로 사라지는 유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태수는 이윽고 책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금요일아침 태수와 함께 학교를 가던 선규는 웃음을 가득 띄며 입을 열었다.
"생일 축하한다"
"고맙다"
"아줌마가 오늘 맛있는거 해주시겠네"
"응"
태수는 왠지 쑥스러워서 피식 웃었다.  저녁에 엄마가 그를 위해 한복을 입어준다는것이 생각나서 선규보기가 괜히 민망했다.
"너도 다음주에 생일상 받잖아"
"생일은 나와 비슷해 가지고. 에이....."
"왜?"
"몇달 떨어져 있으면 좋은데 겨우 일주일사이밖에 안되니 내가 너보다 어리다는 느낌이 들잖아"
그소리에 태수는 킥킥거리며 웃었다.
"나도 그거때문에 널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어"
"까불지마"
뾰롱통해지는 선규의 얼굴을 웃으며 보던 태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넌 나이를 먹는다는게 아무렇지 않니?"
"난 빨리 어른이 됐으면 좋겠어. 더이상 어린애 취급안받고 내가 하고싶은걸 마음대로 할수있게. 너는?"
"모르겠어. 어떤때는 이대로 있고싶기도 하고 또 어떤때는 너처럼 어서 어른이 되고싶기도 해. 내가 어서 돈을 벌어야지 엄마가 좀 편안해 지시잖아"
"그건 나도 그래. 엄마한테 어서빨리 돈다발을 한뭉큼 안겨주고 싶거든"
그말을 듣자 태수는 문득 수학여행에서 선규에게 왔던 황당한 운이 떠올랐다.  그이후로 거기에 대해서는 선규와 한번도 말을 나눠본적은 없었지만 계속해서 신기한 느낌이 들곤 했었다.
"넌 돈을 진짜 많이 벌거 같애"
"......"
"너에게 운이 잘 따르는것 같거든"
그러자 선규의 안색은 어둡게 변했다.
"수학여행때의 일을 말하는거야?"
"응. 그때 정말 놀랬었어"
얼마동안 침묵하던 선규는 중얼거리는 소리로 말했다.
"다른 애들도 너처럼 놀랬지?"
"응"
"사실은 나도 많이 놀랬었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수 있나 해서. 마치 나에게 신이 들린 느낌이었거든"
"운이 따랐는데 그건 좋은거 아니야?"
"글쎄. 아마 어쩌다 온 운일거야. 그런거 너무 믿으면 안되잖아"
"그거야 그렇지"
알수없는 표정을 짓던 선규는 그를 보며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
"요새 선생님은 어떠시니?"
"담임선생님?"
"응. 안색이 좀 어두우신거 같아서"
"글쎄. 평소와 같으신거 같던데.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하냐?"
"넌 반장이라서 선생님과 매일 얘기를 나누잖아"
"그런다고 선생님께서 나한테 사적인걸 말씀하시겠냐? 어떻게보면 네가 반장을 할거 그랬어. 선생님과 친한 사람은 너잖아"
그러자 선규는 움찔하며 태수를 응시했다.
"무슨 소리야?"
"선생님집에 자주 찾아가고 그러더니 그런것 같더라. 저번에 산위에서 선생님이 야단을 치셨을때 너는 그냥 웃기만 하던데? 학년초에는 선생님이라면 기겁을 하더니"
그말을 듣고 선규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게 보였냐? 사실 네말대로 이제는 선생님이 편해"
"찾아가면 잘해주시니?"
"응. 너도 그때 갔었을때 봤었잖아"
"선생님남편은 뵌적이 있어?"
길바닥을 한동안 내려보던 선규는 고개를 천천히 내저으며 착잡한 어조로 대답했다.
"아니. 옛날에 우리아빠처럼 항상 바쁘신거 같애"
"선생님이 꽤 외로우시겠구나"
"그러시겠지"
정신이 나간듯 중얼거리는 선규의 안색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슬픈 빛이 담겨져 있었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자 엄마는 부를때까지 절대로 나오지말라며 태수를 방으로 들여보냈다.  부엌에서 나는 소리를 듣는 태수는 한복입은 엄마의 모습을 본다는 생각에 가슴이 너무 설레여서 어서빨리 그녀가 불러주기로 간절히 고대하고 있었다.  한복입은 여자의 모습이 그렇게나 아름다운 줄은 몰랐던 그는 시골에서 엄마를 본뒤로 가끔가다 머리속에 떠올랐었다.  단아하고 고전적인 옷차림은 엄마를 깨끗하고 청초하게 보이게 해서 무척 어리게 보이도록 만들게 했었다.  그때 엄마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었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어서 그냥 넋을 잃고 쳐다보는것에 만족을 해야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엄마와 단둘이 있는곳에서 한복입은 그녀를 볼수있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두근거리고 벌써부터 야릇한 흥분이 드는 것이었다.
[이거 마치 장가가는 기분이네]
그러다가 부엌에서 아무소리도 들리지가 않자 태수는 호흡소리를 조용히 하며 문에 귀를 대었다.  무척이나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지나가고 마침내 엄마방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젠 나와도 돼"
그소리에 큰 심호흡을 한뒤 방문을 연 태수는 그만 우뚝 서버리고 말았다.  구정때 입었던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있는 엄마는 뒷머리에 쪽을 하고 수줍은 웃음을 지으며 그를 보고있었다.
"왜 그렇게 서있어? 이게 네가 원하는거였잖아"
"....."
하지만 태수가 넋을 잃고 계속해서 그러고 있으니까 엄마는 왼손으로 긴 치마겉자락을 약간 올려잡고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그의 손을 잡아 생일상이 차려있는 상으로 이끌었다.
"다 식겠다. 어서 먹어"
그리고는 몽롱한 기색으로 자리에 앉은 태수의 손에 수저를 쥐어주었다.
"생일 축하해"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태수가 상을 바라보니 모두 그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이루어진 진수성찬이었다.
"너무 감사해요, 엄마. 사실은 저를 낳으시느라 고생하신 엄마가 이런상을 받으셔야 하는데....."
"아니야. 당연히 네가 받아야지. 네가 내아들로 태어나서 얼마나 행복한데"
그러면서 다소곳이 앉아있는 엄마는 입가에 살포시 미소를 띄면서 음식들을 그의 앞으로 가까이 끌어다 놓았다.  그리고는 젖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그의 입에 가져다 대자 태수는 황급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제가 알아서 먹을테니 엄마도 어서 드시기나 하세요"
"오늘은 내가 먹여주고 싶어서 그래"
그녀가 주는 음식을 멍한 얼굴로 받아먹는 태수는 어린시절로 돌아간것 같기도 하였고 또한 한복을 차려입은 엄마가 마치 아내같기도 해서 얼떨떨하기만 했다.  그런 그를 보고있던 엄마는 다른손으로 입을 가리며 살포시 웃음을 지었다.
"왜 그러세요?"
"이러니까 갓결혼한 낭군님한테 밥주는거 같아서. 네가 좀더 나이만 먹었다면 술도 따라줬을텐데..."
그소리에 태수는 먹던 밥이 목구멍에 걸려서 숨이 넘어갈듯한 기침을 했다.  여전히 웃고있는 엄마가 한참동안 등을 두들겨주고 나서야 겨우 진정된 그는 물을 벌컥벌컥 마신뒤 황송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어떻게 엄마가 저한테 술을 따라주세요?"
"내마음이지"
태수가 아무말도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자 엄마는 애교스럽게 눈을 홀기며 그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
"낭군이라는 소리에 아무말을 안하는걸 보면 그소리 듣기는 싫치 않은가보네"
그의 얼굴이 새빨개져 가는것을 본 그녀는 또다시 입을 가리고 웃음소리를 냈다.
"그런데 난 네가 한복입은 여자를 좋아하는지는 몰랐다"
"엄마만 좋아하는거에요. 그전에는 그런거 생각해보지도 않았었거든요"
"결혼식이나 명절이 아닌때에 한복을 입어보는건 처음이다. 그것도 아들때문에 입어보고"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짓는 엄마로부터 눈길을 떼지 못하는 태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음주에 선규생일이 있잖아요"
"맞아. 그렇지"
"선규라면 안절부절 못하시는 아줌마도 엄마처럼 아들에게 이런 훌륭한 생일선물을 주지 못하실거에요"
그러자 엄마는 너털웃음을 내지었다.
"그러겠지. 이번 생일이 마음에 드니?"
"최고의 생일선물을 받은거 같애요"
만면에 행복한 기색을 띄고 계속해서 음식을 먹여주는 엄마에게 넋을 잃은 태수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몰랐다.  단순하고 엷은색의 한복은 그녀가 움직일때마다 아름다운 동적인 선을 그려냈고 깃고대로 둘러쌓인 가느다란 목선은 평소보다 더욱 매력적이고 신비스러웠다.  그리고는 깃고대의 벌어진 좁은 틈사이로 보여지는 하얀 앞가슴과 그밑에 있는 고름을 보자 순간적으로 충동이 일어 수저를 내려놓고 엄마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그녀는 살며시 그의 양팔을 잡고 제지하며 조용히 말했다.
