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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호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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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호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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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호텔 4

열번째 이야기 : 귀신과의 정사

민수는 모 프로 야구단의 잘 나가는 주력 투수이다. 억대의 몸값을 받고 첫해에 15승이라는 성적을 올려 톡톡히 이름 값을 한 그는 어느덧 데뷔
2 년째에 접어들었음에도 2년생 징크스를 무색하게 하며 총알 같은 공을 씽씽 뿌려 대 상대 팀 타자들을 벌벌 떨게 하곤 했다. 그런 민수에게
약점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한창 혈기 왕성한 미혼의 선수답게 주변에 항상 수많은 여인들을 거느리고 다녔다. 즉 여자를 지나치게 밝히는
것이 민수에게는 최대의 흠이자 약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수는 장래가 총망되는 억대의 선수인데다가 외모 또한 영화배우 못지않게 출중했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민수의 주변은 끝없이 여자들이 맴돌았고 그는 별 어려움 없이 여자들을 골라가며 잠자리를 같이 하곤 했다. 민수의 최대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불같이 솟구치는 강한 체력이었는데 경기 전날 새벽까지 잠을 안 자고 여자와 데이트를 해도 다음날이면 변함없이 상대 타자들을
넉다운 시켰다. 오히려 민수에게 여자들과의 육체적 교류는 강한 운동에너지의 원천처럼 느껴지게까지 되었다. 심지어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져 외박이
금지된 날이면 다음날 이상하게도 그의 공은 맥을 못 추고 상대 타자들에게 통타 당하곤 했던 것이다.
그러던 민수의 신앙이 어느날 싹 깨어지고 마는 일이 일어났다. 때는 프로야구가 한창 전기 리그 종반으로 치닫던 어느날,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팀이 내리 5연패를 당하자 화가 치민 감독은 전 선수에게 외박과 금주령을 내렸다. 선수들의 정신무장을 다시 하자는 의도였던 것이다. 일이 그렇게
되자 가장 몸이 단 것은 물론 민수였다. 하루라도 여자를 만나지 않으면 좀이 쑤셨던 민수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감독의 불호령이었다. 그렇다고
지시를 어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쌍방울 레이더스와 3연전을 치르기 위해 서울에서 전주로 이동을 했던 팀은 전주에 있는 C 호텔에 여장을 풀고 주말 3연전에 대비했다. 문제의
C호텔은 귀신이 나온다고 알려져 있어 징크스에 예민한 야구단은 여간해서 묵기를 꺼리는 곳이었으나 팀이 주로 묵던 모 호텔이 수리를 하면서 할 수
없이 팀은 C호텔로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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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비가 조금 왔던 관계로 일찌감치 훈련을 끝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선수들은 내일 있을 3연전에 대비해 작전 구상들을 하면서 휴식들을 취했다.
그러나 민수는 이래저래 죽을 맛이었다. 안 그래도 작년에 전주에 와서 모 나이트 클럽에서 만나 사귀어 오던 아가씨 하나를 만나기로 미리 약속까지
정해 두었던 터인데 팀의 성적 하락으로 물거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 마음이 뒤숭숭해진 민수는 일지 감치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호텔 창밖을
바라보니 비는 그쳤다 오다가를 반복하며 내일의 경기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었다.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던 그녀는 화를 내며 매몰차게 전화를
끊었었다.
'젠장, 여자가 어디 자기뿐인가...'
새벽 두시. 호텔 5층 창문밖에는 짙은 어둠과 함께 아직도 빗방울이 뜯고 있었다. 통상 같이 방을 쓰곤 하던 룸메이트인 선배 투수 K는 허리
디스크가 번져 갑자기 병원으로 실려 간 터였다. 예상대로 라면 지금쯤은 무슨 핑계라도 대고서 호텔을 빠져 나와 가까운 곳에 방을 잡고서 여인의
품 안에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노닥가리고 있을 시간인데 민수는 생각할수록 부화가 치밀었다. 바람이 부는지 연신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제대로 잠이 오지를 않자 민수는 냉장고의 문을 열고 캔맥주 두개를 꺼내 창문 가로 가져갔다. 이정도 비라면 전주의 그라운드 사정은 뻔하다.
어차피 게임은 물 건너 간 것이다. 민수는 천천히 맥주를 들이켰다. 작은 스탠드 불만을 켜 놓은 방안은 희미했고 커튼을 열어놓은 통에 창문
유리를 통하여 민수의 모습이 침침하게 내 비췰 뿐이다. 창 밖도 어둠뿐이었다. 호텔 뒤편이 야산이었기 때문에 그저 칠흑 같은 어둠이 빗속에
일렁거리며 춤을 출 따름이었다.
새벽 두시 반, 갑자기 문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 오더니 똑똑 정확하게 두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빈속에 연거푸 들이마신 두 캔의
맥주로 인하여 약간 정신이 흔미한 상태였기에 민수는 혹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귀를 의심했다.
'이상하군, 이 시간에 룸 서비스가 올 일도 없는데…'
민수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이 다시 똑똑 두번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틀림없이 들려왔다.
"누구십니까?"
혹시 자신처럼 잠 못 이루는 팀 동료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 민수는 조심스레 문가로 다가갔다. 하지만 기분이 약간 이상하단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저... 문 좀 열어 주시겠습니까?"
목소리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애띤 소녀의 음성이었다.
"예, 무슨 일이죠?"
상대가 여자인지라 약간 안도감이 든 민수가 다시 물었다.
"예, 옆방에 든 투숙객인데요. 대단히 실례 인줄은 알지만 잠도 오질 않고 무서워서요... "
순간, 민수의 눈이 재빠르게 빛났다.
'이런 제길... 떡이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경우도 있네.'
하지만 이래 놓고 야중에 돈을 요구하는 악질 콜걸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민수는 문틈을 통하여 복도 밖을 여자를 확인했다.
헉.. 민수는 다시 한 번 놀라며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긴 생머리를 늘어트리고 잠옷 같은 것을 걸친 여인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하긴.. 저도 적적하고 잠이 안 오기는 마찬가집니다. 마침 냉장고에 맥주도 있고...."
그러면서 민수는 문을 열어 여인을 방으로 안내했다. 가까이서 보니 여인의 모습은 더욱 더 매혹적이었다. 약간 창백한 얼굴에 화장끼 없는
얼굴이었으나 잠옷 바람으로 겁도 없이 처음 보는 남정네의 방으로 돌진하는 것을 보면 아무튼 대단히 끼가 농염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러면 간혹씩 있기 마련인 여성 펜들의 육탄 공세일른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렇게 야밤에 방으로 처들어 온 일은 드믄 경우였다.
"같이 묵은 남자 친구는..."
희심의 미소를 지으며 여인의 앞에 털썩 주저앉은 민수는 본격적인 일 벌이기에 앞서서 뒷감당을 먼저 생각했다. 한참을 중요한 시기에 우락부락하고
인상 험한 그녀의 남자 친구가 그녀를 찾아 문을 따고 쳐들어와 펀치를 날릴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살폿 웃음을 머금으며 대답 대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 방면에 도통한 민수는 프로다운 눈을 번득이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통상 이런 시점에서 여자의 앞뒤를 들추는 건 하등의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은 익히 터득한 터였다. 그냥 서로를 묻지 말고 즐기기만 하면 그만이다. 일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의 직분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맥주 캔 하나를 따서 그녀에게 건넸지만 두어 모금 마시는 시늉을 했을 뿐이다. 대신에 그녀가 노골적으로 속살을 보여 왔으므로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민수는 용기를 내어 그녀 옆으로 다가갔다. 아마도 같이 투숙한 남자 친구가 제대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잠이 들었거나 아니면
여자를 홀로 바람 맞춘, 어쨌거나 여자는 지금 몹시 외로운 상태 입에는 틀림이 없어 보였다. 어쩌면 이시점에서 여인에게 구차스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오히려 매너 없는 행동일 것이다. 민수는 용기를 낸 김에 더 내어 살며시 그녀의 손을 잡아 보았다. 놀랍게도 여인은 민수의 손을 끌어
그녀의 허리춤으로 가져갔다.
'젠장, 나보다 더 급하시군... 에라 모르겠다.'
민수는 여인을 들어 침대로 눕히고는 성급히 잠옷을 풀어 내렸다. 여인은 반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친 숨소리를 내며 민수를 더욱 끌어 당겼을
뿐이다. 민수는 거의 폭팔 직전의 풍선처럼 숨이 막혀 왔으나 프로답게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한 번으로 끝내기엔 여인의 미모가 너무 서늘하도록
아름다웠던 때문이다. 민수는 서서히 여인의 몸을 쓸어 내렸다. 야구공을 뿌릴 때와는 다른 또 다른 기술이었다.
갑자기 섬짓, 그 이상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민수를 스친 것은 그로부터 불과 오분 후의 일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몸 아래에서 신음을 토하고 있는
여자가 자꾸 영화 화면처럼 흐릿하게 포개져 보인 것이었는데 민수는 처음에는 그것이 자신이 마신 술 때문인 줄 알았다. 더욱더 이상한 것은 여인의
얼굴이 지나치게 창백했다는 것과 눈동자가 초점이 전혀 없이 멍하니 떠져 있다는 점이었다. 거기에다가 자신의 허리를 꼭 잡고 풀어 주지 않는 강한
힘은 또 무엇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민수는 조심스레 여인의 눈치를 살피며 묻고 말았다.
"그런데 아가씨 몸이 왜이리 찬지 모르겠군요. 밖에서 비 맞고 헤매다 온 사람 같으니…"
거기 까지 생각한 민수의 머리에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가만 몸이 차다는 것은... 그래, 마치 얼음처럼 냉기가 가시질 않는다. 혹시...'
민수는 온 힘을 다하여 여인을 밀쳤다. 갑자기 머리가 쭈뼛해지고 소름이 돋아 올랐다.
"후후.. 날 버리고 어딜 가려고... 이미 늦었네..."
여인이 갑자기 팔에 힘을 주며 민수를 꼭 끌어 않았다. 어떻게나 그 힘이 강했던지 민수의 발버둥은 헛된 것이 돼 가고 있었다.
"날 버리고 못 간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널 죽여 버리겠어..."
그녀는 몸을 바꾸어 민수의 몸 위에 걸터앉더니 갑자기 힘껏 민수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잠시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곧 숨이
가물가물 해지는 것으로 보아 꿈은 분명코 아니었다. 민수는 마지막 힘을 모아 살려 달라고 힘껏 소리치기 시작했다.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점점
기억이 희미해지는 찰나, 갑자기 밖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 왔다.
"이봐! 박민수. 무슨 일이야? 대체 왜 그래... 문열어 문!"
순간 여인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 갔다.
"이런... 하필이면... 거의 다 되었는데..."
밖에서는 종업원이 달려 왔는지 비상키를 이용해 문 여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녀는 억울한 표정으로 잠시 문 밖을 바라보더니 훌쩍 창문 밖으로
뛰어 내렸다.
"귀신... 귀... 귀신..."
말을 잊지 못하고 부들거리고 있는 민수를 바라보며 뛰어 들어온 동료 선수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젠장. 꿈을 꾼 거겠지. 도심 한복판 호텔 방에 귀신은 무슨..."
"이봐! 박민수 자네 혹시 몽유병 있는 것 아니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물로 목을 축인 민수가 입을 열었다.
"정말 귀신이었습니다. 차가운 얼굴에 처절하도록 아름다운 얼굴이었죠. 처음에는 저곳 탁자에 앉아서 둘이 맥주를 마셨었는데 침대로 가서 일을
시작하려 하자 갑자기 제 목을 조이더니 창문으로 훌쩍 뛰어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앗! 이건..."
팀의 주전 포수인 B가 갑자기 유리컵 잔을 들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이건 틀림없는 여자의 입술 자국 같은데... "
"그래요. 우린 캔 맥주를 따서 유리잔에 부어 몇 잔을 마셨죠. 그녀는 한 잔인가 빼고는 거의 입에 대지 않았지만..."
정말로 탁자 위에는 누가 보아도 두 사람이 앉아서 술울 마신 흔적이 역력했다.
"혹시 그녀가 앉았던 자리가 이쪽 창가 쪽이 아니었나?"
"예 맞아요. 그녀는 그쪽에 있었죠. 저는 이 쪽에 앉았고.."
"그럼, 자네 말처럼 귀신이 틀림없네. 이쪽을 보십시요?"
B는 어느새 사람들이 모여들어 웅성거리는 좌중을 둘러보며 귀신이 앉았다는 의자 밑을 가리켰다.
"여기... 틀립없이 귀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귀신은 술을 마시지 못했죠. 우리와는 엄연히 다른 차원의 에네르기 같은 환영이었을 테니까."
의자 밑에는 그냥 쏟아 부어진 듯한 맥주로 인하여 흥건하게 젖어 들고 있었다.
며칠 뒤, 죽은 영혼을 불러내어 구명 시식을 잘 하기로 이름난 C모 법사가 호텔로 찾아와 구명 시식을 하며 그 여자 귀신을 불러내었다. 그녀는
약 7년 전에 그 방에서 남자 문제로 인하여 창문으로 뛰어내려 자살을 한 여인의 귀신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하여 한을 풀지
못하고 차원을 넘어 자신의 죽은 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구명 시식 이후로 그녀가 계속 나오는지는 알아보지 못했다. 교회 목사님이
들으시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시겠지만 이것은 엄연히 사실로 일어난 일이다. 작년 여름에 일어난 이 사건을 아마 기억하는 독자 분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정사 신은 글쓴이 임으로 꾸민 픽션임을 밝히고 싶다. 실제로는 호텔 복도에서 주로 목이 없는 형태로 귀신은 자주 목격되었다고
한다. 구명 시식을 한 것도 사실이다.

