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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 1부1장

토도사 야설 0 347 0
학교

(1부) 이미숙 선생님.



[김성영, 야자시간에 따라오도록 해]

미숙은 그렇게 말하곤 교실을 떠났다.

성영은 쭉쭉 빨던 담배를 창 밖으로 휙 던져버리곤,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씨발..]



성영은 이제 고2였고, 미숙은 그의 담임이었다.

이제 29살, 교사경력 채 10년도 안된 미숙에게 성영은 너무 힘겨운 학생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이름 날리던 불량학생 성영이었다.

그런 성영이, 진학 때문인지 오랜만에 학교 왔다 싶더라니 역시 체육 시간 혼자 교실에 남아 담배를 피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너무나 당당하게.

미숙은 성영이 걱정되었다. 많은 동료 선생님들은 성영이를 그만 포기하라 일렀지만 미숙은 그럴 수 없었다. 성영이의 죄를 덮어둔 것만 이번까지 벌써 6번째였다. 어떻게 해서든 그를 바른 길로 인도해주고 싶었다.

부모님께 전화도 해보았고, 내키지 않지만 따끔하게 혼을 내려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성영은 미숙과 제대로 대면하지도 않은 채 나갔고, 이래저래 성영의 담임이 된 지 벌써 4개월이 지난 것이었다. 그래서, 미숙은 이번 기회엔 꼭 성영을 잡아두리라고 마음 먹었다.



점심 시간이 지나고, 수업시간.

그리고 수업 시간이 지나고, 저녁시간 마저 지나고.

야간 자율 학습 시간은 꽤나 빨리 왔다. 성영이 야자를 할 리 없었지만, 달리 빼준 적도 없었고, 성영이 남아있는 걸 매시간 확인했기 때문에 미숙은 성영을 데리러 자신의 담당 반인 2학년 3반으로 향했다. 하얀 치마가 나풀거렸다.



성영은 놀랍게도 자리에 있었다. 물론 누워 자고있긴 했지만.

[성영아, 김성영. 일어나서 따라와. 얼른 ! 이번에도 피하면 너 징계감이야. 학생부로 넘길테니까 그렇게 알아.]

성영은, 살짝 눈을 뜨더니 일어나 앉았다. 잔뜩 인상을 구기긴 했지만. 미숙을 쳐다보는 눈빛이 절대로 곱진 않았다.

[그만 노려보고 따라와.]

미숙은 성영의 눈빛을 더 받아내기 힘들어, 말을 마치곤 교실 문을 열고 나왔다.

다행히, 성영 역시 따라오는 모양이었다. 뒤에서 주욱 주욱 실내화 끄는 소리가 들려왔으니까.



미숙은 비어있는 2층 학습교구실로 성영을 데려갔다. 이름부터 별로 필요없을 듯한 곳임을 알 수 있 듯, 이 곳은 그저 남은 책상이나 걸상을 놔두는 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얼마전 증설공사를 마친 후관에 책상과 걸상을 모두 옮긴 후 였고, 이제는 탁상과 소파가 놓여져 있는 휴게소 비슷한 공간이었다.

[거기 앉아, 성영아.]

성영은 별 말없이 소파 안쪽에 몸을 길게 빼서 앉았고, 미숙은 재빨리 문을 걸어잠궜다.

[뭐하는 거에요? 선생님?]

성영이의 짜증과 당황이 섞인 목소리가 들렸지만, 미숙은 단호했다.

[이제 도망 못가겠지? 이번엔 끝까지 나랑 이야기하자. 도망치면 안돼.]

피식. 성영이 웃자, 미숙은 예상과 다른 반응에 당황했다. 그러나, 곧 마음을 정리했다.

그리곤, 자신도 소파 쪽으로 가 앉아, 소파에 팔을 벌리고 앉아있는 성영을 향해 말했다.

[성영아, 담배는 뭐 피니 ?]