"먼저 밥먹고. 내가 차린걸 네가 먹어줘야 나도 기쁠거 아니야"
고개를 끄덕인 태수는 엄마가 주는 음식들을 동물원에 있는 물개처럼 열심히 받아먹으며 남은 밥을 맛있게 먹어치웠다.

식사를 끝마친 태수는 그자리에서 엄마를 안을려고 했지만 그녀가 상을 치워야 한다고 좀처럼 몸을 허락하지 않아서 애간장이 타는 심정으로 상을 치우는 엄마를 서둘러 도왔다.  허겁지겁 치우는 그를 보며 그녀는 연신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런다음 엄마가 먼저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자 그는 번개같이 양치질과 세수를 한다음 방에 들어와 자리를 폈다.  바지안에서는 벌써부터 성기가 발기되어 있었고 가슴은 심하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이윽고 문이 열리며 앞치마를 벗고 다시 단정하게 손질한 한복을 입고있는 엄마가 들어왔다.  태수가 충동을 더이상 억제하지 못하고 그녀를 힘껏 끌어안아 뜨거운 키스를 퍼부으며 그녀의 육체를 정신없이 어루만지자 엄마는 그의 손을 잡고 차분한 소리로 만류했다.
"천천히 해. 한복입었을땐 그렇게 하는게 아니야"
그말에 충동을 간신히 자제한 태수는 그녀가 시키는대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엄마는 긴치마를 잡고 조심스럽게 앉더니 그의 품안으로 안겨왔다.  한복의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며 그녀의 등을 쓰다듬어 주자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있던 엄마는 나지막한 소리로 물었다.
"오늘 즐거웠어?"
"엄마덕분에 너무 행복했어요. 감사해요"
"네가 좋았다니 나도 기쁘네. 생일때마다 이렇게 해줄까?"
"그러면 저야 좋죠. 하지만 엄마가 힘드실거 아니에요"
"힘들기는. 너를 위해서 하는건데 즐겁지"
태수는 그러는 엄마가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그녀만 마음을 돌려준다면 다른 여자를 만나지않고 엄마와 영원히 함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녀이외에는 아무도 그를 이처럼 사랑해줄수 없을거 같았고 그도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가지 않을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었다.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기다란 겉치마를 보고 있는데 엄마가 고개를 들며 살포시 키스를 해왔다.  그런다음 그녀가 입을 떼자 태수는 겉저고리가 풀어지지 않게 고정하고 있는 긴고름을 살며시 잡아당겼다.  그러자 매듭이 지어져 있던 고름이 풀어지며 저고리가 열어지자 상반신에 걸치고 있는 속적삼과 가슴 바로밑에까지 올라온 겉치마의 둘레가 나타났다.  그것들이 압박하고 있어서 그런지 젖가슴은 평평해 있었다.  옷이 구겨질까봐 치마끈을 풀어 겉치마를 조심스럽게 내린뒤 그안에 있는 속치마를 본 그는 후회감이 몰려왔다.
[한복이 생각보다 꽤 복잡하구나. 엄마가 이거 입느라고 귀찮으셨을텐데 괜히 입어달라고 했네]
그런 생각을 하며 엄마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홍조를 가득 띈체 숨소리도 안내며 한복을 만지고있는 그의 손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평소보다 유난히 부끄러움을 타는것 같아서 의아감이 들었지만 왠지 그런 엄마의 수줍어하는 모습이 좋았다.  속치마와 속바지, 그리고 속적삼을 벗기자 엄마는 팬티만으로 알몸을 가리게 되었다.  옷을 벗기기에 시간이 걸리고 까다로웠지만 그래도 마치 신방에 있는것처럼 운치도 있고 색다른 설레임도 있어 옷을 하나씩 벗길때마다 자극적이서 흥분이 점점더 되었다.  그런다음 엄마도 그의 옷을 하나씩 벗겨준다음 노출된 하얀 가슴을 한손으로 조심스럽게 가리고 두다리를 모으면서 눈을 살짝 위로 올렸다.  머리에 단정히 쪽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그녀는 나체로 있어도 한복을 입은것처럼 매우 조신하고 고전적으로 보였다.  태수가 미소를 짓자 그녀도 입가에 부끄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손끝으로 그의 가슴위에서부터 살며시 선을 그으며 내려갔다.  그리고는 다시 손을 올려 그의 볼에 갖다대자 태수도 손을 올려 그녀의 보드라운 손등을 잡고 볼로 전해져오는 따스한 감촉을 느꼈다.  그러면서 한동안 사랑이 넘치는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던 태수는 몹시 뭉클한 감정이 일어나 저도모르게 목이 잠긴 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제아내였으면 좋겠어요"
순간적으로 나온 말에 그자신도 놀라며 엄마의 기분이 변할까 조마조마 했으나 그녀는 계속 부드러운 미소를 띄며 그의 얼굴을 그윽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때문에 아들이 나중에 다른 이성을 만나는것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하고 늘 염려하던 혜영도 지금만큼은 그말에 아무런 거부감이나 불안감이 없었다.  태수가 한복을 하나씩 벗겨주었을때는 보통때보다 유난히도 떨려서 정말로 결혼식을 마치고 첫날밤을 맞는 기분이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을 차려주고 함께 밥을 지샐수 있다는게 그저 기쁘고 행복하기만 했다.  혼자남은 그녀만을 위해주고 사랑해주는 태수는 아들이고 남편이었다.  욕심같아서는 그가 다른 여자를 만나지않고 평생 그녀옆에서만 있어주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런생각에 몹시 애절함이 들어 아들의 품안으로 파고들었다.  태수는 애타는 손길로 그녀의 육체를 어루만져주면서 입을 맞춰주다가 이윽고 그녀를 조심스럽게 눕혔다.  그리고는 애틋한 눈길로 혜영의 얼굴을 바라보며 옆에 눕더니 다시 그녀의 몸을 부드럽고 소중하게 애무해 주었다.  감정이 고조되어 이제는 태수가 아들이 아닌 그녀의 남자로만 생각되어 그가 안으로 들어올때는 첫경험처럼 가슴이 매우 두근거렸다.  아들의 가슴위에 얹어져있는 손도 몹시 떨려서 제대로 움직일수가 없을 정도였다.  가끔마다 이런 느낌이 들어 혜영도 태수를 정말로 남자로서만을 원하는가 싶어 그녀자신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섹스는 격렬하지 않았고 오래동안 지속되며 부드러웠다.  천천히 움직이는 아들의 성기가 들어올때마다 마음속에 있는 그녀의 빈곳들을 완전히 채워주는 희열이 느껴졌다.  세상의 모든 관념들을 잊고 오로지 태수만을 갖고싶어서 경직되어 있는 손들을 간신히 움직여 아들의 몸을 부둥켜안고는 몸으로 전해오는 그의 단단한 육체의 감촉을 만끽했다.
"사랑해, 태수야"
그러자 태수는 감미로운 입맞춤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는 입을 옮겨 그녀의 입과 목덜미로 뜨거운 애무를 하자 혜영의 몸에서는 터질듯한 절정이 오고 있었다.
"하악....... 하악......... 아흑..........."
헐떡거리면서 아들이 움직일때마다 몸이 흔들리던 혜영은 마침내 오르가즘을 맞았다.
"아악!....... 하악!..........."
그러면서 질안에 아들의 정액이 가득 들어오자 오르가즘은 더 심해지면서 커다란 경련이 왔다.  그것은 온세상을 다 차지한 만족이었다.
"허억!.......... 아..........."
"아!................          "
거센 물결이 지나가고 땀에 젖은 아들을 끌어안고 있는 혜영은 섹스의 여운을 즐겼다.  젊었을적에 태수아빠와 할때는 아무것도 몰라 그저 행위만 할뿐 사랑하는 남편에게 안겨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섹스를 하며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알게 해준 태수가 말도 못할정도로 고마웠다.  숨소리가 진정된 그가 조심스럽게 내려와서 그들위로 이불을 덮어주고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어주자 혜영은 다시 그의 팔안으로 안겨왔다.
"오늘 다시한번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 엄마"
행복한 미소만을 짓고있는 혜영은 키스를 해주며 아들의 따듯한 품안에서 언제까지나 벗어날줄을 몰랐다.

약속한 시간에 맞춰 학원에 도착해보니 유진은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원에 오래간만에 와서 그런지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몹시 반가운지 활짝 웃는 유진과 얼마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녀와 피아노의자위에 나란히 앉아 전에 함께 쳐봤던 곡들을 연주했다.  피아노를 마지막으로 쳐본지가 불과 1달정도밖에 안되었으나 손가락들이 굳어져서 연주는 의외로 쉽지가 않았다.