열한번째이야기 : 남희 이야기

날씨는 화창했다. 긴 겨울의 그림자가 지나고 바야흐로 봄이 찾아온 것이다. 날씨가 풀리고 봄이 오면 성일 에게는 해마다 찾아오는 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 바로 그의 고향 마을, 남희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그러니까 바로 사년 전의 오늘과 같은 봄날이었다. 바로 이웃에 살며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녀가 한줌의 재가되어 저 세상으로 떠나간 날이.
남희는 성일의 고향 마을인 전라도 정읍의 한 시골 마을, 바로 옆집에 살던 성일 보다 두 살 연하의 여자 아이였다. 그럭저럭 농사일로 남부럽지
않게 어린 시절을 보낸 성일에 비하여 옆집 남희네는 참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다. 농사일을 하던 남희의 아버지는 갑자기 논에서 쓰러진 이후로
몇년째 병석에서 일어나지를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혼자 세 남매를 돌보던 남희의 어머니마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가출을 하고 말았다. 그때 남희는
마악 고등학교 1학년의 나이였고 밑으로 어린 동생 둘이 있었다. 졸지에 집안의 가장이 되어 버린 남희는 그 길로 학교를 중퇴하고 돈을 벌겠다며
서울로 상경을 했다. 그것이 성일이 어린 시절 마지막으로 본 남희의 모습이었다.
그 몇 달 뒤, 서울로 간 남희로부터 고향집으로 돈이 송금되어 오기 시작했다. 의외로 돈의 액수가 많았던지라 마을 사람들은 놀랐지만 들리는
풍문으로 그녀가 서울에서 마음씨 좋은 사람을 만나서 큰 회사에 들어갔고 그래서 돈을 잘 버는 것이라 했다.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 있기는 했지만
남희의 매달 송금으로 인하여 두 동생은 끝까지 학교를 다녔고 아버지도 꾸준히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남희는 그날 이후로
한 번도 고향엘 내려오지 않았다.
그후, 참으로 뜻밖의 장소에서 성일은 남희를 다시 만났다. 그동안 군대를 갔다 오느라 한동안 남희의 일을 잊고 지내던 성일은 제대 후 시내의 모
관광 호텔 학원을 수료하고 이곳 불야성으로 일자리를 얻었고 몇년여를 일해 오던 그해 겨울날이었다.
다른 날과 별반 다를 바 없이 밀려드는 손님과 시름하던 저녁, 근처에 있는 모 룸살롱에서 이차를 나온 듯한 서너 명의 사내들과 아가씨들 틈에서
성일은 낯익은 얼굴 하나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녀는 다름아닌 어린 시절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인해 학업을 포기하고 마을을 등졌던 옆집의 남희,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술집에서 호스티스 일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놀란 성일이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얼굴을 돌렸을 때는 이미 프런트로
걸어오던 그녀와 얼굴이 마주친 뒤였다.
"앗!..."
남희는 얼굴이 빨개지며 낮게 신음 소리를 냈다. 놀란 것은 성일도 마찬가지 였다.
"서... 성일오빠...."
무엇인가 말을 하려던 그녀가 별안간 옆에 팔짱 꼈던 오십대의 뚱뚱한 사내를 밀치고 쏜살같이 문을 열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뭐야 이건... 야, 거기 안서!"
술에 반쯤 취했던 사내는 별안간 같이 이차를 나왔던 아가씨가 도망을 가자 깜짝 놀라며 뒤쫓아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날, 남희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돈을 환불해 달라며 프런트에 서서 고래고래 룸살롱 웨이터를 향하여 전화로 언성을 높이던 그 오십대의 사내는
기어이 대체되어 온 다른 아가씨와 방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남희는 다시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가 했다. 자신의 불행한 치부를 동네의, 그것도 바로
옆집의 오빠에게 들켜 버린 충격이 컸던 듯 그녀는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 그러기를 일주일째 된 어느 날 저녁, 갑자기 남희에게 전화가 왔다.
내심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던 성일은 반가운 마음에 수화기를 들었다.
"오빠, 나 술 한잔 사줘. 술이 마시고 싶어."
다음날 저녁,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일을 하루 빠진 성일은 근처의 한 카페에서 남희를 만날 수 있었다.
"야.. 남희 너, 몰라보게 예뻐졌구나..."
성일은 놀랐다. 며칠 전엔 둘 다 서로가 놀란 나머지 상대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지금 찬찬히 붉은 불빛 아래서 바라보는 남희의 얼굴은
어린 시절 코흘리개의 그녀가 아닌 성숙한 여인의 모습이었다.
"오빠.. 사실은 그날, 내가 얼마나 죽고 싶었는지 알아? 하필이면 이 넓은 서울 바닥에서 오빠를 만나다니.. 그것도 그토록 추한 모습으로..
내 자신이 한심해서 정말 죽고 싶었어."
"남희야.. 그런 바보 같은 말이 어디 있니? 오빤 네 입장을 다 이해한다. 오히려 네가 자랑스러운걸.."
"후후.. 몸을 팔아서 동생들을 가르친 일이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사람이란 말이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그런 상황에 처하는 수가 있다.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행동이나 육체 따위는 결코 중요한 것이 될 수
없는 거야."
"그래도 난, 오빠를 만난 것이 저주스러워. 올해를 끝으로 이 일에서 손을 떼려 했는데. 어쩐지 강남으로 오기가 싫더니만..."
남희는 술이 많이 취하여 흐느꼈다. 그러면서 처음 서울에 올라와 나쁜 사람들을 만나서 술집에서 일을 하기까지를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그리고
지금껏 자신이 버티며 살아올 수 있었던 힘은 집안의 두 동생들과 병든 아버지 때문이라고 했다.
"오빠, 부탁이 있어요."
"... ..."
그녀의 집 앞까지 바래다주고 돌아서는 성일을 남희가 불렀다.
"제 이야기 마을에 가셔서 하시면 안돼요. 아니, 그 누구에게도... 부탁이에요. 그렇게 약속해 주실 수 있는 거죠?"
"그럼, 난 벌써 잊었는걸.. 잊어버려라. 지나온 과정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단다. 지금부터가 중요한 것이지."
"고마워 오빠..."
하지만 그 날이 남희를 마지막으로 본 날이 되고 말았다. 불과 한달 후, 남희는 고향으로 내려가 그 동안 번 돈으로 아버지를 큰 대학 병원에
입원시켜 수술을 받게 하였고 아버지의 수술이 무사히 끝난 날, 마을 뒷동산에서 목을 메고 자살을 했던 것이다. 뒷동산에 꽃들이 만발하던
봄날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흔들면서 그녀의 죽음을 의아해 했지만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성일은 한동안 괴로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운명이란 과연 무엇이기에. 그날, 모텔에서 남희와 마주치지만 않았던들 마음 착한 그녀가 수치스러움에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으리라. 왜 하늘은 남들처럼 학교 한번 제대로 다녀 보지 못하고 일찍 서울로 내몰려 동생들 뒷바라지에 아버지의 수술비까지 힘겨웁게 삶을 꾸려
온 그녀에게 마지막 순간에 죽음이라는 가혹한 올가미를 씌웠던 것일까. 그녀의 영혼을 좀 더 편안히 쉬게 하려고 했기 때문일까.

