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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 그 황홀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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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 그 황홀한 유혹


『간통, 그 황홀한 유혹』 

"엄마, 오늘 꼭 떡볶이 해 줄 거지?"
초등 학교 일 학년 인 승혜의 가방 매는 것을 도와주고 있을 때 였다. 승혜는 가방 끈에 팔
을 집어넣다가 갑자기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순간 어제  저녁에 승혜에게 내일 떡볶이를 
해주마 라고 약속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럼, 내일 학교 같다 오면 엄마가 떡볶이 맛있게 해 줄게."
텔레비전을 그만 보라는 말끝에 빈 말 비슷하게 한 말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딸이 기특하기
도 하여 오늘은 꼭 약속을 지켜야 갰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야? 보람이 데리고 와도 돼?"
"보람이......."
보람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나 보람이 얼굴보다는 김현세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현숙씨를 보면은 난 세상을 멋지게 살아야 할 이유가 생깁니다. ]
언제 였던가 보람이네 집에 놀러 간 승혜를 데리러 갔을 때, 그가 한 말이 떠오르면서 가슴
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때 왜 그와 커피 잔을 사이에 두고 식탁에 앉았는지는 기
억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식탁 건너편으로 손을 뻗어서  커피 잔을 감싸고 있는 손을 
양손으로 덮어 올 때 왜 거부하지 않고 빨개진 얼굴로 눈썹을 내려 깔았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내성적인 성격의 남편으로부터는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말이었기에. 김현세의 
말이 너무나 가슴 떨리는 속삭임으로 와 닿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아이......아래층에 사는 내 친구 보람이 있잖아?"
현숙이 창백한 얼굴로 말꼬리를 흐리고 있을  때 승혜가 앞치마를 잡아당기며 응석을  부렸
다. 그때서야 현숙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김현세의 얼굴을 지워 버리려고 애써 웃어 
보였다. 
"엄마, 승혜도 보람이네 집에서 떡볶이 먹었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보람이도 불러서 같이 먹
어야지. 그치?"
현숙의 가슴 떨림을 알리 없는 승혜가 답답하다는 얼굴로 현숙의 팔목을 잡아당기며 흔들었
다. 
"그.....그래."
현숙은 넋이 나간 얼굴로 간신히  대답을 하고 승혜의 손을 잡았다.  아래층까지 배웅을 해 
주기 위해서 였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혹시나 김현세가 밖에 나와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
각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느라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다행이었다. 지하층에 살고  있
는 김현세도 보람이의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학교 같다 오면 떡볶이 해 주는 거지?"
승혜가 일층의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다 다시 돌아서서 검고 초롱 하게 빛나는 눈을 반짝거
렸다. 
"그래. 우리 예쁜 승혜하고 보람이한테 떡볶이 해 줄 태니까 학교 갈 때 차  조심해야 한다. 
신호등을 건널 때는 무슨 불이 켜질 때 건넌다고 했지?"
승혜는 지하에서 올라오는 계단 쪽에 신경을 집중시키면서 건성으로 물었다. 그러면서 이토
록 사랑하는 딸의 진심을 외면하고 김현세라는 서른 한 살의 무협 소설 작가를 생각하고 있
는 자신이 한없이 미워졌다. 
"피, 그건 유치원 다닐 때 배웠다. 파란 불이 켜졌을 때 오른 손을 들고 건너는 거야."
"그래. 우리 승혜는 똑똑해서 친구들 도 많을 꺼야."
금방이라도 김현세와 얼굴이 마주 칠 것 같아서 얼른 승혜의 어깨를 골목 쪽으로 돌려 세웠
다. 승혜의 어깨를 다독거려 주는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마른침을 삼켰다. 금방이
라도 김현세가 나타날 것 같아서 였다. 승혜가 현관 밑으로 내려서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이상하게도 김현세의 얼굴이 안 보이는 게 다행스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서운하게  느껴
졌다. 
"어머!"
현숙이 이상야릇한 감정으로 돌아설 때 였다. 마침 보람이와  김현세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
는 게 보였다. 현숙은 가슴이 쿵 내려앉는 듯한 기분 속에 얼른 시선을 돌렸다. 
"보람아 울 엄마가 떡볶이 해 준다고  했다. 짜파케티도 해 준다고 했어. 너도  같이 먹어도 
된다고 했어. 맞지 엄마?"
승혜가 다시 현관 안으로 들어와서 보람이에게 자랑을 했다.  현숙은 김현세가 자신을 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귀밑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시선을 어느 곳에 둘
지 몰라 허둥거렸다. 
"안녕 하십니까? 승혜도 안녕!"
김현세는 그런 현숙에게 밝게 웃어 보이고 나서, 시선을 승혜에게 돌렸다. 승혜에게  가까이 
가서 승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네......아.....안녕 하셨어요."
현숙은 시선을 아래로 내려 깔고 김현세의 시선을 피하며 보람이만 쳐다보았다. 
"아줌마, 나도 오늘 떡볶이 해 줄꺼예요?"
보람이가 현숙을 올려다보며 까만 두 눈을 깜박거렸다. 
"그럼 보람이하고 같이 먹어야지. 보람이 오늘 예쁜 옷 입었네. 아빠가 사 주었니?"
현숙은 김현세의 시선을 의식적으로 피한 체 처음 보는 옷을 입은 보람이의 머리를 쓰다듬
어 주었다. 
"요즘 보기 힘듭니다? 여전히 아름다우시구요."
김현세가 붉게 충혈 된 눈에 꺼칠한 수염을 문지르며 승혜 뒤에 서 있다가 현숙에게 귓속말
로 빠르게 속삭였다. 현숙은 얼굴이 더욱 빨게 지는 것을 느끼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마음
속으로는 결혼을 한 여자에게 그 따위 말버릇이 어디 있냐고 쏘아붙이지 못하는 자신이 원
망스러웠다. 그러나 겉으로는 미소를 띈 얼굴로 그를 잠깐 쳐다보고 나서 시선을 돌렸다. 
"막내 고모가 사 왔어요. 이 신발하고."
보람이가 자랑스럽게 현숙 앞으로 신발을 내 보였다. 
"엄마, 나도 신발 사줘."
승혜는 언제 보람이에게 자랑스럽게 떡볶이 이야기를 했는가 싶을 정도로 이내 표정을 바꾸
고 현숙의 손을 잡아 왔다. 
"승혜 신발은 아직 새거 잖어. 이 담에 보람이하고 똑 같은 거 사 줄게. 알았지?"
아이들은 모두 마찬가지다. 승혜는 언제 떡볶이 때문에 신이  났었느냐는 얼굴로 신발을 사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그런 승혜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고집이 여간 강한 게 아니었다. 
한 번 마음먹은 게 있으면 쉽게 잊어버리지 않고 자신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졸랐다. 남편
은 승혜가 고집을 피울 때마다 제 엄마를 닮아서 그런다고 한마디 씩 했다. 어쩌면 그 말은 
맞는 말인지 모른다. 그런 고집이 없었다면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진 것이라고는  자존
심밖에 없는 동갑내기 남편과 스물 세 살의 나이에 결혼을 안 했을지도 모를 일 이었다. 
"싫어. 신발 안 사주면 학교 안 갈래."
승혜는 뒷걸음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난처한  사람은 김현세였다. 그는 승혜가 때를  쓰는 
것이 마치 자신의 탓 인양 뒷머리를 극적 거리며 민망스러워 했다. 
"승혜야 오늘은 그냥 학교 가고, 아빠 월급  타면 새 신발 사줄게. 그 대신 학교  같다 오면 
떡볶이 먹을 수 있잖아. 짜파게티하고 말야. 그치?"
"야! 승혜 엄마 말 잘 듣는데, 우리 보람이보다 훨씬 잘 들어. 보람아 승혜 좀 봐라. 너도 승
혜처럼 아빠 말 잘 들어야 돼. 알았지?"
김현세가 구세주였다. 그는 비록 무협지를 쓴다지만  소설가답게 우회적인 방법으로 승혜를 
달랬다. 
"아빠 월급 타면 신발 꼭 사줘야 해. 약속해. 손가락 찍으란 말야 씨!"
김현세의 말에 승혜는 눈썹에 이슬처럼 맺혀  있는 눈물을 닦아 내며 억지로  새끼손가락을 
내 밀었다. 
"어이구 우리 승혜 착하기도 해라. 엄마가 약속할게, 자 됐지."
승혜는 현숙이 고사리 만한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손가락을 찍었을 때야 떨어지지 않는 발
걸음을 옮겼다. 현숙은 김현세를 의식하고 일부러 골목 끝에 있는 종점 슈퍼 앞에까지 승혜
를 바래다주었다. 그리고 나서도 김현세가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서 별로 살 
것도 없으면서 종점 슈퍼에 들어가서 잠시 수다를 떨었다. 
지금쯤 들어갔겠지......
현숙은 시간이 흐를수록 김현세에게 쏠리고 있는 자신을 이해 수가 없었다. 남편에 비해 뭐 
한가지 내 새울게 없는 김현세 였다.  억지로 남편 보다 낳은 점을 찾으라면  서른 한 살의 
나이에 어울리게 자신 있고도 감성적인 말투를 자주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왠지 김현세와 단둘이 있으면 마음이 긴장되면서도 편안함 같은 것을 느끼는 이유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럽기만 했다. 
안돼, 난 승혜가 있잖아. 남편도 있고.....
종점 슈퍼에서 현숙이 살고 있는 연립 주택과의 거리는 오십  여 미터밖에 되지 않았다. 현
숙은 그 짧은 거리를 가능한 천천히 걸어가며 김현세에게 자꾸만 쏠리고 있는 자신을 탓했
다. 
어머!
승혜는 김현세가 그때까지 현관 앞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게 보이는 순간 다시 한 
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꼈다. 순간 현숙은 망설였다. 지금 현관으로 들어가면 김현세
가 무언가 말을 걸어 올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되돌아가서 종점  슈퍼에 들어가 시간을 
더 보내고 올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그때 였다. 김현세가 현관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
였다. 다행이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잠깐 시간 좀 내실 수 있을까요. 저희 집으로 가시죠?"
현숙은 김현세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지금까지와 다르게 총총 걸음으로 현관  앞에까지 
걸었다. 그러다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김현세를 보고 얼른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혹시  라도 
동네 사람들이 둘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있지나 않을 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지.....금 바쁜데........"
현숙은 일단 현관 안으로 들어갔다. 골목을 지나가는 주민들이 봐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
서 였다. 그러면서 김현세의 말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자신을 욕했다. 생각  같아서
는 대꾸도 안 하고 삼층으로 올라가고 싶었지만 의지는 김현세의 뜻에 따르고 있었기 때문
이다. 
"잠깐 이면 됩니다. "
김현세는 그 말을 끝으로 지하 계단으로 내려갔다. 현숙은 입안의 침이 마르는 것을 느끼며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 잠깐이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빠르게 지하로 내려갔다.  김현세는 
반 지하에 있는 출입문을 열어 놓고 안에 들어가 있었다. 
"들어와서 앉으시죠."
현관 앞에서 머뭇거리는 현숙에게 김현세는 당당했다. 거실 끝에  있는 식탁의 의자를 빼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전, 시간이 없어요. 여기서 말씀해 주세요. 뭔지 모르지만......"
현숙은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고 열려져 있는  문을 닫았으나 거실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았
다. 신발을 신은 체 김현세에게 자꾸만 이끌려 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러면 안돼, 그녀는 
자신이 김현세에게 이끌려 가는 것이 아니고 사랑하는 딸 승혜의 친구 보람이 아빠가 할 말
이 있어서 와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꿨다. 조금은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하하, 여긴 아무도 없어요. 우리 둘 밖에 없잖습니까?"
김현세의 말이 묘한 여운을 몰고 왔다. 우리라니, 어째서 보람이 아빠하고 나하고 우리가 돼
지, 현숙은 그렇게 반문하면서도 김현세가 남편하고 틀린 점이  있다면 바로 저런 당당스러
움 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김현세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주춤 뒷
걸음쳤다. 
"하...하실 말씀이 뭐예요?"
현숙은 떨리는 목소리로 김현세를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왜 내가  이렇게 떨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혼란스러웠다. 
"현숙씨 떨고 있군요."
갑자기 김현세의 목소리가 착 갈아 앉는가 했더니 손을  잡았다. 아.....안돼, 현숙은 난 현숙
씨가 아니고 승혜 엄마 예요. 라고 마음속으로 부르짖으면서도 목덜미까지도 빨갛게 물드는 
것을 느꼈다. 
"지난 며칠 동안 난 시간이 있을 때마다 현숙씨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김현세의 얼굴이 갑자기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고개를 피하려고 할  때 
였다. 손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이 앞으로 당겨지는가 했더니  다른 한 손이 머리를 잡아당기
는 것을 느꼈다. 
"허....헉!"
김현세의 입술이 와 닿은 것은 거의 순간적이었다. 현숙은  김현세를 뿌리쳐야 한다고 생각
했으나 몸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온 몸이 바르르 떨리는가 하면, 힘
이 쭉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어....읍....읍!"
김현세의 코에서 뜨거운 숨소리가 새어나오는가  했더니 입술을 비집고 혀가  들어왔다. 안
돼! 현숙은 김현세의 혀가 자기 입안에 들어 와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두 눈을 동
그랗게 뜨고 그의 가슴을 밀어내려고 버둥거리며 몸을 비틀었다. 
"허......허.....헉!"
현숙은 뒷걸음쳤다. 그러다 문에 닿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게 되었을 때 김현세가 강하게 
혀를 흡입하는 것을 느꼈다. 이어서  허리를 껴 않고 있는 김현세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하체가 그의 심벌에 짓눌리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숨소리가 새어 나갔다. 
"아.....어......읍! 이.....이러지 말아요."
현숙은 가슴이 터져 나갈 것 같았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김현세의 입술을 피했다. 그러나 
그건 서막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김현세의 손이 젖가슴을 움켜쥐는  가 했더니 스커트 속에 
들어가 있던 블라우스를 치켜올렸다. 헉! 현숙은 김현세의 입술이 젖꼭지를 머금는 순간 축 
늘어져 버리고 말았다. 
"내.......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십니까?"
"아......안돼요......이러시면 안돼요......."
현숙은 건성으로 김현세의 어깨에 손을 얹고  턱을 치켜들었다.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였다. 
김현세가 젖꼭지를 빨아 드릴 때마다 온 몸이 짜르르 하는 전율이 솟아올랐다. 지금껏 남편
으로부터 이처럼 강렬한 자극을 받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천장이 흐느적거리면서 내려
앉는 듯한 기분 속에 입안이 쩍쩍  갈라지는 듯한 갈증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김현세의 거대한 심벌이 얇은 스커트 자락을 통해 꽃잎을 강하게 압박 해 오는 감촉을 느끼
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더.....더 이상은 안돼요!"