"이것도 자주 해봐야 되는가 보네요. 손이 잘 안움직이는데요"
"하던걸 얼마동안 손을 놓으면 다 그렇지"
그러면서 틀릴때마다 그의 손을 잡아주는 유진을 몰래 쳐다보았다.  그녀에게서 피아노치러 오라는 제의를 받았을때부터 태수에게는 뭔가 궁금함이 있었다.  그녀에게는 대학친구들이나 할일이 많을텐데 쉬는 날에 그를 만나는게 이상했다.  그냥 동생같은 그에게 잘해주는 것으로 생각할려고 했지만 그래도 어딘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친구들이 애인 보여달라고 난리다"
갑자기 말한 그녀의 소리에 태수는 피아노를 치던 손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누나, 애인 생겼어요?"
"너"
"....."
"네가 내애인이잖아"
무슨 소리인지를 몰라 의아스러운 표정을 짓던 태수는 그말에 입이 벌어졌다.  그모습에 입을 손으로 가리고 웃음을 터트리던 그녀는 이윽고 설명해 주었다.
"그선배가 누군가에게 말했나봐. 그거때문에 과에서 소문이 쫙 퍼졌어. 애들이 궁금해 하는데 너는 항상 내옆에 없잖아. 그래서 유령애인이 하나 생긴거지"
남의 얘기를 말하는거처럼 재미있다는듯이 얘기하는 유진을 보며 태수의 낯빚은 근심스럽게 변해갔다.
"그러다가 누나에게 안좋아지면 어떡해요? 그소문때문에 진짜로 남자를 못사귈수도 있잖아요"
"상관없어. 애인사귈 마음도 없는데"
"누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연애 해보고 싶지가 않아요?"
"아직은 그런 마음이 안들어"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듯이 말했지만 태수는 어딘지 모르게 부담감이 들었다.  생일날 이후로 엄마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만 갔는데 비록 말도 안되는 소문이라도 누군가의 애인이 되었다는게 꺼림직했다.  또한 엄마가 유진이 같은 여자와 사귀지는 말라고 당부한것도 있어서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그런 그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던 유진은 다시 입을 열었다.
"내애인이 됐다는게 기분 나쁘니?"
"아..아니요. 괜히 저때문에 누나한테 피해가 갈거 같아서요"
"걱정하지마. 요즘 연인들 만났다가 헤어지는거 흔하잖아. 나중에 그선배 졸업하고 나서 헤어졌다고 하면 돼"
그러자 태수는 가벼운 웃음을 내지었다.
"그럼 그때까지 제가 누나애인이 되어야겠네요"
"그러게 말이야. 어떡하다보니 애인이 생겼네"
함께 웃던 유진은 가방에서 포장이 된 작은 상자를 꺼내 내밀었다.
"이게 뭐에요?"
"그저께가 네생일이었지? 선물이야"
그소리에 태수의 눈은 커다랗게 떠졌다.
"누나가 제생일을 어떻게 알아요?"
"저번에 아주머니께 여쭤봤었어"
어렸을때부터 생일이다고 떠벌리고 돌아다니지를 않아서 엄마나 선규네외에는 생일선물을 받아본적이 없었던 태수는 뜻밖의 선물에 할말을 잃었다.
"안뜯어봐?"
생글거리는 유진의 얼굴과 선물을 번갈아 보던 태수는 조심스럽게 포장을 뜯었다.  상자안에는 만년필이 들어있었다.
"마음에 들어?"
"네. 이거 비싼거 아니에요?"
"그렇게 안비싸.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라는 뜻으로 주는거니까 부담갖지마. 생일카드도 줄려고 했는데 내가 글쓰는거에는 소질이 없거든.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물끄러미 만년필을 보고있던 태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감격했다.
"다른 사람에게 생일선물을 받는건 처음이에요"
"....."
"진심으로 고마워요, 누나"
고개를 숙이고 나직히 말하자 유진은 잔잔한 미소를 띄었다.
"전 계속 누나한테 받기만 하네요"
"뭘 받기만 하니? 너도 날 도와주고 그랬었잖아"
선배라는 사람과의 일이 떠오른 태수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생일은 잘 보냈니?"
"네"
"아주머니가 잘 해주셨어?"
그러자 태수는 저도모르게 당혹스러움을 느끼며 대답했다.
"예. 생일상을 잘 차려주셨어요"
"하나뿐인 자식의 생일인데 당연히 그러셨겠지. 친구는 아무도 안왔어?"
"원래부터 친구는 안불러요. 생일이 대단한 날도 아닌데 저를 낳아준 엄마와 함께 지내야죠"
그말에 유진은 알수없는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얘기가 나와 다시 불편해진 태수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이거 줄려고 오늘 여기 오라고 한거에요?"
"응. 그때 날 도와준거에 대해 제대로 고맙다는 말도 못해 겸사겸사해서 오라고 한거야"
"아무때나 줘도 되는데 제가 누나쉬는날을 방해한거잖아요"
"내가 좋아서 하는건데 마음쓰지마"
"누나는 생일이 언제에요?"
"그저께"
그소리를 듣고 태수는 입이 아까보다 더 크게 벌어지며 놀란눈으로 어색한 웃음을 짓고있는 유진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저..저와 생일이 같은 날이에요?"
"응. 나도 네생일날짜를 듣고 무척 놀랬었어"
"그럼 말을 하지 그랬어요. 그런줄 알았으면 저도 선물을 가지고 오는건데요"
"나도 그런거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는 성격이 아니라서......"
"그럼 혼자 생일을 보냈어요?"
"생일을 알고있는 친한친구들 몇명과 저녁을 먹었어"
그와 생일이 똑같은 사람을 본적이 없어 신기해 하던 태수는 유진의 성격이 그와 비슷하다는것에 또한번 놀랐다.  우연의 일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녀가 남들보다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나도 생일 축하해요"
"고마워"
수줍게 웃고있는 그녀를 보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맛있는거 사줄테니까 나가요"
"아..아니야. 이럴려고 부른게 아닌데 그러지 않아도 돼"
"저도 그러고 싶어서 그래요. 누나와 제생일을 자축할겸 해서요. 어서요"
태수가 코트를 입자 망설이던 유진도 일어나서 외투를 챙겨입었다.
"괜히 너에게 얘기한거 같네"
"잘 했어요. 안그랬으면 저만 미안해지잖아요. 그나저나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다니 신기하네요"
"나도 그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네생일은 평생 기억하게 될거야"
함께 웃음을 짓는 태수는 학원에서 나와 유진의 제의에 따라 분식집에 들어갔다.

태수의 생일이 있은지 정확히 일주일뒤, 선규가 점심시간에 아이들과 농구를 하고 교실로 돌아오는데 반대편에서 담임선생님이 다른 선생님들과 걸어오고 있는게 보였다.  선생님은 동료교사들을 먼저 보내고 그를 불렀다.  선규도 아이들과 헤어지며 복도창문에 서있는 선생님에게로 다가갔다.
"시키실 일이 있으세요?"
학교에서는 평범한 스승과 제자로 행동해서 선규가 자연스러운 얼굴로 공손하게 서있자 선생님은 만면에 미소를 띄었다.
"오늘 네생일이지?"
"태수한테 들으셨어요?"
"아니. 생활기록부가 있잖아"
선생님의 말에 선규는 겸연쩍어져서 피식 웃기만 했다.
"뭘 제생일까지 챙겨주세요?"
"왜? 제자의 생일을 챙겨주는게 잘못된거니?"
어색한 느낌이 들었지만 선생님이 말하지도 않은 그의 생일을 챙겨주기까지 해줘서 기분은 몹시 좋았다.  오늘은 그녀의 표정과 어조가 왠지 밝아보였다.
"생일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따로 네생일을 축하해 주고싶은데 그러지를 못하네"
별안간 나지막히 속삭이는 그녀의 말을 듣고 선규는 깜짝 놀랬다.  또한 그녀의 얼굴에서는 안타깝다는 표정도 서려있었다.
"말씀만 들어도 고마운데요"
태연하게 말하며 선생님을 쳐다보던 선규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이들은 잘 있어요?"
"응"
지난 일요일에 선생님이 아이들을 보러 친정집에 간다고해서 그녀의 집에 찾아가보지를 못했었다.
"언제 집에 돌아와요? 보고싶네요"
"일단 일이 끝날때까지 거기에 있게 할려고 해"
그러면서 그녀는 얼마동안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이번주에도 애들을 보러 가야하니까 우리집에 오고싶으면 다음주에 와라. 한동안 안들었더니 네기타소리가 그립네"
"그럴게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그녀가 발걸음을 옮기려 하자 선규는 선생님을 불렀다.
"선생님"
"응?"
"안색이 밝으셔서 보기 좋으시네요"
그러자 그녀는 애정이 담긴 눈으로 그를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이윽고 그자리를 떠났다.

그날저녁에 선규의 요구대로 명숙은 그와 함께 외식을 하려고 시내에 있는 식당에 갔다.  생일이라서 그런지 선규는 오늘따라 기분이 밝아보였다.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면서도 그는 그녀를 보며 계속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집에서 내가 생일상 잘 차려줄수 있는데 뭣하러 나오자 그랬어?"