열두번째 이야기 : 음흉한 직장 상사들

여상 졸업반인 혜진은 점점 높아져만 가는 취업 문턱에서 한시라도 빨리 일터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신문에 모
무역상사에 대리점의 경리사원 모집 공고를 본 후 응시, 서류 전형에 합격하였다. 1차 면접시험을 보기 위해 회사를 찾아간 그녀는 그곳에서 최고
상사인 영업소장 최소장을 만났다. 아직 사회 경험이 없는 그녀에게 대리점 소장이란 무척 높은 위치처럼 느껴졌다. 그녀를 처음 본 최소장은 의외로
호의적으로 그녀를 대했다. 학교 성적도 좋았고 얼굴에 잡티 하나 없는 예쁜 얼굴이었기 때문에 그의 호의는 별로 이상스런 일이 아니었다.
"언니, 합격하면 나 맛있는 것 많이 사줘야 해."
"그래, 잘하면 취직이 될 것 같애. 그곳 분들이 나를 잘 본 것 같거든."
공사판 막일을 하는 아버지는 늘 술에 찌들어서 살았고 때문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처지에서 김양은 한시라도 빨리 취직을 하고 싶었다. 막냇동생의
희망 어린 시선을 대하면서 혜진은 빨리 취직이 되어 동생에게 맛있는 것을 사 주고 싶었다.
다음날 저녁, '개인 면담과 함께 이력 상황의 확인이 필요하니 시내 모 백화점 앞으로 나오라'는 최소장의 전화를 받고 혜진은 아무런 의심 없이
약속 장소로 나갔다. 고졸이라는 학력 제한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사무직으로의 취업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학력이 안돼서 위에서 퇴짜를 맞았는데 내가 김양을 강력하게 추천을 했지."
최소장은 혜진의 착한 마음씨에 감동을 했다며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그녀를 데려갔다. 최소장의 인간미에 마음을 놓은 혜진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내친김에 어려운 집안 형편까지 털어놓았다. 우수한 학교 성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한 그간의 사정을 털어놓으며
혜진은 눈물까지 흘렸다.
"자, 다 털어 버리라구.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날 아버지라 생각하고 상의하도록 해. 내가 힘닿는 데까지 도와 줄 터이니..."
"속상 한데 술이나 마시자구."
"술은 못하는데..."
"맥주는 괜찮아... 그리고 앞으로 사회생활 하려면 맥주 정도는 마셔야지.. 오늘 부로 묵은 기분 싹 풀어 버리고 내일부터 새롭게 출발하는
거야."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고 있는 최소장을 혜진은 딱히 거절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한두 잔만 하던 술이 점차 늘었고 시간은 자정 무렵이 되어 갔다.

"흠... 집이 어디라고 했지.."
"소장님 많이 취하셨어요. 일어서야 겠는데요?"
"그래, 이런... 늦었구나.. 일어나야지..."
시간이 되어 자리를 일어서던 최소장이 갑자기 의자 옆으로 푹 고꾸라졌다.
"어멋 소장님, 괜찮으세요?"
"으응.. 내가 너무 취했나 보군.. 날 좀 부축해서 근처 여관으로 안내해 주지 않으련.."
혜진은 난감했지만 자신의 취직이 딸린 문제라 그대로 버려두고 집으로 갈 수 없었다. 자신의 일자리가 위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최소장의 의도를 전혀 몰랐던 그녀는 정말로 그가 취해서 그런 줄로만 알고 서둘러 계산까지 하고 레스토랑을 나왔다. 밤 공기는 차가웠다. 다행히도
근처 가까운 곳에 여관이 있었기에 여관까지 늘어진 최소장을 안내했다. 그러나, 방으로 들어가 최소장을 눕히고 방을 나서는데 갑자기 최소장의 억센
팔이 혜진의 어깨를 잡았다.
"왜 이러세요. 소장님."
"왜, 그러냐구? 몰라서 그래?"
갑자기 늑대로 돌변한 최소장은 거칠게 혜진을 침대로 끌어다가 눕혔다. 혜진은 그제서야 최소장의 본심을 파악하고 도망치려 발버둥쳤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소장님. 제가 잘못했어요.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잠자코 있지 못해. 다 널 위해서야. 월급도 내가 많이 주고 뒤를 돌봐 줄 테니 가만히 있으라구. 알았지?"
혜진은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쳤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취소장의 욕정만 부채질할 따름이었다. 두툼한 입술로 혜진의 입을 막은 그는 서둘러 그녀의 옷을
모조리 벗겨 냈다. 아직 단 한번도 남자의 손길이 닿지 않은 혜진의 살구 빛 가슴이 최소장의 시야로 들어왔다. 순간, 이성을 잃은 최소장은 울고
매달리는 혜진을 힘으로 누른 뒤, 그녀의 순결한 몸 위로 자신의 더러운 몸을 얹었다. 태어나서 난생 처음으로 당하는 고통에 몸을 떨며 혜진은
눈물을 흘렸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처녀지에서 마음껏 욕심을 채운 최소장은 잠시 후 절정을 맛본 후 쓰러졌다.
"너 취직과 보수는 걱정마. 내일부터 출근하게 해 줄 터이니 앞으로 내 말만 잘 들으라구. 알았지."
참담한 심정으로 쓰러져 있는 혜진의 몸을 어루만지며 그 뒤에도 최소장은 오랜만에 맛본 흥분감으로 인하여 몇 번이고 그녀를 공격했다. 눈물을
흘리며 누워 있던 혜진은 새벽녘, 최소장이 잠에 빠진 틈을 타 여관을 빠져나와 경찰에 그를 신고했다. 최소장은 경찰에 연행되어 신문을 받았고
징역 5년형이 선고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멋모르는 사회 초년병들을 향하여 가해지는 직장 상사들의 야릇한 눈길은 지금도 멈춤 없이 계속되고
있다.

러브호텔 5

열세번째 이야기 : 어느 상경 소녀의 이야기

연이어 터지는 재벌 그룹들의 부도와 수출둔화, 경제 사정의 악화는 서비스 업계에도 여지없이 그 영향을 미쳤다. 모텔 불야성도 예외는 아니어서
하루에도 몇 바퀴씩 돌리던 객실이 이제는 손님이 차지 않는 날이 더 많을 정도로 썰렁해졌다.
"큰일이군. 손님이 줄어서..."
짠돌이 사장은 종업원들을 모아 놓고 혀를 끌끌 차며 이번 달부터 월급을 20% 삭감한다는 발표를 했다.
"젠장, 당장 이 짓을 때려 치든지 해야지. 더러워서..."
성일은 모처럼 끊었던 담배에 다시 불을 붙이며 투덜거렸다. 정치권의 몇몇 놈들이 저지른 대형 비리의 불똥이 이렇게 하급 서민들에게까지 영향이
미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한 일이다. 정말 생각할수록 열받는 일이었다.
일요일 하오의 여관은 절집처럼 한산했다. 술집이나 유흥가가 많은 도심의 여관일수록 일요일엔 손님이 뜸한 편이었다. 일요일엔 사장도 일찌감치
집으로 들어가는 편이어서 성일은 꾸벅 꾸벅 졸면서 프런트를 지키고 있었다. 이런 날은 가뭄에 콩나듯 들어서서 단잠을 깨우는 손님들이 오히려
귀찮은 존재 였다.
그녀 유미가 모텔의 문을 열고 들어선 것은 세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유니폼을 아무렇게나 구긴 채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서 눈을 감고 있던
성일은 본능적으로 눈을 떴다.
"어서 오세요."
잠결이라 목이 잠겼던 성일은 재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저... 손님이 아니구요..."
어색한 동작으로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선 그녀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무슨 일로 그러십니까?"
한마디 질문을 던져 놓고 성일은 직업적으로 재빠르게 그녀를 살폈다. 그녀의 나이는 한 스물 두어살쯤 되었을까. 얼굴은 제법 반반한 편이었으나 긴
머리는 싸구려 플라스틱 핀으로 등 뒤로 넘겨져 고정되어 있었고 검정색 청바지에 오렌지색 마이의 균형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함을 풍기고 있었다.
옆구리에는 옷이 들었는지 제법 큼직한 가방 하나가 끌리듯 들려 있었다.
"저어.. 드릴 말씀이 있거든요."
한참 만에야 결심한 듯 그녀는 성일에게 말했다.
"네, 듣고 있으니 말씀을 해 보세요."
조선족 교포 같기도 했으나 억양을 들어보니 충청도 사투리 냄새가 묻어 있었다. 잔뜩 호기심이 인 성일은 프런트 데스크 옆에 마련된 소파에 그녀를
앉히고는 재차 물었다.
"저... 이곳에서 일을 하고 싶거든요."
"일을? 무슨 일을요?"
그녀의 뜻밖의 말에 성일은 의아한 생각이 들어 다시 물었다.
"저.. 이곳에서 밤에 남자들이 오면 손님을 받고 싶어요.. 괜찮으시다면..."
"옛?..."
성일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얼굴도 반반하고 나이도 아직 어린 그녀의 입에서 이게 웬 날벼락 같은 말인가.
"다시 말씀을 해 보세요.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안 가는군요."
"예.. 친구가 그러는데.. 이런 곳에서 일을 하면 돈을 많이 벌수 있다고 해서요..."
그녀의 말인즉, 옛날에 고등학교때 친구 중에 가출해서 서울로 간 친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친구는 당시 호텔이나 모텔 등지를 돌며 콜걸 생활을
했었는데 돈을 많이 번다고 그녀에게 자랑을 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골 소읍에서 한두해 점원 생활을 하다가 돈이 모아지지
않아서 무작정 서울로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향에 남겨진 늙은 부모들과 어린 동생들을 동정하듯 내 비췄다.
"아니 그런데 아가씨가 어떻게 겁도 없이 그런 일을 선뜻 하려고 합니까?"
"일이 어떤 일인지는 친구에게 들어서 대강은 알고 있어요. 저희 부모는 늦게 만나셔서 세 남매를 낳으셨는데 몇해 전부터 아버지가 병으로 쓰러
지져서 집안 꼴이 말이 아닙니다. 얼마간 점원 노릇을 했지만 그것으로 두 동생들과 아버지 약값을 치르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이지요. 저도 이일이
나쁜 일이란 건 알지만 어쩔 수가 없잖아요."
"사정은 딱하지만 꼭 그런 일 아니어도 다 살아갈 방도가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모텔이나 여관에서 몸을 팔 수는 없어요. 친구가 과거에 그런
일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다 없어졌지요. 못 믿겠다면 친구에게 연락을 해 보세요."
"작년부터 연락이 끊겼어요. 그러니까 저도 무작정 이리로 찾아왔지요."
"그러지 말고 잘 생각을 해 봅시다. 지금의 섣부른 판단이 이다음 엄청난 후회를 부를 수도 있습니다. 본래 그 세계가 한번 발을 들이밀면
여간해서 빠져 나오기가 어렵거든요. 돈을 많이 번다고요. 그건 극히 일부분의 일이에요. 금방 몸을 망치기 일수고 번 돈도 쉽게 써 버리거든요."