현숙은 있는 힘을 다하여 김현세의 어깨를 밀어 붙였다. 그리고 재빠르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현숙씨!"
김현세가 다른 사람들의 귀를 의식해서 인지 목소리를 죽이고  짤막하게 외쳤다. 현숙은 계
단 밑에서 재빠르게 스커트 밖으로 나온 블라우스를 스커트 속으로 쑤셔 박았다. 이어서 머
리카락을 대충 매만지면서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허......헉.......휴!.......내......내가 미쳤어. 미쳤지."
현숙은 삼층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자 마자 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생수병을 
꺼내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식탁 앞을 갔다. 눈물이 글썽거렸다. 심장이 여전히 벌렁벌렁 띄
는 것을 느끼며 눈을 크게 치켜  떴다가 감았다. 김현세의 감촉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 
벌떡 일어섰다가 천천히 주저앉았다. 
안돼. 난 남편을 사랑하잖아. 내가 이런  짓을 했다는 걸 알면 남편이  얼마나 절망할까. 여
보..승혜 아빠 미안해. 잘못했어. 나도 모르게......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내렸다. 다시는 남편이나 승혜의  얼굴을 보지 못할 것 같아
서 무섭고 두려웠다. 주인이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그 어떤 물건을 슬쩍 훔친 것 같은 기분
이 들면서 두근거리는 가슴이 멈추어 주질 않았다. 금방이라도 남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와, 
당신 지금 그 놈하고 뭐 하고 왔냐. 라는 말을 들을 것 같기도 해서 덜덜 떨리기도 했다. 그
러면서도 알 수 없는 것은 김현세는 털끝만큼도 원망스럽지가  않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자
신이 허점을 보여서 착한 그로 하여금 이성을 마비시키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안돼!
현숙은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되는 가 했더니 김현세의  강렬한 키스하며, 젖가슴이 아프도
록 빨아 당기던 힘, 꽃잎을 짓누르던 감촉이 되살아 나는 순간 고개를 흔들며 일어섰다.  목
욕탕으로 들어가서 옷을 훌훌 벗어 재꼈다. 남편의 얼굴이  어른거리면서 그 뒤에 김현세의 
붉게 충혈 된 얼굴이 또  떠올랐다. 이를 악물고 알맞게 데워진  물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샤워기 밑에서 양치질을 했다. 잇몸이 갈기갈기 찢어질 정도로  양치질을 하고 입을 행궈냈
다. 그리고 나서 다시 치약을 짜서 양치질을 하기 시작했다. 
제......제 정신이 아니었지.......
참담한 기분으로 몇 번이나 양치질을 하고 나서 목욕  타월로 젖가슴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너무 심하게 가슴을 문질러 이내 우윳빛 살결에 빨간색 물감을 스펀지로 문질러 놓은 것 같
은 상처가 났다. 정상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간통을 꿈꾸고 있다. 간통을 
기다리는 쪽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비율이 높다. 남자들은 아내 외의  여자들과 섹스를 할 
기회가 많은 반면에, 여자 쪽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간통에 대한 환상을 더 많이 가지고 있
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통이 행하여지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그것이 잠재되어 있
을 뿐 돌출 되지 않는 다는 것과 죄의식 때문이다. 현숙은 샤워기 밑에서 가슴을 문질러 대
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흥분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깜짝  놀랐다. 자신도 모르게 
만져 본 꽃잎까지 뜨겁게 젖어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온 몸이 짜릿해 지는 전율을 느꼈다. 
그건 은밀한 경험이기도 했으나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무서운 경험이기도 했다. 성숙한 
여체로 성장한 이후에 남편 외의 남자들에게는  단 한 번도 허락하지 않았던. 혀며  젖꼭지. 
그리고 꽃잎을 짓누르는 듯한 감촉이 언제부터 되살아났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두 번 다시 
상상도 해서는 안될 무서운 일이었다. 
설마!
현숙은 샤워기 밑을 빠져 나오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건 무서운 생각이었다. 다른 여자
들은 어떤지 몰라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남편이 아닌 남자와는 섹스를 꿈꾸어 본적이 없었
다. 가끔 남편과 비디오를 보다가 진한 성애 장면이 나올 때도 화면 속의 남자 배우와 섹스
를 연상해 본 적도 없을 정도였다. 섹스는 오직 남편을  상대로 모든 형태가 동반되어 왔었
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전에 느낀 감정은 그게 아니었다. 김현세의 얼굴은 생각하지 않았
으나 젖가슴을 문지르는 순간, 김현세가 애무해 주고 있는 듯한 환상에 젖어 흥분해 있었던 
것이 분명 했기 때문이다. 
미쳤지. 미치지 않고는 내가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을 꺼야. 너무 충격을 받아서 잠시  정신
을 놓았던 걸 꺼야.
현숙은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자의를 하면서 더운물을 잠그고  냉수를 틀었다. 샤워기를 틀
어 착각일지도 모르는 김현세와의 섹스에  대한 더러운 환상을 깨끗하게  지우기 시작했다. 
연한 살결에 찬물을 뿜어 대자 이내 닭소름이 끼쳐 왔다. 이가 덜덜 떨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내장까지 서늘해지도록 샤워를 했다. 현숙은 오전  내내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
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베란다에 널어놓은 빨래를 보면 빨래를  하긴 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뿐이다. 계속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허전함과, 금방이라도 남편에게서 전화가 걸려 
올 것 같은 두려움, 앞으로  김현세를 어떡케 봐야 하는 부끄러움  등이 엉망진창으로 엉킨 
체 건성으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어머! 승혜가 올 시간이네.
현숙은 허공중 위를 걷고 있는 듯한 기분에서 벗어나게 한 것은 승혜와의 약속이었다. 부랴
부랴 옷을 갈아입고 대충 화장을 한 다음에 시장 갈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일층 현관
으로 내려서는 순간 김현세와 마주 칠 것 같은 두려움이 일어났다. 온 몸이 긴장되는 것 같
은 기분 속에 빠르게 현관을 빠져 나왔다. 
"자! 바다에서 갓 잡아 올 리 팔딱 팔딱 뛰는 갈치가 열 마리에 만 원. 백화점에서 한  마리
에 삼천 원 하는 싱싱한 갈치가 단 돈 만 원에 열 마립니다. "
갈치 장수가 한잔 술에 시뻘개진 얼굴로 허연 입김을 토해  내며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리
어카 위에는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갈치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갈치구이를 유난히 좋
아하는 남편 민섭의 얼굴이 떠올라서 세 마리만 샀다. 평소  같으면 비싼 갈치는 엄두도 내
지 못할 형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남편에 대한 죄의식 때문에 그렇게 라도 해주지 못하면 
견딜 수 가 없을 것 같았다. 토막 난 갈치를 든 비닐 봉지의 무게를 우울하게 받아들이면서 
느끼면서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파란색 도퍼를 뒤집어쓰고 전기 난로 뒤에 앉아 있는 과일 
장수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며 걸음을 멈추었다. 좌판에는 먹음직스러운 과일이 수북하게 쌓
여 있었다. 종이 박스 뒷면에 매직으로 휘갈겨 쓴 가격표를 읽어보았다. 귤은 열 개 천원 짜
리부터 다섯 개 천원짜리 까지 종류별로 적혀 있었다. 사과는 제일 싼게 세 개 천원 이었고. 
배는 한 개에 이천 원 이었다. 그 중에서 나주 산 배 한 개 이 천원 이란 가격표 앞에 시선
이 멈추어 졌다. 과즙이 뚝뚝 떨어지는 배를 먹어 본지가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졌다. 
"배는 얼마씩 해요?"
현숙는 가격을 알고 있으면서 차갑고 까실 한 촉감이 전해지는 배 한 개를 들어 향기를  맡
아보았다. 단내가 찬바람 속에 훅 풍겨 오는 순간 목 울대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한 개에 이천 원씩이면 공짜나 마찬가지 지 뭐!" 
과일 장수는 비치 파라솔에 걸려 있는 봉지 한 개를 뜯어내며 일어서서 천천히 승혜 옆으로 
왔다. 
"세 개에 오천 원은 안되나요?"
현숙은 배 한 개에 이천 원 이면 아무래도 비싼 것 같았다. 이  천원 이면 휴일 날 한 가족
이 라면으로 점심 한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러나 세 개 오천원 이라면,  모처럼 
배 맛을 보는 것도 나쁠 거 없었다. 
"이래봬도 이게 어제는 한 개에 삼천 원 씩 하던 배요."
과일 장수는 별 볼일 없다는 얼굴로 퉁명스럽게 내 뱉으며 난로 앞으로 갔다. 
"그럼 주세요."
현숙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번에도 남편을 위해서 사기로  했다. 열 개 천 원
하는 귤도 이 천 원어치 샀다. 비닐 봉지가 축 늘어지도록 담긴 배와 귤을 사고 돌아 설 때
는 역시 배를 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듯한 월급에 배를  사 먹어 본 지도 오래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시장 깊숙이 들어 갈수록  비릿하고 시큼한 시장 특유의 냄
새가 나지 않았다. 시나브로 냄새에 젖어 버린 까닭일 것이다. 남편을 위해 무엇을 살까  하
는 생각에 젖어 있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두부 한 모를 샀을 
때서야 조금 있으면 승혜가 집에 올 시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장 안에 있는 슈퍼에 들어
가 떡볶이 재료를 산 후 부터는  발걸을 빨리 해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도중 같은 
골목에 사는 몇몇의 이웃들과 눈인사를 할 때마다 심장이 멎는 듯한 긴장을 느꼈다. 그러다 
그녀들이 소곤거리며 지나갈 때는 꼭 자신을 욕하는 것 같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빨
리 했다. 추운 줄 모르고 종점  슈퍼 앞에 도착했을 때는 발 빠른  초등학생들의 얼굴이 한 
두 명씩 보이기 시작할 때 였다. 
"날씨가 많이 춥네요. 짜파케티 좀 주세요."
현숙은 슈퍼 주인인 영이네 에게 자신의 죄를 숨기기라도 하려는 듯 의식적으로 밝게 웃어 
보였다. 그녀는 일부러 짜파케티는 시장 슈퍼에서 사지 않았다. 거기서 사면 개당 오십 원씩
은 싼 가격에 살수 있으나, 골목 입구에 있는 종점  슈퍼에서도 조금은 팔아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였다. 
"승혜 엄마 좋은 일 있나 벼 얼굴이 처녀처럼 뽀송뽀송하네. 몇 개나 줄까?"
사십 대의 과부로 이남 일녀 중 막내  이름이 영이 이름을 붙여 영이네라고 부르는 그녀는 
현숙의 옷차림새를 쳐다보며 실쭉 웃었다. 
"조.....좋은 일 이 있을 게 뭐가 있겠어요. 두 개만 주세요."
승혜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 속에 더듬거리며 돈을 꺼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자신
이 김현세 집에 들어갔던 사실을 영이네 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였다. 
"내 눈은 못 속여. 근데 시방 어디 갔다 오능겨. 시장 같다 오는 옷차림은 아니고 말여." 
영이네는 거스름 돈을 내 줄 생각은 하지 않고 현숙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시.....시장에 같다 오는 길인데......"
현숙은 그때서야 자신이 평소와 다르게 시장을 가면서 외출 준비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 가
볍게 화장을 한 얼굴하며, 바바리 코트를 입고, 늘 신고 다니는 랜르로바 대신 구두를  신은 
모습은 자신이 생각해도 영락없이 외출하는 모습이었다. 괜스럽게 가슴이 떨려 오면서 김현
세의 얼굴이 떠올랐다. 무의식중에 김현세를  생각하며 화장을 하고 바바리  코트를 입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였다. 
"그렇구먼. 근데 시장에선 뭘 그렇게 많이 사 온댜."
영이네의 시선이 이번에는 현숙이 들고 있는 비닐 봉지 쪽으로 옮겨졌다. 
"마......많긴 뭐가 많아요. 갈치가 싸 길래 몇 마리 샀고. 두부 한 모하고 귤 몇 개 샀을 뿐인
데. 우리 승혜 오는 거 안 봤죠."
"못 봤어. 쪼끔 있으면 오겠지 뭐! 어 승혜 아빠가 웬일여. 어디 아픈가?"
"네?"
현숙은 다시 한 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영이네의 말대로 남
편이 기운이 없는 얼굴로 힘없이 슈퍼 앞을 지나쳐 가는 게 보였다. 
"자기 웬일이야, 어디 아파요?"
현숙은 이 시간에 남편이 퇴근을 할 리가 없다는 불길한 예감에 다리가 휘청거리는 것을 느
끼며 밖으로 나왔다. 남편 옆으로 가서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한 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응. 어디 갔다 오는 길이냐."
민섭은 바쁜 걸음으로 다가 오는 현숙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으응.....시....시장에 이것 좀 사느라고. 근데 자긴 정말  왠일이대. 어디 아퍼? 꼭 아픈 사람 
같네."
현숙은 과일 봉지를 들어 보이며 남편 민섭의 팔짱을 꼭 꼈다. 그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남
편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워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였다. 
"이 여자가 갑자기 바람이 났나. 골목에서 왠 팔짱야."
민섭이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몸을 움츠렸다. 
"피! 골목이 아니라 집 앞에서 팔짱을 끼면 어때?"
현숙은 그럴수록 민섭의 팔짱을 꼭 끼며 의식적으로 경쾌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럴수록 남
편에 대한 죄의식은 깊어만 갔다. 
"오늘 아침에는 해가 서쪽에서 떴나. 왜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
민섭은 말은 그래도 과히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런 점이 또 현숙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생각해 보니까. 결혼 후에 이처럼 팔짱을 끼고 외출을 해 본적이 없었던 같았다. 
"자기, 얼굴이 많이 부은 것 같애. 병원에 가 봐야 되는 거 아냐?"
현숙은 걸으면서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눈에 띄도록 얼굴이 부어 있었다. 몸살  기운이 
역력했다. 남편은 가족을 위해 몸이  아픈 지도 모르고 회사에 출근  한 사이에 김현세에게 
젖가슴을 허락했던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날려고 했다. 그렇지만 남편이 눈치 첼까 봐 은근
한 음성으로 걱정스럽게 물었다. 
"감기겠지 뭐! 그렇지 않아도 푸른 약국에서 감기약  지어 오는 길이니까. 약 먹고 좀 쉬면 
괜찮아 질 꺼야."
민섭은 몸이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무겁고, 기운이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이상이 없
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전에 조퇴를 한 것은 아랫배에 밀려오는 팽창감 때문이었다.  화
장실에 가도 소변이 찔금찔금 나올 뿐 아랫배에 가득한 팽창감은 몸 전체를 무기력하게 만
들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감기 약 정도는 안될 것 같은데. 요즈음 감기는 약 갖고 안  된다구.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된대."
"점심 먹고 약 먹은 후에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 질 꺼야."