"엄마와 데이트하고 싶어서. 매일 집에서만 볼뿐 같이 나와본적이 별로 없었잖아"
"나와 생일을 같이 보내는게 좋니? 이런데라면 친구들과 함께 와도 되잖아"
"생일날인데 제일 같이 있고싶은 사람과 있어야지"
그말에 명숙은 흐뭇하기만 해서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얼마후에 음식이 나와 함께 저녁을 먹던 그녀는 지나가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근처에 음식점을 낸다더니 아무런 소식이 없네"
그러자 밥을 먹던 선규는 고개를 번쩍 들며 쳐다보았다.
"누구?"
"지난번에 약국에 왔었던 손님있었잖아. 그왜 굉장히 예뻤던 여자말이야. 네가 그때 드링크상자를 날라주고 그랬었잖아. 생각안나?"
미간을 약간 찌푸린 선규는 왠지모르게 긴장이 되어있는것처럼 보였다.
"그여자는 왜?"
"나중에 연락을 한다 그러더니 아무소식도 없고 집근처에 새로 생긴 음식점도 없잖아"
"생각을 바꿨나보지. 그런데 그건 왜 생각났는데?"
"여기 음식점을 둘러보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무표정으로 바라보던 선규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남자가 아닌 여자손님 얘기에 긴장을 하는 아들이 이상했지만 곧 생각을 떨쳐버리고 그와 함께 식사를 마저했다.

음식점을 나와 집으로 갈려고 지하철을 탔는데 천장에 붙어있는 지하철지도를 보고있던 선규가 별안간 말을 꺼냈다.
"엄마, 우리 영화보고 갈래?"
"영화? 내일 학교가야 하는데 이시간에 무슨 영화니?"
"간만에 나온김에 엄마와 영화보고 싶어서 그래. 이런 기회가 아니면 엄마와 같이 나오는게 힘들잖아"
"그래도 지금은 너무 늦었잖아. 내가 일요일 같은날 하루 쉬어볼테니 그때 가자"
그러자 선규는 언짢은 인상을 지으며 짜증을 냈다.
"내생일인데 그거 하나 못들어줘?"
선규의 기분이 돌변한걸 보고 순간적으로 긴장한 명숙은 시계를 보며 설득해 보았다.
"주말도 아닌데 이시간에 하는 영화가 어딨어? 해도 전부 마지막 상영을 하고 있을거야"
"어쨋든 가보자"
도저히 아들의 고집을 꺽지 못할거 같아서 명숙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참일찍 일어나야 해서 극장가는것이 못마땅했지만 생일날의 아들기분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한번 가보자. 무슨 영화가 보고싶은데?"
"가면 알겠지"
다시 표정이 밝아진 선규는 지하철이 집에서 몇정거장 떨어진 역에 서자 그녀의 손을 잡고 내렸다.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아들의 손에 끌려나온 명숙은 거리로 나오자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내한복판을 벗어난 그곳은 상가로 이루어져 있었고 저멀리에서는 아파트단지들이 보였다.
"여기에 극장이 있어?"
"찾아보면 있겠지"
선규가 자세히 얘기를 해주지 않고 계속해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만 해서 그녀의 가슴속에서는 일말의 불길함이 생겨났다.  워낙 엉뚱한 짓을 잘하는 애라서 지금의 행동을 보니 정말로 극장에 갈려고 한게 아닌것 같았고 또한 이동네도 처음 와보는것 같았다.  그녀의 손을 꼭 잡고 한참동안 골목을 이리저리 헤매던 선규는 상가가 뜸한 곳에 이르자 마침내 발걸음을 멈추었다.
"저기 가자"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고 명숙은 기겁을 했다.  4층짜리 건물에 걸려있는 간판들중에서 선규가 가리키는 간판에는 비디오방이라고 적혀있었다.
"비..비디오방에 가잔 말이야?"
"응. 엄마말대로 이시간에 영화를 새로 상영하는 극장이 어딨어? 그러니 이런곳에 와야지"
겁을 먹은 명숙은 호기심이 잔뜩 서려있는 선규의 손을 가까스로 뿌리치고 뒤로 물러났다.  그녀도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비디오방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또한 그곳에서 사람들이 남부끄러운 짓을 하는것도 들어 알고있었다.  그런곳을 엄마인 그녀와 가자고 하는 아들이 기가 막히기만 했다.
"너, 비디오방에 가본적이 있니?"
"아니. 나도 처음이야"
"이런곳에서 사람들이 영화만 보는게 아니라는걸 알고있어?"
"그건 일부분의 사람들만 그러는거야. 거의가 그냥 영화보러 온데. 내친구들도 갔었는데 극장보다 훨씬 편하데"
긴장하고 있는 명숙이 아무말을 하지않자 선규는 천진난만한 기색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영화만 보는건데 어때? 엄마도 영화보는걸 좋아하잖아"
"그..그래도 누가 보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기 때문에 아는 동네 사람을 만날 염려도 없어"
그소리에 명숙은 다시한번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애가 어찌 이렇게 영악할까?]
비록 자신이 낳은 자식이지만 이렇게 잔머리를 굴릴때는 다른 사람으로 느껴져 혀가 찼다.  그러면서 그녀가 계속 침묵하고 있으니까 선규는 간절한 어조로 애원했다.
"엄마와 오래간만에 나와서 같이 저녁도 먹고 영화도 보고 들어가고 싶어서 그래. 내생일날 같이 있고싶은 사람은 엄마뿐이라고 했었잖아"
한참동안 주저하던 명숙은 그소리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그냥 영화만 볼거지?"
"영화보러 온건데 또 뭘 하겠어?"
선규의 얼굴표정을 보니 진심인것 같았다.  어차피 계속 싫다고 하면 선규가 섭섭해서 기분이 안좋아질거는 뻔해서 내키지가 않다러도 들어가야 한다는것을 아까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다시한번 간판을 바라본 명숙은 이윽고 긴한숨을 내쉬며 무거운 입을 열었다.
"알았어. 네가 원하는대로 들어가서 보자. 대신 영화만 보고 나와야 하고 혹시 이상한 눈치를 챌지도 모르니까 행동을 조심해야 해. 약속할수 있지?"
그러자 선규는 금새 안색이 환해지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알았어. 추운데 빨리 들어가자, 명숙씨"
"....."
"이러면 우리가 엄마와 아들이라는걸 아무도 모를거 아니야"
입을 크게 벌리고 경악을 하던 명숙은 장난기어린 웃음을 짓고있는 아들의 손에 이끌려 주위를 살피면서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56부끝


모자들의 교향곡 57부

선규에게 이끌려 비디오방의 입구에 들어선 명숙은 몹시나 긴장을 하고 있어서 안면이 굳어있었다.  그러나 입구에서 종업원이 맞아주자 자연스럽게 행동할려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을려고 안간힘을 썼다.  수없이 와본것 같이 말하는 선규와 그녀를 데리고 종업원은 어느 방으로 안내했다.  방안에 들어선 명숙은 기가 막혀서 그저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어두운 방안에는 커다란 텔레비젼과 소파가 놓여있었는데 말이 소파지 거의 침대와 다름없었다.  등받이는 거의 뒤로 기울어져 있었고 앉는 부분은 넓어서 성인 두명이 누워 자도 충분할 정도였다.  그런 그녀를 놔두고 선규는 종업원과 밖으로 나갔다.  종업원은 매일 남녀가 함께 오는걸 보는지 시종일관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였다.  그들의 관계를 몰라도 분명히 그녀가 선규의 엄마뻘되는 나이인것을 눈치챘을텐데 전혀 이상하다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었다.  조심스럽게 소파위에 걸터앉은 명숙은 한번도 와보지 않은 어둠침침한 방안에 혼자 있다는걸 상기하자 조금씩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문을 바라보면서 선규가 오나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으나 그는 좀처럼 나타나지를 않았다.
[얘가 왜 이렇게 안오는거야? 여기서 찾으러 나갈수도 없고.....]
초조한 기색으로 저도모르게 스커트의 끝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이윽고 방문이 열리며 음료수들을 든 선규가 들어왔다.
"왜 이렇게 늦게 온거야?"
벌떡 일어나서 나지막한 소리로 다그치자 선규는 미소와 함께 마치 아이를 걱정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내가 없어서 무서웠어?"
"이런데 나혼자만 놔두고 나가면 어떡해?"
"무슨 영화를 볼건지 고르느라고 늦었어. 겁이 많이 났나 보구나. 그러니 귀여워 보인다"
"몰라"
그를 보고 안심해 하는 명숙의 태도가 마음에 드는지 선규는 연신 싱글벙글거리고 있었다.
"아무도 눈치안챘지?"
"그럼. 아마 우리를 연인으로 생각할거야"
"....."
"그리고 눈치채면 어때? 엄마와 아들이 영화보러 오는게 이상한건 아니잖아"
할말이 없어진 명숙이 다시 자리에 앉자 선규는 음료수들을 내려놓고 텔레비젼을 틀었다.
"무..무슨 영화를 골랐어?"
"좋은 영화를 골랐어. 이상한거 아니니까 걱정하지마. 엄마도 좋아할거야"
태연스럽게 말하는 선규는 음료수들을 내려놓고 그녀옆에 앉았다.
"아까 내가 엄마이름을 불렀을때 기분이 어땠어?"