[블리치요. 선생님도 한대 드릴까요 ?]

그리곤 성영은 담배를 꺼내 한대 물곤, 불을 붙였다.

미숙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려 했다. 성영을 이런 외딴 곳에 데려온 이유도, 다른 선생님들 눈을 피해 최대한 성영이가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으니, 이런 일도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냐, 선생님은 담배 안피워. 그런데 담배.. 몸에 해로운 거 알고 있지? 성영이 운동 잘하잖아, 숨 가쁘거나, 그렇진 않니 ?]

[별로, 그렇진 않은데요. 몇 년째 피웠는데, 뭐.]

[그래, 그럼 다행이다. 콜록, 그런데, 콜록 콜록, 선생님이랑 이야기할 동안만 담배 꺼주면 안되겠니?]

성영은 말 없이 쭉 담배를 빨더니, 일어나 학습교구실의 창문을 열었다. 활짝.

[봐. 성영아, 창문도 열어주고 성영인 선생님도 생각해주잖아. 성영이 사실은 착한 거 다 알아.]

[그냥 바람이 쐬고 싶어서요. 착각하지 마시죠, 선생님.]

마침 바람이 들어왔다. 성영의 긴 머리가 흔들리고, 미숙의 하얀 치마가 흔들렸다. 성영의 눈이 미숙의 다리로 갔다. 하얗고 알맞게 뻗은 다리. 실내용 슬리퍼 사이에 있는 이쁜 발가락. 성영은 담배를 쭉 빨았다.

[아냐, 성영아, 성영이 착해. 알게 모르게 우리 반에서 애들 분위기 잡는 거 내가 알아. 반장인 성현이보다 니 때문에 아이들 다 잘 행동한다며?]

피식. 성영의 웃음이 또 이어졌다. 성영이 그런 행동을 하긴 했지만, 그건 2학년 5반 아이들의 분위기를 신경써서 했던 건 아니었다. 단지 꼴배기 싫은 새끼들 깝치는게 보기 싫어서. 그것 때문이었다.

[선생님, 저를 못이기겠어요, 저는.]

미숙은 기뻤다. 성영이 드디어 자신에게 자신을 털어놓는 것 같아서. 하지만 성영의 마음은 영 딴 곳에 있었다. 미숙의 치마 밑으로 보이는 매끈한 다리에. 그리고 반팔 티 사이로 보이는 살결과 다소곳이 무릎 위에 얹은 얇은 손목에.

[욕구 불만이라고 해야되나요? 그래서 막 짜증나고, 그러면 그런 행동을 하곤 해요. 담배도 그렇고, 술도 그렇고. 뭐. 애들 패는 것도.] 성영은 미소를 지으며 미숙을 보았다.

[욕구 불만? 그래, 청소년기니까.. 이것 저것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실제론 사회적 제약 때문에 못하는 게 많으니까. 성영이가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 그래서 불량 학생이 되는 애들 많다고 들었어. 성영인 뭐가 제일 하고 싶은데? 먹는 거? 노는 거? 선생님이,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거면 성영이 얘기하는 거 들어줄께. 대신에 성영이 나랑 약속 하나만 하자, 어때?]

성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숙의 말 끝에 어울리는 질문을 던졌다.

[무슨 약속인데요?]

[먼저, 담배 몰래 피기.]

미숙은 성영에게 웃어주었다. 성영이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말이 먹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말 이렇게 착한 성영이라면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성영이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성영은 어렵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교실 말고 숨어서 피면 될테니까. 중학교 때 많이 하던 짓이었다.

[그러면 선생님, 제 소원 하나 들어주시는 겁니다. 어려운거 안할게요.]

미숙은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게 보호 본능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성영의 눈빛과 어감이, 뭔가 끈끈하고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뭐 이상한 게 아니라면.]

결국 미숙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러나 성영의 대답은 그녀를 놀래켰다.

[선생님 다리 만지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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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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