민섭은 골목에 불어오는 바람에 빨갛게 상기되어 있는 아내의 얼굴을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그래도 안돼. 점심 먹고 나하고 같이 병원에 같이 가 보자 응?"
현숙은 마음속으로 울었다. 울면서 겉으로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단 한푼이라도 아끼
기 위해 병원문 도 싫어하는 남편이 있는데 뭐가 부족하다고 김현세 같은 인간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는 가를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다. 
"괜찮아. 걱정하지마.."
민섭은 일부러 명랑하게 대꾸하며 팔꿈치로 현숙의 젖가슴을 툭 쳤다. 모처럼 만에 결혼 전
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면서 오늘 저녁에는 아내를 뜨겁게 사랑해 주어야 갰다는 생각이 들
었다. 
"어머!"
현숙은 민섭이 일부러 젖가슴을 쳤다는 것을 알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김현세와 격렬하게 패팅한 것을 알고  일부로 그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다행이었다. 남편의 얼굴이 웃음이 피어나고 있는 것이 보이는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포
옥 내 쉬었다. 
"어어! 얼굴 빨개졌어?"
"내......내가 언제 빨개졌다고 그래?"
현숙은 민섭의 농담 섞인 목소리를 두려움으로 받아들이며 삼층 짜리 연립 주택 앞에서 걸
음을 멈추었다. 다시 한번 민섭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민섭이 빙긋이 웃어 보였다. 휴....하고 
다시 한 번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남편이 모르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번에는 남편의 건강이 아무래도 걱정스러웠다. 감기 몸살에 걸렸다고  해서 눈이 보일 정
도로 얼굴이 부을 리는 없다는 생각에서 였다. 
"왜, 뽀뽀하고 싶냐?"
민섭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는 아내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아프지 않게 찌르며 웃었다. 
"피. 해 달라고 할 때는 안 해주면서 생색내기는  과장님은 뭐래? 자기가 아파서 조퇴를 하
겠다고 말하니까."
"빨리 퇴근해서 콩나물국 얼큰하게 끓여서 고춧가루 잔뜩 풀어서 먹은 다음에 땀 좀 빼라고 
하더군."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은 삼층에 이었다. 현숙은 현관 안으로 들어가면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
단을 슬쩍 쳐다보았다. 
현숙은 금방이라도 김현세가 문을 열고 모습을 나타낼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 했다. 지금까
지와 는 다르게 잔뜩 굳은 얼굴로 가능한 빠르게 계단을 올라갔다. 
"자기 좋아하는 갈치 사 왔다. "
현숙은 삼층까지 올라와서야 긴장에서 벗어나며 활짝 웃어 보였다.  손 지갑에서 키를 꺼내 
열쇠 구멍에 집어넣고 지긋이 돌렸다. 딸깍 소리가 나면서 손잡이가 돌아갔다. 
"요즘 갈치 비싸잖아. 돈도 없을 텐데 뭐하러 샀어."
"나하고 승혜 때문에 자기가 너무 고생하는 거 같아서 큰 맘 먹고 샀지 뭐."
"난 괜찮으니까. 자기나 먹고 싶은 거 참지 말고 사 먹어."
현숙 뒤에 따라 들어가던 민섭이 문을 잠그기 위해 등을 보이며 대답했다. 
"문 잠그지마. 승혜 올 시간 됐으니까."
현숙은 남편의 사랑에 가슴 뭉클함을 느끼며 바바리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보일러 
컨트롤 박스 앞으로 가서 외출로 되어 있는 온도를 난방으로  올렸다. 점심을 먹고 나서 민
섭이 따뜻하게 잘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콩나물국이 감기 몸살 약은 아니잖아. 그러니까 점심 먹고 꼭 병원에 가야 돼. 안  가면 나
한테 혼날 줄 일어. 알았지?"
현숙이 일부러 농담 스럽게 말하며 쥐어박는 흉내를 내 보였다. 
"옛날 사람들은 감기에 걸렸을 때 모두 그렇게 치료를 했다잖어."
민섭은 요의를 느끼고 양복을 벗어서 현숙에게 건네주고 화장실로 갔다. 방광이 꽉 차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나 오줌 줄기가 시원치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힘을 주어 봤으나 
오줌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스트레스 때문인가?
민섭은 다음달에 있는 과장 진급을 앞두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고 생각하며 밖으로 나왔다. 
"자기 정말 병원 안 가 봐도 되는 거야?"
현숙은 탈진한 사람 같은 몸짓으로 화장실에서 나오는 민섭에게 가까이 가서 얼굴을 살펴보
았다. 별 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으나 가슴이 무척이나 아팠다. 이렇게 좋은 남편을 두고  김
현세와 그 짓을 했던 걸 생각하면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기만 했다. 
"다음달에 있을 승진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서 그런지 속이 영 안 좋은 걸."
민섭은 방에 들어가 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신경 쓸건 뭐 있어. 이번엔 꼭 승진 할거라고 부장님이 장담까지 했다면서?"
현숙은 민섭을 따라 방으로 들어가 장롱 을 열고 요와 이불을 깔아 주었다. 
"인사라는 게 뚜껑을 열어 봐야 확실하지 장담할 순 없는 거잖아."
민섭은 이불 속에 들어가기 전에 텔레비전 리모콘부터 찾았다.  생각 같아서는 점심도 먹지 
않고 한 숨 푹 자고 싶었다. 하지만 승혜가 오면 현숙의 성화에 결국 일어나고 말 것이라는 
생각에 누워서 피곤하기는 하지만 텔레비전이나 보면서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아무리 뚜껑을 열어 보기 전에는 장담 할 순 없다지만, 신경 쓴다고 승진 안 될 사람이 되
고, 될 사람이 안되는 건 아니잖아. 하지만 건강은 신경을 쓰지 않으면 반드시 보답을  하는 
법이라고. 그러니까 안 아픈 척  하지 말고 오후에 병원에 가서  진찰 받아 봐. 내 말  알았
지?"
"내 몸은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니까 괜한 걱정하지  말고, 간만에 집에 계신 서방님한테 입
맛 돋구는 식탁이나 차려 보라고. 그리고 잠깐 이리 와 봐"
민섭은 일부러 가볍게 말하고 나서 이불 위에 벌렁 누우며 손짓으로 오라고 했다. 
"왜?"
현숙은 남편이 김현세와 한 짓을 알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슴이 떨렸다. 입안의 침이 
마르도록 긴장되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남편 옆에 앉았다. 
"사랑해!"
민섭은 현숙이 옆에 앉을 때까지 무심한 척 하며 텔레비전을  봤다. 그러다 현숙이 앉는 순
간 벌떡 일어나서 와락 껴 않고 방바닥에 뒹굴었다. 
"어머!"
현숙은 방안이 떠나갈 정도로 비명을 지르면서 남편의 입술을 받았다. 
"왜 그래?"
민섭이 입술을 떼고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현숙은 대답을 하지 않고 민섭
의 어깨에 매달리며 입술을 더듬었다. 민섭이 이내 마주 껴 않으며 담요 위에 눕혔다.  자기 
오늘은 더 뜨거운 거 같애. 민섭이 속삭이면서 블라우스를 치켜올렸다. 
"아!.......어......음."
민섭의 말대로 현숙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온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민섭보다 
적극적으로 달려들어서 그의 입술이며 혀를 애무했다. 민섭도 현숙이 덩달아서 흥분되는 것
을 느끼며 아내의 블라우스를 치켜올렸다. 
"아......여보......여보....헉......헉!"
현숙은 턱을 치켜올리며 갈증 들린 사람처럼 뜨거운 숨을 토해 내며 민섭의 어깨에 매달렸
다. 
"사랑해. 여보."
민섭은 요 근래에 들어서 아내가 이처럼 열광적으로 흥분하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 대낮이
란 분위기가 주는 것 때문에 그럴 거라며 허겁지겁 스커트를 벗겨 냈다. 
"여보, 여보. 아......나 미칠 거 같애."
현숙은 민섭이 스커트를 벗겨 내는  동안도 참을 수가 없었다. 민섭의  바지를 더듬어 굵게 
팽창되어 있는 심벌을 주물럭거렸다. 그러다 민섭이 팬티를 벗길  때는 같이 허겁지겁 바지
를 벗겼다. 
"허.....헉!"
현숙은 남편의 심벌이 꽃잎을 관통하는 순간 허리를 활처럼  휘면서 그의 어깨에 매달렸다. 
민섭의 심벌은 평소 때보다 월등하게 컸다. 그 뿐만 아니었다. 평소 같으면 꽃잎이 건조  해 
있을 터였다. 그러나 남편의 심벌이  삽입되어 오는 순간 벌써 흥건하게  젖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보, 여보 사랑해요. 헉...헉!"
현숙은 남편이 강하게 방아를 찧기 시작하자 자꾸만 아래로 내려갔다. 더 깊숙이 심벌을 받
아들이기 위해서 였다. 금방 땀이 비오듯이 쏟아지면서 온 몸이 쾌감 덩어리로 변해 버렸다. 
"학!.....학!....학!....어.....어.....어"
민섭은 방바닥을 양손으로 집고 힘있게  방아를 찧었다. 그때마다 현숙은  자지러드는 듯한 
신음 소리를 흘려 냈다. 끝내고 현숙이의  맨 얼굴을 보았다. 부동산 갑부의 딸로서  아무런 
걱정 없이 생활하던 그녀 였다. 결혼한 후에는 박봉에 시달리느라 변변한 화장품 하나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슬그머니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왜 그런 눈으로 쳐다 봐, 어서 옷이나 입어. 승혜 올 시간야."
현숙은 화장지를 뜯어서 남편의 심벌을  소중하게 닦아주었다. 그리고 나서  자신은 팬티를 
입지 않고 스커트를 걸친 제 밖으로 나와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샤워기를 틀어서 꽃잎을 
씻어 내는 동안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좋은 남편을 두고 김현세에
게 빠졌던 자신이 못내 원망스러웠다.  더구나 남편과 섹스를 하면서도  잠시나마 김현세를 
생각했다는 것은 남편에게 엄청난 죄를 지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이상한 일이었
다. 남편에 대한 죄의식이 강하면 강할수록 자꾸만 김현세의 얼굴이 떠올랐다. 현숙은  그게 
혼란스러웠다. 철이 들 무렵부터 지금까지 의식 속에 사로잡혀  있던 유일한 남자는 민섭밖
에 없었다. 민섭은 남편이자, 그녀의 영역 속에 존재하고 있는  단 한 명의 남자 였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남편한테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깊어 갈수록 김현세의 얼굴이 또
렷하게 떠올랐다. 그런 점이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안돼!
현숙은 자꾸만 떠오르는 김현세의 얼굴을  지우려고 마음속으로 강하게 부르짖으며  밖으로 
나왔다. 사랑하는 딸 승혜가 돌아 올 시간이었다. 김현세와의 가슴 벅찬 키스 때문인지 몰라
도, 남편과의 한낮의 정사에 뺏긴 시간을 보충하려면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장에서 사 
온 떡볶이 재료를 거실 구석에 있는 식탁 위에 꺼내 놓고 있는데 승혜가 들어 왔다. 
"우리 승혜 오는구나. 많이 춥지, 어서 옷 갈아입고 보람이 불러와. 엄마가 떡볶이 해 줄게."
현숙은 승혜의 언 사과처럼 차가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주고 가방을 받았다. 
"알았어. 근데 엄마?"
승혜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안방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돌아서서 현숙이 앉아 있는 식탁으로 
왔다. 
"왜?"
"종점 슈퍼 아줌마 싸운다. "
"싸워? 영이네 엄마가 싸운다구?"
"응. 이층 할머니하고 막 욕하고 싸워."
"왜 싸운데?"
이층 할머니라면 변호사 아들과, 대학 교수 며느리를 둔 경상도 할머니를 말하는  것이었다. 
현숙은 가끔 아들 내외가 방문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바깥출입이 드문 그녀가 영이네  하고 
싸울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몰라. 막 이상한 욕하고 싸웠어. 하지만 엄마가 싸움  구경 하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 그래
서 나는 보람이하고 그냥 집으로 왔어."
승혜는 나 착하지 하는 얼굴로 현숙을 빤히 쳐다보았다. 
"잘했어. 착한 아이는 어른들이 싸우는 거 구경하는 거 아니란다"
"이상하다. 경상도 할머니가 상소리를 하며 싸울 리가 없을 텐데......."
현숙이 보람이를 칭찬 해 주고 하는데 민섭이  화장실에서 가려는 듯 방에서 나오며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머, 아빠 벌써 왔네. 오늘 토요일 아니잖아."
승혜가 민섭에게 반갑다는 얼굴로 달려들었다. 
"승혜야. 어서 보람이 데리고 와야지. 아빠 몸이 아파서  일찍 오신 거니까. 귀찮게 하지 말
고 빨리 보람이나 데리고 와."
현숙은 파를 다듬으면서 민섭의 얼굴을 살폈다. 골목에서 봤을 때는 환자처럼 보이더니,  지
금은 멀쩡해 보였다. 문득 뜨겁게 사랑을 나누느라 감기 기운이 도망갔을 지도 모른다는 생
각이 들면서 귀밑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우리 공주님 엄마가 떡볶이 해 준다고 했니?"
민섭은 현숙의 말을 한 귀로 흘려 보내고 활짝 웃으며 승혜를 불끈 들어 안았다. 볼에 뽀뽀
를 해 주고 바닥에 내려놓으며 양손으로 얼굴을 가볍게 비벼 주었다. 
"응. 짜파케티도 해 준다고 했어. 엄마  나 보람이네 집에 갔다 온다.  근데 아빠 많이 아픈 
거야.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아빠 병원에 갈 때 나도 따라 가도 되지?"
승혜가 밖으로 뛰어 나가려다 생각났다는 얼굴로 뒤 돌아서서 민섭에게 물었다. 
"안 아퍼. 조금 피곤 할 뿐야. 그러니까 아빠 병원에 안 가도 돼."
민섭은 허리를 숙여 승혜의 볼을 톡톡 쳐주며 웃어 주고 나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알았어. 아빠 병원에 안 가면, 나도 병원에 안 갈 꺼야. 엄마 나 보람이네 집에 같다 올께."
"옷은 갈아입고 가야지."
"아냐. 그냥 갈 꺼야. 보람이가 기다릴지도 모르잖아."
"안돼, 친구 집에 가더라도 옷을 단정히 입고 가야지."
"이 옷도 깨끗한데 뭘?"
"엄마 말 잘 들어야 착한 아이라고 아빠가 분명히 말했지."
현숙은 귀찮아하는 승혜를 억지로 이끌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무런  생각 없이 승혜가 옷 
갈아입는 것을 도와주다가 문득 내가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들어 멍한 표정으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보람이네 집이라면 김현세가 있는 집이었다. 그 집에 가는 딸에게 옷을 갈아 
입힐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딸에게 옷을 갈아 입힐 생각을 했다
는 게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엄마, 이 옷 입어?"