"자식이 그렇게 부르니까 이상하더라. 장소가 이런곳이니까 그냥 넘어가지만 앞으로는 그러지마. 난 네가 엄마라고 부르는게 자연스럽고 좋아"
"나도 그래. 엄마와 내생각이 똑같네"
선규의 웃는 얼굴을 보던 명숙은 화면에서 영화가 시작되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비록 선규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래도 혹시 이상한 애로물을 고르지 않았나해서 은연중에 마음을 졸이던 그녀는 '햄릿'이라고 적혀있는 타이틀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고상한걸 골랐네"
"마음에 들어?"
"응. 너, 이런걸 좋아하니? 아주 뜻밖이다"
"옛날에 책으로 읽었는데 흥미롭더라. 엄마도 좋아할거 같아서 이걸로 골랐어"
선규의 뜻밖의 선택에 놀라던 명숙은 긴장을 풀고 화면을 응시했다.
"이거 옛날에 내가 봤던거랑 다르네"
"몇년전에 새로 만들어진거야"
명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선규와 함께 영화속으로 몰입했다.  로렌스 올리비에가 맡았던 햄릿역을 멜 깁슨이 열연하는 영화는 현대적인 감각을 풍기며 새롭게 느껴졌다.  삼촌에게 암살당한 부왕의 복수를 계획하는 햄릿, 그삼촌과 결혼한 엄마와의 갈등등을 보면서 그녀는 점점 영화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영화 중간에서 햄릿을 문책하려고 부른 엄마가 오히려 그의 말을 듣고 크게 반성하는 장면을 보고있는데 불현듯 이상한 느낌이 들어 옆을 쳐다보니 선규가 알수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영화 안보니?"
"햄릿과 그의 엄마가 끝에 어떻게 되는지 알지?"
"둘다 죽잖아"
"그운명을 피할수 있었는데 왜 그렇게 됐는줄 알아?"
"....."
"우유부단한 성격때문이야. 나같았으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할거없이 단숨에 삼촌이라는 자를 죽이고 엄마와 행복하게 살았을거야"
명숙은 순간적으로 섬뜩함이 느껴졌으나 이해가 안되는 점이 있었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서?"
"아니. 엄마를 차지했기 때문이야. 아버지가 죽었든말든 난 상관안해"
그말을 들은 그녀는 또다시 아들에게서 나오는 그녀를 향한 강한 집착과 소유욕이 느껴져서 저도모르게 선규와 거리를 두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선규는 번개같이 바짝 다가와서 속삭였다.
"내가 저기서 제일 마음에 드는게 뭔지 알아?"
"....."
"햄릿이 약혼녀를 거부하고 자기엄마의 잘못된 생각을 가르쳐주는 대목들이야.  엄마는 저러지 않을거지?"
숨도 못쉬며 선규의 절실하게 보이는 얼굴을 바라보던 명숙은 그가 왜 햄릿을 선택했는지 어렴풋히 짐작이 되는것 같았다.
"저..저번에 네가 수학여행에서 했던 말을 내가 안들었다고 이러는거야?"
"엄마와 단둘이서 행복하게 사는게 내가 제일 원하는거야. 그러니 제발 내가 걱정안하게 해줘"
그것은 언제나 그의 말을 들으라는 일종의 경고나 다름없었다.  아들의 이러한 태도에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오른 명숙은 반박했다.
"내가 네말을 안듣는게 어디있어? 네가 원해서 여기까지 따라왔잖아. 그렇게도 네엄마를 못믿니?"
"엄마하고 떨어져 있어보니까 불안했어"
"선규야....."
"엄마는 나를 남자로 생각안하잖아. 그건 아들로 생각하는것과 전혀 다른건데 내가 어떻게 안심할수 있겠어?"
"내가 다른 남자를 만날 생각이 없다는건 네가 더 잘 알잖아"
"남녀의 일이란 아무도 모르지"
이러다간 얘기가 계속 원점으로 돌아갈것 같애서 명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 집에 가자"
그러나 선규는 다시 그녀를 자리에 앉히더니 전광석화같이 달려들어 키스를 했다.  갑자기 기습을 당한 명숙은 아들을 간신히 떼어내며 문쪽을 살폈다.
"너, 미쳤니? 이상한 짓 안한다고 약속했었잖아. 누가 들어오면 어떡할려고 그래?"
"문 잠궈서 아무도 들어올 염려는 없어. 그리고 영화 끝날려면 아직 한참 남았으니까 걱정하지마"
어느새 욕정으로 사로잡힌 아들의 얼굴을 보고 공포감이 엄습해와서 다급하게 일어설려고 했지만 선규가 놔주지를 않았다.  그녀를 소파위에 눕히며 위에 올라와서는 다시 진한 키스를 퍼붓자 명숙은 몸부림을 쳤다.
"지..집에 가서 하자"
"여기서 하고싶어"
그러면서 선규의 손이 그녀의 스커트속으로 침범해 오자 명숙은 그에게서 벗어날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  집밖에서 성행위를 하는것을 무척이나 꺼려했던 명숙은 온몸이 긴장되어 매우 절박한 심정이 들었다.  더군다나 이런 공공장소에서 아들과 섹스를 할수는 더더욱 없는 노릇이었다.  어떡하든 이상황을 모면할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선규의 손이 둔부에 닿자 있는힘을 다해 그를 밀쳐냈다.
"도대체 왜 이래? 내가 싫다고 했잖아! 내가 아무데서나 네성욕을 풀어주는 여자야?"
매섭게 노려보는 그녀의 눈길앞에서 선규는 순간적으로 당황하는 빛을 보였으나 곧 태연한 얼굴을 하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엄마는 나를 아들로만 생각하는데 그아들이 원하는거를 들어주기 싫은 모양이지? 그것도 아들의 생일날에 말이야"
"....."
"햄릿의 엄마는 아들이 마실 독이 든 술을 마셔주는데 엄마는 그렇지 않은가 보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선규를 보며 명숙은 극심한 분노가 들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오직 아들만 사랑해주고 온정성을 쏟아부었는데 그걸 선규가 몰라주고 오히려 의문을 제기해서 배신감마저 느껴졌다.  자식이라는게 원래 부모의 사랑을 받기만 하는 존재라는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인지는 몰랐다.  허탈감까지 들어 심정이 착잡해진 명숙은 자리에 털석 주저않으며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나와 단둘이 살겠다고? 나중에 반드시 너를 결혼시킬거야. 너도 네자식들을 키우면서 고스란히 당해봐라"
그러면서 고개를 숙이고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명숙의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흐는끼는 소리를 들은 선규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바뀌면서 얼른 그녀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미안해, 엄마. 그렇게 말한건 내진심이 아니었어.  엄마가 나를 얼마만큼 사랑해 주는가는 나도 잘 알아"
"....."
"내가 잘못했으니 그만 울어. 나도 가끔가다 왜 그렇게 말을 삐뚤어지게 하는지를 모르겠어.  정말로 내본심이 아니었어"
그리고는 여전히 흐느끼고 있는 그녀를 안고 등을 다독거려 주었다.
"오늘같은 날에 엄마가 울면 내가슴이 아프잖아. 다시는 그런말을 않할테니까 울음을 그치고 이제 그만 집에 가자"
아들의 가슴품안에 안겨있는 명숙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진정할려고 해봤지만 마음은 계속해서 괴로웠다.  선규가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지만 항상 가끔가다 이런식으로 그녀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옆에 아무도 없어서 그런지 그가 이렇게 나올때면 그녀의 마음을 너무나도 몰라주는게 속이 상해서 심한 외로움이 느껴지고 억장이 무너지는것만 같았다.  예전에도 그러한 성격이 있었지만 성관계를 맺으면서부터 선규는 그녀에 대한 집착과 비꼬는듯한 사고방식이 더 심해진것 같았다.
[도대체 어디서부터가 잘못된걸까? 역시 아들과 이러지를 말았어야 했는데..... 모든게 내잘못이지 누굴 탓하겠어?]
착잡한 심정은 떠나가지를 않았으나 선규의 생일날 이러면 안되겠다싶어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근심어린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것에 대해 자꾸만 의심이 가니?"
"....."
"보통 남녀의 사랑은 언제든지 변할수가 있는거야. 네아빠와 나처럼. 하지만 부모와 자식간은 달라. 네가 나를 미워한다고 해도 나는 널 언제까지나 사랑할거야. 너를 위해서라면 죽을수도 있어. 그러니 그건 남녀의 사랑보다 더 큰거야. 알겠니?"
아무말없이 조용하게 듣던 선규는 다시 그녀를 껴안았다.
"다시는 안그럴게. 나도 엄마만을 사랑하니까 영원히 내옆에만 있어줘"
측은하게 말하는 선규의 말을 듣고 왠지모르게 불쌍함이 들어 명숙은 품안으로 그를 꼬옥 안았다.