가뜩이나 남을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에 성일은 그녀가 그래도 자기에게 걸려든 것이 매우 대행이란 생각을 했다. 비록 모텔의 벨
보이 생활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에게는 최소한의 양심이 살아 있었던 것이다. 서울이 멋모르고 순진한 처녀 하나 버리기에 얼마나 쉬운 동네였던가.
"이봐요 아가씨. 다시는 그런 생각 갖지 마세요.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정말 모르시는군요. 밖에 나가서 그런 얘기 잘못 꺼내면 어떻게 되는지
압니까. 돈 많이 준다고 꼬여서 일본이나 홍콩으로 순진한 처녀들 팔아 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요. 그런 곳으로 잘못 발 들여놓으면 인생
끝장입니다."
일이 끝난 저녁, 성일은 그녀를 근처의 식당으로 데려가 식사까지 대접하며 회유의 말을 계속했다. 성일의 설득이 효과가 있었는지 한참 만에야
그녀는 성일의 말을 듣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텔 불야성에 그녀를 재운 성일은 다음날 그녀를 선배가 일하는 레스토랑으로 데려가 취직을 시켜
주었다.
"숙식이 되니까 참고 일하세요. 서울은 그런 대로 임금이 지방보다는 낳을 겁니다. 시간외 근무를 하면 월급이 꽤 되구요. 또 선배가 있으니까 잘
보살펴 주실 거고...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을 하세요."
"고맙습니다."
빨간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현관가지 성일을 배웅하며 고맙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고맙기는요. 직업이 그렇다보니 순진한 아가씨들이 한순간의 잘못으로 잘못되는 것을 많이 봐왔습니다. 저는 최소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성일의 흡족한 기분은 보름을 넘기지 못하고 무참히 깨어졌다. 그녀 유미를 소개시켜주었던 레스토랑의 지배인인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던
것이다.
"야, 어떻게 된 거야?"
"예. 뭐가 잘못되기라도..."
"임마. 사람을 소개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그애 일주일째 연락도 없이 결근이다. 짐도 다 가지고 갔어."
선배는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무슨 애가 그래? 그만 두려면 당당하게 말을 하던가. 슬쩍 결근을 하면 일은 누가 하냐구?"
세상은 온통 씁쓸한 일 뿐이었다. 성일는 무엇보다 그녀에게 정성을 기울였던 터라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몸을 팔고 싶다고
겁없이 모텔 문을 밀치고 들어서던 당돌함으로 또 어딘가의 문을 두드렸으리라. 그렇게 쓸쓸한 기억으로 성일의 뇌리 속에서 유미의 이야기는
잊혀져갔다.
그러던 한달 후,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성일은 무슨 우연인지 그녀를 다시 만났다. 친구네 집엘 갔다가 돌아오던 저녁 길 신림역 부근이었다.
내리는 비를 피해 잠시 근처의 건물 안으로 들어갔던 그는 마침 출근을 위해서 현관으로 들어서는 그녀를 보았던 것이다. 새련된 머리 모양이며 짖은
화장, 짧은 미니스커트의 그녀는 한달 전보다는 몰라보게 변해 있었지만 유미 그녀가 틀림없었다. 놀란 성일이 뭐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성일을 알아본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종종걸음으로 지하로 달려 내려갔다. 비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성일은 무표정하게 그녀가 사라진 지하의
현관 입구에 쓰여진 간판을 바라보았다.
[파라다이스 룸. 비지니스 클럽] 예약 환영.
삼삼 오오 저녁 출근을 하는 젊은 아가씨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섰던 성일은 쓸쓸히 빗속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열네번째이야기 : 순결을 잃는 데이트 코스