승혜가 내복 차림으로 현숙이 건네주는 멜빵바지를 들고 물었다. 
"아.....아냐 그냥 가도 되겠다. ........"
현숙은 그때서야 김현세를 염두에 두고 딸의 옷을 갈아 입히려고 했다는 것을 알았다. 당황
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며 멜빵 바지를 도로 받아서 옷걸이에 걸었다. 
"치! 엄마 오늘 이상하다. ......."
현숙은 투덜거리는 승혜를 다독거려서 거실로 데리고  나왔다. 민섭이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현숙을 이상하다는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승혜 옷을 갈아 입히려다. ......."
현숙은 민섭의 시선을 피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승혜를 문 밖까지 배웅해 주고 나서 싱크대 
앞으로 갔다. 금방이라도 민섭이 자기, 오늘 왜 그래? 하고 물을 것 만 같아서 일부러  수돗
물 을 강하게 틀고 부지런을 떨었다. 
"작가 선생도 부르지 그래?"
민섭은 감기 몸살 기운이 어느 정도 가신 것 같은 기분 속에 식탁 앞에 앉아서 아내의 뒷모
습을 바라보며 물었다. 
"뭐라구요?"
작가 선생이라는 말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듯한 기분 속에 현숙이 반문했다. 작가 선생이
라면 김현세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 사람을  초대한다니 그건 말도 안돼는 소리 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전에 키스를 했는가 하면, 젖가슴을  내 맡기고... 나중에는 꽃잎을 지긋이 
누르기까지 했던 사람이었다. 아....안돼.......승혜는 가슴이 떨려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작가 선생도 어차피 점심 먹어야 할꺼 아녀? 보람이도  승혜 친구니까. 이 참에 서로 인사
나 하고 지내지 뭐."
"자기 오늘 왜 그래. 어른이 떡볶이 먹으로 오겠어요. 술안주도 아니고......."
현숙은 남편의 얼굴을 바라 볼 수가 없었다. 가슴이 마구  떨려 오는 것을 간신히 진정시키
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여전히 입안이 바짝 마르는 듯한 긴장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긴....떡볶이 먹으러 오라고 하기가 약간 남살스럽긴 하군."
"자기 이제 괜찮은 거야. 병원에 안 가 봐도 돼는 거예요."
현숙은 남편이 또 김현세 이야기를 꺼낼까 봐, 얼른 화재를 바꾸고 두 귀를 활짝 열었다. 남
편이 또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괜찮아. 자기하고 화끈하게 사랑을 했더니 감쪽같이 낳았는걸...우후후 앞으로 감기 몸살 나
면 병원에 갈 필요 없이 집으로 와야 갰어."
주말이 아니고 평일이 주는 낯설음 때문일까, 민섭은 오늘 따라  아내 현숙의 모든 것이 사
랑스럽기만 했다. 더구나 조금 전에 유난히 뜨거웠던 아내의  속살을 생각하니 외음부 쪽이 
움찔거리는 우리한 쾌감이 되살아 나는 것 같았다. 
"저 웃음소리 좀 봐. 엉큼하고 징그러운 웃음소리가 따로 없네......."
현숙은 식탁 위에 있는 파를 다듬기 위해 마른행주에 손을 닦으며 돌아섰다. 슬쩍 쳐다보는 
남편의 얼굴에 만족한 미소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겨우 긴장에서 벗어날 수 있
었다. 
"후후...나도 지하층 작가 선생처럼 글이나 쓸까? 그럼 언제든지 자기하고 하고 싶으면 시간
을 가릴 필요가 없잖아."
"자기 오늘 왜.. .자꾸 김선생님을 들먹거리는 거야. 좀 이상한데......"
도둑이 제 발 저린 다는 말이 있다. 현숙은 공연히 신경질을 내며  파를 다듬다 말고 할 일 
도 없으면서 일어섰다. 남편의 얼굴을 마주 보고 앉아 있을 수 없어서 였다. 
현숙의 비밀을 알리 없는 민섭은 그런 아내가 오늘따라 더 사랑스럽게 보여서 싱글벙글 거
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어어..자기야 말로 왠 과민 반응이야. 남자 혼자 살면서 보람이를 잘도 키운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할 때는 언제고......"
"전화 왔나 봐."
현숙이는 할 말이 없었다. 김현세와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자주  김현세를 칭찬했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할 말이 없어서 우물쭈물 거리고 있을 때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구세
주가 따로 없는 셈이었다. 
"회사에서 왔나?"
민섭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안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현숙은 식탁 앞에 앉아서 
파를 다듬기 시작했다. 파를 다듬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느낌  속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남편이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자신을  시험 해 보기 위해 그러
는 줄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설마......
그 시간에 남편은 회사에 있었다. 중요한 것은 김현세의 집에서 황급하게 빠져 나오는 자신
의 모습을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알고 있을지 
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은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휴........
현숙은 다듬은 파를 들고 도마 앞으로 가면서 한숨을 길게 내 쉬었다. 문득 남편 모르게 다
른 남자들과 정을 통하는 여자들이  부러운 생각이 드는 순간 깜짝  놀랐다. 어림도 없다는 
생각에서 였다. 다른 여자들은 몰라도  자신만큼은 절대로 그런 일에 휩쓸려  가지 않을 것 
같아서 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모처럼 집에서 쉬려고 했는데 그것도 틀렸나 보군. 
현숙이 떡볶이를 하려고 후라이 팬을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고 있을 때 민섭이 밖으로 나오
면서 투덜거렸다. 
"왜? 회사에 나가 봐야 하는 거예요?"
"회사 일 때문이 아냐. 승수한테 전화가 왔는데 중학교  선생하는 기호 어머님이 조금 전에 
돌아가셨다는 거야. 지금 병원이래."
"어머, 그 분 지난해 겨울에 뵈었을 때만 해도 정정하시더니..... 어쩜!"
승수나, 기호 모두 남편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형제처럼 지내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현숙은 
깜짝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민섭 앞으로 갔다. 
"원래 위암을 앓으셨나 봐. 그러다 갑자기 재발이 되서 병원에 입원했더니 이 주일 만에 돌
아가셨대."
"그럼 자기 병원부터 들렸다 가 봐요. 지기도 몸이 안 좋잖아."
현숙은 남편 걱정이 앞섰다. 그렇지 않아도 몸이 안 좋아  조퇴한 남편이 영안실에 가서 찬
바람이라도 맞게 되면 더 안 좋아 질 것 같아서 였다. 
"알았어. 병원에 들렸다가 집에 안 들리고 곧장 그쪽으로 갈게."
"몇 시쯤 올 건데?"
"오늘은 못 들어 올 꺼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기호 어머님인데 밤샘 해줘야지.  새벽에 옷 
갈아 입으로나 들어올게."
"안돼요. 그러다 자기부터  병원에 입원하겠다.  그러니까. 대충 눈치  봐서 일찍  들어와요. 
네?"
현숙은 걱정스럽게 말하고 나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장롱에서 두툼한 오리털  파카에다 속 
내외를 내 놓으며 남편을 바라보았다. 조퇴를 하고 집에 들어  올 때보다는 혈색이 많이 좋
아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아서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만은 내 말대로 오늘 저녁에 들어와. 알았지?"
"나 혼자만 쏙 빠지면 나중에 친구들한테 욕먹는다고. 하지만 될 수 있으면  일찍 들어올게. 
근데 보람이 데리러 간 승혜는 왜 안 오는 거야."
민섭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영안실에 가면 내일 새벽에나 빠져 나올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
했다. 그러면서 아내의 생각을 다른 곳으로 바꾸기 의해 승혜를 찾았다. 
"만화책보고 있겠지 뭐. 김선생 집에  가면 만화책이 널려 있잖아.  승혜 걱정은 하지 말고. 
오늘 일찍 들어오는 거다. 자 약속 해."
현숙은 옷을 갈아입고 있는 민섭의 손을 잡아 당겨서 억지로 손가락을 걸었다. 
"알았어. 노력 해 볼게."
"고집 피울 때나 피우라고. 몸이 안 좋아서 회사에서 조퇴까지 했으면서 도대체 왜 그래?"
현숙은 슬며시 화가 났다. 몸도 정상이 아니면서 엉뚱한  고집을 피우는 남편이 야속하기만 
했다. 
"내 몸 내가 관리해. 자긴 떡볶이 늘어붙는 거나 관리하라고. 내 코 로는 늘어 붙는 게 아니
고 타는 것 같은데."
"어머머, 내 정신 좀 봐. 떡볶이 올려놨는데." 
현숙은 화들짝 놀라며 밖으로 나왔다.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았던 후라이펜에 있는 떡볶이는 
막 늘어붙기 일보 직전이었다. 얼른  물을 부어서 떡볶이를 뒤집고 있는  대 민섭이 밖으로 
나왔다. 
"같다 올게."
"점심은 먹고 가야지. 거기 가면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길텐데."
민섭은 벌써 신발을 신고 있었다. 현숙은 그런 민섭을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차피 모두 점심 안 먹고 모일텐데. 나 만 점심 먹고 왔다고 할 수 없잖아."
민섭은 그 말을 남겨 놓고 밖으로 나갔다. 현숙은 모처럼  평일날 집에 있는 남편에게 점심
도 제대로 챙겨 주지 못한 자신의 무관심을 탓하며 닫힌  문을 한참 동안이나 쳐다봤다. 가
슴이 아스라하게 젖어 오는 것을 느끼며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 끝에 창문 앞으로 갔다. 
"스.......승혜......"
현숙은 창문을 열고 막 일층 현관문을 빠져 나오는 남편을 부르다가 말꼬리를 흐리고 말았
다. 김현세가 종점 슈퍼에서 무엇인가를 사 가지고 오다가 민섭이 있는 쪽으로 슬슬 걸어오
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나서였다. 
"안녕 하십니까?"
뻔뻔하기도 하지. 김현세가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이고 남편에게 인사를 하는 게 보였다.  이
어서 남편이 골목 밖을 손짓하며 무언가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슬그머니 창문을 닫았다. 그
들의 대화 내용을 들어보지 않아도, 김현세는 낮에 웬일이냐고 물었을 것이고, 남편은  몸이 
안 좋아 일찍 들어왔다가 갑자기 초상을 당한 친구가 있어 가는 길이라고 말했을 것이 틀림
없었다. 
왜 하필이면.....거기서......
현숙은 그 동안 남편의 건강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던 김현세의 얼굴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
해서 손놀림이 한없이 더디기만 했다. 그러면..... 안돼, 나는 승혜와 남편이 있잖어.  그 사람
은 다혜가 있고.......지우려고 해도 김현세의 감촉이 자꾸  떠올라서 스스로를 꾸짖으며 가스
렌지의 불을 껐다. 
내일 새벽에나 옷 갈아 입으로 올게.
김현세 생각에 속이 답답한 것 같아서 냉장고에 있는 생수를 먹으려 할 때 였다. 갑자기 남
편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김현세 얼굴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려고 노력하는 도중에 남편이 말이 생각난 것은 의식과 
반대로 본능은 자꾸 그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일 꺼라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현숙은 혼란스
러움 속에서도 승혜와 보람이에게 정성껏 떡볶이와 짜파케티를 맛있게 만들어 주었다. 설거
지를 하고 나서 집에 가만히 있으려니도 김현세의 얼굴이 떠올랐다. 
안돼......
그녀는 일부러 아래층의 다솔이네 집에 갔다. 거기서 커피를 마시면서 부러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할 때쯤에서야 집으로 왔다. 
"승혜야!"
집에 있어야 할 승혜가 보이지 않았다. 순간 짜증이 났다. 보나마나 숙제를 한답시고 보람이
네 집에서 만화책을 보고 있거나, 오락을 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혼내 주어야 겠어!
다솔이네 집에 가면서 다른 곳에 가지 말고 보람이와 집에서 동화책을 보면서 놀고 있으라
고 했던 말이 떠오르면서 속이 상했다.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보람이네 집에 가서 저녁 먹
을 때가 됐는데도 돌아오지 않느냐 하는 점이 짜증스럽기도 했다. 
아냐......승혜가 무슨 잘못이 있어.
팔짱을 끼고 거실을 맴돌며 승혜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지 어린 승혜야 잘못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아파  왔다. 이래서 죄를 
짓고는 못산다는 말이 있나 봐. 혼자 중얼거리면서 식탁  앞에 앉았다. 벽시계를 봤다. 오늘 
따라 시간이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벌써 일곱 시가 넘은 시간이었
다. 창문밖에는 어느 틈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안되겠어.
현숙은 김현세의 얼굴 보기가 민망스러워서 마냥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 수 만 없다고 생각
했다. 이럴 때 전화번호라도 알고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하며 내키지 않는 걸음
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승혜만 데리고 나오면 돼지. 뭐!
지하층까지는 내려오긴 했지만 막상 벨을  누르려니까 김현세의 얼굴이 또  떠올랐다. 붉게 
충혈 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던 눈빛이 선명하게 살아 오르는 것 같아서 슬며시 손을 내렸
다. 그러다 승혜가 있는데 설마 이상한 생각이야 하려고 하는  생각이 들어 용기 있게 벨을 
눌렀다. 
"어, 현숙씨!"
문을 열어 준 사람은 예상했던 대로 김현세 였다. 그는  집안이라 그런지 츄리닝 바지에 소
매가 짧은 티셔츠 차림이었다. 
"우리, 승혜......."
현숙은 자신이 잘못한 건 없으니까 기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목소리가 떨려 나오
는 걸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아하! 내 정신 좀 봐라. 우리 보람이하고 하도 맛있게 낮잠을 자길래 저녁때나 깨워 보낸다
고 생각했었는데 깜박 잊었군요."
"우리 승혜가 잔다구요. 이놈의 계집애가......"
현숙은 김현세가 보기가 미안해서 승혜에게 짜증을 돌렸다. 졸리면 집에 와서 자든지  하지, 
남의 집에서 왜 자느냐 하는 점보다는 자신을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서 였다. 
"어느 방에 있어요. 보람이 방에 있나요?"
현숙은 김현세에 대한 감정을 추스르며 신발을 벗었다. 거실을 오른편으로 하고 왼편으로는 
안방과 목욕탕이 있었고, 보람이의 방은 주방과 벽을 가로로 한 오른쪽에 있었다. 
"아뇨. 저 방에 있을 겁니다. "
김현세가 안 방을 가리켰다. 현숙은 김현세가 잠을 자는  안방이라는 생각에 약간 머뭇거리
긴 했지만 이내 그쪽으로 갔다. 
"없잖아요?"
현숙이 막 안방으로 들어갔을 때 였다. 뒤 따라 오던 김현세가 뒤 따라 와서 방문을 닫았다. 
현숙은 김현세의 붉게 타오르는 눈동자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현숙씨........"
"안돼요. 아침에 있었던 일 때문에 얼마나 후회를 하고 있다구요."