[자식이라서 화도 못내겠구나. 나중에 커서 자기짝을 만나면 나아지겠지]
얼마동안 그녀의 품안에 있던 선규는 고개를 움직이더니 또한번 그녀에게 입술을 포개었다.  비디오방에서 이러는게 여전히 불안했지만 외롭게 느껴지는 아들에 대한 측은함을 떨쳐버리지를 못해서 그냥 그가 하는데로 내버려 두었다.

부드럽게 키스를 하는 선규는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가득차 있었다.  저녁을 먹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는 아쉬워서 어디를 갈까하고 생각한것이 비디오방이었다.  비디오방을 가본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거기서 무슨일이 일어난다는것을 알고있던 선규는 엄마와 가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곳에서 이상한 짓을 하면 엄마가 펄쩍 뛸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생일이라는것을 잘 이용하면 할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항상 집에서만 섹스를 했던 선규는 엄마와 연인처럼 데이트도 하면서 집밖에서 섹스를 해보고싶은 마음이 늘 있었다.  문제는 엄마가 그러한것을 싫어하는 것이었는데 마침 생일이고 해서 며칠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이었다.  간신히 설득시켜 비디오방으로 데려간 그는 엄마를 더욱 안심시킬려고 영화목록을 보다가 '햄릿'을 골랐다.  영화시간도 길어서 안성마춤이었다.  그가 예상했던데로 엄마는 안심을 하며 영화에 몰두했었다.  그도 처음에는 함께 영화에 집중했었는데 햄릿이 부왕의 망령을 만나는 장면에서 뒤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이 들었다.  보이지않게 햄릿을 따라다니는 부왕의 망령, 그것은 그자신의 상황과 너무나도 흡사했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해보니 어렸을때 헤어지고 한번도 보지못했던 아빠의 존재가 항상 느껴지며 위협감마저 주고 그를 억누르는것은 영화속의 망령과 똑같았다.  그전에는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를 이해할수가 없었지만 영화처럼 보이지않는 아빠가 계속해서 그를 따라다닌다는 생각을 하니 저도모르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면서 엄마에 대한 불안감도 더욱 몰려왔다.  선규도 엄마가 다른 남자를 만날 사람이 아니라는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슴속에 있는 뭔가 알수없는 불안감은 아무리 애를 써도 지워지지가 않았다.  특히 아빠를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그러는 그에게는 엄마의 입에서 그만을 사랑한다고 계속해서 확인을 받아야만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엄마가 그가 원하는데로 해주지 않을때는 의심이 들어 저도모르게 화가 나고 아무말이나 나왔다.  지금도 그런상황이었다.  그동안 선생님과의 일도 있고해서 지난번 수학여행때 전화했던 일에 대해 아무말도 하지못했던 그는 가슴속에 사묻혀져있던 불만이 폭발해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하지만 엄마가 눈물을 흘릴때면 가슴이 아파지는 선규는 그녀의 말을 듣고 그런말을 한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선생님이야 그에게 잘해주고 그녀의 상황에 동정이 가서 잘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선규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엄마뿐이었다.  이제는 성욕도 없어지고 그저 엄마의 품안에만 있고 싶었던 그는 오로지 그녀와 정신적으로 하나가 되어 부부같은 모자가 되고싶은 생각이 간절하기만 했다.  그녀의 따스한 품안에서 마음의 평온을 되찾은 선규는 무슨일이 있더라도 그만을 사랑해 주겠다는 엄마의 말이 고맙고 가슴이 뭉클해져서 저도모르게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텔레비젼 화면에서는 영화가 계속 나오고 있었으나 선규의 머리속에는 오직 엄마밖에 없었다.  엄마는 아까처럼 밀쳐내지 않고 그를 안아주며 키스에 응해주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입을 떼며 고개를 들자 어느덧 눈물이 멈춘 엄마는 포근하게 변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젠 괜찮아졌어?"
"응"
"집에 돌아가자"
말을 끝낸 선규가 일어났으나 엄마는 여전히 자리에 앉은체로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안가?"
"왜 여기에 오자고 했니? 정말 영화만 볼려고 온거야?"
"....."
그가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서있기만 하자 엄마는 약간 주저하는 기색을 보이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이런곳에서 하고 싶었어?"
"....."
망설이던 그녀는 뭔가 결심을 한듯 얼굴빛을 바꾸고 소파를 가리켰다.
"앉아봐"
선규는 엄마가 무슨말을 할려는지를 몰랐으나 그냥 그녀가 시키는대로 옆에 앉았다.  그러자 엄마는 그에게 바짝 다가오더니 안경을 벗고 키스를 하면서 그의 아랫도리를 부드럽게 애무했다.  깜짝 놀란 선규는 황급히 그녀의 얼굴을 잡고 물었다.
"엄마....."
"영화가 끝날때까지 아무도 안들어 오는게 확실하지?"
"응. 하지만 엄마가 이런거 싫어하는데 안해도 돼. 아까는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어서 그랬던거야"
"지금도 원해?"
"....."
무슨말을 해야 좋을지를 몰라 입만 벌리고 있는 선규를 보던 그녀는 만면에 홍조를 띈체 고개를 끄덕이면서 문쪽을 한번 보더니 천천히 그의 혁대와 바지를 풀기 시작했다.  말리지도 못하고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던 선규는 아직 발기되어 있지않은 성기가 그녀의 촉촉한 입안으로 들어가자 저도모르게 작은 탄성을 내질렀다.
"아..... 엄마........"
그녀가 손으로 불알을 어루만지며 입안으로 성기를 빨아들이자 선규는 다시 불같은 성욕이 일어나며 성기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낯선 장소에서 성행위를 싫어한다던 엄마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를 알수가 없었으나 그녀가 자진해서 해주는거여서 선규는 아무말않고 엄습해오는 욕정을 받아들였다.  성기가 완전히 발기되자 엄마는 혀로 민감한 귀두부터 뿌리까지 구석구석을 핥아주더니 다시 성기를 입에 물고 머리를 흔들면서 정성껏 빨아주었다.  그러자 빨려들어갈것 같은 쾌감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선규는 점차적으로 이성을 상실해 갔다.  집이 아닌 공공장소에서 엄마와 이런 행위를 하니 그가 생각했던것 보다 더 짜릿한 전율과 흥분이 느껴졌다.
"아...... 아........."
등받이에 기대고 황흘감에서 헤매던 선규는 더이상의 자극을 참지못하고 그녀의 얼굴을 들었다.
"올라와봐"
목이 쉰 소리로 말하자 엄마는 또다시 문쪽을 바라보더니 그의 두허벅지위로 올라왔다.  그리고는 스커트속으로 손이 들어오자 그녀는 순간적으로 움찔했으나 그가 커피색의 팬티스타킹을 벗기는것을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런다음 팬티는 벗기지 않고 꽃잎을 가리고있는 부분을 살짝 옆으로 옮긴다음 노출된 질속으로 성기를 삽입했다.
"아!......"
아직 질이 젖어있지를 않아서 고통으로 얼굴을 찡그린 엄마는 가만히 앉아서 그의 성기가 익숙해질때까지 기다리다가 이윽고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따듯한 질벽이 성기를 감싸면서 서서히 조여오자 선규는 그의 어깨를 잡고 움직이고 있는 엄마를 쳐다보았다.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주는것을 깨달은 선규는 엄마가 그를 사랑한다는것을 다시한번 확인하면서 그녀를 향한 사랑이 가슴속깊히 느껴졌다.  엄마의 모든것을 독차지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과 욕망으로 그녀의 머리를 끌어 깊은 키스를 하면서 스커트속에 있던 상의들을 끄집어내 그속으로 손을 넣어 엄마의 매끈하고 탄력있는 육체를 정신없이 더듬었다.  그리고는 브래지어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말랑말랑하면서도 약간 굳어져있는 젖꼭지들을 만지자 그녀의 입에서는 좀더 큰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아흑........"
바깥으로 소리가 새어나갈까를 의식해서인지 신음이 나오자마자 그녀는 급히 그의 입술사이로 입을 묻었다.  엄마가 그의 품속으로 바짝 안겨와서 극도로 흥분한 선규는 다른 한손을 스커트속에 집어넣어 팬티로 가려진 탄탄한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격렬하게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엄마는 팬티스타킹을 제외하고 코트를 비롯해서 옷을 두껍게 입고있었으나 그래도 그녀의 부드러운 육체의 느낌은 선규의 온몸으로 전달되어 자극을 주고 있었다.
"읍!..... 읍!........"
"음!..... 읍!........"
절정에 다다른 선규는 엄마의 질안으로 한방울도 남김없이 사정을 했다.  그순간 그녀도 그를 부둥켜 안으며 약간의 가느다란 경련을 일으켰고 질벽은 성기를 더욱 조여왔다.  이윽고 기나긴 사정이 끝나고 입을 뗀 그들은 막혀있던 숨을 거칠게 토해냈다.
"헉헉......."
한동안 헐떡거리던 엄마는 조금 진정이 되자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는 이마를 덮고있는 그의 머리카락들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좋았어?"