다음은 직장 생활 중에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이다. 여성들이 조금만 더 성에 대한 관념이 강하다면 얼마든지 피해 갈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사실은 그것도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닌 것 갔다. 문제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혹은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당하는 일이기에 그만큼
여성들이 무방비 상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들이 조금만 눈치가 빠르다면 얼마든지 피해 갈 수 있는 상황들이다. 살아가는데 너무
착하고 순진해도 문제가 되는 것이 요즘 세상인가 보다.
"자 미스 김, 한잔 더 받아. 사회생활 하려면 다 술도 마실줄 알아야 해요. 너무 순진해도 숙맥 소리를 듣는 다구."
모처럼 있는 회사 총무부의 회식 자리 였다. 일곱 명의 총무부 여직원들과 함께 자비를 털어 회식 자리를 마련한 이과장은 유독 미자에게 관심을
나타내며 술을 권했다.
"과장님도... 우리도 술 좀 주세요. 미자만 직원 인가요."
총무부 언니 격인 미스 신이 그런 과장을 보며 한마디를 던졌다.
"아, 그야 물론이지. 다들 술을 잘하는데 우리 미스 김만 아직 술을 입에도 못 대니 그러지."
"흥, 다 처음엔 그런다구요. 조금만 있어 봐요. 미자도 우리 못지 않을 걸요."
"하하.. 그럴까?"
"좋아요. 그러면 우리 다같이 건배할까요. 총무부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위하여!"
자정이 다 되어서야 일행은 술집 문을 나왔다. 저녁을 겸한 술자리 였는지라 많이 마신 술들은 아니었지만 미자는 처음으로 여러 잔의 맥주를 받아
마신 지라 기분이 묘하게 취해 왔다.
"미자 괜찮니?"
택시를 잡으려고 늘어서 있는 가운데 미스 신이 물었다.
"괜찮아요."
미자는 짐짓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괜찮긴. 얼굴이 발그스름한데 뭘?"
그때 이과장이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일행 앞으로 다가왔다.
"어머, 과장님. 괜찮으시겠어요."
"그럼, 겨우 맥주 두어잔 했을 뿐인데. 미스 김과 차에 타라구. 내 오늘은 특별히 두 사람을 집까지 바래다 줄 테니?"
"후, 그러시다 사모님께 혼나시면 저희는 책임 못집니다요?"
"후후, 별걱정을.. 미스 신은 괜찮은데 미스 김이 취한 것 같아서 말이야."
"오늘따라 과장님이 멋져 보이시네. 웬일로 이런 선심을 다 쓰십니까?"
"선심은 무슨. 자기 부하 직원들 위하는 것도 선심인가. 다 일 잘하라고 하는 짓이지."
이과장은 서른 중반이 조금 넘은 나이였지만 일찍 능력을 인정받아 과장으로 진급을 했고 회사의 신임도 두터운 편이었다. 자기 휘하의 여직원들에게도
철저하게 일을 시키는 완벽 주의자였기에 미스 신도 그의 이런 면모는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참 미스 김은 집이 어디라고 했지?"
"사당 동입니다."
"마침 잘되었군. 미스 신이 방배동 이니까 방향도 같은 곳이네."
"호호 그러시다가 사모님이 문 안 열어 주시는 거 아니에요"
"안 열어 주면 말지. 내가 갈 때가 없을 줄 알아."
잠시 후 방배역 부근에 미스 신을 내려놓은 이과장은 역을 우회전하여 사당동 쪽으로 차를 돌렸다.
"죄송해요. 과장님. 택시 타고 가도 되는데..."
미자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괜찮아. 별일도 아닌데 뭘. 참 미스 김은 혼자 사나 보지?"
"예."
"후. 외롭겠는걸. 그래, 서울 생활이 처음엔 누구나 다 그런거야. 부지런히 벌어서 어서 시집가야지."
사무실에서는 무뚝뚝하고 사무적인 이과장이었지만 마음만은 따스한 남자라고 미자는 생각했다. 더구나 다른 여직원들 중에서도 미자에게 만은 친
오빠처럼 잘 대해 주는 그였다.
"기분도 그런데 우리 이왕 차탄 김에 드라이브나 할까?"
사당동 큰길 쪽으로 차가 다다랐을 무렵, 이과장은 짐짓 미스김을 처다 보며 물었다.
"밤에 한강을 끼고 달리는 것도 기분 전환엔 최고라구. 어때?"
미자가 잠시 머뭇거리며 대답을 미루는 눈치를 보이자 이과장은 다음 말을 막듯이 한마디를 더 던지며 차를 강변 쪽으로 향했다.
"늦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평소에도 차를 타고 한번쯤은 서울의 야경 속으로 달리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기에 미자는 딱히 거절의 말을 못하고 머뭇거렸다. 더구나 그는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고 직장 상사 였기에 다른 뜻이 있으리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 동안 보여진 이과장의 꾸밈없고 성실한
인간성이 그녀로 하여금 그를 믿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잘못될 것도 없지. 미스 김도 조금은 갑갑할 테고 나도 워낙 회사 일에 스트레스가 쌓여서 말이야. 한번쯤 이렇게 기분 전환하는 것도 나쁠 것
없지."
이과장의 제의가 별다른 뜻 없는 순수한 제의 였기에 미자는 그를 따르기로 했다. 담배 하나는 꺼내 문 그는 능숙한 솜씨로 차를 올림픽 대로로
진입시켜 강변을 끼고 공항 방면으로 내달렸다.
"어때? 기분 좋지 않아?"
"예, 좋아요."
이과장의 물음에 미자는 웃으며 대답을 했다. 도심을 벗어나 달리는 차 안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아름답기 그지없었고 기분도 상쾌했다. 삼사십분 남짓
차를 달려 다다른 곳은 강화도 였다. 섬 안으로 차를 몰아 해안을 끼고 얼마를 더 달리자 언덕 위에 동화의 나라에서나 보았음직한 아름다운 모습의
통나무집 카페 하나가 나타났다.
"자, 내리시지요. 우리 여기까지 왔는데 저기 들러서 차나 한잔하고 가지?"
"어머. 정말 집이 예쁘군요."
"허허. 미스 김은 이런 곳이 처음 인가 보네."
"네."
차나 한잔 마시자는 제의에 미자는 별 의심 없이 그를 따라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이층으로 된 카페 안은 통기타 가수의 잔잔한 라이브 음악이
흐르고 있는 가운데 수십명의 연인들이 앉아서 저마다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처음으로 이런 곳을 들른 미자에겐 모든 것이 별천지처럼
느껴졌다. 차를 마시자던 이과장은 처음과는 다르게 종업원이 오자 맥주를 시켰다. 미자는 차를 마시겠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주위 대부분의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기에 분위기에 압도되어 묻지를 못하고 그가 하는 대로 따랐다. 오히려 잘못하면 촌스럽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운전은 어떻게 하죠?"
술이 오자 건배를 하자는 그를 바라보며 미자는 걱정스레 물었다.
"이봐. 미스 김. 지금이 몇 신줄 알아?"0
이과장은 약간은 바보 스럽다는 투로 미스 김을 처다 보았다.
"... ..."
"그래, 지금은 새벽 한시라구. 한시가 넘었는데 이곳에는 버젓이 장사를 하고 또 지금이 가장 손님이 많은 시간이야. 그건 뭘 뜻하는지 알아.
이런 곳은 정부에서 일부러 풀어 주는 곳이야. 이를 테면 관광 특구와 같은 곳이지. 조금 마신다고 운전에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속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 걱정 말고 마시자구. 다른 사람들처럼 분위기에 어울리면 돼."
이과장의 말이 오히려 힐책의 성격을 띠었기에 더 묻다가는 바보가 될 판이었다. 이과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을 줄은 미자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럼, 시간도 늦었으니 간단히 한잔만 하고 데려다 주세요."
"그럼, 그야 물론이지. 집에까지 얌전히 모셔다 줄테니 걱정말고 들어."
이과장은 따스한 웃음까지 웃으며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는 딱 한잔만 먹겠다던 술이었으나 여자는 분위기에 약하다고 했던가. 과장의
데려다 준다는 약속도 있었는지라 미자는 자꾸 술잔을 들이켰다. 그러면서 이과장은 나름대로 부인과의 문제나 회사 일로 괴로운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고 미자도 어려운 집안 형편을 이야기하며 술을 마셨다.
"그만 일어나야지."
분위기가 제법 무르익을 무렵 이과장이 말했다. 오히려 미자는 좀더 앉아서 분위기에 젖고 싶었지만 못내 아쉬운 마음으로 따라 일어섰다. 더구나 별
흑심 없이 자신을 대하는 이과장이 미덥기도 했다.
"괜찮지. 미스 김."
"예, 좀 어지럽긴 하지만... "
"늦었으니 이젠 집에 들어가 봐야지."
시계를 한번 흘깃 처다 본 이과장은 차에 시동을 걸며 미자를 바라보았다. 차에 오르자 못하는 술을 마셨음인지 졸음이 쏟아져 미자는 눈을 감고
있었다. 이과장은 두어번 길을 돌고 돌아서 처음 강화도로 들어섰던 강화대교 부근으로 차를 몰아갔다. 서울로 빠져나가는 다리 난간에서는 마침 음주
단속을 하는지 차들이 꼬리를 물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
차가 멈추고 가지를 않자 이상하게 생각한 미자가 눈을 뜨며 물었다.
"큰일인데 이를 어쩌지. 하필이면 오늘따라 음주 단속을 하나 본데."
"그럼 어쩌죠?"
"어쩌긴. 걸리면 면허 정지에 감옥엘 가야 한다구. 일년에 한두번이나 있는 일인데 하필 오늘이 그날이나 보네."
"야단이군. 음주 단속을 한번 하면 아침까지 꼬박 할텐데."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인 이과장은 다시 아까 카페 쪽으로 차를 몰았다.
"어떻게 하죠?"
그때까지도 추호도 이과장의 의도를 모르고 있던 미자는 오히려 자신으로 인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으로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할 수 없지. 아까 카페에 들려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그러나 그들이 카페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불이 꺼진 후 였다.
"이런 카페도 오늘따라 일찍 문을 닫아 버렸네."
대부분의 카페들이 밤 두시 정도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미자로서는 모든 상황이 우연스레 닥친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다시
검문소가 저만치 바라다 보이는 언덕길에 차를 주차시킨 이과장은 연신 담배를 피워 물며 검문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검문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저어... 길이 이곳밖에 없는 거에요?"
이과장이 차의 시동을 끄고 있던 터라 밤이 깁자 추위가 닥쳐왔다.
"이봐. 미스김. 여긴 강화도야. 섬이라구.저 다리 하나로 육지와 연결된걸 몰라서 묻는거야."
진심으로 힘이 드는지 이과장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죄송하긴. 미스 김 잘못이 뭐 있다고. 잘못이 있다면 다 내 잘못이지."
얼마간 시간이 흐르자 미자는 자꾸 속이 울렁이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때까지 멀쩡하던 정신이 다시 흐려지며 속이 뒤집혔다. 차 문을
열고 길가로 내려선 미자는 먹은 것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이거 큰일났군."
어느새 뒤를 따라 내려왔는지 등을 두드려 주며 이과장이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들어 있었다.
"할 수 없군."
무엇인가를 결심한 듯 이과장은 미자가 차에 오르기 무섭게 차에 시동을 걸고는 다시 온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미스김. 나를 어떻게 생각하지."
운전을 하며 이과장은 미자에게 물었다.
"뭘 말인 가요. 과장님?"
"이를테면 인간성이라든지..."
"... ..."
"나를 믿지. 미스김은?"
"... ..."
"믿으니까 여기까지 나를 따라서 왔고 술도 마신 것 아니겠어. 그러니까 믿은 김에 한번만 더 믿으라구.이런 일이 본래 이상하게 생각하면 한없이
이상한 일이지만 믿으면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일이지."
그러면서 이과장이 언덕길 하나를 넘어 차를 세운 곳은 화려한 네온이 반짝이고 있는 커다란 모텔 앞이었다.
"왜, 이런 곳엘..."
"최선의 선택이야. 미자도 몸이 정상이 아니지만 나도 마찬가지야. 또 밤이 깊었고. 검문 때문에 서울로 돌아갈 방법도 없잖아. 지금까지 그랬듯이
나를 믿고 따라와 준다면 이곳에서 잠시 피곤한 몸을 쉬고 몸이라고 씻은 후에 단속이 끝나는 즉시 돌아가는 게 어때?"
"정말 다른 뜻이 있으신 건 아니겠죠?"
미자는 거절을 하고 싶었지만, 아니 어쩌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을 했지만 우선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당장 에라도 쓰러져 잠을 자고 싶은 것은
오히려 그녀 자신인지도 몰랐다.
"이봐, 미스김. 그런 소리 자꾸하면 오히려 내가 화를 낼 거야. 사람의 선의를 그렇게 색안경을 끼고만 보는 것도 잘못이라구. 몰론 세상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긴 했지만."
이과장은 정말로 별다른 뜻이 없어 보였다. 어깨 한쪽을 그에게 부축 당한 채 미자는 난생 처음으로 모텔 안으로 들어섰다. 흐릿한 그녀의 눈빛
안으로 '모텔 하이눈'이라고 써진 간판이 언뜻언뜻 스치고 지나쳤다. 그러나 방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이과장의 태도는 백 팔십도 바뀌었다. 보이가
숙박료를 계산 받고 나가기 무섭게 그는 억센 팔로 미자를 끌어안고 그녀를 침대로 쓰러트렸다.
"악! 무슨 짓이에요 과장님!"
놀란 미자는 있는 힘껏 발버둥을 처 보았지만 이미 소용이 없었다.
"이봐 미자. 사 사실은.... 난 미자를 사랑한다구..."
그 동안 서너시간의 미끼 질을 만회나 하려는 듯 그는 미자의 비명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녀의 옷을 거칠게 찢다시피 벗겨 냈다.
"안돼요 과장님..."
힘을 잃은 미자의 두 눈에서 굵은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치밀한 계획 하에 오늘을 손꼽아 기다려 왔던 이과장의
눈에 그녀의 눈물은 오히려 그를 흥분시킬 뿐이었다. 날이 밝도록 처녀지에서 마음껏 욕심을 채운 이과장은 새벽이 다 되어서야 한쪽 옆으로 몸을
뉘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며 울고 있는 미자에게 그는 조금의 죄책감도 없이 한마디를 던질 뿐이다.
"울지마. 여자란 다 이렇게 겪어 가면서 성숙하는 거야. 앞으로 내 말 잘 들어. 그러면 아무런 문제 될 것 없으니까."
그는 신입 여사원이 들어올 때마다 벌써 여러번째 써 왔던 오늘의 작전을 돌이키며 만족한 듯 담배를 비벼 끄고 다가가 미자를 안았다.
기실 이과장의 작전 코스는 비단 이곳 강화도뿐만이 아니었다. 주로 경기도 권을 중심으로 양수리 방면이나 포천 송우리 방면, 장흥 유원지 방면,
미사리 방면, 남한산성 방면, 백마 역이나 행주 산성 방면 등, 그 어느 드라이브 코스이건 여자들이 쉽게 분위기에 젖을 수 있는 아름다운 경치와
예쁜 카페들이 즐비하게 있었고 분위기 있게 술 한잔을 걸치고 서울로 진입하는 곳에는 용하게도 평소에는 간첩 한번 제대로 못 잡는 검문소들이
설치되어 음주 단속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음주 단속이 술집이나 카페 등 운전자들이 경유할 법한 곳에 설치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또 그것이
교통사고 예방이라는 주 목적도 있긴 하지만 이과장과 같은 플레이 보이들에겐 오히려 그것이 여간 고마운 정책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무슨
정책인지는 몰라도 그런 검문소 못 미친 곳들에는 참으로 용하게도 러브 호텔들이 마치 관과 짜기라도 한 듯이 들어서서 순진한 처녀들을 유린하는데
일익을 담당할 준비를 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세상이 다들 이러는 판인데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여인들이여. 그대들의 몸을
알아서 잘 들 챙기시거라. 세상은 다 도둑놈들 뿐이니까.... .