현숙은 김현세가 뭘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남편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문을  열기 위해 문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몸짓이 김현세에게 안겨 드는 꼴이 되고 말았다. 김현
세는 그때까지 문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상한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아침처럼 그냥 키스만 허락  해 주십
시오. 네?"
김현세의 목소리는 현숙이 보다 더 떨려 나왔다. 그 떨리는 목소리가 현숙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키고 있었다. 지금껏 유일한 남자 였던 남편으로부터 이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구애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김현세의 목소리가 불륜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을
비처럼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저.....저 방에 승혜가 있어요. 보람이도 있구요."
현숙은 양팔을 잡고 있는 김현세의 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이 말을 들어주
지 않아 빈약한 핑계를 댔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에는 오지 않을 겁니다. 현숙씨, 제발 키스를 허락해 주십시오. 
네?"
김현세는 말을 끝내자 마자 현숙을 와락 끌어안고 벽쪽으로 밀고 갔다. 
"아.......안돼요."
현숙은 도리질을 치면서 김현세의 가슴을 두들겼다. 그러나 승혜나  보람이가 들을까 봐 그
녀의 목소리는 모기 만한 목소리에 불과 했다. 
"으.....읍!"
두 번째 키스는 아침 보다  더 강렬하게 포문을 열었다. 현숙은  김현세가 머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하고 입술로 짓누르는 순간 온 몸의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아.......스.....승혜야.
김현세는 이빨을 악물고 있는 현숙의 입술 사이로 혀를 집어넣고 상류로 기어올라가는 연어
처럼 버둥거렸다. 그럴수록 현숙은 사랑하는 딸 승혜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그의 입술을 피
하려고 몸을 비틀었다. 
"사......사랑해요. 현숙씨......."
김현세가 숨찬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더 이상 키스하기를 포기하는 가 했더니 현숙의 귀쪽으
로 혀를 가져갔다. 아! 현숙은 김현세의 불같이 뜨거운 혀가 귓속으로 파고드는 순간 온 몸
이 녹아드는 전율을 느끼며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헙!"
기다렸다는 듯이 김현세의 혀가 재빠르게 입속으로  파고들었다. 현숙은 김현세가 강렬하게 
혀를 빨아들이는 순간 턱을 치켜올리며 숨 가쁜 신음 소리를 토해 냈다. 
이....이러면 안돼.
현숙의 머리 속에서는 빨리 김현세의 품을  벗어나야 한다고 울부짖고 있었으나 몸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김현세의 혀가 성난 숫사자 처럼 거칠게 구는가 했더니 어느 순간 부드럽
고 감미롭게 눈썹을 애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제......제발 김 선생님!"
현숙은 온 몸이 후드득 떨려 오는 것을 느끼며 김현세를 밀어냈다. 그러나 그 팔은 이미 제 
기능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오히려 김현세로 하여금 더 강하게  자신을 포옹해 달라는 자극
적인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나...나도 이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숙씨만 생각하면 통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
김현세는 열병 환자처럼 중얼거리며  현숙의 허리를 힘껏 껴  않았다. 아! 현숙은 김현세의 
강한 힘에 가슴이 터져 나갈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며 입을 활짝 벌렸다. 그 안으로 김현세
의 혀가 다시 들어왔다. 그녀는 입을 다물고 그의 혀를 받아 주지 않으려고 밖으로 내 밀었
다. 
"으......읍.....읍!"
현숙의 입안에서 두 개의 혀가 밀고, 밀려 나가지 않으려고 몸싸움을 벌리는 사이에 김현세
의 심벌이 벌떡 일어섰다. 심벌은 츄리닝 속에서 표호하는  맹수처럼 우리 속을 빠져나가려
고 몸부림을 쳤다. 
"이......이러면 안돼요."
현숙은 어느 틈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있다는 것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김현세가 
계속 입술로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하체로부터 우리한  쾌감이 
밀려오는가 했더니 그의 심벌이 꽃잎을 짓누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머!"
현숙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깨를 위로 치켜올렸다. 스커트 위로 꽃잎을 짓누르고 있는 
김현세의 심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게 오히려 김현세의 심벌을  더 자극적으로 받아 드
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조금 후  였다. 심벌이 꽃잎 밑으로 흘러내리긴 
했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회음부 쪽으로 깊게 들어와 버렸기 때문이다. 
"하.....학........아........안돼요."
현숙은 가랑이 사이의 회음부를 묵직하게 짓누르고 있는 심벌 때문에 옴짝달싹 할 수가 없
었다. 다리를 움직였다가는 오히려 자신이 더 미쳐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였다.  김현
세의 손이 스커트 속에 들어가 있던 블라우스를 끌어올리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도 이
때 였다. 
"제발!"
현숙은 가랑이 사이에 들어 가 있는 심벌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느라 블라우스가 치켜 올
라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러던 어느 순간 땀으로 미끈거리는 젖가슴의 맨살에 와 닿는 
감촉을 느끼고 두 눈을 동그랗게 치켜 떴다. 
"허......헉!"
현숙이 뒤늦게 상황을 인식하게 형광 불빛에 하얗게 빛나는 젖가슴을 내려다 볼 때는 이미 
김현세의 고개가 숙여지고 있을 때 였다. 
아..........으......음.
김현세의 입술이 젖꼭지를 입에 무는 순간 현숙은 턱을 힘껏 치켜올리고 그의 어깨를 밀어
내려고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어깨를 밀어내려고 힘을 쓰면 쓸수록 꽃잎으로부터 우리하게 
밀려오는 쾌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헉.....헉!......헉!"
김현세는 두 팔로 현숙의 허리를 으스러져라 힘주어 껴안았다. 그 탓에 가슴이 답답한 현숙
은 까치발을 띤 자세로 그의 어깨를 밀어내고 있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 틈을 이용해서 
김현세는 젖꼭지를 마음껏 흡입하고 있었다. 
여.....여보!
남편 민섭의 얼굴이 떠 오른 것은 지극히 짧은 찰나의  시간에 불과 했다. 김현세가 젖꼭지
를 애무하는 한편 다른 젖가슴 의 계곡을 혀로 핥아 가면서 점점 위로 올라오고 있었기  때
문이다. 
으.....으....음.......읍!
현숙은 김현세가 고개를 천장으로 비스듬히  치켜올리고 아래턱을 애무하는 감촉에  어깨를 
밀어 대던 팔의 힘이 천천히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헉!.....헉!"
"아......안돼요."
그때 였다. 김현세가 갑자기 심벌을 뒤로 빼는가 했더니 그녀의 꽃잎 위로 박치기를 시도했
다. 현숙은 심벌이 꽃잎을 쿡 찌르는 쾌감에 자기도 모르게 김현세의 어깨를 껴 않았다.  그
러나 이내 이러면 안된다고 팔을 내렸다. 
"학!....학!.....헉"
김현세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꽃잎 중앙을 짓누르고 있는 심벌에 힘을 주고 엉덩이를 천
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현숙은 더 이상 그를 밀어 낼 힘이 없었다. 입안이 바짝 마르는 듯한 
갈증 입을 벌리고 거친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아.......헉!.......헉!
그건 목마른 갈증이었다. 두 개의 헝겁조각만 사이를 가로막지  않았다면 무언가 속이 시원
해 질 정도로 갈증을 면해 줄 그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억지로 참아야 하는 
갈증이었다. 
"현숙씨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
"하.....학! 나......나는 아니에요."
현숙은 더 이상 반항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김현세를 껴안는 것도 아니었다. 두 팔을  축 
늘어트린 체 그가 젖꼭지를 빨면 빠는 대로, 키스를 하면  하는 대로 내 버려두면서 꽃잎에 
집중적으로 몰려들고 있는 쾌감을 참아 내느라 들판을 달려가는 암소처럼 씩씩거렸다. 
"아........거긴!"
흥분의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던 현숙은 김현세에게 몸을 내맡긴 체 흐느적거리고 있
다가 다시 눈을 번쩍 떴다. 꽃잎을 짓누르고 있던 압박이  사라지는 가 했더니 김현세의 손
이 팬티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였다. 
나.....나 몰라!
현숙은 김현세의 손가락이 들어와 있는 꽃잎이 어느 틈에 흥건하게 젖어 있다는 것을 그때
서야 알아차리고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를 더 황당스럽게 만드는 것은 그의 손이 꽃잎 깊
숙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을 때는,  자기도 모르게 한쪽 다리를 들어주어  좀더 그가 편하게 
꽃잎을 만질 수 도와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나서 였다. 
"허....헉!"
현숙은 턱을 한껏 치켜 올린 체 꽃잎 속에 들어가 있는 김현세의 손가락을 빼려고 그의  손
목을 움켜쥐었다. 자연스럽게 한 쪽  발은 들고 있는 상태가 되어  버렸고 팬티는 엉덩이에 
걸쳐 있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더....더 이상 참을 수가 없군요. 요...용서하십시오."
김현세의 떨리는 목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가 했더니 꽃잎에 들어가 있던 손이 쓱 빠져 나왔
다. 그 대신 팬티가 허벅지 밑으로 벗겨져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제발, 거긴 정말 안돼요."
현숙은 허리를 숙이고 팬티를 끄집어올리려고 했다. 그때 였다. 김현세가 얼른 츄리닝을  내
리고 우뚝 서 있는 심벌을 끄집어냈다. 
"헉!"
김현세의 시커먼 심벌이 눈앞에 와 있다는 것을  안 현숙은 다시 허리를 펴고 고개를 돌렸
다. 순간 김현세의 혀가 귀에 와 닿았다. 아..현숙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스커트가 배
꼽 위로 치켜올려지는 가 했더니 팬티가 발목 밑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허....헉!"
현숙은 김현세의 거대한 심벌이 꽃잎을 짓누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그의 어깨를  힘주어 
껴 않았다. 아..나..난 몰라, 현숙은 이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생
각할 여유가 없었다. 흥건하게 젖어 있는 꽃잎 속으로  김현세의 심벌이 밀려들어오고 있었
기 때문이다. 
"하.........학!"
현숙은 김현세가 허리를 구부리는 가 했더니 양손으로 엉덩이를 움켜쥐고 자기 쪽으로 힘껏 
치켜올리는 순간, 그의 심벌이 꽃잎 깊숙이 와 닿는 것을 느꼈다. 처음 이었다. 꽃잎을 이렇
게 완벽하게 채울 수 있는 심벌이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 였다. 
"처.....천천히!"
김현세가 엉덩이를 흔들어 되기 시작할 때 였다. 현숙은 그의 목을 껴 않고 부르르 떨다 못
해 김현세의 입술을 더듬었다. 짧고도 무거운 키스가 끝난  다음에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
다. 꽃잎을 자극하는 심벌이 너무  쉽게 사정을 해 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일어나서 
였다. 
"사....사랑해."
"아....아무 말 하지 말아요."
현숙은 지금 이 순간에는 오직 섹스에만 열중하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김현세의 심벌이 
힘있게 들어왔다. 물러 나는 순간에는 부르르 떨다가 다시, 그것을 맞아 드릴 준비를 할  때
는 초조와 긴장으로 몸을 떨었다. 
"하지만 현숙씬 내 이상적인 여인이었습니다. "
김현세는 서서 삽입을 하기가 불편하다고 생각했는지 현숙을 방바닥으로 쓰러 트렸다. 
"헉!.....헉!"
아....현숙은 방바닥에 누워서야 비로소 완벽한 삽입이 이루어 졌다는 것을 알고 무릎을 세웠
다. 그 사이에서 김현세가 쉬지 않고 방아를 찧기  시작했다. 현숙은 순간, 순간마다 감당할 
수 없는 전율로 이어지는 숨가쁜 쾌감에 엉덩이를 위로  치켜올리는가 하면, 둥그렇게 원을 
그리기도 하는 둥, 김현세를 적극적으로 받아 들였다. 
학!...학.....학!
김현세는 혼자 살고 있어서 그런지 엄청난 힘을 소유하고 있었다. 지칠 것 같으면서도 금방 
왕성하게 공격을 해 왔다. 그럴 때마다 현숙은 자지러드는 듯한  신음 소리를 토해 내며 그
의 등에 손톱자국을 냈다. 
"으......으.....헉!"
현숙은 김현세의 이마에서 떨어지는 땀방울이 입안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허리를 일으켜 세우며 그의 어깨를 힘주어 안았다. 이어서 헉  거리는 신음 소리를 내며 힘
껏 하체를 흔들다가 축 늘어지고 말았다. 오즈가즘에 도달해 버렸기 때문이다. 
"허....헉!"
어느 순간 김현세도 푹 무너지는 가 했더니  부르르 떨었다. 아....안돼! 현숙은 김현세가 자
기 안에 사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를 밀어내려고 팔을 들다가 스르르 내리고 말았
다. 생각 같아서는 그를 밀어내고  싶지만 수만 마리의 나비 때가  날아다니고 다니는 듯한 
나른한 쾌감에 젖어 버려서 였다. 
"미안합니다. 이러고 싶지는 않았는데......."
한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현숙은 눈을 감고 있었다. 나른하게 젖어 오고 있던 쾌감이 슬며시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때었다. 김현세가 목이 쉰 목소리로 입을 열
었다. 
내 잘못이지.....
현숙은 김현세를 탓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것은 자신이 허점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
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 언젠가 커피 잔을 사이에 두고 그가 뜨거운 눈짓을 보내
며 손을 잡아 올 때부터 거부를 하지 못한 것이 자신의 실수 였기 때문이다. 
"가겠어요."
현숙은 온 몸의 힘이 다 빠져나간 것 같은 기분 속에 일어나  앉았다. 벽 앞에 내팽개쳐 져 
있는 팬티가 시야에 사로잡히는 순간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며시 팬티를 끌어다 돌
아앉아서 껴입었다. 
이런.
팬티를 위로 끌어올리는 순간이었다. 팬티를  촉촉하게 적시는 감촉에 자신도  모르게 꽃잎 
부분을 문질러 보았다. 김현세의 정액으로 느껴지는 물컹한 그  무엇을 느끼는 순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잠깐만요."
김현세는 그때까지 바지를 벗고 있는  상태였다. 현숙을 그토록 혼란스럽게  만들던 심벌도 
이성을 되찾았는지 축 늘어진 자세로 가랑이 사이에서 얌전히 누워 있었다. 그런 자세로 김
현세가 벌떡 일어서며 현숙의 어깨를 끌어 당겼다. 
"다음에 이야기해요."
현숙은 욕망의 잔재가 물러난 다음이어서 그런지 냉정을 되찾은 뒤 였다. 그래서 인지 목소
리가 비교적 차분하게 흘러 나왔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가 아직도 김현세가 바지
를 입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얼른 고개를 되돌렸다. 
"지금 이야기해야 됩니다. "
김현세가 상체를 현숙 앞으로 옮기면서 그녀의 얼굴을 돌렸다.  현숙은 무방비 상태에서 자
기도 모르게 김현세의 코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순간 김현세가 입술을 덮쳐 왔다. 
