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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봉급쟁이다. - 프롤로그

토도사 야설 0 349 0

어제 마신 술 탓인가 머리가 지끈지끈 거린다. 



회의 시간 내내 사장이 말한 장황설이 따끔거리는 압정마냥 몇번이고 이마에 꽂힌다. 



"최차장은 다른 건 없나?" 



"... 네. 특별히 보고 드릴 건 없습니다. 진행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장이 나를 돌아보며 질문을 던진다. 이제 회의가 끝나려나 보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필기구와 다이어리를 티안나게 정리하기 시작한다. 



"그럼 이만하지." 



사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든 직원들이 우두두 자리에서 일어선다. 



내가 제일 마지막이다. 



밀려난 의자들을 밀어넣기 시작하자 두발짝 나아갔던 경리가 돌아와 같이 정리한다. 



"매너 없는 새끼들.." 



속으로 조용히, 담배를 꺼내며 1층 계단으로 몰려나가는 직원들에게 중얼거린다. 





그렇다. 나는 간신히 인원 20명이 되는 중소기업의 봉급쟁이다. 



대기업 마냥 태블릿에 PPT를 해가는 회의를 기대하긴 어렵다. 



간신히 사장의 훈시, 각 파트별 작업일정 보고. 그리고 나면 모든 것을 총괄하고 있는 



내게 화살은 돌아오게 마련인 작은 회사. 





사장이 새로 뽑아놓은 아줌마 경리가 의자를 정리하다 말고 잠시 딴 생각을 하는 나를 



손으로 툭 친다. 



"차장님 어디 아파요?" 



"아... 아닙니다. 잠깐 딴생각 했어요." 



멈칫거리다 다시 의자를 집어 넣는다. 



경리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차장님은 가끔 이상해.." 



적당히 기분 나쁘지 않은 범위에서 내게 농담을 던지는 그녀. 



작은 키에 어울리지 않는 큰 가슴에 시선이 꽂힌다. 



확 주무르고 싶다. 



"그런가요? 하하하..." 



멋적은 너털 웃음과 함께 뒷머리를 긁적이며 자리로 돌아선다. 





"가만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더라?" 



자리에 앉아 스케줄러를 살핀다. 



"7시 동철 형님 약속." 



스케줄러에 일 덕분에 만나 형동생 하게 된 사람과의 약속이 메모 되어있다. 



"아... 오늘 돌싱 하나 소개시켜준다고 전어 먹자고 했었지?" 



늘 똑같은 일상과 다른 새로운 일정이 생긴 것이 나름 뿌듯하다. 



오늘은 다를 거다. 다를 거야. 



"차장님 사장님 호출이요." 



잠시 기분 좋은 생각에 웃고 있는데 경리의 커다란 목소리에 흠칫 놀란다. 



"아... 네..." 



하루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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