열다섯번째이야기 : 新 씨받이

남자는 연속으로 줄담배를 피워 댔다. 자신의 부인이 모텔의 남자 종업원과 함께 방으로 들어 간 후 삼십분 남짓한 시간을 연속해서 줄곧 담배만
잡고 있었다. 그 이상한 남자와 여자가 모텔 불야성의 문을 열고 들어선 것은 오후 두 시가 좀 넘은 시각, 비교적 손님이 뜸한 한가한
시간이었다. 남자는 서른 중반을 넘긴 나이에 비교적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 입고 있었고 여인은 서른 초반의 나이에 비교적 미인형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다른 여느 손님들과 다른 이상했던 점은 둘 다 얼굴 표정이 굳어 있었다는 점이며 특히 남자의 표정은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별
이상한 부부도 다 있구나' 생각을 하며 그들을 객실로 안내를 하고 내려온 미스터 조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거야?"
그런 미스터 조의 표정을 보고 프런트를 지키던 성일이 한마디를 던졌다.
"글쎄요. 좋은 일 하러 왔으면서 두 사람이 왜 그렇게 불안한 표정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혹시 쫓기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그런지도 모르지. 잘 지켜보라구. 요즘 어디 이상한 사람들이 한둘이어야지..."
그러나 두 사람의 의문은 잠시 후에 풀렸다. 객실에 부인을 남겨 둔 남자가 성급히 프런트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는 다짜고짜 성일을 붙들고
조용히 할 얘기가 있노라고 했다. 남자의 표정이 워낙 진지했던 터라 성일은 잠시 프런트를 비우고 남자와 함께 빈 객실로 들어갔다.
"부탁이 있네."
방으로 들어가기 무섭게 사내는 담배를 꺼내 들며 말했다.
"무슨?..."
"먼저 이유는 묻지 말고 이 일을 절대 비밀로 해주겠다는 약속을 해 주게."
사내가 초조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이마에는 연신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럼요. 걱정하지 마시고 무슨 일인지 자초지종을 말씀해 주시죠?"
"듣기에 따라서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나와 같이 들어와 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인은 실은 내 부인이라네. 하긴 이런 곳에 부인과
함께 오는 것이 요즘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유는 묻지 말아 주고, 지금 내 부인의 방에 남자 하나만 넣어 줄 수 없겠나? 이왕이면
잘생기고 건장한 청년으로 말이야."
"네엣??"
사내의 이야기를 들고 성일은 깜짝 놀랐다. 자기 부인에게 다른 남자를 넣어서 대낮에 정사를 벌이게 하다니... 성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아니, 이보세요 손님? 그게 무슨 말씀이 신지 이해가 안 가는군요. 혹시 농담을 하시는 건 아닌지..."
"아니, 농담이 아니라네. 내가 비정상이거나 미친 것도 아니고 사이코나 변태는 더 더욱 아니지. 거기에는 정말 말하기 힘든 이유가 있다네. 나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니 이유는 묻지 말아 주게."
"그러시면서 굳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 어때 가능하겠나?"
남자를 불러 준다는 것이 사실상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성일로서는 참으로 호기심이 이는 일이었다.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밖으로 나온
성일은 미스터 조를 불러 자세한 상황을 이야기했다.
"어떻게 그런 이상한 일이 있을 수가 있습니까?"
"그러기에 말이야. 가정은 두 가지를 해볼 수가 있겠는데.."
"두 가지요?"
"그렇지. 남자가 아기를 가지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든지 아니면 남자가 바람을 피워서 부인이 이런 식으로 복수와 용서를 하려는 그 두 가지
말이야."
"일리가 있긴 한데 두 번째는 그렇다 치고 남의 정자를 사서 하는 인공 수정이야 병원에서도 할 수 있는 일 아닙니까?"
"그렇기도 하지만 병원에서 그러면 기록이 남는다는 단점이 있을 수 있고 또 비용이 비쌀 수도 있잖는가?"
"흥, 그 말이 맞군요.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도의에 어긋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 저 사내는 진심으로 내게 부탁을 했어. 도의적으로 치자면 잘못 일수도 있지만 저 사내의 입장에서 보면
긴박하고 절박한 처지의 구원이 될 수도 있다고 봐. 어때 자네가 이 일을 맡아 주게?"
그러면서 성일은 슬쩍 미스터 조의 얼굴을 처다 보았다. 순간 그의 얼굴은 빨갛게 홍당무로 변했다.
"뒤 탈이 없을지 모르겠군요."
"싫다는 말은 아니군. 잘 생각했어. 우리 집에서 건장하고 잘생긴 사람은 자네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해서 미스터 조는 사내의 부인이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사내의 간곡한 부탁을 받아 들어갔고 사랑하는 부인을 다른 사내의 품으로 떠나 보낸
남편은 줄담배를 계속해서 꼬나 물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여인의 방으로 들어간 미스터 조는 한시간이 넘도록 나오질
않았다. 애가 탄 것은 비단 남편 뿐만이 아니라 성일도 마찬가지 였다. 계속해서 시계만 바라보며 애타게 부인이 나오기 만을 기다리는 사내의
모습이 갈수록 안쓰럽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기를 한시간 반이 되어서야 미스터 조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프런트로 내려왔다. 뒤이어 고개를 숙인
여인이 내려왔고 기다리던 그녀의 남편은 서둘러 그녀를 대리고 밖으로 나갔다.
"이봐, 미스터 조! 상황이 상황인데 빨리 나와야지. 사람이 어째 그 모양인가?"
미스터 조가 워낙 오랫동안 시간을 끌다가 나왔는지라 성일은 기분이 언짢았다. 그러나 다음 미스터 조의 대답은 더 걸작이었다.
"말도 마세요. 전들 빨리 나오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아니, 그럼?..."
"참, 그 여자 대단한 여잡니다. 도무지 그들 두 사람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단 말입니다."
"그래, 뭐 이유라도 좀 알아냈나?"
"그 여자 말입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대단한 여자 였습니다. 빨리 일을 끝내고 나가려고 하는데 잠시도 틈을 주지 않고 저를 붙잡지
뭡니까?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여자를 알아 왔지만 정말 그런 여자는 처음이었어요."
"뭐라고? 별 요지경 같은 일도 다 있군. 그런데 말이야, 그들 부부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후후.. 그거야 그들 두 부부만이 알 수 있겠죠."

러브호텔 6

열여섯번째이야기 :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애인

"세상에 만남도 하필이면 그런 만남이 어디 있겠니?"
오랜만에 만난 K는 제법 심각한 얼굴로 담배를 꺼내 들었다.
"만남이라니?..."
나는 제법 궁금해진 얼굴로 녀석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건 비극도 보통 비극이 아니라구? 하필이면 그 많은 곳 놔두고 그곳에서 그녀와 부딪힐게 또 뭐야."
그러면서 녀석은 기막힌 사연 하나를 내게 말해 주었다.
"너 혹시 숙이 기억하지?"
숙이라면 녀석과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죽고 못살 정도로 가깝게 사귀던 아가씨였다. 이름이 숙이라는 외자였는데 보기에도 시원스런 성격에 얼굴도
제법 예쁜 편이어서 나와도 같이 어울려서 몇번인가 술을 마신 기억이 있었다.
"기억하고 말구. 그 애와는 헤어졌다며?..."
"그래, 우린 헤어졌지. 내 직업이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헤어진 건 순전히 나의 결정이었다구. 내가 헤어지자고 그녀에게 얘길 꺼냈을 때 어땠는
줄 아니? 울고 불고 난리가 아니었단다. 나 없이는 죽어도 못 산다고... 그래서 내가 그랬지. 몇년 후에 돈 많이 벌어서 번듯한 가게라도 하나
차린 후에 연락을 하겠다구..."
"그랬었지. 나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 그녀가 뭐 잘못 되기라도 한거야?"
나는 그럴수록 더욱 호기심이 당겼다. 내심 나도 몇번의 만남으로 그녀에게 다소간의 호감이 있던 터였다. K는 들고 있던 맥주 잔을 연거푸 들이킨
후에 말문을 열었다.
"왜, 그런 게 있다잖아. 사랑하던 연인들이 헤어지게 되면 서로에 대하여 늘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들을 하곤 하지. 그래서 이다음 행여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되더라도 서로의 그 아름다운 추억 때문에 미소로써 지난날을 기억해 낼 수 있는 것.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니?"
"녀석, 웬 서론이 그렇게 기냐? 빨리 말하지 않고는."
"그런데 나도 그녀를 만났다구. 바로 얼마 전이었어. 헤어진지 꼭 일년 여 만이었지. 내심 그녀에게 연락을 취하고 싶었는지라 얼마나 가슴이
설레였는지 아니."
"그런데 뭐가 문제라는 거야?"
"만나 장소가 바로 비극이었다는 거야. 어쩌면 세상에 그렇게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하였는지. 하늘이 원망스럽더구나."
"그렇다면 혹시?...."
녀석의 이야길 듣고 보니 나름대로 집히는 데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설마 일뿐이었다.
"그래, 그녀를 다시 만났지. 그런데 그게 어디였는지 아니? 바로 내가 일하는 모텔에서야. 그리고 그날은 내가 근무하는 날이었고.. 새벽 두시
쯤의 일이었어. 낯익은 웃음소리에 깜짝 놀라 나는 현관 문을 처다 보았지. 한쌍의 남녀가 술에 적당히 취하여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서고 있더군.
한눈에 보아도 서로가 사랑하는 사이임을 알 수 있었지. 처음부터 꼭 서로를 부둥켜 안은 그들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지. 그때 우린 두눈이 마주친
거야. 세상에 비극도 그런 비극이 어디 있겠니. 생각을 해봐. 당시 내 가슴이 어떠했겠는지."
"그래서?...."
"그녀도 순간적으로 흠칫 놀라는 눈치더군. 그러더니 이내 냉정을 되찾고는 말하는 거야."
"뭐라고?"
"아저씨 여기 방값이 얼맙니까? 그러더군.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말이야. 정말 더러워서 일 못하겠더군. 생각을 해봐. 누군 좋다고 남자를
부둥키고 왔는데 나는 바로 내 코앞에서 다른 남자와 그 짓을 하는 그녀를 보고만 있어야 했다니...."
"정말 비극이군. 어쩌다가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나는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내 경우라고 생각을 해 보니 답이 나오지 않는 이야기였다. 하물며 녀석의 가슴은 온전했을까 만,
"잊으라는 신의 뜻이었겠지. 제길, 그런데 하필이면 그런 일이..."
"그러니까 세상은 넓고도 좁다고 하잖니?"
"그 이후엔 어떻게 되었어?"
"새벽녘이었어. 같이 온 남자가 잠든 틈을 이용하여 그녀가 프런트로 내려왔더군. 우린 날이 밝은 때까지 맥주를 나누어 마셨어."
"그녀가 뭐라고 하든?"
"펑펑 울기만 하더군. 나를 잊으려고 곧바로 남자를 만나 사귀었다는 거야. 이미 결혼 약속까지 한 상태였었지."
"그런데 하필이면 그 많은 여관 놔두고 네가 일하는 곳으로 와서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한 건 또 뭐래?"
"내가 직장을 옮겼는데 그녀가 미쳐 그걸 모른 거겠지. 아무튼 벨보이가 아니고선 겪을 수 없는 벨.보이들만의 비극이라네."