"헙!"
현숙은 처음처럼 거칠게 반항을 하지  않았다. 단순히 그의 어깨에 손을  얹는 것에 불과한 
상태에서 김현세의 혀를 받았다. 김현세는 언제 내가 축  늘어졌었나 하는 듯이 열광적으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아!.......
현숙은 또 다시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것을 알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이번에 또 다
시 김현세에게 빠져들면, 영영 빠져 나오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이미 그에게 
몸을 내 맡겼던 경험 때문인지 의식과 다르게 몸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자.....자꾸 이러지 마세요."
현숙은 숨이 차도록 키스를 한 김현세가 입술을 떼는 순간 고개를 꺾으며 혼잣말로 중얼거
렸다. 
"미안해요. 이대로 보내면 영원히 못 볼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김현세가 현숙의 상체를 끌어 당겼다. 현숙은 덩치만 컸지 힘없는 아이처럼 그의 품안에 안
겨 들었다. 김현세는 더 이상 키스를 하려 들지 않았다. 블라우스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젖
가슴을 만지려 들지도 않았다. 늦가을  홀로 자작나무 숲을 거닐고 있는  것처럼 고독한 가 
하면, 밤바다를 보고 있는 듯한 절망스러운 모습으로 현숙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현숙은 고개를 숙였다. 김현세는 길게 한숨을 내 쉬며 현숙을 끌어안았다. 김현세의 팔에 조
금씩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현숙은 몸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품안에서 빠져 
나오려고 몸을 꿈틀 거렸다. 
"잠깐만 이대로 있어 줘요."
현숙은 김현세의 말에 꿈틀거리기를 멈추고 고개를 숙이고 눈썹을 내려 깔았다. 그때  였다. 
김현세가 현숙의 손을 끌어당기는 가 했더니 자신의 심벌을 쥐게 했다. 
안돼!
현숙은 깜짝 놀라며 무심코 심벌을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러나  이내 심벌을 부여잡고 
말았다. 김현세가 팔을 끌어다 다시 심벌을 쥐게 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심벌을 쥐는 순
간, 그것은 바람을 넣는 고무풍선처럼 무서운 속도로 팽창되기 시작했다. 
아......안돼.
현숙은 심벌을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석에 늘어붙은 쇠붙이처럼  도저히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을 때 였다. 김현세의 팔에 힘이 
들어가면서 옆으로 눕고 말았다. 
"자꾸 이러면 고.......곤란해져요."
현숙은 김현세의 품안에 안겨 있다 개미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일어서려고 했다. 
그러나 그건 단순한 몸짓에 불과 하고 말았다. 김현세가 스커트를 끌어올리는 가 했더니 팬
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이......이를 어째.
꽃잎은 정액과 애액에 범벅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무엇 보다 얇은  면 팬티가 물걸레처럼 
젖어 있다는 것을 떠올리는 순간 너무 부끄러워서 입이 떨어져 주질 않았다. 
"우리 앞으로 자주 만날 수 있는 거죠?"
김현세의 목소리는 푹 주저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이  현숙에게는 천둥우뢰와 같은 목소
리로 들려 왔다. 
김현세와 그 일이 있고 부터 현숙은 하루하루가 허공중을 걷는 듯한 기분의 연속이었다. 민
섭은 그런 아내를 보고, 몸이 안 좋으면 친정에 가서  며칠 쉬었다 오라며 비상금까지 꺼내 
주었다. 
"괜찮아요. 환절기 탓 일거예요. 자기 갈치 좋아하지. 오늘 일찍 퇴근해야 돼,  시장 가서 물 
좋은 갈치 몇 마리 사 와서 노릿노릿하게 구워 놓을 테니까. 알았죠?"
"허허, 이 여자가 갈 때가 됐나. 왜 안 하던 짓을 하지. 난 갈치 안  먹어도 되니까, 제발 그 
얼굴이나 피고 살아. 도대체 지금 자기 얼굴이 어떤 줄 알고나 있어. 마치 똥 마려운 강아지
가 억지 웃음을 짓고 있는 거 같다구."
민섭은 그렇지 않아도 다음 달에 있을  정기 승진 때 누락될까 봐, 기분이  썩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랑하는 아내가 우울해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는 없어서 
퇴근하면 가능한 명랑하게 지내려고 했다. 
"피! 언제부터 내 얼굴에 그렇게 관심이 많아졌어. 언젠 아이 셋 낳은 사십 대 아줌마  같다
고 잘도 놀려대더니......"
현숙은 남편으로부터 걱정 어린 핀잔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그러
면서 가능한 남편이 집에 있을  때는 명랑하게 지내리라고 다짐을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마치 오래된 그릇은 마구 굴려도 잘 깨지지 않으나, 새  그릇은 긴장하면 긴장할수록 잘 깨
질 때와 같았다. 무엇보다 그녀를 미치도록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남편과 잠자리를 같이 할 
때였다. 남편은 언제나 정상위를 원했고, 그녀 역시 다른 부부들은 몰라도 자기와 남편은 그 
방법밖에 없는 것으로 여기고 섹스를 했다. 
"아......자.....자기! 나 미칠 거 같아."
남편하고 섹스를 할 때 예전처럼 만족을 할 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거짓으로 교성을 지르
는 등, 어느 때는 남편 보다 적극적으로 몰입하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섹스 후에는  김현
세와의 섹스가 생각났다. 
"자기, 요즘 더 강해 진 거 같아."
그러다 남편이 이상하게 생각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또 거짓말을 했다.  첫 단추가 잘 
못 꿰어지면, 마지막 단추까지 잘못 꿰어진다고 했던가. 거짓말이 거짓말을 잉태하는 나날들
이 계속 될수록 그녀는 여의어만 갔다.  그러다 승혜의 여덟 번째 생일날이 돌아왔다.  며칠 
전부터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 온 승혜는 출근 전의 민섭을 붙잡고 게임기를 사 달라고 졸랐
다. 게임기를 사 달라는 나름대로의 이유도 있었다. 아래층의 보람이도 그것을 가지고 있고, 
종점 슈퍼의 영이는 물론 이 골목에서 게임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자기 혼자밖에 없
다는 것이었다. 
"승혜 안경 쓰고 싶어. 텔레비 앞에서  게임 많이 하면 눈이 나빠져서 안경을  쓸지도 몰라. 
아빠는 예쁜 승혜가 안경을 쓰는 거 보면 가슴이 아플 꺼야."
민섭은 승혜의 생일 선물로 인형을 생각하고 있는 중이라 고개를 흔들며 점잖게 반대했다. 
"피, 보람이도 게임기가 있는데 안경을 안 썼잖아. 나 게임기 있으면 하루에 한 시간씩 밖에 
안 할 꺼야. 그러니까 게임기 사줘 응?"
"보람이하고 너하고, 같니 보람이는 엄마가 안 계시잖아."
현숙은 다른 날과 다르게 신경질 적으로 말했다. 그리고 이내 어린 승혜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 닫았으나, 이미 승혜의 두 눈에는 의아심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그  뒤에 
그녀의 머릿속에는 텁수룩한 수염에 밤에 글을 쓰느라 늘 붉게 충혈 되어 있는 김현세의 얼
굴이 떠올랐다. 
"피! 엄마는......언제는 그런 말하면 안된다고 해 놓고, 엄마가 먼저 그런 말하면 어떡케."
아이들은 영리했다. 그 중에서 비교치의 기억력에 관해서는 어른들 보다 훨씬 능가하다.  현
숙은 염려하고 있던 말이 승혜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순간 쥐구멍이라도 숨을 수 있다면 숨
어 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엄마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 보람이네는........"
현숙은 얼른 말을 잇지 못했다. 또 김현세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남편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았다. 민섭은 빙긋이 웃는 얼굴로 승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럼 엄마한테 물어 봐. 엄마가 허락하면 사 줄게."
민섭은 이럴 때는 아내에게 미루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내는 자기와 
다르게 승혜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싫어. 엄마는 돈 없잖어."
"엄마가 왜 돈이 없니?"
"엄만 돈 안 벌고, 아빠가 회사에 나가서 돈 벌어 오잖아."
현숙은 저 작은 입에서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올까 하는 생각으로 기가 막혀서 민섭을 쳐다보
았다. 민섭도 비슷한 생각으로 현숙을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 거렸다. 
"좋아. 돈은 승혜 말대로 아빠가 벌어 오는 거야. 하지만 아빠가 아파서 회사에 나가지 못하
면 어떡하지. 지금도 아빠 몸이 아파서 약 드시는 중이잖아."
현숙은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약 중에서 세 봉을 꺼냈다. 그 중 한 봉은 지금 먹을 수 있도
록 봉지를 열어서 남편에게 건네주고 나머지 두 봉은 그의 서류 가방에 넣어 두었다. 
"그래도 오늘은 내 생일 이잖어."
승혜는 현숙의 말에 할 말이 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반박했다. 
"아무튼 게임기는 안돼. 오락이 정하고 싶으면 보람이네 집에 가서 조금씩 하고 와. 그 대신 
이번 주 일요일날 육삼 빌딩 데려가 줄게. 됐지?"
민섭이 약 봉지를 입안에 털어놓고, 물을 한 모금 마신 후에 단정적으로 말했다. 
"보람이네 집에 가면 안돼? 알았지."
현숙이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며 다짐을 받으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리고 나서 
얼른 남편을 쳐다보았다. 남편은 물 컵을 싱크대 위에 같다 놓기 위해 등을 돌리고  있었다. 
휴! 남 모르게 한숨을 내 쉬고 있으려니 눈물이  나려고 했다. 내가 왜 이렇게 가슴 조이면
서 살아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엄마 오늘 참 이상하다. 왜 보람이네 집에 못 가게 하는 거야. 그리고 육삼  빌딩은 유치원 
다닐 때 두 번이나 같다 왔는 걸. 하지만 게임기는 지금까지 한 개도 없었잖아. 그러니까 생
일 선물로 게임기 사줘야 해."
"또, 저 고집 나온다, 자 그만 나가자.  너 자꾸 아픈 아빠 아침부터 피곤하게  만들면, 점심 
때 피자 안 사 줄 거야. 네 친구들도 초대 못하게 할거구."
현숙은 억지로 타협안을 제시했다. 진땀이 날 것 같았다.  그러나 띰이 나면 큰일이었다. 단
번에 남편의 시야에 사로잡힐 것이고,  그렇게 되면 왜 그러냐고 묻는  것으로 시작해서 또 
다른 거짓말을 잉태하여 하기 때문이었다. 
"엄만 순 거짓말쟁이. 학교 같다 와서, 친구들  초대하면 피자하고 치킨하고, 콜라 사준다고 
승혜하고 약속했잖아. 하지만 게임기는 처음 말하는 거잖어. 그치 아빠?"
승혜는 되는 것 보다, 안되는 것이  더 많은 엄마 보다 아빠 쪽이  편하다는 생각에 민섭을 
쳐다보았다. 
"좋아. 우리 공주님이 그렇게 원하신 다면 퇴근할 때 게임기 사 올게. 됐지?"
"아빠 사랑해요. 엄마는 미워? 쩌번에도 아빠 월급 타면 게임기 사 준다고 해 놓고선....."
승혜는 민섭의 다리를 껴 않으며 팔짝팔짝 뛰다가 생각났다는 얼굴로 현숙을 흘겨보았다. 
"게임기 가격이 얼만줄 이나 알아요. 못 줘도 십만 원 한 장은 줘야 할걸.  그렇다고 오랫동
안 좋아 할 것 같아요. 며칠 안 가서 장난감 박스 안에 쳐 박히고 말걸. 그러니 그러지 말고 
동화책이나 한 질 사주는 게 어때요?"
승혜가 민섭에게 재롱 부리는 모습을 쳐다보던 현숙은 문득 자기는 이 가정의 구성원 이 아
니고, 제 삼자 가 되어 버린 느낌이 들었다. 내가 왜 이렇게 됐지? 갑자기 머리가 아파 오는 
것을 느끼며 차분한 음성으로 민섭에게 말했다. 
"김선생 딸이 오락하는 걸 보면 저도 얼마나 하고 싶겠어. 그러니 이 참에 한 개 사주지 뭐. 
그리고 게임 종류가 많으니까, 친구들끼리 게임 프로를 교환도 해 가며 즐기면 되잖아."
민섭은 아내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일을 핑계되어 조르는 승혜의 부탁을 거절 할 
수 없었다. 오늘은 다른 날  보다 일찍 퇴근하여 백화점에 들려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서류 
가방을 들었다. 
"마음대로 해요........"
현숙은 열외자가 되어 버린 기분으로 억지 웃음을 지으며 결국은 승낙을 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장난감 같은 것은  사주지 
않는 게 그녀의 성격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렇지 못했다. 사랑하는 딸과 남편에게 죄를 짓
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승혜까지 학교에 간 후에 현숙은  한참 동안 식탁 의자에 앉아 
있었다. 비가 오려는 지 하늘이 잔뜩 웅크리고 있는 게 보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오늘 
오후부터 소나기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들었던 것이 기억났다. 
휴!
다른 때 같았으면 어김없이 승혜 손에 우산을 들려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현세와 그 일이 
있고 부터는 겉돌기만 하는 자신이 싫어서 우울한 얼굴로 텅 빈 집안에서 마음놓고 한숨을 
내 쉬었다. 
우리 앞으로 자주 만날 수 있는 거죠?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또 김현세의 말이 생각났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을 느꼈다. 정액과 애액으로 축축하게 젖은 팬티를 껴입으려고 할 때, 그가 한 말이었기  때
문이다. 
내가 왜 이러지......아......안돼!
현숙은 잊으려 애를 쓸수록 김현세에게 다가서고 있는 의식이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나오려
고 했다. 김현세의 생각을 지워 버리려면 바쁘게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우선 집안 청소부
터 하리라고 막 일서 서려는데 전화 벨이 울렸다. 
그 사람인가?
현숙은 무서웠다. 전화를 받게 되면 약간은 탁한 김현세의 목소리가 들려 올 것 같았고,  그
렇게 되면 그가 살고 있는 지하층을 노크하고 말 것 만 같아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제발!
전화 벨 소리를 무시하면, 무시하려 할수록 더 요란스럽게 울어 돼는 법이다. 현숙은 걸레를 
떨어트리고 눈을 질끈 감은 체 두 귀를 감았다. 
현숙씨를 사랑합니다. 아! 당신은 너무 아름다워요. 이 젖꼭지하며, 이 계곡은.........싫어!
눈을 질끈 감은 체 귀를 막고 있으려니까 전화 벨 소리는 들려  오지 않았다. 그 대신 기억
의 여신이 김현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었다. 현숙은 히스테리칼  하게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흔들었다. 
안돼!