애정이 가득 담겨있는 그녀의 두눈을 바라보고 있던 선규는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너무나 고마워. 엄마가 이런거 싫어한다는걸 잘 아는데........"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 그녀는 다시 선규를 포근하게 안아 뒷머리를 어루만져 주었다.  그녀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텔레비젼 화면에서는 햄릿의 엄마는 이미 죽어있었고 복스를 마친 햄릿이 친구에게 뒷일을 부탁하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마지막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선규를 안고 심신을 가다듬고 있는 명숙은 착잡하기만 했다.  아까 선규가 했던 말들이 가슴에 무척 걸렸었고 또한 오늘이 그의 생일이기도 해서 뭔가 그가 원하는걸 해주지 않으면 오래도록 마음이 불편할거 같아서 누구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섹스를 했다.  하면서도 계속해서 문쪽으로 신경이 쓰여 좋은지를 전혀 모를 정도였다.  더군다나 집이나 호텔이 아닌 이런 장소는 처음이어서 몸도 경직이 되곤 했었다.  전에는 이런 짓을 꿈도 못꾸어 왔었는데 자신이 먼저 아들의 옷을 벗기고 했다는것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결혼생활때에는 부부관계가 재미없다고 남편이 늘 불평을 했었고 그녀도 그런 남편을 못마땅해 했었는데 낯선 장소에서 이런 낯부끄러운 짓을 남도 아닌 바로 친아들과 한 것이었다.
[그때 애아빠에게 이렇게 해줬었다면 좋아했었을텐데.....]
그러나 궁극적인 목표는 선규를 기쁘게 해주고 그녀가 사랑하고 있다는것을 보여주는데 있었기때문에 그것들을 모두 달성한거 같아서 그녀도 기분은 만족스러웠다.  조심스럽게 몸을 올려 음부안에 있던 성기가 빠져나오자 하얗고 끈적끈적한 정액이 흘러내렸다.  급히 빽에서 손수건을 꺼내 꽃입을 닦고 팬티를 바로한다음 아들의 성기도 닦아주었다.  그런다음 팬티스타킹을 찾아 입고 흐트러져 있는 스커트와 상의들을 매만진후 텔레비젼 화면을 보자 영화는 어느새 끝이나서 배우들과 제작진의 이름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어서 나가자. 마침 영화가 이때 끝나서 다행이다"
그러는 그녀의 가슴은 여전히 조마조마한데 선규는 기분이 좋은지 안색이 활짝 피어 있었다.  비디오방에 들어올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명숙이 바지를 입은 선규의 손을 잡고 재촉하자 그는 웃음을 지으며 문을 열었다.  밖에 아무도 없는것을 확인한 그녀는 안도를 하며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아들과 함께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큰길가로 나와서 지하철역까지 오자 그제서야 완전히 안심이 되어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선규는 그런 그녀를 연신 웃음띈 얼굴로 쳐다보며 말했다.
"방안에는 우리밖에 없었고 밖에도 아무도 없었는데 왜 그렇게 떨었어?"
가슴에 손을 얹고 뛰는 가슴을 달래던 명숙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너는 아무렇지도 않니?"
"아니. 난 엄마만 괜찮으면 돼"
애가 겁이 없는건지 아니면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지 이해가 안되서 은연중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데 질안에 들어있던 아들의 정액이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는게 느껴지자 얼른 그의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가면서 모기만한 소리로 일러두었다.
"오늘 한번만 이런거야. 다시는 그런거 하자고 하지마. 알았지?"
"알았어"
해맑은 미소로 대답하는 선규를 보면서 명숙도 그저 웃음만 나왔다.  다음날, 그녀는 동네 비디오가게에서 '햄릿'을 빌려 못본 부분들을 마저 봤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하는 날, 태수는 어느때와 다름없이 선규와 같이 등교할려고 그의 약국으로 갔다.  약국문을 열고있던 선규엄마는 그를 보고 웃음을 지으며 맞아주었으나 얼굴에는 어딘지 모르게 몹시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선규는 아직 준비가 안됐어요?"
"선규가 어제 독감에 걸려서 오늘은 학교에 못갈거 같애"
"요즘 유행하는 독감에 걸린거에요?"
"응. 너는 괜찮지?"
"네"
작년과 마찬가지로 유행하는 독감에 걸렸다니 선규가 조금만 아파도 안절부절 못하는 선규엄마가 많이 근심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당연했다.
"오늘은 수업이 없고 방학식만 하지?"
"네"
"그럼 네가 선생님께 사정을 잘 말씀드려 줄래?"
"걱정마세요. 아줌마도 감기 옮지않게 조심하시고요. 학교갔다와서 선규한테 들릴게요"
"그래, 고맙다. 너도 조심하고. 특히 네엄마 잘 보살펴 드려라. 작년에 네엄마가 몸살에 걸려 고생했던거 기억하고 있지?"
"네. 무슨일이 있으면 아줌마께 달려올게요"
태수가 인사를 하고 떠나자 선규엄마는 약국문을 완전히 열고는 황급히 약국으로 들어갔다.

약국문을 닫을 시간에 명숙은 여전히 근심어린 얼굴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어제 시험이 끝났다고 친구를 만나고 돌아온 선규는 종일 밖에서 있었는지 감기에 단단히 걸려있었다.  처음에는 증상을 안보였는데 한밤중에 옆에서 나는 끙끙 앓는 소리에 잠이 깨어 선규의 이마를 만져보니 불덩이였었다.  놀란 그녀는 밤을 꼴딱 새며 그를 간호해 주었고 약국에 있을때도 걱정이 떠나가지를 않아서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아 10분간격으로 집에 들어가 열이 내렸는지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고 자는 애를 억지로 깨워 죽과 약을 먹였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열은 내려가기 시작했으나 선규는 여전히 잠에서 깨어날줄을 몰랐다.  어렸을때부터 몸이 약해 잔병이 잦았던 아들이 이렇게 아플때면 중병에 걸린것처럼 그녀의 가슴을 떨리게 했고 그가 다 나을때까지 어떠한 일도 신경을 쓸수가 없었다.
[아무리 유행하는 독감이라지만 하필이면 선규가 걸리냐? 그동안 아무탈도 없고 잘 있다싶더니..... 다시 애를 깨워 약을 먹여야 하겠네]
시계를 보며 문닫을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문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서 오세......"
오늘은 시간이 길어질 손님은 그냥 보내기로 마음먹고 고개를 들며 인사를 하다가 들어온 사람을 보고 눈과 입이 커다랗게 벌어졌다.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선규어머님?"
두개의 쥬스상자들을 들고있는 선규의 담임선생님은 약간 수줍어 보이는 얼굴로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서..선생님이 여..여기는 어쩐일이십니까?"
"오늘 태수에게서 선규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그말을 듣고 황송해서 몸들바를 몰라하는 명숙은 얼른 선생님앞으로 달려가서 두손모아 허리를 굽혔다.
"바쁘신 선생님께서 여기까지 찾아주시다니요"
"요즘 독감이 유행한다는데 선규가 많이 아프지는 않나 걱정이 되어서요. 연락도 드리지않고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벼..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우리 선규를 이렇게까지 걱정해 주시니 저야 감사할 따름이지요"
잔잔한 미소를 짓는 선생님은 쥬스상자 하나를 두손으로 내밀었다.
"변변치 않은거지만 쥬스가 감기에 좋다고 해서 사왔어요. 물론 어머님께서 잘 알아서 선규를 보살피고 계시겠지만요"
"그냥 오셔도 되는데 뭘 이런거까지....."
"선규는 좀 나아졌나요?"
급히 쥬스상자를 받아들은 명숙은 그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네. 이제 열이 많이 내렸습니다. 내정신좀 봐. 저희집을 찾아주신 선생님을 계속 세워놓고 있었네요. 누추하지만 안으로 들어오세요"
거실로 안내한 명숙은 허둥지둥 집안을 정리하며 말했다.
"여기에 앉으시지요. 제가 차를 내오겠습니다"
"약국이 비어있는데....."
"이제 곧 문닫을 시간이에요"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습니까?"
그러자 명숙은 기겁을 하며 황급히 대답했다.
"저 혼자 할수있는 일입니다. 찾아주신것만 해도 감사한데요"
"그러면 그동안 선규방에 있어도 될까요?"
"네. 그렇게 하시지요"
명숙이 방에 들어와서 불을 켜자 뒤따라 들어온 선생님은 침대위에 누워있는 선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여기까지 오셨다가 선생님께서도 감기에 옮으실까봐 걱정스럽네요"
"괜찮습니다. 제걱정은 하시지 마시고 약국에 나가보세요. 공연히 저때문에 어머님의 일에 지장을 드리지않나해서 송구스럽네요"
"그럼 얼른 일을 마치고 차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방문을 닫고 나온 명숙은 부리나케 약국으로 달려나갔다.

선규와 단둘이 남게된 선생님은 천천히 방주위를 살펴보았다.  책장에 꽃혀있는 책들을 보다가 시선이 책상옆에 세워져 있는 기타를 보자 그녀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는 의자를 끌어 침대옆에 놓은다음 그위에 앉아 잠자고 있는 선규를 쳐다보았다.  고요한 표정으로 있는 그의 얼굴은 하루사이에 많이 수척해 있었다.  손을 뻗어 이마를 짚어보자 약간 뜨거웠다.  헝클어진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다가 손을 밑으로 내려 한동안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러면서 애틋한 그녀의 눈길은 선규에게서 떠나갈줄을 몰랐다.