열일곱번째이야기 : 조선족 동포 K씨의 눈물

외람된 얘기지만 조선족 동포 K씨의 이야기를 잠시 하고 넘어가야 겠다. 중국에 거주하는 수많은 조선족 우리 동포들이 불법으로 밀입북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 매스컴의 보도로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들이 여러 가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하고 또 밀입북 과정에는 비열한 사기가
극성하여 그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또한 그렇게 동포들을 사기치고 속여 등쳐먹는 사람들도 대부분 우리 한 동포인
한국인들이라는 사실도.
여기 K씨도 바로 그런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다. 웬만치 먹고 사는 우리네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고 남의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정말 피해를 입고 돌아가는 그들에게는 피눈물 나는 이야기들이다. 행여 어찌되었건 그들은 우리와 한 피를 나눈 한 핏줄, 한 동포가
아니던가.
K씨는 중국 흑룡강성이라는 곳에서 살던 사람이다. 그녀의 남편은 우리로 치면 면사무소 같은 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었고 한국에 가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믿고 거금을 마련하여 한국행 밀입국선에 올랐다. 물론 한국에서 그쪽으로 건너간 현지 브로커들의 개입이 있었음을 말할 나위도
없다. 같은 마을의 처녀 하나와 함께 갖은 수모와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에 도착한 그들이 가까스로 취업한 곳은 서울 방이동에 있는 한 모텔이었다.
같이 밀입국선을 탔던 사람들이 힘든 공장이나 공사판으로 떨어진 것에 비하여 그들은 비교적 운이 좋게도 모텔 청소 일을 하게 된 것이다. 힘든
공사일 보다는 비교적 일도 손쉬웠고 보수도 넉넉한 편이어서(사실 우리 나라는 직업적인 인식 관계로 그 방면의 일손이 꽤 딸리는 편이라 한다.)
그들의 얼굴에는 언제나 웃음끼가 가득했다. 중동인이나 외국인들에게는 의례히 내국인 근로자들 급료보다 싼 급료를 지불하는 관례에 비추어 당시 그
모텔의 사장은 인정이 후한 사람이었고 내국인 종업원들과 언제나 똑같은 급료를 지불하였다.
당시 숙식과 함께 K씨와 그 동네 처녀가 받았던 돈은 60만원 정도였고 그들은 꼬박 2년 여를 열심히 일을 했다. 간혹 K씨는 고향에 두고 온
남편과 두 아이들 생각에 눈물을 쏟기도 했고 그 동네 처녀는 약혼자와 긴 사연의 서신을 늘 주고받았다. 비록 먹고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지만
그들에게도 따스한 가정이 그리웠고 고향이 그리웠던 것이다. 가끔씩 중국으로 긴 시외전화를 하는 것을 빼고는 그들은 정말로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옷 한벌, 화장품 하나 사 쓰지 않으면서 오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날만을 꿈꾸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2년 후, 그들은 고향에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들뜬 마음으로 그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아마도 겨울 초입의 시월 어느
날로 전해진다. 열심히 참고 일한 덕분으로 두 사람 모두 천여만원이라는 큰 돈을 모을 수 있었다. 그들의 얘기로는 그 돈이면 중국에서는 엄청난
가치가 있는 큰 돈이라고 했다. 하지만 불행의 운명은 그들을 끝내 좌절의 구렁으로 몰아 갔다. 날씨가 제법 추워지기 시작한 어느 날, 불시에
불법 취업자 단속반이 들이닥쳤고 그들은 끌려가 조사를 받게 되었다. 그들이 불과 꿈에 그리던 고국으로의 금의 환향을 보름 정도 남겨 둔
시점이어서 모텔의 전 직원들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며 그들의 무사를 빌었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국에 조사를 받게 된
K씨는 국내법을 잘 몰랐던 관계로 행여 그동안 번 돈을 압수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되었고 그들을 취업시켜 주고 쭉 뒤를 봐주었던 한국인
소개업자에게 가지고 있던 돈을 급히 중국의 가족에게로 송금시켜 달라고 부탁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작은 사건은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밀항선을 탔던 두 사람에게 엄청난 시련이 되었다. 믿고 돈의 송금을 부탁했던 한국인 업자는 그들의 생명 같은 그 돈을 가지고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불법 취업자란 딱지를 달고 제대로 수사 한번 할 수도 없었고 결국 그들은 임시 수용 시설에 보호되어 있다가 다시 그들의 고향으로
강제 이송될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그 엄청난 상황에서 청운의 꿈을 안고 먼 동포의 나라에까지 와서 힘들여 번 돈을 모두 잃게 된 K씨의 마을
처녀는 목을 메 자살을 하였고 K씨 혼자 쓸쓸히 가슴을 쓸어 내리며 귀향선을 타야 했다. K씨의 이런 슬픈 소식을 모텔의 직원들이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반 년이 흐른 어느 봄날, 멀리 흑룡강성에서 날아온 K씨의 편지 덕분이었다. 편지에 K씨는 마지막으로 덧붙이며 울먹이고 있었다. 세상
그 어느 나라를 둘러보아도 이렇게 자신과 한 핏줄인 동포들을 등쳐먹은 민족은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열여덟번째이야기 : 술이 원수?

술이란 아무리 뒤집어도 묘한 구석이 있다. 특히 남녀간의 사랑에 있어서 술만큼 묘약으로 작용하는 식품이 또 있을까. 어렵게 어렵게 선을 넘지
못하고 진행되던 사랑도 어느 날, 술 한잔으로 술술 풀리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서로가 지극히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고 가정을 해
보자. 남자들이야 의례 그런 것이지만 빨리 여자를 육체적으로 소유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여자도 은근히 남자에게 마음은 있는데 첫 벽을
허물기란 참으로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바로 이런 때 두 사람을 자연스레 연결시켜 주는 것이 바로 술의 힘이리라. 굳이 술에 취하고 안
취하고를 떠나서 이성을 흐물거리게 하는 취기로 인해서 적당히 뒷변명의 여운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신세대들이야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옛날엔 많이들 그랬다. 하지만 과연 술이란 것이 그렇게 항시 사랑의 묘약만은 아닌 것 갔다. 남자들이야 별 문제될 것이 없다지만
여성들에 있어서는 술이야말로 가장 조심해야 할, 자신을 지키는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술만 먹으면 기억을 전부 날려 버리는 여성들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그녀들에겐 과히 술이란 컴퓨터 자판의 Del 키와 같은 존재이다.
어느 날, 그런 휘발성 뇌를 가진 한 미모의 여인이 회사동료들과 술자리를 같이하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술에 약하다는 약점을 대강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주 앉은 그들은 평소에 친분이 두터운 같은 회사 동료 씨들이 아닌가. 거기에다가 문제는 그녀가 그런 대로 술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었다. 식사 후에 반주로 마시려던 술은 한잔이 두 잔이 되고 두잔이 석잔이 되어 결국에는 그녀의 이성을 잃게 하고 말았다.
술자리가 끝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그 중에서 비교적 술을 덜 마신 동료가 그녀를 집에까지 바래다주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였던가. 그 동안 내심 그녀를 짝사랑하였지만 이미 약혼자가 있는 그녀였는지라 멀리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처지가 아니였던가. 그 마당에
그가 이런 우연찮게 찾아온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동료들을 따돌리고 한적하게 차를 몰던 그는 얼마를 달리다가 비교적 한적한
언덕길에 위치한 모텔 앞에 차를 주차시켰다. 그리고 취해 정신을 놓고 있는 그녀를 부축하여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가슴이 뛰고 정신이 아찔했다.
늘 꿈에만 그리던 그녀와 한 방에 나란히 누울 수 있다는 사실이 도시 믿어지지 않는 거였다. 일이 그러했으니 그런 그의 뇌리에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또 그것이 얼마만큼 돌이키기 힘든 죄악인지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미쳐 숨을 돌리기도 전에 정신없이 그녀를 가진
후에라야 그는 서서히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어떤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더구나 그녀에겐 가을이면 결혼식을 올릴 약혼자까지 있질 않은가. 그러나
얼떨결에 일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확장되고 말았다. 잠시 후 냉정을 되찾은 그는 이미 정신을 잃고 쓰러진 그녀의 옷을 원래대로 입히기
시작했다. 드라마의 범죄자처럼 완벽하게 처음처럼 방을 정리한 그는 작은 메모지 한장을 남기고 황급히 모텔을 빠져나갔다.
"술이 너무 취하셨군요. 집을 몰라 이곳에 방을 잡아 드리고 저는 먼저 갑니다. 자세한 상황은, 내일 출근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메모지엔 이런 내용이 쓰여 있었음은 물론이다. 한편 술에 취하여 자신의 몸이 어떻게 변화를 일으켰는지도 모르고 마냥 골아 떨어져 있던 그녀가
정신을 차린 것은 새벽 네시가 좀 넘은 시간이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그녀는 메모지를 발견한 후에라야 또 자신이 일을 저지른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다.
'혹 무슨 실수를 저지른 것은 아닐까.'
번쩍 정신이 든 그녀는 재빨리 자신의 옷 매무새부터 살펴보았다. 하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 이미 일을 치른 동료 씨가 완벽한 사후
처리를 해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에겐 직감 같은 것이 있질 않은가. 더구나 아무리 뒷처리가 완벽했다손 치더라고 폭풍과도 같은 해일이
자신을 몸을 훔치고 지나갔는데 말이다. 그때 또다시 핸드백 안에서 연신 삐삐가 울려 대기 시작했다. 음성을 들어보니 그녀의 약혼자가 아닌가.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기 전이면 어김없이 전화로 사랑을 속삭이곤 하던 그녀가 새벽이 다 되도록 집에도 안 들어오고 연락이
두절됐으니 약혼자로서는 애가 탈만도 했다. 삐삐를 확인한 그녀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무슨 말로도 자신의 현 상황을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그렇다고 뾰족한 변명이 생각난 것도 아니고 가만히 자신을 추스려보니 별 일이 있지도 않았던 터라 그녀는 약혼자에게 전화를 걸고 사실대로 설명을
했다. 약혼자의 화가 머릿끝가지 치솟았음은 물론이다. 세상에 생각을 해 보시라. 어느 남자가 여자 혼자서 술에 취하여 여관에서 잠을 잤다는데
믿을 남자가 있겠는가. 쏜살같이 위치를 물어 그녀가 있는 여관으로 달려 온 약혼자는 그녀에게는 들리지도 않고 다짜고짜 종업원을 불러 세웠다.
주머니에 슬그머니 만원권 지폐 한 장을 밀어 넣었음은 물론이다.
"이봐요, 00호 여자 손님 말이오. 언제 누구와 함께 들어왔는지 사실대로 말해 줄 수 있겠소?"
잠시 돈을 곁눈으로 확인한 종업원은 짧은 순간 복잡한 번뇌에 휩싸여야 했다. 자신의 새치 혀끝으로 두 남녀가 그동안 쌓아 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것임은 뻔한 이치였기 때문이다. 바로 그 순간, 대강의 사태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던 종업원은 곧바로 여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오랜 숙박
업소 경험과 사태를 재빠르게 한눈에 파악할 줄 알았던 종업원의 반짝이는 재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글쎄요.. 워낙 바빠서 자세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손님이 술이 많이 취해서 말입니다. 동료 직원이란 분이 방을 잡아주고 갔습니다."
"얼마나 머물다가 갔습니까?"
"머물기는요. 여기서 방값을 지불하고는 곧바로 가셨지요. 대신 저보고 잘 좀 모셔 달라고 당부를 하시기에 제가 방까지 부축해 드리고 문도 잠가
드렸는걸요."
그제서야 약혼자는 안심이 되는지 얼굴 표정이 환해지며 그녀를 데리러 방으로 올라갔다. 종업원은 직장 동료라는 남자가 결코 그녀를 그냥
두었으리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방으로 올라간지 한시간이 더 넘어서 방을 나왔을 뿐더러 무언가에 쫓기듯 그 표정이 불안으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술로 인한 단 한번의 실수로 인하여 사랑이 깨어지는 불행한 일은 막고 싶었다. 어차피 육체적인 순결의 유무는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마음이다.
그날 아침, 정답게 손을 마주 잡고 나가는 두 연인을 보면서 비로소 종업원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남자는 어젯밤에 자신의 연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눈치였기 대문이다.
자, 만약에 여러분이 그 모텔의 종업원이었다면 어떠한 선택을 하였겠는가. 참으로 아리송한 세상사가 아닐 수 없다.