마침내 현숙은 무릎을 끓고 울었다.  텅 빈 집안에서 소리내어 울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며 
뜨거운 눈물을 펑펑 쏟아 냈다. 울면서 제발 김현세를 잊게 해 달라고 신께 기원을 했다. 신
이 기도를 들어준 탓인가, 천둥소리처럼  울어 되던 전화 벨 소리가  뚝 끊어지면서 괴괴할 
정도의 무서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나는 그이를 사랑해. 승혜도 버릴 수가 없어.
현숙은 마치 남편과 딸로부터 버림이나 받은  것처럼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한 손에  걸레를 
든 체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건물도 삼층 짜리 다세대 건물 인 탓에 방안
으로 햇볕이 들지 않았다. 그 대신 붉은 벽돌 벽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 앞으로 검은 
비닐 봉지 하나가 포르르 날라 들었다가 살랑살랑 바람을 타고  내려 않는 게 보였다. 비가 
올 징조 였다. 비닐 봉지가 창문틀 밑으로 사라지면서 다시 바람 소리가 들렸다. 바람  소리
는 뿌연 먼지를 안고 차가운 골목을 황량스럽게 훑어 갔다. 
"좋아. 너도 어린애가 아니니까. 더 이상 말리지는 않겠어.  하지만 네가 만약 그 놈하고 결
혼을 한 다면 더 이상 이 집에 발 들여놓을 생각은 하지 말아라.  난 이십 삼 년 동안 남부
럽지 않게 키워 온 딸을 가진 거 라곤 부랄 두쪽 밖에 없는 놈한테 시집 보내긴 싫으니까."
남편과의 결혼을 극구 반대하던 아버지가  최후의 통첩을 하던 때도  이처럼 초여름이었다. 
그러나 장소는 틀렸다. 거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정원에로 잘 다듬어진 향나무가 보였고, 꽃
이 지고 잎새만 무성한 목련  나무와, 담장에는 손톱 만한 꽃망울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는 
넝쿨 장미가 늘어져 있었다. 
"엄마!"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아버지의 말에 대답을 못하고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난생 처음 으로 
어머니에게 거리감을 느꼈다. 어머니의 얼굴에서는 아버지처럼  찬바람이 불고 있지 않았으
나, 철저한 방관자의 얼굴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좋아요. 보란 듯이 살아 주겠어요.
어머니가 사랑하는 남자와의 결혼을 원하는 스물 세 살의 딸을 위해 아버지에게 단 한마디
라도 변호를 했었다면, 입술을 깨물며 그렇게 까지 독한 마음을  먹지 않았을 지도 모를 일 
이었다. 아무리 가정에서 경제권이 없다지만 아버지의 독선과 횡포에 잘 길들여진 어머니라
지 만, 딸의 미래가 걸려 있는 그렇게 중요한 순간에도 방관자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김현세의 집 식탁에서 커피를 마실 때까지 만 해
도 부모님들이 보란 듯이 열심히 살려고 최선을 다해 왔다.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의 역할을 
충실히 했고, 딸을 기르는 어머니로서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랬다. 김현세의 식탁에
서 커피를 마실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열심히 살아 왔었다. 
정말 잘 살아 왔었는데......
현숙은 또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지 콧잔등이 시큰거리는 것을 느끼며 왜 김현세에게 빠져들
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서 혼란스럽기만 했다. 
그 날, 커피 잔을 사이에 두고 김현세가 손을 잡으면서, 현숙씨를 보면은 난 세상을  멋지게 
살아야 할 이유가 생깁니다. 라는 말을 듣기 전 만 해도 모든게 순조로웠다. 그러던 것이 손
을 잡히고,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로부터 사랑의 고백을 받았다는 설레임 때문인지  몰라도, 
키스에서 페팅으로, 급기야는 그의 몸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알 수가 없었
다. 
더 이상 만나면 안돼.
현숙은 거실에 걸려 있는 벽시계가 열 시를 알릴 때서야 자신이 청소를 하다 자신도 모르게 
또 김현세 생각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얼른 일어섰다. 
승혜 생일날 도대체 왜 이래야 되는 거지.
승혜가 학교 같다 오기 전에 생일 상을 차려 놓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야 할 시간이었
다. 피자와 치킨만 있다고 생일 상이 준비되는 것은  아니었다. 음료수도 있어야 하고, 후식
으로 먹을 과자냐, 과일류나, 케이크도 있어야 한다. 
승혜가 초등 학교 들어가서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 제 친구들에게 기죽게 하지 않기 위해서 
나름대로 식탁을 짰다. 피자나 치킨은 제 시간에 맞춰서 배달을 시키고, 음료수와 과일은 종
점 슈퍼에서 사기로 했다. 그리고 나서 청소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든 가구에서 윤이 나도
록 청소를 하려고 했으나, 김현세 때문에 헛 시간을 너무 많이 보냈다고 생각하고, 팔이  아
프도록 빠른 시간 내에 대충대충 눈에 보이는 부분만 소를  했다. 걸레를 목욕탕에 갖다 두
고 슈퍼에 가기 위해 집에서 입는 헐렁한 원피스를 벗으려고 하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세요?"
이 시간에 찾아 올 사람이 없다는 생각으로  등뒤에 지퍼를 절반쯤 내리다 말고 문 앞으로 
갔다. 
"접니다. "
김현세 였다. 김현세의 탁한 음성이 문을 뚫고 들려 오는  순간 현숙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을 쳤다.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오는 거지.......엄청난 죄를 지은 사람처럼  가슴이 덜렁
거리는 것 같아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다른 뜻은 없고 이것을 전해 주려고 왔습니다. 이웃들의 시선도 있을 테니 빨리 문을 열어 
주시죠."
김현세의 목소리 작았으나 침착했다. 현숙은 면으로 된 헐렁한  원피스의 지퍼를 반쯤 내린 
상태여서, 어깨 깃 이 벌어진 탓에 브래지어 끈이 그대로 노출되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얼
른 문을 열어 주었다. 김현세의 말대로 다른 사람, 즉 이웃들의 시선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오늘 승혜 생일이라고 해서."
문안으로 들어선 김현세의 손에는 두 개의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장미꽃과, 프리지어며  튜
울립 등이 어우러진 다발과, 다른 손에는 새빨간 장미꽃이 셀로판 용지에 쌓여 있었다. 
"고.....고마워요."
현숙은 김현세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그가 와락  껴 않을 것 같은 두려
움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김현세는 얼른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왔다. 현숙은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김현세를 바라보았다. 
"장미꽃은 제가 현숙씨에게 드리는 겁니다. 그런데 왜,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까?"
김현세가 어쩔 줄 몰라 하고 서 있는 현숙에게 탁한 음성으로 물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왔
다. 
"저......전화를 했었어요?"
현숙은 이 기막힌 예감에 몸을 후두두 떨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물었다. 
"그 동안 제가 얼마나 괴로운 나날을 보냈는 줄 아십니까?"
"그러지 마세요. 저 때문에 괴로워 하셨다면 제가 용서를 빌겠어요."
현숙은 붉게 충혈 된 김현세의 말을 듣는 순간 멈칫  하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간절한 갈망에 떨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얼굴도 많이 여의어 보였다. 그 뒤에 자신의  쉽
게 몸을 열어 주었기 때문에 아내가 없지만 어린 딸을 데리고 그래도 행복하게 살던 김현세
가 고통스럽게 세월을 보냈다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아닙니다. 모든 잘못은 제게 있습니다. 사과를 하려고 그 동안 기회를 엿 보았지만 차마 말
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왜.....왜요?"
"현숙씨에게 사과를 하기 이전에 너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  닫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 마음을 이해 하실 수 있습니까."
"아......안돼요. 우리 더 이상 만나면 안돼요."
현숙은 김현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칼끝이 되어 심장을 찌르는  것 같은 고통 속에 고개
를 흔들었다. 
"하지만........"
김현세가 말꼬리를 흐리며 신발을 벗고 거실 안으로 들어왔다. 현숙은 그를 거실로 못 들어
오게 말려야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뒷걸음을 치며 고개만 흔들었다. 
"현숙씨 때문에 내가......."
현숙이 뒷걸음치다 거실의 장식대에 부딪쳐 옆으로 허리를 비트는 순간이었다. 원피스의 벌
어진 어깨깃 이 한쪽이 팔뚝으로 훌렁 벗겨져 내렸다. 순간 파란색의 브래지어 한쪽의 절반
이 드러나고 말았다.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는지 압니까?"
김현세는 현숙을 와락 껴 않았다.  으......읍! 현숙은 당황했다. 양손에는 꽃다발이  한 개 씩 
들려져 있었고, 브래지어 한쪽이 겉으로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김현세가 껴 않는  순
간 꽃다발을 떨어트리고 원피스를 치켜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김현세의  품안에 안겨 
있는 상태 여서 자신도 모르게 김현세의 등을 껴 않는 꼴이 되고 말았다. 
"제.....제발!"
김현세는 키스를 하지 않았다. 곧장 원피스의 어깨 깃을 잡아 당겼다. 이어서 이미 절반  정
도 지퍼가 열려 있던 헐렁한  원피스의 허리 아래로 미끄러져 내리며  반라가 되고 말았다. 
그 틈을 이용해서 브래지어를 치켜올린 김현세의 입술이 젖꼭지를 공략해 왔다. 
"우리.......마.....말로 해요."
현숙은 김현세의 거친 입술이 젖꼭지를 정신없이 흡입하는 순간 더 이상의 말을 잃고 말았
다. 김현세는 젖꼭지를 빠는 한편 다른 손으로 허리까지 내려 와 있던 원피스를 내렸다. 
"아......아......으.....음!"
현숙은 원피스가 허벅지 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잡아야 된다고  생각했으나, 생각과 다르게 
김현세의 목을 껴 않고 턱을 한껏  치켜 올린 체 이빨을 악물었다. 이것이었던가.  김현세의 
손은 마법사의 손과 같았다. 손끝이 스쳐 가는 곳마다 불꽃이  일어 나는 듯한 전율이 튀어 
나왔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
현숙이 반항하기를 포기했다는 것을 눈치챈 김현세는 젖꼭지에 있던 입술을 어깨로 올렸다. 
둥그스름한 어깨에 질퍽한 타액을 묻혀 가면서 목덜미로 옮겨갔다. 
"이.......이러면!"
현숙은 김현세의 단단한 심벌이 팬티를 짓누르는 것을 느끼며  그의 입술을 받았다. 불꽃이 
이처럼 뜨거울까. 김현세의 입에서는 용암이 분출되고 있는 것 같아서 혀가 스쳐 가는 것마
다 온 몸이 녹아드는 것 같았다. 
"아......안돼요."
현숙이 몸이 타오르는 듯한 전율에 떨며 헉헉거리고 있을 때  였다. 김현세의 손이 불쑥 팬
티 안으로 들어와서, 이미 젖어 가기 시작하는 꽃잎을 덥석 움켜쥐었다. 
"여......여기선 안돼요."
현숙은 김현세의 손목을 덥석 움켜쥐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김현세의 손은 기어이 꽃
잎 속으로 들어가고 말겠다는 듯이 밑으로 뻗어져 나갔다. 
"우......우리 집에서는 안돼요. 다. .....다른 곳에서."
현숙은 있는 힘을 다하여 팬티 속에 들어가 있던 김현세의 손목을 빼 냈다. 
"그럼?"
김현세가 거친 숨을 내 쉬며 짧게 반문했다. 
"오....오후에 전화를 해 줘요. 아셨죠?"
현숙은 사랑하는 남편과, 딸이 사는 집에서 그와 섹스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잠시 멈칫
거리고 있던 김현세의 품안을 빠져나갔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후에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
김현세는 가쁜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벽에 등을 기댔다.  그 틈을 이용해 재빠르게 원피스
를 치켜올린 현숙은 냉장고가 있는 것으로 갔다. 
"자! 이 물을 마시고 어서 이 집을 빠져나가 주세요."
김현세는 현숙이 건네주는 생수를 거침없이 마시고 나서 돌려주었다. 그러다 현숙이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생수병을 받은 순간 다시 달려들어 키스를 했다.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
"아.......알겠어요."
현숙은 조금 전과 다르게 김현세의 입술이 얼음을 머금었던 것처럼 차갑다는 느낌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약속을 해 버렸다. 밖에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현숙은 이상하도록  가슴이 
편해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마치 기다리고 있던 매를 맞아  버린 후에 가슴이 편해지는 그
런 기분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김현세를  두려워했던 것은 가정이 깨질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를 향한 목마름이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여하튼 그를 만나고 나
서부터는 기분이 한결 낳아졌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는  한참 되었는지 보도불럭이 물에 
젖어 번들거리고 있는 것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잔뜩 움추린체 골목을  빠져나갔다. 영이네 
는 때묻은 목장갑을 낀 손으로 사과를 한알,  한알 닦아 내고 있었다. 박스 안에 들어  있던 
사과가 그녀의 장갑 낀 손을 한번씩 스쳐 지나갈 때마다 윤이 나도록 반짝 거렸다. 
"갑자기 왠 비 래요."
현숙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들었음에도 짐짓 모르고 있었던 표정으로 우산을 접으며 웃
음으로 인사를 했다. 
"글세 말여. 이왕 내릴 비면 장대비처럼  쏟아져 내릴 일이지, 과부 기분 심숭생숭  해 지게 
왠 가랑비가 내리는지 모르겠네."
현숙은 영이네 가 닦아 놓는 사과 중에서 알이  굵고 큰 것으로 몇 알 고르기로 하고  그녀 
옆으로 갔다. 
"사람이나 과일이나 때깔이 좋아야 실속이  있능겨. 이 사과 맛이 그만잉께.  이왕이면 많이 
사가 덤으로 하나 더 줄팅게 말여."
영이네는 현숙이야 사과를 고르던 말던 하던 일을 계속 했다. 
"사과 값이 비싸서 많이 살수가 있어야죠. 천 원에 얼마씩 한데요?"
"세 개에 천원만 줘. 모래내 시장 가도 여기 보다는 비쌀 겨. 그라고 말여, 계,  는 들 거지? 
이 번으로 줄텡께 꼭 들으라고. 들어서  손해 볼거 없어. 이 번이면  공짜나 마찬가지 아녀.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저 밑에 공터 옹기장수 알지. 그 여편네가 이 번 달라고 사정사
정 했쌓는 걸. 승혜 엄마 생각해서  삼번 으로 미뤘잖어. 그라니까 내 체면을  생각해서라두 
계는 꼭 들어야 햐. 알았지?" 
"그 분한테 이 번을 주시지 왜 저한테 이 번을  주시려고 그러는 거예요. 저는 아직 결정도 
안 내렸는데."
현숙은 이 번을 준다는 말에 구미가 당기긴  하나 결정을 내리지 않은 체 웃으면서 반문했
다. 