잠을 자던 선규는 누군가가 그의 얼굴을 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눈이 떠졌다.  잠결에 만지고 있는 사람이 엄마인줄로 알았으나 뭔가 엄마손과는 다른 감촉이 느껴졌다.  낯이 익다는 생각을 하며 간신히 정신을 차린 그는 옆에 앉아있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랬다.
"선생님이세요?"
"잠에서 깼니?"
처음에는 꿈인줄 알았으나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급히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선생님은 다시 그를 눕히며 부드러운 소리로 만류했다.
"괜찮으니까 계속 누워있어. 빨리 나야지. 괜히 나때문에 잠을 깬건지 모르겠다"
"아..아니에요. 오늘 하루종일 잤는데요"
아직까지 정신을 못차린 선규는 왜 그가 선생님과 함께 있는지 의아해 하며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지금 저희집에 오신거에요?"
"응. 태수에게 네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어. 많이 아픈 모양이구나. 얼굴이 반쪽이 됐어. 이젠 괜찮아?"
"네. 어제밤보다 많이 나아졌어요"
"감기가 유행하는데 조심했었어야지"
선규는 근심어린 선생님의 얼굴을 보며 그녀가 자신을 이토록 걱정해주는거에 감격했다.  그동안 선생님도 아무말이 없었고 지난번에 비디오방의 일로 엄마에게 매우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녀의 집을 찾아가지를 않았었다.  그래서 그가 아프다고 집에까지 문병와주는 선생님에게 소흘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녀에게도 왠지모를 미안함이 들었다.
"아이들은 집에 돌아왔어요?"
"요새는 집과 외갓집을 오고가고 그래"
"애들이 혼란스럽겠네요"
"그렇겠지. 아직 애아빠와의 일이 끝나지를 않아 내마음이 편치않아서 그런가봐. 어서 그일이 끝나야 할텐데. 생각보다 절차가 길어지고 있어"
어두워지는 선생님의 얼굴을 측은하게 바라보던 선규는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죄송해요, 선생님. 자주 찾아뵈서 위로라도 드려야 하는거였는데요"
"그동안 시험도 있었고해서 너도 바빴잖아"
"제가 찾아가면 위안이 되세요?"
"응"
그녀가 쑥스러운 미소를 띄며 고개를 끄덕이자 선규도 함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방학동안에 자주 찾아뵐게요. 선생님은 웃으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비록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지만 부드럽게 말하는 그의 말을 듣고 그녀의 얼굴에서는 약간의 홍조가 띄어졌다.
"그럴려면 빨리 나야지. 너와 함께 음악을 연주하고 싶은데"
선생님과 선규는 서로의 손을 놓지않고 한동안 마주보고 있었다.
"제옆에 계셔도 괜찮은거에요? 감기 옮으시면 어떡해요? 애들을 만나실때 안좋잖아요"
"괜찮아. 그건 네가 걱정안해줘도 돼"
그러는데 부엌에서 소리가 들리자 선규는 그제서야 엄마가 떠올랐다.  순간적으로 불안감이 들어 조심스럽게 선생님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들어오시다가 엄마를 만나셨어요?"
"응. 어머님께서 네병간호를 하시느라 무척 힘드신 모양이더라"
그말을 들은 선규는 엄마와 선생님사이에 무슨 말들이 오고갔는지 몹시 궁금했다.  이것은 선생님과 마담과의 일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그를 사랑해주는 엄마와 잘해주고 아껴주는 선생님이 상처받는것은 원하지를 않았다.
"선생님"
"응?"
"저희집 바로앞에 태수가 살고있거든요. 이따가 나가시면서 거기도 들려주세요. 여기까지 오셨는데 저희집만 오신다는거는 그렇잖아요"
선규의 말뜻을 알아들은 선생님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안그래도 그럴려고 하고 있었어. 걱정하지마"
그러는데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선규와 선생님은 재빨리 잡고있던 손을 놓았다.  찻잔을 공손하게 선생님에게 준 엄마는 조심스럽게 침대위에 걸터앉았다.
"여기서 차를 드셔도 괜찮으신지 모르겠네요. 불편하실텐데요"
"괜찮습니다. 저때문에 선규가 잠을 깨게 됐네요"
"그렇지 않아도 약을 먹일려고 깨우려던 참이었어요"
침대위에 누워있는 선규는 얘기를 나누고 있는 그들을 멍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엄마와 담임선생님이 함께 있는것은 어디에서나 있을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에게는 달랐다.  둘다 모두 그와 몸을 섞은 여자들이었다.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하며 남들은 상상도 못할 일들이 그에게 일어나서 매우 신기해 한적이 있었지만 그의 눈앞에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고 마치 꿈을 꾸는것만 같았다.  그러면서도 엄마와 선생님이 서로 눈치를 채지는 않을까해서 아슬아슬한 조바심도 들었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 정신이 없었던 명숙은 약국문을 닫고 부엌에서 차를 끓이다가 진정을 하게되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국민학교 저학년까지는 학교선생님들이 가정방문을 하는것을 들어봤어도 고등학교 선생님이 그런다는것은 한번도 들어보지를 못했었다.  그녀가 학교를 다닐때도 마찬가지였었다.  선생님이 선규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져준다는 뜻이기도 해서 기분은 좋았으나 그래도 뭔가가 석연치 않았다.  아무래도 선규가 선생님의 집을 자주 찾아가서 저렇게 챙겨주나보다하고 이해할려고 했지만 방에 들어와서 얘기를 하다보니 아들을 보는 그녀의 눈길도 예사롭지가 않았다.  그것은 스승이 제자를 바라보는 눈길이 아니었다.  여자의 직감이어서 그런지 자꾸만 그이상의 알수없는 애정어린 눈길로 느껴졌다.
[선규와 이런 관계를 갖고 있다보니 내가 잘못 보는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고 자신을 탓하면서도 계속해서 신경이 쓰였다.  힘이 없어 보이는 선규는 그런 그녀와 선생님을 희미한 눈으로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 선규에게 잘 해주신다는 말을 들었는데 찾아가서 감사하다는 말씀도 못드려서 죄송하기만 합니다"
"아닙니다. 마땅히 제가 해야 할일을 하는건데요. 선규가 그동안 잘해주어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선규가 선생님댁을 자주 찾아갔는데 귀찮게 해드린거는 아닌가 하네요"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선규가 음악에 재능이 있어서 음악교사로서 가르쳐주는게 즐겁고 보람이 있어요. 그러니 괘념하지 마세요"
그말을 들은 명숙은 문득 선규와 선생님이 그녀의 집에서 단둘이 어떻게 있었는지가 궁금해졌다.  느낌으로는 둘이 상당히 친한 사이인것 같았다.  선생님의 얼굴을 주의깊게 살펴보았으나 가끔가다 선규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쳐다보는것외에는 별다른 이상한 점을 찾아볼수가 없었다.  잠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선생님은 찻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 가봐야 하겠습니다. 제가 어머님의 시간을 뺏는것 같네요"
"여기서 저녁을 드시고 가시지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하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김에 태수어머님께도 인사를 드리고 갈려고요. 그리고 선규도 쉬어야지요"
태수네도 간다는 말에 명숙은 품고있던 알수없는 의심을 지우고 선규에게 원망스러움이 들었다.
[제자들을 챙겨주는 정이 많은 사람인가 보구나. 하여튼 선규때문에 점점 이상하게 되가네.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고]
선생님은 인자한 얼굴로 몸을 일으키는 선규를 만류하며 말했다.
"일어날거 없고 몸조리 잘 해라. 다 낫고 나중에 시간있으면 우리집에 한번 찾아오고"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몸이 좋아지면 연락드리고 찾아가 뵐게요"
선규의 인사를 받은 선생님은 잔잔한 미소로 답하고는 명숙과 방을 나왔다.  그리고는 밖으로 배웅나오는 명숙에게 물었다.
"혼자서 자식을 키우시기가 많이 힘드시죠?"
"네?"
"선규와 태수가 어머님들을 걱정하는 말들을 몇번 들었어요"
뜻밖의 질문을 듣고 어리둥절하던 명숙은 그말을 듣고 겸연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자식을 키우는거는 누구에게나 힘들죠. 선생님도 자식들이 둘씩이나 있으시다고 들었는데 저보다 더 힘드시겠어요"
"선규가 어머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아주 남다른거 같애요. 태수도 그렇고. 요즘세상에 자식들이 그렇게 자기어머니를 생각하는거는 드문데 그런걸 보면 두분 모두 훌륭한 어머님들이신거 같네요"
"과찬이십니다. 다른 부모들처럼 할려고 하는데 애가 잘 해주니 그저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좋으신 선생님을 만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그리고는 정중히 인사를 나눈 명숙은 더이상 밖으로 나오지 말라며 만류하고는 길건너 태수네로 가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아파트안으로 사라질때까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57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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