열아홉번째이야기 : 호모와 레즈비언들

숙박 업소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호모와 레즈비언들이 그리 이상한 손님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업소의 매상을 올려 주는 중요한 단골
손님이기까지 하다. 그러면 그들은 일반 손님들과 별다른 차이점이 있을까.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그들은 일반 손님들과 전혀 차이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더욱 얌전하고 매너가 있다. 비록 그들의 손을 잡은 서로의 상대가 같은 동성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지 그들은 남들과 똑같이 서로의 손을
잡고 애정표현을 한다. 옛날에는 사회의 바라보는 시각이 있어서인지 여간해서는 표를 안 냈지만 요즘은 시각의 변화도 많이 바뀌었을 뿐더러 그들
스스로도 많이 당당해 지려고 노력한 덕분인지 웬만하면 업소에 들어오는 손님이 일반 손님인지 아니면 동성애 자들인지는 쉽게 구분이 간다고 한다.
그들 스스로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애정 표현들을 하기 때문이다.
모텔 불야성도 예외는 아니어서 위와 같은 동성애자 손님이 공교롭게도 각각 한 팀씩 단골로 있었다고 한다.
먼저 남성 동성애자 손님의 나이는 60이 넘은 할아버지 한분과 40대 중반의 남자였는데 그들은 꼭 토요일 서너시쯤 하여 두시간 정도씩
대실로(숙박 손님이 아닌 잠시 쉬어 가는 손님) 여관을 이용하곤 했다.둘 중에 누가 여자 역할을 했는지 어떻게 피임을 했는지 따위는 자세히 전해
듣지 못했다. 두 사람 다 가정이 따로 있어 보였는데 중요한 것은 그들이 그런 둘의 행위로 인하여 가정에서 찾지 못한 그 무엇을 채우고 있었다는
점이다.
레즈비언 단골 손님은 한달에 한두번씩 불규칙하게 들르곤 했다. 처음에는 종업원들도 그들이 레즈비언들임을 몰랐다고 한다. 남자들이야 여관의 특성상
아무리 속이려 해도 표가 나지만 여자들은 여간해서 표가 나지 않는 편이다. 인근의 술집 아가씨들도 종종 두 서너 명씩 짝을 지어 숙박 업소에
들려 잠을 자는 경향이 있었기 대문이다. 그런 그들이 꼬리를 잡힌 것은 빈 방으로 알고 방을 청소하기 위해 잘못 열고 들어간 청소 아주머니
때문이다. 손님이 체크아웃한 방으로 오인한 아주머니는 별 생각 없이 방문을 열고 들어갔고 그만 못 볼 것을 보고 만 것이다. 그녀들의 나이는 꽤
어린 편이어서 스물 한두 살이 겨우 넘은 나이였다. 그 일 이후, 그녀들은 다시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아무래도 단골 여관을 옮긴 모양이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오는 단골 손님이 있었다. 물론 동성이 아닌 일반 남녀 손님이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사이처럼 보였고 다정해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인근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으로 인하여 경찰에서 급작스레
인검이 나온 것이었는데 그 과정에서(주민등록증을 조회하는) 두 남녀 중 한명이(남자처럼 분장했던) 여자로 밝혀진 것이다. 머리는 짧은 스포츠
머리였고 남자 구두에 남자 옷, 굵은 목소리는 틀림없는 남자 였건만 어이없게도 그는 틀림없는 여자의 주민등록을 가지고 있었다. 즉, 그들은
레즈비언의 일종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동안 그들 동성애자들을 바라보는 내 시각에 일대 변혁을 가져오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간 친하게 알고 지내던 형으로부터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충격적인 고백을 듣게 된 것이다. 그간 오직 그들을 혐오하는 눈으로만 바라보던 내 시선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비록
취재라는 변명 하이긴 했지만 그 형을 따라서 종로의 빠(동성애자 술집)들과 극장(그들이 자주 오는 극장) 목욕탕(그들이 자주 모인다는)들을
다녀보게 되었고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하여 많은 양의 자료들을 모을 수 있었고 얼마 전엔 그들에 대한 글을
한번 써 볼까 생각도 했지만 이미 많은 글들이 나와 있고 또 함부로 그들의 이야길 다룬다는 것이 왠지 조심스러워 아직까지 미루고 있다.
글의 앞에서 나는 오직 흥미 위주의 동성애자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하지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른 것이다. 이쯤하여 우리 일반인들도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다르게 고쳐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닌지.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며 똑같은 사고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더욱 착하고
온순한 사람들 뿐이다. 다만 태어날 때부터 몸과 마음을 따로 가지고 태어난 조물주의 실수가 있었을 뿐이다. 오죽하면 그들이 목숨을 내 걸고 성
전환수술에 매달리겠는가. 이 글을 읽은 우리들 만이라도 그들에 대하여 색안경을 끼기 보다는 따스한 위로의 눈빛을 가졌으면 좋겠다.

마지막이야기 : 연예인의 호텔 출입

요즘은 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서로가 사랑만 한다면 혼전에도 얼마든지 자신의 몸을 허락한다. 또한 그것이 별 이상할
것도 못 되는 세상이다. 그렇게 따지고 본다면 우리 사회의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맨, 정치가들도 다 사람이기에 생리상 우리들과 별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눈이다. 특히 연예인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그들도 따지고 보면 똑같은 사람이고 한창
혈기가 왕성할 젊은이들이 대다수인데도 우리들은 유난히 그들의 행동에, 특히 이성 문제에 있어서는 이해보다는 비난을 더 남발하며 관심을 보인다.
이 기회에 나는 그들도 사람이기에 우리와 똑같을 수 밖에 없을 뿐더러 따듯하게 이해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옳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여관
불야성에서 이야기의 마지막 편으로 전해들은 몇몇 연예인들의 행동은 가히 정도가 지나쳐 가증스러운 것들이기에 밝히고자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연예인들도 사람들이다. 때문에 그들도 엄연히 누군가와 사랑을 나눌 권리가 있고 또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이해되는 부분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지 않은 정말로 두 얼굴의 연예인들이 많다는 데에 있다. 알다시피 연예인들은 1급 데이트를 할 때에는 절대로 호텔에 들지
못한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호텔에는 어느 곳이고 공히 그들을 노리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느 곳을
그들의 밀애 장소로 택할 것인가? 바로 변두리의 허름하고 알려지지 않은 그러면서도 비교적 깨끗한 장급 여관들이다. 그런 곳의 시설들이 대부분
어렴풋한 조명 불빛에 종업원들도 한 둘이 있기 마련이어서 행여 누가 얼굴을 알아 볼 기회가 드물기 때문이다. 모텔 불야성도 그런 범주에 속했는지
여러 명의 연예인들이 몇번인가 단골 삼아 다녀간 모양이다.(그들이 단골로 온 이유는 종업원들은 절대로 연예인들에게 아는 척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젊은 몇몇의 사람들에 대하여는 통상적으로 이해를 해 주고 덮어주기로 하자.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니까. 하지만 정말로 이중적인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 불야성 종업원들의 설명이다.
가장 웃기는 케이스가 신문에 서로 깊이 사귀고 있다고 특종 발표가 나는 커플 케이스다. 그들은 당연히 펄쩍 뛰며 교제를 부인하고 신문사를
고소한다고 으르렁거린다. 하지만 그들은 모자를 푹 눌러 쓰거나 가발을 쓴 폼으로 여러번 불야성을 다녀 간 후였다. 직업상 입이 무거운 종업원들은
절대로 이런 일을(특히 이름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다. 더욱 웃기는 일은 그들 중에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사귀던 x양을 차버리고 다른 여자와
당당히 신문에 결혼 발표를 하는 경우다. 방송에서는 특집으로 다루고 코메디로 둘이 만난 일화를 꾸미기도 하지만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두번째 황당했던 일은 Y(편의상 명칭)씨의 뻔뻔함이다. 그는 잘나가는 중견 탤런트로써 연예인 커플로도 유명한 편이다. 그런 그는 곧잘 묘령의
아가씨들을 바꾸어 가며 불야성을 자주 찾는 편이라고 했다. 그날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는 쭉빠진 아가씨를 데리고 허겁지겁 밀애를 즐기기 위해
여관을 찾았다. 이쯤 해서도 그럭저럭 남자들의 습성상 이해해 줄만한 대목이다. 문제는 다음 날 생겼다. 왜, TV아침 프로를 보면 가끔 연예인
부부들이 가십으로 초대되어 사회자와 그간의 결혼 생활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코너가 종종 있다. 문제는 어제 밤만 해도 다른 여자와 부인을 속이고
여관에 들었던 그가 다음날 아침에 부인과 자식까지 데리고 TV에 출연하여 보여주는 역겨운 거짓말들이다. 그들은 어쩌면 하나같이 부부애를 강조하며
서로의 사랑에 대하여 확인하듯 수다를 떤다. 한술 더 떠 멋모르는 사회자는 그들의 결혼이 깨지지 않고 별실을 맺은 이면에는 서로간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조롱 당하는 이들은 시청자 들 뿐이다.
그 외에도 많은 경우가 있지만 행여 실명이 거론될까 두려워 더이상의 이야기를 자제한다. 아무튼 사람들은 겉보기와 세간에 알려진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잘생긴 연예인 하나를 가슴에 품고 흠모할 바에 나같으면 외롭게 시를 쓰다가 늙어 버린 고독한 시인을
사랑하겠다. 청소년들이여! 부디 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을 바르게 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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