"그 여편네야 서울 슈퍼 단골 아님감. 그라고 승혜 엄마는  우리 집 단골잉께 당연히 이 번
을 줘야지 안 그려? 그라고 결정을 내리고 안  내릴 것도 없어. 막말로 은행에 가 봐.  적금 
한달치 불입했다고 원금을 내 줄거 가텨. 어림 반푼 어치도  없지. 그것 뿐인 줄 알아. 인감 
증명서 떼와라. 보징인 안쳐라, 귀찮은 서류가 좀 많아. 그랑께 우리 같이 없는 사람들은 뭐
니뭐니 해도 몫돈 만드는 데는 계만큼 좋응게 없어. 하긴 승혜 내야 남편 직장  확실하겠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월급날 만 되면 돈이 착착 나오니까 해당 사항 없는 말인지도  모르지
만 말여."
영이네가 현숙을 계원으로 끌어 드리는 이유는 마지막 말에  있었다. 재벌 회사는 아니지만 
이름만 대면 쉽게 떠오르는 중소  기업체에 다니는 남편을 둔 현숙이  계원이 된다면, 다른 
사람이 보기에 제법 믿을 만한 사람만 계원으로 가입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아줌마 말대로 이 번을 든다면 그만큼 불입액도 많아지잖아요?"
현숙은 계를 들어보고 싶은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지는 것을 느끼며 구체적으로 물었다. 
"불입액이 많은 거야 당연한 거 아녀. 그란데 아무리 불입액이 많다 해도. 삼 백  만원에 대
한 이자 보다는 작응께. 그런 걱정일 랑 하지도 말아."
계의 구조가 선 순위로 갈수록 불입액이 많아지고 후순위로 갈수록 불입액이 적어지게 마련
이다. 바꾸어 말한다면 계금을 미리 타면, 늦게 타는 사람들의 이자를 보충해 주게 되고, 늦
게 타는 사람은 불입액 총액이 원금 보다 적게 된다. 영이네는 계 오야를 하는 틈틈이 사채
놀이를 하여 쏠쏠한 재미를 보는 여자답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얼굴로 잘라 말했다. 
"하긴 그런 맛에 계를 든다고 하는 말은 들었어요."
현숙은 사과를 비닐 봉지에 담아 놓고, 냉장고로 가서 피티병에 든 콜라를 꺼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 말이 바로 그말여. 그라고 곗돈을 타면 내가 믿을 만 한데다 놔줄게. 한 달에 육만 원씩 
착착 나오는 구멍에다 말여. 그람 말번 보다 원금이 훨씬 적게 들어 갈껴. 그랑께 두 말 하
지 않게 계 드는 걸로 생각햐. 알았어?"
영이네 는 현숙의 돈을 다른 사람한테 빌려주고 적어도 이부 오리는 받을 생각을 하고 있었
다. 그렇게 되면 가만히 앉아서 한 달에 만 오천원 씩 굴러 들어오는 셈이 된다. 
"알았어요. 하지만 꼭 든다는 말은 아니고, 승혜 아빠하고 상의를 해 봐야 하니까 지금 확답
을 지을 수 없군요."
"그랴. 아직 시간은 많으니께 천천히 생각해도 상관없지 뭐."
영이네 는 현숙이 가입하는 쪽으로 확신을 둔체 가능한 부담을 갖지 않도록 쉽게 대답했다. 
현숙이 종점 슈퍼를 나와 집으로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을 때는 제법 빗줄기가 굵어 졌을 
때 였다. 우산을 쓰지 않은 오십대 여자가 머리카락과 어깨가 늘어지도록 비를 맞고 지나가
는 것을 보고 걸음을 빨리 했다. 우산을 가지고 학교 앞에 가서 승혜를 기다리기 위해서 였
다. 슈퍼에서 사 온 물건들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곧 바로 밖으로 나갔다. 문을 잠그기 위해 
문 앞에 돌아섰을 때 안에서  전화벨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김현세  일꺼라는 생각이 번쩍 
들어서 얼른 전화기 앞으로 갔다. 
아냐, 오늘은 승혜 생일 이잖어. 내가 왜 그걸 몰랐지......
현숙은 다시 절망하기 시작했다. 다른 날도 아닌 딸의 생일날 김현세와 거실에서 뜨겁게 흐
느꼈던 일이 뼈가 저리는 후회로 내려앉았다. 
이러면 안돼!
현숙은 수화기를 들지 않았다. 전화벨 소리는 여전히 귀청을 때렸다. 코드를 빼 놓을까 하다
가, 혹시 남편한테 전화가 걸려 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밖으로 나왔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승혜가 비를 맞고 오기 전에 빨리 가야겠다며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앞으로는 절대 만나지 않겠어.
다른 날도 아니고 딸의 생일  날 불륜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입술을 
꼭 다물고 총총 걸음으로 골목을 빠져 나오면서 부터는 또 생각이 바뀌었다. 만나지는 않더
라고 전화를 하지 말라고 말하고 나올 걸 그랬나, 하고  후회를 하면서 버스 정류장이 있는 
푸른 약국 앞으로 나왔다. 학교는 신호등을 건너서 언덕 위에 있었다. 건너편으로 우산을 손
에 든 여자들이 색색의 우산을 쓰고 언덕을 올라가는 게 보였다. 
승혜야 엄마가 잘못했어!
현숙은 불륜에 눈이 먼 엄마를 둔 덕분에 혼자 외롭게 서 있을 승혜를 생각하니 눈물이  쏟
아 졌다. 우산으로 앞을 가리고 얼른 눈물을 닦아 내며 부지런히 걸었다. 
승혜야!
학교 정문 앞에는 우산을 들고 온 학부형들이 무리를  이루고 서성거리고 있었다. 다행이었
다. 승혜네 반은 물론이고 모든 학급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때부터는 오직 승혜만  생각하며 십여 분 기다리고 있으니까  아이들이 한 명 
두명씩 나오기 시작했다. 기다리던 학부형들은 반가운 얼굴로 아이들을 맞이하여 우산을 쓰
고 언덕 밑으로 내려갔다. 
혹시!
기다리고 있으면 당연히 승혜가 깡충깡충 나올 것이 분명하면서도 불안했다. 자신의 불륜을 
욕하며 학교 뒷문을 통해 도시 어느 곳으론가 가 버리고 말았을 것 같은 불안감이었다. 
정말 그런 건가?
현숙은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언제부턴지 손바닥에 땀이 진득하게 고여 오는 가 하면, 혀가 
꺼칠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입안이 바짝바짝 타고 있었다. 
휴!
승혜 였다. 승혜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빠져나간 다음에 뒤늦게 나타났다. 그 뒤에 보람이가 
빗줄기가 내려꽂히는 운동장을 쳐다보며 천천히 뒤 따라왔다. 
"왜 이제 나오는 거니? 엄마가 한참이나 기다렸는데."
현숙은 해맑게 웃는 승혜를 꼭  껴 않고 마구 뽀뽀를 해댔다.  기쁨의 눈물이 글썽거리도록 
뽀뽀를 하다가 쓸쓸한 모습으로 서 있는 보람이를 의식하고 허리를 폈다. 
"응. 보람이네 반이 늦게 끝났잖아. 그래서 복도에서 기다리느라고 늦었어.
"저런 우리 승혜 착하기도 해라. '
현숙은 다신 한번 승혜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에 보람이  앞으로 갔다. 밖에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받지 않는 전화를 걸고 있을 김현세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 우리 보람이도 이 우산을 써." 
보람이에게 우산을 건내주려니까. 그 동안 잊고 있었던 그 무엇이 떠올랐다. 바로 보람이 였
다. 단순히 보람이가 김현세의 딸이라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지, 자신이 김현세에게  이끌려 
갈수록 엄마가 없는 보람이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어 할까 를 생각하니 그 어떤 유혹이 있더
라도 김현세와 정리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엄마! 나 내 친구들 우리 집에 오라고 했어. 내 생일이라고 말야."
승혜가 우산을 뒤로 젖히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잘했구나. 그런데 생일이란 말은 하지 말지 그랬니. 애 들이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까?"
"괜찮을 꺼야. 나도 친구들 생일날 선물 사 가지고 갔잖아."
"그래. 잘했다. 보람이는 아빠가 마중 안 나와서 섭섭하겠구나."
현숙은 승혜와 보폭을 맞추며 걷고 있는 보람이에게 죄책감에서 비롯되는 미소를 보냈다. 
"아빠는 지금 주무실꺼에요. 어제 저녁에 밤을 꼬박 새웠거든요. 그리고 저는 비 맞는 게 좋
아서 아빠가 마중 안 나와도 괜찮아요. 아줌마."
현숙은 보람이의 말을 듣고 저윽이 놀랐다. 승혜와 같은 나이 이면서, 너무 어른스러워 보였
기 때문이다. 늘 텁수룩한 턱수염에  잠을 덜 잔 듯한 얼굴로  세상을 권태스럽게 살아가는 
듯한 김현세의 새로운 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더  이
상은 그에게 털끝만 한 관심도 가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였다. 
"보람아, 우리 아빠가 내 생일 선물로 오늘 저녁에 게임기 사 온단다. "
횡단보도 앞에 멈추었을 때 승혜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언제부턴지 소나기는 부드러운 안개
비로 변해 있었다. 
"정말?"
보람이가 우산 밖으로 손을 내밀어 손바닥으로 비를 느끼고 있다가 반문했다. 
"그래. 엄마 내 말 맞지?"
"보람이는 벌써 아빠가 게임기 사줬는걸?"
현숙은 우울한 얼굴로 대답하고 차도로 내려서는 승혜의 손을 잡아 인도로 올라오게 했다. 
"하지만, 아빠가 사 오는 게임기는 보람이 것 보다 더 좋을 꺼야. 엄마 내 말 맞지?"
우산을 보람이에게 건네준 승혜는 현숙의 손을 뿌리치고 차도  와, 인도 사이를 강아지처럼 
깡충거리며 콧노래를 불렀다. 
"승혜야 보람이처럼 가만 서 있어. 위험하잖아."
현숙은 제과 회사의 로고가 찍혀 있는 트럭 한 대가 눈길을 미끄러 지듯이 스쳐 가는  것을 
보고 승혜의 손을 잡아 당겼다. 
"어. 푸른 신호등이다!"
승혜는 현숙에게 잡힌 손을 풀으며 단 걸음에 횡단보도로 로 들어섰다. 그때 였다. 빨간  색 
프라이드가 천천히 미끄러져 들어오더니 앞 범퍼가 승혜의 허리에 닿으려는 직전에 끼익 멈
추었다. 
"엄마!"
승혜는 빨간 색의 차가 제 앞으로 덮쳐 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제 풀에 놀라서 미끄러졌다. 
"승혜야!"
현숙은 우산을 집어던지고 승혜에게 달려들었다.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듯한 놀라움 때문에 
눈앞이 캄캄한 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승혜의  새빨간 피가 빗물에 얼룩져 있
을 것 같은 환상 속에 승혜를 쳐다보았다. 
"승혜야!"
현숙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승혜의 상체를 일으켰다. 
"엄마. 나 안 다쳤어."
승혜는 현숙이 이끄는 대로 일어서서 엉덩이와 어깨에 묻은 빗물을 툭툭 털어 냈다. 
"다치지 않았니?"
현숙 못지 않게 놀란 운전사가 승혜의 눈을 털어 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체 물었다. 
"괜찮아요. 아저씨. 미끄러졌을 뿐이에요."
승혜는 멋쩍은 얼굴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어깨 뒤로 끌어올리며 씨익 웃었다. 
"정말 괜찮은 거니. 병원에 안 가 봐도 돼?"
현숙은 안심할 수 없었다. 승혜의 다리며,  팔 허리 어깨를 매만지며 다급한 음성으로  물었
다. 
"걱정이 되시면 병원에 가 보시죠. 제가 느끼기에 차에 부딪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
삼십대 의 운전사도 그게 좋다는 얼굴로 현숙에게 말했다. 
"엄마, 나 병원에 안 가도 돼. 여기 닿지 않고 그냥 미끄러졌을 뿐야."
"정말 안 아퍼. 다친 데도 없구?"
보람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응. 하나도 안 아파."
현숙은 신호등이 바뀌는 것을 보고 일단 승혜를 푸른 약국 앞 인도로 데리고 나왔다. 
"괜찮을 꺼예요. 저도 약방 안에서 봤는데 차에 부딪친 것 같지는 않더라구요."
푸른 약국 문이 열리면서, 약사 가운을 입은 주인 여자가 현숙에게 아는 체 하며 거들었다. 
"휴! 다행이다. 엄마 말 안 들으니까, 이런 꼴을 당하잖아. 정말 병원에 안 가 봐도 되겠니?" 
"정 걱정이 되시면 일단 하룻밤 자 보고 내일이라도 연락을 주시죠."
프라이드를 인도에 붙여서 주차해 놓고 횡단보도를 건너 온  운전사가, 약사의 말에 힘입어 
명함과 주민등록증을 내 보였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라 혹 모르니까. 연락처를 적어 두기로 하죠."
현숙은 약국 안으로 들어가 팬을 빌려서 명함 뒷면에 운전사의 주민등록증 전화 번호를 적
었다. 그리고 놀랐을 지도 모르는 승혜를 위해 청심환을 한 알 산 다음에 밖으로 나왔다. 
"엄마, 영진이도 불러도 돼?"
승혜는 언제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느냐는 얼굴로 보람이와 재잘거리고 있다가 약국을  나오
는 현숙에게다가 왔다. 
"영진이가 누구니?"
현숙이 굳은 얼굴로 되물었다. 승혜가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는지 비로소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만약 집을 나오기 전에 김현세와 약속을 하고 나왔더라면 분명히 사랑하는 딸 승
혜는 죽어 버렸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승혜를 앞세우고 집에 도착한 현
숙은 문을 열기 위해 손 지갑을 열었다. 집안에서 문을 잠글 때처럼 다시 전화벨 소리가 울
렸다. 김현세가 분명했다. 빨리 전화를  받아서 이 순간부터는 관계를 끊어야겠다고  서둘러 
열쇠를 돌렸으나, 문고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엄마 빨리 문 열어 봐. 전화 왔어."
"지금 열고 있잖어."
현숙은 열쇠 구멍에서 열쇠를 빼서  다시 한번 집어넣고 돌렸다. 쇠의  둔탁한 마찰음 속에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서둘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까지 정신없이 울어 되던 전
화벨 소리가 안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뚝 멎어 버렸다. 
"여보세요."
현숙은 전화가 끊어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화기를 들어보았다. 생각했던 것처럼 전화는 이
미 끊어진 상태 였다. 보람이가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김현세가 수화기를 내려놓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어디서 걸려 온 전화야?"
승혜가 뒤 따라와서 물었다. 
"응. 우리가 전화를 안 받는 줄 알고 끊었나 봐."
현숙은 전화벨 소리를 피했던 때 와 다르게 어서 전화가  오길 기다렸다. 팔짱을 끼고 전화
기 옆에 서 있는데 방안에서 승혜가 제 생일을 스스로 축하하는 노래 소리가 흘러 나왔다. 
♣ 끝.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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